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이스라엘은 왜 기다릴 수 없는가? : 다가오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제롬 R. 코르시 著)

초읽기에 들어간 이스라엘의 이란 核시설 선제공격

  • : 이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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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春根
⊙ 1952년 서울 출생.
⊙ 연세대 정외과·同 대학원 졸업. 美텍사스州立大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부원장 역임.
⊙ 現 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미래연구원 연구처장.
⊙ 저서 :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등.
지구상 어떤 나라도 그 나라의 가장 중요한 국가이익은 생존이다. ‘생존’이란 쉽게 말하면 ‘살아남는다’라는 의미이며 영어권 사람들은 ‘self-preservation’이란 말을 쓴다. 국제정치학자들은 국가가 살아남는다는 말이 처절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생존’이란 단어 대신 보다 품위 있는 학술용어인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라는 말을 사용한다.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들은 전쟁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에 관한 감이 대단히 무딘 편이며, 국가안보를 그다지 심각한 개념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을 쏴 대도 우리 국민이 별로 놀라지 않는 것을 보고 외국 사람들이 오히려 놀랄 정도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국가들이 목숨을 부지하고 산다는 것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국가안보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언제 죽을지(멸망할지) 모르는 대단히 위험한 동네가 국제사회다.
 
  ‘국가들의 죽음(State Death)’이라는 주제를 연구한 타니샤 파잘 교수는 1816년 근대 국민국가 체제가 시작된 이래 2000년에 이르기까지 184년 동안 존재했던 나라는 총 207개국이었는데 이 중 66개국(32%)이 소멸됐고, 그중 50개국(75%)은 이웃 나라의 군사적 폭력에 의해 소멸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불과 200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존재했던 국가의 4분의 1 정도가 이웃 나라에 의해 他殺(타살)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안보 환경하에 살고 있으며, 그 결과 국가안보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2000년 이상 국가 없이 지낸 사람들이다. 나라 없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1947년 팔레스타인 땅에 둥지를 튼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마음먹고 실제로 그렇게 해 온, 작지만 매서운 나라다.
 
  이런 이스라엘이 2009년 미국에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그리고 이란에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지난 60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한, 절체절명의 시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잘 묘사한 책이 출간됐다. 하버드대 출신 정치학 박사 제롬 코르시 박사가 지난 8월 하순 펴낸 <이스라엘은 왜 기다릴 수가 없는가? : 다가오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Why Israel Can’t Wait: The Coming War Between Israel and Iran)이다.
 
  코르시 박사는 2004년 미국 대선이 한창일 때 <케리: 사령관 자격이 없다>라는 책을 펴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케리의 대선 가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고, 작년 미국 대선 당시 오바마 후보의 거짓말들을 낱낱이 밝혀낸 베스트셀러 <오바마의 나라>로 필명을 날린 인물.
 
 
  이스라엘의 이라크·시리아 핵시설 폭격
 
  그가 이번에 펴낸 책은 110여 페이지에 불과한 작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분석하고 있는 주제와 그 주제의 심각성은 21세기 초반 국제정치를 통째로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다.
 
  이스라엘은 지정학적으로나 인구학적으로 통상적인 방어정책만 가지고 국가안보를 유지할 수 없는 나라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면적과 인구, 종교 등에서 무려 100배가 넘는 세력을 보유한 적과 대항해야 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남들과는 특이하게 다른 국가안보 정책을 택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이 이스라엘 선수단을 학살한 후 이스라엘 정보부인 모사드는 이스라엘 선수단을 살해한 모든 테러리스트를 거의 10년에 걸쳐 지구 끝까지 따라가 전원 사살했다. 무모한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는 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스라엘 사람이 테러리스트들에게 희생될지 모른다는 것이 이스라엘 사람들의 논리였다.
 
  1981년 6월 7일 이스라엘은 8대의 F-16 전투기와 6대의 F-15 전폭기를 동원, 이라크 한복판에 있는 오시라크 원자로를 파괴함으로써 후세인의 核(핵)개발 계획을 20년 이상 지연시켰다. 2007년 9월 6일 자정 이스라엘의 F-15 전투기들이 이번에는 시리아 깊숙이 침투, 북한 기술자들이 건설하고 있던 시리아 핵 원자로를 완전히 파괴했다.
 
  다행히 이스라엘의 이라크와 시리아 공격은 피해를 당한 나라들이 쉬쉬하는 상황이었다. 자신들은 핵을 만든 적이 없다고 이야기해 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았던 것은 이스라엘을 위해서도 세계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바로 눈앞에 다가온 이란의 핵무장은 이라크, 시리아의 경우처럼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제롬 코르시 박사는 이란의 핵개발 계획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으며, 이란의 對(대)이스라엘 정책이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지워 없애는 것’이란 사실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오바마 등장으로 美-이스라엘 동맹 흔들려
 
2007년 이스라엘 공군의 폭격으로 파괴되기 전 시리아의 알 키바르 원자로의 모습.
  그는 이란 대통령이 연설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으며, 이란뿐 아니라 中東(중동)의 여러 나라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상대와 협상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를 코르시 박사는 정확히 지적한다.
 
  오바마는 지난 6월 4일 이집트의 카이로대학에서 연설한 적이 있었는데, 연설 중 ‘성경’은 단 한 차례 인용한 데 반해 ‘코란’은 다섯 번이나 인용했다고 한다. 이 연설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아랍 세계에서 우호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연설이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오바마의 카이로대학 연설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동맹관계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제까지 이스라엘은 미국과는 말과 문서가 필요 없는 진정한 동맹이었다. 이스라엘은 어떤 경우라도 미국의 막강한 지원이 자동적으로 담보된다고 믿었기에 자신과는 상대가 안될 정도로 막강한 아랍 세계와 겨룰 수 있었다.
 
  코르시 박사도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오랫동안 형성됐던 無言(무언)의 진짜 동맹은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러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올 봄 수개월 동안 이스라엘을 방문하여 수많은 이스라엘 안보 전문가, 정책 결정자들과 대담한 후에 저술된 이 책은 오바마 행정부가 親(친)이스라엘적이라고 인식하는 이스라엘 사람은 불과 6%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예루살렘 포스트>지의 2009년 6월 19일자 여론조사).
 
  이란의 핵무기가 완성을 향해 나가는 이 시점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존재에 대한 위협’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다. 단 한 발이라도 핵폭탄이 텔아비브에 떨어지는 날, 이스라엘은 국가로서 더 이상 연명할 수 없는, 그야말로 핵폭탄 한 발이면 끝장나는(One Bomb State) 나라다.
 
  그런 이스라엘 사람들이 오바마 행정부가 과연 이란 핵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거 미국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느끼는 안보 위협을 항상 ‘같이’ 느껴준 나라다. 그러나 오바마의 미국이 과거의 미국과 같다고 보는 이스라엘 사람은 몇 안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많은 이스라엘 사람을 인터뷰한 후 내린 코르시 박사의 전망은 상당히 우울하다. 코르시 박사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단순 명료하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완성하는 순간이라도 세계가 이스라엘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한, 이란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하기 이전에 이란의 핵을 제거해 달라고 서방 측과 온건한 아랍 세계에 먼저 호소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유대 국가는 미국이 사전에 승인을 하든 말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남에게 양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코르시 박사는, 이스라엘은 이르면 2009년 연말 혹은 2010년 초, 자신의 존재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이란 핵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공격을 감행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공격하는 경우 이란도 과거 1981년의 이라크, 2007년의 시리아처럼 반격을 하지 않은 채 가만있을 것인가라는 점이 최대의 문제다.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면 오바마가 계획한 중동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마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란 핵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 주기 바란다. 그러지 않을 경우 우리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제3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전쟁이 될 것이다. 그러니 미국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란 핵문제 해결에 나서 주기 바란다”는 내용이다. 이것이 이스라엘식 국가안보론이다.
 
  요즈음 북한 핵문제 해결 방안,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둘러싸고 韓美(한·미) 간에 보이지 않은 이견은 없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애국심과 대전략을 다시 살펴볼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중국에 “‘당신들이 북한 핵문제를 질질 끌며 진정 확실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스스로 해결방안을 강구하든가, 다른 代案(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라고 으름장을 놓을 수 있다면, 그때 미국과 중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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