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고가주택 보유세 실효세율은 낮은 수준이 아니고, 소득 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은 우리나라가 더 높을 수 있어
⊙ 국제적으로 재산세는 보유주택의 數나 價額에 관계없이 단일세율 과세
⊙ 재산세 부과, 주택 처분 또는 사망 시에 납부하거나 취득 당시 가격 기준 과세 방안 검토해야
⊙ 미국, 지금보다 더 비싼 집을 재구입하는 경우 양도세 부과하지 않아
金旴哲
1966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美예일대 경제학 박사 /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同재정연구팀장, SK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 전문위원, 국회예산정책처 세수추계팀장, 同조세분석심의관, 대통령비서실 재정기획관실 정책자문위원, 대통령직속정책기획委 위원, 재정개혁특별委 위원, 現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 국제적으로 재산세는 보유주택의 數나 價額에 관계없이 단일세율 과세
⊙ 재산세 부과, 주택 처분 또는 사망 시에 납부하거나 취득 당시 가격 기준 과세 방안 검토해야
⊙ 미국, 지금보다 더 비싼 집을 재구입하는 경우 양도세 부과하지 않아
金旴哲
1966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美예일대 경제학 박사 /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同재정연구팀장, SK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 전문위원, 국회예산정책처 세수추계팀장, 同조세분석심의관, 대통령비서실 재정기획관실 정책자문위원, 대통령직속정책기획委 위원, 재정개혁특별委 위원, 現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 과천의 한 아파트단지에 나붙은 종부세 반대 플래카드. 문재인 정권 시절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 시절이던 2007년 4월의 모습이다. 사진=조선DB
결론부터 말하면, 현 정부 부동산 조세정책의 중대한 모순은 세제를 투기 방지와 불로(不勞)소득 환수(還收)를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하고 이를 남용한 데에 있다. 정책 운영에서 부동산 세제의 기본 원칙과 방향을 무시하고, 주택의 수요 억제를 위한 대증(對症)요법만 양산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한다는 미명하에 여러 차례에 걸쳐 보유세는 물론, 취득세와 양도세를 줄줄이 인상하는 조치들이 채택되었다. 그 결과, 조정대상지역의 다(多)주택자에 대해서는 이번 6월 1일 기준으로 최고 6% 종합부동산세 세율과 75%의 양도소득세 세율이 적용되고, 취득세 또한 최고 12%까지 세율로 과세된다.
보유세 과표를 결정하는 공시가격 또한 크게 올랐다. 2021년 전국 기준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9.05%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특히 세종시 상승률은 천지개벽 수준에 해당하는 70.25%에 이른다.
정부의 일방적인 세금인상 과정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가 안고 있었던 불합리한 요소들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악화되었다.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한 채, 기존 세제의 기형적 구조와 결함이 더욱 고착화된 것이다. 징벌적 수단으로 전락한 부동산 세제는 이제는 일반 국민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세부 내용을 알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상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 운영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래세 비중 낮추어야
상황이 이처럼 엄중한데도 정부와 여당은 재산세 감면 확대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및 양도세 부과 기준의 완화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불만이 커진 다수 납세자의 세(稅) 부담을 경감하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부동산 세제의 원칙과 방향을 재정립하고 과세체계를 합리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동안 투기 방지라는 명분에 떠밀려 크게 훼손된 효율성과 형평성의 과세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정책 방향에서 비효율성이 큰 거래세 비중은 낮추고, 형평성 효과가 큰 보유세는 정상화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한 과제다. 보유세 정상화를 위해서는 주택보다 토지 위주로 과세하는 것이 효율성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형평성 차원에서는 지나친 누진세보다 단일비례세가 편익과세라는 재산과세 본연의 원칙에 더 잘 부합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단일세율의 수준으로는 현재의 낮은 재산세 부담과 높은 종부세 부담의 중간 정도가 적절하다. 이원화된 보유세 구조도 하나로 통합해나갈 필요가 있다.
자산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면, 단지 보유주택 가치만을 기준으로 최상위 일부 계층에 과세하는 것보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아우르는 순자산에 대해 과세하는 부유세(富裕稅)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
주거 필수재에 해당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효율성과 형평성 차원 이상의 특별한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즉 실거주 목적의 주택(family home)은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 않도록 예외적인 조치를 두고, 늘어난 재산 가치는 주택의 최종 매각 단계에서 양도소득세를 통해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보유세를 정상 과세하되 징벌적인 수준은 피하고, 소득 수준에 비례하여 임대소득과 양도소득에 적절히 과세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그동안 강화 일변도로 인상되어온 부동산세 부담은 이와 같은 일반 원칙과 정책 방향에 따라 합리적 수준으로 되돌리고, 복잡한 세제도 단순투명하게 개편해가야 한다.
세금 통한 투기 억제에는 한계
세금을 통한 투기수요 억제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명확하다. 주택가격 급등 시 발생하는 시세 차익 일부를 정부가 보유세나 양도세 인상을 통해 흡수한다고 하더라도, 투기를 통한 경제적 이익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적 특성상 투기적 수요는 세금이 아닌 충분한 공급에 의해서만 해소가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현실에서 정상적인 실수요자와 투기적 수요자의 분별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주택 보유 여부에 따른 단순 중과세 방식은 고가의 1주택자 증가 현상에서 보듯이 집값 안정화라는 성과는 얻지 못한 채, 선의의 피해자들로부터 불만과 조세저항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세제의 역할을 비정상적인 수준의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중과세로까지 확대해선 안 된다. 만일 중대하고 긴급한 이유로 투기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면, 높은 세금보다는 거래허가제 같은 단순 규제적 조치가 실효성 측면에서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 부작용이 상당한 이러한 규제는 일시적으로만 활용돼야 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과감한 공급 확대를 통해 투기수요를 통제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 대응이다.
중산층 세금 된 종부세
주택을 보유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납부해야 하는 보유세는 부동산세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세금이다. 자가보유율 61.2%가 의미하듯, 전국 과반의 가구에 주택보유세가 과세된다. 이 중 재산세는 모든 주택에 부과되지만, 종합부동산세는 일부 고가주택 보유자들만 납부한다.
문제는 주택가격 상승과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도입 당시에 비해 종부세 대상자가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납세 대상은 2009년 11만명에서 2019년 29만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2020년 종부세 고지 대상은 40만명에 육박하며, 2021년 서울시 공시가격 상승률 20%를 감안할 때, 올해 납세인원은 5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전체 가구(441만) 중 약 10%가 종부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당초 초고가(超高價) 주택에 제한된 과세 방식으로 도입된 종부세를 이제는 서울 중산층의 상당수가 납부하기에 이른 것이다. 종부세 성격을 부동산 보유세로 한정하겠다는 정치적 고려가 나타나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 부담의 인상 속도는 훨씬 심각한 문제다. 전체적인 세 부담은 주택가격에 따라 달라진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70% 가정 시, 1주택자가 종부세를 납부하기 시작하는 주택의 시가는 약 13억원이다. 이 경우, 주택분 재산세와 도시지역분 재산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를 모두 합한 총 보유세액은 267만원으로 시세 대비 보유세 실효세율(0.21%)은 일반적인 주택 재산세(0.1%)의 두 배에 해당하지만, 세금의 절대액은 아직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이제 2019년 기준 시세 20억원의 소위 ‘똘똘한 아파트 1채’를 가정해보자. 당시 공시가 현실화율에 따르면, 공시가격은 13억5000만원이고 여기에 세액공제율 최대 80% 중 20%만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모두 포함한 보유세는 총 547만원으로 계산된다. 시가 20억원 주택에 대해서는 13억원 주택의 2배가 넘는 보유세가 부과되고, 부담의 절대액도 크게 늘어남을 알 수 있다.
이 주택가격에 2020년 평균상승률 10%를 적용하면, 시가는 22억원으로 오르고 보유세액도 731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다시 2021년 평균상승률 약 20%를 반영하면, 주택 시가는 약 26억원에 이르고, 보유세 1058만원이 부과된다. 20억원 아파트의 보유세가 2년 동안 2배 가까이 증가하고, 세금의 절대액도 적지 않게 부담되는 수준이다.
이처럼 보유세가 크게 오르게 된 것은 주택가격 상승 외에도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매년 상승하고, 2020년부터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1주택자의 전년 대비 세 부담 증가율을 50% 이하로 규정한 ‘세부담상한제’가 적용된다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주택보유자의 담세력 고려해야
결국 시장 상황과 정책 변화로 인해, 고가의 1주택자는 보유세 실효세율이 2019년 0.27%에서 2020년 0.33%, 2021년 0.41%로 크게 올라, 앉은 자리에서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된다. 1주택 보유자 대부분이 자가(自家) 거주자이고 투기적인 의도나 행동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세 부담 급등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편에서는 보유 주택의 재산 가치가 크게 오른 데 따라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투기자가 아닌 실수요자 입장에서 실제 거주하는 주택을 매각해야만 실현 가능한 자본 이득에 매년 세금이 추가적으로 부과되는 것은 부당하고 가혹한 조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가 얼마나 큰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는지는 과거 경험에서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전체 주택에 대한 평균적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들어,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로, OECD 주요국인 미국(0.99%), 영국(0.77%), 일본(0.52%)은 물론 주요 8개국 평균(0.54%)보다 매우 낮은 편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보유세 부담이 적절한 수준에 있는지를 재산가액 대비 실효세율로만 평가하는 것은 단순하고 기계적인 비교로 그칠 수 있다. 세금을 실제 납부하는 주택보유자의 담세력(擔稅力)을 고려해야만 제대로 된 세 부담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계(家計)자산의 약 80%는 부동산, 그중에서도 주로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과 관련 있다. 이는 높은 주택가격을 부담하고 나면, 우리나라 가계에 추가적인 저축 여력이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택보유자의 소득에 대비한 보유세 실질 세 부담은 우리나라가 크게 낮은 수준이 아닐 수 있다. 2018년 기준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가 0.82%로 OECD 평균인 1.07%에 거의 필적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추론이 사실로 나타날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럽 보유세는 단일세율
고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의 소득은 매우 높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에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소득이 없는 은퇴가구가 대표적인 예이다. 주택소유자의 35%가 60세 이상인 우리 사회에서 거주주택을 팔아야만 보유세를 납부할 수 있는 가구가 상당수 존재함을 항상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담세력에 기초한 보유세 부담 평가와 관련하여 유념해야 할 사실이 한 가지 더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재산가액에 따라 매우 누진적인 방식으로 과세된다는 점이다.
먼저 개별 재산에 부과되는 재산세 외에 부동산 유형별 합산가액에 종부세가 부과되는 이원화된 구조는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다. 여기에 더해 OECD 국가의 보유세에서는 단일세율이 적용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종부세에서만 합산가액에 따라 총 6단계의 세율이 누진적으로 적용된다. 고가주택을 여러 채 보유할수록 실효세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구조이다. 2~3단계 세율 체계로 구성된 유럽의 부유세 최고세율이 1%에서 1.5%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6%의 최고세율은 가히 징벌적인 수준이다.
이렇듯 재산가액 대비 평균적인 보유세 실효세율에 기초한 단순비교 결과와 달리, 우리나라의 고가주택 보유세 실효세율은 낮은 수준이 아닐 수 있으며, 고가주택 보유자의 소득 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은 우리나라가 더 높을 수 있다. 보유세 인상에 따른 조세저항이 우리나라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종부세 부담이 극소수의 고가주택 보유자에 크게 집중되어 있는 데 반해, 이들의 실질적인 담세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주택가격 급등기면 투기수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세율까지 크게 인상하는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이 보태지면서, 보유세 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세금 폭등이 초래되고, 보유세 정책은 필연적으로 실패의 길을 걷게 된 것이 지금까지 경험한 현실이다.
유례 찾기 힘든 희귀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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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3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를 문의하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조선DB |
따라서 재산과세는 고가주택 여부가 아닌 주택 보유 자체만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공평하다. 중저가 주택이나 고가주택 모두 동일하게 재산 가치에 비례하여 편익을 얻기에 세금도 그에 비례하여 내는 것이 합당하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적으로 재산세는 보유주택의 수나 보유주택 가액(價額)에 관계없이 단일세율 체계로 과세하는 것이 기본이다. 세르비아의 지방정부나 브라질 상파울루주(州)를 제외하면, 전 세계 수많은 지방정부 중 누진세 체계에 따라 보유세를 부과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영국의 카운슬세(council tax·지방세)가 누진 구조를 띤다고 하지만 이는 형식적 구분일 뿐이다. 오히려 실질적으로는 역진적(逆進的)인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어 문제가 된다.
고가주택에 대해 누진적인 종부세를 별도로 과세하면서도, 중저가 주택에 대한 재산세율 체계를 종전보다 더욱 누진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최근 정책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희귀한 경우다.
재산세와 종부세 통합해야
낮은 재산세 부담을 더욱 낮추는 것에 더하여, 종부세를 보유주택 가치 기준 상위 2%에 대해서만 부과하겠다는 정치권의 발상은 보유세 정상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극소수 계층에 집중된 보유세 정책의 실패를 경험하고서도 아직 교훈을 얻지 못한 모습이다. 단일비례세에 가깝게 재산세와 종부세를 개편하고, 최종적으로 양자를 통합하는 보편적 방식의 보유세 개편이 성공적인 정책을 위한 기본 방향이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택보유자의 담세력을 고려할 때,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OECD 평균에 해당하는 1% 내외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이는 세수 중립적 방식의 보유세제 개편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단일세율의 수준은 현재의 재산세와 종부세 실효세율의 중간 정도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규주택과 재고주택 전월세 시장을 형성하는 다주택자에게 비정상적인 고율의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은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막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부작용이 크다. 단일비례세에 기초한 보편적인 재산과세 개편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문제를 자동적으로 해결해주므로 임대시장에 대한 경제적 왜곡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방향의 세제 개편은 서울 특정 지역의 고가주택 한 채에 대한 경쟁적인 매입 추세를 억제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현 세제하에서는 강남의 20억원짜리 주택 1채 보유자가 지방의 2억원짜리 다가구주택 10채 보유자보다 세금을 적게 낸다. 이 보유자가 세액공제 혜택까지 받게 되면, 지방의 2억원짜리 주택 5채 보유자보다 종부세를 적게 낼 수도 있다. 지방주택은 어쩔 수 없이 상속받은 주택일 수도 있고,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 주택일 수 있음에도, 다주택자란 이유로 높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수도권과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서는 이렇게 ‘똘똘하지 못한 주택’을 가진 다수 사람이 한순간에 마치 범죄자로 취급받아 징벌적 세금을 내야 한다. 이들은 부득불 서울 중심의 ‘똘똘한 주택’ 1채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현재의 이런 모순적인 상황은 단일세율 체계의 보유세제하에서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된다.
보유세 강화보다 공급 확대가 우선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중과세가 투기수요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주택시장 현실을 너무 단순하게 해석한 탓이다.
입지가 양호한 서울 주요 지역의 주택을 소유한 자는 보유세를 크게 인상해도 주택을 잘 팔지 않는다. 이런 주택의 공급은 단기적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상시적인 초과수요가 존재하고, 주택보유자들은 사실상 독점기업과 같은 지위를 누리게 된다. 임대료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 독점력은 정부가 인상한 보유세를 주택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것을 용이하게 만들어준다.
보유세 인상이 조세의 자본화를 통해 주택가격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결국 비수도권의 경쟁적인 주택시장에서나 기대할 수 있다. 보유세의 투기 방지 기능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작동할 뿐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실효적인 조치는 결국 충분한 공급에서 찾아야 한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급 확대를 보유세 강화에 우선하여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주거 필수재에 해당하는 실거주용 주택에 대한 보유세 과세는 섬세하고 신중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한집에서 오래 살았음에도, 시장의 환경 변화로 주택가격이 급등하여 보유세가 크게 오르는 바람에 1주택 보유자가 자신의 고정된 소득으로 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해야 한다.
현재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종부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 9억원으로 다주택자보다 높게 설정하고, 장기보유 및 고령자 세액공제와 더불어 전년 대비 150%의 세부담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경감책에도 세 부담은 매년 크게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거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인상되는 경우, 실수요자의 종부세 부담이 급격히 오르는 부작용이 문제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정치권에서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기준을 적절히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정부는 장기거주세액공제를 신설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과세 기준을 매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세액공제 방식으로는 크게 늘어나는 세금의 일부만을 흡수할 수 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납세이연
다른 대안으로 미국 사례를 참고하여, ‘일정 소득 수준 이하의 1주택자에 대해서는 과세이연(移延)을 통해 보유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재산세를 매년 납세하는 대신 주택 처분 또는 사망 시에 이연된 재산세를 납부하도록 허용하는 제도가 이용되고 있다.
재산세 이연제도가 서민층을 위한 제도라면, 중산층 실수요자를 위해서는 보유세 기준을 취득가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취득 당시 주택가격에서 출발한 재산세 과표를 매년 일반적인 물가 수준에 해당하는 2% 범위 이내에서만 인상 가능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물가연동제 방식의 과표조정은 사실상 102%의 세부담상한제를 유지하는 것과 같아, 세 부담 상승폭을 50%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한제에 비해 세 부담 평준화(tax smoothing)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1가구 1주택자들은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더라도 대부분 집을 팔지 않고 계속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실수요자들에 대한 세 부담 경감이 극대화되는 효과가 있다.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납세자 의지와 무관한 측면이 있기에, 주택의 취득가격 기준으로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은 장기거주 유인을 제공하고 고령 은퇴자들의 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어주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1주택자에 한해 도입을 고려할 만하다.
주택 양도소득세는 보유주택을 처분할 때 수년간 누적된 자본이익에 대해 과세되는 세금이다. 1주택자가 주택을 2년 이상 보유 시 종합소득세(최고 45%)와 동일한 기본세율이 적용되지만,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투기 방지 목적으로 기본세율에 10~30%p가 할증된 세율의 양도세가 중과되고 있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와 마찬가지로 고율의 징벌적 세금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 3주택자의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지방세까지 포함하여 82.5% 세율이 적용된다.
부동산 양도소득은 투자소득의 속성상 일반 소득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다. 보유기간에 비례하여 양도소득세가 커지는 특성을 ‘결집효과’라고 하고, 결집효과가 클수록 주택 소유자가 주택의 처분을 망설이게 되는 현상을 ‘매물잠김 효과’라 한다.
1주택자의 경우 이러한 양도소득세의 압박은 더 크게 체감(體感)된다. 세금을 내고 나면, 다른 지역에서 이전에 거주하던 주택과 동일한 금액대의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는 신축주택 시장과 더불어 주택 공급의 양대 축을 이루는 재고주택 시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신축주택의 공급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재고주택의 공급이 줄어들 경우, 주택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최근 양도소득세 강화로 촉발된 재고주택 시장의 매물잠김 효과가 주택매매 시장을 공급우위 시장으로 재편하면서, 주택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수요자에게 피해 주는 양도소득세 강화
현재의 양도소득세 중과세는 주택가격 안정화 차원에서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계된 것이다. 다주택자 중 일부는 중과세 발표에 따라 제도가 실제 시행되기 이전에 주택을 처분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과세 발표 이후에도 주택 공급의 확대 효과는 미약한 것으로 나타나, 많은 다주택자가 양도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기존 주택 보유를 선택함을 알 수 있다.
종부세가 동시에 강화됨에 따라, 이제는 주택 매각이나 계속 보유 대신, 증여(贈與)를 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시행된 양도소득세 강화 조치로 인해, 토지증여는 2016년 4.4만 건에서 2019년 6만 건으로 약 36% 증가하였다. 건물증여는 2016년 2.7만 건에서 2019년 4.3만 건으로 약 60% 증가하였다.
주택을 처분할 때 부과되는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부담부 증여 등과 같은 다양한 방법의 절세가 증여 과정에서 활용되고 있다. 지분증여도 세금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지분을 포함한 1호 초과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 수가 2016년 789만명에서 2019년 833만명으로 증가하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 관련 세금을 중과하였으나, 다주택자 매물을 풀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양도소득세 강화가 재고주택을 매매시장이 아닌 증여시장으로 밀어 넣으면서 실수요자의 입지는 오히려 더욱 불리해지고 있다. 매물 감소에 따른 가격상승과 더불어 각종 수요억제 조치로 인해 실수요자만 피해를 입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다주택자 보유 매물을 더 잠기게 할 뿐인 중과세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택 보유 수에 따라 세 부담을 무리할 정도로 차별화하는 정책은 효율성만이 아니라 형평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10억원짜리 주택을 1채 보유한 사람이 10년 거주 후 20억원에 매각했을 때,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양도세는 2500만원이 부과되지만, 1억원 상당의 다가구주택 10채 보유자가 1채를 2억원에 매각하는 경우에는 500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임대주택으로 등록될 경우, 양도소득세는 약 1500만원으로 줄지만, 10채 모두 매각 시 내야 할 양도세만 해도 1억5000만원에 이른다.
주택 수보다 소득 수준 기준으로 과세해야
주택 수에 따른 세율 차이와 장기보유특별공제로 인해 동일 가액의 주택을 보유하는 다주택자와 1주택자 간 세 부담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수평적 형평성에 위배된다. 특히 서민에게 제공되는 임대주택사업을 위해 다수 주택을 보유한 데에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것은 민간임대시장 발전 측면에서 전혀 바람직스럽지 못한 조치다.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이미 임대소득세가 과세되는 상황에서, 양도 시 특별히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전 국민의 56%를 ‘똘똘한 주택’을 소유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부류로 구분하게 만드는 지금의 양도소득세 과세체계는 신속히 개편돼야 마땅하다.
양도소득 과세의 수직적 형평성을 제고(提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택 수가 아니라 납세자의 다른 소득 수준을 고려하여 세율을 차별화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이 28%로 우리나라보다 크게 낮은 영국의 경우, 납세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양도세가 차등 과세된다. 다른 소득이 많은 납세자의 경우, 양도소득 규모를 떠나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반면, 소득이 적은 납세자에 대해서는 양도소득 수준에 따라 양도세 세율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과세한다. 양도세 세율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낮음에도 납세자의 담세 능력에 따라 세금이 형평성 있게 부과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도세 과세에서도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여전히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년 이상 보유한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가 비과세되고,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보유와 거주 기간에 따라 최고 80%의 소득공제 혜택이 추가로 주어진다.
지난 10년 넘게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는 점에서 양도세 비과세 기준도 그에 걸맞게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보다는, 거주 이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한 보장 측면에서 실수요자에게는 양도세 유예를 허용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1년 이상 거주한 주택의 양도소득에는 최고 50만 달러까지 비과세가 적용되고, 이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만 최고 15%라는 비교적 낮은 세율로 양도세가 부과된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보다 더 비싼 집을 재구입하는 경우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으며, 더 싼 집으로 이사하는 경우에도 그 차액에 대해서만 양도세가 과세된다고 한다. 따라서 주거용 주택은 최종적인 현금화 단계까지 양도소득 과세를 유예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직, 발령, 사업, 교육, 치료, 분가 등을 이유로 이사할 때 양도소득세를 다 지불하게 되면, 종전과 유사한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근처럼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1가구 1주택자가 이사 목적으로 주택을 매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도세 과세 유예를 적용하는 방안의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거주할 수 없는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매입하거나 일정기간 내 주택을 매입하지 않을 경우에는, 투자 목적으로 간주하여 양도세를 정상 과세해야 할 것이다.
英, 1주택자 양도세 완전 면제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유예 특례 조치 제공에는 실수요자 또는 실거주자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1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를 완전히 면해주는 영국의 경우, 비과세 혜택은 실거주 목적의 구입과 취득 이후 계속 거주, 그리고 주택 일부를 임대하거나 사업장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만 제공된다. 우리나라보다 양도세 세율은 낮음에도 영국에서 요구하는 1주택자 비과세 요건은 훨씬 더 엄격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례를 참조하여, 1가구 1주택의 실수요자들에게 현재보다 관대한 양도세 감면을 제공하되, 실거주 요건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