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륙세력 중국과 해양세력 미국의 충돌은 이미 시작
⊙ 9大 비대칭 위협 등 북한위협 억제 위해 韓美동맹 필요
⊙ 中, 북한 두둔하다가 韓美ㆍ美日동맹 강화, 反中감정 조장 등 전략적 손실 입어
金泰宇
⊙ 1950년생.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美 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국방현안위원장 역임. 現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 저서: <한국핵은 왜 안 되는가> <북핵 감기인가 암인가> <미국의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
(공저).
⊙ 9大 비대칭 위협 등 북한위협 억제 위해 韓美동맹 필요
⊙ 中, 북한 두둔하다가 韓美ㆍ美日동맹 강화, 反中감정 조장 등 전략적 손실 입어
金泰宇
⊙ 1950년생.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美 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국방현안위원장 역임. 現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 저서: <한국핵은 왜 안 되는가> <북핵 감기인가 암인가> <미국의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
(공저).

- 한ㆍ미 연합훈련에 대한 중국의 반발에서 촉발된 미ㆍ중 간 신경전은 남중국해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 7월 26일 중국 해군이 남중국해상에서 실탄 군사훈련 중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마음고생은 심했다. 중국은 7·9 의장성명 직후부터 천안함 사태는 마무리된 것이니 6자회담 국면으로 넘어가자는 입장을 밝혔고, 북한도 이에 동조했다. 6자회담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한 북·중(北中) 외교합작이었다. 국내에서도 ‘출구(出口)전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남북긴장을 풀 조치들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군사훈련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도 포함되었다. 한미(韓美) 군사훈련은 중국을 자극하여 동북아(東北亞)에 신냉전(新冷戰) 구도를 촉발할 것이며 한국을 미·중(美中) 간 갈등구도 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라는 논지였다.
9大 비대칭 위협
그러나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비난들은 당치 않다. 북한이 천안함 공격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중국이 대북규탄에 동참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군사훈련은 필요한 수순이며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도 당연하다. 7월 15~28일간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 해군훈련은 천안함 사태가 노정한 비(非)대칭 위협들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안보에 있어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는 것은 ‘발등의 불’이다.
현재 남북한 간에는 9대 분야에 걸쳐 심각한 비대칭 위협이 존재한다. 병력규모, 핵(核)무기, 미사일, 장사정포(長射程砲), 잠수함, 특수전부대, 전략, 무형(無形)전력, 사이버 등이 그것이다.
이 중에는 구조적으로 비대칭을 피할 수 없는 것들도 있고, 한국이 노력하면 해소할 수 있는 비대칭도 있다.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한 이단아 국가로서 핵무기 개발에 진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인 한국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장사정포 문제도 비슷하다. 야포들의 사정거리 이내에 서울을 포함하여 ‘값나가는’ 목표들이 즐비한 북한의 경우와는 달리, 한국 야포들의 사정거리 이내에는 목표물들이 많지 않다. 휴전선을 사이에 둔 남북 간 야포의 비대칭성은 지리지형적 여건 때문에 불가피하다. 사이버상의 비대칭성도 구조적으로 한국에만 불리하다. 남한에는 북한이 침투하여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이 있지만, 북한에는 그런 사이버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비대칭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아무리 많은 탱크들을 보유하고 있어도 그것들을 제압할 수 있는 공중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무서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 잠수함의 경우도 그러려니 했다. 북한이 아무리 잠수함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우수한 수상함 체계로 이를 탐지·격파할 수 있으면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천안함 피격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며, 그렇다면 적어도 안보차원에서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섣부른 출구전략은 위험
한미 해군훈련은 바로 이런 북한의 위협을 억제·대처하는 훈련이었다. 대(對)잠수함 훈련이 중시된 것은 당연하며, F-22 전폭기들이 훈련에 참여한 것은 비밀스럽게 북한에 침투하여 북한 지도부를 정밀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었다. 대특수전부대 훈련은 북한이 두 개의 해상저격여단과 이를 수송할 수 있는 다수의 침투수단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식한 훈련이었다. 한국에 있어 이런 훈련을 통해 ‘도발 불용’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시급했다.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과시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였다. 이 훈련에 참가한 미국에는 북한의 도발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것 이외에도 대중(對中)견제, 미·일(美日)동맹 강화 등 좀 더 복잡한 계산들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북한에 의미 있는 경고 메시지를 발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대북 물리적 수단들을 보유한 미국과의 합동훈련이 필요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메시지를 평양에 보내기 위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당면한 안보국익이었다.
북한이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나오고 중국이 이런 북한을 두둔하는 등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사회가 때아닌 ‘출구전략’으로 왈가왈부한다면, 발등의 불을 끄고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는 정부의 모습은 우스운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을 가볍게 보도록 만들고 군사도발을 반복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가지게 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이런 식의 경솔한 대응은 ‘절망적인 남북관계’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이 도발을 하면 과거 선거에서 한국의 유권자들은 안보를 중시하는 세력에 표를 몰아주었다. 지금은 그 반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일부 병사들이 집에 전화를 걸어 “엄마, 전쟁이 나면 나는 죽어”라고 하소연을 했고 이를 들은 부모들이 야당에 투표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는 물론 일부 병사에 대한 소문일 뿐이지만, 만약 북한의 무력도발이나 위협이 한국의 유권자들에게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선호하는 세력을 투표하게 만드는 것으로 정착이 된다면 향후 상호호혜적 남북관계는 사실상 물 건너가는 일이 되고 만다. 이런 패턴이 정착된다면 남한이 가진 대북 지렛대는 무력화(無力化)할 것이고, 북한은 대남협박을 즐기게 될 것이며, 북한은 무제한적으로 대북굴종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비판자들의 얘기에도 경청해야 할 대목이 많다. 동북아(東北亞)에 새로운 대결구도가 부상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원칙적으로 옳은 것이다. 출구전략 역시 여건성숙의 문제일 뿐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나 한미동맹에만 올인하면 원만한 한중(韓中)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데 애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천안함 이후 지금까지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에게 최대의 마음고생을 안겨준 것이 중국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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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실시된 한미연합 해군훈련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이었다. |
중국은 역시 북한의 혈맹
중국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끝내 수긍하지 않았다. 어뢰에 맞아 침몰한 함정을 인양한 것은 세계 전쟁사에 유례없는 일이고, 공격어뢰까지 찾아낸 것은 더욱 그러하다. 누가 천안함을 공격했는지가 뻔한 상황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증거까지 제시되었지만 중국은 끝내 한국의 손을 들어 주지 않았다.
유엔에서도 그랬다. 안보리가 채택한 의장성명은 천안함 사태를 ‘공격에 의한 침몰’로 규정하면서도 공격주체를 명시하지 않았고, 공격을 ‘개탄(deplore)’하고 ‘규탄(condemn)’한다면서도 대상을 밝히지 않았으며, 심지어 “북한의 입장에 유의한다(take note of)”는 표현까지 포함시켰다. 그러고는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는 어정쩡한 표현으로 끝맺고 있다.
의장성명이 북한을 지칭하지 못하도록 막은 장본인은 물론 중국이었다. 의장성명 직후 북한의 신선호 유엔주재 대사가 자신들의 외교적 승리라고 주장한 것은 당연하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의장성명이 사실상 북한을 도발국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의미 있는 성과’일 수 있지만, 어쨌든 중국의 이러한 역할은 한국정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한미 해군훈련과 관련한 중국의 태도는 한국민들의 더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중국은 한미 해군훈련을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세 차례나 자체 해군훈련을 실시하여 맞불을 놓았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7월 6일자에서 “한미 해군훈련은 중국안보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기에 한미 양국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중국군의 싱크탱크인 군사과학원의 뤄위안 소장은 TV에 출연하여 “미국 항공모함이 황해에 들어오면 이를 살아 있는 표적으로 삼아 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의 반대로 인하여 한미 훈련은 수차례 연기되었고 훈련해역도 서해에서 동해로 바뀌었다.
중국의 북한 편향적 행동들을 지켜보면서 많은 한국 국민은 중국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중국이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수긍하지 않고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를 가로막는 것을 보면서 북한과 중국이 여전히 순망치한(脣亡齒寒)의 혈맹(血盟)관계에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고, 연(年) 1500억 달러의 교역량과 500만명의 인적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경제파트너인 한국에 대해서는 정냉경열(政冷經熱)의 원칙, 즉 ‘정치는 차갑게 경제는 뜨겁게’라는 원칙이 지켜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중국의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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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속한 경제발전에 힘입어 중국군은 국방비도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 |
이제 때가 된 것인가. 30년 이상 고속성장을 지속해 온 경제대국 중국이 드디어 칼집에서 칼을 뽑아 들고 할 말을 하는 정치군사 강국으로 탈바꿈하여 세상의 중심에 서려는 것인가. 중국의 행동을 보면서 한국의 전략가들은 이런 저런 상념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고심을 자아낸 것이 ‘미·중갈등의 가시화’였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 주도 단극(單極)시대의 마감을 주장하면서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면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무엇인가. 수천 년 역사를 통해 무수히 중국대륙으로부터 침탈을 받아 왔던 한국은 미·중 각축시대를 맞이하여 어떤 생존전략을 가져야 하는가.
엄밀히 말해,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동맹의 결속이나 한미 해군훈련이 미·중 갈등구도를 촉발한다는 분석은 맞지 않다. 국제정치학자들은 향후 중국의 행보를 예상함에 있어 두 가지 이론을 동원한다.
현실주의(realism) 이론에 따르면 과거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랬듯 중국도 국력이 신장하고 정치군사적 힘이 커지면 거기에 비례하여 영향력을 추구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지역패권과 세계패권을 노리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반면, 제도주의(institutionalism) 이론에 의하면 중국이 성장할수록 국민의 삶의 질(質)을 높이는 데 신경을 쓰게 되고 이는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협력을 통해 가능하므로 국제적 규범을 지키면서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행동하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중국이 현실주의 정치학자들의 예상대로 간다면 한국과 같은 주변국에는 ‘위기와 도전’이 될 것이며, 반대로 제도주의 학자들의 예상이 맞는다면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키우면서 공생공영을 추구할 수 있는 거대한 파트너가 될 것이므로 ‘기회’로 다가오게 된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상을 ‘도전이자 기회’라는 말로 표현한다.
현재로서 중국의 미래행보를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최근의 행보들은 심상치 않다. 공산당이 중국대륙을 석권한 직후인 1951년 티베트를 합병한 것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자치를 원하는 신장위구르에 대한 최근의 무자비한 진압, 주변 도서(島嶼)들을 둘러싼 주변국과의 갈등, 최근 부쩍 가시화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 노력과 해군세력의 증강, 고구려의 역사를 송두리째 중화(中華)의 테두리 내로 편입시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등을 종합해 본다면 중국이 현실주의 학자들이 예상하는 대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들이 중심이 되고 있는 현재의 단극적 국제질서(unipolar system)을 유지하려는 글로벌 파워인 미국과의 상충(相衝)이 불가피하며, 지역패권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일본과의 신경전도 피할 수 없다.
이런 그림에서 본다면, 대륙세력으로서 해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과 해양세력으로서 대륙세력의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일과의 상충은 이미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중갈등은 천안함 사태와 같은 지엽적인 사건과 무관하게 국제질서의 재편 차원에서 진행되어 온 거대현상이라 할 수 있다. 천안함 사태는 이러한 갈등구조를 가시화시킨 계기일 수 있으나, 그 갈등구조를 배태시키는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聯美通中
결론부터 말해, 국가생존을 위한 한국의 전략은 연미통중(聯美通中)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 있어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최대의 전략적 자산이자 손자병법(孫子兵法)이 말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 전략이다. 영토적 확장보다는 영향력을 원하는 먼 나라의 힘을 이용하여 주변 강대국의 직접지배나 영토적 야욕을 견제함으로써 독립을 유지한다는 것은 모든 약소국(弱小國)들에 있어 만고불변의 생존전략인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동맹이 곧 적대적인 대중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중 양국은 수천 년 역사를 통해 아시아적 문화와 전통을 공유해 온 인근국이며, 경제적으로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호의존 관계에 돌입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3위 교역 대상국이자 2위 수입대상국이며, 4위의 수출시장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수출시장이며, 최대 무역 흑자국이자 최대 해외투자 대상국이다. 최근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힘입어 중국의 정치·외교적 위상은 나날이 제고되고 있다. GDP 세계 3위, PPP 세계 2위, 지난 5년간 GDP 성장률 평균 10.52%, 5년간 국방비 증가율 19.85% 등 각종 수치들을 보더라도 중국의 성장은 놀랍다.
게다가 양국 간에는 동북공정, 탈북자, 해상 불법조업, 황해 오염, 황사, 대륙붕, 한국의 미국 미사일 방어(MD) 참여 여부 등 민감한 미결사안들이 잔존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생존을 위해서라도 중국과 더 많이 교류하여 경제적 공동이익을 나누고 문화적 동질성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연미통중 전략을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야 말로 한국 외교가 짊어진 최대의 과제이다. 미국에는 한국이 경제교류와 문화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가급적 비적대적인 한중관계를 모색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를 인정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중국에는 한미동맹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입장을 이해시켜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관계로 빠져들수록 한국의 이러한 생존전략은 어려워지고, 상호모순적인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것이 된다. 말로는 미·중 간 갈등관계가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하지만, 한국의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이 국제정치고 외교다.
美中 각축은 美蘇 냉전과는 다를 것
예부터 힘과 수단을 가진 강대국은 간명한 외교를 펼칠 수 있었지만,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약소국들의 외교는 복잡하고 모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친청(親淸), 친로(親露), 친일(親日)로 쪼개졌던 구한말 조선의 외교정책을 상기할 필요도 없이 누구나 알고 있는 국제정치의 진리이다.
약소국들에 있어 현실주의적 이론에 근거한 국제정세 전망은 언제나 우울한 내용들이 많다. 주변 강대국들에 비해 상대적 약소국인 한국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위안이 될 만한 요인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첫째, 미·중 간 각축구도가 부상한다고 하더라도, 과거 미·소(美蘇)냉전 시대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구(舊)냉전시대 동안 동서진영은 상호간 경제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오로지 이념적·군사적·정치적 대결에 몰두했었지만, 미국과 중국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지금은 양국 간 다양한 대화채널이 열려 있는 데다가 경제적 상호의존성으로 인해 상호파괴적(相互破壞的)인 적대관계로 돌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6자회담을 둘러싸고 가시화되곤 하는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의견대립이 북방삼각형과 남방삼각형 간의 대립구도로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과거와는 같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여섯 나라 간에는 복잡한 경제관계가 구축되어 있으며, 갈등을 회피·조정하는 다양한 창구들이 열려 있다.
둘째, 중국 내부에도 제도주의적 행보를 요구하는 요인들이 많아, 중국이 반드시 과거 패권국들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단정할 필요가 없다. 중국에는 ‘3E’로 불리는 과제들이 있다.
우선, 고속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균형발전(equitable development)을 이루어야 한다. 도농(都農 )간, 연안-내륙 간, 그리고 빈부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뜻이다. 환경문제(environmental problem)도 극복해야 한다. 중국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과 같이 전산업에 걸쳐 고속성장을 지속한다면 반드시 맞닥뜨려야 할 문제가 바로 환경문제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인권, 민주화, 참정권 등을 요구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므로 정치발전(evolution of political system)도 피할 수 없다.
이 중에는 외부세계와의 협조를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는 과제들이 많으며, 정치발전을 요구하는 내부 목소리도 중국을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中, 北 두둔하다 전략적 손실
한중관계에 있어서도 그렇다. 한미동맹에 대한 중국의 부정적 인식, 동북공정에서 보듯 역사 인식에 있어서의 차이점, 한국의 미국 미사일 방어(MD) 참여 여부와 같은 군사적 민감사항, 북핵에 대한 인식 차이 등 많은 미결 이슈들이 잔존하지만, 그래도 양국의 압도적인 관심사는 ‘경제관계 심화를 통한 공동이익 증진’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한국이 한중관계를 현명하게 관리해 나간다면 천안함 사태 이후 중국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행동으로 인한 양국 국민 간 미묘한 감정적 상충도 치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천안함 사태가 한중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을 두둔함으로써 많은 것을 잃었다.
한미동맹의 강화나 미·일동맹의 재결속은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적지 않은 전략적 손실이라 할 수 있다. 막연하게나마 중국을 가까운 경제파트너로 생각해 온 많은 한국 국민이 중국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도 중국의 손실이며,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이 저지른 불의(不義)를 덮어 주기 위해 비토권을 남용하는 이미지를 남긴 것도 상처일 것이다.
중국이 진정 도덕적 파워까지 겸비한 지도국으로 부상하기를 원한다면 이런 행동을 보여서 이로울 것이 없다는 점을 베이징의 지도부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정부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스스로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이런 내부논의를 벌이는 것은 중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며,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천안함 사태를 겪고 이후의 상황을 목도하고 있는 한국에 있어 당장 필요한 것은 완급(緩急)과 경중(輕重)을 구분하는 지혜일 것이다.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처하고 안보공백을 막는 일은 아무리 서둘러도 나쁘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은 당장의 안보공백을 메우기 위한 다급하고 중요한 과제였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출구전략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서두르면 더 많은 것을 잃게 되어 있다. 출구전략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북관계를 경시하는 것으로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천안함 출구전략 서두르지 말아야
북한이 도발을 저지를 때마다 한국이 신속한 남북관계 회복에만 연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이 전쟁공포를 느끼고 허겁지겁 북한 달래기를 주문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또는 남한사회가 번번이 양분되어 보혁(保革)논쟁 속으로 빠져든다면, 한국은 김정일 집단이 ‘공갈과 협박’으로 통제할 수 있는 나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북한에는 ‘꽃놀이 패’가 되는 셈이다.
건전한 남북관계를 구축하기를 원할수록 도발을 당하면 맞대응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손실과 불편’이 수반된다는 사실은 증명해 주어야 한다. 1970년대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1980년대 아웅산 폭탄테러, 대한항공 민항기 폭파 테러 등 끝없이 이어지는 북한의 도발을 겪어 온 대한민국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물론, 천안함 사태 이후 중국의 행보를 보면서 향후 동북아의 국제질서를 조망하고 대처하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좀 더 시간을 갖고 국제정치의 큰 흐름 속에서 진중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