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金 부부에 드리워진 주술과 음모론의 그림자, 이성적·과학적 사고 불가능하게 만들어
⊙ 비상계엄 선포의 진짜 이유는? 검건희의 ‘주술 네트워크’는 진짜 국정농단 수사의 표적 될 것
⊙ “문재인표 적폐 청산이 망치질이었다면, 이재명표는 도끼질이 될 것”(《동아일보》 이기홍 칼럼)
⊙ 비상계엄 선포의 진짜 이유는? 검건희의 ‘주술 네트워크’는 진짜 국정농단 수사의 표적 될 것
⊙ “문재인표 적폐 청산이 망치질이었다면, 이재명표는 도끼질이 될 것”(《동아일보》 이기홍 칼럼)
-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4월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났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전(前) 대통령(이하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넉 달여 동안 나는 60회가 넘는 방송 출연을 기록했다. 하루에 네 번 출연하거나 인터뷰를 한 적도 있다. 작년 12월 4일 비상계엄이 해제된 직후 회사에 출근해 직원들에게 “앞으로 찾는 곳이 많아질 것이니 준비하자”고 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이미 2022년 3월 청와대 대통령실 졸속 이전 결정 이후 유지했던 나의 판단이 적중한 경우로서, 자연히 나의 생각을 묻는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용산 국방부를 향해 “두 달 안으로 방 빼” 식으로 무도하게 밀어붙이는 것을 본 나는 언젠가는 그가 큰 사고를 칠 것이라 생각해 왔다.
보수(保守)는 아래위를 아는 사람들이다. 죽은 사람과 살고 있는 사람과 태어날 사람들을 이어 주는, 역사와 전통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지킬 것은 보수(保守)하고 고칠 것은 보수(補修)하면서 조금씩 개선(개혁이 아니다)해 가는 전통주의자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보수는 동양에선 현실과 사실에 기초해 옳은 방향을 찾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경세가(經世家) 그룹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관중(管仲)에서 박정희(朴正熙)로 이어지는 동양적 실용(實用) 정치나 태도라고 보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자연히 법치(法治), 사실, 자유(자율)를 3대 가치로 하니 동서양에 걸친 보편성을 갖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보수 세력은 반공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를 만들고 문명 건설 세력으로서 역사 발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문명(文明)은 좋은 제도의 종합이고 대부분의 제도는 보수로 분류되는 세력이 만들었다(의료보험·원전·고속도로·중화학공업·복지제도·한미동맹·댐·IT산업 등). 12·3 계엄 전후 윤석열 세력이 공격한 헌법, 국군, 의료보험, 국회, 선거관리, 헌법재판소 등은 보수가 만들어 발전시킨 문명적 제도다. 위대한 문명 건설의 챔피언이어야 할 대통령이 문명 파괴자가 돼버린 것이다.
정보 誤判이 萬惡의 근원
그럼에도 이재명(李在明)만 욕하면 보수의 자격증을 얻는 것이고 이재명의 집권을 막기 위해선 무슨 짓을 해도 양해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보수적 지식인(언론 포함) 그룹은 윤석열 집권 이후 팬클럽과 박수부대로 전락했다. 이들이 보수적 신념으로 앞장서서 반대했어야 하는 것들이 청와대 졸속 이전, 이준석 대표 몰아내기, 의료대란, 부정선거 음모론 등이었다.
윤석열이 청와대를 떠나는 이유가 아시아에서 공산당과 싸우면서 자유를 지켜 낸 유일한 나라의 역대 지도자들을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라고 욕하는 안하무인적 역사관이었는데도 1000명이 넘는 예비역 장성들이 박수를 쳤다. 이준석을 유죄(有罪) 추정의 원칙으로 몰아낼 때도 ‘싸가지 없는 젊은이 처리’ 정도로 생각했다. 윤석열의 2022년 여름 이준석 축출 공작은 24만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그를 당선시킨 세대포위론 연합 구조의 와해를 뜻하는 게 뻔했지만 이병태 KAIST 교수,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 그리고 나 이외엔 거의가 환호 일변도였다. 작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은 의료대란으로 이어져 보수의 핵심 세력인 의료인들의 집단 반발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를 불렀다.
윤석열식 정치는 보수 세력을 골라서 저격한 내부 총질이었고, 12·3 계엄 선포는 국군 지휘부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작년 12월 4일 아침에 많은 국민들은 ‘아, 이렇게 해서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구나’라는 직감(直感)을 가졌을 것이다. 나의 보다 직설적인 소감은 ‘윤석열이 내부 총질을 하더니 결국 이재명의 프락치 역할을 하는구나’였다. 권력자가 전쟁이나 정치에서 정확한 정보를 멀리하고 망상에 사로잡혀 칼을 휘두르면 자해(自害)로 귀결된다는 것은 하나의 법칙이다.
윤석열이 저지른 굵직한 실정(失政)의 공통분모는 정보 오판(誤判)이다. 권력자가 눈이 먼 상태에서 하는 칼질처럼 위험한 것이 없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자신을 찌른다. 청와대 졸속 이전, 이준석 몰아내기, 의료대란, 그리고 계엄령 선포를 결정한 윤석열은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을 수하(手下)에 두고도 오산(誤算)과 망상(妄想)의 늪에 빠져 일을 저질렀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드리워진 주술(呪術)과 음모론의 그림자는 이성적(理性的)·과학적 사고(思考)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양상훈 주필의 추리
계엄 이후 나는 윤석열과 친했던 사람들 수십 명을 만나 “계엄 선포의 진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윤석열이 밝힌 공식 이유인 ‘반(反)국가 세력과 선관위 척결’이 진짜 이유라고 답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거의 전부가 ‘김건희 보호’와 ‘무속(巫俗)의 영향’을 꼽았다.
작년 12월 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문제의 근원 〈김건희 특검〉 피할 수 있겠나’라는 칼럼에서 비상계엄령 선포의 가장 중요한 동기가 김건희 여사 보호였을 것이란 추정을 내놓았다. 그는 “무엇이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해 이런 일까지 벌이게 만들었느냐는 의문이 계속 맴돈다”고 화두(話頭)를 던졌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가 정부 각료와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남발하고 민주당 단독으로 예산을 통과시키려 한 것을 계엄 선포의 주 이유로 들었”고 “부정선거 의혹에도 빠져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윤석열의 무모한 계엄 선포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모든 것을 걸고 모험하려 하면 주변 사람들도 ‘이 문제 때문에 무언가 터지겠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데 민주당의 각료 탄핵과 예산안 처리 때문에 윤석열이 엄청난 일을 벌일 수도 있겠다고 느낀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료 탄핵과 예산 문제 외에 윤 대통령을 심각하게 압박한 것은 무엇이었느냐고 묻게 되는데, 역시 김건희 문제라고 본다는 것이었다.
이 의문을 푸는 열쇠는 계엄군의 체포자 명단에 여권 인사로는 유일하게 한동훈 당시 여당 대표가 올라 있었다는 점이다. 한동훈은 대통령과 각을 세워 왔지만 민주당의 각료 탄핵과 예산 독주에 대해선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해 왔다. 윤석열이 순전히 민주당의 각료 탄핵과 예산 때문에 계엄을 편 것이라면 한동훈을 체포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김건희 수호 계엄’
시중에서는 계엄 다음 날부터 윤석열의 ‘김건희 수호 계엄’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과정 전체를 보면 이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는 게 양상훈 주필의 ‘촉’이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언급하자 윤석열은 한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한 대표는 수류탄 정도를 던졌는데 대통령은 원자폭탄으로 대응했다. 총선 직전이어서 대통령의 원폭은 국민의힘 선거를 망칠 수 있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 여사를 지키는 것 이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고 양 주필은 말한다.
나는 작년 초 이른바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김경률 비대위원) 직후 윤석열과 접촉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냥 선거용이라고 넘어갈 정도의 언급이었는데도 대통령이 흥분 상태에서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 대한 원색적 욕설을 퍼붓는 데 놀랐다고 한다. 그 순간 김건희씨가 윤석열에게는 건드리면 안 되는 존엄한 존재가 아닌가 생각했다는 것이다.
양 주필은 윤석열의 위기감을 최고조로 올린 사건은 지난해 10월 4일 국회의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이었다고 보았다. 이 표결에서 국민의힘 이탈표가 4표 나왔다. 그토록 표 단속을 했지만 ‘철통 단결’은 허상임이 드러났다. 다음 표결에서 4표만 더 이탈하면 특검법은 통과될 수 있었다. 윤석열의 자신감은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그즈음부터 윤석열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바닥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추가 이탈 가능성은 점점 높아졌다. 위기를 느낀 윤석열은 비서실장을 여의도로 보내 국민의힘 의원들과 단합 오찬까지 하게 했는데 양 주필은 이것이 매우 이례적인 일로 사실상 표 단속이었다고 본다.
이런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 3차 재의결 날짜가 작년 12월 10일로 잡혔다. 윤석열 주변에서 ‘특검법을 수용하면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는 윤석열 부부를 모르는 ‘순진한’ 충언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이 격화됐다. 한 전 대표를 겨냥한 친윤(親尹) 측 공격이었다. 그러자 친한계(親韓系)가 국회의 12월 10일 표결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할 수 있다는 얘기가 11월 하순부터 여권에서 돌기 시작했다.
양귀비와 당 현종
11월 27일 한 친한계 의원이 라디오에서 특검 찬성 가능성을 언급했고, 11월 28일엔 한 신문이 ‘한 대표, 김건희 특검 고려’라고 보도했다. 양상훈 주필은 윤석열이 군경 핵심들을 불러 모아 계엄을 본격 논의한 것이 이 보도 3일 뒤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틀 뒤 계엄이라는 수소폭탄을 던졌다. 체포 명단에 ‘한동훈’은 빠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막기 위한 예방적 공격이었다는 해석이었다. 양 주필은 칼럼을 이렇게 맺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계엄처럼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하고 막으려 한 것은 김 여사 문제뿐이었다. 김 여사 문제의 폭발력을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뒤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김용현 경호처장이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지난해 8월 초순부터 윤석열의 머릿속에서는 계엄령 발상이 본격화됐다. 취임 1년도 안 되고 큰 잘못도 없었던, 다만 깐깐한 신원식 국방장관을 갑자기 안보실장으로 밀어낼 때부터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신 장관은 작년 봄 대통령이 군을 동원한 비상조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정색을 하고 “국민과 군과 역사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 소신 발언이 그와 김용현의 운명을 가른 셈이다. 나는 양상훈 주필의 글을 소개하면서 이런 논평을 달았다.
〈윤석열이 사랑하는 한 여성을 위해 나라를 절단 낸 권력자로 기록된다면 그는 양귀비 때문에 당(唐)나라를 위기로 몰고 갔던 현종(玄宗)의 환생(還生)인가?〉
청와대에 안 들어간 진짜 이유
2022년 3월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은 대통령실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던 국방부 청사를 찾아 둘러보고는 수행자들에게 “여긴 군인들이 근무할 곳이지 대통령이 일할 곳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밤 갑자기 측근들을 소집한 윤석열은 “국방부로 가기로 했으니 이젠 다른 말 하지 말라”고 했다. 한나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정황을 전해 준 사람은 “문제는 김건희였다”고 했다.
2022년 6월 10일 윤석열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한 참석자는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대통령의 말을 전하면서 “김건희 여사가 개방된 청와대를 뒤늦게 둘러본 뒤 ‘미리 봤으면 우리도 청와대에 그대로 있자고 했을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라고 했다. 김건희씨는 앞서 5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KBS1 TV ‘열린음악회’를 관람한 뒤 청와대 내 옛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등을 둘러봤다. 김씨는 “여기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알았다면, 만약 여기 와서 잠시라도 살았다면 청와대를 나가기 굉장히 어려웠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석열은 “속으로 ‘아, 안 보여 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의 비참한 말로(末路)는 청와대를 버리고 구청장이나 근무하면 딱 알맞을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실을 옮긴 데서 시작됐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유명했지만, 그는 자신과 나라의 운명을 걸고 한 여인에게 충성했다는 평을 듣게 될지 모른다.
윤석열 대선 캠프의 첫 대변인을 맡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그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감정은 사랑 이상이 아닐까”라고 했다.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그는 올해 4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흥미로운 증언을 했다. 이동훈 대변인은 “(윤석열이) 굉장히 (삶에서) 파동이 심한 과정에서 김 여사와의 결혼 시기가 딱 겹친다”며 “그런 걸 거치면서 김 여사에 대한 굉장히 동지적 결합 이상의 어떤 의존을 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를 절대로 못 내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반국가 세력, 부정선거 말씀하셨는데 그건 하나의 명분이라고 보고, 자신과 김 여사의 안위(安危) 이런 것들이 제일 우선적 고려 대상이 아니었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엄 사태에서도 확인된 윤석열의 치명적 약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은 뭐든지 낙관적이다. 그런데 근거가 없다. 뭔가 준비를 잘해서 낙관적인 건 아니고.”
“보수 회생하려면 尹-金과 완전히 단절해야”
이동훈 대변인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私邸)에서 면접 당시 “김 여사가 처음 보는 사람을 앞에 두고 남편을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더라”고 기억했다. “(김 여사가) ‘아휴, 이래이래서 안 돼, 이래서 안 돼’ 이러면서 면박을 주고.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그냥 강아지 안고 웃기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속으로 ‘이거 참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며 “이러다가 이제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겠다, 선거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은 한마디로 여사와 검사의 연합체 정권”이라며 “한쪽에 김건희 여사가 있고 다른 한쪽에 한동훈 전 대표를 위시한 검사들 그룹이 연합을 했고 그 위에 윤석열이 올라타 있는 형국으로 정권이 굴러갔다”고 했다.
김건희씨가 윤석열과 동석한 자리에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연상(年上)의 남편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사나운 윤석열이 뭔가 기(氣)에서 눌리는 인상을 받았고, 갑(甲)이 김건희라는 느낌이 왔으며, 이런 이상한 관계가 국가의 주요 정책에 반영됐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김건희를 중심에 둔 ‘무속 네트워크’의 진짜 국정 농단 수사나 조사가 언론을 덮을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이다.
지난 4월 10일자 《동아일보》 이기홍 칼럼은 “보수가 회생하려면 윤석열 축출과 김건희 사법 처리를 선도해야 한다”면서 김건희씨 앞에 닥쳐올 일들을 이렇게 예견했다.
〈이재명 전 대표는 벌써부터 ‘내란 적폐 청산’을 외치기 시작했다. 국민 다수는 김건희 논란의 완전한 해결을 원한다. 이재명은 이런 국민 상식을 악용해 김건희를 빌미로 한 내란 청산으로 보수 진영을 난도질할 것이다. 문재인표 적폐 청산이 망치질이었다면 이재명표는 도끼질이 될 것이다. 윤 부부와의 완전한 단절은 보수 통합은 물론이고 중도와 합리적 온건 진보까지 아우르는 반(反)이재명 연합전선 구축을 위한 기초 작업이다.〉
“주권자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
지난 4월 4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대행이 낭독한 윤석열 탄핵심판 결정문은 명쾌했다. 상식과 법리(法理)가 합치된 글이었다.
“피청구인(윤석열)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하여 국민 전체에 대하여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하였다.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여,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 (…)
민주주의는 자정(自淨) 장치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그에 관한 제도적 신뢰가 존재하는 한, 갈등과 긴장을 극복하고 최선의 대응책을 발견하는 데 뛰어난 적응력을 갖춘 정치체제이다. 피청구인은 현재의 정치상황이 심각한 국익 훼손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판단하였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예정한 민주적 절차와 방법에 따라 그에 맞섰어야 한다. (…)
만약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다시금 행사하게 된다면, 국민으로서는 피청구인이 헌법상 권한을 행사할 때마다 헌법이 규정한 것과는 다른 숨은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등을 끊임없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권한행사에 대한 불신은 점차 쌓일 수밖에 없고, 이는 국정운영은 물론 사회 전체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우리나라가 북한 및 중국, 러시아와 같은 사회주의, 전체주의 국가들이 종래의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 전면전 이외에 비정규전, 테러, 심리전, 여론전, 사이버전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전개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사용하여 공격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전’ 상황이었다고도 주장한다. (…) 그러나 ‘하이브리드전’과 같은 비군사적 공격에 대하여 국회에 병력을 동원하여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실수를 견딘다
아직도 국민들의 30% 정도는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다. 물론 70%의 국민들은 진영(陣營)논리를 거부하고 상식, 사실, 헌법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에 ‘역동적인 중심세력(vital center)’이 건재(健在)함을 보여 준 것이 탄핵 사태의 한 소득이긴 하다. 이 70%는 보수의 약 40%, 중도의 약 70%, 진보의 약 90%이고, 젊으며,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집단이다. 이들을 기존의 계급적 관점에서 가르는 것은 맞지 않는다. 그들을 ‘법치와 사실을 존중하는 상식파(派)’라고 부르고 싶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져 한국의 사회와 정치를 주도하게 되는 미래를 상상해 본다.
나는 8 대 0 전원일치 파면 결정을 예언하면서 하나를 덧붙였었다.
“탄핵이 기각되면 내전적 상황, 인용되면 금방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민주 국가에서 큰 문제는 선거를 통하여 해결된다. 약 3000만 명 이상이 투표할 것인데 그 결과는 주권자의 결단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실수를 견딘다.”⊙
보수(保守)는 아래위를 아는 사람들이다. 죽은 사람과 살고 있는 사람과 태어날 사람들을 이어 주는, 역사와 전통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지킬 것은 보수(保守)하고 고칠 것은 보수(補修)하면서 조금씩 개선(개혁이 아니다)해 가는 전통주의자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보수는 동양에선 현실과 사실에 기초해 옳은 방향을 찾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경세가(經世家) 그룹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관중(管仲)에서 박정희(朴正熙)로 이어지는 동양적 실용(實用) 정치나 태도라고 보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자연히 법치(法治), 사실, 자유(자율)를 3대 가치로 하니 동서양에 걸친 보편성을 갖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보수 세력은 반공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를 만들고 문명 건설 세력으로서 역사 발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문명(文明)은 좋은 제도의 종합이고 대부분의 제도는 보수로 분류되는 세력이 만들었다(의료보험·원전·고속도로·중화학공업·복지제도·한미동맹·댐·IT산업 등). 12·3 계엄 전후 윤석열 세력이 공격한 헌법, 국군, 의료보험, 국회, 선거관리, 헌법재판소 등은 보수가 만들어 발전시킨 문명적 제도다. 위대한 문명 건설의 챔피언이어야 할 대통령이 문명 파괴자가 돼버린 것이다.
정보 誤判이 萬惡의 근원
그럼에도 이재명(李在明)만 욕하면 보수의 자격증을 얻는 것이고 이재명의 집권을 막기 위해선 무슨 짓을 해도 양해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보수적 지식인(언론 포함) 그룹은 윤석열 집권 이후 팬클럽과 박수부대로 전락했다. 이들이 보수적 신념으로 앞장서서 반대했어야 하는 것들이 청와대 졸속 이전, 이준석 대표 몰아내기, 의료대란, 부정선거 음모론 등이었다.
윤석열이 청와대를 떠나는 이유가 아시아에서 공산당과 싸우면서 자유를 지켜 낸 유일한 나라의 역대 지도자들을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라고 욕하는 안하무인적 역사관이었는데도 1000명이 넘는 예비역 장성들이 박수를 쳤다. 이준석을 유죄(有罪) 추정의 원칙으로 몰아낼 때도 ‘싸가지 없는 젊은이 처리’ 정도로 생각했다. 윤석열의 2022년 여름 이준석 축출 공작은 24만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그를 당선시킨 세대포위론 연합 구조의 와해를 뜻하는 게 뻔했지만 이병태 KAIST 교수,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 그리고 나 이외엔 거의가 환호 일변도였다. 작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은 의료대란으로 이어져 보수의 핵심 세력인 의료인들의 집단 반발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를 불렀다.
윤석열식 정치는 보수 세력을 골라서 저격한 내부 총질이었고, 12·3 계엄 선포는 국군 지휘부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작년 12월 4일 아침에 많은 국민들은 ‘아, 이렇게 해서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구나’라는 직감(直感)을 가졌을 것이다. 나의 보다 직설적인 소감은 ‘윤석열이 내부 총질을 하더니 결국 이재명의 프락치 역할을 하는구나’였다. 권력자가 전쟁이나 정치에서 정확한 정보를 멀리하고 망상에 사로잡혀 칼을 휘두르면 자해(自害)로 귀결된다는 것은 하나의 법칙이다.
윤석열이 저지른 굵직한 실정(失政)의 공통분모는 정보 오판(誤判)이다. 권력자가 눈이 먼 상태에서 하는 칼질처럼 위험한 것이 없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자신을 찌른다. 청와대 졸속 이전, 이준석 몰아내기, 의료대란, 그리고 계엄령 선포를 결정한 윤석열은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을 수하(手下)에 두고도 오산(誤算)과 망상(妄想)의 늪에 빠져 일을 저질렀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드리워진 주술(呪術)과 음모론의 그림자는 이성적(理性的)·과학적 사고(思考)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양상훈 주필의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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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사진=연합뉴스 |
작년 12월 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문제의 근원 〈김건희 특검〉 피할 수 있겠나’라는 칼럼에서 비상계엄령 선포의 가장 중요한 동기가 김건희 여사 보호였을 것이란 추정을 내놓았다. 그는 “무엇이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해 이런 일까지 벌이게 만들었느냐는 의문이 계속 맴돈다”고 화두(話頭)를 던졌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가 정부 각료와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남발하고 민주당 단독으로 예산을 통과시키려 한 것을 계엄 선포의 주 이유로 들었”고 “부정선거 의혹에도 빠져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윤석열의 무모한 계엄 선포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모든 것을 걸고 모험하려 하면 주변 사람들도 ‘이 문제 때문에 무언가 터지겠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데 민주당의 각료 탄핵과 예산안 처리 때문에 윤석열이 엄청난 일을 벌일 수도 있겠다고 느낀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료 탄핵과 예산 문제 외에 윤 대통령을 심각하게 압박한 것은 무엇이었느냐고 묻게 되는데, 역시 김건희 문제라고 본다는 것이었다.
이 의문을 푸는 열쇠는 계엄군의 체포자 명단에 여권 인사로는 유일하게 한동훈 당시 여당 대표가 올라 있었다는 점이다. 한동훈은 대통령과 각을 세워 왔지만 민주당의 각료 탄핵과 예산 독주에 대해선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해 왔다. 윤석열이 순전히 민주당의 각료 탄핵과 예산 때문에 계엄을 편 것이라면 한동훈을 체포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김건희 수호 계엄’
시중에서는 계엄 다음 날부터 윤석열의 ‘김건희 수호 계엄’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과정 전체를 보면 이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는 게 양상훈 주필의 ‘촉’이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언급하자 윤석열은 한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한 대표는 수류탄 정도를 던졌는데 대통령은 원자폭탄으로 대응했다. 총선 직전이어서 대통령의 원폭은 국민의힘 선거를 망칠 수 있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 여사를 지키는 것 이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고 양 주필은 말한다.
나는 작년 초 이른바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김경률 비대위원) 직후 윤석열과 접촉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냥 선거용이라고 넘어갈 정도의 언급이었는데도 대통령이 흥분 상태에서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 대한 원색적 욕설을 퍼붓는 데 놀랐다고 한다. 그 순간 김건희씨가 윤석열에게는 건드리면 안 되는 존엄한 존재가 아닌가 생각했다는 것이다.
양 주필은 윤석열의 위기감을 최고조로 올린 사건은 지난해 10월 4일 국회의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이었다고 보았다. 이 표결에서 국민의힘 이탈표가 4표 나왔다. 그토록 표 단속을 했지만 ‘철통 단결’은 허상임이 드러났다. 다음 표결에서 4표만 더 이탈하면 특검법은 통과될 수 있었다. 윤석열의 자신감은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그즈음부터 윤석열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바닥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추가 이탈 가능성은 점점 높아졌다. 위기를 느낀 윤석열은 비서실장을 여의도로 보내 국민의힘 의원들과 단합 오찬까지 하게 했는데 양 주필은 이것이 매우 이례적인 일로 사실상 표 단속이었다고 본다.
이런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 3차 재의결 날짜가 작년 12월 10일로 잡혔다. 윤석열 주변에서 ‘특검법을 수용하면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는 윤석열 부부를 모르는 ‘순진한’ 충언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이 격화됐다. 한 전 대표를 겨냥한 친윤(親尹) 측 공격이었다. 그러자 친한계(親韓系)가 국회의 12월 10일 표결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할 수 있다는 얘기가 11월 하순부터 여권에서 돌기 시작했다.
양귀비와 당 현종
11월 27일 한 친한계 의원이 라디오에서 특검 찬성 가능성을 언급했고, 11월 28일엔 한 신문이 ‘한 대표, 김건희 특검 고려’라고 보도했다. 양상훈 주필은 윤석열이 군경 핵심들을 불러 모아 계엄을 본격 논의한 것이 이 보도 3일 뒤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틀 뒤 계엄이라는 수소폭탄을 던졌다. 체포 명단에 ‘한동훈’은 빠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막기 위한 예방적 공격이었다는 해석이었다. 양 주필은 칼럼을 이렇게 맺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계엄처럼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하고 막으려 한 것은 김 여사 문제뿐이었다. 김 여사 문제의 폭발력을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뒤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김용현 경호처장이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지난해 8월 초순부터 윤석열의 머릿속에서는 계엄령 발상이 본격화됐다. 취임 1년도 안 되고 큰 잘못도 없었던, 다만 깐깐한 신원식 국방장관을 갑자기 안보실장으로 밀어낼 때부터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신 장관은 작년 봄 대통령이 군을 동원한 비상조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정색을 하고 “국민과 군과 역사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 소신 발언이 그와 김용현의 운명을 가른 셈이다. 나는 양상훈 주필의 글을 소개하면서 이런 논평을 달았다.
〈윤석열이 사랑하는 한 여성을 위해 나라를 절단 낸 권력자로 기록된다면 그는 양귀비 때문에 당(唐)나라를 위기로 몰고 갔던 현종(玄宗)의 환생(還生)인가?〉
청와대에 안 들어간 진짜 이유
2022년 3월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은 대통령실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던 국방부 청사를 찾아 둘러보고는 수행자들에게 “여긴 군인들이 근무할 곳이지 대통령이 일할 곳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밤 갑자기 측근들을 소집한 윤석열은 “국방부로 가기로 했으니 이젠 다른 말 하지 말라”고 했다. 한나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정황을 전해 준 사람은 “문제는 김건희였다”고 했다.
2022년 6월 10일 윤석열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한 참석자는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대통령의 말을 전하면서 “김건희 여사가 개방된 청와대를 뒤늦게 둘러본 뒤 ‘미리 봤으면 우리도 청와대에 그대로 있자고 했을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라고 했다. 김건희씨는 앞서 5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KBS1 TV ‘열린음악회’를 관람한 뒤 청와대 내 옛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등을 둘러봤다. 김씨는 “여기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알았다면, 만약 여기 와서 잠시라도 살았다면 청와대를 나가기 굉장히 어려웠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석열은 “속으로 ‘아, 안 보여 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의 비참한 말로(末路)는 청와대를 버리고 구청장이나 근무하면 딱 알맞을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실을 옮긴 데서 시작됐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유명했지만, 그는 자신과 나라의 운명을 걸고 한 여인에게 충성했다는 평을 듣게 될지 모른다.
윤석열 대선 캠프의 첫 대변인을 맡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그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감정은 사랑 이상이 아닐까”라고 했다.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그는 올해 4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흥미로운 증언을 했다. 이동훈 대변인은 “(윤석열이) 굉장히 (삶에서) 파동이 심한 과정에서 김 여사와의 결혼 시기가 딱 겹친다”며 “그런 걸 거치면서 김 여사에 대한 굉장히 동지적 결합 이상의 어떤 의존을 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를 절대로 못 내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반국가 세력, 부정선거 말씀하셨는데 그건 하나의 명분이라고 보고, 자신과 김 여사의 안위(安危) 이런 것들이 제일 우선적 고려 대상이 아니었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엄 사태에서도 확인된 윤석열의 치명적 약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은 뭐든지 낙관적이다. 그런데 근거가 없다. 뭔가 준비를 잘해서 낙관적인 건 아니고.”
“보수 회생하려면 尹-金과 완전히 단절해야”
이동훈 대변인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私邸)에서 면접 당시 “김 여사가 처음 보는 사람을 앞에 두고 남편을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더라”고 기억했다. “(김 여사가) ‘아휴, 이래이래서 안 돼, 이래서 안 돼’ 이러면서 면박을 주고.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그냥 강아지 안고 웃기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속으로 ‘이거 참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며 “이러다가 이제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겠다, 선거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은 한마디로 여사와 검사의 연합체 정권”이라며 “한쪽에 김건희 여사가 있고 다른 한쪽에 한동훈 전 대표를 위시한 검사들 그룹이 연합을 했고 그 위에 윤석열이 올라타 있는 형국으로 정권이 굴러갔다”고 했다.
김건희씨가 윤석열과 동석한 자리에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연상(年上)의 남편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사나운 윤석열이 뭔가 기(氣)에서 눌리는 인상을 받았고, 갑(甲)이 김건희라는 느낌이 왔으며, 이런 이상한 관계가 국가의 주요 정책에 반영됐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김건희를 중심에 둔 ‘무속 네트워크’의 진짜 국정 농단 수사나 조사가 언론을 덮을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이다.
지난 4월 10일자 《동아일보》 이기홍 칼럼은 “보수가 회생하려면 윤석열 축출과 김건희 사법 처리를 선도해야 한다”면서 김건희씨 앞에 닥쳐올 일들을 이렇게 예견했다.
〈이재명 전 대표는 벌써부터 ‘내란 적폐 청산’을 외치기 시작했다. 국민 다수는 김건희 논란의 완전한 해결을 원한다. 이재명은 이런 국민 상식을 악용해 김건희를 빌미로 한 내란 청산으로 보수 진영을 난도질할 것이다. 문재인표 적폐 청산이 망치질이었다면 이재명표는 도끼질이 될 것이다. 윤 부부와의 완전한 단절은 보수 통합은 물론이고 중도와 합리적 온건 진보까지 아우르는 반(反)이재명 연합전선 구축을 위한 기초 작업이다.〉
“주권자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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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인용, 대통령을 파면했다. 선고문을 낭독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 사진=조선DB |
“피청구인(윤석열)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하여 국민 전체에 대하여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하였다.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여,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 (…)
민주주의는 자정(自淨) 장치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그에 관한 제도적 신뢰가 존재하는 한, 갈등과 긴장을 극복하고 최선의 대응책을 발견하는 데 뛰어난 적응력을 갖춘 정치체제이다. 피청구인은 현재의 정치상황이 심각한 국익 훼손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판단하였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예정한 민주적 절차와 방법에 따라 그에 맞섰어야 한다. (…)
만약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다시금 행사하게 된다면, 국민으로서는 피청구인이 헌법상 권한을 행사할 때마다 헌법이 규정한 것과는 다른 숨은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등을 끊임없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권한행사에 대한 불신은 점차 쌓일 수밖에 없고, 이는 국정운영은 물론 사회 전체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우리나라가 북한 및 중국, 러시아와 같은 사회주의, 전체주의 국가들이 종래의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 전면전 이외에 비정규전, 테러, 심리전, 여론전, 사이버전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전개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사용하여 공격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전’ 상황이었다고도 주장한다. (…) 그러나 ‘하이브리드전’과 같은 비군사적 공격에 대하여 국회에 병력을 동원하여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실수를 견딘다
아직도 국민들의 30% 정도는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다. 물론 70%의 국민들은 진영(陣營)논리를 거부하고 상식, 사실, 헌법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에 ‘역동적인 중심세력(vital center)’이 건재(健在)함을 보여 준 것이 탄핵 사태의 한 소득이긴 하다. 이 70%는 보수의 약 40%, 중도의 약 70%, 진보의 약 90%이고, 젊으며,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집단이다. 이들을 기존의 계급적 관점에서 가르는 것은 맞지 않는다. 그들을 ‘법치와 사실을 존중하는 상식파(派)’라고 부르고 싶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져 한국의 사회와 정치를 주도하게 되는 미래를 상상해 본다.
나는 8 대 0 전원일치 파면 결정을 예언하면서 하나를 덧붙였었다.
“탄핵이 기각되면 내전적 상황, 인용되면 금방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민주 국가에서 큰 문제는 선거를 통하여 해결된다. 약 3000만 명 이상이 투표할 것인데 그 결과는 주권자의 결단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실수를 견딘다.”⊙
| 부정선거 음모론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들 1. 선동 유튜버: 돈벌이 수단으로 황당무계한 음모론을 퍼뜨린다. 2. 일부 정치인들: 보수 성향 표를 얻기 위해 음모론에 편승한다. 3. 일부 지식인들: 우파 성향의 교수, 군 장성, 변호사, 글쟁이들 속에 많은데, 음모론이 애국이고 반공이라고 착각한다. 실제로 믿는 이들은 소수일 것이고, 같은 편이니까 편들어 줘야 한다는 진영논리적 생각을 하는 이들이 더 많다. 4. 윤석열, 황교안: 두 사람은 한참 있다가 음모론 대열에 합류한 특이 사례다. 황교안 전 대표는 미래통합당이 2020년 4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 1년여 침묵하다가 2021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 갑자기 부정선거론을 들고 나온 지각생이다. 윤석열은 자신과 국힘이 이긴 대선과 지방선거엔 시비를 걸지 않다가 작년 4월 총선에서 지자 음모론자로 돌변, 계엄군을 동원해 선관위를 습격하기에 이르렀다. 작년 총선으로 거의 진화(鎭火)되었던 음모론을 다시 확산시켜 4000만 유권자 중 약 1500만 명을 부정선거 신봉자로 만들었다. 5. 부정선거 음모론은 공화국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반역이다. 공화국은 공정한 선거를 통해서 수립되고 유지된다. 국민들의 투표와 공정한 선거관리를 통해 정권을 결정하는 행위는 신성한 주권 행사다. 이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것은 공화국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용서할 수 없는 체제 파괴의 대역죄(大逆罪)다. 6.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음모론을 언론의 자유라 치부하여 보호해선 안 된다.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애물로 등장한 음모론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국가적 방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