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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전망 | 증시, ‘주식농부’ 박영옥·‘미주미TV’ 이항영 대표

한국·미국 주식 고수 2人의 신년 투자 祕策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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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인상에 따른 하락 우려는 단골 소재… “불안해할 필요 없어”
⊙ 39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 주식은 여전히 훌륭한 헤지 수단
⊙ 고수들은 새해 증시 전망 안 해… “하던 대로 하면 돈 번다”
⊙ 韓, K푸드·K컬처·지주사 유망… 美 종목은 ‘실적’만 봐도 반은 성공

박영옥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同 대학원 국제경영대 재무관리 석사 / 현대투자연구소, 대신증권, 교보증권 압구정지점장 / 새누리당(現 국민의힘) 중앙위 금융·재정분과위원장 / 現 스마트인컴 대표이사·회장 / 저서 《주식투자 절대원칙》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外

이항영
서울대 정치학과, 뉴욕주립대 경영대학원 MBA /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장 / 現 유에스스탁 전문위원,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미국주식에미치다TV 대표 / 저서 《미국 주식이 답이다》 《미국 주식 무작정 따라하기》 外
  환희와 공포, 절망과 희망. 주식시장은 인간의 양단에 있는 감정을 두루 건드린다. 특별한 악재(惡材)가 없는 데도 괜히 불안감이 들 때가 있다. 바로 이맘때다. 새해 증시는 항상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무렵 각종 전망은 쏟아진다.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분석 자료인데, 늘 상반된 의견이 공존한다. 둘 중 뭐가 맞는지 도통 알 수 없다. 주식 고수들은 이에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고 입을 모은다. ‘주식농부’로 잘 알려진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와 ‘미국 주식 전도사’인 이항영 미국주식에미치다TV 대표를 만나 한국과 미국의 주식시장을 진단해봤다. 그리고 갈팡질팡 투자자들의 마음을 다잡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주식농부’ 박영옥
  “인플레·금리 변수는 기업이 극복할 일… 확신 있다면 꾸준히 모아가야”
 
사진=박영옥 제공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화로 통한다. 최근 펴낸 저서 《주식투자 절대원칙》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종잣돈 4500만원을 2000억원으로 불린 주인공이다. 오직 국내 주식에 투자해서다. 수익률로 따지면 무려 45만%이다. 어떻게 벌었어요? 쏟아지는 질문마다 “농부처럼 투자했다”고 답한다. 씨앗을 뿌리고, 김을 매고 해충을 잡고,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을 지나 열매를 거뒀다는 거다. ‘주식 농부’라 불리는 이유다. 한때 10개 기업, 지금은 5개 기업의 대주주(大株主)로 산다. 투자 중인 기업은 80~100개에 이른다. 조정장 때는 하루에 보유액이 50억~70억원씩 빠지기도 한다. 조정, 혹은 하락장 대응법을 묻자 박영옥 대표는 “비 온다고 농사를 안 짓느냐”고 했다. 오미크론 불안감이 증시를 덮친 2021년 12월 4일. 여의도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 코로나19가 누그러지나 싶더니 변이바이러스가 기승인데요.
 
  “이 정도 변동성은 안고 살아야죠. 더 한 일도 많았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어요. 돌아보면 역대 위기를 다 극복해왔잖아요. 오미크론도 새로워 보이지만 사실 새롭지도 않아요. 인간에게 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확인했잖아요. 주식시장도 이를 잘 반영할 거고요.”
 
  ― 한때 3200을 찍었던 코스피 지수가 연일 밑돌고 있죠. 2021년 초와는 반전된 분위기입니다.
 
  “지수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큰 의미가 없거든요. 이때 투자자들은 저(低)평가 국면에 있는 기업을 찾는 데 집중하면 됩니다.”
 

  ― 그렇다고 2022년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닌데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에서는 새해 코스피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고 미국은 39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죠.
 
  “전망도 크게 의미 없습니다. 해봐야 맞지도 않고 맞춘들 큰 도움이 안 돼요.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마치 게임처럼 인식해요. 공식을 세우고 여러 변수를 대입해서 이럴 것이다, 하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기업’입니다. 지수보다는 기업을 봐야 합니다.”
 
  ― 결국 신년 주식시장 전망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입니까.
 
  “십진법을 쓰고, 달력이 12월까지 있으니 이맘때쯤이면 늘 새해 전망을 하죠. 근데 삶은 연속선상에 있거든요. 잠깐 등락은 있겠지만 삶이 지속되는 한, 기업이 성장하는 한 지수는 꾸준히 상승할 거라 봅니다. 누군가 ‘2022년 주목할 기업’을 얘기하며 신년을 기점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상술(商術)인 거예요. 기존에 투자했던 기업들, 혹은 투자할 기업에 집중하고 그 기업의 변화를 읽어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은 레퍼토리
 
  ― 특히 국내 기업들은 대외환경에 민감한데요. 테이퍼링,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과 같은 변수를 하나도 고려 안 합니까.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환율, 금리, 유가, 물가, 기타 등등 고려할 변수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주가가 영향을 받는 것도 맞아요. 그런데 보세요. 이런 변수들은 기업들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에요. 투자자들은 자꾸 본인이 이겨내려고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기업이 알아서 극복해나갈 겁니다.”
 
  ― ‘한국의 닥터 둠(Dr. Doom·경제비관론자)’으로 불리는 모(某) 교수는 2022년 증시를 전망하며 ‘폭락 예정이니 현금 등 안전자산으로 바꿔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요.
 
  “매년 이맘때쯤 나오는 레퍼토리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지금도 저평가인데 폭락? 글쎄요. 버블이 꺼진다는 얘기 같은데, 탐욕이 버블을 만들고 역버블도 만듭니다. 탐욕으로 한순간 투전판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자본시장은 결국 굉장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공포심을 조성하는 보도들로 인해 많은 사람이 현금을 꽉 쥐고 있다 기회를 놓치고 말죠.”
 
  그가 이처럼 초연(超然)한 데는 이유가 있다. 30년 투자인생 동안 IMF사태, IT버블, 9·11테러, 리먼사태와 코로나19까지 다 경험해서다. 한국 주식시장 개장 이래 대형 악재(惡材)는 다 겪은 셈이다. 1988년부터 13년간은 증권사에서 일했는데, 1997년. 교보증권 압구정지점장 재직 시절 IMF사태가 터졌다.
 
  “투자인생 최초이자 최대의 위기였어요. 1000이었던 코스피가 300까지 떨어졌으니 그야말로 패닉이었죠. 무엇보다 저를 믿고 자산운용을 맡겼던 지인들과 고객들이 엄청난 손실을 봤으니까요. 손실을 사비(私費)로 보전해주려 집을 팔고 사글세를 전전했습니다. 그때 투자의 본질을 깨우쳤죠. 위기가 기회다. 그 후 2001년 9·11테러는 달리 다가왔습니다. 싼값에 좋은 주식들의 씨앗을 사놓고 농사를 지었더니, 6개월 만에 회복이 되더군요.”
 
  그는 “시장 역사상 늘 큰 위기가 있어 왔지만 항상 회복해왔다”며 “어려울 때마다 잠재력 있는 기업에 투자를 하니 위기 때마다 자산이 늘었다”고 했다.
 
 
  ‘주인 될 기업’ 고르는 법
 
2021년 한때 3200을 찍었던 코스피 지수가 연일 고점을 밑돌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11월 30일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조선DB
  ― 앞서 ‘가만히 있으면 기업이 극복한다’고 했는데, 그런 기특한 기업은 어떻게 고릅니까.
 
  “우선 향후에도 유망한 산업군 내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한 1등 기업을 찾아요.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고 명료할수록 좋습니다. 딱 한 줄로 이 회사가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요. 이후 재무 상태를 살펴보세요. 안정적이고 심플한지. 그런 다음 적정 수준의 배당을 해왔는지 봅니다. 저는 특히 성과를 주주와 공유하는 배당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는 또한 꾸준히 이익을 냈다는 의미이자,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이거든요. 그 밖에 공시를 성실하게 하는지, 경영자는 어떤 사람인지, 그럼에도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지 따져봅니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주식을 사면 ‘그 기업은 온전히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투자한다”면서 “설령 어려워진다고 해서 팔아치우는 건 잘못된 투자”라고 했다.
 
  ― 주식은 사고파는 것 아닙니까.
 
  “그건 자본시장의 ‘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낸 생각이에요. 증권사, 자산운용사, 자문사, 거래소 등이죠. 사람들이 주식을 계속 사고팔아야 돈을 벌거든요. 자본이 적을 땐 사고팔아서 돈을 불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저 또한 13년간 증권회사에 있으면서 시황에 따라 주식을 얼마나 사고팔아 봤겠습니까. 자산이 줄었다, 늘었다 할 뿐이었어요. 애초에 그런 투자법은 기업의 주인이 아니라 객(客)으로 살겠다는 거고요.”
 
  ― 초보자들 입장에서는 ‘주인 될 기업’을 잘못 고를 수도 있는데요.
 
  “인생이 길어졌잖아요. 120세 시대 얘기까지 나오잖아요. 긴 안목을 가지고 3~4년간 해당 기업을 공부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주가의 흐름은 물론 성장주기까지 알게 될 때가 옵니다. 성장하기 위한 M&A, 신(新)사업, 기술 개발 등에 자본이 유입됐을 때, 그 주기에 투자를 해놓으면 2~3년 뒤 손익분기점을 넘어 순이익이 잡히죠. 주가가 오르기 시작합니다. 애널리스트들이 방송에서 종목을 언급하는 건 이 시점입니다.”
 
  ― 수익을 내기까지 5~6년 정도를 쓰라는 거네요. 너무 긴 거 아닙니까.
 
  “피같이 번 돈으로 투자하는 거 아닌가요? 충분히 공부하고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조급해하지 마세요. 포모증후군에서 시작한 투자는 단기간 고수익을 바라기 마련이에요. 끝이 안 좋습니다. 그 회사 물건도 사보고, 회사도 가보고, 다른 소비자들 이야기도 들어보고 하는 과정들이 재밌지 않겠어요?”
 
  ― 글쎄요. 투자를 업(業)으로 하지 않는 일반 개미들에게는 어려운 얘기 같은데요. 회사 탐방은커녕 주담(주식 담당)과의 통화도 쉽지 않은데요.
 
  “언급한 내용은 가장 좋은 방법인 거고, 기업과 소통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죠. 가장 쉬운 건 그 회사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겁니다. 남 얘기만 듣고는 알 수가 없잖아요. 참고로 IR담당자는 결국 자기 필요에 의한 말을 하는 경우가 많고요, 이왕 할 거면 그 경쟁회사 담당자한테 물어보면 좀 더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겠죠.”
 
 
  “느린 것이 더 빠른 길”
 
  ― 자꾸만 ‘천억대 부(富)를 이룬 자의 여유’로 들립니다. 좀 더 쉽고 빠른 방법은 없습니까.
 
  “저도 단타매매도 해보고 파생상품 같은 기법을 활용해 사냥꾼처럼 투자한 적도 있어요. 인생에서 지름길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불나방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게 빨리, 더 쉽게 버는 길 같아 보이겠지만 해보니 결국 제자리거나 마이너스더군요. 조금 느린 것이 더 빠르고 멀리 가는 길입니다.”
 
  ― 동행할 기업을 어렵게 골랐더니, 10년째 -20%면 어떡합니까.
 
  “‘아니다’ 싶을 때는 팔고 더 좋은 투자 대상을 다시 찾아야죠. 젊다면 시행착오를 겪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나이가 드신 분들이라면 이런 일이 없도록 충분히 공부하고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겠죠.”
 
  ― ‘이런 기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마라’는 게 있다면요.
 
  “매출에 비해 이익이 턱없이 적은 기업. 특히 재무제표상 수상한 모습이 포착되면 무조건 걸러야 합니다. 예컨대 지나치게 잦은 유상증자나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지만 실적이 개선되지도 않고 투자할 명목도 없는 경우가 있어요. 자회사 등 복잡한 구조를 통해 돈이 빠져나가는 거거든요. 이런 기업들 특징이 소통을 안 하려고 해요. 직원이 불성실하고 무성의하죠. 주주총회에 가도 경영진을 만날 수 없고 공장 탐방을 요청해도 보안 핑계로 안 보여주는 식이죠. 개인적으로 자사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없이 특정 대기업에 납품만 하는 곳도 적합하지 않다고 봐요. 관계가 끊어지면 힘들어지니까요. 그 밖에 이익에 비해 배당 성향이 낮은 기업, 지나치게 오너의 이익 위주로 돌아가는 기업도 피합니다.”
 
  ― 종합하면 주인 될 기업을 골라 길게 투자하라는 건데, 우리나라에 그렇게 오랫동안 투자할 종목이 있긴 합니까.
 
  “맹목적인 장기 투자는 옳지 않아요. 앞서 언급했듯 기업의 성장주기에 올라타야 합니다.”
 
  ― ‘꾸준히 우상향(右上向)한다’는 보장이 있으면 맹목적인 장기 투자도 가능한 것 아닙니까. 예컨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이들 중 성장주기에 올라탄 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그런 측면의 장기 투자를 할 기업이 별로 없다는 데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국내 기업에 장기 투자를 하게 되면 자산이 불어나기보다 쪼그라드는 상황도 있으니까요.”
 
 
  株主민주주의 확립돼야
 
‘주식농부’ 박영옥 대표는 “주주민주주의가 확립해야 국내 주식시장의 선진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사진=박지현 기자
  이야기는 자연스레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넘어갔다.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재정·금융분과위원장을 맡은 그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주식시장 정책 관련, 모 후보 측의 자문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제언은 어쩌면 1000만 주식 투자자의 표심(票心)일지도 모른다.
 
  ― ‘장기 투자하면 쪼그라드는 상황’이라는 건 어떤 거죠.
 
  “대표적인 원인으로 기업의 분할상장을 들 수 있어요. 좀 잘된다 싶으면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거예요. 2021년 상반기에만 27개 상장사가 분할 공시를 했습니다. 미국은 이런 일이 없어요. 메타(구 페이스북)가 인스타그램을 따로 상장한다거나, 알파벳이 구글이나 유튜브를 상장하지 않잖아요. 돈 된다 싶어 다 찢어서 상장을 하면 일반 주주의 지분 가치는 떨어지고 대주주의 지배력만 높아지거든요. 결국 손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들의 몫이죠.”
 
  ― 배당을 중요시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상당수 기업의 배당 성향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죠.
 
  “안 그래도 낮은 배당에 세금(15.4%)까지 부과하니 더 그렇죠. 박근혜 정부 시절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가계소득 증대의 일환으로 종합배당 소득세를 15.4%에서 한시적으로 9.9%로 낮춘 적이 있습니다. 배당 성향이 17%에서 24%로 높아져 가계소득에 크게 기여했죠. 이번 정부 들어 다시 제자리가 됐고요. 물론 배당에 후한 숨은 기업들도 많이 있어요. 한편 이익금을 주주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사내유보금 명목으로 쌓아두는 기업들도 있죠. 그걸로 주주가치 제고의 명목을 앞세워 자사주를 사들이기도 하는데 실상은 지배주주를 위한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편법도 막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기업에 대한 상속증여세 문제는 어떻게 봅니까.
 
  “이 또한 결국 주주의 피해로 이어집니다. 세금을 적게 내려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르기도 하거든요. 실제로 매년 이익을 많이 내면서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 이하인 기업이 꽤 많아요. 순자산보다 주가가 낮은 거죠. 현재 상속증여 부과 기준은 시가총액 기준인데, 이러한 편법을 막으려면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는 “이 밖에도 연기금의 주식 투자 확대, 장기 투자자 세제 혜택, 금융범죄자의 의결권 박탈, 상법 382조 3항인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의 ‘회사’ 뒤 ‘총주주’ 추가, 초·중·고교 내 투자경제교육 신설 등의 내용을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주주민주주의’가 확립돼야 한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大選과 주식시장, 향후 유망 산업
 
2021년 초 코스피 3000 돌파 당시. 샴페인을 터뜨리던 연초와 달리 연말에는 한숨 소리가 가득했다. 사진=조선DB
  ― 개선할 점이 수두룩한데요, 그럼에도 한국 주식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프리미엄으로 가는 기로인 겁니다. 쉽게 말해 우리 주식시장이 성장주기에 온 거죠. 이러한 부분이 개선된다면 미국 이상의 자본시장도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 변화의 기류도 감지되고 있어요. 부동산 자산이 금융자산으로 옮아가고 있고, 정책 결정권자들이 주식시장을 대하는 온도도 달라졌고요. 최근 자본시장에 대거 유입된 MZ세대들도 기대요소입니다. 5060세대들이야 ‘주식 하면 망한다’는 얘길 듣고 살았지만 글로벌 교육을 받은 이들은 정보 공유도 아주 빠르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세대들이죠. 이들이 자본시장을 경험하고, 문제점을 인식한다면 개선에 박차가 가해질 거라 기대합니다.”
 
  ― 30년 동안 대선 정국도 여러 차례 겪었겠습니다. 이 무렵 주식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대선 후에는 정책과 정권에 맞춰 실제로 시장 방향성이 바뀌기도 합니다. 이맘때 후보들이 다른 방식이지만 같은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공통분모가 뭔지 잘 보세요. 더불어 기후변화와 환경, 문화콘텐츠, 디지털화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변화 등도 살펴보길 추천합니다. 아직까지 많은 투자자가 정책보다 후보의 자질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일부 포퓰리즘에 의한 단기적인 정책들만 난무하는 것도 안타깝고요.”
 
  ― 대선을 떠나 향후 유망 산업은 뭐가 있을까요. 2022년부터 주식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볼 만한 분야로요.
 
  “과거에는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그 차원에서 지주회사와 금융투자회사가 유망할 거라 봐요. 아직까지 상당히 저평가돼 있기도 하고요. 디지털화 정착에 따른 K-콘텐츠 미디어 관련 기업과 한류 문화와 함께 확장할 한국 식품 산업의 전망도 좋게 봅니다. 이 밖에도 요즘은 자율주행, 전기차와 관련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분야, 항공우주산업 분야의 도심항공교통(UAM), 위성통신사업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투자자는 돈보다 마음 그릇 커야”
 
  상위 0.1%의 거부(巨富). 한땐 단돈 몇 푼이 아쉬웠던 적도 있다.
 
  “천억원대 자산가라고 하면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잖아요. 저 또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사람입니다. 역경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제 얘기를 듣고 ‘나도 저렇게 성공할 수 있겠네’ 하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전북 장수. 동네서 유일하게 전기가 안 들어오는 집이었다. 7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4남매 중 장남. 가계에 보탬이 돼야 했다. 중학교 졸업 후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왔다. 천호동 섬유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매달 5~6만원을 집에다 부쳤다. 덕분에 동생들은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지만 정작 자신은 늘 배움에 목말랐다. 일하느라 민방위 훈련을 못 가 주민등록 말소가 된 어느 날. 회복하려 동사무소에 갔다가 방통고 입시 요강을 봤다. 뒤늦게 펜을 다시 잡았다.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방을 얻어 공부를 시작했다. 새벽에는 터미널에서 신문을 팔았다.
 
  주경야독 끝에 중앙대학교 경영학과에 특수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재학 중 증권분석사 시험에 합격하며 증권가에 발 디뎠다. 현대투자연구소, 대신증권을 거쳐 37세에 교보증권 압구정지점장 자리에 앉았다. 2001년 전업투자자로 전향, 2006년 개인 투자회사인 스마트인컴을 차렸다. 그는 “요즘도 매일 새벽 3시면 눈이 번쩍 뜨인다”면서 “밥도 제때 못 먹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다”고 했다.
 
  ― 이 정도 벌었으면 좀 쉬어도 되는 것 아닙니까.
 
  “해봤는데,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한량처럼 살 팔자는 아닌가 봐요. 허허. 무엇보다 내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 근간이 없어지는 좋은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게을리할 수 없어요. 혹자는 물어요. 평생 다 못 쓸 재산을 어떻게 할 거냐고. 이는 엄밀히 말하면 제 돈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현금화하지 않고 시장에서 계속 투자금으로 두기 때문이에요. 보통 ‘바닥에 사서 꼭지에 파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저는 일부러 발등에서 팔기도 합니다. 좋을 때 나눠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요. 그게 농부의 철학인 거고요.”
 
  ― 부자가 되고 나서 보니 돈보다 더 중요한 게 뭐던가요.
 
  “믿음과 신뢰예요. 어릴 적 가훈이 언행상고(言行相顧)였습니다. 어머니가 누누이 말씀하셨죠. 신용, 신뢰를 잃으면 다 잃은 거나 마찬가지니 말한 것은 늘 지키라고요.”
 
  그러더니 지갑 속 어머니 사진을 보여줬다.
 
  ― 지갑이 상당히 낡았네요. 몇 년 썼나요.
 
  “엄청 오래 썼어요. 몇 년인지도 모르겠어요. 지갑 살 시간이 없습니다.”
 
  ― 지갑이 깨끗해야 돈이 들어온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닌가 봅니다.
 
  “망설(妄說) 아니겠어요? 마음 그릇을 닦는 게 더 중요하죠. 투자자들은 마음 그릇을 돈보다 더 크게 가져야 합니다.”
 

  이항영 ‘미국주식에미치다TV’ 대표
  “-10% 전망? 美 증시 조정은 10개월마다… 조정을 친구처럼”
 
사진=이항영 제공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내에 미국 주식 투자자는 별로 없었다. 2016년 한 포털사이트에 ‘미국주식에미치다’라는 카페를 개설한 이항영 대표는 ‘미국 주식 전도사’로 불린다. 같은 해 초판 발행한 《미국 주식이 답이다》는 미국 주식 분야 최장수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국 주식 투자자가 급증한 건 최근 들어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1년(12월 7일 기준)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981억3300만 달러(약 116조)인데, 이는 최근 3년간 100%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이 중 대부분(65.4%)이 미국 주식이다.
 
  ―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봅니까.
 
  “최근 테슬라 때문에 많이 늘어났지만 복수 활동 계좌를 빼고 나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을 겁니다. ‘투자’의 관점에서 미국 주식 인구가 늘어난 거라면 긍정적으로 봅니다. 최소한 분산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이고, 환전, 거래시간 등 여러 허들(hurdle·장애물)을 넘은 거니 의미가 있죠.”
 
 
  금리 인상, 경기 회복 신호
 
  수익률도 쏠쏠하다. 서학개미들의 2021년 1~11월 사이 미국 주식 투자 누적수익률은 37.23%이다. 코스피가 약 0.8% 오르는 동안 S&P500은 약 24% 올랐다(2021년 12월 기준). 동학개미들 사이 “역시 미국 주식이 답인가” 하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 이유다. 한데 2022년에도 이 같은 ‘랠리’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021년 12월 10일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점진적 양적 완화 축소) 가속화가 확실시되는 모양새다. 이후 금리 인상은 수순이다. 고용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지난 12월 3일 발표된 미국의 11월 실업률은 4.2%로 전월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미 의회예산국이 추정한 자연실업률(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실업률) 아래로 하락했다.
 
  ― 2022년 미국 증시는 인플레이션이 큰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인플레이션 얘기는 해마다 나옵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전해도 이맘때쯤 항상 똑같은 질문을 받았죠.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마치 큰일 날 것처럼 물어오더군요.”
 

  ―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지 않나요. 테이퍼링 가속화라는 가시적인 요인이 있는데요.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악재 아닙니까.
 
  “과거 데이터를 보면 금리 3%까지는 주가가 함께 올랐습니다. 3% 이후에는 조정을 받았고요. 최근 금리 상승은 정상적인 수준으로 가는 정도입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고 돈의 수요가 생긴다는 거니까요.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거예요. 지금은 거의 제로금리(기준금리 0.25%)잖아요. 경기 회복의 신호라고 보시면 됩니다.”
 
  ―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옮겨놓을 수준은 아니다?
 
  “매년 등장하는 ‘폭락론자’들의 주장인데요, 그들은 지난 대선 때 바이든이 당선되면 폭락한다, 지지난 대선 때는 트럼프가 되면 폭락한다고 했었습니다. 또한 브렉시트가 통과되면 폭락한다, 등등 버전이 다양했어요. 결과는 어땠나요. 이번엔 제레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가 곧 주식시장에 10% 조정이 온다고 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그렇다고 주식을 팔 거냐’는 거예요. 팔아서 뭘 할 거냐. 대안이 없다는 겁니다. 여전히 가장 안전하게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것은 주식이라는 얘기예요.”
 
 
  조정·약세장 두려워 말아야
 
  ― 어쨌든 2022년 어느 정도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미국은 조정의 개념이 딱 정해져 있습니다. 고점 대비 -10%는 조정, -20%는 약세라고 합니다. 빈도도 통계로 나와 있어요. 조정장은 약 10개월에 한 번, 약세장은 1년 9개월 내지는 2년에 한 번. 무슨 뜻이냐. 때 되면 오는 친구라는 거예요. 왔다가 눌러앉는 게 아니고 놀다 갑니다. 10%가 떨어졌다? 아, 왔구나 하면 또 지나간다고요. 하루 이틀 떨어진다고 불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주가가 어디 매번 오르기만 하겠습니까.”
 
  ― 그 친구는 얼마나 있다 가나요.
 
  “조정 같은 경우 보통 4~5개월만 있으면 회복이 됩니다. 약세장은 7~8개월 내지 길어봐야 8~9개월이면 회복했어요. 리먼사태, 팬데믹 때는 좀 과했죠. 2주 만에 35%가 빠졌으니까요. 그런데 마찬가지로 다 회복됐잖아요. 조정이나 약세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하던 대로 꾸준히 저축 삼아 모아가면 됩니다.”
 
  ― 대외 변수는 그렇다 치고 미국 증시 자체에 거품이 꼈다는 지적은 어떻게 봅니까. 버핏지수가 사상 최대치인데요.
 
  ‘버핏지수(Buffet Indicator)’는 증시에 거품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대표 지표 중 하나다. 각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을 GDP(국내총생산)로 나눈 수치다. 100%가 넘으면 고평가를 의미한다. 현재 200%를 넘었다.
 
  “버핏지수뿐만 아니라 실러피이(Shiller PE) 등 수많은 지수가 최고점을 가리킵니다. 중요한 건 역사상 항상 최고점이었다는 거예요. 이 또한 매번 반복되는 얘기란 거죠. 구글에 ‘(주식을) 팔아야 하는 이유(reasons to sell)’라고 한번 쳐보세요. 수만 가지 이유가 나옵니다. 주식시장은 늘 이 같은 ‘공포의 벽’을 뚫고 올라왔습니다. 물론 공포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자유예요. 긍정적인 사람은 이 가운데서도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낸 것이고,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늘 현금을 쥐고 있었던 거죠.”
 
  그는 “시장의 긴 역사를 돌아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했다.
 
  “다우지수 140년, S&P500 90년, 나스닥은 50년의 역사가 있어요. 이 중 미국시장 전반의 벤치마크인 S&P500의 경우 90년간 꾸준히 연평균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어요. 일각에서는 그러죠. 고작 10% 벌려고 주식 하냐고요. 비트코인은 한방인데. 그런데 10%는 결코 적은 수익률이 아니에요. 매년 10%씩 복리로 수익을 올리면 약 7년 뒤 원금의 두 배가 됩니다. 리먼사태 같은 위기 이후에는 더 올랐죠. 그땐 저점 기준으로 15% 상승, 최근 3년간은 20% 상승했어요. 눈높이를 너무 높게 가지지 마세요. 최저점에 사서 최고점에 팔 생각을 하는데, 그건 신(神)에 대한 도전이라고 봐요.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대박을 노리지 말고 매년 7~10% 정도만 꾸준히 올려도 성공하는 겁니다.”
 
 
  미국 주식이 답인 이유
 
월가에서는 2022년 말 S&P500 지수가 5000 안팎에 머물 것이라 전망했다. 사진=조선DB
  ― 그런데 왜 한국 주식이 아닌 미국 주식이죠.
 
  “전 세계에서 미국 시장의 비중이 약 60% 정도입니다. 압도적으로 큰 시장이죠. 나머지 선진국이 약 30%를 차지하고 그 외 국가들이 10% 비중이에요. 높은 배당 성향 등 주주친화 정책과 앞서 언급한 150년 역사가 우상향을 증명한다는 점도 미국 주식시장의 장점이죠. 그렇다고 국내 주식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기업의 안정성과 시장의 지속성이 부족해요. 장기 투자를 할 만한 환경이 못 되는 거죠.”
 
  ―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죠.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20%를 삼성전자가 차지하잖아요. 10년 전, 20년 전에도 시총 1등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렇게 보면 삼성전자 자체의 지속성은 있는 거죠. 그런데 반도체 비중이 높으니 안정성이 높다고 할 순 없어요. 업황 자체가 업다운(up-down)이 있으니까요. 삼성전자 이익이 줄면 코스피도 떨어지죠. 앞으로 한동안 그럴 거고요. 시장 전반적으로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 시총 10위권에 경기 민감도가 낮은 내수 중심의 카카오, 네이버 등이 유입됐지 않습니까.
 
  “물론 많이 좋아졌죠. 그런데 카카오, 네이버는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했잖아요. 아직까지 삼성이 너무 독보적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거고 삼성뿐만 아니라 SK, 현대와 같은 재벌의 경우 지난 30년간 바꿀 건 바꾸면서 시장에 순화하며 살아왔지만 카카오나 네이버는 그런 역사가 없다는 거죠. 앞으로 내부 기업 상황, 외부 환경 등에 어떻게 반응해나갈지 미지수라 지속성을 뒷받침하기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그런데 이른바 ‘슈퍼개미’들은 저평가됐다는 이유에서 대부분 한국 주식에만 투자를 하더군요. 그만큼 잠재성이 크다고 보는 건데요.
 
  “저평가된 건 맞아요. 그분들도 경험이 상당하고 신뢰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제가 감히 ‘틀렸다’고는 말 못 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1960년대 말 처음 열렸지 않습니까. 1990년대 들어 외국인들이 참여하면서 지금의 현대화된 주식시장의 모습을 갖췄죠. 역사가 30년이라고 했을 때, 지난 30년간 쭉 저평가였다는 거죠.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년 전만 해도 2% 내외였던 것이 최근에는 1.5% 내외로 줄어들었고요.”
 
  그는 무엇보다 한국 주식시장은 ‘사실에 기반한 정보’가 약하다고 했다.
 
  ― 무슨 뜻입니까.
 
  “특정 종목에 투자할 때 중요한 판단 지표 중 하나가 ‘이익전망치’입니다. 그런데 국내 주식 2000여 개의 종목 중 증권사가 이익전망치를 제시한 종목은 약 150~200개에 불과합니다. 그걸 근거로 환율, GDP, 경제전망률, 미국 통화정책 등 다양한 변수와 경제·금융 전망을 더해 코스피 전망을 내놓으니 편차가 클 수밖에 없겠죠. 요컨대 나름의 근거를 바탕으로 하지만 3700이다, 3800이다 하는 게 결국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저도 증권사에 있었지만, ‘웃픈’ 현실이죠. S&P500 지수만 하더라도 500개의 기업의 전체 시가총액과 주당 이익이 정확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수 전망이 나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명확한 편이죠.”
 
  참고로 월가에서는 2022년 연말 S&P500 지수가 5000 안팎에 머물 것이라 전망했다. 제프리스와 크레디스위스가 5000, JP모건은 5050, 골드만삭스는 5100을 제시했다. UBS는 상반기에 5000을 기록하고, 하반기에는 하락세로 돌아서서 4850으로 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 한 가지 본다면 ‘실적’
 
  ― 슈퍼개미들이 한국 주식만 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기업 사정을 잘 알 수 있어서’입니다. 기업 관계자와 통화도 하고, 공장 탐방도 가던데 미국 기업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한국 기업에 투자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죠. 특히 잠재성 있는 기업을 발굴한 경우 그런 식으로 꾸준히 소통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 기업은 그렇게 하기 힘든 게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는 걸 추천합니다. 미국 시장이라고 위험요소가 없는 건 아니에요. 약 7000개의 상장 기업 중 7년 내 상장폐지 되는 기업이 20~30%입니다. 상장이 비교적 자유로운 대신 뺄 때는 가차 없죠. S&P500, 나스닥100의 약 510개 종목 위주로 들여다보는 게 좋습니다. 우량주들은 자료가 넘쳐나요. 오히려 더 시시각각으로 정보를 제공합니다.”
 
  ― 넘쳐나는 자료 중 무엇을 보면 됩니까.
 
  “실적이죠. 물론 재무제표, 차트분석도 좋지만 시쳇말로 ‘투머치’고요, 딱 하나만 본다 했을 때 실적을 보세요. 미국 주식은 실적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95%입니다.”
 
  ― 실적은 어디서 확인합니까.
 
  “HTS(홈트레이딩시스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 웬만하면 다 나오고요, 개인적으로 야후 파이낸스가 주식 정보로는 최고봉이라 생각해요. 투자할 종목을 고른다고 했을 때, 이익전망이 상향되는 것만 쫓아가도 낭패 볼일은 없을 겁니다. 여유가 되면 미국의 증권 뉴스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CNBC든 블룸버그든 주식과 관련된 기사는 99%가 실적 이야기입니다.”
 
  그는 이어 “본인이 이해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 한국 주식도 마찬가지예요. 이왕이면 본인이 쓰고 있는 제품의 기업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아이폰을 쓴다면 애플, 윈도를 쓴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써보고 ‘좋다’는 확신이 생기면 투자하는 겁니다. 둘 다 안 쓴다? 카드는 쓸 거 아니에요. 비자거나 마스터카드거나 그 종목을 사면 된다는 거예요.”
 
  ― 2022년 관심 종목으로 금융주는 어떻게 봅니까. 금리 상승을 앞두고 있으니까요.
 
  “네. 분산 투자 차원에서도 괜찮죠.”
 
  ― 핀테크 쪽은 어떻게 봅니까.
 
  “회사를 이해하고 잠재성을 확신한다면 괜찮겠지만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이 아직까지 적자입니다. 그런 만큼 변동성이 있을 거예요. 특히 나이대가 있는 분이라면 너무 혁신적인 기업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미 실적이 증명된 우량주를 추천합니다.”
 
 
  주식은 ‘시간의 예술’
 
불과 5년 전만 해도 보기 드물었던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최근 급격히 늘어났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사진=조선DB
  2021년 11월 기준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테슬라(145억 달러·약17조원)다. 그다음은 애플(46억 달러), 엔비디아(31억 달러), 알파벳(23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21억 달러) 순이다.
 
  ― 테슬라는 어떻게 봅니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미국 주식인데, 평가가 많이 갈리죠.
 
  “저는 긍정적으로 봐요. 다만 이걸 아셔야 해요. 상장 후 10년간 횡보하다가 주가가 급등(2021년 12월 2일 기준 수익률 49%)한 건 사실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건 지난 10년 동안의 테슬라가 아닌 1년 동안 급등한 테슬라거든요. 최근에 급등한 계기는 아주 명확합니다. 이익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불과 2년 반 전만 해도 파산할 거라는 전망이 있었어요. 당시 향후 5년 내 부도날 확률이 50%라는 분석도 있었죠. 그런 시간들을 지난 후에 수익을 낸 건데 많은 사람은 투자하자마자 그런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죠.”
 
  그는 “주식 투자로 돈 버는 법은 단순하다”고 했다.
 
  “크게 세 가지예요. 그 기업을 잘 알고 투자했는지(이해), 그 기업에 대한 확신이 있는지(확신), 그리고 시간(타임)입니다. 사람들은 주식더러 ‘타이밍(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이에요. 주식은 ‘타임’의 예술입니다. 시간을 들여야 해요. 애플이 요즘 연일 신고가(新高價)를 경신하고 있죠. 작년 한때는 투자자들의 푸념이 엄청났었어요. 다른 거 다 오르는데 뭐 하냐고. 그 시간을 지나 비로소 지금에 이른 거죠.”
 
  ― 아무래도 미국 기업이라 개별 종목에 확신이 안 서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주식의 특징 중 하나가 ETF(상장지수펀드)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겁니다. 2000개가 넘어요. 상상할 수 있는 웬만한 형태는 다 있을 겁니다. 많은 사람이 바라는 게 있죠. 제2의 테슬라를 찾고 싶다고요. 제2의 테슬라만 묶어놓은 ETF도 있습니다.”
 
  ― ‘2022년부터 투자는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공부하기 싫다’는 사람에게 딱 하나만 추천하자면요.
 
  “가장 일반적인 게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와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QQQ예요. 둘 다 주당 가격이 400달러 안팎이에요. 비싸서 부담스럽다면 ‘미니’ 버전으로 3분의 1 가격인 SPLG와 QQQM이 있어요. 연세가 좀 있는데 처음 주식을 한다면 전자를,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면 후자로 저축하듯 모으면 괜찮을 겁니다. 생소할 수도 있는데 MGK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테슬라와 같은 초대형 성장주를 100개 모아놓은 ETF죠.”
 
  그러면서 그는 “투자란 본인만의 외로운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보다 본인이 판단하고 확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레이드’ 아닌 ‘인베스트’
 
  ― 그나저나 미국 주식은 양도세(250만원 기본공제 외 22%)가 너무 비쌉니다.
 
  “이익에 대한 세금인데 부담스러우면 안 되죠.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양도세를 내기 싫어 집값이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잖아요. 오히려 국내 주식에서 손실이 나도 거래세(0.3%)를 부과하는 게 더 불합리해 보이는데요.”
 
  ― 절세 노하우 같은 건 없습니까.
 
  “저는 귀찮아서 안 하지만 250만원까지는 공제되니 연말에 그만큼만 이익 실현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그런데 수익 구간의 종목은 최대한 장기 보유하는 게 유리합니다.”
 
  인터뷰 말미. 그가 느닷없이 물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주식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죠?”
 
  ― 네? 주식 전문가 입장에서 좋은 거 아닙니까.
 
  “글쎄요. 너무 많은 사람의 급격한 관심이 별로 좋아 보이진 않네요. 무분별하다고 느껴져요. 요즘은 예능 프로에서도 주식 이야기를 하잖아요. 재미로 소비되는 거예요. ‘얼마를 잃었다’는 게 웃음거리가 되죠. 그러다 보니 주식이 마치 투기(投機)인 양 비치고요.”
 
  ― 좀 더 진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군요.
 
  “그럼요. 투자는 영어로 ‘인베스트’잖아요. 장기적으로 투자의 관점에서 봐야죠. 그런데 대부분은 ‘트레이드’를 하고 있어요. 번역하면 거래, 즉 매매(賣買)죠. ‘좀 더 싸게 살걸.’ ‘비싸게 팔걸.’ 다 매매로 보기에 하는 말이거든요. 일반 투자자들이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전부 트레이딩에 관한 거예요.”
 
  그는 “최근 유입된 개미들, 특히 초보일수록 트레이딩과 타이밍에 심취해 있다”면서 “시중에 나온 주식 책도 95%가 매매기법에 관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대표는 이어 “그렇게 접근하면 결코 돈 벌기 쉽지 않다”면서 “2022년에는 진짜 ‘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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