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은 지난 5년간 80건
⊙ 미국은 ‘국가 안보 위협’ 이유로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 매각 반대
⊙ 고려아연 사태 MBK, 국내 등록 법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인으로 간주하지 않아
趙東根
1953년생. 서울대 건축과 졸업, 同 대학원 경제학 석사, 미국 신시내티주립대 경제학 박사 /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미국 신시내티대학 객원교수, 산업자원부 기술정책평가위원, 명지대 서울교무처 처장, 한국재정정책학회 제8대 회장, 명지대 사회과학대 학장 역임. 現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 미국은 ‘국가 안보 위협’ 이유로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 매각 반대
⊙ 고려아연 사태 MBK, 국내 등록 법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인으로 간주하지 않아
趙東根
1953년생. 서울대 건축과 졸업, 同 대학원 경제학 석사, 미국 신시내티주립대 경제학 박사 /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미국 신시내티대학 객원교수, 산업자원부 기술정책평가위원, 명지대 서울교무처 처장, 한국재정정책학회 제8대 회장, 명지대 사회과학대 학장 역임. 現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 하이디스는 2002년 중국 BOE를 거쳐 2008년 대만 영풍그룹(Eink)으로 팔려갔다. 하이디스 노조원들은 2017년 9월 20일 청와대 앞에서 대만 이잉크(Eink)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산은, 하이디스 중국에 매각
TFT-LCD 시장은 한국이 한때 석권했었지만, 지금은 중국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TFT(Thin-Film Transistor)는 박막 트랜지스터, LCD(Liquid Crystal Display)는 액정 디스플레이, TFT-LCD는 ‘박막 트랜지스터가 달린 액정 디스플레이’를 의미한다. 스마트폰, TV, 노트북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액정 디스플레이의 한 종류다. 중국에 1위 자리를 뺏긴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이디스(HYDIS·옛 현대전자 LCD사업부)는 핵심 디스플레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 기업이었으나, 채권단은 외자(外資) 유치라는 명분 아래 중국 자본에 매각했고, 이후 ‘핵심 기술 유출과 부도 처리’로 논란이 확대됐다.
하이디스는 ‘광시야각 기술’인 AFFS(Advanced Fringe Field Switching)를 개발했다. AFFS는 LCD 내부에서 액정을 더 정밀하게 제어해 어느 방향에서 봐도 색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야외 ‘시인성’과 ‘시야각’을 넓히는 데 강점이 있다. 애플·HP·델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채택할 만큼 가치가 있는 ‘고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부실로 2001년에 하이디스를 분사했고, 주채권은행(산업은행)은 2002년에 하이디스를 외자 유치 대상 기업으로 분류했다. 산업은행은 2003년에 중국 ‘BOE 테크놀로지 그룹(京東方科技集團)’에 매각했다.
TFT-LCD 기술이 없다시피 했던 중국은 BOE 그룹을 지렛대로 ‘하이디스의 생산 라인과 기술 인력’을 활용해 자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을 육성하고자 했다. 하이디스 인수 이후, BOE는 하이디스 R&D 인력들을 대거 ‘중국 본사’로 이동, 배치시키고 하이디스 내부 기술 자료를 중국으로 이관했다. 하이디스 매각으로 하이디스 기술자 다수가 중국 BOE 그리고 중국 현지 다른 디스플레이 업체에 고용돼 ‘한국 TFT-LCD 기술 노출’이 가속화됐다. 이를 토대로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급속 성장했고, BOE는 2017년 기준 세계 대형 TFT-LCD 시장에서 21.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출하량 기준으로 ‘세계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10년 만에 LCD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한 것이다.
굴욕은 이다음부터다. BOE는 하이디스에 대해 2006년 1월 자금난을 이유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기술을 확보했기’에 더는 하이디스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서일 것이다. 하이디스는 2006년 말에 법정관리 상태에서 채권단에 재매각됐다. 기술을 확보하고 하이디스를 버린 것. BOE에는 ‘히트 앤 런’(먹튀) 비난과 의혹이 제기됐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외자 유치 과정에서의 안이한 기술 보호 조치는 도마 위에 올랐다. 얻은 교훈은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을 무분별하게 외국 자본에 매각할 경우 산업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국가 핵심 기술 보호’ 및 ‘해외 매각 심사 절차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고 말았다.
상하이차, 쌍용차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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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쌍용차 먹튀 사태 올바른 해결 촉구 시민사회단체 합동 기자회견’ 모습. 사진=조선DB |
2007년에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2007년 국정감사 및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쌍용차가 개발한 디젤 엔진 및 SUV 관련 기술이 중국 본사로 무단 이전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쌍용차 기술자들이 중국 상하이차 본사에 기술 문서·설계도면·엔진 시제품 등을 넘겼다는 내부 고발도 접수됐다. 유출된 디젤 엔진 기술(RXD 엔진)과 SUV 플랫폼 기술이 상하이차 내 ‘Roewe(榮威)’ 브랜드의 신차 개발에 활용됐다는 것이다.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자동차의 신차를 개발해 준 셈이 됐다.
이에 산업자원부는 2008년 조사를 벌였지만, 기술 유출 여부에 대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형사처벌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유출된 기술이 당시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마침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다. 쌍용차는 판매 급감으로 큰 매출 손실을 보았지만, ‘모기업인 상하이자동차’는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2009년 1월 쌍용자동차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정관리는 노사 갈등을 격화시켰다. 대규모 정리해고(2600여 명) 계획에 반발해 노조는 파업을 벌였고 공장을 77일 동안 점거했다. 상하이차는 끝내 철수했다. 상하이차에 ‘기술만 빼가고 재정적 책임은 회피했다’는 비판이 가해졌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상하이차 사건으로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기술 보호 장치’가 미흡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국가 핵심 기술 제도, 외국인 투자 심사 강화’ 등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성토에 그쳤다. 상하이차 철수로 모든 것이 ‘망각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미국, 매그나칩반도체 매각에 제동
2004년 한국의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전신)에서 분사한 ‘매그나칩반도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드라이버구동칩(DDI) 시장에서 스마트폰과 TV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제품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세계 2위’의 자리까지 올랐다. 2021년 매그나칩반도체는 총 14억 달러에 중국계 사모펀드(PEF) ‘와이즈로드캐피털(WRC)’에 매각을 추진했으나,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해 합병계약(매각계약)을 해지했다. 미(美) 정부는 중국계 사모펀드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에 대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반대했다. 미 재무부는 매그나칩반도체의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의견서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매그나칩반도체 매각이 체결된 시점이 ‘K-반도체 육성 전략 발표’ 직전이었기에 ‘국내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 우려를 불러일으킬 만도 했지만, 우리 정부는 매그나칩반도체가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하지는 않았다’고 보고 매각을 막지 않았다. 이토록 기술 유출에 안일했다. 매그나칩반도체 매각에 정작 브레이크를 건 것은 미국이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한국 기업이지만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어’ 미국 CFIUS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미국이 브레이크를 걸자 인수 주체인 와이즈로드캐피털은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는 시장의 논리를 따르는 순수 투자’라고 항변했지만, 미국 정부는 매그나칩반도체 매각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미국은 한국 기업이지만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는 것을 근거로 중국에의 매각을 안보를 이유로 불허(不許)했다. 이만큼 미국 정부는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방지에 적극적이었다.
美,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不許
브로드컴(Broadcom)은 1991년 미국에서 설립됐으며 유선통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반도체 회사다. 브로드컴은 미국 기업이지만 2015년에 싱가포르 기업인 ‘아바고테크놀로지스’사에 인수됐고 이후 중국 화웨이사와 협력을 강화했다. 2017년 11월 브로드컴은 1300억 달러에 ‘퀄컴 인수’를 제안했고, 퀄컴은 CFIUS에 거래에 대한 심사를 요청했다. CFIUS는 거래를 검토한 결과 ‘퀄컴의 주력인 5G 기술이 동 거래를 통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며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FIUS의 조사에 근거하여 최대 1600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M&A)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한 CFIUS는 레이더 등 최첨단 군사 무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보유한 독일 AIXTRON사를 중국 ‘푸젠그랜드칩투자펀드(Fujian Grand Chip Investment Fund)’사가 인수하려 하자 미국의 국가 안보를 우려해 ‘인수 제한’을 독일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독일 재경부는 2016년 10월 21일 7억1000만 달러 규모의 인수계약에 대한 승인을 철회했다.
기술 보호 시행령 개정안은 처벌 수위 높인 것에 불과
2024년 기술 보호 등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술 보호 및 관리 체계를 강화하여, ①기존에는 기업 등의 신청이 있어야 국가 핵심 기술에 대한 판정이 가능했으나, 기술 유출 우려가 크고 보호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기업의 신청이 없더라도 국가가 직권으로 기업에 국가 핵심 기술 판정을 받도록 하는 ‘국가 핵심 기술 보유확인제’를 신설했다. ②국가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을 정부의 승인 없이 불법으로 인수합병하는 경우에는 정보수사기관의 조사 및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생략하고 산업부 장관이 즉시 중지·금지·원상회복 등의 조치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미이행하는 경우에는 ‘1일 1000만원’ 이내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 ③벌칙 규정을 강화해 국가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시 기존 최대 15억원의 벌금을 최대 65억원까지 확대하고, 처벌 대상을 ‘현행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확대’해 유출된 기술이 해외에서 사용될 것을 알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소개·알선·유인하는 브로커도 기술 침해 행위로 처벌하도록 했다.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요약하면 ‘기술 판정 절차의 직권화, 무단 반출 및 해외 매각 시 즉시 시정명령 발동, 국가 안보 영향 평가 대상 확대, 처벌 수위 강화’다. 그리고 형사 처벌 상한선을 65억원으로 상향 조정해 유출 행위에 대한 강력한 억지 장치를 도입했다.
다층적인 보호 조치가 마련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처벌 수위를 높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시행령 개정안은 ‘왜 기술이 유출되는가’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부족하다. 하이디스와 쌍용차의 경우 결국은 ‘잘못된 외자 유치’가 화근이었다. 그렇다면 외자 유치 또는 기업 인수합병에 가려진 부당한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시행령에 담겨야 한다. 미국에서 부당한 기술 유출이 차단된 것은 미국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심사 기능 덕분이었다. 하지만 우리 개정안은 CFIUS 같은 기술 유출을 막는 범국가적 제도 장치(gate keeper)를 담고 있지도 않다.
‘기술 主權을 위협하는 법적 사각지대’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심각한 기술 유출의 우회 경로’인 외국인 지배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조항이 빠진 것은 치명적이다. 결과적으로 법 개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더라도 ‘국내에 등록된 법인’이면 인수합병 시 별도의 신고나 승인 절차가 필요 없어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외국인투자심사’를 매우 느슨하게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와 하이디스의 외자 유치 실패’ 사례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기술 유출 통제 장치’도 매우 허술하다. 미국의 경우 재무부를 중심으로 법무부, 국방부 등 주요 부처와 백악관 및 정보 기구까지 포함하는 범부처 기구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역시 ‘수출통제법, 기술 수출 허가제, 데이터 보안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해 기술 유출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의 총체적이고 적극적인 기술 보호 체계에 비하면 시행령이 개정돼도 기타 관련 법률의 보완 및 유기적인 연계가 없는 한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기술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산업스파이방지법’과 같은 별도의 법 제정이 시급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최근 입법 예고된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외국계 자본에 의한 우회적 인수’를 통제할 장치를 누락시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산업부는 2024년 제5차 산업기술 유출 방지 종합계획에서 명시적으로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은 외국인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음에도, 해당 내용이 입법 예고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맹탕 개정안’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고려아연 사태로 본 사모펀드의 국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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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자사주 공개 매수 종결을 하루 앞둔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소재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영풍의 인수합병 시도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사모펀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금을 모으기 때문에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을 인수할 때, 중동 국부펀드, 싱가포르 투자청(GIC), 미국 연기금 등 외국계 LP(Limited Partner·유한책임투자자)의 자금 비중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운영 주체(GP·General Partner)는 국내 운영사지만 실질적인 자금 원천은 외국 자본이기에 ‘외국 자본의 이익’을 위해 펀드를 운영하게 된다.
사모펀드 MBK는 외국인 회장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외국계 자금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국내 등록 법인’이라는 이유로 산업기술보호법상 ‘외국인’으로 간주하지 않아, MBK를 통해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의 지배권이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더라도 법적으로 이를 규제할 수단이 없다. ‘기술의 해외 매각이나 제3국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이 유출’될 경우 정부가 손쓸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경제적 피해를 넘어, 국가 안보와 산업 생태계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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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3일 오전 서울 용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고려아연 노조원들은 주총장을 향하는 주주들에게 “MBK·영풍 인수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사진=조선 DB |
한국은 여전히 ‘법인 국적’을 설립지 기준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결과 ‘국내 설립 법인’이라는 외형만 충족하면 외국계 자본의 실질적 영향력 여부를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이는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이 외국계 사모펀드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정부는 사실상 아무런 제도적 통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아연 생산 능력을 갖춘 기업 중 하나로, 하이니켈 전구체 등 이차전지 원료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어 국가 핵심 기술 보유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외국계 자본에 장기적으로 넘어간다면, 첨단 광물의 전략적 공급망뿐 아니라 한국의 산업 기반 전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탈중국 전략(decoupling from China)과 관련해 핵심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제 협력체 중 하나가 ‘공급망 협력체(MSP·Minerals Security Partnership)’다. MSP는 미국이 2022년부터 주도했고, 2024년 현재 한국·미국 등 14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활동 목적은 주요 희귀 광물의 탐사·채굴·제련·가공·재활용 등 공급망 전 과정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MSP는 핵심 광물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을 목적으로 하는 전략적 공급망 동맹이다. 고려아연 사태는 MSP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지난 5년간 8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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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8월 30일, 이인실 특허청장이 서울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첨단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정부·기업 공동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의 정의에 ‘실질 지배력’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고, 외국계 자본이 통제하는 국내 법인도 심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②사모펀드나 SPC(특별목적기구)를 통한 우회 인수에 대해 별도 조항을 신설하고, 국가 핵심 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M&A 시도 시 사전 승인 의무를 강화한다.
③국내에 설립된 법인이더라도, 자본 구성, 운용권자, 의사 결정 구조에 따라 외국인 간접 지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실체적 기준과 심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④산업기술보호위원회 산하 M&A 전문 분과를 실질적 심사기구로 격상시키고, 전략 기술 관련 거래에 대한 실시간 심사와 사후 관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다음 표는 최근 5년간 업종별 해외 기술 유출 건수를 정리한 것이다. 추정 피해액은 23조~25조원에 이른다. 놀랍게도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이 지난 5년간 총 121건 중 80건(66%), 2024년 1~10월까지는 25건 중 18건(72%)을 차지하고 있다. 양국 관계는 미묘해질 수밖에 없다. 해법은 간명하다. 경제 교류는 확대하되 ‘경제 침탈’을 경계해야 한다. 중국은 2001년 1월 ‘미국의 사실상의 알선’으로 WTO에 가입했다. ‘다자무역체제 편입’의 날개를 달아준 셈인데, 이를 통해 중국의 GDP는 2001년 1조3000억 달러에서 2024년에는 17조7000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중국은 외형적으로는 개방을 표방하지만 핵심 산업은 여전히 국유로 묶어뒀고 무역에도 보호주의를 적용한다. 중국은 다자무역체제 편입에도 불구하고 ‘지적 재산권 침해, 외국 기업 기술 도용,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등의 관행을 불식시키지 않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은 제도적 편입의 관점에서는 성공했으나 ‘질서유지자’로서의 역할은 실패했다. 이 결과 장기적으로는 다자무역체제의 신뢰 위기를 초래했다. ‘사드(THAAD) 보복’이 그 일례다.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은 단체관광 금지, 롯데마트 철수 압박, 한류 금지 등 비공식적인 경제제재를 가했다. WTO는 이로써 비공식적 보복에 대한 대응 수단이 전무했음이 드러났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은 ‘금융을 통한 지역 개발’이라는 선의로 포장한 사실상 개도국 지배 수단이었다.

‘경제 침탈’ 경계해야
한국과 중국 간 경제 교류 확대는 상호이익 증진에 기여하지만 일방적인 종속과 전략적 의존을 유도할 경우 경제 침탈의 위험성이 제기될 수 있다. 다음의 표는 ‘협력과 침탈’을 구분 정리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국과 추격국’의 피할 수 없는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에 빠져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경제 규모 경쟁을 포함해 다면적이다. 중국이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중국몽(中國夢)’에 함몰되는 한, 서방세계와의 긴장은 ‘상수(常數)’가 될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는 보편적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은 중국 특색을 강조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배가하기 위해 절치부심해 왔다. 중국의 6·25 전쟁 참전 동기는 ‘순망치한(脣亡齒寒)’으로 압축된다. 문재인, 이재명의 친중주의는 ‘정치DNA’화되다시피 했다. 경제 협력은 ‘공정성과 상호 존중, 자율성 보장’을 전제로 할 때만 지속 가능하다. 중국과의 교류가 확장될수록, 투자·기술·지분구조 등에서 투명성과 국익 중심의 필터링 기준을 강화해야 경제 침탈의 우려를 줄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과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 반중(反中)일 필요도 없고 굳이 친중(親中)일 이유도 없다. ‘한미일’로 대표되는 해양 세력의 일원이 되느냐, ‘북중러’로 대표되는 대륙 세력의 일원이 되느냐의 선택에서 우리의 선택은 응당 ‘전자’여야 한다. 중국과 경제 교류는 강화하되 ‘경제 침탈’은 엄중 경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