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세금大亂

기업 잡는 법인세와 상속세

스웨덴 대표기업 이케아 本社는 네덜란드에 있다!

  • 글 :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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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낮은 법인세율 덕분에 애플 유럽 본사 등 다국적 IT 기업 유치
⊙ 한국 법인세율 27.5%로 OECD에서 9번째로 높아
⊙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손톱깎이 제조업체 ‘쓰리쎄븐’,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 현금 마련하지 못해 회사 지분 전량 매각

崔勝老
1963년생.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同 대학원 경제학 박사 /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同 부원장,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現 자유기업원 원장, 한국기독교경제학회 회장 / 저서 《작은 정부가 답이다》 《정의로운 체제, 자본주의》 《시장경제란 무엇인가》 등
2015년 2월 11일 경실련, 민변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공평과세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법인세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법인세 인상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1952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된 GM 사장 출신 찰스 윌슨이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GM의 이익에는 반하지만 미국의 이익에는 부합하는 결정을 과연 내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윌슨은 ‘이해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가 그런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러 해 동안 나는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고 그 역도 성립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둘 사이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는 아주 큰 회사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잘돼야 잘되는 회사입니다.”
 

  지금은 기업 중심으로 경제전쟁을 하는 시대라서 기업이 잘되어야 나라 경제에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반(反)기업적인 규제와 세금정책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법인세(法人稅)와 상속세(相續稅)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당장 기업의 돈을 가져다가 잘 먹고 잘살겠다는 단기적인 생각이 기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았다가 거위와 알 모두 잃는 건 우화(寓話)만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스웨덴과 아일랜드
 
스웨덴 대표 기업이던 이케아는 세금을 피해 본사를 네덜란드로 이전했다. 사진=뉴시스
  1943년 창립된 이케아(IKEA)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세계 최대 가구 업체이다. 광명·부산·고양 등에 지점이 설립되었을 정도로 한국인에게도 매우 친숙한 기업이다. 그런데 스웨덴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국민기업 이케아의 본사(本社)는 어디에 있을까. 당연히 스웨덴 본국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엉뚱하게도 수백 km 떨어진 네덜란드에 있다.
 
  이케아 본사가 네덜란드에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세금 때문이다. 1980년대 초까지 스웨덴의 법인세율은 무려 60%에 육박했다. 사회민주주의 복지정책의 영향으로 법인·개인 등에 전방위적(全方位的)으로 고율(高率)의 세금이 부과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지주(持株) 회사 개편을 통해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겨버린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스웨덴은 개혁을 통해 시장친화적인 국가로 탈바꿈했으나 이케아는 아직도 법인세를 스웨덴이 아닌 네덜란드에 납부한다.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설정한 높은 법인세율이 결국 엉뚱한 나라가 세금을 챙겨가게 만든 역설적(逆說的)인 상황으로 귀결된 것이다.
 
  아일랜드는 스웨덴과 반대로 낮은 법인세율로 국가를 탈바꿈시켰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28~29%인 독일・프랑스에 비해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우 낮은 법인세율을 무기 삼아 아일랜드는 다국적 IT 기업을 대거 유치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낙후된 경제로 ‘서유럽의 병자(病者)’ 소리를 듣던 아일랜드는, 과거의 지배자였던 영국의 1인당 GDP도 추월하고 금융위기도 극복한 ‘강소국(强小國)’으로 발돋움한다.
 
 
  법인세, 전체 稅收의 20% 차지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인가? 다른 나라들이 법인세 부담을 줄이던 상황에서 법인세 세율을 높이고 법인세수를 늘린 나라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법인세율부터 올렸다. 2017년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것이다. 기업경제가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비롯한 세금 증가는 늘어만 가는 정부 비만형 경제쇠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활발하다면 세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고용과 생산, 그리고 소비가 늘면 세금도 따라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민간경제는 쪼그라드는데, 세금을 쥐어짜 세수를 늘리는 형국이다. 올해 우리 정부의 1분기 총수입은 152조1000억원으로 전년도 1분기와 대비해 32조6000억원 증가했다. 국세는 19조원 늘어난 88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소득세가 6조4000억원, 법인세가 4조8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상속증여세수는 2020년 10조375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대비 2조462억원 증가한 것으로, 증가율로 보면 24.6%나 된다.
 
  세수가 늘어난 것은 민간경제가 활성화되어 부가가치가 더 창출된 결과라기보다, 정부가 각종 세금 증세(增稅) 방법을 동원해 세금을 더 거둬들인 결과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정부가 권한을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무분별한 재정 지출의 부담이 이제는 기업과 고소득자, 중산층에게 부담이 전가(轉嫁)되고 있다. 이 재정 지출은 늘어나면 늘어나지, 조금이라도 줄거나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법인세는 우리나라 세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국세청은 총 285조5000억원의 세금을 거뒀는데, 이 중 법인세가 55조5000억원으로 전체 세수의 20%이다. 이는 소득세, 부가가치세에 이어 국세 비중에 있어 3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렇듯 기업이 국가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며 기업이 잘되어야 국가도 잘된다는 방증이 바로 이 법인세다. 반대로 말하면 이 법인세가 과도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국가 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美,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 도입 주장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틈타 각국 정부의 재정 지출이 무서울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할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 1월 20일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2조2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뿐만 아니라 사회안전망 확보를 이유로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출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러한 대규모 확장 지출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그 지출을 위해 전 분야에서 증세를 계획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먼저 법인세를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해 연방정부가 부과하는 법인세율을 기존 21%에서 28%로 상향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내 기업은 법인세율이 낮은 타국으로 본사를 옮길 것이라는 건 명약관화다. 애플이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로 유럽 본사를 옮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업의 본사 이전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는 아예 주요 국가 정부와 합의하여 소위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까지 설정하겠다고 강경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초강경책은 정부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최소한의 자유주의 원칙도 어기겠다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세율이 늘고 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하한선을 매기고 기업과 정부의 운신 폭을 좁혀버리는 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미국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인가. 그럼에도 바이든은 타국 정부와 협력하여 이를 밀어붙이려는 모양새이다. 그러한 강행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오롯이 바이든 행정부의 책임이다.
 
 
  법인세 인하가 경제성장에 도움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5월 7일 15%의 글로벌 최저세율을 제안했다. 사진=AP/뉴시스
  법인세율 하한선과 관련하여 그나마 지난 5월 20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각국에 제안했던 한도를 기존 21%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고 한다. 법인세율이 주요 국가마다 천지 차이인 가운데 현실적인 방안으로 방향을 조정했다는 것이 언론들의 평가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하한선을 현실적으로 조정했는지 여부가 아니다. 언급했듯이 중요한 것은 최저세율을 일정 비율 이하로 낮추지 못하게 제약을 가한다는 발상 그 자체이다. 단지 인프라 구축 및 복지제도 재원 마련을 위해서, 그리고 기업의 이득 확대를 위한 절세(節稅) 활동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이유로 각국을 압박하여 그러한 세제의 하한선을 정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주요 국가 정부와 협력하여 미국 정부가 법인세율 하한선을 설정하는 데 기어코 성공시켰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고 해도 기업이나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주요 국가의 이러한 조세정책에 군말 없이 따를 가능성은 낮다. 하한선 설정으로 피해를 보는 국가가 분명히 생길 것이며, 이 국가들은 타국의 방침에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곳이든지 규제에는 구멍이 생기고 기업은 그 생존 본능에 의해 탈출구를 찾아낸다. 법인세율 하한선이란 희대의 규제는 결코 성공하기 어렵고 각국의 이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법인세 인하라는 건 사례로 검증되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과거 치적으로 내세웠던 경제성장의 견인 요소 중 하나는 감세(減稅)정책이었다. 2017년 집권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정부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36%에서 21%로 대폭 인하했다. 이는 기업 경영 활성화와 그에 따른 민간 부문의 성장,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의 장기간 대호황으로 이어졌다. 만약 법인세를 인하하지 않고 오히려 높였다면 이러한 성장은 결코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상식이다.
 
 
  OECD 평균보다 높은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
 
  한국의 경우 법인세율은 최고 27.5%다. 이는 콜롬비아와 코스타리카를 제외한 OECD 가입 36개국 중 9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한국보다 세율이 높은 국가는 일본과 서유럽, 오세아니아 국가 등이다. 구체적으로 ▲포르투갈(31.5%) ▲일본(30.62%, 2020년) ▲멕시코(30%) ▲호주(30%) ▲독일(29.94%) ▲프랑스(28.41%) ▲뉴질랜드(28%) ▲이탈리아(27.81%)이다.
 
  한국보다 세율이 낮은 국가는 미국, 영국이며 북·동유럽에도 몰려 있다. 구체적으로 ▲캐나다(26.15%) ▲미국(25.75%, 연방정부와 주정부 부과율 합산) ▲스페인(25%) ▲벨기에(25%) ▲오스트리아(25%) ▲네덜란드(25%) ▲룩셈부르크(24.94%) ▲그리스(24%) ▲이스라엘(23%) ▲노르웨이(22%) ▲덴마크(22%) ▲슬로바키아(21%) ▲스웨덴(20.6%) ▲터키(20%) ▲에스토니아(20%) ▲아이슬란드(20%) ▲라트비아(20%) ▲핀란드(20%) ▲스위스(19.7%) ▲슬로베니아(19%) ▲영국(19%) ▲폴란드(19%) ▲체코(19%) ▲리투아니아(15%) ▲아일랜드(12.5%) ▲칠레(10%) ▲헝가리(9%)이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해서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평균보다 높다. 2019년 회계연도 기준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3.8%로 평균 3.0%보다 높은 수치이다. 이는 기업이 국내에서 활동할 때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법인세 부담이 높다는 뜻이다. 그리고 한국 기업의 경우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주요 기업 매출액의 약 7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즉 한국 기업은 국내 법인세 부담뿐만 아니라 해외의 법인세 개편의 영향도 받는다.
 
  한국 정부까지 만약 선진국들의 법인세 인상 움직임을 핑계로 세율 인상 시동을 건다면 어떻게 될까. OECD 가입국 중 9번째로 높은 수치는 다시 말해 뒤에 27개국이나 있다는 뜻이다. 다른 국가가 법인세율을 인상한들 그것이 한국의 인상 폭보다 낮다면 법인세 하한율 설정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본사를 해외로 옮길 유인이 생긴다. 각종 세제와 규제로 국내 기업 활동이 옥죄여지는 가운데 법인세 인상 조짐마저 보이면 기업의 해외 탈출 러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다. 만약 규모 있는 기업 중 하나가 해외로 본사 이전을 기어코 감행하면 그 이후는 도미노처럼 연쇄적 해외로의 도피가 이어질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업들의 경영성과로 인해 겨우 버티고 있는 한국 경제가 과연 활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속세 납부 위해 대출받은 이재용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오랜 병마와의 사투 끝에 2020년 10월 25일 만 7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기업인의 생애와 공과를 역사적 관점에서 제대로 조명해보기도 전에 불거져버린 이슈는 유족(遺族)에게 부과될 상속세 문제였다.
 
  한국 최대의 기업인답게 유족이 내게 될 상속세는 어마어마했다. 약 12조원이라고 한다. 엄청난 상속세를 내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일가는 법원에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공탁해야 했다. 금융권에 대출도 받은 상황이라고 한다. 기업 경영 활동이 아닌 단지 세금 납부를 위해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2000년 1월 1일 확정된 이래 상속세 세율은 20년 넘게 변동이 없다.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상속 재산에는 50% 세율이 매겨진다. 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상속세율이 높은 국가는 ▲벨기에(80%) ▲프랑스(60%) ▲일본(55%) 등이 있지만 세부 내용은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벨기에는 가족 상속 시 세율을 30%로 낮춘다. 프랑스도 역시 45%로 낮춘다. 그러나 한국은 대기업 대주주의 경우 오히려 상속 가액에 20%를 할증하여 실질 세율은 60%가 된다. 실질적으로는 한국의 상속세 부담률이 일본을 뛰어넘어 OECD 국가 중 최고라고 볼 수 있겠다.
 
  당사자의 부담률이 이렇듯 매우 높은 상속세제가 그렇다고 한국의 연간 세수에서 큰 의미를 차지하지는 않는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상속세와 증여세를 합하여 전체 국세청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3%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상속세는 1.11%, 증여세는 1.82%인 것이다. 상속세가 실질적인 세수로 작용하지도 않으면서 단순히 부(富)의 재분배라는 실증적으로 검증이 어려운 구호 때문에 기업인을 옥죈다면 기업은 생기를 잃고 만다. 상속세로 인해 경영권 방어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 잃은 기업들
 
  상속세가 기업 경영권을 잃게 만드는 사례는 한국에서 흔하게 보인다. 국내 1위 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농우바이오’의 경우 창업주였던 고희선 회장이 2013년 별세한 이후 고 회장 일가가 1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이듬해 9월 회사 지분 52.82%를 농협경제지주에 매각해야 했다. 한때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손톱깎이 제조업체 ‘쓰리쎄븐’도 김형규 회장이 2008년 급작스레 별세한 이후 유족들이 150억원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현금을 마련하지 못하여 결국 지분 전량을 중외홀딩스(현 JW홀딩스)에 매각한 바 있다.
 
  상속세로 인해 기업의 주인이 바뀌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그렇게 넘어간 기업들이 경영이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한국 기업의 발전 과정을 보면 총수 일가가 중심을 잡고 안정적으로 경영 전선을 진두지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이 상속세 한번으로 흔들려버리면 기업 경영에는 먹구름이 낀다.
 
  납부액 마련 과정에서 편법도 등장한다. 오뚜기 계열 회사 ‘오뚜기라면’은 2016년 매출의 99%를 오뚜기와의 내부 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는 2016년 함태호 회장 별세 이후 자리를 물려받게 된 함영준 회장이 15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 세수에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상속세 납부를 떠맡은 기업들은 할 필요가 없는 편법까지 저지르게 되는 촌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내막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기업을 손가락질하기 바쁘겠지만 실상 그 원인 제공은 불합리한 세수 체계를 만든 정부에 있다.
 
  총수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개편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그러나 이 체제는 총수의 리더십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 특성에 맞지 않다. 그리고 총수냐 전문경영인이냐를 따지는 건 사실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경영권의 붕괴라는 사실이다. 경영권이 붕괴되면 결정권자를 잃어버린 기업의 경영 자체가 흔들려버린다. 기업 자체의 문제도 아닌 세금 납부라는 ‘중요치 않은’ 외부 요인 때문에 말이다. 그렇기에 상속세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번 罪’
 
  세금이라기보다는 △기업 총수 일가를 겨냥해 선대가 ‘돈 많이 번 죄’의 대가(代價)를 치르라는 일종의 징벌적 성격 △경영권을 2세에게 넘겨주는 것을 막겠다는 재벌 해체. 이것이 우리나라 상속세를 경제파괴 수준으로 만든 이유이다. 이는 매우 잘못된 기능이다. 세금 자체가 형벌의 기능을 해서는 안 된다. 징벌 기능으로서 재산 일부를 걷어가는 행위는 법에 명시된 재산형인 벌금형 혹은 과태료, 범칙금 등으로만 운영되어야 한다. 그것이 법치(法治)국가이다. 그 진위도 불분명한 소위 국민감정과 부의 재분배라는 명분 때문에 세금을 징벌적 형태로 매기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상속세 개편에 관한 논쟁은 이러한 반대 논리뿐만 아니라 찬성 주장도 만만치 않다. 현행 상속세 유지의 주 근거는 부의 대물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부(富)의 재분배 개념이다. 그러나 부의 재분배란 개념하에 세제와 복지 제도를 운영하는 유럽 국가들이 개인 재산권이 잘 보장된 미국보다도 역설적으로 신분 상승이 어렵다. 자유로운 여건하에 혁신적인 창업을 통해 부유층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인 수가 미국과 유럽 중 어디에 더 많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유럽의 복지사회란 실상 오히려 일정 생활수준만 보장해줄 뿐,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걷어차버린 계급 고착화적 체제에 가깝다.
 
  경영 당사자와 가족 관점에서만 상속세 개편을 논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기업이 상장(上場)할 정도로 커졌다면 누구나 참여해서 경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적절치 못한 주장이다. 왜냐하면 사유재산제가 국민의 기본 권리인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회사의 주인이 누구냐를 따지는 과정에서는 기업의 규모는 중요치 않기 때문이다.
 
  매출이 연간 1000만원인 작은 가게이든 아니면 수백조원대인 초거대 기업이든 규모에 상관없이 회사의 주인은 기업 자체의 결정권에 따라 정해진다. 그러므로 동네가게 주인이든 재벌 총수이든 모든 소유자의 권리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기에 과도한 현행 상속제 체계의 개편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은 공공재화가 아닌 엄연한 사유재산이다.
 
  부의 재분배라는 명분하에 개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세제가 누적이 되면 고소득층이 국적(國籍)을 포기하는 상황이 안 벌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유명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과세 때문에 러시아로 귀화해버린 프랑스처럼 말이다. 지구촌 사회에서 고소득층이 소위 ‘국적 쇼핑’을 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애국심만으로 묶어두기엔 인간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일에 매우 민감해한다. 소득을 많이 올리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사회주의적 풍토에서는 특히 그렇다.
 
 
  상속세 폐지해야
 
  과도한 법인세・상속세 부담은 단순한 고소득층과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활동이 곧 부유층, 중산층, 서민층을 막론하고 국민 경제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민간 영역인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지, 공공 영역은 일자리를 거의 창출하지 못한다. 과도한 세 부담은 기업에 부담감을 안겨주고 민간 영역의 활력이 떨어지면 즉각적으로 일자리와 경제 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이러한 세금 제도가 한번 고소득층, 기업을 휩쓸고 지나가면 정부는 다음 타깃을 찾는다. 부유층 다음 대상자는 중산층으로, 그리고 그다음은 마침내 서민층까지 내려온다. 결국 과도한 세수의 피해는 모든 국민에게 오는 것이다.
 
  잘못 설계된 세제는 과도하게 커지는 정부의 힘만 과시한 채 모두에게 불이익만 남긴다. 따라서 정부의 규모와 지출은 재정 균형이 맞춰지는 방향으로 축소하고, 감세 및 합리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법인세와 상속세 개편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민간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법인세율을 개정해야 한다. 세수 비중에서 큰 의미도 없는 상속세는 과감하게 폐지 혹은 축소하여야 한다. 이렇게 정부 지출을 줄이고 회복은 민간에 맡긴다면 경제 활력은 다시 복원될 것이다. 이것이 코로나19 이후 침체에 빠진 경제를 회복시키고 국민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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