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학교·외국교육기관 아닌 국제학교·국외학교(offshore school)는 국내법에 없는 기관
⊙ 국내학력 인정 안 되고 상담시엔 ‘대안학교’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학원’
⊙ 100% 영어수업이지만 외국인학교보다 저렴해 외국인학교나 유학의 대안으로 선택
⊙ “영어도, 대치동 사교육도 포기할 수 없다”는 강남엄마들의 대안
⊙ 국내학력 인정 안 되고 상담시엔 ‘대안학교’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학원’
⊙ 100% 영어수업이지만 외국인학교보다 저렴해 외국인학교나 유학의 대안으로 선택
⊙ “영어도, 대치동 사교육도 포기할 수 없다”는 강남엄마들의 대안

- 강남의 한 국제학교 교실. 초·중·고 12년 과정이 개설돼 있다.
설명회에서 CBIS의 백사라 실장은 “캐나다 BC 주정부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캐나다의 공립교육을 해외국가에서 동일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캐나다 BC 국외교육 프로그램”이라며 “국외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캐나다 BC주 정교사가 파견 나와 직접 가르치며, 캐나다 교육부 커리큘럼을 배우게 된다”면서 “각 학생은 BC주 학생 관리번호인 PEN(Personal Education Number)을 지급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12년간 공부하면 캐나다 BC주의 졸업증명서(Dogwood Diploma)를 받게 된다는 것. 졸업생은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전세계 영어권 대학에 캐나다 현지 졸업생과 동일한 자격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국적·외국체류 상관없이 입학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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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구법에 따른 ‘외국교육기관’인 인천 송도 채드윅. 송도와 제주의 외국교육기관은 내국인입학이 가능해 미인가 국제학교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
설명회가 끝난 후 학부모들이 학교 측의 안내에 따라 교내를 돌아봤다. 6층 벽돌건물인 학교는 체육관과 소극장, 대형 식당과 도서관, 음악실 등 각종 시설 외에 옥상 잔디밭과 텃밭 등이 갖춰져 있어 운동장이 없는 점과 전반적으로 시설이 깔끔하다는 점만 빼면 보통 학교와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였다. 백인 교사와 수업 중인 아이들은 영어를 쓰고 있었지만 100% 한국인이었다.
한 학부모가 “한국 대학에 가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백 실장은 “사실 여기에서 정규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대부분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고, 한국에서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나 중학교로 돌아가려면 해당 학교 교장 재량으로 간단한 테스트 후 받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고등학교 과정에서 다시 한국학교로 돌아가기는 어렵고 대부분 해외 대학으로 가는데, 이 점은 일반적인 외국인학교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금요일 오전 서울 서초동 소재 BCC의 입학설명회에 참석했다. 50여 명의 학부모가 모였다. 이곳 역시 캐나다 BC주의 국외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곳으로 매주 입학설명회를 실시하고 있었다. CBIS보다는 작은 규모였지만 커리큘럼과 학비는 거의 같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CBIS도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방배동 우리 집과는 좀 멀고 거긴 위치상 잠실 아이들이 많이 다닌다더라”며 “나중에 아이가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시점이 되면 몰라도 아직 어린 초등 저학년은 선진국의 교육을 받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입학테스트를 신청했다.
이틀에 걸쳐 캐나다 국외학교들을 방문해 본 결과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고 커리큘럼도 좋아 보였지만 필자에겐 왠지 모를 어색함이 느껴졌다. 연희동 소재 SFS(Seoul Foreign School·서울외국인학교)와 반포 소재 덜위치(Dulwich College Seoul) 등 몇 곳의 외국인학교와 외국교육기관을 취재 또는 방문, 상담해 본 적이 있지만 그때의 느낌과는 뭔가 달랐다. 순수한 한국인이면서도 동네 친구들과 자유롭게 뛰어노는 초등학교 시절을 포기하고 이곳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기자가 상담한 곳들은 실제로 캐나다 주 정부가 설립한 기관이지만, 이곳들 외에도 국외학교, 국제학교 등의 이름을 내건 정체 모를 영어학교들이 강남과 분당 등에서 성행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입학시즌을 몇 달 앞둔 현재 수많은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국제학교에 상담하러 방문한다고 한다. 현행법에 없는 ‘국제학교’란 대체 무엇일까. 외국인학교와 외국교육기관, 국제중고와는 무엇이 다를까.
국내 글로벌 교육기관 종류는
며칠 후 서울 양재동에 있는 S국제학교에 상담을 가장해 방문했다. 상담을 맡은 담당자는 “미국 학력인증 업체에서 공식 인증을 받아 미국으로 전학도 가능하고 미국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치기 때문에 유학 가지 않고도 유학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학교의 이름은 국내 외국인학교 리스트에서도, 대안학교 리스트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같은 이른바 ‘국제학교’는 어떤 곳일까. 글로벌인재 양성을 주창하는 국내 교육기관으로는 외국어고와 국제고, 외국인학교, 외국인교육기관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 외국어고와 국제고 등 특목고를 제외한 외국인학교는 교육법상 ‘각종학교’에 속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6조의2에 따르면 국내 고교의 유형은 일반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자율고, 각종학교 등 5가지로 구분된다.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특수목적고에, 대안학교와 외국인학교는 각종학교에 속해 있다. 각종학교는 국내학력 인정을 받을 수 없다. 국제고는 글로벌인재 양성을 위해 국제 관련 교과목이 특화된 학교다. 서울국제고와 청심국제고, 세종국제고 등 7곳으로 학교 자체적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며 국적제한은 없다.
외국인학교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자녀와 외국에 3년 이상 장기 거주한 내국인 교육을 위해 설립된 학교로, 내국인은 정원의 30%까지만 입학이 가능하다. 외국인학교는 국내에 51곳이 있다.(표 참조)
이와 비슷한 것으로 ‘외국교육기관’이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조성한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교육여건을 향상시키고자 설립된 교육기관을 외국교육기관이라 한다. 외국인을 위한 인가 학교지만 외국인학교와 다른 점은 내국인 입학이 일정 비율 가능하다는 점과 법적으로 지정된 특구 내에서만 운영된다는 점이다.
외국교육기관은 ▲경제자유구역 ▲제주특별자치도 ▲기업도시 ▲평택·김천 등 주한미국 반환공여구역 주변지역에 설립할 수 있다. 설립기준을 갖춘 외국학교법인이 교육부에 신청해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된다. 입학대상자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의 자녀와 해외체류 경험자 외에 해외체류 경험이 없는 내국인도 정원의 30% 안에서 입학할 수 있다. 국내 교육법의 고등학교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며, 관련 특별법 또는 해당 특구법상의 교육기관이다.
이 같은 외국교육기관으로는 인천송도국제학교(채드윅), 대구국제학교(DIS),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KIS Jeju), 노스런던컬리짓스쿨 제주(NLCS Jeju), 브랭섬홀아시아 제주(BHA Jeju) 등 5곳이 있다.

“외국인학교도 어차피 한국학력 인정 위해서는 검정고시 봐야”
외국인학교와 외국교육기관은 대안학교와 마찬가지로 국내학력이 인정되지 않아서 초·중·고 12년 과정을 마치더라도 국내대학을 지원할 수 없다. 국외대학에 유학생으로 진학하든지 국내대학에 가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외국인학교 중 국내학력이 인정되는 곳은 인천 청라지구에 위치한 청라달튼 단 한 곳이다. 단 2008년 법이 개정돼 외국인학교에 다녔더라도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외국인학교 등 각종학교에 다닌 학생이 국내학력을 인정받으려면 학력인정 학교로 지정된 학교에서 국어·사회(국사) 교과를 각각 연간 102시간 이수해야 한다. 외국교육기관은 국어 및 사회를 포함한 2개 교과 이상을 주당 각각 2시간 이상 이수하면 국내학력을 인정해 외국인학교보다 기준이 완화돼 있는데, 현재 운영 중인 외국교육기관 4곳은 이 조건을 충족시켜 국내학력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법적인 ‘외국인학교’와 ‘외국교육기관’이 아니면서 100% 영어수업을 하는 학교들이다. 법 조항에는 찾아볼 수 없는 ‘국제학교’가 대부분 이런 곳이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외국인학교 및 외국교육기관 종합안내 홈페이지(http://www.isi.go.kr)에 따르면 국내에 외국인학교는 51개 곳(표 참조)이다.
이 외국인학교들과 외국교육기관 5곳을 제외하고 국제학교, 국외학교, 인터내셔널스쿨, 칼리지 등의 이름을 달고 외국국적이나 외국체류기간 등 입학자격이 별도로 없는 영어수업 학교들은 모두 교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학교가 아닌 ‘학원’이다.
일부 국제학교 상담자들은 상담시 이렇게 얘기하기도 했다. “외국인학교는 아니고 ‘대안학교’라고 보시면 돼요. 원래 대안학교가 학력인정은 안 되지만 재벌들도 대안학교에 보내잖아요.”
그러나 교육부가 집계한 전국 185개 미인가 대안학교 명단을 보면, 이 같은 영어수업 학교는 일산 H학교와 파주 K학교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강남이나 분당, 용인 등 지역의 국제학교들은 대부분 학원법상의 학원으로 등록하고 영업하는 것이다.
교육법에서 국제학교라는 명칭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 용산국제학교와 서울국제학교, 하비에르국제학교 등 외국인학교가 국제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서 혼동을 가져오긴 하지만 누구든 ‘국제학교’라는 이름을 내걸고 학원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미인가 영어학교를 ‘변종국제학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암사동 CBIS나 분당 BIS처럼 규모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전교생이 20~30명에 불과한 영어수업 학교도 있다.
그러나 미인가 영어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대다수는 법적으로 학교가 아니라는 점을 크게 문제삼지 않고 있었다. 외국인학교도 국내학력 인정이 되지 않고 국내 대학에 가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 점은 똑같은 만큼 정식 외국인학교와 영어학교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또 외국인학교가 대부분 연 학비가 3000만원 전후인데 비해 영어학교는 2000만원 전후로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도 영어학교를 찾는 이유다.
작년부터 국제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외국인학교보다 저렴하게 100% 영어수업을 받는데, 어차피 학력인정이나 검정고시 문제는 외국인학교와 똑같은 만큼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부모라면 국제학교를 계속 보내지는 않더라도 어릴 때 1~2년은 보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학교는 국내학력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학교가 갑자기 사라져도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월 150만여 원의 수업료를 받는 강남의 영어학원 유치부(세칭 영어유치원)가 경영난 또는 원장 개인사정으로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또 원어민 교사의 자질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최근 서초동에 위치한 한 영어학교에서는 저학년 어린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도 원어민 교사가 무시하며 면박을 주었고, 아이가 교실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학부모들이 단체로 항의에 나선 일도 있었다.
전교생 30여명 작은 국제학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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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학교 입학비리 단속이 심해지면서 학부모들이 자녀 영어교육을 위해 미인가 국제학교를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
취재원이 말한 ‘20~30여 명 다니는 학교’를 수소문해 논현동의 한 ‘인터내셔널 스쿨’에 아이를 보낸다는 학부모 A씨를 만났다.
—학교의 커리큘럼과 학생 수는 어떻게 됩니까.
“계속 아이들이 들어오고 있어서 정확한 인원은 제가 잘 모르겠고요. 원어민 교사가 미국 교과서로 미국 정규교육 과정과 똑같이 가르쳐요. 지금은 문을 연 지 얼마 안돼서 초등 1~3학년밖에 없지만 다니는 아이들이 자라면 학년도 늘어나겠지요.”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아이가 12월생이라 그런지 덩치가 작고 성격이 예민해서 한 반에 40여 명이나 되는 동네 공립초등학교에 보내기가 불안했어요.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려 했는데 추첨에서 떨어졌고요. 아이가 다니던 영어유치원 원장님이 영어로 수업하는 대안학교를 설립한다고 해서 유학을 보내지 않고도 100% 영어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에 동의하는 유치원 학부모들 몇 명이 함께 이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한국 아이들만 다닐 텐데 영어가 많이 느나요.
“국내 외국인학교에 가 봐도 진짜 외국인은 별로 없잖아요. 대부분 외국에서 태어나서 국적만 있거나 3년 이상 살다 온 한국인들이죠. 공립학교를 가면 영어유치원 3년 다닌 실력이 다 제자리가 된다고 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영어를 생각하면 아이를 데리고 미국이나 캐나다로 유학을 가고 싶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러기아빠를 만들기도 어렵고요. 그런데 ‘(영어유치원)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을 완벽하게 케어해 주는 국제학교를 설립한다고 해서 들어오게 됐습니다.”
—학교가 빌딩 한 층을 사용한다던데, 학교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영어유치원들도 다 마찬가지 아닌가요. 공립학교나 일반유치원이라고 해서 다 운동장이 큰 것도 아니고요. 학교 내부는 아이들이 좋아하게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고 짐(gym:체육관)도 있고 현장학습도 자주 가니까 그런 불만은 없어요.”
—그 외에 일반 공립초와 다른 점은요.
“수업료가 있고 학부모 참여가 많다는 점이겠지요. 다른 대안학교도 대부분 그렇다고 하더군요.”
—미인가 학교임을 알면서도 보내고 있는데, 정규교육에서 멀어지는 점이 불안하지는 않습니까.
“재벌이나 연예인들도 대안학교를 보내잖아요. 아이가 행복하게 다닐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어차피 마음이 바뀌더라도 초등학교 때는 어렵지 않게 편입할 수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요.”
물론 A씨가 자녀를 보낸다는 이 학교의 이름은 서울시교육청이 집계한 대안학교 리스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영어와 기타 私교육 ‘두 마리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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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 한 ‘국제학교’는 학원으로 등록 후 국제학교라는 명칭을 사용, 경기도교육청의 적발로 1주일간 교습정지 처분을 받았다. |
—처음부터 아이를 국외학교에 보내고자 했습니까.
“원래 초등 2학년 때쯤 2~3년 아이만 데리고 미국에 가려고 했었어요. 최적의 유학 시기가 예전에는 초등 고학년 때라고 했지만 점점 어려지더라고요. 4학년 이후 귀국하면 다른 과목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해서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영어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하던 여러 가지 사교육을 포기하기는 좀 망설여졌습니다.”
—유학을 포기하고 국외학교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조기유학을 가면 영어는 잡을지 몰라도 수학이나 논술을 놓치게 되잖아요. 초등 고학년이 되면 과목 수가 늘어나는데 아이가 미국에 있는 동안 대치동에서 잘나가는 수학이나 논술학원에 계속 다닌 애들과 경쟁을 할 수 있겠어요? 국제학교는 영어로 학교생활을 하면서 그 외 사교육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공립 다니는 아이들도 학교에서 공부하는 거 아니잖아요. 학원 가서 다 배우는 거지. 2학년이면 영어를 웬만큼 마치고 3학년 되면서 사회와 과학, 역사 같은 과목들을 공부해야 한다는데 그때 해외에 계속 머무른다는 것도 좀 걱정되더라고요.”
—국내 정규교육 과정을 포기한다는 점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유학가 있는 애들은 전부 한국인이면서 한국 정규교육 못 받으니 문제가 되는 건가요? 학교에서 역사나 수학도 다 배워요. 한국사 수업도 가끔 해 주고요. 중국어 시간도 있어요. 캐나다 정규교육을 영어로 받으면서 다른 사교육도 시킬 수 있으니 유학과 대치동교육의 장점만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성업 중인 국외학교와 변종국제학교들은 B씨와 같은 학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기대를 갖고 있다. 미국학교 생활을 체험하면서 기러기 생활은 안 해도 되니 부모와의 유대관계도 유지할 수 있고, 방과후나 주말을 이용해 한국식 사교육도 모두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심지어 전통 있는 학교법인도 이 같은 변종국제학교 설립에 나섰다. 1965년 설립된 사립 리라초등학교는 올해 7월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 영어로 수업하는 초등학교인 리라IFE(Institute of Foreign Education)를 열었다.
리라IFE의 원장은 리라학원 설립자인 권응팔 이사장의 장남인 권지씨다. 리라IFE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함께 운영하며 미국식 학제를 도입했고, 예체능 위주로 100% 영어수업을 실시한다.
권지 교장은 “영어를 생각하면 유학을 보내고 싶지만 어린아이를 부모와 떨어지게 할 수도 없고, 유학을 준비하는 데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이것은 어찌 보면 낭비라고 생각한다”며 “국내에서도 영어권 체험이 가능한 교육기관을 만들자는 생각에 리라IFE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리라IFE 설명회에 다녀왔다는 한 학부모는 “영어학교를 다니면서 저학년엔 한자, 태권도, 서예 등을, 고학년엔 수학과 논술 등을 사교육으로 보충해 준다면 상당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인재를 만들기 위해 어릴 때부터 선진국의 외국인과 외국 책들을 많이 접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여러 문제로 당장 해외유학을 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데, 믿을 만한 재단이 만든 국제학교가 집 가까운 곳에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리라IFE는 대안학교 설립조건(재단 보유)을 갖고 있고 대안학교로 등록된 상태다.
수업수준 강남 학부모 기대에 못 미치기도
그러나 학원으로 등록된 대부분의 변종국제학교는 한국 학생이 100%인 만큼 기대만큼의 영어습득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강남 소재 한 국제학교에서 아이를 공립학교로 편입시킨 학부모 C씨는 “수업이 마음에 안 차 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C씨의 얘기다. “아이가 영어유치원을 3년 다니면서 미국 교과서 3학년 과정까지 끝냈는데 국외학교 1학년에 들어가니 정규과정이라며 알파벳부터 배우는 거예요. 기가 막혔지만 처음에 그러다 점점 진도가 빨라지겠지 생각했는데 1학년 2학기가 돼도 여전히 너무 쉬운 챕터북들만 읽고 있는 거죠. 아이는 오히려 신이 났어요. 영어수업은 너무 쉽고 친구들하고는 한국말만 하고 노니까요. 학비가 연간 2000만원이 넘는데 차라리 좋은 영어학원 보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같은 유치원 친구들은 동네 공립초등학교에 다니면서도 ‘빅3 영어학원’ 시험을 보러 간다고 난리인데 영어도 안 늘고 다른 과목도 놓치겠다 싶어서 포기했어요.”
과연 영어가 얼마나 중요하기에 학교에서 기본 인성을 배워야 할 초등 저학년 자녀를 자격 모를 원어민들이 가르치는 미인가 영어학교에 보내는 것일까. 이를 방치하는 교육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교육부에 변종국제학교에 대한 단속이나 현황조사가 있는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질의했다. 교육부 측은 “대안학교에 대한 집계는 각 교육청별로 현황조사를 실시하지만 영어학원이 학교처럼 영업하는 경우의 집계자료란 아직 없다”고 답했다.
영어로 수업하는 5~7세 대상 유아교육기관이 처음 생겨나던 10여 년 전 교육부와 유치원 관계자들은 “법적으로 영어유치원이란 말은 있을 수 없고 영어학원 유치부일 뿐”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미인가 유아교육기관은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별다른 단속도 이뤄지지 않았고 일반유치원과 어린이집 부족현상이 계속되면서 어느새 강남 일대에서 ‘영어유치원’은 유아교육의 대세가 되고 있다.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지난 10월 교육부 국감에서 미인가 대안학교가 귀족학교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의 얘기다. “요즘 강남에서 미인가 대안학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자녀들이 내신 등으로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미인가 대안학교를 통해 내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상황에 따라서는 국내 명문대학과 해외유학 진입이 수월하기 때문에 미인가 대안학교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학교들이 아무런 규제를 받고 있지 않고 원래 대안학교의 의미와는 동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학원도 비용이 너무 비싸면 교육청에서 규제하고 있는데 연 2000만~3000만원을 받는 대안학교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시급히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감독에 나서야 합니다.”
정부가 영어교육이나 미인가 교육기관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미인가 영어학교도 어느새 ‘국제학교’로 유야무야 정식 교육기관처럼 영업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과거를 알 수 없는 원어민교사 자질문제와 갑작스런 학교폐쇄 등 피해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 있다. “미인가 교육기관에 보낸 사람이 잘못한 것”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