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은 명예, 모욕과 같은 추상적 개념이 아닌 그 표현과 발언이 미칠 해악을 구체적으로 상정
⊙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특정 국가 또는 특정 국가의 국민이나 특정 인종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내지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모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 “‘특정 국가’에 대한민국이 포함되면 유신 체제 ‘국가모독죄’의 반복 입법”
⊙ “독일 형법, 이번 법안과 차원이 다른데 공부 좀 하시라”
⊙ 대표 발의자는 무응답, 발의자 중 한 의원은 기억도 못 한 법안
⊙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특정 국가 또는 특정 국가의 국민이나 특정 인종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내지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모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 “‘특정 국가’에 대한민국이 포함되면 유신 체제 ‘국가모독죄’의 반복 입법”
⊙ “독일 형법, 이번 법안과 차원이 다른데 공부 좀 하시라”
⊙ 대표 발의자는 무응답, 발의자 중 한 의원은 기억도 못 한 법안

-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2022년 2월 9일 서울 명동 주한 중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반중집회. 사진=조선DB
앞서 11월 4일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0명(양부남·이광희·신정훈·박정현·윤건영·이상식·박균택·허성무·서영교·권칠승)과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형법 제307조의 2(특정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 및 제311조의 2(특정 집단에 대한 모욕)를 신설하는 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특정 국가 또는 특정 국가의 국민이나 특정 인종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내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같은 범위의 대상에 대한 모욕 역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나아가 명예훼손에 대해선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 모욕에 대해선 친고죄(親告罪) 규정도 배제했다.
차진아 교수는 이 법안에서 가리키는 ‘특정 국가’에 대한민국이 포함되는지조차 명확지 않으며, 외국의 유사 입법례를 참고했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조문이 단순하고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양부남(楊富男) 민주당 의원에게 12월 8일 질의를 보냈지만 양 의원은 메시지를 읽고 답변하지 않았다.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민주당 의원 4명과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고, 이 중 한 의원과 통화했지만 이 의원은 법안의 내용을 기억조차 하지 못 했다.
“일단 던지고 보는 건가”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조선DB우선, 법안의 내용은 간단하다. 허위 사실을 적시해 특정 국가와 국민, 인종의 명예를 훼손·모욕하면 형사 처벌한다는 두 개 조문을 현행 형법에 신설한다. 여기서 어떠한 표현이 특정 국가와 민족, 인종에 대한 명예훼손인지는 일절 단서가 없다.
판례에 따르면, 그간 특정 집단을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할 만한 표현을 했을 때 이를 처벌하기 위한 ‘피해자 특정’ 요건을 뒀다. 여기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다수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는 어떤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해 그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피해자는 특정한 것임을 요하고, 다만 서울시민 또는 경기도민이라 함과 같은 막연한 표시에 의해서는 명예훼손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시(99도5407)한 바 있다. 법원은 경기도민이나 서울시민도 “막연한” 대상이라고 봤는데, 민주당이 낸 법안에 따르면 이 범위는 국가 단위로 확장된다.
이번 법안은 2025년 11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아직 법제처를 거치지 않았고, 하위 법령을 마련해 구성 요건을 구체화하는 등 추후 보완 가능성이 열려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차진아 교수는 이렇게 반박했다.
“구성 요건의 본질적인 사항을 (하위 법령에) 위임하는 것 자체가 위헌입니다. 그렇게 무책임하게 입법하면 안 되죠. 법률안 자체를 만들 때부터 충분한 연구를 거쳐서 완성도 높은 법안을 내야죠. 일단 던지고 본다는 생각으로 법안을 내기 때문에 의원들의 입법이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 겁니다.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나치 겪은 독일조차 훨씬 엄격한 처벌 요건 둬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이번 법안을 대표 발의한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11월 7일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이 입법 취지를 사실과 다르게 곡해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대목과 관련해 차진아 교수는 양 의원이 예시로 든 독일의 사례를 연구, 논문으로 작성한 바 있다. 차 교수는 독일 형법 번역본을 가져왔다.
독일은 명예, 모욕과 같은 추상적 개념이 아닌 그 표현과 발언이 미칠 해악을 구체적으로 상정해서 법문에 기재해 놨다. 예컨대 위헌 조직 및 테러 조직의 선전물 반포(제86조), 위헌 조직 및 테러 조직의 표시 사용(제86조a), 국민 선동(제130조), 범죄 조장(제130조a), 폭력 묘사(제131조) 등이 있으며 적용 대상인 인적 또는 물적 개념을 명시한 조항(제11조)도 있다.
이처럼 모든 조항은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구분할 수 있게 지목하고 있다. 특정 집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면 처벌한다고 몇 줄 찍 덧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다. 이번 법률안과 비교 가능한 독일의 형법 조항은 여러 가지였지만 내용상 가장 맞닿아 있는 조항 하나만 비교해 봐도 명확성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차진아 교수는 “조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 독일의 경우 나치 독재와 전체주의를 겪은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일정한 표현을 제한·처벌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법안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식으로 포괄적으로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독일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에도 증오심을 선동하거나 폭력적, 자의적 조치를 촉구하는 행위를 처벌할 뿐 혐오하는 표현을 썼다는 것 자체로 처벌하지는 않는다. 공부 좀 하고 법률안을 만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사회적 평가를 낮추는 행위인데, 국가나 국민 등에 대해서 단순히 명예 감정을 훼손했다고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법안 통과되면 그 즉시 위헌”
이 법안의 추상적인 문구로 인한 문제는 또 있다. 법안에서 가리키는 ‘특정 국가’에 대한민국이 포함되는지 여부다. 특정 국가 또는 집단에 대한민국이 포함되면 1988년 12월 31일 폐지된 형법 제104조의 2(국가모독)의 반복 입법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1975년 유신 체제 당시 신설된 국가모독죄는 “대한민국 또는 헌법상 국가 기관에 대하여 모욕, 비방, 사실 왜곡, 허위 사실 유포 또는 기타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 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행위”를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5년 이 조항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기타 방법’ 및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위신’ 등과 같은 개념은 불명확하고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위헌 결정(2013헌가20)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이때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갖는 가치에 비춰볼 때,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매우 중대해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얻고자 하는 공익과 보호 법익이 뭔지”
차 교수는 이번 민주당의 법안을 처음 봤을 때 ‘특정 국가’에 대한민국이 포함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조문만 봤을 땐 특정 국가에 대한민국이 포함될 여지가 있다고도 했다. 이번 법안에서 죄가 성립하는 행위, 주체, 장소, 그리고 객체까지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차 교수의 계속된 얘기다.
“이 법안엔 특정 국가, 특정 국가의 국민, 특정 인종에 대한 제한이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형법의 일반적인 적용 범위는 대인고권(對人高權·영토를 넘어 국민을 지배하는 권력)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 외국에서 행한 행위를 포함합니다. 다시 말해 ‘헬(hell) 조선’과 같은 자국 비하 표현을 해도 처벌되는 조항일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대한민국을 모욕해도,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자국을 모욕해도 처벌 대상이 되는 겁니다. 조문 그대로 읽으면 결국, 무한 확장 가능한 조항입니다. 그래서 헌재도 국가모독죄(형법 제104조의 2)를 위헌이라고 봤고, 따라서 이번 법안은 유신 체제를 지탱하기 위한 악법을 반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집단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모욕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지금 중국을 모욕한다고 범죄 성립이 안 되는 것처럼요. 그런데 이 법안은 그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건데,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공익과 보호 법익이 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 만약 이 법안이 통과돼서 입법이 완료된다면….
“바로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겁니다. 법조인의 양심을 따른다면 위헌 결정을 안 내릴 수 없어요. 만약 합헌 결정이 나온다면, 그런 헌법재판소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 국내에서 정치적 이유 등으로 망명을 온 사람이 고국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곤 하는데요.
“그들도 처벌할 수 있는 거예요.”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
〈일례로 2025년 10월 3일 있었던 개천절 혐중(嫌中) 집회에선 집회 참가자들이 ‘짱개, 북괴, 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어서 빨리 꺼져라’라는 내용이 포함된 일명 ‘짱깨송’을 부르면서 각종 욕설과 비속어를 난발하고 국정자원관리원 화재에 중국인 개입, 부정선거 중국 개입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특정 국가와 특정 국민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일삼았다.〉
이 법안 속 500자 남짓한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의 일부다. 차진아 교수는 “이런 걸 어떻게 처벌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차 교수는 “독일의 경우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로 이어가거나 선동하기 위해 폭력 또는 대중의 자의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국민 선동을 처벌한다. 특정 국가에 대한 단순 평가 절하만으로는 처벌하지 않는다”며 “이는 나치의 출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은 중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국내 집회를 예시로 들고 있다. 발의자들은 이를 ‘혐중 집회’로 규정하고 있으며 의안 원문엔 국내 반미(反美) 집회 등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을 겨냥한 집회에 대해선 예시를 들거나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을 겨냥한 집회가 고조되는 시기에 법안이 급히 나온 걸 고려했을 때, 중국과의 관계를 우려해서 입법을 통한 일종의 애드벌룬을 띄운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할 만한 정부와 여당의 반응도 전해졌다. 2025년 11월 7일 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여권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외교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에 입법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차 교수는 한숨을 쉬었다.
“외교 문제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을 이렇게 짓밟아도 됩니까? 외교 문제가 발생하는 게 두려워서 국민의 입을 막겠다는 겁니까? 그런 국가는 필요 없는 것 아닌가요. 그런 국가 기관은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국가의 존립 목적이 뭡니까. 외국을 더욱 두껍게 보호하려고 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입니까, 다른 나라 국회의원이지. 누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