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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남현희-전청조 사건으로 본 로맨스 스캠의 세계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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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 범죄, 하루에 917건 넘게 일어나
⊙ 여성 사기범들 잡고 보니, 전과 9범 이상이 많고 50대에 사기 행각 많이 벌여
⊙ 20년간 여자 행세하며 가짜 출산까지 한 중국 스파이 스페이푸, 전청조와 판박이
⊙ 사기꾼에게 걸려들지 않을 수 있는 세 가지 방법
사진=조선DB
  사기꾼은 늘 흥미롭다. 정확히 말하면, 사기꾼들이 벌이는 범죄의 모든 페이지엔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흥미롭게 압축되어 있다. 욕망, 사랑, 약점, 조종, 절망, 우리가 무엇을 갈구하고, 급소는 어디인지 사기 범죄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
 
  지난 10월 23일 《여성조선》이 남현희-전청조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후 한 달여간 대한민국은 전청조 이슈가 지배했다. 급기야 무성(無性) 임신, 고환 이식까지 등장하면서 거의 초(超)자연적 주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I'm 신뢰예요, Next time에 놀러 갈게요’처럼 쉬운 단어만 영어로 쓰는 일명 ‘휴먼청조체’가 대대적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평범한 소녀가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기 용의자가 되기까지 어떤 길을 걸어온 걸까. 과연 전청조가 특이한 경우일까.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내는 〈분기별 범죄동향 리포트〉와 대검찰청의 〈2022 범죄분석〉을 통해 사기꾼은 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그려보자.
 
 
  사기 범죄, 하루 평균 917건 발생
 
  사기는 형법에서 ‘재산범죄’로 분류된다. 재산범죄는 타인의 재물을 빼앗거나 불법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얻는 걸 뜻한다. 살인 등 흉악범죄나 폭력범죄 등을 제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범죄다.
 
  재산범죄에는 절도, 장물, 사기, 횡령, 배임, 손괴가 있다. 이 중 사기는 거짓말을 해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은 행위를 뜻한다. 거짓말을 아무리 많이 했어도,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하지 않았으면 사기가 아니다. ‘공갈’은 협박을 해서 돈을 뜯어가는 걸 뜻한다. 물건을 절도로 빼앗을 경우엔 ‘절취’, 강도로 빼앗으면 ‘강취’, 사기로 빼앗아갈 땐 ‘편취’, 공갈일 경우엔 ‘갈취’라고 한다. 전청조는 편취 혐의를 받고 있단 얘기다.
 
  재산범죄는 대한민국에서 발생건수가 가장 많은 범죄다. 성폭력이나 폭행 범죄보다 더 자주 일어난단 얘기다. 올해 1분기엔 15만6960건이 일어났다. 하루에 1744건이 일어났단 얘기다. 2022년 1분기에 비해 9.6% 증가했다.
 

  재산범죄자 중엔 전과자가 많다. 전과자 수가 가장 많은 범죄 유형이다. 한번 남의 돈을 훔치는 맛을 보게 되면 계속 범죄를 저지른단 얘기다. 처벌과 교화의 효과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3년 1분기 재산범죄자 중 3만8483명이 전과자였다.
 
  재산범죄 중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게 바로 ‘사기’다. 2021년 기준 한 해 동안 사기범죄는 29만7981건 일어났다. 인구 10만 명당 577건이다. 1000명이 있으면, 그중 6명은 사기를 당한단 얘기다. 올해 1분기에는 8만2600건의 사기 사건이 일어났다.
 
 
  속일 수 있는 방법 총동원
 
  문제는 사기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22.6% 증가했다. ‘대한민국은 사기공화국’이라 해도 영 틀린 말이 아닌 이유다.
 
  검거된 사기범죄 범죄자를 보면 8대 2 비율로 남성이 압도적이다(2021년 기준). 77.1%가 남성이고, 22.9%가 여성이다. 범죄자의 연령을 살펴보면, 19~30세가 27.2%, 51~60세(21.7%), 41~50세(19.3%) 순이다. 쉽게 말해 사기범이 주로 분포하는 특정 연령대는 없다. 전 연령대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사기꾼들은 주로 어떤 수법으로 사기를 칠까. 사기 수법 분류는 사실 의미가 없다. 매매가장(24.2%), 가짜속임(19.8%)이 가장 많긴 하지만 ‘기타 수법’이 절반(48.9%)이다. 그냥 속일 수 있는 방법은 뭐든 총동원한다고 보면 된다.
 
  성별에 따른 특징도 있다. 여성 사기 범죄자를 살펴보면 10대에서 시작해 중장년으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범죄자 비율이 올라간다. 51~55세에서 정점을 찍는다. 거짓말 솜씨가 점점 좋아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직업별로 보면 역시 무직자가 압도적이다.
 
  사기범죄는 어떤 사람들이 당할까. 남녀 비율은 6대 4 정도다(남성 60.2%, 여성 39.8%).
 
  사기범죄 피해자의 연령을 살펴보면, 51~60세가 21.7%로 가장 비율이 높긴 하지만 나머지 연령대도 골고루 높다. 돈을 벌기 시작하는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대가 범죄 대상이다.
 
  사기범죄의 가장 큰 특징은 친 놈이 계속 친다는 점이다. 재산범죄 자체가 그렇기도 한데, 그중에서도 사기범죄가 가장 악질적이다. 2021년 사기범죄자 17만 명 중 7만 명 이상이 전과자였다. 이 중 전과 9범 이상이 2만6000명으로 압도적 수치를 보였다. 9범 이상이라면, 숨 쉴 때 빼고는 늘 거짓말을 하며 살아왔다고 보면 된다.
 
  사기범들을 보면 감옥에서 교화되기는커녕 거듭된 감옥 생활을 거치며 범죄 수법이 더 대담해지기도 한다. 전청조도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사이 출소했다. 감옥에서 펜팔로 만난 남자와 ‘옥중 결혼’까지 했다고 한다. 그다지 특이한 경우는 아니다. 남녀 수감자들끼리 펜팔로 교류하는 건 무척 흔하다.
 
  《새길》이란 잡지가 있다. ‘수용자 종합문예지’를 표방하며, 수감자들의 글을 싣는 교도소용 계간지다. 여기에 실린 글과 이름을 보고 편지를 보내 펜팔이 시작되기도 한다. 가장 흔한 건 이미 펜팔을 하고 있는 수감자들이 다리를 놔주는 경우다.
 
 
  수감자들끼리 펜팔 교류
 
20년간 여성 행세를 한 중국 스파이 스페이푸(왼쪽)와 바바라 월터스, 스페이푸가 입양한 아들 스두두. 사진=이베이 캡처
  요즘엔 남녀 수감자들 사이에 펜팔을 중개해주는 업체도 있다. 이런 업체도 남성 수감자가 다음에 해당하면 펜팔을 주선해주지 않는다. 1. 남은 형량이 6개월 미만인 죄수 2. 강도살인범·성폭력범 3.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으로 5년 이상 선고받은 죄수 4. 일명 ‘법자’. 법자는 ‘법무부의 자식’, 즉 누범(累犯)을 뜻한다.
 
  여성 수감자들은 매우 인기 있다. 수형자(受刑者) 남녀 비율 때문이다. 2022년 기준 전체 수형자 3만4475명 중 남성이 3만1870명(92.4%)이고, 여성은 2605명(7.6%)이다. 편지가 몇 번 오가면 애인 행세를 하며 남성에게 용돈을 타 쓰기도 한다. 전청조가 펜팔로 알게 된 남성 수감자와 혼인신고를 했을 때는 일정한 대가가 오갔을 걸로 추정되는 이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기 중에서도 ‘로맨스 스캠’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다.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은 애정을 가장해 피해자의 호감을 얻은 다음, 돈이나 재산상 이익을 빼앗는 걸 뜻한다.
 
  로맨스 스캠의 역사는 오래됐다. 워낙 특이한 경우라 유명해진 사건도 있다. 바로 중국 스파이 스페이푸(時佩璞·1938~2009년)다. 중국인 경극 배우였던 스페이푸는 스물여섯 살이던 1964년 베이징에서 열린 외교관 파티에서 프랑스 외교관 베르나르 부르시코(Bernard Boursicot)를 만난다. 부르시코가 여섯 살 연하였다. 첫 만남 당시 스페이푸는 남성의 모습이었다. ‘원래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남자로 길러졌다’고 스페이푸는 유창한 프랑스어로 말했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다.
 
  부르시코는 근무지를 옮겨 다녔고 두 사람은 관계를 이어나간다. 어느 날 스페이푸가 임신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후 출산한 아이를 보여준다. 두 사람 사이의 아이라며 말이다. 사실은 신장 지역에 사는 위구르족 의사에게 사온 아이였다. 부르시코는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럴 만했다. 위구르족은 튀르크 계통의 민족이다. 민족 자체가 유럽에 사는 인종과 동아시아 인종의 유전자를 고루 갖추고 있어, 마치 동서양 혼혈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다.
 
 
  20년간 같이 산 아내, 알고 보니 남자
 
  부르시코는 중국 정부의 계략에 넘어간다. 스페이푸와 아들 스두두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프랑스의 기밀 문서를 중국 정부에 건네준다. 부르시코는 1979년 파리로 돌아간다. 1982년 그는 스페이푸와 스두두를 파리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비로소 가족이 함께 살게 됐다. 행복은 잠시였다. 1983년 프랑스 정부는 두 사람을 간첩 혐의로 체포한다.
 
  부르시코는 스페이푸가 남자라는 설명을 믿지 않았다. 둘은 성관계도 했지만, 부르시코는 스페이푸가 여성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스페이푸는 남성 성기를 몸속으로 밀어 넣어 마치 여성 성기처럼 보이도록 하는 데 능숙했다고 한다. ‘터킹’이라 불리는 방법이다. 스페이푸가 요청해 두 사람은 항상 불을 꺼놓고 성관계를 했다. 부르시코는 중국 여자라 그렇다고 생각했다. 환한 곳에서 스페이푸의 본래 성기를 보자, 그때서야 실체를 알게 됐다.
 
  두 사람은 6년형을 선고받았지만, 1년 남짓 복역했다. 미테랑 대통령이 사면을 해줬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였다. 부르시코는 감옥에서 자살 시도도 했다. 출소 후 두 사람은 만나지 않았다. 스페이푸는 중국으로 돌아가 경극 배우로 활동했다. 그러다 파리로 다시 돌아와 정착했다. 2009년 요양원에서 사망했다. 사망하기 직전 ‘여전히 부르시코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무대에 올려졌다.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이 1988년 쓴 희곡 〈엠 버터플라이(M.Butterfly)〉다. 1993년엔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됐다. 제러미 아이언스가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스페이푸가 성별을 오가며 부르시코를 속인 대목에서 전청조가 연상된다.
 
 
  남현희가 속은 이유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는 어쩌다 전청조에게 속았을까. 두 가지 점에 주목할 수 있다. 첫째, 남현희의 성장 배경이다. 남현희는 평생 운동만 해온 운동선수였다. 기자는 평생 운동을 해온 여성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다 놀란 적이 있다. 잠시 터놓고 대화를 했더니 의아할 만큼 과도하게 심리적으로 기대 오는 거였다. 대회에서의 승부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날들, 옆 선수와의 만성적인 경쟁 상황이 자칫 심리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남현희는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친이 사업에 실패해 압류까지 당했다.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빨간 딱지를 보며 ‘가난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내가 잘해야 돈을 벌 수 있고, 내가 우리 집을 살릴 수 있기에 펜싱에 집중했다.”
 
  해괴한 일에 휘말려서 그렇지, 남현희는 펜싱 실력만 놓고 보면 대단한 선수다.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포함해 국제대회에서 딴 메달 수만 99개다. 한국 펜싱 사상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다. 아이를 낳은 후 실력이 쇠퇴했나 했더니, 피나는 훈련 끝에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따낸 건 가히 인간 승리급이다.
 
  대회에서 우승해 번 돈으로 부모님의 빚도 모두 갚아줬다고 한다. 집안의 대들보 역할을 한 셈이다. 여기서부터 종종 비극이 시작된다. 남현희는 전청조와 만남을 이어가며 의심이 들어도 상의할 사람이 없었을 거다. 부모나 동생은 자신이 챙겨야 할 부양자니 의논 대상이 안 된다. 더 이상 선수가 아니니 코치와 상의할 수도 없다. 부모의 경제적 도움 없이 자신의 실력으로 성공한 선수들이 자주 겪는 어려움이다. 이 딸이 실질적인 가장(家長)이니, 뭐를 하든 부모는 참견할 수 없다. 집안 내 의사소통 구조 자체가 오랜 기간 그렇게 흘러왔을 가능성이 높다. 성공한 여성 메달리스트들에게서 익히 목격한 비애(悲哀)다.
 
 
  이혼 직후 위축되는 여성들
 
이지훈 변호사. 사진=이지훈 변호사 인스타그램
  둘째, 이혼이다. 남현희는 다섯 살 연하 공효석 전 사이클 국가대표 선수와 2011년 결혼했다. 그러다 지난 8월 이혼을 발표했다. 이혼 사유가 뭐든 남현희는 전 남편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터다.
 
  이지훈 변호사에게 이혼과 여성 심리에 대해 물었다. 이 변호사는 유튜브에서 ‘아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이혼과 재혼을 두고 예리한 조언을 해준다. 그의 말이다.
 
  “이혼하면 외로움을 많이 느끼거든요. 그걸 다시 사랑으로 풀려고 해요. 그러다 나락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누구나 외롭거든요? 그런데 그분들은 그걸 인정하지 않아요. 이혼 직후라면, ‘내가 배우자가 없어서 외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니 옆자리를 채우려 필사적으로 노력해요. 그러니 사람을 제대로 볼 수가 없죠.”
 
  ― 그러면 또 실패하겠군요.
 
  “보통 이혼은 원인이 양쪽에 있는 거예요. 그런데 상대 탓이라고 생각하죠. ‘난 원래 이혼할 팔자가 아닌데 너를 잘못 만나서 이렇게 됐다’ 이렇게 생각하면 쉬워요. 배우자만 바꾸면 되거든요. 자신에게 어떤 잘못이 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전혀 안 보고 이혼을 하죠. 그런 상태에서 재혼하면 또 실패합니다.”
 
  ― 자신을 돌아봐야 되는군요.
 
  “이혼은 분명 실패거든요. 관계에서 오는 실패이기 때문에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분석해야 합니다. 이혼하고 최소 3년은 자신을 돌아봐야 해요. 자신이 바로 서고, 결핍에서 자유로워질 때 재혼하는 건 괜찮아요. 남현희씨도 결국 경제적인 측면, 사업 경영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것에 큰 비중을 둔 걸로 보이잖아요. 그건 결혼이 아니고 그냥 투자자를 찾은 거죠.”
 
  ― 이혼 후 사기를 당하는 여자들이 많나요?
 
  “정말 많아요. 감방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사기꾼인데 외국에서 사업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대요. 나중에 알아보니 전과자예요. 심지어 얼굴이 잘 생기지도 않았어요. 나이도 많고 돈도 없어요. 데이트 비용도 여성이 다 냅니다. 빌려서까지 돈을 건네줍니다. 전문직 여성들도 당해요. 외로움에 압도되면 사리분별이 안 되는 거예요. 정신을 차리고 저를 찾아옵니다. ‘내가 봐도 미친 짓을 했구나’ 그때서야 깨닫는 거죠.”
 
  ― 남현희씨의 경우가 특이한 게 아니군요.
 
  “매우 흔합니다. 전청조는 나이라도 어리죠. 보통은 나이 많은 사람, 심지어 할아버지 같은 사람한테도 넘어갑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조심해야
 
  사기를 안 당하는 방법은 없을까.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자신의 고민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이 변호사의 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민글을 올려요. 예를 들면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데 임신을 했다. 낙태를 하라고 한다’ ‘남편과 이런이런 문제가 있다’ 그러면 누가 댓글을 달아요. 댓글을 주고받다 만나요. 이건 일반적인 게 아니에요. 카페에 고민을 올릴 수는 있는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그것도 이성을 만나서 털어놓는다? 이건 이 사람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겁니다.”
 

  이런 식이다. 서울에 사는 A씨는 여성들이 많이 가입한 네이버 ‘레몬테라스’ 카페에 이혼 고민을 올렸다. 다른 여성들에게 조언을 듣고 싶어서였다. 그랬더니 한 무리의 남성들에게 쪽지를 받았다고 한다. ‘만나서 고민 상담을 해주겠다’ ‘나도 비슷한 고민 중인데 만나서 얘기해보자’는 식의 내용이었다. 손쉬운 타깃이 된 셈이다.
 
  여기서 유명인들의 고충이 시작된다. 불우한 가정사나 어려움이 실시간으로 알려진다. 전준수(왕진진)에게 사기 결혼을 당한 낸시 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낸시 랭은 아버지와 절연하고 어머니와 둘이 살았다. 어머니는 암 투병 17년 끝에 돌아가셨다. 슬픔을 극복하지 못한 낸시 랭의 심리는 방송을 통해 여과없이 알려졌다. 전준수 일당에게 낸시 랭은 손쉬운 표적이었을 터다.
 
  남현희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가족사가 방송을 통해 여러 번 소개됐다. 전청조로서는 너무나 중요한 정보였을 거다.
 
 
  틴더 이용해 120억원 사기
 
틴더에서 활동하며 혼인빙자 사기를 친 사이먼 레비에프의 인스타그램. 사진=사이먼 레비에프 인스타그램 캡처
  둘째, 사기꾼들의 사냥터에 가지 마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데이트 앱 사기: 당신을 노린다(Tinder Swindler)〉에는 전 유럽을 무대로 벌인 결혼 빙자 사기가 등장한다. 데이트 어플 ‘틴더(Tinder)’를 통해 일어난 실제 사건이다. ‘틴더’는 세계 매출 1위의 데이팅 어플이다. 이스라엘 출신의 사기꾼 ‘사이먼 레비에프(Simon Leviev)’는 틴더를 통해 만난 여성들에게 120억원을 뜯어냈다. 결혼을 약속했기에 피해 여성들은 대출까지 받아서 돈을 보내줬다.
 
  사기범들은 틴더, 카카오 오픈채팅, 채팅 어플을 이용해 사냥감을 찾는다. 위험한 곳엔 애초부터 가지 않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로맨스 스캠으로 분류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의 이은해가 사망한 남편 윤모씨를 만난 곳도 채팅 어플이다. ‘조건만남’으로 처음 만났다.
 
  셋째,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속지 마라. 2018년 뉴욕 상류사회가 한 20대 여성 때문에 발칵 뒤집어졌다. 1991년생 애나 소로킨(Anna Sorokin)이 주인공이다. 애나는 독일 출신의 부유한 상속녀 애나 델비로 가장하고 뉴욕 상류사회에 진입했다. 명품을 두르고 VIP파티에 참석하며 유명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비싼 호텔에 묵으며, 비싼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유력자들과 친구가 된다. 자산가들, 스타트업 경영자, 언론인, 월스트리트 투자회사 모두 속았다. 애나는 뉴욕 최상급 호텔에서 무전취식을 하고 급기야 전용 비행기를 타고(물론 돈은 안 내고) 워런 버핏의 파티에도 참석한다. 애나의 무기는 바로 인스타그램(instagram)이었다. 유명인들과 찍은 사진이 올려져 있는 애나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상류사회 사람들은 쉽게 그녀가 들어오도록 허락했다. 사기당한 걸 알고서도, 이토록 허술한 사기에 속아 넘어갔다는 게 창피해 피해 사실을 숨긴 이들도 있다고 한다. 사기 행각은 결국 발각되고 애나는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스스로 보호하는 게 상책
 
애나 소로킨의 집 옥상에서 열린 패션쇼를 비판하는 《뉴욕타임스》의 기사. 사진=뉴욕타임스 캡처
  그 많은 사기꾼은 결국 어떻게 됐을까. 혼인 빙자 사기꾼 사이먼 레비에프는 출소 후에도 맹활약 중이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엔 호화 리조트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온다. 책을 쓰고 화술을 가르쳐주는 컨설팅업체, 부동산 컨설팅 등을 한다고 한다.
 
  애나 소로킨은 형기를 4년도 안 채우고 가석방됐다. 체류 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가택 연금을 당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32만 달러를 주고 그녀의 이야기를 사들였다. 그 결과가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애나 만들기(Inventing Anna)〉다. 지난달엔 그녀의 집 옥상(루프톱)에서 패션쇼도 열렸다. 뉴욕패션위크 기간 중 샤오 양(Shao Yang)이라는 중국계 디자이너의 쇼였다. 뉴욕의 수많은 장소 중 애나 소로킨의 집을 고른 디자이너 측의 안목은 정확했다. 쇼 자체가 화제가 됐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장문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유명해지려고 도대체 어디까지 갈 건가?’
 
  전청조 역시 출소 후 비슷한 길을 걸을지 모른다. 애석하게도 한국의 출판 시장이 미국보다 작아서 그렇지, 비슷하기라도 했다면 책부터 냈을 거다.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전청조입니다’ 뭐 이런 제목으로 말이다. 사기범에 맞서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첫째, 전청조 사건을 코미디 소재로 소비하면 안 된다. 돈을 건넨 피해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둘째, 피해자를 비난하는 서사로 가도 안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사기범죄에 노출되지 않게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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