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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6일 문재인-윤석열 獨對 둘러싼 親文 권력 몰락사

“그럼, 조국 민정수석이 위선자입니까?”(문재인)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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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장관에 임명하지 않았으면 문재인 대통령은 나름 견고한 지지율을 기초로 집권 후반부를 제대로 마무리하고 정권을 재창출할 기회를 얻었을 겁니다.”(함성득)

⊙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최근 펴낸 저서에 조국 사태 당시 친문 세력들의 위선과 오판 담아
⊙ 문재인, 윤석열과 독대에서 조국에 대한 이해를 구하지 않았고 정경심에 대한 기소 막지도 않아
⊙ 조국, 검찰 수사 막으려 후임 법무장관으로 김오수 강력 추천… 윤석열은 박범계 추천
⊙ 조국, 타협 않는 윤석열 위험성 깨닫고 검찰총장 지명 끝까지 반대… 윤석열 아내·장모 등 검증
⊙ 문재인, 조국에게 자진 사퇴 통보하도록 지시했으나 親文 핵심 세력들이 설득… 결국 이들의 포로가 되다
⊙ 윤석열, 김조원 민정수석에게 “조국 임명하면 조국 수사에 대한 불신임이니 사임하겠다”
⊙ 조국, 장관 지명 후 尹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추천 거부… 자기 사람들로 준비
⊙ 조국, “대통령만 변하지 않으면 결국 尹은 임명권자 뜻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오판
⊙ “조국을 대선 후보로 성장시키려는 대통령과 親文 실세들의 야심이 조국 사태의 본질”
  2019년 9월 6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단둘이서 만났다.
 
  이 독대(獨對)에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조국 민정수석이 위선자입니까?”
 
  윤 총장은 이 대목에서 물러서지 않고 토로했다.
 
  “제 상식으로는 조국이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조국의 부인 정경심을 기소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해야 합니까?”
 
  “법리상 그렇게 해야 합니다.”
 
 
  문재인, 조국 부부 사법처리 묵시적 용인
 

  함성득(咸成得·61)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이 최근 펴낸 《위기의 대통령》에 이런 서슬 퍼런 대화가 실려 있다. ‘대통령학’ 연구자로 유명한 함 원장은 몇 년간 권력의 수많은 주변인을 인터뷰하면서 이날의 독대를 포함한 조국 사태의 퍼즐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함 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대통령학’을 연구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소개로 노무현 대통령을 알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문재인 대통령도 알게 되었어요. 문 대통령을 가끔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애정을 느꼈고 그의 정치적 역정 과정에서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도움도 줬습니다. 저는 윤 대통령과는 같은 아파트 주민이기도 했어요. 우연하게도 윤 대통령과 맺은 인연이 계속 이어져 요리하기와 산책을 좋아하는 그를 다른 사람 못지않게 잘 알게 되었습니다.”
 
 
  文의 용인과 동의
 
  함성득 원장은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조국 사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단독으로 만난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날의 독대가 왜 중요한 것일까.
 
  실제 오간 대화에 숨어 있는 어마어마한 행간의 밀도(密度) 때문이다. 함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책에 나오는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면 이렇다.
 
  〈이날 만남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에 대한 이해를 구하지 않았고 정경심에 대한 기소를 막지도 않았다.〉(163쪽)
 
  다시 말해 문 대통령은 조국 부부의 사법처리를 묵시적으로 용인했거나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것이다. 함 원장은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의사를 존중했고 사실상 수사와 기소를 승인한 것”이라고 했다.
 
  만약 문 대통령이 “조국이 위선자냐?”고 묻지 않고, 되레 호통치며 조국 수사를 막고 봉쇄했다면, 아니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용하지 않았다면, 조국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해하기 힘든 언행’이 나비효과가 되어 문재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정권 붕괴의 모든 시작이 이날 독대에서 비롯됐다는 게 함 원장의 판단이다.
 
  “윤석열이 문재인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난 사실을 알았더라면 김종민, 표창원, 박주민, 이철희 등 당시 여당 의원들이 그렇게 조국 옹호를 위해 난리를 쳤을까요? 단독 만남이 알려졌으면 정국은 전혀 다르게 전개됐을 겁니다.”
 

  함 원장의 저서 《위기의 대통령》을 바탕으로 조국 사태의 전말(顚末)을 들여다보자. 함 원장의 말이다.
 
  “조국을 장관에 임명하지 않았으면 문재인 대통령은 나름 견고한 지지율을 기초로 집권 후반부를 제대로 마무리하고 정권을 재창출할 기회를 얻었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에 대해 애정이 있고 도리를 생각해온 윤석열의 검찰과 대치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잠깐! 두 사람의 독대 직후의 에피소드를 마무리 짓자. “문 대통령은 이날 긴급 참모 회의를 진행했다”고 함 원장은 폭로했다. 이 자리에서 윤건영 국정상황실장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국의 가까운 참모들은 조국 임명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그러나 김조원 당시 민정수석은 조국의 사퇴를 건의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역시 자진 사퇴 쪽이었다.
 
  긴급 참모 회의가 끝난 후 문 대통령은 조국에게 자진 사퇴를 통보했다.
 
  그러나 이후 친문 핵심 세력들의 전방위적 설득이 이뤄졌고 결국 이들의 ‘포로’가 된 문 대통령은 ‘사퇴’에서 ‘임명’으로 입장을 바꾸어 갔고 결국 사흘 뒤 9월 9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고야 말았다.
 
  이로써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아니 문재인 정권이, 아니 온 나라가 거대한 조국의 바다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문재인 정권 실패의 출발점
 
  기자는 함성득 원장이 몇 년에 걸쳐, 수많은 권력가를 만나 완성한 문재인 정권의 몰락사를 공개한다.
 
  전체 376쪽에 달하는 《위기의 대통령》 내용을 필요에 따라 발췌하고 중요한 사항은 쪽수를 병기해 인용한다.
 
  이 책이 조국 사태를 둘러싼 당대 권력의 앙상한 몸통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함성득 원장은 조국을 둘러싼 문재인 주변의 권력의 민낯을 사실화로 재구(再構)하면서 ‘민망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입속에서 혀만 굴리며 우우거리지 않았다. 마치 칼잡이처럼, 스스로 ‘학인(學人)’이라 칭하며, 더러운 욕망으로 불타올랐던 당대 청와대를 둘러싼 권력의 실체를 해부하며 깊이 관찰했고 사유했다.
 
  어쩌면 함 원장의 통찰대로 조국 사태는 사실 찻잔의 미풍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조국이 민정수석으로 공직을 끝내고,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지 않았더라면 문 대통령의 운명도 바뀌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패한 출발점은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정치인 윤석열이 잉태된 출발점도 조국 장관의 임명이었다, 동전의 양면처럼….
 
 
  문 대통령이 조국에 집착한 두 가지 이유
 
2019년 9월 16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이동 중이다. 사진=조선DB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니까 정확하게 2019년 8월 9일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이후 조국 관련 뉴스는 거대한 블랙홀이 되었다. 사람들은 법무부 장관 지명 후부터 취임 35일 만에 사퇴한 그해 10월 14일까지를 흔히 ‘조국 사태’라 부른다. 이 흉측한 사태를 둘러싼 법무부 장관 지명, 임명, 사퇴, 그리고 사퇴 후의 모든 과정을 되짚어보기 전에 가장 큰 의문점부터 언급하자면 이렇다.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 대통령이 조국 수호(守護)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기는 의문은 문 대통령이 조국에 집착(執着)한 이유로 귀착된다. 함성득 원장은 문 대통령이 조국에 집착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문 대통령의 과거 경험, 아니 트라우마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고 한미(韓美) FTA를 체결했다. 이런 결정은 노 대통령의 지지층을 크게 실망시켰다. 문 대통령은 이를 직접 목격했다. 이 경험이 그대로 작용했다. 대통령학 전공자인 함 원장은 “핵심 지지층을 배신하면 정권이 몰락한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이 잘 알고 있었다 말한다. 결국 여론에 밀리지 않으면서 지지층의 응집을 더 공고하게 하려는 시도가 조국 집착과 수호였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생각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친문 실세들은 부산·경남 출신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오기를 원했다. 지역 정서에 기반해야 2022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조국 수호를 고집하게 만들었다. 여기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사법부에서 유죄를 받는 경우에 대비해 조국을 대선 후보로 성장시키려는 야심이 깔려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권을 몰락시킨 조국 사태의 본질”이라는 게 함 원장의 판단이다.
 
  〈결과론적 해석일 수 있지만 민정수석 조국은 법무부 장관이 되기를 강하게 원했다. 그 이유는 검찰 개혁의 완성을 위해서 혹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 때문이었다. 어쩌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법무부 장관을 향한 조국의 행보는 매우 치밀했다.〉(149쪽)
 
 
  조국, ‘별종 검사’ 윤석열의 위험 깨달아
 
  민정수석 조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 아래 인사 관련 정보를 다루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청와대 뒤에 있는 양정철, 부산의 이호철과 정재성,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친밀성을 더욱 높일 수 있었고 인맥은 공고해졌다. 당시 ‘민정수석실의 권한은 아메바처럼 무한 증식’하고 있었다. 그 확대된 권력을 청와대 내 실세들이 향유(享有)하고 있다는 것을 문 대통령은 모르는 듯했다.
 
  민정수석 조국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선임 과정에서도 자신과 친한 봉욱 당시 대검차장을 밀면서 윤석열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것이 조국 사태의 나비효과를 가져올지 누가 알았겠는가.
 
  사실은 이렇다. 함 원장은 “조국과 윤석열과의 관계가 개인적으로 친밀하지는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고 했다. 조국은 윤석열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소셜미디어를 통해 윤석열을 적극 응원한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친문 실세들의 조언을 받아 2017년 윤석열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도 적극 도왔다. 그러면서 조국은 알게 되었다.
 
  〈(조국은) 윤석열이 불법이나 위법에 타협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윤석열을 직접 만나보니 피아에 관계없이 원칙에 충실한 별종 검사로서의 위험성도 깨달았다. 그 위험성이 조국에게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자신 못지않게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실세의 신임을 얻고 있었던 윤석열에 대한 시기심과 질투심도 있었다. 조국은 윤석열의 검찰총장 지명을 막기 위해 민정수석으로서 윤석열과 그의 아내 및 장모를 포함한 인척을 검증했다.〉(154쪽)
 
 
  검찰 인사, 조국이 주도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9일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는 고위 공직자 임명장 수여식이 열리면 배우자를 함께 초청했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배우자들을 모두 초청하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조국은 그동안 자신이 청와대에서 맺은 인맥을 동원해가며 윤석열을 끝까지 반대했다. 그러나 2019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지명했고 다음 달 임명을 강행했다. 조국의 바람과는 달리 문 대통령은 조국과 윤석열 두 쌍두마차가 협력·상생하면 검찰 개혁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검찰총장에 취임한 윤석열은 검찰 조직을 조금 안정시킨 후에 검찰 인사를 단행할 생각이었다. 반면 법무부 장관 지명을 염두에 둔 조국은 문 대통령의 뜻을 앞세우며 검사장급 인사를 추진하려고 했다.
 
  함 원장은 조국이 검사장급 인사를 서두른 이유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책에 썼다. 또 “민정수석에서 물러나기 전에 검사장급 인사를 빠르게 추진해놓으면 법무부 장관인 자신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다. 당시 윤석열은 이런 조국의 행동에 불만은 있었지만 대통령의 뜻이라는 명분 때문에 조국의 의도에 따랐다.
 
  〈윤석열은 자신을 직접적으로 보좌하는 대검찰청 인사, 소위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박찬호 등의 검사장 승진에만 영향력을 행사했고 나머지 대부분의 인사는 조국이 절대적으로 주도했다. 실제로 윤석열은 검찰 내 모두가 그 실력을 인정하던 이노공(전 법무부 차관)의 검사장 발탁도 박상기 장관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자 포기했다.〉(p155)
 
 
  조국, 윤석열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추천 거부
 
  2019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 조국 수석을 결국 지명하고 말았다.
 
  얼마 후(8월 14일) 문 대통령은 조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때 배우자·자녀의 사모펀드 74억원 투자 약정 사실이 처음 공개됐다.
 
  함 원장은 그럼에도 “조국의 장관 지명 후에 윤석열은 조국을 진심으로 도와주는 차원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우수한 검사들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추천했다”고 말했다. 함 원장이 ‘진심으로’라는 수식어에 방점을 찍는 이유는 당시 상황을 윤석열에게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국은 이를 거부했다. 대신 자기가 신뢰하는 이들만으로 청문회 준비를 꾸렸다. 그즈음 언론에서 조국과 가족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윤석열도 언론 보도 내용을 검토했다. 내부 검토를 기초로 대검 참모들과 상의한 결과 언론이 제기한 의혹들이 상당히 근거가 있었다. 윤석열은 “정말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윤석열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헤아렸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한 사람에게 “언론에서 제기한 내용이 근거가 있어 보이니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조국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 사퇴가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를 들은 사람은 그 사실을 문 대통령이 아니라 친문 실세들에게 알렸다. 윤석열은 고민 끝에 8월 27일, 그러니까 장관 지명 18일 만에 조국 수사를 지시했다.
 
  앞서 윤석열은 그해 8월 9일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지명을 받고 나흘 뒤인 13일부터 17일까지 여름 휴가를 떠났을 정도로 장관 인사에 일정부분 거리를 두었다. 그사이 조국 관련 의혹이 언론에서 쏟아져 나왔다. 8월 20일 조 전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의혹이 나오자 윤석열은 김유철 범죄정보기획관을 불렀다. “조국에 대한 언론 보도를 유형별로 정리하고 근거가 있는 것인지 보자”고 한 것이다.
 
  며칠 뒤 대검 간부회의에 중앙지검장과 3차장도 오라고 해서 같이 회의했다. “일단 공개 정보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만 모아 압수수색 영장 청구 가능 여부만 보자”고 했다. 일단은 자료를 확보해놓고 기다려보자는 의도였다.
 
  한편, 조국은 법무부 장관직을 치밀하게 준비했고 대안도 마련했다. 정치적 배후세력도 충분히 확보한 조국은 결국에는 자신이 장관이 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원칙주의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반대 역시 찻잔 속의 미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상명하복이 금과옥조인 검찰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아는 조국은 문재인 대통령만 변하지 않으면 윤석열이 결국은 임명권자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행동했다. 이러한 조국의 구상이 철저하게 무너지는 순간이 있었다. 우리는 이를 역사적 순간이라고 부른다.〉(162쪽)
 
 
  문재인, 조국 의혹 묵살할 의도 없어
 
2022년 5월 10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2019년 9월 6일 금요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태국·미얀마·라오스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청와대에서 윤석열과 단독으로 만나서 저녁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과 윤석열 간의 단독 만찬은 친문 핵심 실세들과 청와대 참모들이 반대했으나 대통령의 결단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게 함 원장의 판단이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은 문 대통령에게 조국과 그의 가족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윤석열의 설명을 다 들은 대통령은 “그럼 조국 수석이 위선자입니까?”라고 물었다. 조국의 부인 정경심을 기소하겠다는 뜻도 대통령에게 전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조국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른 사람을 거치지 말고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검찰 출신)을 거쳐 바로 직접 보고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살펴보면 문 대통령은 조국의 의혹을 뭉개거나 묵살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022년 퇴임을 앞둔 4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당시 행한 조국 수사에 대해 “당시 수사를 주도한 게 윤(석열) 당선인인데, 차기 대통령에 대해 제가 섣불리 (수사 이유를) 판단하기 어렵다. 수사의 시점이나 방식을 보면 공교로운 부분이 많다”는 말을 했다.
 
  윤석열과 독대할 때 주고받은 말과 퇴임을 앞두고 한 문 대통령의 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문 대통령의 이중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고, 조금 더 생각해보면 당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이에서 대통령이 겪었을 고민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함 원장의 추측이다.
 
  〈친문 세력의 그물에 갇혀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독 만남은 족쇄가 됐다. 그물과 족쇄, 그리고 성격의 이중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윤석열이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는 드라마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해하기 힘든 언행을 계속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 단독 만남이었다.〉(163쪽)
 
 
  문재인, 조국 자진 사퇴 통보 지시
 
2019년 9월 3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윤석열이 문재인 대통령을 단독으로 면담한 사실을 노영민 비서실장, 윤건영, 양정철을 비롯한 친문 핵심 실세들, 이해찬 당대표, 조국 등은 알고 있었다. 다만 이 만남의 정치적 파장이 너무나 컸기에 알려지면 조국을 지키는 데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했다. 이를 두려워한 이해찬과 윤건영은 이 만남 자체를 여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여당 의원들에게도 철저히 감췄다.
 
  윤석열을 단독으로 만난 후 문 대통령은 긴급 참모 회의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조국 후보자 임명에 대한 찬반 토론을 제안했고, 윤건영과 노영민을 비롯하여 조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참모들은 조국 임명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그 당시 상황에서는 조 전 장관에게 여러 의혹이 있었지만 법적인 판단은 나중 문제였다. 명확한 비리 혐의가 확인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김조원 민정수석의 판단은 달랐다. 조국에게 제기된 의혹을 살펴보고 문 대통령에게 조국 사퇴를 건의했다. 회의가 끝난 후 문 대통령은 조국에게 자진 사퇴하라고 통보하도록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만약 이날 통보로 사태가 끝이 났으면 지금의 조국도 없었으리라. 이번 4·10 총선을 앞두고 조국혁신당이란 기상천외한 정당도 만들지 않았으리라.
 
  윤건영은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사퇴 통보를 친문 실세들과 이해찬 당대표에게 긴급 보고했다. 그는 대통령의 결심을 바꾸기 위해 문 대통령에게 조국 사퇴 위로를 명분으로 식사 자리를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조국은 문 대통령에게 “법무부 장관에 임명해주면 매진하여 빠른 시간 안에 검찰 개혁을 완성하고 사퇴하겠다”고까지 간청했다.
 
  이와 동시에 9월 8일에 윤건영은 친문 핵심 실세들에게도 조국 구명(救命) 관련 도움을 요청했다.
 
 
  윤건영, “당의 임명 진행 요구가 너무 강하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9년 9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의견을 물으셨고 저는 (철회하라는) 국민의 여론을 들어주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이튿날 오후 3시에는 청와대로 부르셨다. 김경수 지사도 부르셨는데, 김 지사는 다른 일정 때문에 의견만 전달해달라 했다.… 김 지사 의견과 제 의견이 일치했다. 그런데 회의를 마친 후 윤건영 상황실장이 따라 나오면서… ‘오늘 점심을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이낙연 총리와 하셨는데, 임명을 진행해달라는 당의 요구가 너무 강하다. 대통령이 버티기 어려우실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참조: 《경향신문》 2023년 12월 13일 자)
 
  대통령으로 하여금 상황을 오판하게 만든 것이 바로 상황실장 윤건영이었다. 윤건영의 잘못도 문재인 정권의 몰락을 초래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말았다.
 
  한편 친문 실세 한 사람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나 조국 임명을 건의했다. 그는 자신이 윤석열을 개인적으로 잘 아니까 윤석열을 잘 설득해서 조국 문제를 부드럽게 잘 처리하겠다며 문 대통령에게 조국 임명을 호소했다. 여론 전문가로서 그는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하면 진보 지지층의 지지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며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친문 핵심 세력들의 전방위적 설득의 ‘포로’가 된 문 대통령은 결국 입장을 뒤집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알게 된 윤석열은 그해 9월 8일 오후 김조원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해 “조국을 임명하면 저의 조국 수사 의견에 대한 불신임이니 저는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윤건영과 비선 실세들은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감히 정면으로 도전했다고 비난했다. 그날 밤 이해찬 당대표의 강경한 조국 임명 주장에 당정협의 모임은 조국 임명으로 결론을 냈다.
 
  이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9월 9일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고야 말았다.
 
  윤건영과 ‘청와대의 조국 참모들’인 이광철과 최강욱 등은 언론에 “윤석열 총장이 사임 카드를 내밀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하여 대통령은 진노했고, 조국을 임명했다”고 흘렸다. 최강욱은 국회의원이 된 이후인 2020년 11월 17일 이러한 사실을 왜곡하여 “윤석열이 김조원 민정수석에게 전화로 임명을 만류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조국 수사 철저히 하라”고 지시
 
2019년 12월 2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 앞에 모인 지지자들이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최강욱은 2023년 8월 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윤 총장이 김조원 민정수석에게 처음 전화를 했는데, 다짜고짜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조국 장관을 낙마시키지 않고 계속 두느냐’고 따졌다는 거예요. 친분이나 교감이 전혀 없는 상태였는데. 그래서 김 수석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 경거망동하지 마라’고 경고하자, 윤 총장이 ‘이런 식으로 하면 사표를 내겠다’고 해서 김 수석이 ‘대통령께 보고하겠다’고 하고, 통화 내용을 보고했습니다.”
 
  김 수석에게 전후 상황을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딱 한마디 “그러면 (윤석열 총장의) 사표를 받으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청와대에서 윤 총장에게 본인의 뜻대로 사표를 내라고 하자, 윤 총장이 “순간적으로 격분해서 사표를 내겠다고 그런 거지, 진심으로 꼭 사직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답했다는 것이다. 이후 숙고하던 문 대통령도 조국 장관 임명을 발표했다는 것이 최 의원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함 원장의 판단이다. 책 내용을 보자.
 
  〈윤석열은 조국 임명을 반대했고 이런 자신의 생각을 대통령이 반대하지 않았으니 수사를 계속한 것이었다. 그해 9월 8일 오후 김조원 민정수석과 한 통화는 만약 조국을 임명하면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것이니 자신은 이를 불신임으로 받아들이고 사표를 내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인데, 최강욱 등은 이를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교묘하게 말의 본질을 바꾼 것이다.〉(167쪽)
 
  법무부 장관 임명 전날인 9월 8일 밤, 윤석열은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만남 과정에 도움을 주었던 분들의 설득과 검찰 수장으로서 조직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사표를 내지 않고 조국에 대한 수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결심을 김조원 민정수석에게 전했다.
 
  다음 대목이 중요하다. 윤 총장의 수사 의지를 전해 들은 문 대통령의 반응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에 대한 수사는 철저하게 하라고 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막으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게 함 원장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윤석열은 “임명권자인 문재인의 뜻에 충실했고 검사로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을 뿐”이었다.
 
 
  민주당, 윤석열 사임 대책회의 열어
 
  조국 임명 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만일에 윤석열이 사표를 내는 경우를 대비하여 대책을 다양하게 논의했다. 이해찬은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9월 9일 오후 윤석열의 사임을 전제로 한 여당 중진회의 소집까지 했었다. 이 과정을 조국, 이해찬, 노영민, 윤건영 등은 물론 친문 실세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정치적 이득을 얻거나 조국과 연관된 자신들의 정치적 약점을 감추기 위해 그들은 조국 지키기에 앞장섰고 검찰총장이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난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들은 국가의 이익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에는 관심이 없었다. 조국이 자신들의 청탁과 편의를 많이 봐주었으니 이번에는 어려움에 처한 조국을 자신들이 지켜주어야 한다는 조폭 또는 공범 논리에 빠져버렸다.〉(168쪽)
 
  “청와대 권력 실세들이 공범 논리에 빠졌으니 문 대통령은 진보의 위선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함 원장의 생각이다. 조국과 윤석열이라는 쌍두마차는 현실에서 공존·상생할 수 없었다. 협력하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라는 쌍두마차는 대통령만의 낭만적 생각이었다. 함 원장은 “쌍두마차가 충돌하면서 대통령의 정치적 추락이 시작됐다. 흔히 이를 정치적 운명이라고 한다”고 책에 썼다.
 
 
  이해찬, 후임 법무장관으로 추미애 추천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월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10월 14일 검찰이 정경심을 5차 소환 조사하던 날, 조 장관은 취임 35일 만에 사퇴를 선택한다. “조국은 장관직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의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하여 후임 법무부 장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게 함 원장의 판단이다. 조국은 자신에게 충성을 다한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후임 장관으로 강력하게 추천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문 대통령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윤석열의 의중을 타진했는데 윤석열은 박범계 등을 추천했다. 그가 박범계 의원을 추천한 것은 그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반면 이해찬과 양정철 등 친문 실세들은 전해철 의원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전해철은 본인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좌절되었다.
 
  이후 이해찬은 윤석열 총장을 제압하기 위해 2018년 당대표 선거에서 자신을 열심히 도와주었던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를 문 대통령에게 강력히 추천했고 결국 2020년 1월 2일 추미애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나아가 추미애는 1월 8일,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 고위 간부인 고검장 및 검사장 32명에 대한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인사에 대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검찰청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거셌다.
 
 
  윤석열 참모진의 좌천
 
  윤석열에게 인사 결과는 참혹했다. 윤석열을 보좌한 참모진 대부분이 교체됐다. 구체적으로 조국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 중단 의혹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반면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검찰국장이, 검찰 인사와 예산 업무를 총괄하고 전국 검찰청의 주요 사건을 보고받는 핵심 요직인 검찰국장에는 참여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장 출신인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이 임명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2020년 1월 8일의 인사 결과 검찰 요직의 네 자리인 서울중앙지검장,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 과거 대검 중수부장에 해당하는 반부패·강력부장과 공안부장에 해당하는 공공수사부장 등이 모두 호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성윤 신임 중앙지검장은 전북 고창, 조남관 검찰국장은 전북 남원 출신이었다. 두 사람은 전주고 동문이었다.
 
  또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이 전북 완주, 배용원 공공수사부장은 전남 순천 출신이었다. 특히 이 검찰 인사안을 주도했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역시 각각 전남 함평과 전북 전주 출신이었다. 당시의 검찰 인사를 두 사람이 주도했고 이들은 조국의 오른팔들이니 조국이 인사를 한 것과 다를 게 없었다.〉(178~179쪽)

 

  함성득 원장은 이런 검찰 인사안을 주도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광철)과 조국의 아들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과 관련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인물들이었다”(201쪽)고 지적한다. 당연히 이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다.
 
 
  좌초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
 
  〈2020년 1월 23일 2차 검찰 인사에 따라 2월 3일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팀의 지휘 검사 대부분이 교체되면서 추가 수사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2020년 1월 29일 윤석열의 검찰은 청와대 선거 개입 및 하명 수사 의혹 사건 관계자들의 기소 여부에 대해 장관 지시에 따라 수사 관계자 및 수뇌부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결과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회의 참석자의 발언을 모두 기록했는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만 기소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장모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 행정관과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등 청와대와 울산시 공무원 7명도 불구속 기소했다.〉(219~220쪽)

 
  〈추미애 지휘하에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칼날은 무뎌졌다. 이성윤의 서울중앙지검은 서울 및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이후 2021년 4월 9일 이 사건과 관련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이광철 민정비서관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검찰은 윗선으로 지목된 임종석과 조국 등을 불기소 처분하며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하지만 현재까지 확인한 진술과 물증으로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224쪽)
 
 
  文·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로 틀어져
 
조국 전 장관의 공소장에 적힌 유재수 감찰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된 친문 인사들. 왼쪽부터 조국·백원우·김경수·윤건영·천경득.
  재판부가 바뀌면서 지연되었던 재판은 3년 10개월 만인 2023년 11월 재개돼 1심 재판에서 송철호 전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송병기 전 울산부시장은 각각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백원우 전 청와대민정비서관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민 전체에 봉사해야 할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국민의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함성득 원장은 “조국 사건과 울산시장 사건, 그리고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때문에 윤석열은 문재인 대통령을 뒤로하고 루비콘강을 완전히 건너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함 원장은 경고한다.
 
  〈앞으로 정치적 지형이 어떻게 변화하든지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실세들, 그리고 조국을 비롯한 사건 관계자들은 적정한 죗값을 치르고 있고 치를 것이다. 왜냐하면 윤석열의 검찰이 정치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사건 관계자들을 이미 일부 기소했고 모든 것을 검찰 수사 기록으로 남겨놓았기 때문이다.〉(230쪽)
 
  함 원장은 “과거 언론에도 보도되었지만, 국민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면서 조국과 송철호 전 울산시장 간의 끈끈한 인연도 상기시킨다.
 
  〈사실 조국은 송철호의 2012년 울산 중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었다. 또한 2014년 7월 울산 남구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송철호의 후원회장을 맡았었다. 송철호의 검사 사위는 조국 법무부 장관 청문회 준비팀의 일원이었다.〉(206쪽)
 
 
  조국, 법원에서 무죄 판결 받을 것으로 믿어
 
  조국은 윤석열의 검찰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기소해도 자신이 다수의 대법원 판사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자신의 뜻대로 임명하게 만들었기에” 대법원에서 자신과 자신 가족들은 무조건 무죄를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사실 아래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면 이러한 조국의 바람과 믿음을 이해할 수도 있다.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은 코드 대법관들로 채워진, 가장 편파적 구성의 대법원을 기초로 이념 조직인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이 사법부 요직을 차지하는 법원 인사를 지속했다. 실제로 김명수 대법원장은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사건 무작위 배당 원칙을 어기면서 2021년 2월 법원 인사를 통해 법관의 소속 법원을 결정하고 법원장이 재판부를 결정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을 특정 판사에게 계속 맡겼다. (중략)
 
  구체적으로 당시 서울중앙지법 사무 분담 결과에 따르면 김미리 부장 판사는 3년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중단 및 조국 자녀 입시 비리 사건 재판부에 남기도 했다.〉(183~184쪽)

 
  함성득 원장은 “장관직 사퇴 후에도 조국은 치밀하게 검찰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의 인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정치적 부활을 꿈꾸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2020년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후 부활의 꿈은 더욱 커졌다. 조국 뒤에는 여권의 이호철, 양정철, 백원우, 윤건영 등의 친문 실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 원장은 조국이 “청와대의 이광철, 법무부의 이용구 차관, 국회의 최강욱 등과 소통하면서 사실상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했다.
 
  그러나 조국과 친문 실세들, 추미애 장관과의 밀월 관계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20년 9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소위 황제 휴가와 관련된 추미애 파문이 터지면서 조국과 정치적 거리를 조금씩 두기 시작했다. 추미애 파문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영역의 하나인 병역 문제에 대한 논쟁이었다. 추미애는 조국이 대학 입시 문제에서 불러일으켰던 불공정의 문제를 다시 국민에게 상기시켰다. 그러니 친문 세력과 조국은 추미애와 조금씩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친문 실세들은 그해 12월 정경심이 1심 법원에서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나서는 조국과 거리를 더욱 두었다. 이른바 ‘조국파’들이 주도한 윤석열의 2개월 정직에 대해서도 서울행정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자 조국의 영향력은 더욱 약화됐다. 이러면서 조국 살리기는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함성득 원장은 끝으로 “조국과 친문 실세들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성공이 아니라 자신들의 불법을 덮으려고 권력 연장을 목표로 삼았다”고 했다.
 
  “한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친문 실세들과 조국을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의 목표는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성공이 아니라 자신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시키는 것이었죠. 또한 막대한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권을 재창출하여 그들의 불법을 덮고 권력을 연장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습니다.”
 
  함 원장은 끝으로 이런 말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장관 사퇴 후에도 사법부에 대한 조국의 영향력을 믿었고, 법원의 고위직 인사 결정에서 조국의 추천을 대부분 받아들여서 임명했습니다. 정말 불행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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