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농협은 왜 ‘비리의 온상’이 됐나

“주인-경영인-감독자가 분리되지 못한 구조… 중앙회장에 권력 집중”

  •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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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 206만 명, 조합장 1111명, 정점에는 농협중앙회
⊙ “지역구 국회의원이 조합장에 굽실… 선거 때마다 여의도 정치판과 똑같아”
2025년 10월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농협 임직원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협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있다. 농협의 최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는 2025년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정감사에서 내부 비리 의혹과 부실 관리 문제로 여야(與野) 의원들의 뭇매를 맞았다. 농협중앙회뿐 아니라 농협 계열사들의 각종 비리가 드러나며 정부와 시민단체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등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모양새다. 농협은 인적 쇄신안을 내놓고 범(汎) 농협 혁신TF 출범, 조합장 불법선거 강력 대응,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 혁신 방안 등을 포함한 개혁안을 발표하며 대응하고 있다.
 
 
  농협협동조합법에 근거해 설립
 
  농협의 정식 명칭은 농업협동조합. 농민의 자주적인 협동 조직을 바탕으로 농민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를 향상하고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농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1961년에 생겼다.
 
  농협 조합원은 지역농협 구역에 주소·사업장을 둔 농민으로 약 206만 명이다. 전국 1111개 농협 조합장은 조합원의 대표로 각 지역 농협·축협·품목농협 등 단위조합의 최고 책임자이며 조합 운영과 지역 농업 발전을 맡는다. 조합장 선거는 전국 단위로 4년마다 시행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위탁관리한다. 이들 조합장이 농협중앙회 회장을 뽑는다.
 
  농협중앙회는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비영리 특수법인으로, 은행법이 아니라 농협협동조합법에 법인 설립 근거를 두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로 나뉜다. 농협금융지주 밑에는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 NH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NH농협리츠운용, NH벤처투자가 있다. 농협경제지주는 농산물 생산·유통·가공·판매에 필요한 자회사를 운영하는 지주회사다.
 
  일반인에게 익숙한 ‘농협은행’을 예로 들면, ‘NH농협은행 ○○지점’과 ‘○○농협’은 똑같이 ‘농협’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뿐 다른 조직이다. ‘NH농협은행 ○○지점’은 농협금융지주 산하의 법인으로 제1금융권 특수은행이며 시중은행에 가까운 업무를 한다. ‘○○농협’은 지역농협이라고 하는데 독립된 개별 법인이다. 지역농협은 전국 각 지역에 만들어진 농업인조합 중심의 상호금융기관으로 제2금융권이며 은행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제2금융권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이다.
 
  농협중앙회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감독 주무부처다. 농협중앙회는 농협법에 따라 자체적으로 감사 부서를 두고 있고 NH농협은행·NH투자증권 등 계열사를 감사한다. 일반은행과 비슷한 명칭을 쓰는 지역농협에 대한 감사권도 농협중앙회가 갖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 등 금융계열사는 금융감독원이 정기 감사를 한다.
 
 
  농협중앙회·NH농협은행·NH농협생명 각종 의혹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오른쪽)이 2024년 1월 2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 확정 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요즘 ‘농협 비리’로 통칭하지만, 사안을 들여다보면 내용과 성격은 제각각이다.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은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금품 수수 의혹의 당사자다. 경찰은 강 회장이 선거가 치러지기 전인 지난 2023년에 농협유통 연관 유통업자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원을 받고, 이 자금을 불법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수사했다. 이 사건으로 역대 민선(民選) 농협중앙회장 7명 중 6명이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됐다.
 
  검찰은 2025년 6월에 농협금융지주의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이 한 기업에 수십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본점을 압수 수색했다. 금감원은 2025년 10월에 농협금융지주의 또 다른 계열사인 NH농협생명이 농협하나로유통 삼송농산물종합유통센터와 총 20억원어치의 핸드크림을 납품받는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을 수사 중이다. 책임 판매업자로 알려진 회사는 유령회사였고 핸드크림을 납품하는 곳은 사실상 NH농협생명 직원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5년 10월 국회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서울의 한 지역농협이 업무추진비로 골드바를 사 조합원들에게 나눠 준 사실과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보다 몇 달 전인 5월과 8월에는 충남의 한 지역농협에서 조합장이 직원을 대상으로 성추행과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쯤 되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025년 12월 1일에 농협중앙회 본부 앞에서 ‘불법·비리 백화점 농협중앙회 규탄’이라는 이름의 규탄대회를 벌였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 지부는 11월 27일부터 전국을 돌며 농협 경영진 규탄 집회를 열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연말까지 농협중앙회와 조합의 업무상 비리, 부당행위 등의 제보를 받는 ‘농협 관련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했다. 불법·부당한 업무 처리, 부당한 청탁, 채용 비리나 갑질 등 농협 업무 전반이 제보 대상이다.
 
 
  “농협은 실적보다 ‘라인’을 중요시하는 듯”
 
  다른 금융권에 근무하는 고위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농협은 시중은행, 증권사, 보험사를 가진 금융사가 분명한데 관료 사회 같기도 하고, 공기업 문화도 있습니다. 과거 포스코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포스코는 우리나라에서는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일본, 독일 회사와 경쟁을 치르는데, 농협은 전혀 다릅니다. 일반 금융회사처럼 고객을 모집하기 위해 애쓰거나 경영 성과를 내려고 고군분투하는 조직이 아니라서 그렇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농민이 돈을 모아 단위농협을 만들고, 단위농협 이사들이 지역 유지 행세를 하며 농협중앙회를 만들고, 농협중앙회가 다시 모은 돈을 농민에게 꿔주는 형태라 그렇지 않은가 싶습니다.”
 
  ― 우리가 아는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들과 다르다는 거죠?
 
  “완전히 다릅니다. 일반인에게 익숙한 시중은행 및 증권사, 보험사는 경영 성과가 최우선이죠. 하지만 농협은 서로 돌고 도는 구조이다 보니 모든 것이 파벌이고 라인, 정치 세력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농협의 기초단체인 조합이 한동네에 사는 형이고 아우인데, 우리끼리 뭉쳐야 한다는 생각, 서로 잘못은 어느 정도 덮어 주자는, 21세기형 자본주의 형태와는 사뭇 다른 조직이라 생각합니다.”
 
  농·축산 관련 언론사에 종사하는 한 기자는 “농협은 취재가 까다로운 곳 중 하나다. 농협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는 형식적이며, 추가 취재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농협의 한 계열사에 근무했던 고위 관계자는 “외부 출신이라 그런지 농협의 ‘순수’ 출신과 거리감을 느꼈다. 농협 문화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2023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 6월까지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는 167건으로 나타났다. 농협에서 발생한 건이 79건으로 가장 많았다.
 
 
  ‘협동조합이 가진 특수성’
 
추곡 수매가 실시된 2025년 10월 15일, 경기 화성시 비봉면 한 농협 미곡처리장(RPC)에 추수한 벼를 싣고 온 차량들이 대기해 있다. 사진=뉴시스

  농협이 가진 ‘협동조합’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농업경제를 연구한 한 관계자의 얘기다.
 
  “협동조합도 기업입니다. 다만 이윤 추구를 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이 추구하는 ‘가치’들이 전부 다르다는 점입니다.
 
  농협 조합원의 대다수는 영세 소농입니다. 이들의 이해관계는 큰 농가와 다르죠. 큰 농가는 자신들이 생산한 물건의 가격을 높게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소농은 자급자족의 농사를 짓기 때문에 집 앞까지 편리하게 비료를 배달해 주는 것 등 편의가 가장 중요해요.
 
  사실 조합원 206만 명의 이해관계를 전부 만족하게 하는 조직이 과연 가능할까요? 협동조합의 본래 취지는 공동선(共同善)의 추구이지만, 사회가 진화하면서 이해관계가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것은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협동하는 것이 협동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지도자들의 책무입니다.”
 
  ―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라는 것이지요?
 
  “재벌그룹이 계열사가 늘고 몸집이 커지면서 여러 문제가 생기듯이, 농협도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농협의 일차적 문제는 인재 풀(pool)이 좁다는 겁니다. 농민 속에서 인재가 나와야 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얘기죠. 기업이라면 주인은 감독자 역할을 하고 경영은 전문가를 초빙해서 맡겨야 하는데, 농협은 자기가 경영을 해야 한다고 착각합니다. 인사권을 휘두르는 것이 경영이라고 착각하는 거죠. 법적으로 농협중앙회에는 인사권과 경영권이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대다수의 일이 내부 결재로 이뤄지다 보니까 사실상 주인과 경영인·감독자가 분리되지 못하죠.”
 
  ― 농협중앙회에 대해서 농림축산식품부 감독을 해서 이런 관행을 뿌리 뽑을 수는 없습니까?
 
  “농림축산식품부가 감독을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얼마만큼 깊숙하게 들여다보느냐인데, 원칙적으로 협동조합은 자율 기관이어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고들 합니다. 협동조합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그게 맞죠. 정부가 협동조합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방향은 아닙니다. 그래서 정부가 과거보다 훨씬 농협에 대한 견제를 줄였습니다. 명백하게 드러난 사건·사고에 대해서만 감독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해 좋고, 농협 스스로 감독을 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하지만 요즘 농협을 보면 정부 개입이 좀 늦지 않았나 싶습니다.”
 
  협동조합은 출자(出資)나 이용 규모와 상관없이 조합원 모두가 1인 1표의 의결권을 가진 조직이다. 통상 주식회사는 보유한 주식 수만큼의 의결권을 가진다. 1인 1표가 아니라, 1인이 1000주의 주식을 갖고 있다면 1000주만큼의 의결권을 가진다. 주식회사는 최대주주가 기업을 지배하지만, 협동조합은 형식적으로 모든 조합원이 평등한 지위를 갖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지낸 박성재 박사는 〈협동조합의 운영원리〉(2021년 7월 발간)라는 글에서 “협동조합은 일반적인 기업 형태인 투자자 기업과 다른 배경과 목적, 운영 원리를 따르고 조합원의 공동행동을 바탕으로 경쟁해야 하므로 인식과 정보의 공유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고 했다.
 
 
  ‘그들만의 리그’
 
2023년 2월 10일, 서울 광진구 중앙농협 본점에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공명선거 실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같은 농협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취재에 응한 인사들은 ‘농협중앙회장의 과도한 권력 구조’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또 다른 금융권 한 관계자의 얘기다.
 
  “농협은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농협중앙회장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합니다. 흔히 ‘농민 대통령’이라고 하는 말이 딱 맞죠. 농협중앙회장이 뽑히면 계열사 임원은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라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비상근직인 농협중앙회장에 쏠려 있습니다. 농협중앙회장은 조합장에 의해 뽑히지만, 선출되면 지역조합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자리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농협 단위조합에 대한 ‘무이자 지원’이라고 합니다. 농협 자금을 특정 조합에 무이자로 줄 수 있다면 그보다 강한 권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 다른 금융사도 지주사 회장이 바뀌면 계열사 사장들이 바뀌지 않습니까.
 
  “금융지주 회장이 교체되면 계열사 사장단도 함께 단행되는 사례가 있지만, 유임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실적, 조직 안정성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는데 우리·신한·KB·하나금융지주는 상장회사로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습니다. 여기에 기관투자자, 소액주주가 있는데 금융지주 회장 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열사 사장에 앉히기는 쉽지 않습니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로 2009년부터 조합원 직선제로 뽑고 있다. 1988~2009년까지는 연임·중임이 가능했다. 제24대 선거(2020년)에는 최종 후보가 10명, 25대(2024년)에는 최종 8명이 경쟁했다. 흔히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복마전(伏魔殿)’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품 선거, 후보 간 합종연횡 등 불공정 시비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경찰 조사를 받은 것도 농협유통 관련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해 이를 불법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는지 여부와 관련된 혐의다. 농협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의 얘기다.
 
  “대부분의 조합원은 조합 내 정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내가 어떤 조합장을 뽑으면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을까’가 관심사입니다. 조합장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읽기 때문에 여러 공약을 내세우고 상황에 따라 돈봉투를 뿌리는 겁니다. 여의도 정치판과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조합장을 찾아서 머리를 조아리는 일이 파다합니다. 조합장이 조합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서 국회의원들에게 표몰이를 해주지 않을까 싶어서인데, 일부 지역조합장은 지역 국회의원보다 우월감이 있다는 얘기마저 나옵니다. 그런 조합장들이 모여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건데, 중앙회장의 막강한 권력을 감안하면 이건 대통령 선거와 맞먹는 급일 수 있습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대통령 선거와 맞먹어”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조합원들이 2023년 5월 19일, 제천 봉양농협 조합장의 노동법 위반 행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농민 대통령’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네요.
 
  “농업중앙회장의 수행원이 열댓 명이고, 전 세계 농민대회에서 엄청난 포지션을 갖고 있습니다. 수백만 조합원을 갖고 있다는 힘, 한국 사회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세계에서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 농협 조합장 선거는 한날한시에 중앙선관위의 관리 감독 하에 치러지고, 농협중앙회장 선거 때는 언론에서 크게 보도하고, 진짜 정치판이네요.
 
  “농협이 2012년에 지배구조를 바꾸면서 농협중앙회장을 조합장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꿔서, 조합장 중 대의원 자격을 갖춘 사람이 뽑았습니다. 그때 가장 불만이 컸던 것이 조합장이었습니다. 조합장이 농협중앙회장 선거권을 갖고 있었을 때는 조합장에게 잘 보이려고 ‘관리’를 했는데 이후에는 대의원 조합장만 바라봤기 때문입니다. 대의원이 아닌 조합장은 찬밥 신세가 된 거죠. 일반 조합장들에게는 소위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으니까 ‘나도 떳떳하게 회장을 뽑을 자격이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 겁니다. 조합장들은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복원이 가장 큰 소원이었습니다.”
 

  ― 투표권을 가진 조합장들이 농협의 투명성이랄까, 권력 구조 집중 문제를 지적할 법도 한데요.
 
  “농협의 현재 상황이 문제가 없다고들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의 특성상 내부인들이 내부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생각합니다. 또 조합장들은 대부분 잠재적인 농협중앙회장 후보군입니다. 어차피 내가 나중에 그 자리에 오를 수도 있는데 그 엄청난 권력을 왜 나눠 줘야 하느냐, 굳이 내 앞길을 막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혁신의 시작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
 
  그렇다면 농협은 어떤 식으로 개혁되어야 할까?
 
  황의식 GSnJ인스티튜트 농정혁신원장은 《농축산신문》 기고에서 “우리 사회는 농협에 많은 특혜를 주고 있다. 금융사업 면허를 주고, 다양한 분야에서 비과세로 세금 혜택을 준다. 농협중앙회가 일선 조합에 무이자로 자금을 지원해도 허용하고 있다”며 “농협은 스스로 제 머리를 깎는 각고(刻苦)의 혁신을 해야 한다. 혁신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주장했다.
 
  농협이 2012년도에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부문의 분리, 사업 구조 재편, 지배구조 변화 등 구조적 혁신을 단행하며 농업과 농촌 지원이라는 농협 본연의 역할을 강화했을 때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농협은 2012년 이후 ‘1중앙회 2지주’(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농협경제지주)로 체제를 바꿨다. 농협의 제도 개편 얘기는 1994년부터 나왔지만 10년이 넘도록 답보상태였다. 하지만 2006년에 정대근 전(前) 농협중앙회장이 현대차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정황이 잡혀 정 회장이 구속되고, 때마침 2008년에 미국발(發) 세계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농협은 투명성을 위해 대대적인 개편을 시작한다. 후임인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장은 2009년에 ‘윤리경영실천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윤리경영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협이 대대적 개혁을 천명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금융사업이 호황을 이뤄 여러 문제가 가려진 부분이 있지만,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준의 개혁을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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