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캠프] 호암의 ‘인재경영과 제일주의’

호암은 기업가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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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드헌터 155명 중 70%가 삼성 출신 선호
⊙ 뒤돌아 나가는 지원자의 구두 뒷굽까지 살피던 湖巖
⊙ 疑人不用 用人不疑, 서류결재조차 하지 않는 권한이양

趙永鎬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
⊙ 1954년 전남 고흥 출생.
⊙ 중앙고, 아주대 공업경영학과, 한국과학기술원, 프랑스 엑스마르세유제3대 졸업.
⊙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 미시간대 교환교수.
⊙ 저서: <엑설런트 리더십> <인간경영64훈> 등 다수.

정리 : 朴熙錫月刊朝鮮 인턴기자〈pubmonth@chosun.com〉
‘삼성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깔끔하고 깍듯하며 치밀하고 세심하다. 일례로 삼성 측과 약속하고, 만나기로 한 장소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그들은 몇 번씩 전화를 걸어 이동상황을 물어본다. 삼성 출신들이 어딜 가든 환영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자신의 업무에 심하다 싶을 정도로 몰입한다. ‘인간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평이 있기도 하지만, 업무에 대한 치밀함 때문에 타(他)기업들이 삼성 출신들을 선호하는 것이다.
 
  2006년 HR파트너스가 155명의 헤드헌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가 “삼성출신을 선호한다”고 했다. 잡코리아가 2009년에 300인 이상 기업의 인사담당자(349명)에게 설문을 한 결과도 58.2%가 삼성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출신 전문헤드헌팅업체가 10개 이상 될 정도로 삼성 출신들은 인기가 높다.
 
  이는 호암 이병철 회장이 인재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던 노력이 삼성의 기업문화로 정착된 결과다. 오늘날 삼성이 거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화’ ‘전략’ ‘관리’ 등이 있지만, 그 핵심요소는 ‘인재(人材)’였다. ‘인재제일’은 지난 수십 년간 삼성을 이끌어온 근간이며, 경영이념이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하듯이, 기업도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사람이다.
 
  삼성에서 호암의 역할 중 하나는 조직구축자였다. 그는 기업이 인재를 어떻게 다루고 길러야 하는가를 가르치고, 직접 행한 사람이다. 1980년 전경련 강의에서 “나는 내 일생을 통해서 한 80%는 인재를 모으고 기르고 육성시키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할 정도로 인재를 중시했다. 그는 “기업은 사람”이라고 강조하면서, 신입사원 채용면접 때마다 참석할 정도로 인재발굴에 열성을 보였다. <삼성 60년사>는 “선대회장의 2차면접은 30년간 지속됐다”고 전한다.
 
  그는 채용시험에서 학력과 인물에 각각 50점을 배점했다. 이는 ‘사람됨’을 강조하는 호암의 동양적 인간관을 보여준다. 그는 지(知)·덕(德)을 겸비해 전인적 교양을 갖추고, 단정한 용모와 능동적인 성격을 갖춘 사람을 선호했다. 사람의 됨됨이를 살피는 것도 세밀했다. 면접에 참여할 때는 뒤돌아 나가는 지원자의 구두 뒷굽을 살필 정도로 유심히 관찰했다.
 
 
  人事에 관한 국내 기록 모두 보유
 
  뽑을 때는 그 누구보다 조심한 호암이었지만, 일을 맡길 때는 과감하게 위임했다. 그는 생전에 서류결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의심되는 사람은 쓰지 않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라면서, 한번 뽑은 사람에게는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믿고 맡기는 그였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부정(不正)은 용서하지 않는’ 엄격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이 있었다.
 
  삼성의 인사시스템은 ‘최초’가 자주 따라다닌다. 삼성그룹은 한국에서 사원을 공개채용(1957년)한 최초의 기업이다. 호암은 “기업을 발전시키려면 다방면에서 인재를 모아 그들을 육성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면서 공채를 도입했다. 1974년에 체계화된 인사고과제도를 만들었고, 국내 최초로 그룹연수원(1982년)을 보유했다.
 
  삼성은 필자가 아는 한, 국내에서 사원교육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다. 삼성인력개발원에서는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다양한 직급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삼성인들은 아침에 출근하면 8시부터 15분간 사내방송을 시청해야 한다. 형식적인 방송이 아니라 실질적인 교육 역할을 맡고 있다. 호암은 1976년 11월 전경련 회보에 교육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인재를 육성하지 못하는 경영자는 부실 경영자다. 기업이 귀한 사람을 맡아서 훌륭한 인재로 키워 사회와 국가에 쓸모 있게 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며, 부실경영과 마찬가지로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인재의 양성은 유능한 인재를 모으는 데만 있지 않고 이들을 묶어 주는 구심점, 즉 기업인의 인격과 영도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호암의 경영이념은 그대로 삼성그룹의 기업문화로 스며들었다. ‘인재제일’은 ‘청결한 조직’을 지향하는 것으로 실현됐다. 청결한 조직은 물리적으로 깨끗해야 한다. 이는 정리, 정돈을 잘하라는 것인데 외모도 여기에 해당한다. 공사(公私)를 구분해야 하고 사심을 배제해 윤리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삼성이 하면 다르다
 
  삼성 기업문화의 다른 특징은 ‘제일주의(第一主義)’다. 호암은 조직과 일정 관리를 철저한 계획에 따라 실행했다. 그의 수첩에는 그날 챙겨야 할 일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전화할 내용도 메모해 두고, 거의 그대로 했다. 바지 주름선은 항상 날카롭게 서 있었다. 이런 그의 행동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려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그의 성품이 그대로 삼성의 ‘제일주의’로 투사됐다.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말은 흔히 인구에 회자된다. 제일주의는 가장 싸고, 가장 좋은 것을, 가장 먼저 해야 함을 말한다. 최고수준에 도달해서 동종업계에서 1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철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GE의 잭 웰치 전(前) 회장,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경영의 구루(정신적 스승)’로 생각하고 공부했다. 정작 우리 안의 기업가는 그저 ‘부자’로만 인식됐다. 호암은 그냥 부자가 아니었다. 사업가였고 시스템 설계자였다. 우리에게 비전을 제시한 지도자였다.⊙
 
  사진 : 구희언
 

  [호암어록]
 
  ▲열보다 하나가 나을 때도 있다. 사람은 숫자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성실한 사람만 골라서 쓰도록 하라
  -1984년 9월, 용인자연농원에서
 
  ▲모든 사람이 공부하고 발전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자기발전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스스로 자신과 남까지 파별시키는 인간 이하의 행위이다
  -1984년 10월, 용인자연농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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