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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바라보는 지방병원장 하충식의 격정 토로

“의대 증원은 의사 부족 해결할 마지막 기회”

글 : 오동룡  조선뉴스프레스 취재기획위원·군사전문기자  goms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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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증원’이 아니라 ‘복원’”
⊙ 창원서 4개 병상 산부인과로 시작… 한강 이남 최대 종합병원 ‘창원한마음병원’ 개원
⊙ 15년 전 언론 통해 의사 부족 이슈화
⊙ “2000년 당시 20개 노인요양병원이 현재 1400개… 5000명의 의사들 빠져나가”
⊙ “빅5 병원들, 기업형 병원 경영 문제 심각… 희소병이나 난치병 질환 연구에 힘써야”
⊙ “창원에 의과대학 반드시 들어와야… 지방 의대 출신의 성공스토리 만들겠다”
⊙ 지금까지 352억원 기부한 ‘기부왕’… 골프 안 치고 차는 15년 넘은 아반떼 몰아

河忠植
1960년생. 조선대 의과대학 졸업, 부산대 의과대학원 의학박사 / 대한산부인과학회 부이사장, 한국국제대학교 이사장, 한마음국제의료재단(창원한마음병원) 이사장 역임, 現 한마음국제의료재단 의장 / 제1회 정부포상 국민추천제 국민포장(2011), 국민훈장 동백장(2019)
하충식 한마음국제의료재단 의장
사진=창원한마음병원
  하충식(河忠植·64) 한마음국제의료재단 의장은 ‘의료계의 손정의(孫正義)’라 불릴 만큼 대한민국 의료계에서 신화를 창조한 인물이다. 그는 대한민국 병원 역사에서 가장 빠른 기간 내에 소형 병원을 대형 종합병원으로 성장시킨 ‘경영자’다. 1994년 병상 4개인 산부인과 병원을 열었고, 그해 창원고려병원을 인수해 창원한마음병원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하 의장의 한마음국제의료재단은 산하 한마음의료원 체제로 두 개의 병원(창원한마음병원, 상남한마음병원), 창원시에서 위탁받아 5년 연속 치매 환자 지원 사업에서 전국 1위를 한 마산시립요양병원, 의료 관광과 연계하기 위한 창원 유일의 특1급 그랜드머큐어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병상 가동률 98%
 
2021년 3월 개원한 창원한마음병원 전경. 경남도청 인근 창원중앙역에 위치한 약 1만여 평 부지에 세워진 창원한마음병원은 가용병상만 1008개에 달하는 경남권 의료의 중심이다. 사진=창원한마음병원
  1994년 개원한 창원한마음병원은 창원 봉곡동과 상남동을 거쳐 2021년 3월 2일, 사림동에 확장 이전 개원하면서 한강 이남 최대인 1008개 병상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 뇌·심장·중증 외상·암 등 중증질환에 관한 의료를 중심으로 급성장했으며, 특히 상급 종합병원에서도 하기 어려워하는 간 이식술 성공 등 높은 의료진 수준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현재 창원한마음병원 병상 가동률은 9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1절 날 찾은 경남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에 있는 창원한마음병원은 휴일이라 외래환자가 눈에 띄지 않았다. 오른쪽 가슴에 둥근 모양의 ‘주의 깊게 경청’ 배지를 단 하충식 의장은 손수 차가운 결명자차를 유리잔에 내오며 의장실 창밖에 펼쳐진 비음산(飛音山·510m) 줄기와 물향기공원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노적봉이 S자 모양으로 좌청룡·우백호를 형성하며 여성의 젖가슴처럼 쌍으로 솟아 있고, 가운데 안산(案山)이 영락없이 여성의 음순(陰脣)이고, 앞에는 호수가 있어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감아주고, 산·물·바람의 동거가 절묘하니 천하 길지(吉地)라고 해요. 하늘의 대문까지 땅으로 비추고 있어, 이곳에서 출산하면 태아가 좋은 기운을 받는 대명지(大名地)라고 합니다.”
 
  하충식 의장의 풍수(風水) 해설을 듣다 보니 그가 산부인과 의사라는 사실이 불현듯 떠올랐다. 하 의장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의대 증원을 이유로 한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생각을 꺼내 보였다. 창원한마음병원은 마침 오늘이 개원 30주년을 맞는 날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대표적 췌장, 담도질환 명의(名醫)로 꼽히는 김명환(金明煥) 간담도췌장센터장이 병원장으로,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의료 경영을 전공한 하 의장의 차남인 하창훈(河昌勳) 창원한마음병원 이사가 의료원장으로 취임한 날이었다.
 
 
  2008년부터 의사 부족 경고
 
  하 의장은 “2008년에 의사들이 보는 사이트 ‘메디게이트’에 ‘월급 2500만원을 줘도 의사를 못 구해 난리다. 의사 수가 절대 부족하다. 중소 병원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마라’는 기고를 했다”며 “그 당시도 의대 증원은 ‘금기어’였지만 그 글에 대해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 의장은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을 만나는 박완수(朴完洙) 경남지사에게도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의료파업 사태의 본질을 보고 잘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다.
 
  —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주장 사이에서 국민들은 혼란스럽습니다.
 
  “간단한 논리예요. 1998년 제주대 의대 설립 후 정원 동결은 고사하고 감소했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 때 정부는 대한의사협회를 달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매년 351명씩 줄였고, 이 바람에 24년간 약 7000명의 의사가 나오지 못했어요. 2035년까지 향후 10년간 동결되는 인원 3500명까지 합하면 1만 명이나 되는 의사가 ‘감소’한 상태에서 동결된 겁니다. 그럼 감소한 의사를 더 뽑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보건복지부가 추산해보니 2010~2018년 평균 진료량을 그대로 유지한다 쳐도 2035년이면 9654명, 많게는 1만4631명까지 의사가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어요.”
 

  — 정부가 2025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하고, 지역인재전형 비율도 60%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무려 19년 만의 감축된 정원의 ‘회복’입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오히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매년 351명씩 줄어든 인원을 생각하면, 이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는 불필요한 인원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의사 정원을 복원(復元)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죠.”
 
  — 일본도 최근 의대 정원을 1700명 이상 늘렸더군요. 초고령화가 심해질수록 의료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노인인구가 늘면 의료 수요는 당연히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는 이걸 외면하고 있습니다. 2000년 후 새로운 과(科)가 신설되고, 기존 과도 세분화(細分化)되면서 의사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고, 병원도 급증했고, 게다가 노인병원에서 약 5000명 이상의 의료 수요가 추가로 생기면서 ‘의료 대란’이 발생한 겁니다.”
 
 
  “노인요양병원은 ‘의사 블랙홀’”
 
  — 노인요양병원이 급격하게 늘면서 의사의 ‘돌발 수요’가 생긴 것이군요?
 
  “2000년 당시 20개에 불과했던 노인요양병원이 현재 1400개입니다. 노인요양병원이 블랙홀처럼 의사 5000명을 빨아들였습니다. 게다가 일반병원도 1000개에서 현재 4500개입니다. 20여 년 만에 4배 반이나 증가한 거죠. 노인인구가 늘면서 의료 수요 또한 늘었는데, 지금껏 7000명을 뽑지 못했으니 예견된 의료 대란이 일어난 겁니다. 이번에 증원된다 해도 의사 인력 양성에 남자는 15년, 여자는 10년 정도 걸립니다.”
 
  —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선진국 평균과 비교해 어떻습니까.
 
  “2021년 기준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OECD 선진국 평균은 3.7명이고, 우리는 2.1명(한의사 포함 2.6명)입니다. OECD 평균을 목표로 하면 당장 8만 명 이상 증원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회보험을 운영하는 국가, 예컨대 프랑스(3.2명), 독일(4.5명), 일본(2.6명)과 비교해도 의사가 적은 편이고, 민간 의료 시스템 중심인 미국(2.7명)과 비교해도 적은 편입니다. OECD 국가들은 의료 수요 대응을 위해 의사를 대폭 증원하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입니다. 이에 상응하게 우리 의료 환경도 선진화돼야 합니다.”
 
  — 해외의 경우 의대 증원 상황은 어떻습니까.
 
  “독일은 국민과 의사들의 박수를 받으며 의대 정원을 5000명이나 늘렸어요. 일본·미국·영국 등도 지난 20년간 의대 정원을 23~50%까지 늘렸지만, 변화하는 의료 현실을 우선 고려해 의사 단체가 전면에 나서거나 반발하지 않았습니다.”
 
 
  “약사도 엄청나게 부족”
 
  특히 우리나라 의료 시장 왜곡의 핵심 원인은 바로 ‘의사 수 부족 문제’와 ‘수도권-지역 의료 격차’라는 게 하 의장의 진단이다.
 
  — 지방병원의 의료 현장에 계신데 의사 부족을 몸소 느끼나요.
 
  “일부 필수 진료과는 직장인의 연봉에 해당하는 월 4000만~5000만원씩 줘도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지방 의료기관이 늘고 있으나 매년 같은 수의 의사가 배출되다 보니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합니다. 의사 정원이 부족하다 보니 필수 전문의 영입에도 어려움이 따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요.”
 
  — 연봉 6억에도 의사를 못 구한다고요?
 
  “절대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방증이죠. 개원뿐만 아니라 바이오, 신약 개발 등 의사가 역할을 해야 하는 부문들이 많아요. 이뿐만 아니라 전체 의사 수에서 여성 의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대학마다 5%에서 30~40%로 증가하면서 임신이나 육아로 인한 휴직으로 발생하는 진료 손실까지 생각하면 실제 수급할 수 있는 의사 수는 훨씬 더 줄어듭니다.”
 
  — 병원에 가보면 낯선 이름의 과도 있던데요, 과가 세분화되면서 의사 수요도 늘겠군요.
 
  “과거에는 없던 응급의학과, 재활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등 시대에 따른 신설 과가 등장하고, 기존의 과도 내과의 경우 호흡기내과, 순환기내과, 내분비내과 등으로 더욱 세분돼 의사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정원 감축에 따라 의사 수는 30여 년 전 수준으로 멈춰 있으니,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는 의사 구하는 게 일입니다.”
 
  — 얼마 전 야당 대표의 가덕도 피습 사건 때, 국내 최고 수준의 부산대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 의료 헬기로 서울대로 전원(轉院)했을 때도 논란이 있었습니다만, ‘진료 상경’은 심각한 수준 아닙니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한 환자는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지방병원 입장에선 위급 상황에서 의사를 찾아 헤매야 하는 지금의 현실 개선이 우선 시급합니다.”
 
  — 약사들은 부족하지 않습니까.
 
  “약사도 엄청나게 부족해요. 의약분업 때 2년간 신입생을 뽑지 않았습니다. 현재 전국 4500개 병원 중에서 약사 정원을 채우지 못한 병원이 90% 이상입니다. 의약분업 후 노인요양병원에서 1400명 이상 흡수해 극심한 약사 인력난에 빠진 거죠. 의대 증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약사 증원도 한시바삐 서둘러야 합니다.”
 
 
  “의대 정원은 의협과 논의 대상 아냐”
 
  — 의사들도 의대 증원이 이뤄지면 진료 부담이 줄어들어 좋은 것 아닌가요.
 
  “혼자 하던 것을 둘이 하면 당연히 환자들도 좋고 의사들의 삶도 좋아질 겁니다. 증원한다 하여 우려하는 대로 의사들의 수입이 반으로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의사들이 반대하는 속내는 로스쿨 제도로 변호사들이 양산된 것처럼, ‘희소성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느냐는 걱정도 있을 겁니다. 안타까운 것은 수련의의 경우, 주 80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겠다, 의사도 더 이상 뽑지 마라, 진료 지원(PA) 간호사도 우리 영역에 들이지 마라고 하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러다 보니 국민들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로 오해하는 겁니다.”
 
  — 특히 “의대 정원은 의사협회와 논의할 대상도 아니다”라고 하셨지요?
 
  “애초에 의사들을 달래려는 잘못된 정책이었던 만큼, 정부 의지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증원이 아니고 복원이기 때문입니다. 의약분업 시 밀실 야합으로 줄어든 7000명을 복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없습니다. 그리고 요양병원의 돌발 수요 5000명이 생겨났고, 병원이 2000년도 1000개에서 현재 4500개로 급격하게 늘어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금 당장 의대 정원을 복원해도 남자 신입생은 의사(전문의)가 되기까지 또 15년 남짓 걸립니다. 지금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파국으로 갈 겁니다.”
 
  — 의과대학에서 학생을 수용할 능력은 있습니까.
 
  “충분합니다. 1983년엔 서울대와 부산대, 그리고 일부 국립대 정원이 200명을 넘었어요. 그리고 독일은 한 학년에 400~500명인 의과대학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때도 재택으로 교육과 진료를 충분히 했습니다. 그리고 의과대학은 예과 과정이 있기 때문에 신입생 선발하고 2년 동안 교육 시설을 정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또한 첨단 IT 장비를 활용하면 국내 최고, 세계 최고 교수들에게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충식 의장은 “김정은(金禎殷) 서울대 의대 학장이 졸업식 축사에서 ‘사회적으로 의사가 숭고한 직업이 되려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직업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며 “의료 격차 해소와 지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이번 의대 증원 확대는 조속히 추진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빅5 병원, 기업형 병원 경영”
 
  하충식 의장은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성모 등 이른바 기업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빅(Big)5 병원 얘기를 꺼냈다. 하 의장은 “빅5가 희귀질환, 난치질환 등의 연구와 치료를 등한시하는 이런 행태가 우리나라 의료 선진화를 막고 있다”면서 “메이요클리닉 앨릭스의과대학(MCASOM)이나 존스홉킨스의과대학 등이 운영하는 세계적 수준의 병원들은 대부분 1000개 병상을 넘지 않고, 교육·연구에 힘쓰면서 의학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산과 삼성병원은 문제가 참 많습니다.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회장, 이병철(李秉喆) 삼성그룹 회장의 설립 취지는 지금의 이런 병원이 아니지 않습니까? 취약계층과 지역에 의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원래의 목표였죠. 그러다 지금은 국민이 키워줬음에도 병실 경쟁이나 하고, 재벌식 행태로 병원 경영을 하는데, 이건 설립 목적에 맞지 않습니다. 이 두 재벌 병원이 정말 숭고한 뜻이 있다면,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 병원을 설립했어야 해요.”
 
  하 의장은 “설사 두 재벌이 서울에 병원을 설립했다 하더라도 교육, 연구에 힘써 좋은 인력을 배출해 지방으로 보내 지방 의료를 살리는 데 일조를 했어야 하는데, 규모 경쟁만 부추겨 주위 대학병원들까지 규모 경쟁에 나서게 하는 바람에 모든 지방 환자를 서울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지방 의료를 황폐화시켰다”고 했다. 이어 “이전에는 지방에서도 암 수술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거의 대부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며 “수준이 떨어지니까 서울로 가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는데, 대한민국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대부분의 암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빅5 의사들의 행태도 꼬집었다.
 
  “갑상샘암과 유방암 수술까지 ‘수술 대기가 6개월 밀렸네, 1년이 밀렸네’ 하면서 ‘명의’ 행세를 하고 있어요. 그런 병들은 수술 후 생존율이 95~99%이고, 일반 개인병원이나 전문병원도 다 잘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직접 진료하지도 않고 아랫사람들을 시키면서 무게만 잡지요. 정말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은 희귀병이나 난치병 진료와 교육 연구에 힘쓰는 것인데, 그 사람들이 SCI 논문도 내지만, 실제 ‘피인용지수’는 얼마나 되겠어요? 일부 그런 의사들,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지방 의료를 황폐화시키고, 대한민국 의료를 그들이 망치고 있어요.”
 
 
  “병원, 지역 경제에 ‘낙수효과’ 커”
 
지난 3월 2일 하충식 의장을 비롯, 최경화 이사장, 하창훈 의료원장, 박인성 병원장이 상남한마음병원 리뉴얼 개원식에서 테이프를 커팅하고 있다. 한마음의료원은 창원한마음병원은 중증질환 중심으로, 상남한마음병원은 경증질환 중심으로 지역밀착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사진=창원한마음병원
  그는 기자가 ‘의료 상경’이란 말이 있다고 하자, “지방에서 올라가는 환자들에게 이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는 줄 아느냐”고 반문했다. 빅5 병원의 외래환자 절반 이상은 지방에서 올라가는 환자들이란 말이 있다.
 
  “어디서도 할 수 있는 걸 갖고 환자들 골병 들이고, 노인들이 새벽 6시에 아픈 몸 이끌고 눈 비비며 기차 타고 올라가고, 하루 종일 병원에서 시달리다 밤 10시에 귀가합니다. 오히려 의사들이 나서 ‘환자분 사시는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하셔도 충분합니다. 올라오지 마시고, 내려가세요’라고 해야 해요. 그렇게 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병원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 큽니다. 의료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실제 매출액의 50~70%는 인건비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낙수효과’가 큽니다. 지역 의료가 살아야 지역 경제도 삽니다.”
 
  하충식 의장은 1960년 경남 함양에서 양조장을 하던 하종현(河宗鉉) 선생의 4남 3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그는 “부족함 없이 자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는 고향을 떠나 명문 진주고를 나왔다. 당시 진주고는 한 해 200명 넘게 서울대생을 배출했다. 하 의장도 “진주고 입학했으니 서울대 가는 줄 알았다”고 했다.
 
 
  농대 가려다 의과대학으로
 
2009년 무렵 대한산부인과학회 부이사장을 지낸 하충식 의장이 태아를 안고 있다. 하 의장은 1993년 부산침례병원에서 전공의를 수료한 이후 30년간 산부인과 전문의로 진료를 했다. 사진=경남방송
  하 의장은 고1 때 사람들이 “너 뭐 될래” 물으면 막연하게 대관령에서 젖소 키우는 게 낭만적으로 보여 “농대 가겠다”고 선뜻 대답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하 의장의 형은 “야 이놈아! 흙 한 삽 뜰 때 하고 두 삽 뜰 때가 엄청 다르다.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아냐”며 불호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던 중 마침 작은아버지가 약국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이에 영향을 받아 최종적으로는 의대를 선택했다. 조선대 의대. 졸업 후 산부인과 의사가 됐다. 사실 지방대 의대에 진학한 기억은 그에게 영원한 콤플렉스다. 이런 콤플렉스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인도하는 에너지가 됐다. 그는 “지방대 출신도 열심히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충식은 해군 중위로 만기 전역한 뒤 1993년 부산침례병원에서 인턴과 전공의를 수료하고 부산대동병원에서 산부인과 과장을 지냈다. 그리고 부산의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연이어 취득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학벌 카르텔은 예상보다 심했다고 한다.
 
  — 어느 정도였나요.
 
  “의대를 졸업하고 보니 서울대, 연세대 출신들이 그들만의 상위 리그를 형성하고 있더군요. 좋은 대학 못 들어갔다고 평생 주홍글씨를 새기고 사는 게 너무 억울한 겁니다. 일류대를 나오지 않았어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만약 서울대, 연세대를 나왔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지요. 학력 콤플렉스가 저를 키운 셈입니다.”
 
  — 단지 좋은 의대를 나왔다고 진료를 잘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실력이 천양지차(天壤之差)가 됩니다. 예컨대 2024년 의사 국가고시에서 합격자 3045명(응시자 3231명) 가운데 순천향의대 출신이 전체 수석을 차지했고, 작년에는 부산대 의대에서 전국 수석을 했습니다. 제 모교도 전국 수석을 세 차례나 했습니다. 서울대 의대 출신은 100등 이내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맬컴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이 담긴 《아웃라이어(Outliers, 문외한)》에서 말하는 것처럼, 전국 의과대학에서 선두 그룹에 있는 사람들은 서울대 의대 중위권보다 실력이 더 좋습니다. 지금은 국가고시 성적이 그대로 발표되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어요. 전국 의과대학의 상위권은 서울대 중위권보다 훨씬 성적이 좋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의장님 정도면 이젠 충분히 극복한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 전체 의대 졸업생 중에서 병원 경영으로는 성공한 사람 중 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지만, 아쉬움은 많이 남습니다.”
 
 
  “노력해서 안 되는 게 어디 있냐는 말은 가장 건방진 소리”
 
  하 의장은 1994년 3월 창원고려병원 산부인과 의사로 들어갔다. 그해 9월 병원장이 하 의장에게 병원 인수를 권하자 즉시 수락했다고 한다. 당시 이 병원은 지상 6층, 120병상 규모에 직원이 100여 명이었다. 하 의장의 아버지는 1991년 결혼할 때 전세금 3000만원만 주었을 뿐, 인수 자금을 일절 도와주지 않았다. 그는 평일·휴일, 밤낮없이 일에 매진했다.
 
  하충식 의장은 병원 성공 비결에 대해 뜻밖에 “운이 좋았다”고 말해 기자를 의아하게 했다. 그는 “열심히만 해서는 이런 결과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열심히 하는 것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님을 살아보니 알게 됐다”고 했다. 성공을 하려면 노력이라는 필요조건에 운(運)이라는 충분조건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 의장은 “노력해서 안 되는 게 어디 있냐는 말을 가장 건방진 소리라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겸손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하 의장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운은 소아과 의사인 아내(최경화 한마음국제의료재단 이사장)를 만나 함께 진료하면서 병원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최경화(崔敬和·60) 이사장은 최근 병원과 호텔 경영에 전념하느라 진료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소아과 의사로 한창 진료할 땐 하루 300명을 볼 정도로, ‘전설’ 같은 외래환자 진료기록을 갖고 있다.
 
  하 의장은 창원고려병원을 사글세로 인수해 초기 개원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을 둘째 운, 1994년 3월 창원고려병원을 인수했을 때, 병원 바로 옆에 대형 병원이 들어설 예정이었는데, IMF 사태로 3년이나 건축이 중단되는 바람에 7년 동안 온전하게 병원을 경영할 수 있었던 것을 셋째 운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때 하루 최대 1만1200명 검사”
 
코로나19 사태 당시, 자동차를 탄 채로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받는 창원 시민들. 하루 최대 1만1200명의 검사기록을 내면서 기네스북에서 등재 요청을 하기도 했다. 사진=창원한마음병원
  네 번째 운은 현재 창원의 중심지인 KTX 창원중앙역 앞에 자리한 창원한마음병원 부지를 구한 것이다. 기존 상남동 병원 신축을 막고 KTX 창원중앙역 인근에 새 병원을 지어야 한다는 지인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부지가 원래는 백화점 부지였어요. 그런데 백화점 하려는 곳이 없다 보니 우리한테 기회가 온 거죠. 만약 이 부지를 구하지 못했더라면 저도 이런 일을 도모하지 못했을 겁니다. 창원에 8000평 이상 되는 단일 부지는 없어요. 또 이렇게 도로와 철도 접근성이나 풍수가 좋은 곳은 더더욱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게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일을 제대로 꾸며도 성사시키는 것은 하늘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2020년 신축 병원 이전 직전, 창원한마음병원은 코로나19로 병원을 통째로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동일집단격리)’를 당하면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코호트 격리의 어려움을 겪고 2021년 3월 신축 병원으로 이전 직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창원 최대의 병원인 우리 병원으로 검사 인원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병원은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질환자들의 치료가 가능한 양음압병실을 갖추고 있었어요. 만약 한마음병원이 상남동에 지어졌다면, 그 많은 검사 인원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당시 자동차를 탄 채로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 제도를 도입해 대표적인 신속 항원 검사 병원으로 알려졌고, 하루 최대 1만1200명의 검사기록을 내면서 ‘단위 기관, 단위 시간 내 가장 검사를 많이 한 기관’으로 기네스북에서 기네스 세계기록 등재 요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충식 의장 집무실 한쪽 벽에는 ‘늑대 정신·신화창조·인술 보국’이라고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인술 보국(仁術報國)’은 의술로 나라에 보답하겠다는 뜻이고, ‘늑대 정신’이 궁금했다.
 
  — 늑대 정신이란 뭔가요.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자서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늑대는 제일 약한 상대가 아닌 제일 강한 상대를 선택해 사냥하며, 한 마리로 안 되면 떼로 덤비고 상대가 지칠 때까지 싸웁니다. 전체가 똘똘 뭉쳐서 열정과 비전으로 몰아붙이면 언젠가 승리한다는 늑대 정신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빅5처럼 사자나 호랑이는 아니니까 늑대 정신이 필요한 거지요. 비주류로서 처절하게 싸워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 의장은 의장실 벽에 붙은 ‘세계적 수준의 아시아 의료 허브, 2030년, 3000개 병상’이라는 비전을 바라보며 “한마음 가족들은 이제 더 큰 꿈을 키워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창원한마음병원의 ‘Hi한마음’ 앱을 통해 병원 서비스를 24시간 편리하게 진료 예약부터 수납, 처방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호스피탈(Smart Hospital)’을 구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종합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로 대기 순서를 확인하는 서비스도 창원한마음병원이 세계 최초로 시행한 것”이라고 했다.
 
  — 이렇게 큰 병원을 만든 이유가 있나요.
 
  “제가 고향이 경남 함양인데, 아플 때 부산으로 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쉽게 말해 경남 사람들이 가까운 병원을 놔두고 굳이 부산으로 가는 것을 해결해주고 싶었습니다.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어 도민들에게 선물하고 싶었어요.”
 
  — 의료계에서는 ‘1000병상’이란 숫자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모든 진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을 의미해요. 현재 빅5 가운데 아산병원은 2700개 병상, 서울대병원은 1782개 병상, 서울성모병원은 1350개 병상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에 현대 의학이 들어온 지가 약 100년 정도 됩니다. 그 100년사에 드문 사례일 정도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창원한마음병원보다 큰 병원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병원들은 재벌 기업들이 세운 것이거나 아니면 2대, 3대에 걸쳐 세운 것들입니다. 당대에 평범한 의사가 맨손으로 시작해 1000개 병상 이상의 대형 병원을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세운 것은 제가 유일합니다. 그 정도로 한국 의료사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남아 6·25 참전국에 병원 설립 계획
 
  경남권 의료의 중심임을 자부하는 창원한마음병원은 약 1만여 평 부지에 지하 4층·지상 9층 규모에다 가용 병상만 1008개, 임직원 16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창원한마음병원은 3만 종의 최신 장비와 첨단 시설로 가득하다. 집단 중독 사고, 가스 폭발 사고, 화상 등 대규모 인명 재해 시에도 즉시 치료할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실, 뇌·심장질환자의 시술과 수술이 동시에 가능한 첨단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비롯해 경남 지역에서 충족하기 어려웠던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로봇수술실까지 갖추고 있다.
 
  하 의장은 “뇌, 심장, 중증 외상, 암 환자들이 인근의 부산이나 수도권까지 치료를 위해 원정 진료를 떠나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뇌, 심장, 중증 외상, 암을 중점으로 진료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성공 사례와 에너지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3000개 병상 규모로 병원을 더 키우겠다고 한다. ‘세계적 수준의 아시아 의료 허브’를 지향하는 만큼, 수도권을 포함해 대한민국 어디든 제2, 제3의 한마음병원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궁극적으로 하 원장은 100년 전 호주 선교사, 미국 선교사가 우리를 도와 세브란스병원이 탄생했듯, 국가를 대신해 가난한 동남아 국가에 병원과 의과대학을 세워주고 싶다고 했다. 하 의장은 “동남아 지역 6·25 참전국 가운데 한 나라를 선정해 1000억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병원을 세워주고 싶다”고 했다.
 
  — 창원한마음병원이 개원 후 본궤도에 오른 느낌입니다. 의료관광을 추진하실 계획은요.
 
  “창원한마음병원이 있는 이곳을 메디컬클러스터로 만들고 싶습니다. 먹자골목처럼 여기에 많은 병원이 들어와서 병원단지가 되는 것을 말하죠. 그렇게 될 경우, 병원 간에 경쟁과 협력이 이뤄져 창원의 의료 수준은 한 단계 높아질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태국의 범룽랏, 싱가포르의 래플즈병원처럼, 우리 병원이 보유한 그랜드머큐어호텔과 연계해 의료관광을 통해 국부(國富)를 창출하고 싶습니다.”
 
 
  창원중앙역으로 몰려드는 부산 환자들
 
하충식 의장이 직원들과 병원 근처에서 청소하는 모습. 병원 주변 청소는 하 의장이 1996년부터 2021년까지 25년간 빠짐없이 해오던 일이다. 한마음병원 청소 행사는 기네스북(한국기록원)에 ‘최장기간 단체환경미화 자원봉사’로 등재되었다. 사진=조선일보
  — 명품 진료를 위한 명의들을 영입할 계획은요?
 
  “창원한마음병원은 담도췌장 명의 김명환 소화기내과 교수, 간 이식 명의 주종우 간담췌외과 교수 영입으로 서울로 가지 않아도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웬만한 대학병원들도 못 하는 간 이식 수술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들 덕분에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옵니다. 수술이 10배가 늘었어요. 명의가 이래서 명의구나 생각했습니다. 왜 지방이라고 다들 안 된다고만 하십니까? 특히 부산에서 오시는 환자분들이 만세를 부릅니다. KTX 창원중앙역이 서울행 역이 아니라 경남 지역에서 창원한마음병원을 찾는 역이 됐습니다.”
 
  — 국내외 대학과의 공동 연구 활동도 하십니까.
 
  “2016년 한양대와 임상, 교육, 연구 분야 공동 진행 협약을 체결하고 한양대 전임교수를 비롯해 한양대 의료진 100여 명을 채용했습니다. 2021년 12월에는 포항공대와 100억원 약정을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과 의과학·의공학 분야 교육과 연구에 지원했습니다. 2022년 1월에는 부산대와 100억원 약정으로 인류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기금과 장학기금 지원을 협약했고요. 의료원장인 둘째 아들(하창훈)이 명문 의대인 존스홉킨스대 병원경영대학원과 경영대학을 마친 인연으로 존스홉킨스대의 한국인 교수들을 영입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의대에 목맨 사나이
 
  사람들 사이에서 하충식 의장은 ‘의대에 목을 맨 사나이’로 통한다. 1996년 새해 첫날 직원 신년 조례 때, 100개 병상에 불과한 봉곡동 한마음병원장이던 그는 “전국 도청 소재지에 의과대학이 없는 곳은 창원밖에 없다”며 “내가 의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경상남도와 창원시가 창원 의대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창원한마음병원 역시 1000개 병상 규모의 창원한마음병원을 교두보 삼아 의대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의과대학 설립에 대한 꿈을 꾸준히 키워온 하 의장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2008년 2월 무렵이다. 경남 진주 소재 한국국제대학교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이 대학에 의과대학을 설립하려고 동분서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의대 설립 추진은 아직 유효한가요.
 
  “이전에는 우리 병원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우선 창원에 의과대학이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4병상에서 이렇게 대형 병원으로 키워준 것은 경남도민과 창원 시민들입니다. 이분들의 숙원 사업인 의대를 유치해서 밀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창원에 의과대학을 설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나요.
 
  “1996년 1월 2일 당시, 전국에서 도청 소재지에 의대·치대·약대·한의대가 없는 유일한 지역이 창원이었습니다. 인구 154만 강원도에 의대가 4개나 있어요. 입학 정원은 267명이나 됩니다. 인구 180만 전북에도 2개 의대에 235명이나 되죠. 그러나 인구가 훨씬 더 많은 경남(340만 명)엔 의대 1개에 76명밖에 없습니다. 의료 격차도 문제지만, 이곳 사람들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예요. 지난 30년간 경남이 의대 유치에 실패한 이유는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창원에서 안 된 이유는 단 한 가지, 진주 경상대에 의대가 설립됐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에 만원만 쓴다”
 
  하충식 의장은 남에겐 넉넉하지만, 스스로에겐 지독한 구두쇠다. 그는 기자에게 “일주일에 만원만 쓴다”고 했다. 등산 가서 국수 한 그릇, 막걸리 한 잔 먹는 값이란다. 2009년부터 자가용으로 아반떼를 직접 몰고 다니는데, 그 전에 엑센트를 15년 동안 몰고 다니다 폐차한 뒤 바꾼 차다. 가끔 창원을 벗어나야 할 때는 병원장 차를 얻어 탄다고 한다. “사실 시내에서는 작은 차가 편하고, 주차하기도 좋죠. 누가 걷어차고 가도 별로 속상하지도 않고요.”
 
  하충식 의장은 옷도 아내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주는 것만 입는다. 술은 양조장집 아들답게 막걸리면 족하다. VVIP 골프권이 있지만 골프도 치지 않는다. 운동이래야 등산이 전부다. 그는 그것도 전국의 명산을 다니는 게 아니라 주말마다 30년째 똑같은 산을 오르고 있다. 혼자서 5시간 정도 걷는다. 하 의장은 “혼자서 숨을 헐떡거리며 걸으면 생각이 정리돼 좋다”며 “병원 경영에 대한 아이디어가 이때 떠오른다”고 했다.
 
  — 이 정도 위치라면 차도 좋은 것 타도 될 것 같은데요.
 
  “외제차 타고 트렁크에서 골프백 꺼내면서 직원들한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의료원장 아들에게도 ‘외제차에서 골프백 꺼내는 일은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이 대장정(大長征)에서 승리한 이유 중 하나가 마오쩌둥이 병사들과 똑같이 입고, 먹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재산이 거의 없습니다. 병원은 말 그대로 재단으로 제 개인 소유가 아니에요.”
 
  대학 시절 가수 윤수일과 닮은 외모 때문에 윤수일의 노래를 즐겨 부르곤 했다는 하충식 의장. 그는 직원들에게는 관대하다.
 
  “장기 근속할 때마다 동남아로 해외여행시켜주고요, 직계가족 건강검진도 해주니, 직원들이 무척 좋아하죠. 물론 직원 부모님과 자녀들도 함께 해외여행을 보냅니다. 나이 든 남자 직원 대부분이 창업 멤버예요.”
 
 
  세계 최초로 기업형 장애인 오케스트라 창단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한마음병원 1층 로비에서 병원 직속 장애예술인들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창원한마음병원
  하 의장이 이렇게 돈을 아끼는 이유 중에는 기부도 있다. 그는 사회공헌에 352억원을 기부했고, 매년 20억원가량을 기부하는 등 우리나라에서 매출 대비 사회사업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다. 그의 기부 경력은 30년으로,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을 만든 빌 게이츠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 언제부터 기부를 시작했나요.
 
  “인턴, 레지던트 시절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적은 월급으로 미화원 여사님들의 양말, 비누를 사주고 그랬죠. 어머님이 늘 ‘밥 얻으러 오는 사람, 빈 그릇으로 보내지 않았다’며 ‘사람 괄시하지 마라’고 가르치셨어요. 지금도 어머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충식 의장은 1994년 개원 때부터 개원 30주년을 맞이한 지금까지 꾸준히 소년소녀가장과 복지시설 아동, 교통사고 유가족 등 경남 지역의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을 해왔다. 하 의장은 2011년 국민이 직접 숨은 유공자를 발굴, 시상하는 제1회 정부포상 국민추천제에 고(故) 이태석 신부와 함께 선정돼 국민포장을 받았고, 2019년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하 의장은 2021년 세계 최초로 기업형 장애인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했다. 단원들은 대부분 발달 및 지체장애를 지닌 장애인들이다. 하 의장은 이들을 창원한마음병원 소속 ‘장애 예술인’ 직무로 채용해 정년을 보장하며 음악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객원 단원들과 함께 매주 수요일 병원 로비에서 공연을 펼친다”면서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와 보호자를 음악으로 위로하는 이들의 목표는 대통령이 있는 서울 용산, 미국의 유엔본부에서 연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충식 의장은 “나눔은 비움의 시작이 아니고 채움의 시작”이라며 “검소하고 겸손하면 모래밭에 던져놓아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자식들한테도 늘 이야기하는데, 나는 애들한테 모범을 보여야 하니까 늘 이렇게 쇼를 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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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화유수    (2024-03-19) 찬성 : 24   반대 : 7
진정한 성인의 반열에 오를 의사선생님 이시네요. 의대 증원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 실증적 사례와 사유를 잘 짚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녹터나    (2024-03-19) 찬성 : 13   반대 : 10
멋있는 분이시네요.
저도 어느정도는 증원해야 된다고 봅니다. 정부가 밀리지 말아야 될텐데요.
그리고 한의대도 의대가 쓰는 첨단분석기기등 다 쓸수있게 제도 개선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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