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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포츠 소식

프로스포츠 세계의 ‘황당한 부상’ 이야기

글 : 이상희  월간조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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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적 우완투수 데이비드 콘, 어머니가 기르던 개에 오른팔 물려
⊙ LA다저스의 포수 엘리스,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투수를 끌어안고 기쁨을 만끽하다 벗어 놓은
    포수 마스크를 밟아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해 한달간 결장
⊙ 2005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보그스, 즐겨 신는 카우보이 부츠를 신으려 허리를
    구부렸다가 등 근육 늘어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는 2015년 9월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꼭 더 건강해져서 돌아오겠다’는 글과 함께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강정호 인스타그램
  강정호(28·피츠버그)가 쓰러졌다. 한국프로야구(KBO) 출신 ‘야수(野手)’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그는 지난 9월 시카고컵스와의 경기에서 2루를 향해 돌진하던 상대팀 주자와 충돌해 쓰러졌다. 왼쪽 무릎 측방 인대가 파열하고 정강이뼈가 골절된 강정호는 복귀까지 6~8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부상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래서 더 아프다. 혹자는 “부상도 경기의 일부이며 그래서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도 실력”이라고 한다. 강정호의 부상도 “피해 갈 수 있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운동선수들은 종목을 막론하고 늘 크고 작은 부상에 노출되어 있다. 이번 강정호의 경우처럼 경기 중에 발생하는 부상도 있지만, 때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부상’도 발생한다.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실제로 있었던 ‘황당한 부상’ 이야기를 모아 봤다.
 
 
  ‘개 때문이야!’
 
추신수의 팀 동료인 텍사스 투수 데릭 홀랜드. 그는 자신이 기르던 애견과 장난을 치다 부상을 당했다.
  198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투수 데이비드 콘(52)은 2003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94승 126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한 전설적인 투수였다. 우완투수였던 그는 올스타에 5회 선정된 것은 물론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공통된 염원인 월드시리즈 우승도 5번이나 차지했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1999년에는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 베이스에 진루시키지 않는 ‘퍼펙트게임(Perfect game)’도 달성했고,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 상도 수상했다. 투수로서 누릴 수 있는 명예는 모두 누린 셈이다.
 
  하지만 이런 콘도 뉴욕 양키스 시절에 황당한 부상으로 한 차례 선수생명의 위기를 겪었다. 그의 모친이 기르는 개를 돌보던 중 그 개에게 물린 것. 물린 부위도 하필이면 투구를 하는 오른손이었다. 양키스 구단은 콘을 부상자 명단에 올리면서 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당시 마이너리그 투수였던 올랜도 에르난데스(50)를 긴급 수혈했다. 콘의 부상으로 빅리그 데뷔 기회를 잡은 에르난데스는 그해 총 21경기에 등판해 12승 4패 평균자책점 3.13의 호투를 펼쳤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에르난데스는 콘이 부상에서 복귀한 뒤에도 계속 메이저리그에 잔류할 수 있었고 이후 둘은 양키스의 마운드를 책임지며 그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합작했다.
 
  추신수(33·텍사스)의 동료인 좌완투수 데릭 홀랜드(29)도 애견 때문에 부상을 당했다. 홀랜드는 2014년 1월 집에서 애견과 장난을 치던 중 그만 2층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져 무릎을 크게 다쳤다. 부상 전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수 승수를 거두며 텍사스의 차세대 에이스로 부상했던 홀랜드는 결국 수술대에 올랐고 그해 9월이 돼서야 필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무릎부상 이후 예전의 구위를 찾지 못한 홀랜드는 올해도 잔 부상에 시달리며 시즌 4승 3패 평균자책점 4.91로 부진했다.
 
  2000년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한 좌완투수 앨런 왓슨. 빅리그 통산 성적은 51승 55패로 뛰어나지 않았지만 왓슨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두 번이나 차지하는 등 짧고 굵게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왓슨은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 소속이었던 1998년 왼손으로 맥주병을 따다가 팔목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1997년 시즌 12승을 거두며 빅리그 전성기를 맞이했던 그는 이 부상으로 1998년 시즌 6승 7패에 그치고 말았다.
 
 
  재채기에 쓰러진 ‘거포’ 새미 소사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부문을 2연패했던 킴 클리스터스(32). 벨기에 출신인 그녀는 2012년 은퇴할 때까지 여자 프로테니스 스타로 군림했다. 단식은 물론 복식 세계 랭킹 1위도 그녀의 몫이었다. 2005년에는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Grand Slam)’도 달성했다.
 
  테니스 코트 위에선 무적이었던 그녀. 하지만 그녀도 전성기 시절 황당한 부상을 당해 6주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오픈’에 결장해야 했다. 2011년 4월, 클리스터스는 당시 운동복 대신 화려한 드레스와 하이힐로 불리는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사촌의 결혼식 파티에 참석했다. 하지만 평소에 안 신던 하이힐이 불편했던 걸까. 클리스터스는 발걸음을 옮기던 중 타인의 발을 밟으며 넘어졌고 이로 인해 발목부상을 당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외야수 새미 소사(47)는 메이저리그 거포로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소사가 자신의 전성기였던 1999년 현 LA 다저스 타격코치인 마크 맥과이어(52)와 벌였던 홈런 레이스는 아직도 많은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당시 맥과이어는 66개의 홈런을 친 소사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홈런(70개) 기록을 달성했다.
 
  맥과이어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소사는 빅리그에서 뛴 18년간 무려 609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한 시즌 평균 33.8개에 달하는 엄청난 기록이다. 소사는 장타력 외에 부상이 없는 선수로도 유명했다. 평소 자기관리가 철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그도 어처구니없는 부상을 당했다.
 
  2004년 5월, 당시 소사는 샌디에이고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원정팀 라커룸에 앉아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경기 전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소사는 담소 도중 재채기를 하기 시작했고 격렬한 재채기로 인해 등쪽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소사는 결국 그날 경기에 결장한 것은 물론 부상자명단에 올라 한동안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소사는 한 달 뒤에 필드에 복귀했지만 이후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나쁜 슬럼프(Slump)에 빠지며 그해 35개의 홈런을 치는 데 그쳤다. 소사가 1996년 이후 한 시즌 홈런 40개 이하를 기록한 것은 2004년이 처음이었다.
 
 
  환호가 몰고 온 부상
 
LA 다저스 포수 A. J. 엘리스는 동료 투수의 노히트노런을 축하해 주다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당했다.
  홈런을 흔히 야구의 꽃이라고 한다. 특히 9회말에 경기를 끝내는 홈런이 터지면 팬들은 물론 선수들마저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다. 이때 승리를 거둔 팀 선수들은 모두 홈플레이트로 몰려 나와 홈런을 친 동료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메이저리그 지명타자인 켄드리 모랄레스(32·캔자스시티)가 자신의 빅리그 첫 끝내기 홈런을 친 것은 LA 에인절스 소속이었던 2010년 5월 29일이었다. 그것도 만루홈런이었다. 당시 모랄레스는 1루와 2루 그리고 3루 베이스를 돌아 동료들이 모여 있는 홈플레이트를 향해 뛰어갔다. 홈에 다다른 모랄레스는 동료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홈을 밟은 후 점프를 했다. 하지만 착지하는 과정에 동료의 발을 밟은 그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방금 전까지 모랄레스의 얼굴에 피어 있던 미소는 이내 고통으로 변했다.
 
  발목이 골절된 모랄레스는 결국 그날 이후 시즌아웃된 것은 물론 다음해인 2011년에도 재활만 하는 등 근 2년간 필드를 떠나 있어야 했다. 모랄레스에게 생애 첫 끝내기 만루홈런의 대가는 가혹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다가 부상을 당한 경우는 또 있다. 류현진(28·LA 다저스)의 팀 동료인 포수 A. J. 엘리스(34)도 그랬다. 엘리스는 지난해 5월 25일 투수 조시 베켓(은퇴)이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하자 마운드로 달려가 그를 끌어안고 기쁨을 만끽하다 벗어 놓은 포수 마스크를 밟아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다. 엘리스는 이 부상으로 약 한 달간 필드를 떠나 있었다.
 
 
  ‘감히 나에게?’ 소송을 부른 부상
 
제레미 아펠트. 샌프란시스코 불펜투수인 그는 요리를 하다 칼에 베인 것은 물론 어린 아들과 포옹을 하려다 무릎을 다친 적도 있다.
  NFL(미국프로미식축구)에서 반칙이 발생하면 심판은 제기 모양의 깃발을 필드에 던져 경기를 중단시킨다. NFL 공격수였던 올랜도 브라운(작고)은 1999년 시즌 경기 중 심판이 던진 깃발에 눈이 찔리는 부상을 당했다.
 
  부상의 여파로 시력이 나빠지고 선수생명을 일찍 마감했던 브라운은 NFL을 상대로 2000만 달러(약 231억원)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공방을 벌이던 양측은 결국 브라운에게 500만 달러(약 58억원)를 지불하는 것으로 소송을 마무리했다. 키 2m, 몸무게 163kg의 거구였던 브라운은 은퇴 후 당뇨병으로 투병생활을 했고 2011년 41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NFL은 브라운의 부상 전까지 쇠구슬이 들어간 제기 모양의 깃발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후 유사한 부상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쇠구슬 대신 모래가 담긴 깃발을 사용한다.
 
  미국 스키 국가대표였던 린지 본(31)은 2010년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여성 스키선수로 명성을 떨쳤다. 2009년 월드챔피언십 스키대회 활강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그녀는 축하파티에서 샴페인 병뚜껑을 따던 중 알루미늄 재질의 병뚜껑에 엄지 손가락이 베이는 부상을 당했다. 본은 결국 남은 경기에 참가하지 못했다.
 
  2009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전 메이저리그 투수 애덤 이튼(38)도 본과 비슷한 부상경력이 있다. 이튼은 빅리그 풀타임 투수로 막 자리를 잡았던 2001년 평소 소지하고 다니던 주머니칼로 DVD 포장지를 개봉하다가 자신의 배를 찌르는 황당한 부상을 당했다.
 
  샌프란시스코 좌완투수 제레미 아펠트(36)도 일상생활에서 칼을 쓰다가 부상을 당한 전력이 있다. 그는 2011년 9월 자신의 집에서 요리를 하기 위해 냉동실에 보관해 놓은 햄버거용 고기 뭉치를 칼로 분리하려다 오른손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아펠트는 또 이듬해인 2012년 4월 귀가하여 현관에 마중 나와 있던 당시 4세의 어린 아들과 포옹을 하려고 급히 주저앉던 중 오른쪽 무릎을 크게 다쳤다. 이 부상의 여파로 아펠트는 수술대에 올랐고 부상에서 복귀한 지금도 항상 오른쪽 무릎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다닌다.
 
호쾌한 타격을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헌터 펜스. 그는 부상도 매우 호쾌하게 당한 전력이 있다.
  아펠트의 팀 동료인 외야수 헌터 펜스(32)도 일상생활에서의 부주의로 황당한 부상을 입은 전력이 있다. 펜스는 휴스턴 소속이었던 2008년 온수 욕조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고 있었다. 잠시 후 화장실에 가려던 그는 투명유리로 된 미닫이 화장실 문이 닫혀 있은 걸 인식하지 못하고 유리문을 들이받았다. 펜스는 충격으로 바닥에 쓰러졌고, 깨진 유리조각 때문에 손과 무릎 등에 자상(刺傷)을 입었다.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였던 산티아고 카니사레스(46)도 욕실에서 황당한 부상을 당해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전력이 있다. 카니사레스는 2002년 월드컵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운동을 마치고 욕조에서 면도를 했다. 그는 면도 후 얼굴에 바르려던 스킨로션 병을 실수로 자신의 발에 떨어뜨렸고, 이때 깨진 스킨로션 병 조각에 오른쪽 발 힘줄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샌디에이고 유격수 클린트 바메스(36)는 고기를 나르다가 중상을 당한 경력이 있다. 바메스는 콜로라도 소속이었던 2005년 팀 동료인 토드 헬튼(은퇴)이 사냥으로 잡은 사슴고기를 선물하자 이를 어깨에 짊어지고 나르던 중 계단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져 왼쪽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당초 바메스는 운전 중에 넘어져서 부상을 당했다고 했다. 하지만 훗날 이것은 혹시라도 고기를 준 동료 헬튼에게 누가 될까 봐 그랬던 것으로 밝혀졌다.
 
 
  禍를 다스리지 못해 발생한 부상
 
올 시즌 성적부진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한 카를로스 쿠엔틴. 그는 자신의 화를 다스리지 못해 부상을 자초했다.
  야구경기를 보면 이따금 타자들이 삼진을 당하거나 타석에서 공격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 배트로 그라운드를 내려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한국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에서 뛰며 많은 인기를 끌었던 외국인 타자 카림 가르시아(은퇴)는 자신의 허벅지로 배트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지난 5월 성적부진을 이유로 은퇴한 빅리그 외야수 카를로스 쿠엔틴(33). 그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이었던 2009년 타석에서 공격이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자 주먹으로 자신의 배트를 강하게 내리쳐 손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쿠엔틴은 당시 아메리칸리그 홈런부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부상으로 시즌 대부분을 부상자명단에서 보냈고 결국 홈런 21개로 시즌을 마쳤다.
 
  2011년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한 외야수 밀턴 브래들리(37). 그는 평소 필드에서 개인성적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로 평판이 좋았다. 하지만 타석에서 배트를 부러뜨리는 등 이따금 자신의 화(禍)를 다스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브래들리는 2007년 9월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당할 때도 자신의 화를 다스리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당시 그는 타격 후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했지만 심판이 아웃을 선언했다. 세이프라고 생각한 브래들리는 이내 1루심과 언쟁을 벌였다.
 
  브래들리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화를 다스리지 못하자 당시 샌디에이고 감독이었던 버드 블랙(58)이 필드로 달려와 브래들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블랙 감독이 후면에서 브래들리의 몸을 잡아 심판에게서 떼어 놓으려 할 때 브래들리의 무릎이 꼬이면서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결국 브래들리는 부상자명단에 올랐고 그해 시즌 잔여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팀의 주축타자였던 브래들리를 잃은 샌디에이고는 와일드카드로 진출한 포스트시즌에서 콜로라도에 패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순간의 화를 다스리지 못한 당사자 브래들리는 물론 팀에게도 큰 손실이었다.
 
  타자들뿐만 아니라 투수들도 자신의 투구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대량실점을 한 뒤 더그아웃에서 화를 분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프로야구 LG의 투수 봉중근(35)은 수년 전 투구내용이 불만족스럽다며 더그아웃에서 주먹으로 소화전을 가격했다가 부상을 당했다.
 
  메이저리그도 예외는 아니다. 올리버 페레즈(34·휴스턴)는 2005년 피츠버그 소속이었을 때 패전투수가 된 뒤 클럽하우스에서 세탁물을 담아 놓은 카트(Cart)를 발로 걷어찼다. 자신의 투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골절됐기 때문이다. 2004년 12승 10패 평균자책점 2.98의 호성적을 거뒀던 페레즈는 이 부상 때문에 2005년 단 7승 5패에 그쳤다. 평균자책점도 5.85로 매우 나빴다.
 
 
  ‘내 부상을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
 
  이따금 타인이 몰랐으면 하는 부상도 있다. 웨이드 보그스(57)가 그런 경우다.
 
  2005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보그스는 전설적인 타자로 통한다. 12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된 것은 물론 아메리칸리그 타격왕도 5회나 차지했다. 그는 빅리그 17년 통산 타율(0.328)도 높지만 그 어렵다는 3000안타(3010) 대기록도 달성했다.
 
  미국 네브래스카 주(州) 출신인 보그스는 농촌지역 출신답게 평소에 카우보이 부츠를 즐겨 신었다. 하지만 그는 이 부츠 때문에 부상자명단에 오르는 수모를 겪었다. 부츠를 신기 위해 허리를 구부렸다 갑자기 펴는 순간 등 근육이 늘어난 것.
 
  2011년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보스턴에서 은퇴한 J. D. 드류(40)는 안정된 수비력과 장타력이 돋보이는 내야수였다. 드류는 2004년 애틀랜타 소속이었을 때 팀에서 가장 많은 홈런(28개)과 타점(76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상 없이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올 시즌 호성적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말이 씨가 되었던 것일까. 드류는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몸을 풀기 위해 점프를 하다가 그만 머리를 더그아웃 천장에 부딪쳤다. 그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지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아픈 표정을 짓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감출 수 없었다. 드류는 결국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머리를 꿰매야 했고 15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197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1루수 조지 브렛(62)은 1993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오직 캔자스시티에서만 뛴 빅리그 프랜차이즈(Franchise) 스타로 유명하다. 빅리그 20년 통산 3할(0.305) 타자였던 그는 3000안타(3154개) 대기록을 달성했고, 1999년에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다.
 
  이런 브렛도 과거 현역 시절 지우고 싶은 부상전력이 있다. 때는 1980년 월드시리즈였다. 당시 브렛은 아메리칸리그 MVP(최우수 선수)로 선정되며 최고의 정규시즌을 보냈다. 월드시리즈만 제패하면 완벽한 시즌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브렛은 월드시리즈 2차전 6회 때 항문부위에 통증을 느껴 병원으로 후송됐다. 브렛은 다행히 치질수술을 받은 뒤 다시 팀에 합류했지만 결국 그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필라델피아에 내주고 말았다.
 
 
  김병현에게 혼쭐났던 켄트의 ‘이상한’ 부상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빅리그 외야수였던 모이시스 알루(49). 그는 휴스턴 소속이었던 1999년 시즌을 앞두고 트레드밀(Treadmill) 위에서 개인운동을 하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코미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알루의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진 것. 알루는 결국 1999년 시즌에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채 오롯이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메이저리그 내야수였던 제프 켄트(은퇴)는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평소 막말을 잘해 현역시절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됐던 그는 과거 LA 다저스 시절 콜로라도와의 경기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콜로라도 선수들을 ‘촌놈’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당시 콜로라도에는 한국인 투수 김병현(36·KIA)이 있었다.
 
  켄트의 인터뷰 다음날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1회초 다저스를 상대로 가볍게 2아웃을 잡은 뒤 후속타자로 나온 켄트의 옆구리에 강한 빈볼(Bean ball)을 던졌다. ‘촌놈’이란 표현에 대한 응징이었다.
 
  켄트는 2002년 휴스턴 소속이었을 때 “집에서 트럭을 세차하다가 손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고 구단에 보고했다. 하지만 휴스턴은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았다. 당시 휴스턴은 켄트를 영입할 때 그가 평소에 오토바이를 즐겨 탄다는 것을 알고 ‘계약기간 동안 오토바이를 타지 않겠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했다. 필드 밖에서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였다.
 
  휴스턴 구단은 켄트가 계약을 위반했는지 조사를 벌였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켄트의 말을 믿어 줬다. 하지만 켄트는 팬들에게 한동안 ‘멍청이’로 불렸다. 멍청이가 아닌 이상 세차를 하다가 팔목이 골절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기자가 만나 본 다수의 빅리그 선수들은 여가시간에 비디오게임을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NHL 스타 라이오넬 심슨(47)도 현역시절 비디오게임 마니아였다.
 
  그는 LA 킹스(Kings) 소속이었던 1991년 누구보다 더 비디오게임에 빠져 있었다. 심슨의 과했던 비디오게임 사랑은 그에게 손목인대 부상이란 달갑지 않은 선물을 줬고 결국 부상자명단에 올라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당시 NHL 팬들은 병원에 입원한 심슨에게 “비디오게임을 할 시간이 더 많아졌다”며 비아냥거렸다.
 
  메이저리그 투수였던 조엘 주마야(31)도 비디오게임 때문에 부상을 당한 전력이 있다. 2006년 디트로이트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빅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당시 그의 최고구속은 무려 104.8마일(169km)이었다.
 
  주마야는 2006년 디트로이트 불펜투수로 활약하며 평균자책점 1.94를 기록했을 만큼 쉽게 공략할 수 없는 투수였다. 당시 디트로이트는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라 월드시리즈 진출마저 노리고 있었다. 주마야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주마야는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ALCS를 앞두고 덜컥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이유는 과도한 비디오게임으로 인해 손목과 팔 부위의 인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후 주마야는 어깨와 팔목 등 잔 부상에 시달리며 예전과 같은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고, 2010년 시즌을 끝으로 짧았던 빅리그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왜’라는 호기심이 부른 부상
 
  호기심은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엉뚱한 호기심은 이따금 부상을 부르기도 한다. 마크 스미스(45)는 2004년 한국프로야구 한화에서 뛰었던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였다. 그는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소속이었던 1999년 에어컨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궁금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스미스는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통풍구 쪽에 자신의 오른손을 밀어넣었다가 끼이는 바람에 부상을 당했다.
 
  메이저리그 투수였던 스티브 스팍스(51)도 호기심 때문에 선수생명을 위협하는 부상을 당한 전력이 있다. 스팍스는 밀워키 소속이었던 1994년 스프링캠프 때 ‘동기부여’를 하는 강사가 강의도중 두꺼운 전화번호 책을 반으로 찢는 모습을 봤다. 강의가 끝난 뒤 ‘나도 할 수 있을까’란 호기심이 발동한 스팍스는 전호번호 책을 들고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전화번호 책은 찢어지지 않았고 스팍스의 어깨만 탈구(脫臼)됐다.
 
  케빈 밋첼(53)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외야수였다. 타격실력이 좋았던 그는 내셔널리그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한 것은 물론 1989년 내셔널리그 MVP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월드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평소 달콤한 도넛(Donut)을 좋아했던 밋첼은 현역시절 냉장고에 보관했던 도넛을 데우기 위해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잠시 후 도넛을 꺼내 한입 베어 문 밋첼은 달콤함 대신 심한 통증을 느꼈다. 도넛을 너무 오래 데운 탓에 도넛이 돌처럼 딱딱해졌기 때문이다. 앞니 한 개가 부러진 밋첼이 부상자명단에 오른 것은 당연하고 그 후론 절대 도넛을 데워 먹지 않는다고.
 
  전 메이저리그 내야수였던 브랫 바베리(48)는 평소 좋아하던 매콤한 맛 때문에 부상을 당했다. 바베리는 멕시코 음식인 나쵸(Nacho)를 즐겨 먹었는데 하루는 경기 전 나쵸에 핫소스를 듬뿍 뿌려 먹었다. 잠시 후 바베리는 손에 핫소스가 묻은 걸 잊고 그 손으로 눈을 비볐다. 핫소스가 눈에 들어갔으니 눈에 불이 난 것은 당연지사. 바베리는 그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물론 그 후로는 절대로 나쵸에 핫소스를 뿌려 먹지 않는다고 한다.
 
 
  총기사고가 부른 부상과 징역살이
 
  NFL 선수였던 플랙시코 버레스(38)는 전도유망한 미식축구선수였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이 그를 전과자로 만들었다.
 
  버레스는 뉴욕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2008년 11월 뉴욕 시내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에 갔다. 당시 헐렁한 청바지를 입었던 그는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있었다. 클럽에서 유흥을 즐기던 그는 권총이 흘러내리는 것을 감지하고 총을 끌어올리려다 실수로 방아쇠를 당겨 자신의 허벅지에 총상을 입혔다.
 
  병원으로 후송된 버레스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총기소지가 문제가 됐다. 당시 버레스는 뉴욕 시에서 발급한 총기소유 면허가 없었다. 특히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일반인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프로미식축구 스타가 공공장소에서 총기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이 논란을 가중시켰다.
 
  재판에 회부된 버레스는 결국 불법무기소지 혐의가 적용돼 징역 2년에 보호감찰 2년 형을 선고 받았다. 뉴욕 자이언츠 구단은 버레스를 즉각 방출했고, 버레스는 20개월을 복역한 뒤 가석방됐다.
 
 
  다리미 때문에…
 
잘생긴 외모만큼이나 야구실력도 뛰어난 투수 콜 해멀스. 그는 과거 싸움을 말리다 팔이 부러진 전력이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로 군림했던 존 스몰츠(48).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을 만큼 현역시절 빼어난 투구를 펼쳤던 그도 한 가지 소문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평소 빼어난 야구실력만큼이나 외모에도 신경을 썼던 스몰츠는 바지나 셔츠를 항상 다려 입었다. 스몰츠는 1990년 시즌 중에 다림질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셔츠를 입은 상태로 다림질을 했다고 한다. 뜨거운 다리미의 열기가 피부에 전해진 것은 당연지사. 소문에 의하면 스몰츠는 이때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사자인 스몰츠는 아직도 그 소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다리미 때문에 화상을 입은 선수는 또 있다. 전 메이저리그 투수였던 브라이언 앤더슨(43)이다. 그는 애리조나 소속이었던 2002년 시즌 중 자신의 바지를 다리기 위해 다리미를 꺼내 들었다. 잠시 후 앤더슨은 다리미의 온도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턱 부위에 다리미를 가져다 댔고 결국 화상을 입었다.
 
  앤더슨의 황당했던 부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앤더슨은 그해 선발등판이 예정되어 있던 경기에서 어깨통증으로 등판이 취소된 적도 있다. 경기 당일 택시를 타고 야구장에 온 앤더슨은 택시 뒷자리에 앉아 왼손을 좌석 위에 20분 넘게 걸치고 왔는데 이 때문에 왼쪽 어깨가 저리고 탈이 났던 것.
 
  올 시즌 필라델피아에서 텍사스로 트레이드된 콜 해멀스(31). 좌완투수인 그는 2008년 포스트시즌에 5번 선발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80의 호투를 펼쳐 필라델피아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해 해멀스는 NLCS(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와 월드시리즈 MVP까지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투수 중 한 명으로 군림한 해멀스도 과거 황당한 부상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2005년 시즌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어느 날, 해멀스는 술집에서 일어난 싸움을 말리다가 왼쪽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그해 시즌을 통째로 날리고 말았다. 해멀스는 과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날 이후 싸움을 말릴 일이 있으면 몸이 아닌 점잖게 말로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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