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한 M&A이자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최대 수혜주
⊙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 대우조선 인수 진두지휘…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 참여
⊙ 2008년 실패 후 2023년 재도전해 인수
⊙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 대우조선 인수 진두지휘…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 참여
⊙ 2008년 실패 후 2023년 재도전해 인수
-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2독에서 초대형 LPG운반선이 진수되는 모습. 사진=한화오션
우리나라 대표 조선·해양 기업인 한화오션에서 연일 희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 상반기에만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고, 한미(韓美) 관세 협상 타결의 최대 수혜주로 떠올라 주가가 장중 최고가인 11만8900원(2025년 8월 8일)을 기록했다. 한화그룹 측이 말한 바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OMB)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직전에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십야드를 방문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제안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한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 미국과 우리나라의 조선 동맹으로 한화오션이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분석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는 지난 7월 22일에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있었던 5000억원 이상 규모의 M&A 기업들의 성적을 발표한 결과, 한화오션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경영 성적을 비교할 수 있는 20여 개사의 성과를 당기순이익, 자기자본이익률(ROE), 자기자본, 시가총액 등 5개의 주요 지표로 분석했는데 한화오션은 모든 지표에서 1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2023년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매출이 4조4800억원대(2022년)에서 10조7700억원대(2025년)로 140% 이상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1조7000억원대 적자에서 7400억원대 흑자로 돌아섰고, 자기자본은 2조2100억원대에서 4조8000억원대로 6배 이상 늘었다. 자기자본이익률은 마이너스 230%대에서 플러스 10%대로 개선됐으며,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2조4700억원대에서 11조4400억원대로 급증했다.
대우그룹의 몰락으로 시작된 시련
한화오션은 현재 국내 증권 시장의 기대주이자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키메이커로서 혁혁한 공을 세운 회사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한화오션의 전신은 한국조선공사가 1973년에 경남 거제시에 만든 옥포조선소다. 회사는 1985년에 30t급 원유운반선(VLCC), 1992년에 국내 최초로 1200t 잠수함인 ‘SS-062’ 건조를 했다. 한국 기네스북은 이 잠수함을 1993년에 한국 최초의 전투잠수함(한국 이천함)으로 등재했다. 회사는 1994년에 대우중공업에 합병됐고, 1996년에 국내 최초 독자적으로 개발한 구축함인 ‘DDH-971(광개토대왕함)’을 진수했다. 하지만 2000년에 대우그룹이 공중 분해되면서 대우중공업은 대우조선공업, 대우종합기계, 두산인프라코어로 갈라졌다. 모기업의 몰락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조선은 불과 1년 만인 2001년에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같은 해에 LNG선 수주 세계 1위를 달성했다. 2005년에 세계 최초로 LNG-RV(부유식재기화선)를 건조, 인도하며 2008년에 매출 11조원을 달성했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였던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은)은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2008년 10월부터 시작된 입찰에서 포스코-GS 컨소시엄, 한화, 현대중공업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포스코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했던 GS가 중도 포기를 선언했고, 포스코 홀로 단독 입찰에 나섰지만 산은은 포스코에 대한 입찰 참가 자격을 박탈했다. 대우조선해양을 몇 년 전부터 눈독을 들여온 포스코에는 뼈아픈 기억으로 남았고, 산은은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한화를 우선협상자로 뽑았다. 하지만 순탄할 것 같았던 대우조선의 매각은 얼마 뒤에 수포로 돌아간다. 마침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한국을 덮쳤고, 한화는 산은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산은은 2009년 1월에 한화와의 협상을 최종 결렬했다. 대우조선은 이후 수조원대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산은은 2015년에 4조원 이상을 회사에 쏟아부었다.
현대중공업의 인수 무산
대우그룹의 몰락 이후 무려 20여 년간 주인을 찾지 못했던 대우조선을 사겠다고 나선 곳은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이었다. 산은은 2019년 2월에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후보자로 확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 2위의 조선사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양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당시 LNG를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세계 점유율은 50%, 대우조선은 30~40% 정도였다. 인수가 성사되려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기업결합심사가 관건이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결합은 조선 산업의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 또 선박을 구매하는 주요국인 유럽, 미국 등 이른바 ‘빅4’가 승인을 해야만 가능했다.
이즈음 대우조선의 사정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추진했던 2019년 1월 이후에 대우조선은 분식회계와 방만한 경영으로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며 2021년도 매출액은 4조4000억원대, 영업손실 1조7000억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2022년 1월에 기업통합 불허를 결정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하면 독과점 체제가 된다’는 이유였다. 산은으로서는 대우조선을 팔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조선업이 아닌 다른 업종에서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숙제마저 떠안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대우조선은 2022년 매출 4조8000억원대, 영업손실 1조6000억원대를 기록했다. 2023년 1분기 부채비율은 무려 1858%까지 치솟았다.
한화, 15년 만에 대우조선 재인수에 나서
이에 산은을 포함한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 없이 대우조선의 자체 생존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며 새로운 매각을 추진했다. 한 관계자는 “인수 무산의 여파로 합병을 기대했던 기술 인력들이 현대중공업으로 지속적으로 이직했고, 3년에 걸친 현대중공업의 인수 검토 과정에서 경영 상황은 더욱 불안정해졌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만성적인 경영난과 함께 재무 구조가 악화되고 있었다. 과거 수년간 과도한 저가 수주로 적자 규모는 커지고 있었고, 고정비 부담과 프로젝트 관리 미흡 등으로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자금 투입과 경영 효율화를 위한 강력한 리더십, 그리고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였다. 업계에서는 포스코, 한화, 효성의 이름을 또다시 거론했다.
한화오션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재인수에 나섰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세금 먹는 하마’를 재건하겠다는 사업보국 차원의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돌고 돌아 15년 만에 산은은 한화그룹을 대우조선의 새로운 주인으로 낙점했다. 주 채권단인 산은의 주관하에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을 채택했다. ‘스토킹호스’는 대우조선해양이 약 2조원에 해당하는 유상증자 지분을, 인수할 특정 입찰자를 미리 선정해 공개 입찰을 유도하는 전략적 방식이다. 인수 의지가 확실한 기업과 거래금액을 포함한 주요 조건들을 사전에 합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합의된 조건들을 공개하고 공개 입찰을 한다. 산은이 한화그룹을 대우조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꼽은 이후에 치러진 공개 입찰에서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곳이 아무도 없었다.
한화오션 관계자의 얘기다.
“인수 당시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한화그룹의 탄탄한 자금력과 현대중공업그룹 대비 우수한 재무적 역량이 높이 평가됐습니다. 또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 경험과 대우조선의 함정 건조 기술이 만나 창출할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직원 수와 급여 수준의 감소, 수주 잔고의 급감, 최근 5년간 수상함 수주 전무 등이 지적됐고, 2조원 규모의 인수대금으로 인한 한화그룹의 부채비율 상승과 조선업 운영 경험 부재에 대한 걱정도 제기된 것이 사실입니다.”
‘글로벌 해양·에너지 리더’ 향한 여정
사실 조선업 진출은 김승연(金升淵) 한화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이었다. 김 회장은 2008년에 첫 번째 인수대상자로 선정되고서 “제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를 대우조선에 걸었다”고 할 정도로 의지를 내비쳤다.
‘대우조선 M&A의 재수 전쟁’의 선봉에 나선 것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金東官) 부회장이었다. 김동관 부회장은 대우조선 인수팀 최고 책임자로서 대우조선 현장을 직접 찾아 전체의 인수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한화는 당시 이미 방산을 주력 사업으로 키울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 내 흩어져 있던 계열사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정밀기계 방산부문(2022년 8월), 한화디펜스(2022년 11월)에 이어 (주)한화의 방산부문(2023년 4월)을 잇따라 흡수 합병했다. 한화는 2023년 5월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두 곳 등 5개 계열사가 약 2조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내 대우조선의 주식 49.3%를 확보해 대주주가 됐다. 한화는 대우조선을 인수하고,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바꿨다.
한화오션의 초대 대표이사에는 권혁웅 부회장, 사내이사로는 김종서 사장과 정인섭 사장을 선임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참여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빠른 경영 정상화와 해외 시장 확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정도경영’과 ‘인재육성’을 통해 한화오션을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키워나가자”고 독려했다.
권혁웅 한화오션 신임 대표는 임직원들을 향한 CEO 편지를 통해 “오션의 임직원들은 옥포만 위에 세계적인 회사를 일궈낸 저력이 있고, 한화에는 수많은 M&A를 통해 역량 있는 기업과의 시너지로 핵심 사업을 이끌어낸 성장 스토리가 있다”며 “한화오션의 장점인 기술 중심의 우수한 문화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친환경 기술 기업, 세계 최고의 경쟁력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측에 따르면 사명인 ‘오션’은 ‘지속 가능성’과 ‘도전’을 의미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미지의 영역이 95%에 달하는 대양을 무대로 우리의 개척정신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글로벌 해양·에너지 리더’를 향한 위대한 여정을 함께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의 거제사업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독과 크레인, 최첨단 자동화공장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거제사업장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북향인 구조로 태풍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 현재 회사는 상업용 선박(LNG 운반선·유조선·컨테이너선)과 해양사업(시추설비·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 등), 해군함정(구축함·호위함·잠수함), 풍력발전(육상 및 해상풍력발전), 플랜트(화학플랜트·발전소 등)를 생산하고 있다.
1조5000억원 유상증자
한화는 한화오션을 인수한 해인 2023년 11월에 1조5000억원을 유상증자했다. 이에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전에 1800%였던 부채비율은 200%대(2024년 3월 말 기준)로 급감했고, 자본금은 약 7배 늘었다. 한화오션 측은 “이번 유상증자로 해양 방산의 해외 진출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고 초격차 방산 인프라를 구축했다. 친환경 및 디지털 선박 개발로 미래 조선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해양 신재생 에너지 가치 사슬을 육성하고 스마트 야드(Smart Yard·똑똑한 조선소)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은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실행해 2년 반~3년 치의 매출에 해당하는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이미 확보했다. 한화오션의 수주 실적은 35억2000만 달러(2023년)에서 90억 달러(2024년)로 약 2.5배 이상 늘었다. 개별 조선소 기준으로 국내 최대 수주 금액이다.
생산성 개선도 눈에 띈다.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전인 2022년에 회사는 하청 지회 파업의 영향으로 생산성이 지체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화오션으로 출범한 이후에 본격적인 체질 개선과 조직 개편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절차에 착수했고 지연된 생산 일정을 만회했다. 한화오션은 우선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운반선 위주로 생산 체제를 개편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2025년에는 역대 최다인 25척의 LNG운반선을 건조할 예정이다.
‘K-방산’ 리드한다
한화오션은 ‘K-방산’의 첨병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국내 함정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상함 명가 재건’을 추진하며, 울산급 호위함 배치-III 5·6번함 및 배치-IV 1·2번함을 연속 수주했다. 이어 해군 군수지원함 1척을 수주했고, 장보고 III 배치-II 3번함을 수주하여 배치-II 사업 등 잠수함 3척을 모두 확보했다. 전전기추진체계(선박이나 함정의 전력 공급을 전기로만 수행하는 시스템)와 통합 마스트 함정설계 고도화로 미래형 구축함 건조를 위한 주요 핵심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또 한국 조선업계 최초로 미국 함정 MRO 사업 3건을 연속 수주하는 데도 성공했다. 한화오션은 혁신적인 함정 생산 시설 확충도 진행 중이다. 2024년 9월에는 국내 최초로 수상함 2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실내 탑재 공장 신축에 착수했다. 900t 골리앗 크레인과 공장 내 설치될 300t 규모 2기의 크레인을 통해 블록 대형화 공법으로 조립 및 탑재 공정을 단축할 계획이다. 또 해외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폴란드 및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오션 챙기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올해 5월에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 직접 참석해 “사업보국 창업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국격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협상 타켤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김동관 부회장은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한화필리조선소(미국 필라델피아)를 방문했을 때에도 직접 에스코트하며 중장기 사업전략과 투자 계획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오션은 올 상반기에만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고, 한미(韓美) 관세 협상 타결의 최대 수혜주로 떠올라 주가가 장중 최고가인 11만8900원(2025년 8월 8일)을 기록했다. 한화그룹 측이 말한 바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OMB)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직전에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십야드를 방문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제안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한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 미국과 우리나라의 조선 동맹으로 한화오션이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분석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는 지난 7월 22일에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있었던 5000억원 이상 규모의 M&A 기업들의 성적을 발표한 결과, 한화오션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경영 성적을 비교할 수 있는 20여 개사의 성과를 당기순이익, 자기자본이익률(ROE), 자기자본, 시가총액 등 5개의 주요 지표로 분석했는데 한화오션은 모든 지표에서 1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2023년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매출이 4조4800억원대(2022년)에서 10조7700억원대(2025년)로 140% 이상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1조7000억원대 적자에서 7400억원대 흑자로 돌아섰고, 자기자본은 2조2100억원대에서 4조8000억원대로 6배 이상 늘었다. 자기자본이익률은 마이너스 230%대에서 플러스 10%대로 개선됐으며,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2조4700억원대에서 11조4400억원대로 급증했다.
대우그룹의 몰락으로 시작된 시련
한화오션은 현재 국내 증권 시장의 기대주이자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키메이커로서 혁혁한 공을 세운 회사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한화오션의 전신은 한국조선공사가 1973년에 경남 거제시에 만든 옥포조선소다. 회사는 1985년에 30t급 원유운반선(VLCC), 1992년에 국내 최초로 1200t 잠수함인 ‘SS-062’ 건조를 했다. 한국 기네스북은 이 잠수함을 1993년에 한국 최초의 전투잠수함(한국 이천함)으로 등재했다. 회사는 1994년에 대우중공업에 합병됐고, 1996년에 국내 최초 독자적으로 개발한 구축함인 ‘DDH-971(광개토대왕함)’을 진수했다. 하지만 2000년에 대우그룹이 공중 분해되면서 대우중공업은 대우조선공업, 대우종합기계, 두산인프라코어로 갈라졌다. 모기업의 몰락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조선은 불과 1년 만인 2001년에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같은 해에 LNG선 수주 세계 1위를 달성했다. 2005년에 세계 최초로 LNG-RV(부유식재기화선)를 건조, 인도하며 2008년에 매출 11조원을 달성했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였던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은)은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2008년 10월부터 시작된 입찰에서 포스코-GS 컨소시엄, 한화, 현대중공업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포스코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했던 GS가 중도 포기를 선언했고, 포스코 홀로 단독 입찰에 나섰지만 산은은 포스코에 대한 입찰 참가 자격을 박탈했다. 대우조선해양을 몇 년 전부터 눈독을 들여온 포스코에는 뼈아픈 기억으로 남았고, 산은은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한화를 우선협상자로 뽑았다. 하지만 순탄할 것 같았던 대우조선의 매각은 얼마 뒤에 수포로 돌아간다. 마침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한국을 덮쳤고, 한화는 산은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산은은 2009년 1월에 한화와의 협상을 최종 결렬했다. 대우조선은 이후 수조원대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산은은 2015년에 4조원 이상을 회사에 쏟아부었다.
현대중공업의 인수 무산
대우그룹의 몰락 이후 무려 20여 년간 주인을 찾지 못했던 대우조선을 사겠다고 나선 곳은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이었다. 산은은 2019년 2월에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후보자로 확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 2위의 조선사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양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당시 LNG를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세계 점유율은 50%, 대우조선은 30~40% 정도였다. 인수가 성사되려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기업결합심사가 관건이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결합은 조선 산업의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 또 선박을 구매하는 주요국인 유럽, 미국 등 이른바 ‘빅4’가 승인을 해야만 가능했다.
이즈음 대우조선의 사정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추진했던 2019년 1월 이후에 대우조선은 분식회계와 방만한 경영으로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며 2021년도 매출액은 4조4000억원대, 영업손실 1조7000억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2022년 1월에 기업통합 불허를 결정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하면 독과점 체제가 된다’는 이유였다. 산은으로서는 대우조선을 팔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조선업이 아닌 다른 업종에서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숙제마저 떠안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대우조선은 2022년 매출 4조8000억원대, 영업손실 1조6000억원대를 기록했다. 2023년 1분기 부채비율은 무려 1858%까지 치솟았다.
한화, 15년 만에 대우조선 재인수에 나서
이에 산은을 포함한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 없이 대우조선의 자체 생존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며 새로운 매각을 추진했다. 한 관계자는 “인수 무산의 여파로 합병을 기대했던 기술 인력들이 현대중공업으로 지속적으로 이직했고, 3년에 걸친 현대중공업의 인수 검토 과정에서 경영 상황은 더욱 불안정해졌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만성적인 경영난과 함께 재무 구조가 악화되고 있었다. 과거 수년간 과도한 저가 수주로 적자 규모는 커지고 있었고, 고정비 부담과 프로젝트 관리 미흡 등으로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자금 투입과 경영 효율화를 위한 강력한 리더십, 그리고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였다. 업계에서는 포스코, 한화, 효성의 이름을 또다시 거론했다.
한화오션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재인수에 나섰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세금 먹는 하마’를 재건하겠다는 사업보국 차원의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돌고 돌아 15년 만에 산은은 한화그룹을 대우조선의 새로운 주인으로 낙점했다. 주 채권단인 산은의 주관하에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을 채택했다. ‘스토킹호스’는 대우조선해양이 약 2조원에 해당하는 유상증자 지분을, 인수할 특정 입찰자를 미리 선정해 공개 입찰을 유도하는 전략적 방식이다. 인수 의지가 확실한 기업과 거래금액을 포함한 주요 조건들을 사전에 합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합의된 조건들을 공개하고 공개 입찰을 한다. 산은이 한화그룹을 대우조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꼽은 이후에 치러진 공개 입찰에서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곳이 아무도 없었다.
한화오션 관계자의 얘기다.
“인수 당시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한화그룹의 탄탄한 자금력과 현대중공업그룹 대비 우수한 재무적 역량이 높이 평가됐습니다. 또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 경험과 대우조선의 함정 건조 기술이 만나 창출할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직원 수와 급여 수준의 감소, 수주 잔고의 급감, 최근 5년간 수상함 수주 전무 등이 지적됐고, 2조원 규모의 인수대금으로 인한 한화그룹의 부채비율 상승과 조선업 운영 경험 부재에 대한 걱정도 제기된 것이 사실입니다.”
‘글로벌 해양·에너지 리더’ 향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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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필린 미국 해군성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과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정비를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정박한 미 유콘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
‘대우조선 M&A의 재수 전쟁’의 선봉에 나선 것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金東官) 부회장이었다. 김동관 부회장은 대우조선 인수팀 최고 책임자로서 대우조선 현장을 직접 찾아 전체의 인수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한화는 당시 이미 방산을 주력 사업으로 키울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 내 흩어져 있던 계열사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정밀기계 방산부문(2022년 8월), 한화디펜스(2022년 11월)에 이어 (주)한화의 방산부문(2023년 4월)을 잇따라 흡수 합병했다. 한화는 2023년 5월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두 곳 등 5개 계열사가 약 2조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내 대우조선의 주식 49.3%를 확보해 대주주가 됐다. 한화는 대우조선을 인수하고,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바꿨다.
한화오션의 초대 대표이사에는 권혁웅 부회장, 사내이사로는 김종서 사장과 정인섭 사장을 선임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참여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빠른 경영 정상화와 해외 시장 확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정도경영’과 ‘인재육성’을 통해 한화오션을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키워나가자”고 독려했다.
권혁웅 한화오션 신임 대표는 임직원들을 향한 CEO 편지를 통해 “오션의 임직원들은 옥포만 위에 세계적인 회사를 일궈낸 저력이 있고, 한화에는 수많은 M&A를 통해 역량 있는 기업과의 시너지로 핵심 사업을 이끌어낸 성장 스토리가 있다”며 “한화오션의 장점인 기술 중심의 우수한 문화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친환경 기술 기업, 세계 최고의 경쟁력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측에 따르면 사명인 ‘오션’은 ‘지속 가능성’과 ‘도전’을 의미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미지의 영역이 95%에 달하는 대양을 무대로 우리의 개척정신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글로벌 해양·에너지 리더’를 향한 위대한 여정을 함께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의 거제사업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독과 크레인, 최첨단 자동화공장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거제사업장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북향인 구조로 태풍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 현재 회사는 상업용 선박(LNG 운반선·유조선·컨테이너선)과 해양사업(시추설비·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 등), 해군함정(구축함·호위함·잠수함), 풍력발전(육상 및 해상풍력발전), 플랜트(화학플랜트·발전소 등)를 생산하고 있다.
1조5000억원 유상증자
한화는 한화오션을 인수한 해인 2023년 11월에 1조5000억원을 유상증자했다. 이에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전에 1800%였던 부채비율은 200%대(2024년 3월 말 기준)로 급감했고, 자본금은 약 7배 늘었다. 한화오션 측은 “이번 유상증자로 해양 방산의 해외 진출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고 초격차 방산 인프라를 구축했다. 친환경 및 디지털 선박 개발로 미래 조선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해양 신재생 에너지 가치 사슬을 육성하고 스마트 야드(Smart Yard·똑똑한 조선소)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은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실행해 2년 반~3년 치의 매출에 해당하는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이미 확보했다. 한화오션의 수주 실적은 35억2000만 달러(2023년)에서 90억 달러(2024년)로 약 2.5배 이상 늘었다. 개별 조선소 기준으로 국내 최대 수주 금액이다.
생산성 개선도 눈에 띈다.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전인 2022년에 회사는 하청 지회 파업의 영향으로 생산성이 지체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화오션으로 출범한 이후에 본격적인 체질 개선과 조직 개편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절차에 착수했고 지연된 생산 일정을 만회했다. 한화오션은 우선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운반선 위주로 생산 체제를 개편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2025년에는 역대 최다인 25척의 LNG운반선을 건조할 예정이다.
‘K-방산’ 리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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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오션이 건조한 도산안창호함(장보고-III Batch-I). 사진=한화오션 |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오션 챙기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올해 5월에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 직접 참석해 “사업보국 창업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국격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협상 타켤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김동관 부회장은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한화필리조선소(미국 필라델피아)를 방문했을 때에도 직접 에스코트하며 중장기 사업전략과 투자 계획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