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교 특검 유탄 맞은 해저터널… 선거철마다 부산 지역 단골 공약
⊙ 기술적으로 구현은 가능하나, 막대한 건설비 앞에서 한계 뚜렷
⊙ 중국 견제하기 위한 ‘안보 연대 인프라’ 활용은 가능
⊙ 진보·보수 넘나든 국가적 구상, 경제성 평가 줄곧 ‘불합격’
⊙ 거대 담론보다 부산‐규슈 공동 한일 경제권 구상이 현실적
⊙ 기술적으로 구현은 가능하나, 막대한 건설비 앞에서 한계 뚜렷
⊙ 중국 견제하기 위한 ‘안보 연대 인프라’ 활용은 가능
⊙ 진보·보수 넘나든 국가적 구상, 경제성 평가 줄곧 ‘불합격’
⊙ 거대 담론보다 부산‐규슈 공동 한일 경제권 구상이 현실적

- 한일 해저터널 구상도. 사진=뉴시스
1980년대 후반, 세계 토목 업계는 잠시 이 프로젝트에 시선을 고정했다. 세이칸 해저터널 완공에 참여한 일본 기술진이 투입됐고, 규슈–쓰시마–부산(또는 거제)을 잇는 복수의 노선 구상과 시추, 시험 굴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선거철마다 부산 지역 공약으로 소환되며 “현실로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돌았지만, 한일 해저터널은 여전히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체의 이유는 단순히 ‘터널을 뚫는 기술’에만 있지 않다. 한일 해저터널이 만들어낼 경제공동체의 형태와 운영 방식, 물류·여객 수요가 실제로 어떻게 발생할지에 대한 구체적 설계와 설득력 있는 편익 제시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터널만 뚫으면 이익이 따라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앞서면서, 정작 무엇을 어떻게 연결해 어떤 이익을 한국과 일본이 공유할지에 대한 논의는 뒤로 밀렸고, 그 공백이 사업의 장기 표류로 이어졌다.
여야 정치인 얽힌 해저터널
일본 규슈 사가현 가라쓰시 한일 해저터널 조사사갱(調査斜坑) 현장. 사진=뉴시스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일 해저터널’이 부산 민심을 흔드는 복합 방정식으로 재부상했다. 과거 여야를 막론하고 부산시장들의 단골 공약이었던 이 사업은 이제 정교 유착 의혹과 특검 수사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이 확산하면서 ‘한일 해저터널’ 사업이 특별검사팀(특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여권 부산시장 후보였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로비 연루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됐다.
전재수 의원은 지난해 12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일 해저터널은 통일교의 최대 숙원사업”이라며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통 시 일본이 100의 이익을 얻으면 부산은 100의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부산을 단순 경유지로 전락시키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가 앞장서 부산의 미래를 팔아넘기려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 해저터널은 과거 진보·보수를 아울러 여러 정치 세력이 추진했던 사업이었다. 바로 이 점을 전 의원은 공격 포인트로 삼았다. 그는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2017년 연구 용역을 발주했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021년 공약으로 검토했다”며 국민의힘을 정조준했다. 또 “박형준 부산시장 등 국민의힘 인사 다수가 통일교 계열 단체와 접촉해 왔다”며 특검 수사에 해저터널 관련 의혹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자신은 일관되게 한일 해저터널에 반대해 왔다고 강조한다. 그는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도 “일본이 얻는 만큼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손해를 본다”며 관련 공약을 비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교 2인자로 알려진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지난해 8월 특검 조사에서 전 의원에게 관련 청탁과 함께 현금과 고가 시계를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전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한일 해저터널 구상 실현을 위한 통일교 측 로비’가 있었다고 적시했다.
대륙-열도 연결 꿈, 경제성 없다?
흥미로운 점은 한일 해저터널 구상이 한때 진보와 보수를 넘나든 국가적 담론이었다는 사실이다. 1990년 5월 노태우 대통령은 일본 국회 연설에서 가이후 도시키 총리에게 해저터널 건설을 공식 제의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모리 요시로 총리와의 만찬 자리에서 “홋카이도에서 유럽까지 연결되는 미래의 꿈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모리 총리는 서울 ASEM 기조연설에서 “한일 해저터널을 만들어 ‘ASEM 철도’라 부르자”고 화답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역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터널이 개통되면 한국과 일본이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철도 복원과 한반도종단철도(TKR) 논의가 이어지던 평화 국면 속에서, 터널은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잇는 거대한 연결망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상징적 구상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후반기 교통개발연구원과 철도기술연구원은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천문학적 건설비에 비해 너무 낮은 편익이 이유였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도 논의는 달아올랐다. 허남식 당시 부산시장은 터널을 ‘부산 10대 과제’로 선정했고,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2008년 국정감사에서 정부 차원의 타당성 조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2011년 국토해양부는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리며 ‘불합격’ 판정을 유지했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이 반복됐지만,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의 도시계획 전문가 구만수 도시계획설계사(부동산학 박사)는 그 이유를 부산의 구조적 위기에서 찾는다.
“객관적으로 보면 부산은 거의 죽어가는 도시입니다. 대한민국 100대 기업 중 본사가 있는 곳이 단 하나도 없어요. ‘노인과 바다’라는 비아냥이 현실이 됐죠. 가덕도 신공항이든 해저터널이든, 뭐라도 해서 이 도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런 장기 프로젝트를 정치적으로 되살리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흔들리는 부산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한일 해저터널 사업의 현실이다. 돌이켜보면, 이 구상은 “터널이 생기면 자연히 교류와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 위에서 유지돼 왔다. 그러나 터널을 뚫어야 할 구체적 이유나 새로운 동기를 제시하려는 시도는 부족했다. 이런 구조적 허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던 쪽이 바로 통일교였다.
현실 파악한 통일교 문건
한일 해저터널 조사사갱 내부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한일 해저터널 추진의 핵심 주체는 오랫동안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과 그 산하 조직으로 꼽혀 왔다. 1982년 일본에서 출범한 ‘국제하이웨이건설사업단’은 2009년 ‘국제하이웨이재단’으로 명칭을 바꾼 뒤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기자가 입수한 재단 문건 《평화의 대도(大道) 국제하이웨이·일한터널》(2018년 1월 발행)은 한일 해저터널을 “한일 평화와 아시아 대륙 통합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있다. 발행 목적은 “위기의 상황에 있는 지금의 일본에 (한일 해저터널이) 구국의 국가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제언”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업 홍보물은 대부분 비전과 이상을 강조해 왔지만, 해당 문건은 드물게 사업의 경제성 한계를 직접 언급하며 추진 논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건에 따르면, 국제하이웨이재단은 한일 해저터널을 문선명 총재가 구상한 ‘아시아 통합 프로젝트’의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있다. 재단은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익성이 낮다”고 인정하면서도 “안보적 가치와 장기적 효용을 고려하면 비용 대비 편익(B/C)이 1.0 이하라도 추진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문건은 또 “시너지 효과, 즉 장기적인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으면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며 경제성이 낮더라도 전략적 의미를 강조했다. 재단은 이러한 주장을 펼친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에 걸맞은 경제 효과가 있을까? 일본과 한국 모두에 정말 필요한 사업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운송량에 달려 있다. 경제적 필요성은 사람과 물류의 양으로 판단된다. 운송량이 늘어 투자액에 상응하는 이익이 기대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B/C가 1.0 이하, 엄밀히 말해 0.5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한일 해저터널의 건설 필요성은 지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착공 결단이 어렵다.〉
재단 문건의 이런 서술은 통일교 측이 스스로도 경제성 부족을 인지했고, 동시에 정치·안보 논리를 통해 추진 명분을 모색해 왔음을 보여준다.
통일되면 경제성 있다?
진보와 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관심은 꾸준했지만, 결국 발목을 잡은 건 경제성이었다.
부산의 도시계획설계사 구만수 박사는 가장 큰 걸림돌로 ‘천문학적인 사업비’를 지적한다. 그는 “공사비만 최소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대한민국 한 해 예산이 700조원대인데, 100조원은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일본이 전액을 부담할 가능성도 없고, 우리 정부나 부산시가 조달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울경과 규슈를 단순히 연결하는 수준으로는 이 막대한 비용을 정당화할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역대 정부가 이 사업에 관심을 기울인 배경에는 언제나 ‘유라시아 대륙 연결’이라는 거대 담론이 자리했다.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터널이 한반도를 넘어 유럽으로 뻗어가는 ‘미래의 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결국 북한의 개방 여부에 달려 있다. 구 박사 역시 해저터널이 실질적 의미를 가지려면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는 대륙철도망’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을 통과해 유럽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진다면 물류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이렇게 되면 B/C가 다소 낮더라도 국책 사업으로 추진할 명분이 생기죠. 하지만 지금처럼 북한이 닫혀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만 연결하는 것은 투자 대비 효용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결국 한일 해저터널은 ‘남북 화해와 대륙 연결’이라는 초대형 비전 없이는 현실성을 갖기 어려운 프로젝트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경제성을 논하기 전에, 과연 한일 해저터널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부터 제기된다. 토목 공학자들은 대체로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통일교 문건에서도 다양한 공법을 제시하며 결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술적으로는 가능
통일교 문건은 “가장 큰 과제는 쓰시마와 부산을 잇는 쓰시마(대마)해협 구간의 해저터널 굴착”이라고 전제했다. “수심이 얕은 곳도 약 150m에 달하고, 해협 폭은 약 60km에 이르며, 연약한 해저 지층과 단층이 존재해 누수 위험이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현재 기술로는 난점이 많지만 기술 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덧붙였다. 한국의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 판단에 동의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비용’이다.
해저 인프라 전문가 원종화 포어시스 대표(공학박사)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100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공사비는 실제로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일 해저터널의 관건은 공법 선택입니다. 경제성과 직결됩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경제적인 방식은 TBM(터널보링머신)이지만, 이 구간에는 적용이 어렵습니다. 해저 지층이 오래되고 균열이 많아 붕괴 위험이 있고, 수심 50~200m 구간의 지반은 조사 자체가 쉽지 않아 불확실성이 매우 큽니다.”
대신 NATM(전통식 발파·굴착 공법)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원 대표는 “사람이 굴착하면서 즉시 콘크리트로 보강하는 NATM이 현실적일 수 있지만, 공사 기간이 장기화되고 비용이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운영과 안전 측면에서도 난제가 많다. 그는 “이렇게 긴 해저터널은 수평 강제 환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수직 환기구가 필수”라며 “영국과 프랑스 사이 해저터널처럼 15~20km마다 인공섬을 건설해 환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계산상 10개 정도가 필요하며, 최소로 잡아도 7~8개는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터널 구조물을 가라앉히는 침매식(沈埋式) 터널 건설도 사실상 어렵다. “수심 200m 구간에서는 잠수 작업 자체가 불가능해 침매 공법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해저면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침매는 수심 50m 안팎에서만 현실적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100조원이 거론되지만 실제 사업비는 최소 두 배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며 “지반 조건, 환기구 설치, 공법 선택 등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한일 해저터널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비용과 안전·운영 문제를 고려한 경제성 평가가 중요하다고 결론 내린다.
추진 전제조건은 한일협력
그렇다면 장기 과제로라도 한일 해저터널을 추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핵심은 일본과의 협력이다. 배윤 일본 게이오대 선임연구원은 “1980~90년대 한일 해저터널 사업은 사실상 통일교의 로비로 추진 동력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자민당, 규슈 지역 유지를 대상으로 통일교 측의 로비가 있었고, 프로젝트는 문선명 총재의 아시아 통합 구상과 정치적 영향력 확장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분석했다.
배 연구원은 이어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건 이후 일본 사회에서는 통일교가 연루된 사업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확고해졌다”며 “이제 ‘통(統)’자만 나와도 논의가 막힌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 색채와 과거 로비 흔적을 지우고, ‘경제협력–지방 재생–한일 공동시장’ 같은 새로운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비로소 논의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금의 일본에서는 통일교 관련 이슈 자체가 정치적 공론장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 결과, 한일 해저터널은 경제성 문제를 논의하기 이전에 정치적 거부감에 직면한 상태다. 배 연구원은 “통일교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고 재설계하지 않는 한, 공론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역사적 부담도 작용한다. 일본 제국주의 시기 ‘조선해협(쓰시마해협) 해저터널’ 구상이 존재했으며, 이는 일본 본토–조선–대륙을 잇는 일종의 제국 교통망 계획의 일부였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일본 보수층이 해저터널에 여전히 관심이 있을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현실은 다르다.
배 연구원은 “일본 내에서는 한일 해저터널에 사실상 관심이 거의 없다”며 “도쿄 중심주의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터널이 개통되면 일본의 경제 중심축이 규슈나 오사카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치권은 지방 발전에 본래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전국에서 지방 발전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정치인은 이시바 시게루 정도입니다.”
그는 또 “규슈 지역 의원들조차 터널에 미온적이며, 국토교통성이 사업 전반을 주도하는 구조라 지방 정치가 움직일 여지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과거 일본 정부가 해저터널을 거론했을 때도 ‘국토 균형 개발’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경기 부양용 토목 사업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중국 안보 환경에 연대?
현재의 경제성 기준으로 냉정하게 따지면 한일 해저터널은 추진이 어렵다. 국제하이웨이재단 자료 역시 이러한 한계를 솔직히 인정한다. 문건에는 “투자에 상응하는 이익이 부족해 민간 투자의 매력이 낮다. 정부가 공공사업으로 추진하더라도 착공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어 “다만 동북아 경제가 급성장해 물류량이 크게 증가한다면, 비용 대비 편익(B/C)이 1.0 이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논의를 경제성에서 정치·안보 논리로 확장한다. 문건은 “국가 생존이 걸린 안보 사안이라면 경제성을 일부 무시할 수도 있다”며 “B/C가 1.0 이하라도 추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을 둘러싼 안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려면 한일 양국의 연대 강화가 필수”라는 논리로 사업의 전략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연대’는 100조원에 달하는 건설비를 한국과 일본이 공동 부담하고, 이를 양국의 경제 성장동력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터널을 뚫으면 경제성이 생길 것’이라는 발상은 논리적 비약에 가깝다. 오히려 경제성이 생기도록 구체적인 산업·물류·협력 프레임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일본 측 보고서도 인정하고 있다. 즉 ‘일단 터널을 뚫으면 경제성이 생긴다’는 식의 낙관으로는 성립하기 어렵고, 경제성이 생기도록 사전에 수요·운영·물류망·투자 회수 구조를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는 현실을 문건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양국은 터널의 ‘출발점’부터 엇갈렸다. 한국은 “부산에서 열도로 간다”는 구도를, 일본은 “도쿄에서 시작해 한국으로 건너간다”는 구도를 각각 선호해 왔다. 배윤 연구원은 “겉으로는 말장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우위와 상징을 둘러싼 명분 싸움”이라고 말했다.
경제성 논쟁도 그 상징 경쟁의 연장선에서 흔들렸다. 여객만으로는 항공과 경쟁이 어렵다는 점에서 ‘화물’이 핵심으로 떠오르지만, 화물이 터널로 이동할 경우 기존 항만 물동량이 줄어 부산항·고베항·규슈 주요 항만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질문은 단순해진다. “항만 산업의 손실을 감수하고도 터널이 제공하는 추가 편익이 그 이상이냐”는 것이다.
배 연구원은 “사람 수송만으로는 의미가 약하다”며 “핵심은 자동차와 화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화물 중심이 아니라면 채산성이 나오기 어렵고, 사람만 실어 나르면 비행기가 더 싸고 빠르다”고도 했다. 배 연구원은 사업의 가능성을 ‘경제권 재편’에서 찾는다.
“한일 공동시장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부산과 규슈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고, 물류·인적 교류가 늘면 인식의 경계가 무너집니다. 유럽처럼 생활권이 섞이는 일이 가능해지죠.”
그는 “한국의 부울경 메가시티와 일본 규슈가 결합하면 인구 감소 시대에도 생존 가능한 초광역 경제권이 형성될 수 있다”며 “교통 인프라의 단순한 연결을 넘어 새로운 상호 연계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위기의 부산, 규슈가 뭉친다?
부산과 거제도로 연결되는 해저터널 예상도. 사진=부산발전연구원배윤 연구원은 “규슈와 쓰시마 지역은 도쿄의 지원만으로 버티기 어렵다. 한국과 연결하지 않으면 자생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이 부러워하는 기획력과 실행력을 갖고 있다. 한일 해저터널을 통해 한국이 전략적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어 “이 터널을 ‘지배의 도구’로 볼 게 아니라, 상호 대등한 협력 구조를 설계하기 위한 전략적 ‘미끼’로 봐야 한다”며 “지금은 주도권을 한국이 가질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일본 통일교 자료에서도 비슷한 위기의식이 읽힌다. ‘일본의 국력 쇠퇴’를 언급하며 공공투자 축소를 문제로 지적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현재 일본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 재건을 중심으로 한 총합적 국력 확대다. 약 20년간 일본 국력이 크게 쇠퇴해 왔지만, 그 주요 원인은 공공 공사의 대폭 삭감에 있다. 공공 공사, 국토에 대한 투입의 총량이 1996년을 기점으로 절반이 된 나라는 없다. 일본은 죽어가고 있다. 국토를 좋게 하려는 의지가 인프라 정비를 확대하게 하지만, 일본은 그 의지가 없다. 공공 사업을 절감하여, 국토에 대한 투입(공공 공사)을 그만두고, 그 의지를 잃어버린 국가가 일본이다.〉
통일교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는 한, 한일 해저터널 논의가 다시 출발하기 어렵다는 데에는 의견이 모인다. 배윤 연구원은 “이제는 통일교의 ‘통’자도 나오면 안 된다. 대동아공영권 같은 과거의 망상도, ‘도쿄 기점’ 논쟁도 모두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필요한 건 과거의 환상이나 로비가 아니라, 지방 창생과 공동시장, 메가시티 연계 같은 현실적 협력 구상입니다.”
결국 관건은 부산과 규슈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어떻게 함께 잘살게 만들 것인가’라는 설계다. 이 문제의식을 일본 통일교 자료도 공유한다. 이 문건은 “부산과 후쿠오카를 신문명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구상을 내세우며, 쓰시마를 단순한 중간 지점이 아니라 역사적·상징적 공간으로 강조한다. 조선통신사가 오가던 길목이라는 점을 환기하며,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지금 일본은 국가로서 ‘침몰’해 가는 중이다. 저출산·고령화, 인구 감소, 국가 경쟁력 저하, 정치의 혼란, 교육력의 저하 등 총체적으로 쇠퇴해 가고 있다는 데 이론이 없다. 침몰의 위기에서 살릴 수 있는 비밀은 쓰시마에 있다. 한일 해저터널이 개통되면 동북아시아 교통에 ‘대동맥’이 형성되고, 도로의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광역경제권이 이뤄진다.〉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결심”
배윤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일본이 주도하고 한국이 따라갔지만, 지금은 그 반대가 될 수 있습니다. 동북아의 주도권이 바뀌는 시대예요.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결심입니다.”
대한해협의 단층보다 깊은 것은, 한일 양국이 서로를 마주 보는 산업 구조의 간극과 불신의 벽이다. 이 벽을 넘어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답은 여전히 바다 밑에 잠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