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11월 12일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발표에서 강조된 단어가 ‘모빌리티’다. 정 회장의 뿌리를 생각나게 하는 단어다.
정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현대자동차를 본궤도에 올려 ‘포니 정’으로 불렸던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정 회장 자신도 1988년 현대차에 입사해 1996년부터 3년간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현대그룹 분리 과정에서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갔고, 정 회장 일가는 현대산업개발을 맡았다. 못다 이룬 자동차의 꿈을 항공기에서 찾은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재계에서는 “이번 인수는 과거 부친과 함께 몸담았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애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정 회장의 의지는 컸다. 항공업계는 지금 위기 상황이다. 무려 8개 항공사가 난립한 상황에서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다. 실제 지난 2분기 국내 8개 항공사는 모두 적자였다. 나아가 일본 여행 보이콧 운동으로 올 3분기는 성수기임에도 2분기보다 좋지 않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 항공사들의 공격적인 할인 경쟁도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항공업계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 회장은 주변에 “항공업이 건설업보다 리스크는 더 작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재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회사로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수전의 경쟁상대 애경은 제주항공 경험이 있는 반면 정 회장의 HDC는 사실 항공업과 연결고리가 약했다. 보통 기업 인수는 사업의 동반성장(시너지)을 중요시 여긴다. 이러한 우려에 정 회장은 “항공사들이 기내 면세 사업을 하고 있다. 면세 사업에서 물류나 구매 측면에서 분명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본 협상에서 구주 가격, 신주 가격, 경영권 프리미엄 등 조건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만일 HDC가 아시아나 재무·경영 상태를 재검토하면서 예상치 못한 채무를 발견할 경우 인수 자체를 보류할 수도 있다.
여러 산을 넘어 정 회장이 아시아나 항공을 품게 되면, 일단 아시아나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노후 항공기 교체, 마케팅 강화 등 1조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불가피해 HDC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정 회장은 회사 인수와 정상화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12일 기자회견에서 인수 후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 강화다”고 이야기했다. 또 “시장 점유율이나 회사 성장을 위해 더 좋은 방안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사명 변경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상당히 좋은 브랜드 가치를 쌓아왔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바꿀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