⊙ 우크라이나, 드론 100만 대 이상 생산 가능… “기술적 우위 확보가 가장 중요”(이반 하브릴류크 우크라 국방 차관)
⊙ 사망한 하마스 정치국 관료 30%가 이스라엘 드론에 피살
⊙ “우리 군은 ‘AI 국방’ 앞서 ‘네트워크 중심전(NCW)’부터 전력화 시급”(박진호 교수)
⊙ “지금은 ‘사족보행 로봇’ 등 유·무인 복합전투 체계 논해야…”(주광섭 예비역 준장)
⊙ “우리 군은 겨우 ‘표적 식별’ ‘자율주행’ 가능 수준”(전직 군 핵심 관계자)
⊙ “국방AI센터? 건물에 하드웨어와 GPU 있다고 AI가 뚝딱 만들어지나”(김승주 교수)
⊙ 사망한 하마스 정치국 관료 30%가 이스라엘 드론에 피살
⊙ “우리 군은 ‘AI 국방’ 앞서 ‘네트워크 중심전(NCW)’부터 전력화 시급”(박진호 교수)
⊙ “지금은 ‘사족보행 로봇’ 등 유·무인 복합전투 체계 논해야…”(주광섭 예비역 준장)
⊙ “우리 군은 겨우 ‘표적 식별’ ‘자율주행’ 가능 수준”(전직 군 핵심 관계자)
⊙ “국방AI센터? 건물에 하드웨어와 GPU 있다고 AI가 뚝딱 만들어지나”(김승주 교수)

- 지난 2023년 9월 21일 육군 아미타이거 부대 장병들이 계룡대 비상활주로 인근에서 유·무인 복합전투 체계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방일보
“적(敵) 사족보행 로봇, GP(Guard Post) 전방 300M 다수 출현, 남하 중.”
“적 드론 공격으로 인접 GP 통신 불가, 아(我) GP 거부(폭파)작전 요청.”
최근 기자가 군 출신 지인들에게 “만약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겠느냐”고 대뜸 묻자,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웃거나 “UAV(무인 항공기)나 오물풍선부터 잘 막아야 한다”며 “지금 드론이나 로봇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 북한은 10만 기의 드론을 생산하고 운용할 여건은 안 되지만,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라며 일부 공감하는 사람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군 출신 지인들은 “(대규모 드론 공격은) 상당히 공포스러운 상황은 맞다. 실질적인 대응 방안은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설마 로봇 잡겠다고 사람을 투입해야 하나” 하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방공(防空)병과 간부 출신 A씨는 “드론 잡겠다고 미사일을 쏘지는 못한다는 걸 이미 우리 국민들이 알지 않느냐”며 “개인 소총을 쏘더라도 사거리 문제 등 현실적 제약이 크다”고 했다.
작년에 전역한 육군 간부 B씨는 “드론을 비롯한 ‘무인 전력(無人戰力)’의 영향력을 지난 2022년부터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해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또 “현재 군에 복무하는 병사들의 경우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들이 드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유튜브로 보며 ‘군인보다 드론이 더 유용해 보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현재 전 세계 전장(戰場)은 ‘드론 전쟁’ 중이다. 드론은 이제 무인 전력의 상징을 넘어 미래전(未來戰)의 아이콘이 됐다. 현대 전장에서 무인 전력은 얼마나 위협적일까? 또 우리 군은 이런 변화에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을까?
우크라이나, ‘부엌 드론’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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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4년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전쟁에서 사용할 드론을 띄워 보이는 모습.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에 따르면 전쟁에 투입되는 우크라이나군 드론은 하루 300대 이상, 한 달에 1만 대에 육박한다. 사진=뉴시스 |
우크라이나가 드론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러시아와의 전쟁 장기화로 인한 포탄 부족, 인력 부족 문제를 드론 생산으로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내 방산 기업을 포함한 200여 개의 관계사들은 지난 2023년부터 완제품 드론을 조립하거나 드론 산업에 필요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우크라이나 국방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우크라이나산 UAV 모델은 총 67종에 달한다.
루스템 우미에로프(Rustem Umerov)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24년 2월 1일 ‘브레이브 1(Brave 1·우크라이나 정부가 주도하는 방위 혁신 플랫폼)’ 간담회에 참석해 “현재 수십만 대 수준으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이 있다”며 “적(러시아)은 우크라이나 드론의 위협을 잘 알고 있다. 하늘에 우리의 드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반 하브릴류크(Ivan Havryliuk) 국방부 차관도 “우크라이나가 자원과 병력 측면에서 러시아를 따라갈 수는 없다”며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도 드론에 대한 관심이 크다. 우크라이나는 소위 ‘부엌 드론(drones in the kitchen·가정에서 제작한 드론 비유)’을 만들 수 있는 ‘국민 FPV 프로젝트 빅토리 드론(Victory Drones)’을 지난 2023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프로젝트는 우크라이나 정부 주도로 드론 인재를 양성하고 국민들이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실제 전투력 증강(增强)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국민적 단결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무인 전력’에 웃고 운 하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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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9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격으로 부상당한 남성을 옮기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이번 드론 공격으로 최소 2명이 사망했다. 사진=뉴시스 |
이후 이스라엘도 드론으로 응징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기습 다음 날인 10월 8일 소형 드론을 가자지구에 투입했다. 드론을 운용하는 이스라엘군 부대들은 ‘가자지구 내 하마스 배치 및 운용’ ‘가자지구 내 지하 터널 정보’도 수집했다. 드론 정찰 임무의 주축은 ‘사예레트 마트칼(Sayeret Matkal·이스라엘 특수부대)’ ‘사예레트 13(Sayeret 13·해군 소속 특수부대)’ ‘제5515부대(Unit 5515·감시정찰 전문)’ 등이다. 이후 하마스는 2025년 1월 31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정치국 고위 간부 1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그리고 사망한 이들 중 5명(약 30%)은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드론으로 웃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장기화하며 드론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것이다.
드론 많이 날리는 게 능사는 아냐
박진호(朴辰鎬·61) 고려사이버대 정보관리보안학과 교수는 “드론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긍극적으로 모자이크전(Mosaic-Warfare) 기반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자이크전이란 미래전의 한 형태로, ‘다양한 수준의 군사적 자원을 조합해 적의 의사 결정 체계를 교란해 예측 불가능한 전투를 수행’하는 개념이다. 박 교수는 “적에게 유·무인 체계를 운용해 아군의 의도를 정상적으로 판단할 수 없도록 하고, 아군은 적으로부터 일부 피해를 받더라도 끊김 없는(seamless) 네트워크를 유지해 NCW(Network-Centric Warfare·네트워크 중심전)를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유·무인 복합체계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AI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드론을 많이 날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박 교수는 “(드론 활용 시) 수적인 우위도 중요하지만 ‘어떤 형태의 적을 타격하고 파괴할 것인가’를 기민하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은 인력이 드론을 조종하지만, 머지않아 AI가 판단하는 날이 올 것”이라 했다. 그는 “지휘관이 올바른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양질의 전장(戰場) 정보가 우선적으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결심 중심전(Decision-Centric Warfare·이하 DCW)이라 하는데, 모자이크전의 기반이 되는 이론”이라 했다. 쉽게 설명해 결심 중심전은 ‘적보다 더 빠른 결심과 행동으로 감시-결심-타격의 템포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선행되어야 하는 점이 있다. 네트워크 중심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전중 ‘통신’ 안 돼서 전멸
“한때 우리 군은 훈련 간 통신이 어려워 휴대폰으로 통화한다는 말이 있었죠?”
박진호 교수는 “소위 군(軍) 작전간 통신에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민간 소통 앱을 활용하는 것이 더 편리할 정도로 군 통신 장비가 불편하고 노후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유사시 소통의 부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그의 설명이다. 장교 출신인 기자도 지난 2021년 신임장교 지휘참모과정(OBC) 교육 시절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을 받으면서 훈련간 통신이 안 돼 답답했던 적이 많았다. 무거운 통신 장비를 직접 메고 보병중대장과 방어진지를 구축했지만, 인접 중대와 통신이 원할하지 않았다. 대항군(對抗軍)은 새벽에 기습작전을 실시했고, 기자를 포함한 중대는 그대로 전멸당했다.
박 교수는 “AI 국방을 논하자면 기본적으로 NCW 전력화가 기본”이라고 했다. 우리 군도 2006년경부터 당시 미국의 첨단 NCW 교리를 도입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TICN(전술정보 통신체계) 구축에는 아직도 20년 이상이 더 소요된다. 당장 육군과 공군, 해군의 C4I(지휘와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 시스템을 통합하는 시스템) 체계가 분리되어 있다. 물론 합동참모본부(합참)에는 육·해·공을 통합하는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가 있지만, 합참을 제외하고 통신이 어려운 산악 지역을 기동하는 다수의 예하 부대의 사정은 다르다. 당장 육군만 보더라도 육군전술지휘정보체계(ATCIS)를 활용해 자신이 속한 상급부대로 상황을 보고할 수는 있어도, 인접 부대와 작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는 어렵다. 박 교수는 “실전에서 전투를 수행해야 할 예하 부대끼리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신 기반 체계의 전력화가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NCW 개념이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구현되고 있다”며 “국방부 차원의 상호운용성 보장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지형 자료 체계나 암호 체계 등의 표준화 문제도 있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군 사업은 일단 추진한다고 해도 예산 문제로 단기간에 전력화(戰力化)되기 어렵다. 소요 기간만 최소 10~20년이 걸릴 정도다.
“군 복무기간 당장 줄일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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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4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는 대전광역시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AI기반 무인 체계 연구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이 후보는 또 “수십만 청년들을 병영에 가둬 놓는 전통적인 전투도 중요하지만 과연 효율적일까 생각한다”며 “(청년 중 일부를) 전문 부사관으로 복무하게 하고, 이들을 전문 무기 장비 체계를 운영하거나 개발하는 사람으로 특화하면 훌륭한 직업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날 AI 첨단 기술로 무장한 K-방산(防産) 구축 공약도 제시했다.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신설과 대통령 주재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 지원 확대 등이 골자다.
그가 드론 등 무인 무기 체계를 언급한 점은 저출산으로 병력 자원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로 분석된다. 즉 ‘이재명식 국방정책’의 핵심은 ‘수십만 청년들을 병영에 가둬 두지 않아도 드론을 비롯한 무인 무기 체계, AI를 활용해 우리 군 전투력을 증강시키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박진호 교수는 “정치인들이 병력 자원인 남성을 대상으로 포퓰리즘식 국방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하며 “그들 대부분은 전력화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윤석열(尹錫悅) 정부 당시 추진하고자 했던 국방개혁 4.0도 2040년까지 ‘전력화’가 아닌 ‘연구개발 등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 당장 군 인력을 감축하고 군 복무기간을 줄이는 정책을 적용할 수 없고 2040년이 되어야 비로소 인력 감축을 고려할 수 있는데도 정치인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AI 활용을 비롯한 국방 혁신이 구현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사족보행 로봇, 이제는 도입해야
지난해 12월 전역한 주광섭(朱光燮·54) 예비역 준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남아 신생아 수가 평균 12만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40년 이후에는 현행 병역 체계로는 상비 병력 30만 명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다”고 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지상작전사령부 작전분석과장을 거쳐 국방부 개혁실 군구조개혁추진관, 국방혁신기획관을 역임한 국방과학기술 전문가다. 지금은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주 연구원은 ‘국방혁신 4.0의 취지는 인구 감소에 따른 대비책’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하지만 그는 ‘AI와 연계한 군 복무 단축’ 등에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현시점에서는 ‘효율적 전투력 활용’을 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족보행 로봇 등 유·무인 복합전투 체계를 실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미 미군은 사족보행 로봇 전투실험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미군이) 분대 실험은 끝났고 소대 단위 실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당장 우리도 줄어드는 병역 인구에 맞춰 효율적인 전투력 활용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면서, “당장 최전방을 예로 들어도 경계작전을 하는 데만 전투력이 과도하게 소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예 다른 임무를 못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주 연구원이 사족보행 로봇을 강조하는 것은 직접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군 복무 당시 ○사단에서 전투실험을 이미 진행해 본 경험이 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카이스트와 연계한 연구였는데,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든 사족보행 로봇으로 외국산에 비해 가격도 매우 저렴할 뿐만 아니라 문제 발생 시 바로 조치가 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또 처음에는 험한 지형에서 쓰러지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학습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극복’했다는 점도 그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사족보행 로봇을 “감시 센서와 전투 체계를 장착한 ‘로봇 청소기’와 같다”고 했다. 그는 “병역 인구 감소라는 예정된 미래 앞에서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생각해 보면 ‘로봇을 통한 전투력 강화’에 우리 군이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획득 체계’ 바꿔야 안 뒤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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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광섭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의원(맨 왼쪽)은 ‘유·무인 복합전투 체계’ 도입과 ‘획득 체계’의 구조적 변화를 강조했고 박혜숙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방안전융합연구본부 본부장(가운데)은 국방 AI 도입을 위해 ‘국방 데이터 활용’을 강조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맨 오른쪽)는 ‘데이터 중요도에 따른 클라우드 정책’ 실현과 ‘망 분리 정책 완화’를 국방 AI 도입을 위한 조건으로 봤다. |
하지만 주 연구원이 강조하는 ‘유·무인 복합전투 체계’ ‘워리어 플랫폼’도 결국 NCW의 구현 여부가 성패를 가른다. NCW 하 정찰 및 정밀타격 능력을 구축해 개인 임무 수행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는 “‘군 획득 체계’ 본질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획득 체계는 ‘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 체계 및 전력 지원 체계를 획득하기 위한 제도’다.
주 연구원이 말하는 현 획득 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소요 기간이다. 예산 편성 이전 단계만 보더라도 소요 제기(군)→소요 결정(합참)→선행연구(방사청)→소요 검증(국방부)→사업 추진 기본 전략 수립(방사청)→사업 타당성 조사(방사청·기획재정부)→예산 편성(방사청)으로 돼있어 소요 제기부터 예산 편성 전까지만 최소 5년 이상 소요되고 있다. 사실상 현 정부가 방위사업을 추진해도 다음 정부로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잦다. 그의 말대로 “현 시스템으로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 “소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자연스레 그 과정에서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정성’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 군은 지난 2018년도에 드론 소요를 이미 제기했지만 현 시스템(획득 체계)에서 따져 보니 합참에서 승인해도 정작 전력화까지 대략 15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결국 ‘군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필요한 전력의 경우 최소 3년, 늦어도 5년 안에 전력화할 수 있도록 군의 획득 체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실패도 감수할 수 있는 군 조직문화 변화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표적 식별’과 ‘자율주행’만 가능한 수준
전직 군 핵심 관계자인 예비역 장성 C씨는 “현시점에서 NCW 전력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이스라엘뿐”이라고 밝혔다. “모자이크전의 경우 미국도 아직 도입기에 가깝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AI의 연산 속도가 인간을 능가한다고 해서 사람 자체가 이제 필요 없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전투력 자체’는 AI가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들로 구체화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국방의 ‘양(병력)’을 ‘질(무기 체계)’로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시대를 불문하고 국방에서 ‘양과 질’은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우수한 AI 전력을 가져도 실제 전투원이 부족하다면 전장에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6·25전쟁 당시 정예 미군이 왜 중공군에 밀렸는지 생각해 보라”며 “미군이 전투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머릿수에서 불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C씨는 “‘AI가 전투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전제조건으로 ‘사람과 동등한 수준의 AI 전투 로봇 등이 전장에 투입됐을 때’ 논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꼭 NCW나 모자이크전 전력화가 군 AI 도입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우선 무기 체계에 부분적으로 도입할 수는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적 전차 또는 적 포병 전력 등을 두고 무엇을 먼저 타격할 것인가 등 표적의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C씨는 AI가 기본적으로 ‘지휘관의 판단을 보좌하는 역할’임을 강조했다. ▲데이터 처리 및 정보 생산(1단계) ▲정보를 취합 후 분석하여 하나의 지식으로 생산(2단계) ▲지식 취합 후 분석하여 평가(3단계)까지는 AI가 수행할 수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결심’하는 역할은 오로지 사람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군 AI 활용을 위한 ‘국방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 군은 표적 식별 및 처리에 활용하거나 자율주행에 조금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국방 데이터밖에 없다”고 했다.
국방 데이터, 보안상 활용 어려워
박혜숙(朴惠淑·55)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방안전융합연구본부 본부장은 “현재 국방 데이터 활용이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보안’ 이슈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누군가는 방첩(防諜)을 강조하는 군 입장에서 ‘보안을 강조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군이 가지고 있는 다수의 데이터를 ‘보안’을 이유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했다. “국방 데이터 공유 자체가 어렵다 보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 부처에서 관련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 제공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개발은 진행할 수 있지만, 인터넷으로 수집한 민간 데이터로 연구개발을 진행해야 하니 군 활용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누적 데이터 부재’도 언급했다. 예를 들어 현재 군에서 활용하고 있는 CCTV나 TOD(Thermal Observation Device·열상감시장비)로 촬영한 영상의 경우 1~3개월이 지나면 관련 영상이 삭제된다. 용량이 커서 모든 감시 영상을 저장해 관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군 AI 개발을 위해 장기간에 걸친 체계적인 데이터 구축 및 관리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장기간에 걸친 AI 개발사업이 아닌 이상 특정 ‘시점’이나 ‘장소’만의 정보만 제공되기에 일부 상황에 국한돼 사용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또 “원시 데이터(raw data·가공되지 않은 데이터) 수준의 데이터가 제공되는 경우도 많아 AI 개발보다 데이터 가공에 더 많은 노력이 소모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는 학습 데이터(data-set) 수준은 돼야 한다”고 했다. 학습 데이터는 쉽게 설명해 원시 데이터를 소스 데이터(source data)로 바꾸고 데이터 라벨링(AI와 머신러닝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데이터에 태그를 추가하거나 분류하는 작업)을 통해야 만들 수 있다. 즉 원시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박 본부장은 “원시 데이터 자체가 용량이 크니까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며 궁극적으로 “어떤, 무엇을 하는 국방 AI를 개발하는지에 따라 요구되는 데이터의 종류, 형태, 포맷, 구축 방법도 다르기에 데이터의 (보안) 등급에 따른 공개 및 활용 수준을 정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 “궁극적으로 군에서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로드맵을 가지고 이에 맞는 데이터 구축 및 공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산업체 직원, 수작업으로 타이핑
“국방 AI를 논하기 앞서, AI를 쓸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는지 생각해 봅시다.”
김승주(金昇柱·53)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군에서 AI를 활용하자면 ‘클라우드(cloud·광대한 네트워크를 통하여 접근할 수 있는 가상화된 서버와, 서버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과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IT 환경)’와 이를 연결하는 ‘인터넷’이 연결돼 ‘국방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우리 군은 현재 보안 체계 때문에 위 3요소를 모두 못 쓰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의 경우 현재 군의 ‘망 분리 정책’으로 인터넷과 국방망 자체가 분리되어 있고, ‘군 클라우드’의 경우 ‘방위산업기술 보호지침’에 따라 군에 무기를 납품하는 국내 방산업체마저 군 클라우드 내 데이터 활용이 금지돼 있다. 데이터 ‘반출’도 당연히 불가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방산업체 직원이 관련 코드나 소스를 쓰기 위해서는 수작업으로 타이핑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데이터 중요도에 따른 클라우드 정책’이 이미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icro soft)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Azure)’의 경우 총 4단계로 클라우드를 운영한다. 민간에 공개할 수 있는 정보(commercial) 외 총 3단계(Government-Government, Secret-Government, Top Secret)로 운영되는 방식이다. 같은 방위산업체라고 하더라도 정부가 부여한 등급에 따른 세부 접속 권한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비교적 낮은 등급의 기밀이거나 고(高)가치 정보가 아니면 기업에게 단계적으로 공개된다. 정부의 승인만 받았다면 어떤 기업의 클라우드를 쓰느냐도 중요치 않다. 단 ‘최고기밀 등급’이 포함된 정보는 반드시 자국 기술로 만든 클라우드를 쓴다.
김 교수는 “우리도 비밀 등급의 재분류가 필요하다”며 “단순 등급으로 나눌 게 아니라 기밀의 세부 정보를 바탕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군 비밀 분류 기준은 ‘파일’ 단위다. ‘1급’ ‘2급’ ‘3급’과 ‘대외비’로 분류 관리된다. 김 교수는 병원 진단서를 예시로 들었다. “병원 진단서가 하나의 ‘기밀’이라면 어디서 ‘진료를 받았는지’ ‘누가 진료했는지’ ‘병명은 무엇인지’ ‘환자의 인적사항과 건강 상태는 어떤지’ 등으로 각각 분류해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AI센터 있으면 해결되나
김승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각 부처에서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망 분리 정책 완화’도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단순 군에 국한되는 내용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망 분리 정책 완화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대통령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당시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망 분리와 관련된 권고안을 보고했지만 아쉽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방혁신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일하며 AI 강군(强軍) 육성을 위해 당장 망 분리 정책 완화를 강조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윤 전 대통령도 해당 정책에 공감했다”고 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이 중심이 돼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지시했고, 지난 1월 23일에 ‘국가 망보안체계 보안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정원에서 이와 관련해 자체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큰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관련 정책도 오는 7월부터 정착시켜 나갈 예정이다. 김 교수는 “관계 부처는 망 분리 정책과 관련해 개선안을 다 냈지만 국방부는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올해까지는 국방망과 관련해 개선안을 내겠다고 했다”고 했다. 기자가 “작년에 국방AI센터도 추진되는 등 성과가 있지 않았느냐”고 변호하자 그는 “건물에 하드웨어와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있다고 해서 AI가 뚝딱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 교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국방정책이 논의되는 중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국방부가 지향하는 정책 방향성과 계획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계획만 잘 세우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또 “단순히 가시적인 성과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군 시스템과 구조 자체를 이제는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