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당사 최초 당원소환 투표, 참여 2만1694명 중 許 퇴진 찬성 1만9943표(91.93%), 반대 1751표(8.07%)
⊙ “내홍 당시 이준석 의원이 지령… 국민의힘에서나 볼 수 있는 구태”
⊙ 허은아, “尹에 맞섰던 이준석처럼, 나도 부당한 私黨化에 저항”
⊙ 개혁신당 노조, “허은아는 마리 앙투아네트”
⊙ 허은아파·이준석파, 같은 시각 다른 곳에서 각각 최고위원회의
⊙ “개혁신당 대주주는 이준석… 다수로 허은아 밀어붙여”
⊙ 전 비서실장, “許가 한동훈에 쓴 손편지, 내가 대필”
⊙ “정책위의장도 마음대로 임명 못 하면 그게 무슨 당대표냐”
⊙ “내홍 당시 이준석 의원이 지령… 국민의힘에서나 볼 수 있는 구태”
⊙ 허은아, “尹에 맞섰던 이준석처럼, 나도 부당한 私黨化에 저항”
⊙ 개혁신당 노조, “허은아는 마리 앙투아네트”
⊙ 허은아파·이준석파, 같은 시각 다른 곳에서 각각 최고위원회의
⊙ “개혁신당 대주주는 이준석… 다수로 허은아 밀어붙여”
⊙ 전 비서실장, “許가 한동훈에 쓴 손편지, 내가 대필”
⊙ “정책위의장도 마음대로 임명 못 하면 그게 무슨 당대표냐”
-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2024년 5월 개혁신당 제1차 전당대회에서 2대 당대표로 선출된 허은아 대표에게 당기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4년 12월 본격화하며 법정 다툼까지 간 ‘개혁신당 내홍 사태’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지난 2월 7일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개혁신당 허은아 당대표의 퇴진을 결정한 당원소환 투표가 유효하다고 봤다.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당원소환이었다.
앞서 천하람 원내대표를 비롯한 개혁신당 지도부는 지난 1월 21일 허은아 당시 대표가 당직자 임명 과정에서 당헌·당규를 위반했다며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대표 직무 정지를 위해 당원소환 투표를 의결했다. 당원소환 투표는 같은 달 24~25일 실시했고, 전체 투표수 2만1694표 중 찬성 1만9943표(91.93%), 반대 1751표(8.07%)였다. 이에 따라 투표 종료 다음 날인 26일 친(親)이준석계 당 지도부는 최고위에서 허 대표의 대표직 상실을 의결했다.
대표직 상실이 의결되자 허 전 대표는 당원소환 투표 실시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고위에 참석한 이주영 의원이 정책위의장직을 상실한 상태였기에 정족수 미달로 최고위 의결이 원천무효라고 했다.
허 전 대표는 앞서 당원소환 투표 첫날인 1월 24일 남부지법에 당원소환 투표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였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허 전 대표는 “항고했다. 끝까지 싸워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개혁신당, 창당 1년 만에 내홍
허은아 전 대표는 대표직을 상실했음에도 당대표 직인(職印)을 여전히 소지하고 있고 당 은행 계좌의 비밀번호도 넘겨주지 않고 있다. 당대표 직인은 당 사무처가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월 10일 개혁신당 관계자는 “(허 전 대표가) 직인을 갖고 간 게 사실이다. 당 계좌 비밀번호도 바꿨다”고 했다.
허 전 대표는 법원 판결이 가처분에 대한 판단에 불과하므로, 본안(本案) 소송에서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여전히 당 대표라는 논리다. 직인 반납과 관련해서는 (최종적으로) 대표가 아님이 확인되면 그때 반납하겠다는 입장이다.
2024년 1월 25일 창당한 개혁신당[같은 해 2월 한국의희망과 동명(同名) 신설 합당]은 비명(非明)계 민주당 출신(조응천·이원욱·금태섭·양향자 의원 등)과 친이준석계가 주축이 돼 결성된 제3지대 정당이다. 이해 4월 22대 총선에서 지역구 1석(이준석·경기 화성시을)과 비례대표 2석(이주영·천하람)을 얻었다.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총선에서 전멸하며 이준석계가 당 주류로 자리 잡았다.
당대표에서 퇴출당한 허은아 전 대표도 이번 사태 전까지는 이준석계로 분류됐다. 총선 후 2024년 5월에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허 전 대표가 최다 득표로 초대 이준석 대표에 이어 2대(代) 당대표로 선출됐다.
許, 한때는 이준석 수석대변인
21대 국회 비례대표 출신인 허은아 전 대표는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를 할 때 수석대변인을 했다. 2021년 8월 임명돼 2022년 8월까지 활동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민의힘에서 이른바 ‘이준석 몰아내기’가 벌어지자 허 전 대표도 수석대변인을 그만뒀다. 이어 ‘천아용인’을 결성해 국민의힘 3차 전당대회(2023년 3월)에 출마했다. ‘천아용인’은 당대표에 출마한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 당협위원장(이하 당시 직책), 최고위원에 출마한 허은아 의원과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에 출마한 이기인 경기도의원이다. 천아용인 모두 국민의힘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이듬해 22대 총선에서 허 전 대표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동대문구을 출마를 희망했으나, ‘이준석 축출’ 후 당내 기반이 사라지자 총선을 앞두고 2024년 1월 국민의힘을 탈당하며 비례대표 의원직을 상실했고, 개혁신당 창당에 참여해 천아람·이기인 등과 공동창당준비위원장(천하람·이기인 공동), 창당 후에는 당 최고위원과 수석대변인을 했다.
22대 총선에서 허 전 대표는 서울 영등포갑에 개혁신당 후보로 출마해 3위를 했다. 본인은 비례대표 공천을 희망했으나 ‘전략 공천’이라는 명목으로 영등포로 갔다. 득표율 3.78%에 그쳐 선거 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했다.
허 전 대표는 개혁신당 창당 초기부터 친이준석계와 갈등이 있었다. 자기 조직은 없는 ‘방계(傍系) 친이(親李)’로 정치적 기반이 빈약했기에 의지할 곳은 이준석 의원뿐이었다. 하지만 허 전 대표는 당내 영향력 확보와 공천을 놓고 직계(直系) 친이, 외부 영입 인사와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직계 친이는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에 당선되기 전부터 함께 활동한 이들을 말한다. 음주 운전 전과가 두 차례나 있는 것도 허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래서 초선 의원 출신임에도 개혁신당 내 역학 관계상 내부 순번이 뒤로 밀렸다.
그런 허 전 대표가 2대 당대표로 취임한 후 친이계 지도부와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됐다. 친이계 지도부로는 천하람 원내대표, 이주영 의원(당 정책위의장), 이기인 최고위원 등이 꼽힌다. 여기에 당대표가 자기 홍보에만 치중하며 당을 사당화(私黨化)한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계속 일었다.
2024년 12월 16일 허은아 당시 대표가 이준석 의원 측근인 김철근 사무총장을 경질했다(추후 무효화). 이를 계기로 개혁신당의 내홍이 외부로 표출됐다. 앞서 허 전 대표와 김 사무총장은 당 운영 방식 등을 놓고 갈등이 있었다.
“허은아가 자기정치” vs “이준석계가 선제 공격”
허 전 대표는 왜 김 사무총장을 경질했을까? 이를 두고 개혁신당 관계자 A씨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준석 의원과 연결고리가 있는 김 사무총장을 경질해 대선 국면에서 허 전 대표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에 대비해 허 전 대표가 당 장악력을 키우고자 각종 무리수를 뒀고, 이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친이계 사무총장을 배제했다는 지적이다. 허 전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일을 벌였다는 주장도 있다.
그 정반대 의견도 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이준석 의원에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친이계가 선제적으로 다수결로 허 전 대표를 밀어냈다는 얘기다. 2024년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다음 날 이준석 의원은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A씨는 “단순히 허 전 대표와 김 사무총장의 갈등 때문에만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게 아니다. 허 전 대표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복합돼 생긴 일이다. 내홍 책임은 허 전 대표에게 90% 이상 있다”고 했다.
허 전 대표가 김철근 사무총장을 경질한 다음 날인 12월 17일, 개혁신당 당직자 노동조합이 성명을 발표했다. 당직자 처우, 사당화 등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허은아 당대표의 지난 임기는 비전과 정책은 뒷전으로 미루고, 오로지 ‘허은아’라는 개인을 띄우는 데 당과 사무처 당직자를 동원했다. 임기 7개월 동안 광주만 무려 네 차례 찾아간, 정치적 실리와 명분 없는 지역 순회와 후속 대응 없는 보여주기식 간담회, 입법 전략 없는 메시지 정치, 오로지 언론 앞에 서는 데만 열중한 이미지 정치는 당의 ‘사당화’로 이끌었다. 당의 근간인 사무처 당직자는 인력 동원과 실적 압박의 대상일 뿐, 당을 바닥부터 함께 다진 동지로 대우하지 않았다. 더 이상의 선사후당(先私後黨)의 정치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잔 다르크는 바라지도 않았다. 더 이상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한 정당은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개혁신당 관계자 B씨는 “개혁신당 당직자는 김철근 사무총장 편이 아니다”라면서, “사무총장 경질을 계기로 더는 허 전 대표의 전횡을 용납할 수 없어 성명을 발표했다”고 했다. 누적된 불만이 터졌을 뿐이라는 얘기다. 다음 날인 12월 18일 이준석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허 대표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허 전 대표 측은 “친이계 성향 당직자들이 의도를 갖고 허 전 대표에게 불리한 주장을 펴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받아쳤다. 19일 허 전 대표는 “이번 논란은 김철근 사무총장과 몇몇 사무처 직원들이 사무총장의 권한을 기형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수정안을 논의한 것이 발단”이라고 주장했다.
20일 개혁신당 노조는 2차 성명을 내고 허 전 대표를 향해 “그간 문제 제기된 사안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2025년 1월 8일부터 당무 거부에 들어갔다.
당직자 80~90%가 非이준석계
허 전 대표 측 주장대로 개혁신당 당직자는 친이계일까? 허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곽대중씨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당 사무처 당직자는 인턴까지 포함해 15명이 되지 않는다. 총장, 부총장, 대변인 등 상근 정무직을 포함해도 20여 명 정도”라면서, “그중 현 총무국장은 한국의희망 출신, 공보국장은 민주당 출신, 기획조정부장은 국민의힘 출신, 전 비서실 보좌역은 새로운선택(금태섭계) 출신으로, 국장급 전원이 비(非)이준석 계열이다. 기획조정국 과장은 김용남 계열, 공보실 주임은 새로운선택(정의당계) 출신이다. 사무처 직원 가운데 순수하게 이준석계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서너 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곽씨 자신은 굳이 분류하자면 친김종인계라고 했다. 그는 “당직자의 80~90%가 비이준석계임에도 허 전 대표의 비정상적인 당무 운영으로 인해 당원과 당직자의 99%가 반(反) 허은아로 똘똘 뭉쳤다. 이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했다. 그는 허 전 대표 체제에서 비서실장을 지냈으나, 현재는 허 전 대표와 정치적 관계를 정리했다.
허 전 대표가 임명해 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김종철 변호사도 “허 전 대표가 당헌(黨憲)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당헌을 왜곡 해석하고 있다. 당헌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바로 허 전 대표”라고 했다.
허 전 대표는 지난 1월 10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정책위의장인 이주영 의원을 해임하고 현직 구의원인 정성영 동대문구의원으로 교체했다. 이에 이주영 의장이 해임 무효를 주장함으로써 다음 날인 11일에는 정책위의장이 두 명이나 최고위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벌어졌다. 명패는 정성영 구의원 것에만 ‘정책위의장’이라고 표기하고 이주영 의원 명패에는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을 넣었다.
허 전 대표가 이 정책위의장을 해임하고 자기 사람을 임명한 이유는 최고위 의결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갖추기 위함이다. 당시까지 최고위 구도는 2(허은아 조대원) 대 4(천하람 이주영 이기인 전성균)로, 지도부에서 친허(親許) 인사는 조대원 전 최고위원뿐이었다. 허 전 대표가 정책위의장을 자신과 가까운 사람으로 교체하면 최고위는 3 대 3 구도로 재편된다. 개혁신당 당헌은 최고위 의결 시 3 대 3으로 가부(可否) 동수(同數)면 당대표가 결정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사무총장·정책위의장 해임 놓고 내홍 표면화
이주영 정책위의장 해임 문제 등을 놓고 개혁신당 기획조정국은 지난 1월 15일 법무법인 KCL에 자문한 ‘주요 당직자 임면 관련 질의 답변서’를 공개했다. “김철근 사무총장 해임, 이주영 정책위의장 해임, 신임 정책위의장 임명 모두 무효”라는 요지다. 그에 따라 당 사무처가 해당 인사 조치가 무효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이 정책위의장과 김 사무총장은 직무에 복귀했다.
지난 1월 17일 개혁신당 지도부는 ‘당원소환 및 임시전당대회 소집 요구를 위한 서명’을 했다. 허은아 대표와 조대원 최고위원 지위 문제를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대해 허 전 대표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소환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헌 상 당원소환 청구는 전체 으뜸당원(후원당원) 중 20% 이상이 찬성해야 실시할 수 있는데 소환 요구 서명에는 으뜸당원 2만5000여 명의 65% 이상인 1만6315명이 참여했다.
1월 21일 천하람 원내대표가 긴급 최고위 회의를 소집했다. 허 전 대표는 “최고위 회의의 소집 권한은 당대표인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으나 천 원내대표는 ‘의결 사항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그 회의체에서 당연 제척(除斥)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으로서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최고위는 ‘허은아 대표 등에 대한 당원소환 및 직무 정지’를 의결했다. ‘당대표 허은아 소환 사유’에 따르면, 허 전 대표는 당헌 제7조에 규정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했다. 내용은 ▲당직자 임면 과정의 당헌·당규 위반 ▲사무처 당직자에 대한 부당한 지시와 통제 ▲당 조직을 개인적 홍보의 수단으로 사유화 ▲제반 문제에 따른 당직자 노동조합의 성명과 쟁의 ▲정무직 및 사무직 당직자의 잇단 사퇴 ▲기타 당원들의 신임을 잃은 각종 행위였다.
허 전 대표는 자신의 당대표 직무 정지를 의결한 1월 21일 최고위 회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윤석열에 맞섰던 이준석처럼, 허은아도 (이준석계의) 부당한 사당화에 같은 방식으로 저항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대표 직무 정지 의결에 許 불복, 법원에 가처분 신청
당원소환 투표를 앞두고 허 전 대표 측과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천 원내대표 측이 동시에 다른 곳에서 최고위 회의를 여는 일이 벌어졌다. 1월 22일 9시 30분, 천하람 당대표 직무대행이 주재하는 최고위 회의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직무 정지 상태인 허 전 대표 주재 최고위 회의가 같은 시각 국회 본관 내 개혁신당에서 열렸다.
1월 24일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후 6시까지 당원소환 투표가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2024년 6~12월 기간 당비를 1회 이상 납부한 당원만 투표할 수 있었다. 당원소환은 으뜸당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이 중 찬성이 50% 이상일 경우 가결된다.
‘당대표 허은아에 대한 당원소환’ 찬성 91.93%
당원소환 투표가 시작된 날 허 전 대표가 당 통장의 비밀번호를 바꾼 게 확인됐다. 25일부터 설 연휴이므로 24일에 급여가 입금돼야 했는데, 허 전 대표 체제를 따르지 않는 사무처 당직자 12명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허 전 대표가 임명한 류성호 사무총장(추후 무효화)은 “금일(24일) 사무처 총무국장에게 직원 급여 관련해 보고하라는 업무 지시를 했으나, 오후 3시까지 보고받은 바가 없어 지급을 못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철근 사무총장을 따르는 총무국장이 류 사무총장을 따르지 않으면 월급을 주지 않겠다’는 압박이었다. 직원들 월급을 인질로 삼아 기싸움을 한 것이었다.
같은 날 허 전 대표는 서울남부지법에 천 원내대표와 개혁신당을 상대로 ‘대표 직무 정지, 당원소환 투표 등 최고위원회의 의결 사항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1월 26일 당원소환 투표 결과가 공개됐다. 선거인 수(으뜸당원) 2만4672명, 투표 수 2만1694명(투표율 87.93%)에 ‘당대표 허은아에 대한 당원소환’ 찬성 1만9943표(91.93%), 반대 1751표(8.07%)로 가결이었다.
허 전 대표 측 정국진 당시 당 선임대변인(2월 10일 해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천하람 사(私)모임의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허 전 대표도 이준석 의원에 대해 “과거 ‘윤핵관’과 다수 당원이 그를 내쫓을 때 그 모습 그대로를 답습하는 꼴이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던 그는 어디로 가고 작금의 형태는 그 당시의 윤석열처럼 보인다. 어쩌면 그때의 국민의힘과 윤석열보다도 더한 모습”이라고 했다. 이 의원이 조기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허 전 대표는 “법과 원칙을 어기면서 선출직 대표를 끌어내리면 청년·중도층이 좋아하겠느냐”고 했다.
곽대중씨는 자기 페이스북에 “이 모든 사달은 허 전 대표가 개혁신당 당헌과 국민의힘 당헌을 혼동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면서 이렇게 논평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해서 실시하는 국민의힘은 당대표 궐위 시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지만,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묶어서 실시하는 개혁신당은 당대표가 없으면 그다음 순번 최고위원이 승계하면 된다. 때문에 개혁신당은 당대표의 각종 ‘임면’(임명+면직)도 최고위와 협의해 의결토록 하고 있다. 허 전 대표는 그런 사실에 대한 인식 없이 자기 맘대로 인사권을 남발해 전횡을 일삼다가 사무처 당직자들을 비롯한 당내 모든 인사들로부터 일제히 배척당했다.”
정당史 초유의 당원소환
설날 연휴 중인 1월 31일, 허은아 전 대표는 사무처 당직자에 대한 징계를 시도했다. 징계 사유는 ‘당무 거부’였다. 앞서 1월 8일부터 당무 거부에 나선 개혁신당 사무처 당직자들은 1월 20일 당무에 복귀했지만, ‘부당하게 임명된 당 간부들의 지시는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연휴 직후인 2월 3일 허 전 대표는 사무처 당직자를 새로 채용하기 위해 채용 공고를 냈다. 이에 개혁신당은 “당직자 채용 권한은 당헌에 따라 최고위에 있으며,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고위 의결을 통해 진행돼야 한다”면서, ‘개혁신당 채용 공고’로 돌아다니고 있는 공고는 정식 공고가 아니며, 이를 통한 채용은 모두 효력이 없는 불법적인 채용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구혁모 개혁신당 경기 화성시병 당협위원장은 자기 페이스북에 허 전 대표가 직접 은행을 방문해 개혁신당의 싱크탱크인 개혁연구원의 법인 계좌 비밀번호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2월 4일 허 전 대표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준석·천하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사기·횡령·배임 혐의를 조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허 전 대표 측은 “두 사람이 22대 총선 당시 선거공보물 제작 등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고, 이 의원이 당 부설 연구원인 개혁연구원 원장을 맡으면서 5500여만원을 부당 지출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2월 6일 김종인 전 개혁신당 고문은 “허 전 대표가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고 있으며 당 대부분의 사람에게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김 전 고문은 제1차 전당대회에서 허은아 전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았었다.
2월 7일 법원은 허 전 대표가 낸 당원소환 투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당원소환 투표를 무효로 볼 근거가 없으며, 허은아의 대표직 상실과 원내대표 천하람의 당대표 권한대행은 유효하다’는 취지였다. 이로써 허 대표의 당대표직이 우리 정당사 상 초유의 ‘당헌소환’으로 상실됐다.
허 전 대표는 지난 2월 10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후 “천하람 원내대표와 오후 1시 30분에 만날 것”이라고 했다. 당 직인과 통장 등을 전달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허 전 대표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만남이 무산됐다. 허 전 대표가 유튜브 출연 일정이 있다며 회동에 나타나지 않았다. 2월 11일 현재 허은아 전 대표는 당대표 직인을 반납하지 않고 당 계좌 비밀번호도 알려주지 않은 채 당의 연락을 거부하고 있다.
前 비서실장이 말하는 허은아
곽대중 전 비서실장은 자기 페이스북에 “당대표 당선되고 ‘당직자들 못 믿겠다’며 직인을 본인이 갖고 있겠다고 했을 때, 비서실 직원들조차 황당하다고 수군거렸다.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는 안이함에 내버려 둔 게 결국 이 사달을 낳았다”고 했다. 그는 “허 대표 취임 직후에는 절반 이상은 허 전 대표를 좋아했고, 많은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대가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개월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곽씨는 “이번 개혁신당 사태를 이준석-허은아 갈등, 혹은 허은아-김철근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볼 땐 전혀 그렇지 않다. 오롯이 허은아 대표의 문제다. 논점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개혁신당 사무처 당직자가 통틀어 15명도 되지 않고, 그나마 정규직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 개혁신당에 노동조합이 생겨난 이유는 9할 이상이 허은아 대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허 전 대표는 개혁신당 대표를 하면서 국민의힘과 합당도 염두에 뒀다. 당직자들에게 ‘합당에 앞서 개혁신당 당직자들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곽씨는 허 전 대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당시)에게 보낸 ‘손글씨 편지’의 전말도 밝혔다.
〈지난해 12월 11일 한동훈 대표뿐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 108명에게 모두 손글씨 편지를 써서 보낼 예정이었고, 언론에도 그렇게 보도됐다. 그날 편지의 내용은 언제나처럼 내가 작성했다. 한 대표가 소설 《모비딕》을 좋아하는 점에 착안해 그걸 모티브로 잡았다. 편지 원고를 다 쓰고 봤더니 ‘A4용지 한 장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내가 손글씨로 한번 써봤다. 그날 오전에 허 대표가 원고를 편지지에 옮겼다. 그런데 글씨를 크게 쓰는 습관 때문에 편지지 한 장을 넘기고 말았다. 다시 쓰도록 부탁할까 했는데, 허 전 대표가 다시 쓰기를 귀찮아하는 표정이었다(그러면서 108통 손편지는 어떻게 다 쓰겠다고 장담했던 것인지, 좀 의아했다). 허 전 대표는 난감해 하고, 시간은 12시가 돼가고, 기자들이 점심 먹으러 갈 타임이라 내가 쓴 손편지를 허 대표가 쓴 손편지로 둔갑시켰다. 이게 사건의 전모다. 허 대표는 그 편지를 들고 국민의힘 대표실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허 전 대표가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기자회견문에서부터 8개월 동안 모든 발표문, 모두발언, 강의록, 방송 인터뷰까지, 허 전 대표의 표현 가운데 90% 정도는 내가 작성한 것이다. 이런 부분은 직업상 비밀의 영역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밝히지 않는 것이 도리다. 하지만 허은아 스스로 내게 그 ‘특별한 이유’를 자꾸 만들어주고 있다. 허 전 대표는 직업 자체가 ‘이미지 전략가’다. 자기 이미지 관리에 철저하고, 여러 겹 가면을 쓰고 자기 자신까지 속여가며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것이 지난 8개월 동안 내가 지켜본 소감이다.
숨겨진 내면을 밝히기 위해서는 내가 이른바 ‘공익 제보자’ 관점에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과 참회를 하려고 한다. 거듭, 당원과 국민을 기만했던 것에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이준석 上王정치” vs “당무 개입한 적 없다”
국회 의원회관에선 “‘여초비’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여초비는 여성·초선·비례의원을 의미한다. 국회 경력 20년 차인 김모씨는 “여성, 특히나 초선·비례인 경우 보통 까탈스러운 게 아니다. 갈 곳이 없으면 할 수 없이 가지만, 대다수 보좌진은 여초비 의원실을 꺼린다”고 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허은아 의원실은 사람 갈아치우기로 악명이 높았다. 국회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가 자주 올라왔다”고 했다.
허은아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C씨는 “정치인은 ‘싱어송라이터’가 돼야 한다. 자신이 작사, 작곡하고 노래하고 연출도 하는 능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허 전 대표는 이게 안 된다. 립싱크할 역량조차 없었다. 자신이 돋보여야 하는데 능력이 없으니 아랫사람을 몰아붙이기만 했다”고 했다. C씨는 이번 개혁신당 사태를 두고 “허 전 대표의 과욕이 부른 사건”이라고 했다.
허 전 대표는 “개혁신당 사태의 본질은 간단하다. 제가 이준석 의원의 ‘상왕(上王)정치’에 순응하지 않고 사무총장 임면권을 행사하려 했기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그 밖의 저에 대한 음해와 모략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의원은 직접 제게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말까지 했다. 자괴감이 들었지만 묵묵히 견뎠다”고 했다.
반면 이준석 의원은 “제가 먼저 허 대표에게 당무에 대해 연락하거나 요청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망상을 버리라”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 1월 11일 자기 페이스북에 “(22대 총선 과정에서) 비례대표 달라고 동탄까지 찾아와 울면서 난리 쳤다. 방만한 재정 운영 이후에 국회의원들에게 5000만원씩 특별당비 내라고 난리 쳤다”며 허 전 대표에 관해 폭로했다.
그때와 지금 판박이?
개혁신당 관계자 D씨는 이번 내홍과 관련해 이준석 의원도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사실상 개혁신당 대주주인데, 이준석계의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당을 장악한 건 맞지 않느냐고 했다. D씨의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4개월 만에 쫓겨났다. 당시 윤핵관들은 당헌·당규를 개정하거나 최고위원들이 연쇄 사퇴하는 식으로 패거리를 지어서 움직이며 이 대표를 몰아냈다. 지금 허 전 대표에게 가해지는 행태도 앞선 사례와 유사하다.”
D씨는 2024년 12월 19일 당헌 개정 과정을 예로 들었다. 이날 개혁신당은 최고위 회의를 열고 당대표의 임면권 행사 조건을 최고위원회의와의 ‘협의’에서 최고위 ‘의결’로 바꿨다. 2 대 4인 최고위 구도상 허은아 당시 대표의 권한이 축소됨을 의미하는 이 개정안은 최고위원 4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이에 대해 허 당시 대표는 최고위원 4명이 당대표를 겁박해서 회의가 이뤄졌고, 천 원내대표에게 주요 회의의 소집 및 주재 권한이 없으므로 해당 개정이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혁신당 기획조정국은 검토의견서를 통해 해당 회의가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당헌 개정 이전까지는 당대표가 최고위원회의와 협의를 거쳐 정책위의장을 임명할 수 있었으나, 개정 이후에는 의결을 거쳐야 했다. 친이계가 당 지도부에서 수적 우세를 앞세워 당대표 권한까지 제한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허은아에 대한 집단 따돌림”
D씨는 “내홍 당시 이준석 의원이 ‘(허 대표는) 결자해지하라’ ‘김철근 사무총장을 복귀시키라’ ‘당원소환제를 개최하라’는 식으로 지령을 내렸다. 이는 국민의힘에서나 볼 수 있는 구태 아닌가”라며 “개혁신당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장점이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당권이 이 의원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양 비쳤다. 당원소환제가 헌정사에서 어느 당에서도 이뤄지지 않은 건 정치적으로 상황을 풀고 해결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왜 친이계는 서둘러 당헌을 개정하고 허 전 대표 무력화에 나섰을까? D씨에 따르면 개혁신당은 앞서 곽대중씨가 밝힌 대로 당대표가 궐위돼도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 이에 조기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임시전당대회를 치른 후 대선 후보를 추대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아직 대통령이 파면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이에 발맞춰 친이계 지도부가 수적 우세로 허 전 대표를 압도해 버린 것이다.
D씨는 “이준석 의원이 당무에선 손을 뗐다고 하지만 당 지도부 구성원 대부분이 이 의원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허 전 대표에 대한 집단 따돌림으로 보인다. 이건 개혁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허 전 대표가 당대표 취임 후 노선을 잘못 잡았다. 처음부터 이 의원과 차별화해 소신 있게 행동하든지, 조용히 당 간판 역할만 하든지를 명확히 결정해야 했지만 이도 저도 아니었다”며 “당대표로서, 정치인으로서 자기 과시, 홍보에 욕심을 내다보니 실책을 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 E씨는 “허 전 대표를 몰아낸 건 개혁신당이 이준석 사당(私黨)임을 증명한 것뿐”이라며 “당대표가 정책위의장도 자기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하는 게 어떻게 정당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허 전 대표가 잘못을 많이 했지만, 오롯이 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고 했다.⊙
앞서 천하람 원내대표를 비롯한 개혁신당 지도부는 지난 1월 21일 허은아 당시 대표가 당직자 임명 과정에서 당헌·당규를 위반했다며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대표 직무 정지를 위해 당원소환 투표를 의결했다. 당원소환 투표는 같은 달 24~25일 실시했고, 전체 투표수 2만1694표 중 찬성 1만9943표(91.93%), 반대 1751표(8.07%)였다. 이에 따라 투표 종료 다음 날인 26일 친(親)이준석계 당 지도부는 최고위에서 허 대표의 대표직 상실을 의결했다.
대표직 상실이 의결되자 허 전 대표는 당원소환 투표 실시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고위에 참석한 이주영 의원이 정책위의장직을 상실한 상태였기에 정족수 미달로 최고위 의결이 원천무효라고 했다.
허 전 대표는 앞서 당원소환 투표 첫날인 1월 24일 남부지법에 당원소환 투표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였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허 전 대표는 “항고했다. 끝까지 싸워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개혁신당, 창당 1년 만에 내홍
허은아 전 대표는 대표직을 상실했음에도 당대표 직인(職印)을 여전히 소지하고 있고 당 은행 계좌의 비밀번호도 넘겨주지 않고 있다. 당대표 직인은 당 사무처가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월 10일 개혁신당 관계자는 “(허 전 대표가) 직인을 갖고 간 게 사실이다. 당 계좌 비밀번호도 바꿨다”고 했다.
허 전 대표는 법원 판결이 가처분에 대한 판단에 불과하므로, 본안(本案) 소송에서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여전히 당 대표라는 논리다. 직인 반납과 관련해서는 (최종적으로) 대표가 아님이 확인되면 그때 반납하겠다는 입장이다.
2024년 1월 25일 창당한 개혁신당[같은 해 2월 한국의희망과 동명(同名) 신설 합당]은 비명(非明)계 민주당 출신(조응천·이원욱·금태섭·양향자 의원 등)과 친이준석계가 주축이 돼 결성된 제3지대 정당이다. 이해 4월 22대 총선에서 지역구 1석(이준석·경기 화성시을)과 비례대표 2석(이주영·천하람)을 얻었다.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총선에서 전멸하며 이준석계가 당 주류로 자리 잡았다.
당대표에서 퇴출당한 허은아 전 대표도 이번 사태 전까지는 이준석계로 분류됐다. 총선 후 2024년 5월에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허 전 대표가 최다 득표로 초대 이준석 대표에 이어 2대(代) 당대표로 선출됐다.
許, 한때는 이준석 수석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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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천아용인(천아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
22대 총선에서 허 전 대표는 서울 영등포갑에 개혁신당 후보로 출마해 3위를 했다. 본인은 비례대표 공천을 희망했으나 ‘전략 공천’이라는 명목으로 영등포로 갔다. 득표율 3.78%에 그쳐 선거 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했다.
허 전 대표는 개혁신당 창당 초기부터 친이준석계와 갈등이 있었다. 자기 조직은 없는 ‘방계(傍系) 친이(親李)’로 정치적 기반이 빈약했기에 의지할 곳은 이준석 의원뿐이었다. 하지만 허 전 대표는 당내 영향력 확보와 공천을 놓고 직계(直系) 친이, 외부 영입 인사와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직계 친이는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에 당선되기 전부터 함께 활동한 이들을 말한다. 음주 운전 전과가 두 차례나 있는 것도 허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래서 초선 의원 출신임에도 개혁신당 내 역학 관계상 내부 순번이 뒤로 밀렸다.
그런 허 전 대표가 2대 당대표로 취임한 후 친이계 지도부와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됐다. 친이계 지도부로는 천하람 원내대표, 이주영 의원(당 정책위의장), 이기인 최고위원 등이 꼽힌다. 여기에 당대표가 자기 홍보에만 치중하며 당을 사당화(私黨化)한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계속 일었다.
2024년 12월 16일 허은아 당시 대표가 이준석 의원 측근인 김철근 사무총장을 경질했다(추후 무효화). 이를 계기로 개혁신당의 내홍이 외부로 표출됐다. 앞서 허 전 대표와 김 사무총장은 당 운영 방식 등을 놓고 갈등이 있었다.
“허은아가 자기정치” vs “이준석계가 선제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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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은아 대표 시절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왼쪽부터 이기인 수석최고위원, 허은아 전 대표, 천하람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허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친이계에 가깝다. 사진=뉴시스 |
그 정반대 의견도 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이준석 의원에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친이계가 선제적으로 다수결로 허 전 대표를 밀어냈다는 얘기다. 2024년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다음 날 이준석 의원은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A씨는 “단순히 허 전 대표와 김 사무총장의 갈등 때문에만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게 아니다. 허 전 대표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복합돼 생긴 일이다. 내홍 책임은 허 전 대표에게 90% 이상 있다”고 했다.
허 전 대표가 김철근 사무총장을 경질한 다음 날인 12월 17일, 개혁신당 당직자 노동조합이 성명을 발표했다. 당직자 처우, 사당화 등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허은아 당대표의 지난 임기는 비전과 정책은 뒷전으로 미루고, 오로지 ‘허은아’라는 개인을 띄우는 데 당과 사무처 당직자를 동원했다. 임기 7개월 동안 광주만 무려 네 차례 찾아간, 정치적 실리와 명분 없는 지역 순회와 후속 대응 없는 보여주기식 간담회, 입법 전략 없는 메시지 정치, 오로지 언론 앞에 서는 데만 열중한 이미지 정치는 당의 ‘사당화’로 이끌었다. 당의 근간인 사무처 당직자는 인력 동원과 실적 압박의 대상일 뿐, 당을 바닥부터 함께 다진 동지로 대우하지 않았다. 더 이상의 선사후당(先私後黨)의 정치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잔 다르크는 바라지도 않았다. 더 이상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한 정당은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개혁신당 관계자 B씨는 “개혁신당 당직자는 김철근 사무총장 편이 아니다”라면서, “사무총장 경질을 계기로 더는 허 전 대표의 전횡을 용납할 수 없어 성명을 발표했다”고 했다. 누적된 불만이 터졌을 뿐이라는 얘기다. 다음 날인 12월 18일 이준석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허 대표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허 전 대표 측은 “친이계 성향 당직자들이 의도를 갖고 허 전 대표에게 불리한 주장을 펴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받아쳤다. 19일 허 전 대표는 “이번 논란은 김철근 사무총장과 몇몇 사무처 직원들이 사무총장의 권한을 기형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수정안을 논의한 것이 발단”이라고 주장했다.
20일 개혁신당 노조는 2차 성명을 내고 허 전 대표를 향해 “그간 문제 제기된 사안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2025년 1월 8일부터 당무 거부에 들어갔다.
당직자 80~90%가 非이준석계
허 전 대표 측 주장대로 개혁신당 당직자는 친이계일까? 허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곽대중씨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당 사무처 당직자는 인턴까지 포함해 15명이 되지 않는다. 총장, 부총장, 대변인 등 상근 정무직을 포함해도 20여 명 정도”라면서, “그중 현 총무국장은 한국의희망 출신, 공보국장은 민주당 출신, 기획조정부장은 국민의힘 출신, 전 비서실 보좌역은 새로운선택(금태섭계) 출신으로, 국장급 전원이 비(非)이준석 계열이다. 기획조정국 과장은 김용남 계열, 공보실 주임은 새로운선택(정의당계) 출신이다. 사무처 직원 가운데 순수하게 이준석계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서너 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곽씨 자신은 굳이 분류하자면 친김종인계라고 했다. 그는 “당직자의 80~90%가 비이준석계임에도 허 전 대표의 비정상적인 당무 운영으로 인해 당원과 당직자의 99%가 반(反) 허은아로 똘똘 뭉쳤다. 이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했다. 그는 허 전 대표 체제에서 비서실장을 지냈으나, 현재는 허 전 대표와 정치적 관계를 정리했다.
허 전 대표가 임명해 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김종철 변호사도 “허 전 대표가 당헌(黨憲)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당헌을 왜곡 해석하고 있다. 당헌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바로 허 전 대표”라고 했다.
허 전 대표는 지난 1월 10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정책위의장인 이주영 의원을 해임하고 현직 구의원인 정성영 동대문구의원으로 교체했다. 이에 이주영 의장이 해임 무효를 주장함으로써 다음 날인 11일에는 정책위의장이 두 명이나 최고위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벌어졌다. 명패는 정성영 구의원 것에만 ‘정책위의장’이라고 표기하고 이주영 의원 명패에는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을 넣었다.
허 전 대표가 이 정책위의장을 해임하고 자기 사람을 임명한 이유는 최고위 의결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갖추기 위함이다. 당시까지 최고위 구도는 2(허은아 조대원) 대 4(천하람 이주영 이기인 전성균)로, 지도부에서 친허(親許) 인사는 조대원 전 최고위원뿐이었다. 허 전 대표가 정책위의장을 자신과 가까운 사람으로 교체하면 최고위는 3 대 3 구도로 재편된다. 개혁신당 당헌은 최고위 의결 시 3 대 3으로 가부(可否) 동수(同數)면 당대표가 결정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사무총장·정책위의장 해임 놓고 내홍 표면화
이주영 정책위의장 해임 문제 등을 놓고 개혁신당 기획조정국은 지난 1월 15일 법무법인 KCL에 자문한 ‘주요 당직자 임면 관련 질의 답변서’를 공개했다. “김철근 사무총장 해임, 이주영 정책위의장 해임, 신임 정책위의장 임명 모두 무효”라는 요지다. 그에 따라 당 사무처가 해당 인사 조치가 무효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이 정책위의장과 김 사무총장은 직무에 복귀했다.
지난 1월 17일 개혁신당 지도부는 ‘당원소환 및 임시전당대회 소집 요구를 위한 서명’을 했다. 허은아 대표와 조대원 최고위원 지위 문제를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대해 허 전 대표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소환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헌 상 당원소환 청구는 전체 으뜸당원(후원당원) 중 20% 이상이 찬성해야 실시할 수 있는데 소환 요구 서명에는 으뜸당원 2만5000여 명의 65% 이상인 1만6315명이 참여했다.
1월 21일 천하람 원내대표가 긴급 최고위 회의를 소집했다. 허 전 대표는 “최고위 회의의 소집 권한은 당대표인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으나 천 원내대표는 ‘의결 사항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그 회의체에서 당연 제척(除斥)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으로서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최고위는 ‘허은아 대표 등에 대한 당원소환 및 직무 정지’를 의결했다. ‘당대표 허은아 소환 사유’에 따르면, 허 전 대표는 당헌 제7조에 규정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했다. 내용은 ▲당직자 임면 과정의 당헌·당규 위반 ▲사무처 당직자에 대한 부당한 지시와 통제 ▲당 조직을 개인적 홍보의 수단으로 사유화 ▲제반 문제에 따른 당직자 노동조합의 성명과 쟁의 ▲정무직 및 사무직 당직자의 잇단 사퇴 ▲기타 당원들의 신임을 잃은 각종 행위였다.
허 전 대표는 자신의 당대표 직무 정지를 의결한 1월 21일 최고위 회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윤석열에 맞섰던 이준석처럼, 허은아도 (이준석계의) 부당한 사당화에 같은 방식으로 저항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대표 직무 정지 의결에 許 불복, 법원에 가처분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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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월 22일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당대표 소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1월 24일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후 6시까지 당원소환 투표가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2024년 6~12월 기간 당비를 1회 이상 납부한 당원만 투표할 수 있었다. 당원소환은 으뜸당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이 중 찬성이 50% 이상일 경우 가결된다.
‘당대표 허은아에 대한 당원소환’ 찬성 9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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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신당 당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곽대중씨. 곽씨는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反한총련 계열이었다. 작가이기도 한 그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는 개혁신당 평당원이다. 사진=곽대중씨 페이스북 |
같은 날 허 전 대표는 서울남부지법에 천 원내대표와 개혁신당을 상대로 ‘대표 직무 정지, 당원소환 투표 등 최고위원회의 의결 사항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1월 26일 당원소환 투표 결과가 공개됐다. 선거인 수(으뜸당원) 2만4672명, 투표 수 2만1694명(투표율 87.93%)에 ‘당대표 허은아에 대한 당원소환’ 찬성 1만9943표(91.93%), 반대 1751표(8.07%)로 가결이었다.
허 전 대표 측 정국진 당시 당 선임대변인(2월 10일 해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천하람 사(私)모임의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허 전 대표도 이준석 의원에 대해 “과거 ‘윤핵관’과 다수 당원이 그를 내쫓을 때 그 모습 그대로를 답습하는 꼴이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던 그는 어디로 가고 작금의 형태는 그 당시의 윤석열처럼 보인다. 어쩌면 그때의 국민의힘과 윤석열보다도 더한 모습”이라고 했다. 이 의원이 조기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허 전 대표는 “법과 원칙을 어기면서 선출직 대표를 끌어내리면 청년·중도층이 좋아하겠느냐”고 했다.
곽대중씨는 자기 페이스북에 “이 모든 사달은 허 전 대표가 개혁신당 당헌과 국민의힘 당헌을 혼동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면서 이렇게 논평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해서 실시하는 국민의힘은 당대표 궐위 시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지만,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묶어서 실시하는 개혁신당은 당대표가 없으면 그다음 순번 최고위원이 승계하면 된다. 때문에 개혁신당은 당대표의 각종 ‘임면’(임명+면직)도 최고위와 협의해 의결토록 하고 있다. 허 전 대표는 그런 사실에 대한 인식 없이 자기 맘대로 인사권을 남발해 전횡을 일삼다가 사무처 당직자들을 비롯한 당내 모든 인사들로부터 일제히 배척당했다.”
정당史 초유의 당원소환
설날 연휴 중인 1월 31일, 허은아 전 대표는 사무처 당직자에 대한 징계를 시도했다. 징계 사유는 ‘당무 거부’였다. 앞서 1월 8일부터 당무 거부에 나선 개혁신당 사무처 당직자들은 1월 20일 당무에 복귀했지만, ‘부당하게 임명된 당 간부들의 지시는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연휴 직후인 2월 3일 허 전 대표는 사무처 당직자를 새로 채용하기 위해 채용 공고를 냈다. 이에 개혁신당은 “당직자 채용 권한은 당헌에 따라 최고위에 있으며,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고위 의결을 통해 진행돼야 한다”면서, ‘개혁신당 채용 공고’로 돌아다니고 있는 공고는 정식 공고가 아니며, 이를 통한 채용은 모두 효력이 없는 불법적인 채용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구혁모 개혁신당 경기 화성시병 당협위원장은 자기 페이스북에 허 전 대표가 직접 은행을 방문해 개혁신당의 싱크탱크인 개혁연구원의 법인 계좌 비밀번호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2월 4일 허 전 대표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준석·천하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사기·횡령·배임 혐의를 조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허 전 대표 측은 “두 사람이 22대 총선 당시 선거공보물 제작 등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고, 이 의원이 당 부설 연구원인 개혁연구원 원장을 맡으면서 5500여만원을 부당 지출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2월 6일 김종인 전 개혁신당 고문은 “허 전 대표가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고 있으며 당 대부분의 사람에게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김 전 고문은 제1차 전당대회에서 허은아 전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았었다.
2월 7일 법원은 허 전 대표가 낸 당원소환 투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당원소환 투표를 무효로 볼 근거가 없으며, 허은아의 대표직 상실과 원내대표 천하람의 당대표 권한대행은 유효하다’는 취지였다. 이로써 허 대표의 당대표직이 우리 정당사 상 초유의 ‘당헌소환’으로 상실됐다.
허 전 대표는 지난 2월 10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후 “천하람 원내대표와 오후 1시 30분에 만날 것”이라고 했다. 당 직인과 통장 등을 전달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허 전 대표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만남이 무산됐다. 허 전 대표가 유튜브 출연 일정이 있다며 회동에 나타나지 않았다. 2월 11일 현재 허은아 전 대표는 당대표 직인을 반납하지 않고 당 계좌 비밀번호도 알려주지 않은 채 당의 연락을 거부하고 있다.
前 비서실장이 말하는 허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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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은아 전 대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쓴 것으로 알려진 편지. 오른쪽 편지는 실제로 곽대중씨가 썼지만 허 전 대표가 쓴 것처럼 연출했다고 곽씨는 폭로했다. 사진=곽대중씨 페이스북 |
곽씨는 “이번 개혁신당 사태를 이준석-허은아 갈등, 혹은 허은아-김철근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볼 땐 전혀 그렇지 않다. 오롯이 허은아 대표의 문제다. 논점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개혁신당 사무처 당직자가 통틀어 15명도 되지 않고, 그나마 정규직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 개혁신당에 노동조합이 생겨난 이유는 9할 이상이 허은아 대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허 전 대표는 개혁신당 대표를 하면서 국민의힘과 합당도 염두에 뒀다. 당직자들에게 ‘합당에 앞서 개혁신당 당직자들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곽씨는 허 전 대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당시)에게 보낸 ‘손글씨 편지’의 전말도 밝혔다.
〈지난해 12월 11일 한동훈 대표뿐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 108명에게 모두 손글씨 편지를 써서 보낼 예정이었고, 언론에도 그렇게 보도됐다. 그날 편지의 내용은 언제나처럼 내가 작성했다. 한 대표가 소설 《모비딕》을 좋아하는 점에 착안해 그걸 모티브로 잡았다. 편지 원고를 다 쓰고 봤더니 ‘A4용지 한 장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내가 손글씨로 한번 써봤다. 그날 오전에 허 대표가 원고를 편지지에 옮겼다. 그런데 글씨를 크게 쓰는 습관 때문에 편지지 한 장을 넘기고 말았다. 다시 쓰도록 부탁할까 했는데, 허 전 대표가 다시 쓰기를 귀찮아하는 표정이었다(그러면서 108통 손편지는 어떻게 다 쓰겠다고 장담했던 것인지, 좀 의아했다). 허 전 대표는 난감해 하고, 시간은 12시가 돼가고, 기자들이 점심 먹으러 갈 타임이라 내가 쓴 손편지를 허 대표가 쓴 손편지로 둔갑시켰다. 이게 사건의 전모다. 허 대표는 그 편지를 들고 국민의힘 대표실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허 전 대표가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기자회견문에서부터 8개월 동안 모든 발표문, 모두발언, 강의록, 방송 인터뷰까지, 허 전 대표의 표현 가운데 90% 정도는 내가 작성한 것이다. 이런 부분은 직업상 비밀의 영역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밝히지 않는 것이 도리다. 하지만 허은아 스스로 내게 그 ‘특별한 이유’를 자꾸 만들어주고 있다. 허 전 대표는 직업 자체가 ‘이미지 전략가’다. 자기 이미지 관리에 철저하고, 여러 겹 가면을 쓰고 자기 자신까지 속여가며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것이 지난 8개월 동안 내가 지켜본 소감이다.
숨겨진 내면을 밝히기 위해서는 내가 이른바 ‘공익 제보자’ 관점에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과 참회를 하려고 한다. 거듭, 당원과 국민을 기만했던 것에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이준석 上王정치” vs “당무 개입한 적 없다”
국회 의원회관에선 “‘여초비’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여초비는 여성·초선·비례의원을 의미한다. 국회 경력 20년 차인 김모씨는 “여성, 특히나 초선·비례인 경우 보통 까탈스러운 게 아니다. 갈 곳이 없으면 할 수 없이 가지만, 대다수 보좌진은 여초비 의원실을 꺼린다”고 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허은아 의원실은 사람 갈아치우기로 악명이 높았다. 국회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가 자주 올라왔다”고 했다.
허은아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C씨는 “정치인은 ‘싱어송라이터’가 돼야 한다. 자신이 작사, 작곡하고 노래하고 연출도 하는 능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허 전 대표는 이게 안 된다. 립싱크할 역량조차 없었다. 자신이 돋보여야 하는데 능력이 없으니 아랫사람을 몰아붙이기만 했다”고 했다. C씨는 이번 개혁신당 사태를 두고 “허 전 대표의 과욕이 부른 사건”이라고 했다.
허 전 대표는 “개혁신당 사태의 본질은 간단하다. 제가 이준석 의원의 ‘상왕(上王)정치’에 순응하지 않고 사무총장 임면권을 행사하려 했기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그 밖의 저에 대한 음해와 모략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의원은 직접 제게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말까지 했다. 자괴감이 들었지만 묵묵히 견뎠다”고 했다.
반면 이준석 의원은 “제가 먼저 허 대표에게 당무에 대해 연락하거나 요청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망상을 버리라”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 1월 11일 자기 페이스북에 “(22대 총선 과정에서) 비례대표 달라고 동탄까지 찾아와 울면서 난리 쳤다. 방만한 재정 운영 이후에 국회의원들에게 5000만원씩 특별당비 내라고 난리 쳤다”며 허 전 대표에 관해 폭로했다.
그때와 지금 판박이?
개혁신당 관계자 D씨는 이번 내홍과 관련해 이준석 의원도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사실상 개혁신당 대주주인데, 이준석계의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당을 장악한 건 맞지 않느냐고 했다. D씨의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4개월 만에 쫓겨났다. 당시 윤핵관들은 당헌·당규를 개정하거나 최고위원들이 연쇄 사퇴하는 식으로 패거리를 지어서 움직이며 이 대표를 몰아냈다. 지금 허 전 대표에게 가해지는 행태도 앞선 사례와 유사하다.”
D씨는 2024년 12월 19일 당헌 개정 과정을 예로 들었다. 이날 개혁신당은 최고위 회의를 열고 당대표의 임면권 행사 조건을 최고위원회의와의 ‘협의’에서 최고위 ‘의결’로 바꿨다. 2 대 4인 최고위 구도상 허은아 당시 대표의 권한이 축소됨을 의미하는 이 개정안은 최고위원 4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이에 대해 허 당시 대표는 최고위원 4명이 당대표를 겁박해서 회의가 이뤄졌고, 천 원내대표에게 주요 회의의 소집 및 주재 권한이 없으므로 해당 개정이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혁신당 기획조정국은 검토의견서를 통해 해당 회의가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당헌 개정 이전까지는 당대표가 최고위원회의와 협의를 거쳐 정책위의장을 임명할 수 있었으나, 개정 이후에는 의결을 거쳐야 했다. 친이계가 당 지도부에서 수적 우세를 앞세워 당대표 권한까지 제한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허은아에 대한 집단 따돌림”
D씨는 “내홍 당시 이준석 의원이 ‘(허 대표는) 결자해지하라’ ‘김철근 사무총장을 복귀시키라’ ‘당원소환제를 개최하라’는 식으로 지령을 내렸다. 이는 국민의힘에서나 볼 수 있는 구태 아닌가”라며 “개혁신당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장점이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당권이 이 의원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양 비쳤다. 당원소환제가 헌정사에서 어느 당에서도 이뤄지지 않은 건 정치적으로 상황을 풀고 해결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왜 친이계는 서둘러 당헌을 개정하고 허 전 대표 무력화에 나섰을까? D씨에 따르면 개혁신당은 앞서 곽대중씨가 밝힌 대로 당대표가 궐위돼도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 이에 조기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임시전당대회를 치른 후 대선 후보를 추대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아직 대통령이 파면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이에 발맞춰 친이계 지도부가 수적 우세로 허 전 대표를 압도해 버린 것이다.
D씨는 “이준석 의원이 당무에선 손을 뗐다고 하지만 당 지도부 구성원 대부분이 이 의원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허 전 대표에 대한 집단 따돌림으로 보인다. 이건 개혁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허 전 대표가 당대표 취임 후 노선을 잘못 잡았다. 처음부터 이 의원과 차별화해 소신 있게 행동하든지, 조용히 당 간판 역할만 하든지를 명확히 결정해야 했지만 이도 저도 아니었다”며 “당대표로서, 정치인으로서 자기 과시, 홍보에 욕심을 내다보니 실책을 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 E씨는 “허 전 대표를 몰아낸 건 개혁신당이 이준석 사당(私黨)임을 증명한 것뿐”이라며 “당대표가 정책위의장도 자기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하는 게 어떻게 정당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허 전 대표가 잘못을 많이 했지만, 오롯이 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