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용 SW기업 등 부품사들이 전시 공간의 절반 차지
⊙ 자동차 전시장에는 차량과 함께 컴퓨터 칩·배터리 같이 전시
⊙ 중국 신흥 EV 업체 니오(NIO)와 샤오펑(Xpeng), ‘스마트카의 두뇌’ SoC에 자사 제작 칩 사용… 엔비디아 성능에 필적
⊙ 폴크스바겐, 중국이 개발한 자동운전 시스템 채택 밝혀… 혼다 또한 중국산 자동운전 솔루션 사용키로
⊙ 토요타, 스마트화 측면에서 중국 생태계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전환
⊙ 한국, 스마트화나 소프트웨어 공급망은 불모지
朴正圭
1968년생.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석사, 일본 교토대 정밀공학과 박사, 미시간대학 방문학자 / 기아자동차 중앙기술연구소 연구원, 日 교토대 정밀공학과 조교수, LG전자 생산기술원, 현대자동차 자동차산업연구소·해외공장지원실 근무,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 역임. 現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 / 번역서 《반도체초진화론》 《실천 모듈러 설계》 《모노즈쿠리》
⊙ 자동차 전시장에는 차량과 함께 컴퓨터 칩·배터리 같이 전시
⊙ 중국 신흥 EV 업체 니오(NIO)와 샤오펑(Xpeng), ‘스마트카의 두뇌’ SoC에 자사 제작 칩 사용… 엔비디아 성능에 필적
⊙ 폴크스바겐, 중국이 개발한 자동운전 시스템 채택 밝혀… 혼다 또한 중국산 자동운전 솔루션 사용키로
⊙ 토요타, 스마트화 측면에서 중국 생태계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전환
⊙ 한국, 스마트화나 소프트웨어 공급망은 불모지
朴正圭
1968년생.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석사, 일본 교토대 정밀공학과 박사, 미시간대학 방문학자 / 기아자동차 중앙기술연구소 연구원, 日 교토대 정밀공학과 조교수, LG전자 생산기술원, 현대자동차 자동차산업연구소·해외공장지원실 근무,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 역임. 現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 / 번역서 《반도체초진화론》 《실천 모듈러 설계》 《모노즈쿠리》

- ‘오토 상하이 2025’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관심을 보였다.
자동차 산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보쉬, 덴소, CATL(배터리 제조사)이라는 회사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혹시 ‘지평선’ ‘상탕(商湯)’ ‘모멘타’ ‘흑참깨’라는 회사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회사들은 자동차의 스마트화를 구현하는 중국 회사들이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는 과거 필자가 방문했던 2023년 광저우 모터쇼, 2024년 베이징 모터쇼와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부품사들이다.
과거 모터쇼는 자동차 중심이었다. 부품사의 전시가 있기는 했지만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모터쇼는 부품사가 전체 면적의 3분의 1인 10만 평방미터를 차지하고 있었다. 참가한 부품사 중 모비스, 보쉬, CATL과 같은 전통적인 부품사가 절반을 차지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지평선’ ‘상탕’ ‘모멘타’ ‘흑참깨’ 등 차량용 반도체 칩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100여 개 회사가 차지했다. 배터리 메이커는 이제 기존 부품사로 분류해도 될 만큼 새로운 부품사들이 많이 자리했다.
母생태계
우리는 흔히 지금의 자동차 산업을 두고 100년 만의 대전환기라고 이야기한다. 1908년 헨리 포드가 T카라는 대중적 자동차를 만들어 보급했다. 자동차가 처음 생길 당시에는 현대적인 도로도, 주유소도 없었다. 하지만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고속도로가 생기고, 교통신호 체계가 생기고 교통사고를 처리하기 위한 보험사도 생겼다. 자동차의 탄생으로 다른 여러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졌기에 자동차 산업을 모(母)생태계(Mother Ecosystem)라고 부른다.
모생태계라는 용어는 중국의 산업 전문가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개념으로, 이것을 처음 제창한 사람은 전(前) 바이두(Baidu) 사장인 루치(陸奇) 박사다. 그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부사장을 지내면서 검색 엔진 빙(bing)을 만들었다. 바이두에서는 무인(無人)운전 기술의 연구 개발을 강화했다.
모생태계의 다른 사례는 1980~ 90년대의 PC(개인용 컴퓨터)다. PC 생태계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IBM과 같은 기업들을 탄생시켰고,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세계적인 테크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스마트폰이란 모생태계가 등장했는데, 이것은 iOS와 같은 운영 체제, 반도체, 통신 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퀄컴, 미디어텍 같은 칩 회사가 성장했고, 애플과 같은 거대 스마트폰 기업이 등장했다. 만약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소셜미디어, 모바일 결제(決濟)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모생태계’는 거대한 무형의 영향력을 가지며 작은 하위 생태계와 기업을 만들어낸다.
[도표1]은 칭화(清華)대의 자오푸취안(趙福全) 교수가 지은 《자동차 기술 생태 혁신》(2023년, 기계공업출판사)이란 책에서 가져온 그림이다. 그는 이 책에서 지난 100년간 자동차가 세상을 바꾸었다면, 스마트카(중국에서는 ‘지능자동차’라고 함)는 다가올 100년의 미래를 바꿀 가장 거대한 모생태계라고 전망했다.

소프트웨어 체인의 세상
자오푸취안 교수는 자동차 산업 100년 만의 대전환을 단순히 내연(內燃)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모생태계의 전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기업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스마트카의 모생태계를 선점(先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오푸취안 교수는 일본 규슈대에서 엔진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존 자동차 산업의 모생태계를 너무나 잘 아는 인물이 하는 주장이라 더욱 흥미롭다.
필자는 과거 토요타 생산 방식을 중국 현지 공장에 적용, 구현하기 위해 몰두한 경험이 있다. 3년간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고객들이 어떻게 차량을 주문하고 어떻게 부품이 공급되며, 또 만들어진 완성차가 어떻게 고객에게 인도되는지 과정을 연구 조사했다. 그때 SCM, 즉 서플라이 체인 매니지먼트(Supply Chain Management)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부품사와 완성차 메이커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의 체인이란 단어는 생태계의 핵심을 대변한다. 필자가 했던 일은 [도표1]의 왼쪽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상하이 모터쇼를 보면서 자동차 생태계가 [도표1]의 오른쪽에 있는 생태계로 변환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자동차 전시장에는 차량과 함께 컴퓨터 칩과 배터리가 같이 전시되어 있었고, 자동운전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 전시장에 가 보니 자사의 자동운전 솔루션이 이런저런 완성차 회사에 적용되었음을 크게 선전하고 있었다. [도표1]의 왼쪽이 공장에서의 생산, 물건(부품)의 이동, 하드(Hard)한 세상이라면, [도표1]의 오른쪽은 연구소에서의 개발, 정보의 이동, 소프트웨어 체인(SW Chain)의 세상이다. 2025년 상하이 모터쇼는 한마디로 ‘스마트카를 위한 모생태계’가 형성되었음을 알리는 자리였다.
이제 운전의 주체는 컴퓨터
이런 관점에서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보았던 내용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에 앞서 최근 자동차 기술의 변화에 대한 사전 지식 몇 가지를 설명하겠다.
과거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의 주체였다. 사람이 눈으로 주위를 살피면서, 손으로는 핸들을 잡아 방향을 조종하고, 발로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가속이나 감속을 한다. 하지만 이젠 점점 운전과 판단의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가 되고 있다.
가령 최근에 출시된 차에는 ‘터널연동 자동제어장치’가 있다. 이것은 운전하다가 터널 앞에 다다르면 자동으로 창문을 닫고 전조등을 켜고,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장치다. 창문, 전조장치, 공조(空調)장치, 내비게이션 등에 각각 붙어 있는 ECU(Electric Control Unit)라는 컴퓨터가 연계해서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여기서 기능(function)과 피처(feature)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창문을 닫고, 전조등을 켜는 것 각각은 하나의 독립적인 기능이다. 이런 기능을 모아서 운전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새로운 기능(터널연동 자동제어장치)을 피처라고 한다.
[도표2]는 자동차의 전기전자 아키텍처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기계 시스템 하나하나마다 ECU가 있지만 그 수가 적었다. 이러다 자동차의 전장화가 진행되면서 ECU의 개수가 점차 늘어나 고급차의 경우 100여 개나 달렸다([도표2]의 왼쪽). 차량 내에서 이것을 연결하는 전기선(wire harness)도 복잡해지고 새로운 피처를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그래서 [도표2]의 오른쪽과 같이 중앙집중화된 전기전자 아키텍처로 변화하고 있다. 이 구조는 먼저 차량에 있는 여러 센서로부터 취득한 정보가 차량의 전후좌우에 위치한 존 제어기(zone controller)로 연결된다. 여기서 존이란 위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존 제어기는 위치별로 정보들을 취합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것들이 중앙에 있는 HPC(High Performance Computer)라는 고성능 컴퓨터에 연결된다. HPC에는 고성능의 시스템 칩(이하 SoC·System on Chip)이 사용되는데 엔비디아 칩을 사용할지, 자동차 회사가 직접 개발할지에 대한 이슈가 있다. 그리고 이곳에 자동차 OS(운영체제)를 올리는 작업을 한다. 지금 자동차 메이커들은 바로 이런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월간조선》 2024년 8월호, 〈소프트웨어가 삼켜버린 자동차, SDV〉 참조)

‘자동운전’과 ‘자율주행’
한국에서는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이란 용어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유럽에서 2011년 SMART64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정의한 바에 의하면, ‘자동운전(automated driving)’은 ‘시스템이 사람의 운전을 보조하지만, 법적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는 상태’, ‘자율주행’은 ‘시스템이 차량을 완전히 제어하며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상태’를 말한다.
미국·일본에서도 과거에는 이 두 용어를 혼용하여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두 용어의 의미를 명확히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상황에 따라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자동운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이라는 의미의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자동운전’ 기술은 최근에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먼저, 흔히 자동운전 1.0이라고 하는 룰베이스드(Rule-Based) 자동운전 방식에 대해 설명하겠다. [도표3]의 상단처럼 이 방식은 자동차가 카메라·레이더 같은 센서로 도로 상황을 인식한 뒤,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운전한다. 이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첫째, ‘인지’ 단계에서 카메라와 같은 여러 가지 센서를 이용하여 도로의 차선, 신호등, 보행자를 파악한다.
둘째, ‘예측’ 단계에서 주변 차량이나 보행자의 움직임을 예상한다.
셋째, ‘판단’ 단계에서 ‘신호등이 빨간색이니 멈춘다’와 같은 결정을 내린다.
마지막으로 ‘제어’ 단계에서 핸들을 돌리거나 브레이크를 밟는다.
인지 단계에서는 인공지능을 사용하지만, 이후 엔지니어가 “고속도로에서 앞차와의 간격이 20m 이하가 되면 차량 속도를 줄인다”라는 식으로 규칙(Rule)을 정한다. 이 방식은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도로 환경은 예측 불가능해서 엔지니어가 모든 규칙을 규정하기 어렵고 또 규칙을 추가하면 할수록 프로그램이 커진다.
자동운전 2.0 시대
지금 자동운전은 센서에서 받은 데이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엔드 투 엔드 방식(End to End·이하 E2E)’으로 전환하고 있다. 즉 자동운전 2.0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이것은 카메라와 같은 센서로 도로를 보는 순간부터 핸들을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는 동작까지 모두 인공지능(AI)이 판단한다. AI는 수십억km의 주행 데이터를 학습, 규칙을 코딩하지 않아도 스스로 운전하는 법을 터득한다. 테슬라는 2023년 과거 룰베이스드 방식에서 E2E 방식으로 자동운전 방식을 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수작업 코드를 30만 줄 이상 줄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E2E에도 약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AI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사고가 나면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어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또한 E2E는 방대한 데이터와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기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만이 구현 가능하다. 한마디로 머니 게임이다.
이상과 같은 사전 지식을 가지고 이 글의 주제인 상하이 모터쇼에서 출품된 중요 차량과 기술을 스마트카 모생태계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자.
먼저 스마트카의 두뇌에 해당하는 SoC(시스템 온 칩)를 보자. 지금 중국에서는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용 SoC를 둘러싼 경쟁이 뜨겁다. 엔진의 성능을 중요시한 과거와 달리 스마트카로 전환되면서 컴퓨터 칩이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는 차량의 두뇌에 해당하는 SoC 탑재를 두고 3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즉 ①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거나 ② 자동차 회사가 직접 개발하거나 ③ 중국 내 전문회사가 개발한 칩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먼저, 엔비디아는 2024년에 토르(Thor)라는 SoC를 만들었다. 이것은 1000TOPS의 연산 성능을 가지고 있다. 1TOPS는 1초에 1조(兆) 회의 연산을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토르는 1초에 1000조 회의 연산을 하는 칩이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선보인 BYD의 고급 브랜드 덴자(Denza) Z라는 차량에, 지리의 고급 브랜드 Zeekr(지커)의 ‘9X’ 차량에 엔비디아의 토르 칩이 장착되었다.
한편 중국의 신흥 전기차(EV) 업체들은 ‘탈(脫) 엔비디아’를 시도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산 반도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중국의 신흥 EV 업체인 니오(NIO)와 샤오펑(Xpeng)은 그간 엔비디아의 SoC를 사용하다가 최근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니오가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한 플래그십 전기차 ‘ET9’에는 자사가 개발한 ADAS용 SoC를 탑재했다. 이는 TSMC의 5나노미터(nm) 공정으로 제조되었으며, 연산 성능 또한 엔비디아의 토르에 필적한다. 샤오펑도 2025년 6월부터 자사가 개발한 칩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30만 대를 겨우 판매하는 니오와 샤오펑이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한 SoC를 개발한다는 것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지평선, 폴크스바겐 차량에도 SoC 공급
또 다른 그룹으로는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지평선과 같은 중국의 신흥 반도체 제조사가 있다. ‘지평선’이란 회사의 영어 명칭은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다. 이 회사는 2015년 설립 당시 ADAS용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 2017년부터 SoC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 방문 시 호라이즌 로보틱스의 자동운전 차량을 1시간 정도 타보았다. 차량의 내비게이션에 이동할 경로를 미리 지정해 두면 차량이 자동운전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길, 교차로 등 다양한 길을 큰 무리 없이 통과했다. 1시간 동안 운전자 개입은 딱 한 번 있었는데, 도로상에서 사고가 난 차량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경우였다. 지평선의 SoC는 BYD, 체리, 상하이기차의 차량에 사용되고 있으며 폴크스바겐(VW)의 차량에도 공급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2020년 카리아드(CARIAD)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2022년에는 지평선에 24억 유로(3.5조원)를 투자하여 합작법인 카리존(CARIZON)을 설립했다. 모두 소프트웨어 전문회사로 2024년 기준으로 카리아드에 5500명, 카리존에 500명 직원이 근무한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폴크스바겐 그룹[CARIAD China]은 중국 내에서 독자 개발한 자동운전 시스템을 사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폴크스바겐도 이젠 중국의 생태계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흑참께 또한 2016년에 창업한 ADAS용 SoC를 만드는 중국 회사다.
상하이, 중국 인공지능 연구의 메카
이제 자동운전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를 살펴보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2023년 8월에 E2E 방식으로 자동운전하는 차량을 시연하고 2024년 4월에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중국 기업들도 테슬라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따라가고 있다. 이번 모터쇼가 열린 상하이는 중국에서 ‘인공지능 연구의 메카’라고 불린다. 2018년부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를 개최했다. 2019년에는 일론 머스크가 직접 참석했다.
2020년에는 상하이시가 상하이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에 있는 오픈 드라이브 랩(OpenDriveLab)은 2023년에 E2E 방식으로 자동운전을 하는 UniAD라는 모델의 논문을 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학회인 CVPR(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에 제출했다. 최고 우수상을 받은 이 논문은 그동안 있었던 E2E 방식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완전히 불식시켰고 중국 기업이 룰베이스드 방식에서 E2E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논문 연구에 공동 참가한 기업으로 상탕과 화웨이가 있다. 상탕이란 회사명은 중국 고대 국가인 상(商)나라와 이를 세운 탕왕(湯王)에서 따온 것으로 한국에서는 영어 회사명인 센스타임(Sensetime)으로 알려져 있다. 화웨이도 상하이 AI 연구소와 공동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2.0 기술을 강화하여 자사 브랜드인 아이토(Aito)에 적용하는 등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를 통해 중국의 자동차 메이커인 둥펑(東風)기차가 상탕의 UniAD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미 다수의 중국 메이커가 상탕의 자동운전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1시간 만에 1만 대 주문받은 전기차
![]() |
| 자동운전 솔루션 회사인 모멘타의 부스. 모멘타는 토요타, GM, 상하이기차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
필자가 이 회사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상하이 모터쇼가 있기 한 달 전인 3월 6일에 토요타가 모멘타의 자동운전 솔루션을 장착한 차량 bZ3X라는 차량을 공개하여, 1시간 만에 1만 대를 주문받아 화제가 되었다. 한국 돈으로 3000만 원(14.98만 위안)밖에 되지 않는 이 차는 도심에서도 상당한 수준으로 자동운전을 해 냈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 기간 혼다 또한 모멘타의 자동운전 솔루션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샤오펑이 작년 11월에 선보인 세단 ‘P7+’에 이미 자체 개발한 E2E 방식의 운전지원 기능을 표준 탑재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튜링(Turing)이라는 스타트업이 E2E 방식의 자동운전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이제 배터리에 대해 살펴보자. 그동안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로 변한다는 논의가 많았다. 중국에서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판매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미국에서는 전기차의 판매가 오히려 주춤하고 하이브리드 차량(HEV)의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
![]() |
| 중국 제일기차의 고급 브랜드인 홍치에서 만든 드론 자동차. |
동일한 배터리라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배터리의 생태계를 살펴보면 중국만큼 잘 갖춰진 나라가 없다. 필요한 자원이 풍부하고 다양한 기업이 배터리 산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창의성 또한 뛰어나다.
중국에는 배터리 전문 기업(CATL), 배터리를 만들다가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BYD), 전기차를 만들다가 배터리까지 만드는 기업(지커)까지 존재한다. 그리고 배터리를 교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현실화시킨 회사(니오)도 있다. 중국 배터리 산업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른 지면에서 다시 상세히 다루겠다.
BYD, 수평 대향 엔진 개발
![]() |
| BYD의 고급 브랜드 양왕이 출시한 스포츠 세단 U7에는 수평 대향 엔진이 채택되었다. |
수평 대향 엔진은 피스톤이 좌우 대칭으로 수평하게 배치되어 작동하는 엔진으로, 진동이 적고 안정적인 주행을 제공한다. 하지만 설계가 까다로워 포르셰와 일본의 스바루만이 실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고급 스포츠 세단 ‘U7’은 전기차와 PHEV 두 가지 버전이며, 수평 대향 엔진은 PHEV 모델에서 발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BYD가 수평 대향 엔진을 선택한 이유는 차량 전고를 낮춰 디자인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평 대향 엔진은 기통이 지면과 수평으로 배치되어 일반적인 엔진보다 높이가 낮다. BYD는 이를 활용해 U7 차량의 높이를 낮추고 공기저항을 줄였다. 필자가 모터쇼에서 본 U7은 낮고 날렵한 실루엣으로 고급 스포츠 세단다웠다.
이 차를 보면서 동력을 만들어 차바퀴를 돌리는 엔진이 아니라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보조해 주는 역할로서의 엔진으로 시대가 바뀌었음을 절감했다. 그리고 어쩌면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보다 더 빨리 엔진의 역할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토요타의 중국 전략
이상과 같이 자동차가 스마트카로 모생태계가 변환했다는 관점에서 이번 상하이 모터쇼 방문 소감을 정리해 보았다. 사실 자동차 메이커는 조립 산업이라는 측면이 강하고, 특히 한국 자동차 메이커는 산업의 불모지에서 성장해 왔기에 의식을 하건 안 하건, 생태계를 형성하면서 성장했다.
문제는 스마트화를 위해 새롭게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소프트한 산업 형태를 띠고 있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 기업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중국 내의 소프트웨어 공급망에 대한 지도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의 어떤 기업이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급선무이다. 내 손에 지도가 있어야 어느 방향으로 갈지, 누구와 손잡을지 정할 수 있다. 단 이런 조사는 공급망이란 관점, 모생태계라는 관점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토요타가 모멘타라는 중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2021년이다. 나름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
둘째, 중국 내 연구개발 조직 또한 변화된 생태계에 걸맞은 형태로 변신해야 한다. 이에 대한 힌트를 토요타에서 찾을 수 있다. 토요타는 중국에서 판매가 떨어지자 2023년에 연구소 명칭을 ‘토요타 지능전동차 연구개발센터(Intelligent ElectroMobility R&D Center by TOYOTA)’로 변경했다. 흔히 줄여서 ‘IEM by TOYOTA’라고 한다.
여기서 연구소 이름에 지능(Intelli gent)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Intelligent는 필자가 이 글에서 사용한 스마트(Smart)와 동일한 것으로 번역상의 차이에 불과하다.
그리고 토요타는 ‘하나의 연구소(One R&D)’라는 관점에서 중국 합작사와 함께 설립한 연구개발 부문(광저우기차, 제일기차, BYD)의 인력을 ‘IEM by TOYOTA’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합류시켰다. 중국 기업과 경쟁을 하기 위해 분산된 힘을 합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리고 토요타는 스마트화 측면에서는 중국 생태계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전환했다. 지금은 토요타의 2개의 합작사인 광치토요타, 이치토요타가 플랫폼은 동일하지만 외관 디자인이 서로 다른 차를 별도로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동일 차급에 한 차종만 개발하여 공동 판매하자는 안(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도 중국 생태계 활용해야
![]() |
| 현대자동차 중앙집중식 전기전자 아키텍처. 1개의 고성능 컴퓨터 HPVC와 존(zone) 별 제어기로 구성된다. |
필자는 3월 28일 코엑스에서 열린 현대차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일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참가해 발 디딜 곳도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당일 현대차는 새로 개발한 중앙집중식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전시하고 플레오스(Pleos)라는 차량용 OS도 일부 공개했다.
최근 로이터 통신의 5월 2일 자 보도에 의하면 포드는 차세대 전기전자 아키텍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결국 실패해 총 13조원(97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중국 기업도 상당한 물량전으로 자동차의 스마트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현대차는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력과 예산으로 이룬 성과다.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진화 발전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한국의 제조업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스마트화나 소프트웨어 공급망은 불모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적 산물에 대해서는 돈을 지불하지 않는 풍토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생태계를 만들어간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가장 앞서가는 중국의 생태계도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