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탐구

‘이재명 정권의 상왕’ 김어준 vs 국힘을 흔드는 전한길

김어준이 예능이라면 전한길은 다큐

  •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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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어준·전한길, 선악 이분법적 사고, 감정에 호소하며 대중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공통적
⊙ “김어준은 정치 프로이자 차기 민주당 킹메이커, 전한길은 아직은 아마추어”(김정기 칼럼니스트)
⊙ SNS에서 ‘현재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는 이재명 아니라 김어준’
⊙ “쫄지 마, 씨바!”를 외치며 울먹이던 김어준, 진보의 고출력 스피커로 성장
⊙ “전한길은 국힘을 재기 불가능하게 만들려 내려온 저승사자 같지만, 그만큼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람 국힘에 없어”(국힘 수도권 초선 의원)
⊙ 김어준, ‘B급 해적언론’에서 ‘책임 안 져도 되는 무소불위 권력’으로 팬덤 형성
⊙ “윤석열 마케팅에만 전적 의존할 경우 사법적 추이 따라 ‘떴다방’식으로 전한길 현상 소멸할 가능성 있어”
김어준과 전한길. 사진=조선DB
지금 방송인 김어준씨(이하 존칭 생략)는 대한민국 대통령 이상 가는 절대 권력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쫄지 마, 씨바!”를 외치며 울먹이던 김어준은 이제 없다. 산발한 머리와 아무렇게나 둔 수염, 마초적 음성은 여전한데 진보의 고출력 스피커로 성장했다. 커도 너무 커져서 출력이 최소 5000와트급은 될 듯하다.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하던, 재기 발랄한 B급 주변인이 A급 주류를 무너뜨렸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그를 상왕(上王)으로 모신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신 나간 짓”이라고 하지만 한때 ‘B급 해적언론’을 표방하던 그는 팬덤이란 문화 현상을 만들어 한국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전(前)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이하 존칭 생략)가 국민의힘에 샛별처럼 등장한 것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겪고서다. 수입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던 일타 강사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계엄을 옹호하며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8월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배신자’ 구호를 유도하며 물리적 충돌을 일으켜 징계 절차에 직면했다.
 
  그 덩치나 영향력으로 볼 때 김어준이 항공모함이라면 전한길은 소형 통통배일지 몰라도, 두 사람은 묘하게 자신만의 언어로 진보와 보수의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혹시나 전한길은 김어준을 닮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곧 대법관이 될 김어준입니다”
 
김어준씨가 6월 29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더파워풀’에서 중앙무대에 앉아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소셜미디어
  김어준의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지난 6월 27~29일 사흘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 공연장에서 열린 ‘더파워풀’ 콘서트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정권 교체를 자축하는 이날 무대는 1만5000명이 앉을 수 있는 객석이 모두 매진됐다. 행사 티켓 가격은 R석 13만원, S석 11만원, A석 9만원 등이었다고 한다.
 
  김어준이 기획한 무대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등 여권 유력 정치인들이 참석한 화려한 라인업이었다. 물론 김 총리, 정 대표가 ‘후보자’라는 꼬리표를 떼기 전 행사다. 강산에, 알리 등 가수가 초대되어 분위기를 달구었다.
 
  행사 도중 문 전 대통령은 관객석에서 김어준에게 “김어준 동생, (나한테) 형님이라고 불러 봐”라고 했고, 김어준은 웃으며 “형님”이라고 화답했다.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든 주역이 김어준이란 것은 공공연한 진담이다. 정청래를 민주당 대표로 이끈 이도 김어준이란다.
 
  이날 김어준은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부르며 등장해 “곧 대법관이 될 김어준입니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가 대법관이 된 세상이 ‘Wonderful World’가 될 것이라는 집단최면을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걸기 위해 이 곡을 선곡한 것일까. 그는 혹시 대법관보다 더 높은 지위를 꿈꾸고 있는 것일까.
 
 
  “음지에 있던 야유·비꼼·조롱을 양지로”
 
  공연 이후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현재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니라 김어준’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김어준은 ‘책임을 안 져도 되는 무소불위 권력’을 가졌기에 ‘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의 권력’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보수 진영의 지지자들은 “억장이 무너진다”는 반응이다. “각종 성인물 판매와 배설 수준의 ‘딴지일보’ 총수가 지금 문재인·이재명 정권의 상왕”이란 사실이 미치고 팔딱 뛸 만큼 이해 불가라고 입을 모은다.
 
  “정말 나라꼴이 어찌 되려고 저런 극단적 빌런이 대한민국을 쥐고 흔드나? 운동권 나부랭이들이 나라 전체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판으로 만들어 서로 편 갈라 증오하고 싸움질로 해가 뜨고 지니 국민이 뭘 배우겠나?”고 소리치지만, 김어준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김택환 미래전환정책연구원장은 “주류 미디어들의 근엄주의를 버리고 풍자·조롱을 소화하고 이들을 위한 광장을 만든 것이 김어준”이라며 “음지에 있던 야유와 비꼼, 조롱을 과감하게 소화해 양지에서 놀도록 만든 장본인”이라고 압축해서 말했다.
 
  스스로를 ‘총수’라고 외치는 김어준이 1998년 ‘딴지일보’를 창간할 때 썼던 기사들을 보자. ‘국민 권장 체위 발표’ ‘조선 농썰 히떡 디비기’ ‘명랑 성교육을 시켜주마!’ 등 제목부터 선정성 가득한 육두문자에, 그의 표현대로라면 ‘희한한 지랄삥’으로 기성 제도나 문화에 대한 조롱이 가득했다. 초창기 기사 대부분을 김어준이 썼다고 한다.
 
 
  ‘김어준의 직업은 김어준’
 
  김어준은 단순한 방송인이 아니라, ‘미디어 액터’ 혹은 ‘폴리테이너’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우리는 억울하다”와 같은 감정의 언어를 중심으로, 정치적 사실보다 감정적 서사(敍事)를 우선시하는 행동강령으로 여러 지지층을 아우르고 있다.
 
  천안함 사건, 드루킹 사건, 세월호 사건, 부정선거 논란 등에서 사실에 기반하기보다 의심과 음모론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회적 혼란을 유발했다는 점에서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다음은 김용민이 쓴 《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2016)의 한 단락이다.
 
  〈논리? 논리가 정말 중요한가! 논리가 모든 것에 우선인 세상이라면 이명박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데? 진보의 문제점이 뭔지 알아? 다른 거 필요 없어. 자기가 옳다는 것이 확인되면 그게 최고야. 지구가 멸망해도 자기의 주장이 맞으면 그게 최고인 거야.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데?〉
 
  김어준의 말투는 심각한 듯 심각하지 않다. 즐겁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일 같다. 그가 진행해 온 프로그램들은 시사·정치 스탠딩 코미디 같다. 거대해 보이거나 권력처럼 보이면 빅엿을 날린다. 모든 게 유희처럼 보인다. ‘김어준의 직업은 김어준’이란 말이 있다. 그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의 발랄함, 조롱을 한 겹 벗겨내면 그곳에 기성 권력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의 심리가 담겨 있다.
 
 
  김어준은 예능, 전한길은 다큐
 
  예능과 다큐라는 관점에서 보면 김어준은 철저히 예능에, 반면 전한길은 다큐에 가깝다. 물론 관점에 따라 그 역(逆)도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전한길의 발언을 보면 너무나 진지하게 세상을 선(善)과 악(惡)이 격돌하는 곳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그의 잣대를 따라가 보면 지난 6·3 대선 이후 지금의 대한민국은 악이 선을 장악한 형국이다. 윤석열·김건희 전직 대통령 부부가 함께 구속된 현실이 전한길에게는 원통하고 개탄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전한길은 도저히 기막힌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 어쩌면 그의 머릿속에는 기독교적 세계관이 담겨 있을지 모른다. 철저한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정치 현실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는 감정에 전격적으로 호소하는 도덕적 언어를 사용한다. 찬탄파를 향해 “배신자”라고 반복적으로 외치고, 윤석열을 지지하는 반탄파를 “의리 있는 사람들”로 묘사한다. 이 배경엔 유교적 충성심이 작용하는 듯하다.
 
  전한길도 김어준 못지않게 자기만의 대중언어를 가지고 있다. 사실 자기만의 언어가 없는 이는 어딘지 모르게 밋밋하다. 밋밋하면 오래 못 가 정치판에서 잊히고 만다. 전한길의 화법은 톡 쏜다.
 
  감정적이고 이분법적인 호소, 그리고 선동적 언어 사용이 특징이다. 말투와 표현 방식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청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동훈 끄나풀” “양아치들” “칼 꽂은 놈들” “정치 깡패” 같은 매우 자극적인 표현으로 분노와 결집을 유도한다. 게다가 단정적 화법으로 “진실은 이미 드러났다” “대다수 당원이 알고 있다”고 외친다. 진실이 이미 드러났는지, 대다수 당원이 정말 훤히 알고 있는지 여부는 검증되지 않았다.
 
  《한국형 협상의 법칙》의 저자이자 칼럼니스트인 김정기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사무총장은 “정상인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김어준은 정치 프로이자 차기 민주당 주자 킹메이커다. 전한길은 정치 아마추어이자 아직은 정치 미숙아로 보인다”고 했다.
 
  “전한길은 ‘윤풍(윤석열 바람)’에 편승해 팬덤을 형성하고 있지만, 보수가 정신을 차리면 그의 공간은 없을 겁니다. 지난번 전한길 현상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더니 적대적이지 않고 겸손하게 수용하더군요. 정치 미숙아일 수도 있겠지만, (한계를) 알면서도 보수 거대 팬덤 시장에 편승하여 가고자 할 수도 있어요.”
 
  국민의힘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전한길은 빈사(瀕死) 상태에 놓여 있는 국민의힘을 아예 불구로 만들어 더는 재기가 불가능하게 만들려 내려온 저승사자 같아 눈물겹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솔직히 그만큼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람은 국민의힘에 없다. 단언컨대 친윤들은 모두 전한길에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당대회 안에서도 온통 전한길 이야기였답니다. 흥행에는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전한길이 희생함으로 해가지고. 전한길이가 현재 정치의 중심에 와 있고, 국힘 전당대회 중심이 전한길이에요.〉(8월 12일 유튜브 ‘전한길뉴스’)
 
  위의 말은 전한길 본인의 입으로 스스로 평한 말이다. 전한길은 자신이 한발 물러설 때도, “억울하지만 대승적으로 수용한다”는 식으로 자신을 피해자이자 도덕적 우위에 있는 인물로 설정하며 자기 정당화를 꾀한다.
 
  김철현 대구 경일대 특임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전한길의 화법은 정치적 메시지를 강하게 각인시키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합리적 토론이나 공론장 형성에는 부적합한 방식이라는 평가도 많다”며 “그의 언어는 지지자에게는 카리스마로 작용하지만, 반대자에게는 혐오와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김어준, 전광훈·전한길과는 차원 달라
 
2012년 1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정봉주 석방촉구 신년음악회 ‘어느 위대한 정치인을 위한 칸타타’에서 김어준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한편, 김어준은 킹메이커, 사이비 교주, 아니 진짜 교주가 되어가고 있다. 아스팔트 목사 전광훈이나 ‘윤 어게인’이 떠받드는 전한길과는 차원이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검은 넥타이를 맨다는 감성도 김어준만이 할 수 있는 상징적 제스처라 할 수 있다.
 
  전한길과 마찬가지로 김어준도 세상을, 아니 정치 권력을 선악이란 이분법에 기초한 게임으로 본다. 중간지대나 회색지대는 그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엔 온통 천사와 악마의 대결만이 존재한다. 정당, 정치인, 권력 브로커들도 다 마찬가지다. 보수와 국민의힘, 윤석열, 김건희는 그의 눈에서는 모두 악마다. 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조국(전 장관), 문재인은 천사에 가깝다.
 
  이런 일도양단(一刀兩斷)의 세계관에 김어준식 편파 지지자들은 이미 ‘나는꼼수다’ ‘파파이스’ ‘다스뵈이다’ ‘뉴스공장’ ‘겸손은 힘들다’ 등을 통해 가랑비에 옷 젖듯 세뇌가 되었다. 세뇌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합리니 이성, 논리, 다 필요 없다. 보수와 기득권을 향해 “엿 먹어라”를 외치는 ‘엿전의 용사들’이 김어준에게 세뇌당한 지지층들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정확하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뒤 ‘나꼼수’라는 팟캐스트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노무현이 없는 허전함을 ‘나꼼수’로 달래기 시작했다. ‘총수’ 김어준, ‘악마 기자’ 주진우, ‘목사 아들 돼지’ 김용민, ‘봉도사’ 정봉주 등의 닉네임을 붙이고 캐릭터를 잡았다. 2011년 4월 27일 ‘나꼼수’ 첫 녹음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총수 김어준입니다. 새로운 방송을 만들었습니다. 나꼼수. 이 방송은 이명박 대통령 ‘가카’에게 헌정하는 방송입니다. ‘가카’가 퇴임하는 그날까지 이어집니다. ‘가카’의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치밀하고 정교한 극강의 꼼수, 앞으로 매주 여러분 앞에 바치겠습니다.〉
 
 
  김어준, “프레임 그 자체를 깨야 해”
 
  김어준은 대중의 감정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꾼’으로서 대중을 규합했다. 김어준은 영리했다. 메시지 유통 구조의 독점(이른바 조중동과 지상파 3사)에 저항하면서 이 구조를 깨기 위해 기득권이 아닌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메시지 프레임을 창조해 냈다.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나꼼수’를 론칭한 것이다. 다음은 김어준이 쓴 《닥치고 정치》(2011)의 일부다.
 
  〈현재 진보가 집권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뭐냐 메시지 유통 구조를 보수에 의해 장악당했다는 거야. 메시지 유통 구조는 절대적으로 중요해. 그 유통 채널을 타고 프레임이 유포되거든. 머릿속에 한 번 세팅된 프레임의 힘은 대단히 강력한 거야. 아무리 정교한 논리도 그 프레임 안에서 노는 한, 절대 기득의 구조를 이길 수가 없다. 그 프레임 안에서 노는 진보는 거기 등장하는 허접한 미시 논리를 깨는 데서 얻는 지적 쾌감에 도취되기 십상이지. 그런 후 자기가 엄청나게 똑똑한 일을 했다 생각하며 뿌듯하게 잠자리에 들지. (웃음)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똑같은 세상이야.(웃음) 그건 역설적으로 그 프레임을 강화시킨다. 주어진 세상에서 아무리 잘 놀아봐야 결국 그 세상 안이다. 프레임 그 자체를 깨야 해.〉
 
  김어준이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뛰어든 이유다.
 
 
  김어준의 ‘파파이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 이후, 정확하게는 12월 18일 ‘나꼼수’는 해체되었다.
 
  김어준은 이후 ‘한겨레TV’에서 제작한 시사 탐사 인터넷 방송 ‘김어준의 파파이스(Papa is)’를 다시 시작하며 재기를 꿈꿨다. 2014년 3월 14일 첫 방송이 업로드되었고, 3년 6개월 후인 2017년 10월 25일 종영했다. 박주민, 조응천, 김병관 등등의 정치 신인들이 김어준이 진행한 ‘파파이스’로 세상에 알려지며 현실 정치에 입문했다.
 
  ‘파파이스’는 세월호 참사, 국정원 간첩 증거 조작,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단순 뉴스 전달이 아닌, 의혹 제기와 심층 분석을 중심으로 보수 정권을 쥐락펴락하며 뒤흔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11월 말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가 시작되었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외침이 커지더니 4개월 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계속되는 외침이 현실이 된 것이다.
 
  한 해 전인 2016년 TBS교통방송 아침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시작됐는데 2016년 9월 26일 첫 방송 이후 불과 1년 6개월여 만에 2013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폐지 이후 명확한 강자가 없던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의 절대강자가 됐다.
 
  김어준이 〈뉴스공장〉을 시작한 ‘2016년 9월’은 박근혜 정부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하던 바로 그 무렵이다. 그해 9월 20일 최순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30일까지 삼성의 정유라 지원 의혹, 이화여대 특혜 입학 논란 등이 터지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박근혜 탄핵의 부정적 여론을 이끌던 〈뉴스공장〉은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별 점유 청취율에서 SBS 〈두시탈출 컬투쇼〉를 누르고 전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여론을 주도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정치적 논란과 방송사 운영 방향 변화 등으로 인해 2022년 12월 30일 TBS에서 하차했다. 이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라는 이름으로 2023년 1월 9일부터 시즌2를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한길, 빚 다 갚고 나서 집을 샀을 만큼 정직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5월 30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사전투표 폐지 및 공정선거 보장 촉구 집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한길은 대한민국 공무원 시험 일타강사로 메가공무원에서 한국사 강의를 했다. 2004년부터 EBS 강의 만족도 조사에서 전체 강사 중 1위를 할 정도로 이름이 높았다. 정치권에서 윤석열 탄핵에 울분을 토하는 전한길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모습이었다. 공무원 한국사 온라인 수강률과 공무원 한국사 교재 판매량에서도 압도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춘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위로와 고언을 담은 강의 영상은 세대를 넘어 공무원 시험 준비와 관련이 없더라도 많은 이에게 용기와 영감을 준 ‘선생’이다.
 
  한때 그는 빚이 25억원이나 된 적이 있었다. 이로 인해 전한길 형제들도 전부 빚을 졌다. 형의 아파트를 담보로, 큰누나의 빌라, 여동생의 개인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 또 작은 누나에게 1억7000만원을 빌렸지만 공중으로 날아가게 됐다. “나 하나는 견딜 수 있는데 내 사랑하는 가족들이 고통당하는 건 내가 겪는 고통보다 몇 배나 더 괴로웠다”고 밝힌 적이 있다.
 
  2011년도에 노량진에 올라왔고 2012년도에 학원 옮길 때 계약금을 1억이나 받았는데 이틀 만에 다 사라질 만큼 버는 족족 다 빚을 갚았다. 2014년부터 일타강사 반열에 올라 ‘떼돈’을 벌기 시작했다. 소득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으로 나가니까 25억원의 빚을 갚으려면 50억원을 벌어야 했다.
 
  집과 차가 갖고 싶더라도 빚 갚고 난 뒤에 해야 하는 게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나 싶어서 빚 다 갚고 나서 집을 샀을 만큼 그는 정직하고 올곧다. 지금처럼 큰소리 떵떵 칠 수 있는 것도 그의 삶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전한길, 본능적으로 ‘배신’ 미워해
 
지난 2월 8일 전한길씨가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전한길은 찬탄 세력을 향해 “배신자”라고 외치는데 그 역시 개인적으로 배신을 많이 당해보았고 그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
 
  사실 모르는 사람한테 상처받지 않는다. 전부 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가장 잘 아는 친구, 가장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하거나 상처받거나 하는 거다. 다음은 전한길이 쓴 《네 인생 우습지 않다》(2023)의 한 대목이다.
 
  〈사업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나도, 맨날 잘 믿고, 베풀고 했는데 바닥에 떨어지고 빚더미에 앉으니까 다 잃었다. 진짜 나쁜 놈들.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일을 당해보니 피아(彼我)식별이 되었다. 영화 〈대부〉의 스토리가 그거다. 누가 내 편인지 누가 적인지 안에 첩자가 있는지 조직 속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사건이 벌어지면 그놈이 회색분자였고, 이놈이 진정한 내 편이었고, 저놈은 적군이라는 게 서서히 드러난다. 조직 관리하는 데 필연적으로 알아야 될 게 이런 거다. 이 사람도 언젠가 배신할 수 있구나.〉
 
  그는 자신이 배신당해 봤기에, 무너져봤기에 본능적으로 배신을 미워하고 증오한다. 그러나 정치라는 무대 혹은 각축장에서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선거, 정책, 권력 구조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때로는 ‘적과의 동침’도 불가피하며, 이를 전략적 선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게 정치다. 2018년에 펴낸 《전한길의 성공수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본질적으로 세상은 강한 자만이 생존할 수 있고,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쟁을 거침없이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의 거대한 원리 그 자체가 바로 마찰과 갈등이기 때문이다. (중략) 인간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기꺼이 악역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그 행동에 악이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를 살리는 궁극의 선이기 때문이다.〉
 
 
  깨시민 vs 윤 어게인
 
  김어준을 아는 사람은 김어준이 사유(思惟)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감각한다고 말한다. 김어준은 논리를 축조하여 결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먼저 감각하여 선택하고 스토리를 나중에 구성한다.
 
  그는 정치에 대해 늘 감각으로 일관했다. 그런 감각으로 대통령감 찾기를 실행했고 문재인과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오랜 노력 끝에 자신의 감각을 현실로 만들 힘을 완성했다.
 
  지금의 전한길을 보면 왠지 그 시절, ‘은하계 잡놈’ 김어준이 떠오른다는 사람이 있다. 김어준과 같은 괴물을 전한길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게 사실일까.
 

  김어준이란 이름이 이른바 “깨시민”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었다면, 전한길의 이름은 누구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있을까. 윤 어게인을 외치는 이들의 머릿속일까.
 
  김철현 대구 경일대 특임교수는 “전한길의 국힘 전당대회 등 영향력은 시험단계”라며 “보수층 실망, 온건당원 무관심으로 강성 지지층만 남는 역 컨벤션 상황이다. 중도에 외면받고 확장성에도 한계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마케팅에만 전적 의존할 경우 사법적 추이에 따라 ‘떴다방’식으로 전한길 현상이 소멸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승부사 기질
 
  전한길은 나락에 떨어졌다가 다시 일어선 경험이 있다. 30대 초반 전한길은 엎어지고 부도나고 25억 빚더미에 앉았다. 빚더미에 앉으니까 학원사업, 출판사업을 할 때 정직하게 했다는 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전한길은 “그때 느낀 게, 경쟁은 이기고 봐야 된다는 것이었다. 기업끼리 경쟁해서 지고 부도나면 그 기업은 없어진다”고 힘주어 말한다.
 
  전한길은 승부사 기질을 가지고 있다. 정치와 (학원) 사업이 같을 수는 없지만 이기는 것이 무언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전한길은 “쉽게 성공을 얻었다면 그 성공의 가치는 작고 쉽게 날아갈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고 했다.
 
  전한길의 다음 목적지가 정치라면, 이제 첫걸음마를 뗀 정치인으로서 걸어야 할 길은 멀고 험난해 보인다. 김어준이 그러했듯 ‘전한길뉴스’로 인터넷 신문과 유튜브 방송도 개시했다. 중도 합리 목소리 대신 오직 듣고 싶은 자기 진영 목소리만 대변하려 한다.
 
  좌우의 극단에 서 있는 두 인물, 김어준과 전한길은 살아온 배경과 행보는 사뭇 다르지만, 이성보다는 감각과 감정에 호소하며 대중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들의 상반되는 극성(極性)이 앞으로 한국 정치 지형과 여론 형성에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지, 그리고 각자의 길이 어디로 다다를지는 주목할 만한 관심사다. 감각과 행동을 잇는 회로 사이에, 두 사람에게는 ‘사유(思惟)’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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