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30] 가까운 미래, 한국의 주력산업

연료전지, 로봇, 바이오 신약… 미래전략 산업군이 주력

  • : 저자없음  
글자 크기 조정
  • 스크랩
  • 본문 음성 듣기
  • 글자 크기 조정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趙庸秀 LG경제연구원 미래연구실장
⊙ 1966년 대구 출생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행정학사)
⊙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계량경제학)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2002~현재) 동사 미래연구실장(2006~현재)
HMHC(직접 메탄올 연료전지)로 구동되는 로봇 ‘휴보’가 관람객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년 후 세상은 어떻게 달라지고, 기업은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불확실성의 세기인 21세기. 각국의 관료들과 기업 전략가들, 학자와 일반대중의 최대 관심사가 이 두 가지 질문으로 집약된다. 특히 1960~80년대의 고도성장기를 거쳐, 지난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저성장 국가로 전락한 우리 사회에 이 질문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 질문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향한 변화의 동력, 즉 시장의 수요와 기술 진화 방향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주변에서 시작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소비자들의 수요와 기술의 변화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미래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10년, 20년 후 미래 주력산업을 언급하기 위해서는 향후 전개될 시장수요와 기술의 변화를 주도면밀하게 예측하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이 만들어 내는 변화의 큰 그림을 포착해 내는 상상력과 감수성이 필수적이다.
 
 
  ◈ 미래 트렌드
 
  ‘글로벌화(globalization)’는 21세기 지구촌의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등 다방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메가 트렌드(mega trend)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화는 상품과 노동력, 자본의 국경을 초월한 자유로운 이동을 의미한다. 국제교역질서의 변화와 교통 및 정보 수단의 발전은 글로벌화를 가속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상징되는 인구구조의 중장기 변화 트렌드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현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드는 중대 요인이다. 무엇보다 고령사회에서는 고령친화적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내구소비재의 경우 제품의 기능설계와 디자인에 있어 고령자 친화성을 고려하는 일이 중요 코드로 등장할 것이다. 서비스 부문에서도 의료서비스, 가사대행, 자산관리, 생활안전 등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 산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웹 2.0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의 진화는 지식정보의 가치와 활용도를 더욱 증폭시키고 경제주체들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富(부)를 창출하고 거래하는 방식의 기저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과 조직, 시장과 사회, 국가 간의 권력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경제가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석유를 비롯한 모든 자원이 빠른 속도로 희소화하고 있다. 특히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발전, 운송, 철강, 석유화학 등 다수 산업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실물경제의 회복과 더불어 에너지 자원 위기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고 봐야 한다.
 
  물, 공기, 토양, 삼림 등 인류의 생존과 후생증진에 필수적인 청정환경의 희소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년여의 준비 끝에 2008년 초 발효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체제는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대응 노력의 결실로서, 향후 20~30년 동안 인류의 생활양식이나 기업의 사업구조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미래 트렌드와 기술진화의 핵심 테마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향후 10~20년 동안 한국경제의 지속성장과 선진화를 이끌어갈 주력산업의 큰 그림(big picture)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범주로 구성해 볼 수 있다.
 
 
  ◈ 기존 주력제조업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친환경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그린에너지 엑스포’에서 수소연료전지자동차를 살펴보는 시민들.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반도체 및 가전), 석유화학, 기계, 섬유 등 기존 주력산업의 영역에서 고부가가치 분야로의 구조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산업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 수위의 기술 및 마케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이면서, 동시에 인류의 삶과 산업발전에 긴요한 필수재 산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분야이다.
 
  관련 기술 및 소재의 지속적인 혁신과 더불어 20년 후인 2030년대에도 여전히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2007년의 경우 자동차, 전자, 철강, 조선 등 8대 주력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78%, 고용의 45%를 차지했다.
 
  때문에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을 위해서는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은 다양한 미래 트렌드 출현과 기술진화를 기반으로 기존 주력산업군에서 제품의 기능적 편의성과 경제성, 친환경성 등 부가가치를 고도화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정부가 2008년 9월 선정한 22개 신성장동력 산업을 보면, 수송시스템 부문에서 고부가가치 선박해양 시스템과 친환경 그린카(Green car), IT 부문에서 차세대형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무선통신(휴대폰) 등이 지정됐다. 이 분야에서 향후 정부 관련 부처 및 연구기관, 해당 기업들의 집중적인 R&D투자와 신제품 개발이 기대된다.
 
  이밖에 철강, 석유화학, 기계, 섬유 등 전통적인 주력산업 분야도 기능성, 친환경성, 감성가치 등의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다면, 미래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갈 주력산업으로서 여전히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래형 전략산업군
 
  새로운 시장수요와 신기술에 기초한 미래형 전략산업군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및 에너지, 바이오신약, 의료기기, 메카트로닉스(지능형 로봇), 해양 및 우주항공 등이 대표적인 분야다. 이 분야 산업은 글로벌화, 고령화, 자원환경 이슈의 부상 등과 더불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미래 전략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22개 신성장동력에 태양전지, 연료전지, 원전 플랜트, 해양 바이오 연료, 로봇, 바이오 신약 및 의료기기 등을 선정했다.
 
  이들 분야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진에 의한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글로벌 최고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정부와 민간부문의 투자를 통해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해야 할 분야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응용 및 상업화 기술에 탁월한 역량을 보여 온 우리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들 미래형 전략산업 분야에서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처럼 20년 후 한국을 먹여 살릴 대박 상품이 다수 출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이들 분야의 향후 성장에는 정부의 규제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및 풍력발전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분야나 에너지 효율 제고, 탄소감축 등 환경산업 분야 등의 경우 관련 부품 및 소재 분야의 성장 및 수출품목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전력가격 산정이나 탄소배출 규제 측면에서 정부가 소극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국내수요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향후 녹색성장 비전의 구체화와 더불어 관련분야의 본격적인 성장 모멘텀이 조속히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2007년 4월 경북 문경시에 완공된 태양광발전소.
 
  ◈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군
 
  서비스 분야는 국가경제를 이끄는 주력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풍부한 양질의 고학력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갖고 있다. 21세기 지식경제시대에는 손끝이 아니라 사람의 머리가 고부가가치의 원천이다.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서비스업의 고도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2030년에는 소프트웨어, 콘텐츠, 방송통신 미디어, 비즈니스 서비스, 라이프(Life) 서비스 등과 같은 미래 트렌드 기반 서비스업이 크게 성장하여 한국경제의 성장과 고용을 지탱하는 기간산업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인간의 삶을 더욱 즐겁고 편리하며 풍요롭고 안전하게 하는 역할을 맡을 소프트웨어, 콘텐츠, 방송통신 미디어 산업 등은 이미 전세계를 휩쓴 韓流(한류)문화 트렌드, 세계최고의 정보통신 인프라 등으로 그 잠재적 가능성을 입증했다.
 
  우리가 가진 풍부한 IT 기술역량과 문화적 역량, 신세대의 창의적 상상력 등을 잘 결합할 경우 우리는 미국(영화산업)이나 일본(게임산업)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수준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기업 비즈니스와 관련된 법률회계, 디자인, 엔지니어링 등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와 고령화 및 삶의 질 중시 트렌드를 반영한 의료(헬스 캐어), 복합 리조트와 테마파크 등 개인밀착형 서비스(라이프 서비스)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멀지 않은 장래에 국내뿐만 아니라 향후 급속한 소득증가와 고령화가 예상되는 일본, 중국, 동남아, 중동 등지의 수요를 대거 흡수하면서 소득과 일자리 창출에 큰 몫을 하는 효자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 똑똑하고 강한 산업大國
 
  대한민국의 주력산업은 1960년대 섬유, 신발, 목재 등 경공업에서, 1970~80년대 전자, 석유화학, 기계, 철강, 조선 등 중화학공업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자동차, 반도체, 정보통신 등으로 빠르게 진화해 왔다.
 
  이렇다 할 자원이나 자본, 기술 없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 세계 제11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 오늘날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휴대폰, 디스플레이, 정보통신 등 수많은 분야에서 세계 유수의 선진기업들을 제치고 제조능력이나 기술면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한국 산업의 저력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세계 2차대전 후 비슷한 시기에 신생독립국으로 출발한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의 수많은 나라들이 아직도 빈곤과 기아의 정치경제적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공과 정치적 민주화는 세계사적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사건이다. 정치 경제 지도자들의 미래를 보는 혜안과 탁견, 그리고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그 해답이다.
 
  지난 1970~80년대 한국의 빈약한 기술과 취약한 자본 수준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제로라는 전 세계 산업계의 비웃음을 등뒤로 하고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에 과감하게 집중 투자했던 당시 기업인들이야말로 슘페터가 말한 ‘혁신(innovation)’의 진정한 의미를 행동으로 실천해 보여준 혁명가들이었다.
 
  21세기를 주도할 젊고 도전적인 기업인들이 더 많이 등장해 지금 우리가 가진 세계 최고수준의 제조업 경쟁력(hardware)과 IT 역량, 신세대적인 창의성과 아이디어, 문화적 감수성(software)을 잘 결합하고 키워나간다면, 2030년 대한민국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잘 어우러진 ‘똑똑하고 강한(smart & strong)’ 산업 대국이 될 수 있다.⊙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