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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철우 경북도지사

“TK패싱이란 말, 이제 하지 맙시다”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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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하는 일의 半은 버려라”
⊙ 올해 예산 3조6154억원, 내년도 國費는 정부案에서 확보된 것만 4조1939억원
⊙ “TK는 화랑정신, 선비정신, 호국정신, 새마을정신이 유유히 내려오는 곳”
⊙ “자유한국당 내년 총선 공천, 외부 인사에 칼자루 맡겨야”
⊙ 박근혜 탄핵 TK 민심은… “보수우파가 탄핵 트라우마 극복해야”

李喆雨
1955년생. 김천고, 경북대 사범대, 연세대 행정대학원 졸업 / 중학교 교사, 국정원 국장, 경북도 부지사, 18·19·20대 국회의원, 국회 정보위원장 역임. 現 경북도지사 / 홍조근정훈장, 전국지역신문협회 선정 의정대상, 자랑스런 청렴한국인 대상,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수상.
  이철우(李喆雨·65) 경북도지사를 안 지가 20년 가까이 된다. 기자에게 이 도지사는 늘 한결같다는 인상이다. 어느 자리든 밝은 얼굴로 경청하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꾸밈없는 인상이되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기자의 기억으로 국정원 간부 시절, 경북도 부지사 시절, 국회의원 시절 통틀어서 그렇다.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5·9 대선’ 당시 이철우 도지사는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겸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그때 그를 찾아간 적이 있다. 그는 당사(黨舍)에 매트리스를 놓고 한 달 이상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무슨 일이든 신명을 바쳐 일했다. 홍준표 대선 후보가 ‘실버크로스’(2위 역전)에 그치며 패배하자 스스로 결과에 책임진다며 당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렇듯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책임질 일을 구분할 줄 안다.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 이 도지사는 경북도를 조용히 개혁시켜왔다.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비대해진 도청을 ‘다이어트’ 시키는 일이었다. 보조금 사업을 철저하게 평가해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감사팀을 신설했다.
 
  화려하던 경북도청은 이후 겸손과 실용의 옷을 입게 되었다. 직원들과 워낙 격의 없이 지내는 특유의 소탈함 탓에 한번은 기간제 공무원으로부터 ‘내일 비서실장을 만나게 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하며 “공무(公務)든 사무(私務)든 전화나 문자를 주면 언제든지 답변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약속만 한 것이 아니라 취임 직후 도청 공무원들에게 이런 요구도 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지역소멸과 경제를 살리는 ‘머리’. 소통과 대화를 위한 ‘열린 마음’. 공약 이행을 위한 ‘손발’이 잘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행정을 펼쳐주세요.”
 
  그러고 나서 1년6개월가량이 지났다. 경북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도민만 바라보고 死卽生 각오로 뛰겠다”
 
  지난 11월 6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도청 청사를 찾았다. 도지사 집무실 밖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결재판을 들거나 현안 보고를 하러 온 공무원들, 잠깐이라도 이철우 지사를 만나 무언가를 묻고 확인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개중에는 기자들도 있었다.
 
  기자는 박수형 기획특보, 이상학 도지사 비서실장, 김일곤 경북도청 대변인과 명함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집무실에서 이 도지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꾸밈없이 새로움을 지향하는 변화의 정치…, 이게 제가 지향하는 정치의 본질입니다. 취임하고 나서 의전(儀典)보다는 일, 형식보다는 실용을, 권위보다는 소통을 우선하는 파격적인 도정(道政) 운영을 공무원들에게 주문해왔어요.
 
  그리고 ‘개방’ ‘소통’ ‘현장’을 도정의 핵심 어젠다로 설정했죠. 저는 ‘그저 그런 변화는 안 된다. 경북을 다시 리모델링한다는 심정으로, 변화의 새바람을 불어넣으라’고 요구했어요. 저 역시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도민만 바라보고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뛰겠다’고 말했었죠.”
 
  커다란 원탁에 기자와 나란히 앉은 이 도지사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염색한 갈색 웨이브 머리, 점퍼 차림. 신발은 운동화였다. ‘새바람 행복 경북’이라는 ‘민선 7기’ 도정 슬로건을 손글씨로 써서 가슴에 달았다.
 
  ― 이게 변화의 콘셉트입니까.
 
  “그렇지요. 새바람을 일으켜야 하니까…. 격식을 완전히 버렸어요. 이제는 도지사가 공무원들과 친구처럼 지내야 해요. 같이 소주 마시고 같이 맨발로 걷고(그는 평소 도청사 앞 천년숲에 조성된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며 도정을 구상한다), 그래야 서로 동류(同類)의식을 갖게 됩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말합니다.
 
  ‘지금 하는 일의 반(半)은 버려라. 관행대로 하던 일은 다 버려도 아무런 상관없다’고요.
 
  쉽게 말해 새집으로 이사하면 다 버리고 가지 헌 짐을 갖고 가나요?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데 자꾸 옛날 업무를 하는 거야. 특히 의전 같은 것…. 의전이 왜 필요해? 이런 얘기 하면 안 되지만, 도지사가 해외 출장을 가면 인천공항까지 부지사가 마중을 나왔어요. 저는 오지 말라고 했어요. 왜 필요합니까?”
 
경북도청의 다이어트
 
  의전차량 4대 중 3대 없애
 
  통상 정부 부처나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 가보면 입구 정면 벽이나 로비에 유명 화가의 대형 작품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관행처럼 걸려 있다.
 
  경북도도 마찬가지였다. 도청 1층 로비에는 세계적인 칠예작가인 전용복의 ‘옻칠’ 작품이 걸려 있고, 4층에도 같은 작가의 작품이 있었다.
 
  작년 3월부터 12월까지 두 작품을 걸어놓고 매월 500만원씩 4750만원의 그림 임대료를 이미 지불한 상태였다. 워낙 유명 화가의 작품이라 우리나라 화단(畫壇)의 미래를 봐서라도 그냥 걸어놓는 게 맞지만 월(月) 500만원이라는 돈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작가의 양해를 구하고 이 그림도 철수시켰다.
 
  줄이는 김에 의전차량도 과감하게 없앴다. 남에게 보여주는 형식의 틀을 벗고 실용의 옷을 입게 됐다.
 
  “본래 의전용 차량으로 카니발 1대와 승용차(세단) 3대 등 모두 4대가 있었어요. 저는 도청과 서울, 대구에 있는 도지사용 의전차량 가운데 승합차 1대만 남기고 모두 처분하라고 지시했어요.”
 
  “이렇게 써줘요. 도지사가 죽자사자 일만 하고 있다고요”
 
2018년 5월 24일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과 이철우 도지사가 경주시 안강읍 옥산마을에서 모내기를 한 뒤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각종 행사에 간부 공무원들이 우르르 따라다니던 관행을 없앴다. 도청 주관 각종 행사장의 사회단체장이나 기관단체장들의 지정석도 없앴다. 도민들과 같은 위치에 앉도록 했다.
 
  “회의 방식도 바꿨어요. 매주 화·목요일은 간부회의를, 나머지 요일에는 간부 티타임을 열고 현안을 놓고 토론하죠. 또 일주일에 한두 번은 집무실 대형 원탁 테이블을 놓고 일어서서 스탠딩 미팅을 합니다.”
 
  형식적 자리는 멀리한다는 말이었다.
 
  ― 새벽부터 ‘문자’를 보낸다는 소문이….
 
  “이른 아침, 실국장급 간부들이 단체로 가입한 단톡방에다 우리 도(道)와 관련된 기사들을 공유하려고요. 미리 기사를 알려주고 대책을 준비하는 데 보탬이 되라는 의미도 있어요. 너무 일찍 잠을 깨우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는 뜻이기도 하죠.”
 
  소통은 자신부터 낮추는 것이 시작점이다. 홈페이지에 ‘도지사에 쓴소리’ 코너를 만들어 도민 누구나 애로사항을 건의하거나, 질책 또는 쓴소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가끔 젊은 직원들과 자전거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그들과 메신저로 소통하기도 합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직접 답글을 달기도 하죠.
 
  국정원과 국회를 거치면서 몸에 밴 ‘현장’ 중시 스타일은 도지사 직무에 적잖은 도움이 됐음은 물론입니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신념으로 격식 없이 소통하는 도지사가 되겠다는 게 취임 일성이었죠.”
 
  그런데 ‘현장’ 방문은 절대 녹록지 않다. 경북 면적은 1만9026km2. 전국에서 땅덩이가 가장 넓다. (참고로 강원도는 1만6612km2, 전남 1만2045km2, 경남 1만518km2다.) 취임 후 1년 만에 자동차로 이동한 거리만 무려 12만3000km. 한 달 평균 1만km, 지구 세 바퀴를 달린 셈이다.
 
  “김 기자, 이렇게 써줘요. 도지사가 죽자사자 일만 하고 있다고요. 1년에 카니발(승합차)만 12만km를 탔다니까. 살인적 행보예요, 살인적….”
 
  도청에서 지불되는 재원은 모두 국민 혈세다. 불필요한 곳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없도록 감시의 눈을 크게 떠야 한다. 도지사에 취임하고 며칠 뒤다.
 
  본관 앞 게양대에 대형 태극기와 새마을기, 경북도기, 민방위기 등 4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런데 20m 전방에 이것보다 작은 게양대가 하나 더 있었다. 거기서도 태극기, 경북도기, 새마을기와 민방위기가 펄럭였다.
 
  문제는 태극기와 3개의 대형 깃발을 운영하는 데 연간 3000만~4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과거 높은 태극기 게양대가 기관의 상징처럼 인식되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그 돈을 다른 용도로 쓰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래서 예산을 줄이려고 게양대 하나를 철거했어요. 밤새 환하게 켜져 있던 청사 외부 조명도 껐죠.”
 
 
  “사라진 300만명, 관광으로 찾아야”
 
지난 11월 5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 성공 기원 선포식에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참석했다. 두 단체장은 이날 대구·경북이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하자고 다짐했다.
  이철우 지사는 경북의 자부심을 이야기했다.
 
  “과거 농업시대 때 경북은 무조건 1등이었어요. 생산도 1등, 인구도 1등, 땅도 제일 넓었어요.”
 
  현재 경북의 인구는 270만2826명(2015년 현재)이다.
 
  1789년 호구 총수에 의한 경북 인구는 86만6590명으로 전국의 11.7%였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졌다. 일제강점기 때인 1920년 210만여 명에서 1930년 241만여 명, 1940년 247만여 명, 1949년 320만여 명으로 역시 전국 1위였다.
 
  1960년 384만여 명, 1970년 455만여 명으로 늘었지만, 대도시의 급속한 인구쏠림으로 1970년대 들어 서울에 이어 2위로 떨어졌다. 1981년 대구직할시(대구광역시)가 분리되면서 경북 인구는 더욱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된 이 지사의 말이다.
 
  “1970년대 당시 대구·경북 인구는 전체 16%였어요. 현재 전체 인구 5000만명의 16%는 800만명 정도입니다. 현재 대구·경북 합치면 500만명이니까, 사라진 300만명을 찾아와야 합니다.”
 
  ― 어떻게 찾죠.
 
  “300만명을 관광산업으로 찾아와야지요.
 
  경북은 동해안, 낙동강, 백두대간 등 수려한 자연환경은 물론이고 지난 7월에 한국의 서원(書院) 9곳이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는데 그중 5곳(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달성 도동서원)이 우리 지역에 있습니다. 대구·경북의 선조들은 그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지난 10월 11일 개막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박람회죠. 지금까지 해외 세 차례, 국내 여섯 차례 열렸고, 올해 행사는 열 번째로 열리고 있어요. 이제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에 4차 산업혁명의 옷을 입혔어요. 입체영상 기술로 재현해놓은 아름다운 신라왕경(王京)과 유물을 볼 수 있어요. ‘타임리스 미디어아트’ 체험전시에서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 기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2013년부터 총 94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경주 신라왕경 복원도 자랑거리죠. 천년고도 경주의 본모습을 되살려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 지사는 이런 말도 했다.
 
  “산업화・세계화 시대로 가면서 경북이 점점 뒤처졌던 거죠. 뒤처진 이유는 국제공항이 없기 때문이에요. 공항이 있어야 세계의 문이 열리는데…. 수도권이 발전하는 이유는 단 하나야. 국제공항이 있기 때문이에요.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으려 서울을 찾는 이유도 그거예요.
 
  수도권 인구는 전체 국민의 절반인데 청년 인구가 70%야. 지방에는 청년 인구가 30%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기업이 안 오죠.
 
  정보화나 금융업, 서비스업이나 대기업이 수도권에 있으니까 균형발전이 어렵습니다. ‘판교라인’이니 ‘기흥라인’이니 해서 청년들의 취업 남방한계선이 존재한다는 서글픈 말이 있어요. 저는 전 국토의 균형발전이 어렵다면 수도권에 버금가는 대구권, 부산권, 광주권, 대전권 같은 권역별 도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봐요.”
 
  ― 도지사가 된 후 일자리 마련을 위해 어떤 애를 쓰셨나요.
 
  “일자리라는 게 결국 기업유치잖아요. 지난번 SK 하이닉스를 유치하려고 파격 제안을 해도 안 되는 게 사람들이 지방에 안 살려고 하니까….”
 
  경북도 대변인실이 기자에게 건넨 ‘경북형 일자리’ 자료를 보니, 얼마 전 5000억원에 달하는 LG화학의 투자 약속과 향후 포항형, 경주형 등 계속해서 경북형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었다.
 
  “일자리 창출의 90%를 담당하는 게 중소기업이잖아요. 이 중소기업을 살려야 해요. (경북도는) 지난해 4330억원의 중소기업 행복금융을 지원했는데, 올해는 806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고 내년엔 1조원을 지원할 계획이죠.
 
  또 일자리 정책이 청년층과 노년층에 집중돼 있잖아요. 40~50대 장년층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내년에 ‘4050 행복 일자리’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대구·경북이 합심해서 대경 혁신인재양성 프로젝트(휴스타)를 추진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기업의 협력 모델로 주목받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국가 사업화를 정부에 건의해보려 해요.”
 
  이철우 도지사는 지난 7월 《매일신문》의 대구·경북 대표 정치지도자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경북도민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저보다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이 계신데 그분들의 활약이 다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도민 여러분께 감사드리면서 한편으로 송구한 마음이에요. 역사적으로 나라의 중심지였던 대구·경북이 지금은 변방이 되어버려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요. 하루하루 고달픈 시도민들의 살림살이를 보니 안타깝고 죄송스럽습니다.”
 
 
  “TK패싱이란 말, 하지 맙시다”
 
2017년 6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정책위회의실에서 이철우 의원이 이스라엘의 4중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TK 자부심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대구·경북은 한반도 역사를 이끌어온 중심지였습니다. 신라의 삼국통일로 한반도 단일국가 시대를 열었고, 선비정신으로 국가의 질서를 잡았죠.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가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낙동강 전선에서 피 흘려 자유 대한민국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새마을운동을 통해 나라를 잘살게 한 것도 대구·경북입니다.”
 
  이 대목에서 이 지사는 비장해졌다.
 
  “대구·경북은 화랑정신, 선비정신, 호국정신, 새마을정신이 유유히 내려오는 곳입니다. 개인보다는 사회를, 국가를 생각하는 정신이 투철합니다.”
 
  ― TK 맹주가 되실 생각은 없나요.
 
  “도지사로서 일만 열심히 할 뿐이죠.”
 
  ― TK에 구심점이 없다고 합니다.
 
  “저절로 생길 테니까 김 기자, 걱정하지 말아요.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다 보니 주위 사람들이 저더러 ‘딴 것도 해보라’고 자꾸 권했어요. 교사를 하고 있으니까 ‘교사만 하면 안 된다’고 자꾸 권해서 국정원엘 갔지요. 그곳에서 재미나게 일하는데 또 주위에서 ‘딴 데 가보라’는 겁니다. 그래서 경북 부지사 일을 했고 부지사 하다가 국회의원, 도지사까지 하게 됐어요. 지금은 도지사 일을 열심히 하는 거야.”
 
  ― 주변에 좋은 사람만 계시나봐요.
 
  “열심히 일하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겠어요? 그리고 자기 능력껏 일해야 합니다.
 
  ‘TK 맹주’라는 타이틀은 단순한 정치여론의 선두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지역의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과감하게 실천할 수 있으며, 그것이 대한민국 제2의 도약을 견인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TK 맹주가 아닐까요?”
 
  ― ‘TK패싱’이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과거에 비해 정부가 인재 등용에 있어 대구·경북 출신을 소외하고 있다는 정치권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요. 대형 국책사업에서 외면당하는 등 예산에서도 소외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직원들에게 ‘앞으로 TK패싱이라는 말을 하지 말자’고 했어요. 그런 이야기는 스스로 실력 부족을 자인하는 것이니까요. 남 탓, 환경 탓 말고 한발이라도 더 뛰어야 해요. 적어도 국비 확보는 우리 실력, 특히 공무원들의 노력과 열정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정부정책 결정 중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스스로 준비가 부족한 부분도 큽니다. ‘벼는 농사꾼 발자국 소리 듣고 자란다’잖아요. 국비(國費)는 발품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 달렸습니다.”
 
  ― 발품 팔아, 내년 먹거리(국비 예산)는 잘 확보하셨습니까.
 
  “그럼요. 올해 국비도 야당 도지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난해 대비 1022억원이 증액된 3조6154억원을 확보해 집행하고 있어요. 포항 강소개발연구특구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사업 규제자유특구 지정, 경주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 유치, 구미 스마트산단 선정 등 국책사업도 대거 유치했잖아요.
 
  내년도 국비는 정부안(案)에서 확보된 것만 4조1939억원입니다.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증액시키기 위해 준비와 대응을 철저히 하려 해요.”
 
  ― 경북도의 미래를 밝힐 청사진은 무엇이었습니까. 경북도민은 앞으로 무얼 먹거리로 삼아야 경쟁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동해안 시대를 열어야 경북이 살고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환동해시대 해운물류와 해양관광의 거점항만이 될 영일만항 활성화, 동해중부선전철화 사업, 울릉공항 건설 등 기업 유치하기 좋은 지역을 만들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들이 곳곳에서 속도를 내고 있어요.”
 
  ― 동해안에 미래가 있다?
 
  “네, 동해안에는 3·4세대 광가속기, 양성자가속기, 포스텍(포항공대) 등 세계적인 첨단과학기술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잖아요. 또 국내 원전의 절반이 동해안에 위치해 있죠. 이미 포항에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설립이 확정됐고 강소연구개발특구,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사업 규제자유특구, 영일만 관광특구가 연이어 지정되었습니다.”
 
 
  구미 경제 어렵다던데…
  민주당 구미시장 논란은…

 
2018년 10월 26일 오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9주기 추모제 모습이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초헌관(첫 술잔을 올리는 사람)을 맡아 추모제를 지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소속 장세용 구미시장이 불참했으나 40주기 추모제에는 참석했다.
  비슷한 시기에 경북 경주에 세계 최초의 중수로 원전해체연구소를 유치하고 소형원자로 개발과 원전안전을 연구하게 될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 유치도 이뤄낸 바 있다. 특구 지정에 따른 각종 지원과 규제 완화, 세제 혜택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일만 남았다. 기업이 오면 일자리 창출은 ‘자동’이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사업 규제자유특구만 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에 대한 규제를 풀어줬더니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게 됐죠.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도 부지와 설계비만 7200억원이 투입됩니다. 향후 연구인력만 1000여 명 유입되고 관련 기업 투자도 줄을 이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참, 구미 경제가 어렵다던데 어떤가요? 그리고 구미시장이 민주당 출신이어서 갈등은 없나요? 구미시가 구미공단 50주년을 맞아 상영한 홍보 영상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쏙 빼고 진보 좌파 성향의 전·현직 대통령만 넣었다가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어요.
 
  “인구 4만명의 ‘선산군 구미읍’이 인구 40만명이 넘는 내륙 최대 공업도시로 성장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세운 구미 국가산업단지 덕분입니다. 그런데 구미 국가산단 50주년 홍보 영상에 박 대통령이 빠졌다는 걸 누가 납득할까요? 정말 유감스럽죠.
 
  박정희 정신의 집약체는 새마을운동, 새마을정신입니다. 우리를 잘살게 한 운동이기도 하고 세계로 수출된 유일한 우리의 정신문화입니다. 새마을운동은 유엔이 주목하는 빈곤퇴치 모델로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어요.”
 
  내년이 새마을운동을 제창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경북도는 새마을운동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기념주간을 운영하고 국제심포지엄 및 100인 대토론회도 가질 계획이다. 젊은 세대와의 공감대 형성, 새마을운동의 미래 비전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 경북도와 구미시 공조는 잘 되고 있습니까.
 
  “구미시장과 정치적 입장이야 다를 수 있겠지만 시·도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행정 목표는 같습니다. 올해 들어 5G 테스트베드 구축사업 선정, 홀로그램 기술개발사업 예타 통과, 상생형 구미 일자리, 스마트산단 선도 프로젝트 선정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지역이 잘되자고 하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죠. 도와 시가 한 몸처럼 뛰고 있습니다.”
 
 
  영남권 신공항과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 공항 이야기를 해볼까요?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이 대구와 경북의 상생 협력 시금석이 될 것이란 견해가 많았습니다. 연내 후보지 선정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통합 신공항 이전지 선정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저를 포함한 4개 자치단체장(대구시장, 경북도지사, 군위군수, 의성군수)이 수차례 만나 의논해왔고요. 통합 신공항 이전지 선정기준 마련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는 이달(11월) 내에 열릴 예정입니다.
 
  공론화위원회는 국방부가 최초 마련한 투표 방식에다 경북도와 대구시가 제안한 방식을 더해 모두 4개 방식 중 최종적으로 하나의 방식을 선정해요. 12월 초에는 주민투표 절차에 들어갑니다. 후보지 선정은 내년 초로 기대하고 있죠.”
 
  ― 영남권 신공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가덕도 신공항을 주장하는 부산과 갈등은 없나요.
 
  “김해신공항 확장은 세계적 공항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연구소(ADPi)가 검증해 2016년 6월 21일에 결론 난 국책사업이죠. 그런데 이를 부산·울산·경남에서 또다시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 갈등을 고조시키고 결국 영남권 전체를 손해 보게 만들 가능성이 크죠.”
 
  ―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과 ‘영남권 신공항’을 헷갈려 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아요.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은, 그러니까 2016년 6월 영남권 신공항 용역 결과 발표 이후인 7월 11일에 정부가 ‘K-2 & 대구공항 통합이전 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 도심에 위치해 주민들의 피해가 막심했던 군 공항을 이전하는 것이 핵심이죠. 광주·수원 등에서도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요.
 
  다만 민간 대구공항은 군 공항인 K-2 활주로를 빌려 쓰고 있기에 군 공항이 이전하면 존치될 수 없어 함께 이전해야 합니다. 기존의 공항을 외곽지로 이전하는 개념이니까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5개 시도지사 간 합의(2015년 1월)와는 무관한 사항입니다.
 
  김해신공항은 단순히 부산·울산·경남만의 신공항이 아니라, 영남권 1300만명이 함께 이용하는 것으로 영남권 전체의 미래가 달린 국가사업입니다. 신공항 입지 문제로 10년을 대립했던 끝에 합의된 것이죠.”
 
  ― 박근혜 탄핵에 대한 경북도민의 마음은 이전과 달라졌습니까.
 
  “박 대통령에 대한 경북도민의 마음은 ‘연민’이라 할 수 있어요. 만일 잘못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겠지만 탄핵과 구속은 심하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입니다. 어쩌면 경북도민들께서 박 대통령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컸기에 이 같은 상황에 마음의 상처도 더 깊게 받았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 퇴임 후 행복한 분이 단 한 분도 없을 것인데, 이는 대한민국이 현재의 역사를 계속 자학적(自虐的)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어요. 대통령의 불행은 경북도민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상처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풍조를 바꿔야 합니다.”
 
  이 지사는 박근혜 탄핵 당시 “탄핵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저는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탄핵 반대를 분명히 했어요. 대통령이 탄핵이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지고 그로 인한 갈등이 최소 10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봤어요. 결국, 탄핵 이후 정치 권력의 쏠림이 나타났고 또 다른 문제들을 발생시켰잖아요. 보수우파가 탄핵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바로 서야만 국가가 좌우 두 날개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내년 총선 공천, ‘내 목을 쳐라’부터”
 
  이 도지사는 11월 5일 경북도 예산 확보를 위해 오랜만에 여의도를 찾았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만나고 자유한국당 고위 당직자를 만났는데, 당 총선기획단 이야기가 나왔어요. 제 생각은 그래요. 내년 총선 공천의 칼자루를 외부에 맡겨야 합니다. ‘내 목을 쳐라’고 말이죠. 민주당은 총선기획단에 프로게이머를 넣고 젊은이, 여성 비율을 늘리는 것과 대조적이에요.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이대로라면 당이 굉장히 어렵겠구나. 지금 하는 일을 반은 버려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내년 총선에서 TK 민심은 어떤 선택을 하리라 전망하나요.
 
  “지난 지방선거 때 자유한국당을 향한 TK 민심은 차가움을 떠나 냉혹할 정도였어요. 특히 젊은 층은 손을 내밀어도 악수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죠. (한국당 색깔인) 빨간 옷만 봐도 외면했을 정도였습니다. 지금의 민심을 굳이 표현하자면 차가움에서 미지근함 정도로 나아졌다고 할까요? 아직 시선이 고와진 건 아닌 것 같아요. 또 민심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어요. 등 돌린 20~40대 젊은 층의 마음을 얼마나 되돌릴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입니다.
 
  다만 저는 자유한국당 도지사로서 보수우파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을 느껴요. 무엇보다 일 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우파 도지사가 일을 확실하게 잘하더라, 더욱 혁신적이고 진취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어요. 보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보수정당 집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도록 제 역할을 다 할 각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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