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정보실·수사단·과학수사연구소·전사망민원조사단 등으로 구성
⊙ 防産비리·성폭력 사건·사이버테러 등 중요범죄 예방과 수사, 병영생활 고충상담까지 담당
⊙ 국방헬프콜센터 ☎1303 운영… 전문 여성상담관 24시간 교대근무,
범죄신고時 보상금 최고 5000만원 지급
⊙ 防産비리·성폭력 사건·사이버테러 등 중요범죄 예방과 수사, 병영생활 고충상담까지 담당
⊙ 국방헬프콜센터 ☎1303 운영… 전문 여성상담관 24시간 교대근무,
범죄신고時 보상금 최고 5000만원 지급
서울 용산 삼각지에서 이태원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른편에 국방부 청사가 있고 그 옆에 ‘국방헬프콜 ☎1303’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힌 7층짜리 회색 건물이 있다. 홍보 문구에는 조명 장치가 설치돼 있어 이 건물은 저녁에 더욱 빛난다. 국방 관련 콜센터인가 싶겠지만, 군(軍) 최고 수사기관인 국방부조사본부 청사(廳舍)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국방부조사본부(이하 조사본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의 수사 핵심 주체였고, 지난해에는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수사를 맡았었다.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최근 이곳을 두 차례 들렀다. 1953년 헌병총사령부(서울 필동 소재)에서 출발한 국방부조사본부는 1960년 국방부 합동조사대, 1970년 국방부 조사대, 1990년 국방부 합동조사단 등으로 변경됐다가 2006년 국방부조사본부로 확대·개편됐다. 기존의 국방부 합동조사단, 과학수사연구소, 사망사고민원조사단을 통합한 것이다.
조사본부는 국방부 직할부대의 범죄수사와 예방, 국방장관 하명사건 조사, 2개 군 이상 관련된 범죄수사, 군내 사망사고에 관한 조사, 감정 및 과학수사 지원 등을 맡고 있다. 특히 육·해·공군·헌병실(단)로부터 보고받는 중요사건에 대해 지도·감독하고, 방위사업 비리와 군내(軍內) 중요 성폭력 사건 수사도 담당한다. 조사본부는 육·해·공군헌병 합동근무 체제로 운영된다. 구용성 국방부조사본부 공보장교는 “군 관련 중요 사건·사고 전부가 조사본부 업무 영역이며 조사본부장은 헌병 병과의 국군 최고 수장(首長)”이라고 했다. 기소권은 군 검찰이 갖고 있지만 군 관련 사건에 대해 상당한 수사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조사본부는 군 범죄자 수형시설인 국군교도소를 예하 부대로 두고 있다.
“국민이 수사결과 신뢰하지 않을 때 가슴 아파”

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당일에도 ‘인터뷰룸’이라 불리는 취조실(取調室)에서 방위사업 비리 조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조사 중인 사안을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는 관계자의 말에 따라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었다. 3~4평 규모의 인터뷰룸은 증거 확보와 피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전 시간 영상 녹화가 이뤄진다고 한다.
김상용 조사본부 수사지도과장의 말이다.
“같은 군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군인이 연루된 방위사업 비리는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비리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최고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군 최고 수사기관인 국방부조사본부 요원들은 비리 사건을 철저히 수사, 더 이상 관련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합니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비리나 성폭력 사건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방위사업 비리나 성폭력 사건들이 최근 언론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관련 사건이 갑자기 증가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군 조직문화가 과거에 비해 투명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가려지고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들이 이제는 외부에 완벽히 공개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은폐되거나 사건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사본부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수사요원들은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조사본부 산하 수사단에는 4개의 수사대가 있습니다. 개별 수사대가 맡는 영역은 서로 다릅니다. 수사관들은 현직 군인과 군무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분야별로 특화한 요원들입니다.”
—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수사관을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전문화 교육이 있습니다. 외부 수사기관과의 유기적 협조도 이뤄집니다. 분야별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특별교육도 실시합니다. 신종범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대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애로사항은 없나요.
“어떤 사건이 장기화하거나 원하는 만큼의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가장 힘들지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소명의식을 갖고 수사에 임했지만 국민이 수사결과를 신뢰하지 않을 때 가슴이 가장 아픕니다. 과거의 잘못된 수사관행들이 국민의 뇌리에 남아 있어서 그런 점도 없지 않겠지만 이것 역시 수사관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윤 일병 사건으로 곤욕 치른 軍
국방부조사본부는 작년 육군 28사단 소속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때 곤욕을 치렀다. 윤 일병 사망 직후 28사단 헌병대로부터 수사보고를 받았지만 이를 국방장관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고현주 수사관(공군 소령)은 “윤 일병 사망 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더 이상 군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있고, 유사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일병 사건 이후 국방부는 군 인권교육체계 수립, 국방인권모니터단 운영 등을 반영한 ‘군 인권업무 훈령’을 전면 개정했다. 군 인권업무 훈령의 주요 내용으로는 국방인권협의회 운영 근거 마련, 대대급 이상 부대 인권교관 임명, 사단급 이상 부대 인권상담관 임명 등이 있다.
국방부조사본부는 작년 12월 기존의 병영생활고충·군범죄 신고전화였던 ‘국방헬프콜’을 ‘국방헬프콜센터’로 확대·개편했다. 관리자와 상담관을 증원하고, 전화회선도 늘려 365일 24시간 체제로 바꿨다. 윤 일병 사건 이후 상담·신고 전화가 하루 평균 100여 건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정선모 국방헬프콜센터장의 말이다.
“우리 병영도 많이 변해야 하고, 현재 많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민이 더욱 신뢰하는 열린 병영이 되기 위해서는 소통, 즉 상담창구의 활성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군 특성상 병사들이 자신의 지휘계통을 통해 애로사항을 호소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차원에서 국방헬프콜을 ‘국방헬프콜센터’로 확대·개편한 것입니다. 국방헬프콜센터에서는 각 부대 지휘관과 연계해 병사들의 실질적인 고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일부터는 현역 장병뿐만 아니라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요원)에 대한 심리·정서 상담도 맡고 있습니다.”
정선모 센터장의 얘기처럼, 현역 장병이 자기가 근무하는 부대의 왜곡된 병영문화와 비리를 신고한다는 것은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일부 병사들이 국방헬프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해당 부대 지휘관이 어떤 병사가 신고전화를 했는지 은밀히 파악하려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일부 부대 지휘관(간부)의 경우, 국방헬프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이도 없지 않다고 한다. 정 센터장은 “이런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상담자, 범죄 신고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부대의 지휘관이 제보자의 신원을 알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고 전했다.
범죄정보실의 선제적 정보수집 활동
국방부조사본부가 범죄 사건을 담당하는 군 최고 수사기관이지만 범죄 예방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조사본부가 국방헬프콜센터를 통해 군범죄 신고전화를 받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예방 차원에서 실시한다. 국방헬프콜센터가 조사본부 산하 범죄정보실 소속으로 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범죄정보실은 범죄정보의 선제적 수집 활동으로 국방 주요 사업의 비리·부조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요 국방정책이 추진될 때는 대(對)국민 갈등 요인을 조기에 파악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범죄정보실 관계자의 말이다.
“하인리히 1:29:300 법칙에 따르면, 1건의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건의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29건의 작은 사고가 있기 전에는 300개의 징후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징후를 포착한다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범죄정보실 정보요원들은 국방부 직할 부대를 비롯해 방위사업청 등 주요 기관을 방문하고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각종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있습니다. 주요 방위사업 비리 등 언론에 공개된 여러 사건 중에는 우리 정보요원들의 첩보를 토대로 이뤄진 것들이 다수 있습니다.”
범죄 예방 활동은 조사본부 산하 수사단도 중요 업무로 취급하고 있다. 김상용 수사지도과장은 “찾아가는 현장 위주의 예방 활동을 연중 실시하고 있으며, 최신 범죄 유형과 시기별 취약 범죄에 대해 부대 지휘관이 사전 인지할 수 있도록 지휘참고자료를 작성,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조사본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민군(民軍)합동조사단을 구성,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문으로 작성한 ‘천안함 피격 사건 합동조사 결과’는 유엔(UN)안보리 규탄 성명의 근거자료가 됐다. 합동조사단에 참여했던 이재화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감정지도평가과장의 얘기다.
“천안함 폭침은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사건 초기에는 북한 소행임을 입증할 증거물이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사건 발생 50일이 지난, 2010년 5월 16일 쌍끌이 어선을 통해 북한 어뢰 추진체(CHT-02D)를 사건 해역(海域)에서 수거했습니다. 바다에서 건져 낸 추진체가 북한이 사용하는 어뢰 부품이고, 추진체에 남아 있던 화약 성분이 천안함 선체에 묻은 것과 동일하며, 추진체에 적혀 있는 숫자 ‘1번’의 필체 또한 북한의 것이라는 사실 등을 규명해 냈습니다. 이외에도 구체적인 증거를 다수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북한 소행을 인정하지 않고 각종 음해와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이는 천안함 장병 유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임은 물론이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입니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北의 사이버테러도 搜査
조사본부에는 군 사이버 범죄를 수사하는 ‘사이버수사대’가 있다. 사이버테러수사팀, 디지털포렌식팀, 사이버군기강 순찰팀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사이버전(戰)을 맡고 있는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매일 모니터링한 사안들 중 범죄 혐의가 짙은 것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
기자는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사이버수사대 상황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자 현황판과 컴퓨터 화면에는 유관 기관들끼리 주고받는 각종 정보가 실시간 전송되고 있었다. 진영우 사이버수사대장(공군 중령)의 말이다.
“국내 사이버 범죄뿐만 아니라 북한에 의한 사이버 테러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해킹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우리 국방부 홈페이지 등 군 관련 주요 인터넷망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인터넷망을 다운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국방 기밀 자료와 군 주요 인사들의 개인 정보도 빼내려 하고 있습니다. IP주소를 추적해 보면 최종 종착점은 대부분 중국 서버입니다. 이 때문에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는 없지만 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지속적으로 대응책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이버수사대가 범죄 혐의를 적발, 처벌한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최근 사례로는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의혹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군의 선거 개입 여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입체적으로 조사를 벌였습니다. 현역 간부가 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이메일을 해킹한 사건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군에서 발생한 각종 범죄 수사 시 컴퓨터·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器機)를 대상으로 전문화한 포렌식 기법을 통해 결정적인 범죄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범죄가 더욱 다양화하고 있는데 어떤 대응 방안을 갖고 있습니까.
“결국 사람 문제입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사이버 사건 수사는 해당 요원의 능력이 아주 중요합니다. 수사 인력의 전문화와 과학화한 수사 체계 구축이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내외 실무 위탁교육을 꾸준히 하고 전문 자격 취득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 장비의 발전 추이에 부합하는 사이버테러 범죄 수사 체계도 새롭게 마련하고 있습니다.”
모든 범죄는 현장에 증거를 남긴다. 수사관은 이 물증을 찾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과학적 수사 기법에 의한 증거 수집은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국방부조사본부는 군범죄에 특화한 과학수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기자는 조사본부 청사 지하에 있는 총기탄약실험실에 들어가 봤다. 총기를 사용한 범죄 현장을 복원하는 데 필수적인 시설물이라고 한다. 현장에서 수거한 탄환, 탄피 등을 토대로 ‘범죄의 재구성’을 써 가는 것이다. 이곳 외에 유전자검사실, 뇌파검사실 등 여러 곳을 들렀다.
유전자과·범죄심리과·총기흔적과 등 첨단과학을 기반으로 한 과학수사연구소는 부검·인체조직검사, 범죄용의자 염색체(DNA) 검사, 6·25 전사자 유해 신원 확인, 거짓말탐지검사 및 뇌파검사, 진술·행동분석 및 자살자 심리부검, CCTV 영상 분석과 3D 현장 재현, 탄환탄피검사 및 뇌관·추진체 화약검사, 필적·지문감정, 약독물 등 화학감정 등을 맡고 있다. 과학수사연구소는 2009년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으로부터 인정서를 획득할 만큼 국제적으로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이재화 감정지도평가과장의 말이다.
“우리 연구소는 유전자 분야와 총기 분야, 거짓말탐지검사 등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들에 의해 삼호 쥬얼리호가 납치된 사건을 잘 아실 겁니다. 당시 석해균 선장이 총상을 입었는데 그의 몸에서 나온 파편이 우리 해군이 사용한 MP5 소총탄임을 확인, 아덴만 여명작전을 재구성하는 데 있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유전자 분석과 관련해서는 작년부터 국산 유전자형 분석키트의 유효성 검증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軍범죄에 특화한 과학수사연구소
과학수사연구소의 거짓말탐지검사 능력은 타 수사기관에 비해 뛰어나다고 한다. 역사도 가장 길다. 1960년 국내 최초로 거짓말탐지기를 도입한 곳이 바로 국방부 합동조사대(국방부조사본부 전신)였다. 과학수사연구소는 탐지기 도입 초기부터 경찰, 검찰, 국정원 소속의 거짓말탐지검사관들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과학수사연구소는 최근 영상분석 기법을 통해 6·25 참전 유가족의 민원을 해결해 주기도 했다. 그 밖에 휴가에서 복귀(復歸) 중이던 병사가 갑자기 구토를 하며 사망하자 약독물 검사를 통해 농약 성분을 검출, 사건을 해결하기도 했고 최근 휴가 나온 병사가 자신의 어머니 머리를 쇠망치로 수십 차례 가격해 살해한 사건에서도 DNA 분석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 검거하는 데 기여했다. 과학수사연구소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보내 오는 국군 유해 시료에 대한 DNA 검사를 실시, 유가족을 찾아주는 업무도 맡고 있다.
국방부조사본부에는 전사망민원조사단이 있다. 국군 창설 이후 현재까지 군에서 발생한 사망 민원 사건에 대해 재(再)조사하는 곳이다. 전사망민원조사단에 근무하는 이전행 군무원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건·사고가 적지 않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비통하기 그지없는 일이고, 같이 근무했던 동료 선후배 입장에서도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근래에 발생한 사건·사고는 원인 규명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오래된 사건의 경우 실체적 진실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유가족께서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 용산 삼각지에 있는 국방부조사본부 사람들은 오늘을 살면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껴안고 있다. 한강, 서울역 그리고 이태원 세 방향을 향한다고 해서 삼각지(三角地)라 불린 것처럼. 1950년 6·25 전사자의 유해 DNA 조사부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군 내부의 각종 범죄들, 그리고 언젠가는 북한 김정은과 군부(軍部)가 저지른 반(反)인륜범죄 행위까지 수사할 때가 올 것이다.
국방부조사본부 청사의 불빛은 지금도 꺼지지 않고 있다.⊙
[미니인터뷰] 국방부조사본부장 이종협
“신뢰받는 조사본부 만들겠다”
이종협(李鐘協·육사42기·육군 준장) 국방부조사본부장은 육군수사단 범죄정보분석실장, 국방부조사본부 범죄정보분석과장, 1군단 헌병대장,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장, 국방부조사본부 범죄정보실장 등을 지낸 수사정보통이다. 작년 조사본부 범죄정보실장(대령)으로 있다가 준장으로 진급, 조사본부장이 됐다. 전군(全軍) 통틀어 헌병 병과에서 최고 위치에 있다.
—최근 군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연이어 발생하는 각종 방산 및 군납 비리 사건으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되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헌병 병과 조직에 요구하는 바가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흡해 보일 수 있겠지만 군 기강을 더욱 확립하고, 군 관련 범죄와 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수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 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산 비리 사건이 늘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봅니까.
“과거에 비해 군 내·외부 상황이 투명해지고 제보가 늘어나 방산 비리가 수사기관에 많이 적발되고 있습니다. 범죄는 예고하고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방을 통해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다고 봅니다. 범죄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해 방산·군납 비리, 병영 악습 등 군내 암적인 요소들을 발본색원할 것입니다. 또 사건이 발생하면 끝까지 뿌리 뽑아 진실을 규명해 나가겠습니다.”
—최근 들어 성폭력 사건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성폭력 범죄 수사전담팀을 만들어 강력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수사요원들에게는 한 차원 높은 도덕성을 갖추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끊임없는 자기혁신도 주문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방장관이 조사본부에 하명 또는 강조한 사항이 있습니까.
“장관께서 지난 4월 7일 전군(全軍) 검찰관 및 헌병수사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엄정한 법 집행이 최선의 예방이라는 인식하에 모든 기관, 모든 인원을 대상으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일체의 온정주의를 배제해 법이 허용하는 최대의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를 위해 외부기관·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고, 군 검찰 등 관련 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해 수사의 투명성을 한층 높일 것입니다. 수사관 교육제도와 선발제도를 대폭 개선해 범죄수사의 전문성을 세계 최고로 만들고자 합니다.”
—국내 타(他) 수사기관, 외국군(外國軍) 수사기관 등과 교류를 많이 해 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과 비교할 때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경찰, 검찰 등 국내 타 수사기관은 물론 미군(美軍) 헌병과 수사 공조체제 유지 등 지속적인 업무 협력을 해 오며 상당한 역량을 키웠습니다. 수사 시스템과 보유 장비, 과학수사 기술력 등에서는 최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국방헬프콜센터의 확대·개편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요.
“하나의 전화번호로 통합하기 전에는 각 군별로 번호가 모두 달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담이나 신고가 제대로 될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장병들이 가지고 있는 병영 고충, 마음의 목소리를 들어줄 소통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 왔습니다. 조사본부 범죄정보실장으로 있을 때 국방헬프콜을 개설・운영했으며, 작년 다시 대폭 확대했습니다. 군내 최고의 고충처리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헌병 병과 최고 수장입니다. 조사본부장으로서 재임 기간 동안 조사본부를 어떻게 운영할 계획입니까.
“부대훈(部隊訓)대로 할 것입니다. ‘진실을 추구하고 인권을 보호’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사기관이 지향해야 할 근본적이고 핵심적 사명인 진실(眞實)을 추구하고, 수사 활동에 있어 국민과 군의 인권(人權)을 보호해 신뢰받는 조사본부를 만들겠습니다.”⊙

조사본부는 국방부 직할부대의 범죄수사와 예방, 국방장관 하명사건 조사, 2개 군 이상 관련된 범죄수사, 군내 사망사고에 관한 조사, 감정 및 과학수사 지원 등을 맡고 있다. 특히 육·해·공군·헌병실(단)로부터 보고받는 중요사건에 대해 지도·감독하고, 방위사업 비리와 군내(軍內) 중요 성폭력 사건 수사도 담당한다. 조사본부는 육·해·공군헌병 합동근무 체제로 운영된다. 구용성 국방부조사본부 공보장교는 “군 관련 중요 사건·사고 전부가 조사본부 업무 영역이며 조사본부장은 헌병 병과의 국군 최고 수장(首長)”이라고 했다. 기소권은 군 검찰이 갖고 있지만 군 관련 사건에 대해 상당한 수사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조사본부는 군 범죄자 수형시설인 국군교도소를 예하 부대로 두고 있다.
“국민이 수사결과 신뢰하지 않을 때 가슴 아파”

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당일에도 ‘인터뷰룸’이라 불리는 취조실(取調室)에서 방위사업 비리 조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조사 중인 사안을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는 관계자의 말에 따라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었다. 3~4평 규모의 인터뷰룸은 증거 확보와 피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전 시간 영상 녹화가 이뤄진다고 한다.
김상용 조사본부 수사지도과장의 말이다.
“같은 군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군인이 연루된 방위사업 비리는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비리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최고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군 최고 수사기관인 국방부조사본부 요원들은 비리 사건을 철저히 수사, 더 이상 관련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합니다.”

“방위사업 비리나 성폭력 사건들이 최근 언론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관련 사건이 갑자기 증가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군 조직문화가 과거에 비해 투명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가려지고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들이 이제는 외부에 완벽히 공개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은폐되거나 사건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사본부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수사요원들은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조사본부 산하 수사단에는 4개의 수사대가 있습니다. 개별 수사대가 맡는 영역은 서로 다릅니다. 수사관들은 현직 군인과 군무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분야별로 특화한 요원들입니다.”
—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수사관을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전문화 교육이 있습니다. 외부 수사기관과의 유기적 협조도 이뤄집니다. 분야별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특별교육도 실시합니다. 신종범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대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애로사항은 없나요.
“어떤 사건이 장기화하거나 원하는 만큼의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가장 힘들지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소명의식을 갖고 수사에 임했지만 국민이 수사결과를 신뢰하지 않을 때 가슴이 가장 아픕니다. 과거의 잘못된 수사관행들이 국민의 뇌리에 남아 있어서 그런 점도 없지 않겠지만 이것 역시 수사관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윤 일병 사건으로 곤욕 치른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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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당일 ‘인터뷰룸’이라 불리는 취조실에서 방위사업 비리 관련 조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
고현주 수사관(공군 소령)은 “윤 일병 사망 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더 이상 군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있고, 유사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일병 사건 이후 국방부는 군 인권교육체계 수립, 국방인권모니터단 운영 등을 반영한 ‘군 인권업무 훈령’을 전면 개정했다. 군 인권업무 훈령의 주요 내용으로는 국방인권협의회 운영 근거 마련, 대대급 이상 부대 인권교관 임명, 사단급 이상 부대 인권상담관 임명 등이 있다.
국방부조사본부는 작년 12월 기존의 병영생활고충·군범죄 신고전화였던 ‘국방헬프콜’을 ‘국방헬프콜센터’로 확대·개편했다. 관리자와 상담관을 증원하고, 전화회선도 늘려 365일 24시간 체제로 바꿨다. 윤 일병 사건 이후 상담·신고 전화가 하루 평균 100여 건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정선모 국방헬프콜센터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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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모 국방헬프콜센터장. |
정선모 센터장의 얘기처럼, 현역 장병이 자기가 근무하는 부대의 왜곡된 병영문화와 비리를 신고한다는 것은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일부 병사들이 국방헬프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해당 부대 지휘관이 어떤 병사가 신고전화를 했는지 은밀히 파악하려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일부 부대 지휘관(간부)의 경우, 국방헬프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이도 없지 않다고 한다. 정 센터장은 “이런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상담자, 범죄 신고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부대의 지휘관이 제보자의 신원을 알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고 전했다.
범죄정보실의 선제적 정보수집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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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본부 사이버수사대는 국방 사이버 테러 범죄를 수사한다.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테러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
범죄정보실은 범죄정보의 선제적 수집 활동으로 국방 주요 사업의 비리·부조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요 국방정책이 추진될 때는 대(對)국민 갈등 요인을 조기에 파악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범죄정보실 관계자의 말이다.
“하인리히 1:29:300 법칙에 따르면, 1건의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건의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29건의 작은 사고가 있기 전에는 300개의 징후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징후를 포착한다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범죄정보실 정보요원들은 국방부 직할 부대를 비롯해 방위사업청 등 주요 기관을 방문하고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각종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있습니다. 주요 방위사업 비리 등 언론에 공개된 여러 사건 중에는 우리 정보요원들의 첩보를 토대로 이뤄진 것들이 다수 있습니다.”
범죄 예방 활동은 조사본부 산하 수사단도 중요 업무로 취급하고 있다. 김상용 수사지도과장은 “찾아가는 현장 위주의 예방 활동을 연중 실시하고 있으며, 최신 범죄 유형과 시기별 취약 범죄에 대해 부대 지휘관이 사전 인지할 수 있도록 지휘참고자료를 작성,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조사본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민군(民軍)합동조사단을 구성,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문으로 작성한 ‘천안함 피격 사건 합동조사 결과’는 유엔(UN)안보리 규탄 성명의 근거자료가 됐다. 합동조사단에 참여했던 이재화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감정지도평가과장의 얘기다.
“천안함 폭침은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사건 초기에는 북한 소행임을 입증할 증거물이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사건 발생 50일이 지난, 2010년 5월 16일 쌍끌이 어선을 통해 북한 어뢰 추진체(CHT-02D)를 사건 해역(海域)에서 수거했습니다. 바다에서 건져 낸 추진체가 북한이 사용하는 어뢰 부품이고, 추진체에 남아 있던 화약 성분이 천안함 선체에 묻은 것과 동일하며, 추진체에 적혀 있는 숫자 ‘1번’의 필체 또한 북한의 것이라는 사실 등을 규명해 냈습니다. 이외에도 구체적인 증거를 다수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북한 소행을 인정하지 않고 각종 음해와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이는 천안함 장병 유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임은 물론이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입니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병영생활 고충상담·성폭력·방위사업 비리 신고전화 국방헬프콜센터 ☎1303
2013년 국방헬프콜 개소 이후 현재까지 3만여 건을 처리했다. 윤 일병 사건 이후 1일 평균 100여 건의 신고·상담 전화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이아람 국방헬프콜센터 상담관의 말이다. “지난 3월 ○○사단에 근무하던 K 일병의 어머니가 ‘아들이 우울증과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휴가 중에 집에서 타이레놀 100알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곧바로 119와 공조를 취해 K 일병의 신병을 확보, 마침내 귀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자살 시도 등 긴급 상담전화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경찰, 119, 해당 부대 등과 신속한 공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 상담관들은 병영생활에서 겪는 고충인지, 범죄신고인지, 긴급성을 요하는 것인지, 장기적 관찰이 필요한 것인지 등을 내용별로 분류한다. 병영 고충의 경우 일차적으로 상담자의 심리적 안정을 유도한다. 이후 원격상담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해당 부대 지휘관, 지역 상담관, 헌병·감찰 등 유관부서로 연계해 실질적인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범죄신고의 경우 조사본부 수사단이 즉각 사건을 접수, 수사에 착수한다. 이아람 상담관은 “이용자가 늘수록 상담이 아니라 군에 대한 분노, 비난 등 개인적인 감정을 상담관에게 표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열린 병영문화를 조성하는 데 작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
北의 사이버테러도 搜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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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조사본부에서 여성 수사관으로 근무하는 현역 군인ㆍ군무원. 왼쪽부터 송옥기 육군 상사, 고경화 군무원, 고현주 공군 소령. 최선아 군무원. |
기자는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사이버수사대 상황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자 현황판과 컴퓨터 화면에는 유관 기관들끼리 주고받는 각종 정보가 실시간 전송되고 있었다. 진영우 사이버수사대장(공군 중령)의 말이다.
“국내 사이버 범죄뿐만 아니라 북한에 의한 사이버 테러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해킹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우리 국방부 홈페이지 등 군 관련 주요 인터넷망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인터넷망을 다운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국방 기밀 자료와 군 주요 인사들의 개인 정보도 빼내려 하고 있습니다. IP주소를 추적해 보면 최종 종착점은 대부분 중국 서버입니다. 이 때문에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는 없지만 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지속적으로 대응책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이버수사대가 범죄 혐의를 적발, 처벌한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최근 사례로는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의혹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군의 선거 개입 여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입체적으로 조사를 벌였습니다. 현역 간부가 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이메일을 해킹한 사건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군에서 발생한 각종 범죄 수사 시 컴퓨터·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器機)를 대상으로 전문화한 포렌식 기법을 통해 결정적인 범죄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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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화 과학수사연구소 감정지도평가과장. |
“결국 사람 문제입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사이버 사건 수사는 해당 요원의 능력이 아주 중요합니다. 수사 인력의 전문화와 과학화한 수사 체계 구축이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내외 실무 위탁교육을 꾸준히 하고 전문 자격 취득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 장비의 발전 추이에 부합하는 사이버테러 범죄 수사 체계도 새롭게 마련하고 있습니다.”
모든 범죄는 현장에 증거를 남긴다. 수사관은 이 물증을 찾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과학적 수사 기법에 의한 증거 수집은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국방부조사본부는 군범죄에 특화한 과학수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기자는 조사본부 청사 지하에 있는 총기탄약실험실에 들어가 봤다. 총기를 사용한 범죄 현장을 복원하는 데 필수적인 시설물이라고 한다. 현장에서 수거한 탄환, 탄피 등을 토대로 ‘범죄의 재구성’을 써 가는 것이다. 이곳 외에 유전자검사실, 뇌파검사실 등 여러 곳을 들렀다.
유전자과·범죄심리과·총기흔적과 등 첨단과학을 기반으로 한 과학수사연구소는 부검·인체조직검사, 범죄용의자 염색체(DNA) 검사, 6·25 전사자 유해 신원 확인, 거짓말탐지검사 및 뇌파검사, 진술·행동분석 및 자살자 심리부검, CCTV 영상 분석과 3D 현장 재현, 탄환탄피검사 및 뇌관·추진체 화약검사, 필적·지문감정, 약독물 등 화학감정 등을 맡고 있다. 과학수사연구소는 2009년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으로부터 인정서를 획득할 만큼 국제적으로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이재화 감정지도평가과장의 말이다.
“우리 연구소는 유전자 분야와 총기 분야, 거짓말탐지검사 등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들에 의해 삼호 쥬얼리호가 납치된 사건을 잘 아실 겁니다. 당시 석해균 선장이 총상을 입었는데 그의 몸에서 나온 파편이 우리 해군이 사용한 MP5 소총탄임을 확인, 아덴만 여명작전을 재구성하는 데 있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유전자 분석과 관련해서는 작년부터 국산 유전자형 분석키트의 유효성 검증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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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본부는 국내 수사기관 중 가장 먼저 거짓말탐지기법을 도입했다(왼쪽).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는 총기, 탄환·탄피, 뇌관 및 추진체, 화약검사 분야에서 특화된 분석 능력을 갖고 있다(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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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연구소는 2009년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으로부터 인정서를 획득할 만큼 국제적으로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
국방부조사본부에는 전사망민원조사단이 있다. 국군 창설 이후 현재까지 군에서 발생한 사망 민원 사건에 대해 재(再)조사하는 곳이다. 전사망민원조사단에 근무하는 이전행 군무원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건·사고가 적지 않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비통하기 그지없는 일이고, 같이 근무했던 동료 선후배 입장에서도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근래에 발생한 사건·사고는 원인 규명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오래된 사건의 경우 실체적 진실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유가족께서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 용산 삼각지에 있는 국방부조사본부 사람들은 오늘을 살면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껴안고 있다. 한강, 서울역 그리고 이태원 세 방향을 향한다고 해서 삼각지(三角地)라 불린 것처럼. 1950년 6·25 전사자의 유해 DNA 조사부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군 내부의 각종 범죄들, 그리고 언젠가는 북한 김정은과 군부(軍部)가 저지른 반(反)인륜범죄 행위까지 수사할 때가 올 것이다.
국방부조사본부 청사의 불빛은 지금도 꺼지지 않고 있다.⊙
[미니인터뷰] 국방부조사본부장 이종협
“신뢰받는 조사본부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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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서경리 |
—최근 군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연이어 발생하는 각종 방산 및 군납 비리 사건으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되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헌병 병과 조직에 요구하는 바가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흡해 보일 수 있겠지만 군 기강을 더욱 확립하고, 군 관련 범죄와 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수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 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산 비리 사건이 늘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봅니까.
“과거에 비해 군 내·외부 상황이 투명해지고 제보가 늘어나 방산 비리가 수사기관에 많이 적발되고 있습니다. 범죄는 예고하고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방을 통해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다고 봅니다. 범죄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해 방산·군납 비리, 병영 악습 등 군내 암적인 요소들을 발본색원할 것입니다. 또 사건이 발생하면 끝까지 뿌리 뽑아 진실을 규명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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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생활 고충상담과 군범죄 신고를 받는 국방헬프콜센터는 범죄 예방 차원에서 대외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성폭력 범죄 수사전담팀을 만들어 강력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수사요원들에게는 한 차원 높은 도덕성을 갖추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끊임없는 자기혁신도 주문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방장관이 조사본부에 하명 또는 강조한 사항이 있습니까.
“장관께서 지난 4월 7일 전군(全軍) 검찰관 및 헌병수사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엄정한 법 집행이 최선의 예방이라는 인식하에 모든 기관, 모든 인원을 대상으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일체의 온정주의를 배제해 법이 허용하는 최대의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를 위해 외부기관·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고, 군 검찰 등 관련 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해 수사의 투명성을 한층 높일 것입니다. 수사관 교육제도와 선발제도를 대폭 개선해 범죄수사의 전문성을 세계 최고로 만들고자 합니다.”
—국내 타(他) 수사기관, 외국군(外國軍) 수사기관 등과 교류를 많이 해 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과 비교할 때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경찰, 검찰 등 국내 타 수사기관은 물론 미군(美軍) 헌병과 수사 공조체제 유지 등 지속적인 업무 협력을 해 오며 상당한 역량을 키웠습니다. 수사 시스템과 보유 장비, 과학수사 기술력 등에서는 최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국방헬프콜센터의 확대·개편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요.
“하나의 전화번호로 통합하기 전에는 각 군별로 번호가 모두 달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담이나 신고가 제대로 될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장병들이 가지고 있는 병영 고충, 마음의 목소리를 들어줄 소통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 왔습니다. 조사본부 범죄정보실장으로 있을 때 국방헬프콜을 개설・운영했으며, 작년 다시 대폭 확대했습니다. 군내 최고의 고충처리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헌병 병과 최고 수장입니다. 조사본부장으로서 재임 기간 동안 조사본부를 어떻게 운영할 계획입니까.
“부대훈(部隊訓)대로 할 것입니다. ‘진실을 추구하고 인권을 보호’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사기관이 지향해야 할 근본적이고 핵심적 사명인 진실(眞實)을 추구하고, 수사 활동에 있어 국민과 군의 인권(人權)을 보호해 신뢰받는 조사본부를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