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는 자동차들. 경제위기로 유럽 자동차 시장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
연구소 측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이 새로운 진앙지로 부각됐고, 재정긴축 정책의 여파로 유럽의 경기침체가 심화돼 신흥국가의 실물경기까지 악화되고 있다”며 “유럽의 경제성장률을 종전의 1% 상승에서 0.1% 하락으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대다수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종전의 9% 상승에서 8.4% 상승, 인도는 7.6%에서 7%, 브라질은 3.6%에서 3.2%로 낮춰 잡았다. 국내는 종전의 3.6% 성장 예상을 고수했다.
廢車 인센티브 정책의 후유증
연구소는 올해 자동차 판매 예상치도 수정했다.
전(全)세계에서 연간 팔리는 자동차 대수는 7400만대 정도다.
가장 큰 시장은 유럽이다. 2011년 연간 자동차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보면, 유럽 1522만대, 중국 1409만대, 미국 1278만대 순(順)이다. 또 일본 421만대, 브라질 343만대, 러시아 265만대, 인도 243만대, 한국 158만대 수준이다.
연구소는 유럽의 올해 예상 판매 대수를 종전의 1545만대에서 1472만대로 낮춰 잡았다. 지난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유럽 자동차 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유럽 전체에서의 자동차 판매는 전년보다 무려 7.8%가 떨어졌다. 2009년에는 다시 전년보다 1.5%, 2010년엔 전년보다 5%, 2011년에는 전년보다 1.4%가 추가로 하락했다. 올해 1~4월의 자동차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7.1%나 줄었다.
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의 분석은 이렇다.
“유럽 시장이 장기간 침체에 빠진 것은 정책 측면에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강한 폐차 인센티브 정책을 장기간 운용한 점이 원인이었죠. 폐차 인센티브는 노후 차량을 폐차하고 자국(自國)에서 생산한 차량을 구매할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활용했는데, 이 정책은 금융위기 직후에는 판매 급락에 의한 혼란을 막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 인센티브 강도가 매우 컸던 데다 장기 운용으로 인해 후유증이 커졌습니다. 인센티브 제공이 충격을 줄이는 정도에 그쳤다면 시장 기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회복됐겠지만, 과도한 수요증대로 회복이 오히려 지연된 것입니다. 더구나 2010년에 남유럽을 중심으로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유럽 국가들이 긴축정책을 동원, 자동차 시장 자체의 위축을 가져온 겁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독일을 제외한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심각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독일의 자동차 판매는 291만대(이하 2010년과 2011년 비교)에서 317만대로 8.8%나 늘었다. 하지만 유럽발 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는 14만대에서 9만대로 31% 판매가 줄었고, 또다른 진원지인 스페인은 98만대에서 80만대(18% 감소), 이탈리아는 196만대에서 174만대(11%), 영국은 203만대에서 194만대(4% 감소)로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EU)의 양대 축인 프랑스의 경우, 자동차 판매대수가 225만대에서 220만대로 2% 줄었다.
결국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자동차 그룹인 PSA(푸조, 시트로엥)는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 그룹의 유럽 판매가 2010년 184만대에서 168만대(2011년)로 8% 이상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PSA그룹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본사 건물을 팔았고, 프랑스 공장 부지도 임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GM그룹에 주식의 7%를 팔았고, 올해만 6800여 명의 직원을 줄이기로 했다.
끝없는 구조조정 수요
이에 앞서 재정위기의 영향이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 공장은 구조조정을 해왔다.피아트그룹은 지난 2011년 말에 자국(이탈리아)에 있는 시칠리아 공장을 폐쇄했고, 올해 미라피오리 공장 직원 5300여 명을 구조조정키로 했다. 또 노조 측과 올해의 생산목표를 30만대 감축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스페인에 공장을 둔 GM, 포드, 폭스바겐, PSA, 르노 등도 감원을 하고, 조업을 단축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GM과 포드는 스페인 공장에서 각각 5800명과 40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유럽의 구조조정 추진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생산과 고용에 민감한 정부와 노조의 반발, 특히 올해에 있는 대선, 총선 등 정치적 판도가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유럽의 문제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1990년대 초에 유럽의 통화위기로 3년 연속 자동차 판매가 감소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보다 지금은 정치, 경제,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결부돼 있어 상황이 언제 호전될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北美 매출 늘었지만, 유럽이 발목 잡아
하지만 무엇보다 유럽의 위기가 미국과 중국 등 신흥국가로 번지는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단순 수치로 볼 때, 북미 지역의 자동차 판매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지난 4월 연간 판매 예상치를 수정하면서, 미국의 경우 종전의 1342만대에서 1420만대(2012년 판매대수)로 상향 조정했다.하지만 미국의 메이커인 GM과 포드의 운명은 유럽의 향방으로 인해 크게 달라질 것이다. GM의 유럽 판매 비중이 19%, 포드가 28%에 달하기 때문이다. 결국 유럽의 위기 확산은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회생한 이들 메이커를 또다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소리다.
지난 6월초, 《워싱턴포스트》는 〈유럽 경제 악화, 미국 업체 전반에 영향 끼쳐〉라는 제목으로 제조업부터 유통업까지 미국 기업들이 유럽발 재정위기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벤 버냉키 의장 역시 “유럽 위기로 미국 경제 수출이 둔화되고 투자,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미국 경기에 압박을 주고 있다”고 했다.
벌써 이 같은 효과는 눈에 보이고 있다.
포드의 경우, 지난 1분기 매출이 유럽의 부진에 영향을 받아 감소했다. 주요 판매 지역인 북미(전년대비 5.9%상승)와 남미(전년대비 3.5%상승)에서는 늘었지만, 유럽에서 무려 13.9%가 하락함에 따라, 총 증감률이 -3%를 기록했다.
포드 관계자는 “유럽 소비자들은 차를 덜 살 뿐 아니라 부품도 덜 교체하고 있다”며 “현재 정말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GM은 실적 부진으로 수익성이 줄어든 오펠의 독일 뤼셀스하임공장 생산물량을 영국 엘스미어포트공장으로 이전키로 했다. 포드 역시 유럽 내 과잉생산을 줄이기 위해 독일 공장을 감산할 태세다.
유럽계 은행에 의존도 높은 브릭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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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유럽공장 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
중국의 대(對) 유럽 수출 비중은 19%, 러시아는 무려 63%다. 수출에서 원자재의 비중이 큰 브라질은 EU수출 비중이 23%에 달한다.
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무엇보다 브릭스 지역이 유럽계 은행의 대출 비중이 높은 것이 위기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이 6월 말까지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1000억원대의 유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그리스 디폴트 선언 등 위기가 심화되면 브릭스 지역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중국 국영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지난 5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하면 중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8%에서 6%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고 분석한 상태다. 자동차산업연구소는 중국 정부가 4년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 역시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전세계의 불안감은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드리워지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전체 판매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이뤄진다. 한국GM은 자사물량의 82%를 수출하고 있다. 한국GM의 지난 1~5월 유럽지역 완성차 수출은 전년보다 10%(10만여대 판매) 줄어들었다.
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1.1% 줄어, 4년 만에 마이너스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위기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유럽사태의 진행이 미국, 중국, 브릭스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가 새로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2011년에 들어선 브라질 신정부는 브라질의 산업 확대를 위한 신사업 정책을 발표했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보호조치가 눈에 띄었다. 수입차와 남미공동시장 내에서 생산된 부품의 사용 비율이 65% 미만인 차량과 연구개발에 소극적인 업체에는 차량에 30%의 공업세를 매긴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 제도는 201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여러 예외조항을 뒀지만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해외에서 생산된 글로벌 메이커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앞서 유럽에서 ‘폐차 인센티브’ 정책을 강하게 실행했듯이, 자국 메이커산(産)에 대한 정부의 보호가 본격화함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