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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론

이제 ‘勞組의 사회적 책임’을 얘기할 때다!

글 : 이웅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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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성, 투명성, 윤리적 행동, 이해관계자의 이익 존중, 법규 준수, 국제행동규범 존중, 인권 존중(ISO26000의 제4조 사회적 책임의 일반 원칙)
⊙ 노동자 개개인은 사회적 弱者일 수 있지만, 勞組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 국제표준화기구(ISO), 2010년 기업과 노조 포함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ISO26000)’ 공포

李雄熙
1964년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美일리노이주립대 MBA, 美오하이오주립대 박사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한국경영학회 부회장 역임. 現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국제경영학회 부회장
지난 5월 1일 민노총은 서울 도심 일대에서 대규모 노동절 집회를 가졌다. 사진=조선DB
  요즈음은 중학생 때부터 교과서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해 배운다. 그래서인지 최근 경영학과 신입생들에게 ‘좋은 기업인이 되기 위한 가장 훌륭한 덕목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재산을 사회에 환원(還元)하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비율이 높다. 돈을 벌고 영리(營利)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사회에 ‘속죄(贖罪)’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 같다. CSR이 유행하는 곳은 한국뿐이 아니다. 미국·유럽·일본 등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지만, 유독 우리나라가 더 넓게 퍼진 것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골치 아픈 기업 문제는 기업가의 윤리 문제가 아니라 바로 고질병과 같은 노사(勞使) 갈등일 것이다. 노사 문제라는 말을 들으면 우선 과격하고 전투적인 노조(勞組)의 불법(不法)투쟁이 연상된다. 하이트진로의 도로를 막아선 화물연대,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의 불법점거, 3개월째 사장실 점거를 하고 있는 현대제철 노조, 법원 판결에도 불복하고 자사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파리바게트의 민주노총 소속 제빵노조…. 세계적 인플레의 영향으로 임금 상승의 요구가 증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대다수 국민은 이제 이런 과격한 대결과 법을 무시하는 투쟁 방식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한다.
 
 
  勞組의 본질은 ‘獨占’
 
  노조의 파워는 어디서 나올까? 노조의 본질은 임금 담합(談合)을 통한 ‘독점(獨占)’이다. 만약 기업가가 독점력이 있는 경우, 개별 노동자는 임금협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독점 회사에서 해고되었을 때는 다른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에 취업하려고 해도 배운 기술이 그것밖에 없으면 그 회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용자의 독점력에 대항하기 위해 개별 노동자들은 단합하여 임금을 협상하게 된다. 즉 독점력에 임금 담합을 통한 독점력으로 대항하는 것이다. 임금도 가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해 임금을 올리려는 행위는 독점을 금지하는 셔먼(Sherman)법의 적용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해 임금을 담합하는 것을 노동시장의 경쟁을 저해하는 ‘독점’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지지를 업어 당선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1914년 클레이턴(Clayton)법을 제정하였고, 여기서 노조는 반(反)독점법의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면서 드디어 합법화의 길이 열렸다.
 

  노동자 개개인은 사회적 약자(弱者)일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가 뭉쳐진 노조는 국가가 공인한 ‘독점력’을 가진 단체가 된다. 이들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따라서 이들은 사용자를 곤궁에 빠뜨릴 수도 있고, 교통·물류와 같은 기간산업에 종사할 경우 국가 활동을 마비시켜서 국민에게 큰 불편을 끼칠 수도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최근 영화 〈스파이더맨〉에서도 언급되어 다시 큰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노조가 빈번하게 국민을 볼모로 불법파업을 벌이며 불편을 줄 때, 국민들이 노조에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인가? 충분히 있다. 그것이 바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Union Social Responsibility)’이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은 국제적 표준
 
지난 4월 20일 민노총과 한국노총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노동기본권 글로벌 스탠더드 적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노조가 지켜야 할 ‘글로벌 스탠더드’도 있다. 사진=조선DB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란 말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10년 11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ISO26000)’에서 공식적으로 선포한 용어이다.
 
  국제표준화기구는 2001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는데, 논의 도중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 공통적으로 확장, 적용될 수 있는 사회적 책임(SR)에 관한 통일된 국제표준을 정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물론 노조도 포함되었다. 노동계 쪽에서 다소 반발도 있었으나, 전 세계 99개국, 42개 국제 조직에서 약 600명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2004년부터 2010년에 걸쳐 집중적인 국제회의를 갖고 합의를 위해 노력한 결과, 결국 완성되었다. 이제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책임(SR)을 요구할 수 있어, 노동조합 또는 NGO 역시 이 국제표준을 외면만 할 수는 없게 되었다.
 
  이후 국내외 학계와 업계에서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움직임들이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LG전자 노조(한국노총 소속)는 이 국제적 추세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여 2010년 말 ‘USR 헌장’을 국내 최초로 발표하였고, USR의 비전 달성을 위해 기업의 경쟁력 제고(提高),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글로벌 커뮤니티 공헌을 구체적 세부 목표로 삼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기치로 내걸었던 노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리 많지 않았다. 더욱이 이 개념이 아직 초보적 개발 단계이다 보니 정확한 개념 정의가 되어 있지 않아 기업별로 추진 시에 편차도 존재했다. 그럴수록 원칙과 정의를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초 ISO26000의 제4조에 사회적 책임(SR)의 일반적 원칙이 나와 있다. 그것은 책임성, 투명성, 윤리적 행동, 이해관계자의 이익 존중, 법규 준수, 국제행동규범 존중, 그리고 인권 존중이다.
 
  이 7개 요소가 한국 노조에 다 필요한 덕목이지만, 제일 시급한 것이 서두에 언급한 불법파업을 자제하는 ‘법규 준수’일 것이다. 노조는 자신의 파워가 법의 특별한 배려에 의해서 나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조가 불법파업을 하는 순간 자신의 존재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필요한 덕목은 윤리적 행동이다. 작년 택배노조의 온갖 폭언과 협박에 시달린 대리점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택배노조는 진정 약자를 위한 조직인가 아니면 약자에게 공갈 협박을 하는 범죄조직인가.
 
  미국에서도 노조에 마피아가 개입하여 무수한 공갈과 협박을 밥 먹듯 하던 시절이 있었다. 미국의 전설적 노조위원장 지미 호파(Jimmy Hoffa)는 마피아와 연계하여 활동한 것으로 유명하다(2019년 개봉한 영화 〈아이리시 맨〉은 지미 호파를 중심으로 미국 노조와 마피아의 공생관계를 파헤쳤다). 미국 노조는 마피아에게 접수되어 조종당하고 때론 강탈당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국의 일부 노조는 스스로 마피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파업 중에도 정상 운행한 日 버스 기사들
 
  세 번째, 윤리적 행동과 연관해 회계의 ‘투명성’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조합비 횡령 사건, 복지시설 운영 관련 비리, 노조의 특권을 활용한 채용 비리도 자주 일어난다. 이런 문제점들은 1차적으로 노조가 스스로 윤리적으로 각성하여 투명해지는 것이 제일 원만한 해결 방법이나, 그것이 안 될 경우 대기업과 일정 규모 이상의 공기업에 한해서라도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회계사에 의한 내·외부 회계감사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이해관계자의 이익 존중이다. 노조 입장에서는 고객과 협력업체 등이 주요 이해관계자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우선적으로 그 제품 또는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는 고객들의 불편이 증대한다.
 

  우리 국민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관대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산업화 초기부터 국민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격해져서 자신들의 생활이 불편해져도 이를 묵묵히 감내해왔다. 하지만 이제 국민들의 시선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특히 자신들의 권익에 민감한 MZ 세대들은 자신들의 불편에 침묵하지 않는다. 최근 연세대 도서관 앞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시위를 하자, 수업권 방해를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이 속한 민노총을 고소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시민들은 바쁜 지하철을 막아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에도 이제 지쳐가는 듯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안 끼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에서는 어떨까? 일본 오카야마시의 ‘료비’버스의 기사들은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행했는데, 파업으로 인한 승객의 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해 버스 운행은 정상으로 했다. 그 대신 승객으로부터 요금을 받지 않았다. 그들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고객을 보호하면서 그들의 지지도 받았다.
 
 
  ‘사회적 책임’인가 ‘사회주의적 책임’인가
 
민노총은 8·15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反美선동을 강화했다. 사진=민노총 홈페이지 캡처
  마지막으로 한국 노조에만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노동자 임금과 복지 향상 문제가 아닌 엉뚱한 이슈를 주장하는 경우이다. 특히 민노총의 경우, 지금도 반미(反美)운동과 친북적(親北的) 통일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것이 노동자 복지 향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8월 5일 현재 민노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8·15전국노동자대회 공지와 함께 다음과 같은 문구가 보인다.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한미연합 군사연습 중단!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전쟁반대! 평화실현!”
 
  홈페이지에 따르면 민노총은 ‘중앙통일선봉대’를 8월 6일 조직하여, 서울의 SPC, 평택, 군산, 소성리, 진해, 부산 등을 찾아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한반도 전초기지화 전략을 규탄하고, 14일부터 진행되는 하반기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저지하기 위한 실천적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은 8월 7일, 첫 연대투쟁 일정으로 가장 먼저 SPC 투쟁현장을 찾았다. 향후 SPC 전국 파리바게트 매장 앞 1인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고 한다. 파리바게트 건은 법원에서 이미 회사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시민들은 파리바게트 앞에서 시위를 하는 민노총 노조원들이 다음 날 미군기지를 찾아가 ‘한반도 전초기지화 전략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려 한다는 계획을 알고 있을까? 민노총은 도대체 어느 나라를 위한 단체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하는가. 이들은 혹시 ‘사회주의적 책임’을 완수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 ‘勞組의 사회적 책임’ 얘기할 때
 
  지금 한국은 한류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여러 나라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취업 등 고민이 많은 현재 한국의 젊은이들에겐 이런 ‘국뽕’이 자신의 구겨진 자존심을 세워주는 탈출구이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지나치게 폭력적, 불법적 모습을 보이거나, 노동자 복지와는 상관없는 구호를 외치는 노동운동은 국제적으로도 망신이며, 자존심 높은 우리 젊은 세대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
 
  그동안 한국의 지식인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기업인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사실 이들이 자신의 돈으로 CSR 한 액수도 궁금하긴 하다). 이제 그들은 같은 노력으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을 주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 이 시대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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