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M&A 성공사례 S&T그룹 崔平奎 회장

“운동권 출신을 대표로 영입하니 노사분규 없어졌다”

  •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글자 크기 조정
  • 스크랩
  • 본문 음성 듣기
  • 글자 크기 조정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 외환위기 이후 통일중공업·대우정밀·효성기계 등 잇달아 인수… 매출 4조원 그룹으로 성장
⊙ 노조 폭행으로 입원·전세계적 금융위기·저축은행 사태 등 우여곡절에도 그룹 키워내
⊙ “정치권과 연관없어… 한 우물 파는 기업인일 뿐”

崔平奎
⊙ 60세. 경희대 기계공학과 졸업.
⊙ 삼영열기 대표·S&T중공업 회장 역임, 現 S&T그룹 회장.
지난 4월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한 기업인의 자서전이 올랐다. 4월 3일 발간된 S&T그룹 최평규 회장(S&T중공업 회장 겸임)의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다. 4월 둘째 주 인터넷서점 인터파크의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보면, 최평규 회장의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가 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5위에 올랐다. 경제·경영서적 중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이 책은 중소기업(삼영열기) 대표였던 저자가 강성노조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이며 자산규모가 네 배에 달하는 ‘공룡’ 통일중공업을 2003년 인수하고 이후 잇단 인수·합병(M&A)을 거쳐 S&T그룹을 만들고 운영하며 겪은 이야기, 즉 전형적인 ‘기업인 성공 스토리’다. 그런데 왜 이 책이 총선 직전 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을까.
 
  이 책이 당시 관심을 끈 것은 S&T중공업과 S&T모터스 등 S&T그룹 계열사들이 ‘문재인 테마주(株)’로 분류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왔다. 문재인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로 주목받으면서 각종 ‘문재인 테마주’가 증시에 떠돌아다녔는데 S&T중공업 역시 최평규 회장이 문 의원과 경희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꼽히곤 했다.
 
 
  외환위기 이후 잇단 M&A로 급성장한 S&T그룹
 
  테마주 사건은 S&T중공업 측이 “최 회장과 문 의원은 고등학교 동문이 아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내 관계를 부인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에서 차츰 멀어졌지만, 통일중공업과 대우정밀, 효성기계 등 알짜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해 매출 4조원 규모의 그룹으로 키워 낸 최 회장에 대한 관심은 줄지않고 있다.
 
  김해 출신인 최평규 회장은 부산남고와 경희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기계관련 업체에서 근무하다 1979년 열기계 생산기업인 삼영열기를 창업했다. 이후 한국중공업 등에 납품하며 삼영을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켰고, 2003년에는 통일중공업을 인수했다.
 
  최 회장은 S&T중공업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M&A에 나서 현재의 S&T그룹을 일궈 냈다. 2002년 경우저축은행(현 S&T저축은행) 인수와 2003년 2월 통일중공업 인수에 이어 2003년 9월 호텔설악파크를 인수했고, 2006년 대우정밀(현 S&T모티브)을 인수해 S&T그룹으로 출범했다. 2007년에는 효성기계공업(현 S&T모터스)을 인수해 완성차 사업에 진출했고, 2008년에는 그룹 지주회사인 S&T홀딩스를 설립해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S&T그룹의 2011년 매출액은 S&T홀딩스 1조6638억원, S&T대우 9105억원, S&T중공업 7742억원, S&T모터스 1277억원, S&TC 1953억원 등 약 4조원에 달한다. 2011년 기준으로 주요 4개 계열사가 모두 최소 30억~최대 1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알짜그룹이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S&T모터스 본사에서 최평규 회장을 만났다. 그는 성공의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기업인으로 살아온 과정이 좀 특이하긴 했지만, 그런 경험들이 지금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성공이라기보다는 한 우물을 파는 기업인일 뿐”이라고 말했다.
 
 
  “통일중공업을 국가에 헌납할 생각이었다”
 
2003년 당시 통일중공업 노사분규는 전면파업과 직장폐쇄 등 극한으로 치달았다.
  창원, 부산 등 경남지역에서 기업을 운영해 왔던 최평규 회장이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에 등장한 것은 2003년 통일중공업 사태 때문이었다. 2003년 초 통일중공업을 인수한 최 회장은 노조의 극심한 저항에 부딪혔다. 통일중공업 노조는 금속노조 중에서도 가장 강성 노조로 유명했다.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80년대 노동운동에 입문하고 기반을 마련한 곳이 바로 통일중공업 노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동운동 변론을 처음으로 시작한 것도 문성현 전 대표와 통일중공업 사건 공판 때였다. 통일중공업은 민노총 노동운동의 성지(聖地)와도 같은 곳이다. 1957년 설립 이후 잘나가던 통일중공업이 1997년 부도를 맞은 원인을 강성노조에서 찾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이런 통일중공업 노조가 새 주인을 순순히 맞아들였을 리 없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통일중공업지부는 장기간 전면파업에 돌입했고, 사측은 직장폐쇄를 강행하며 맞섰다. 노사간 폭력사태가 벌어졌고, 최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과 노조 간부들이 잇따라 입원했다. 최 회장은 목디스크가 파열돼 4개월여를 병원에서 지내야 했다. 최 회장의 입원으로 폭력사태가 알려지면서 여론이 노조에 비판적 입장으로 변하자 통일중공업 사태는 일단락됐다.
 
  ―폭력사태 등으로 심각한 신변의 위협을 느꼈을 텐데요.
 
  “정말 그동안은 지옥에 있는 기분이었지요. 제가 당한 사건이 많이 알려져서 그렇지 병원을 들락날락한 노사 관계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저만 당한 것도 아니고 정말 극렬하게 싸웠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어요.”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대통령 좀 내려와 보라”고 얘기했던데요.
 
  “오죽하면 기자들 앞에서 그런 얘기를 했겠어요. 그 기사 이후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더군요. 코리아나호텔에서 청와대 노동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도저히 이런 기업을 끌고 나갈 수 없고, 국가에 헌납할 생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잘 이끌어 나가라며 다독이더군요.”
 
  ―통일중공업이 그런 회사인 줄 몰랐습니까.
 
  “노조가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중소기업을 운영할 당시 두산중공업과 대림자동차, 효성기계 이런 곳과 계속 일을 해 왔고 대부분의 제조업체 노조들이 강성이기 때문에 비슷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통일중공업의 경우 그동안 종교재단(통일교)이 회사를 운영하며 종교적인 색채를 강요하고 있다 보니 노조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더라고요.”
 
 
  외환위기 이후 잇따른 M&A
 
  ―당시 삼영이라는 작은 기업이 통일중공업을 인수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삼영은 20년 동안 무차입경영을 하며 자금력이 탄탄한 회사였어요. 그 지역(창원)에서 건실하게 운영하고 있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기업 매물이 쏟아지면서 저희에게 인수 제안이 들어오더군요. 당시 통일중공업을 인수하겠다는 펀드나 컨소시엄이 있었는데, 전문경영인이 마땅치 않다 보니 채권단 측에서 그 지역에서 책임지고 기업을 살려 낼 기업인을 찾고 있더라고요. 삼영 입장에서도 자금력도 있고 나쁘지 않은 이야기인 것 같아서 인수를 결정했습니다.”
 
  ―인수하고 나서 기분이 어땠습니까.
 
  “우여곡절 끝에 인수를 했는데, 경남도지사와 창원시장을 비롯해 지자체 중요 인물들이 다 인사를 하러 온 거예요. 근데 수고했다, 고맙다는 말 대신 ‘힘들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 정도로 힘들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 후로 M&A에 학을 뗄 만도 했는데 계속해서 M&A에 나섰습니다.
 
  “처음에 너무 고생을 하고 나니 그 다음엔 좀 쉬운 편이었어요. 종업원이 천 명 넘고 전국에서 제일 강하다는 노조에 맞서 회사를 살려 냈는데 뭘 못 하겠냐 싶었습니다. 사실 남의 회사를 인수하는 건 창업보다 더 어려운 일이에요. 괜찮은 회사는 결코 망하지 않습니다. 망할 이유가 있으니까 망하는 거죠. 그런 회사를 인수해서 살려 낸다는 건 창업보다 몇 배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가능성과 장점에 주목한다면 쓸 만한 회사를 적절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요.”
 
  ―대우정밀과 효성기계는 대기업 계열사였는데 인수 후 거리감이 없었습니까.
 
  “대우와 효성 모두 왕년에 잘나가던 기업이죠. 직원들도 자부심이 있고 해당 기업문화에 젖어 있었고요. 그렇다 보니 인수 후 융화되기가 힘들었습니다.”
 
 
  ‘4룡’ 중 구설수 없는 유일한 인물
 
   2000년대 초반 M&A로 성장한 그룹, 이른바 ‘4룡(龍)’이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적극적인 M&A를 통해 자산규모 및 매출 1조원이 넘는 그룹으로 성장한 프라임그룹, 유진그룹, C&그룹, S&T그룹이다. C&그룹은 세양선박, 우방, 진도 등을 인수했고 유진그룹은 고려시멘트를 인수했다. 프라임그룹은 동아건설, 한글과컴퓨터, 프라임저축은행 등을 인수하는 등 사람들은 이들에게 ‘신흥 4대 그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프라임의 백종헌 회장은 불법대출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고 백종진 사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실형을 받았으며 C&의 임병석 회장도 사기대출과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유진그룹의 유경선 회장도 불미스러운 일로 사퇴를 눈앞에 앞두고 있다. 구설수 없이 온전히 그룹을 이끌고 있는 4룡은 최평규 회장뿐인 셈이다.
 
  ―갑자기 사세를 불린 그룹들이 대부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고 있는데요. 유일하게 ‘잘나가고’ 있습니다.
 
  “욕심을 내지 않아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평생 기계공업이라는 한 우물만 파 왔어요. 호텔과 저축은행도 인수했었는데, 호텔은 연수원이 필요해서 인수했다가 적절치 않아 다시 매각했고 저축은행은 지역 유지들의 부탁에 인도적인 입장에서 인수한 겁니다. 그 외에는 연관성 있는 사업에만 관심을 가졌어요. M&A하고 나서 4~5년 정도 운영해서 제자리를 잡고 나면 또 다른 M&A 매물을 찾아나서곤 했죠.”
 
  ―인수하는 기업마다 빠른 정상화를 이뤘는데요.
 
  “남들 눈에는 무난하게 흘러간 것으로 보였겠지요. 통일중공업에서 폭력 등 극단적인 사태를 겪은 만큼 이젠 어떤 일에도 놀라거나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또 다른 시련이 닥치더군요. 2006년 말 S&T모티브(구 대우정밀)를 인수했는데, 2008년에 미국발 금융위기와 미국 GM 부도사태가 벌어지면서 대우 계열사였던 S&T모티브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납품처 태반이 GM대우인데 어떻게 견디겠습니까. 어렵게 그 시절을 보내고 나서 거래처를 한 곳에 집중하면 위험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M&A에 대한 철학이 있습니까.
 
  “사실 어떤 사람들은 자서전을 보고 운이 좋았던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전 가능성을 보고 투자합니다. M&A 매물은 기본적으로 문제점이 있는 기업이지만, 잘나갔던 이유 또한 있습니다. 그 점에 집중하는 거죠.”
 
 
  독특한 최 회장의 用人術
 
경남 창원 소재 S&T중공업에서 직원들이 차량 부품을 만들고 있다.
  S&T 계열사의 CEO들은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S&T모티브와 S&T모터스의 대표이사인 김택권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이고, S&T중공업의 박재석 대표는 운동권 출신으로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을 지낸 노동운동가였다. 김 대표와 박 대표 모두 최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들이다. 전문경영인으로 이 같은 인물들을 영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수 출신인 김택권 대표를 제조업체 대표로 영입했는데요.
 
  “대우정밀 인수 당시 김택권 교수를 비롯해 몇 명에게 컨설팅을 받았어요. 전문가의 시각이 필요했죠. 망설이는 저에게 김 교수가 이 회사는 무조건 인수해야 된다, 몇 년만 고생하면 잘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렇다면 당신이 책임지라고 했습니다. 잘된다고 주장했으니 그분 입장에서도 마다할 명분이 없는 거죠. 잘나가는 회사 사장을 시켜 주겠다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2006년 사장으로 임명했고,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어요.”
 
  ―강성노조가 득세하고 있던 통일중공업에 운동권 출신을 경영진으로 발탁한 것은 역발상인가요.
 
  “박재석 대표를 영입할 때 주변 사람들이 모두 놀랐죠. ‘어떻게 저런 사람을 데려오냐’며 반대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아예 말아먹으려고 작정했구나’라는 말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이이제이(夷以制夷)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정공법으로 뚫고 나가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제 생각이 들어맞았지요. 노조는 신임 사장을 신뢰하기 시작했고 현재 S&T중공업은 노사분규 없는 모범 사업장으로 변신했습니다.” 최 회장의 설명은 언뜻 기묘한 듯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었다.
 
 
  “나는 기업인, 대권주자와 연관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S&T그룹 계열사들은 대선을 앞두고 일부 언론에서 ‘문재인 테마주’로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1952년생으로 1953년 1월생인 문재인 의원과 사실상 동갑내기이며, 같은 대학(경희대)을 졸업했다. 둘 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동향’이기도 하다. 또 현재 경희대 총동창회에서 둘 다 부회장 직책을 갖고 있다.
 
  ―문재인 테마주로 끊임없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학번도 내가 하나 빠른데(최 회장은 71학번, 문 의원은 72학번), 대학 다닐 때 한 번 보고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요. 저처럼 지방에서 기업하는 사람이 권력자를 만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저는 한 우물을 파 온 기업인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