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호르무즈 봉쇄와 한·일의 에너지 외교

다카이치, 알래스카 석유 개발 통해 미국과의 안보동맹 강화

  • 글 : 유민호 퍼시픽21 디렉터  
글자 크기 조정
  • 스크랩
  • 본문 음성 듣기
  • 글자 크기 조정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 일본, 태양광 발전 보조금 폐지… 한국은 중국산 풍력·태양광 시설 수입
⊙ 한국 석유 비축량, 실제로는 67일분에 불과(CSIS)
⊙ 중국, ‘메이드 인 차이나’ 재생에너지 시설을 통한 한국 에너지 통제 가능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지난 3월 1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에너지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석유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하고, 식량을 지배하는 자 인류를 지배한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남긴 말이다. 키신저의 세계관, 역사관을 압축한 말로 21세기 지금까지도 자주 인용되고 있다.
 
  2026년 4월 현재 글로벌 현실을 본다면 키신저의 통찰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안전통로 3km 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하나만으로 전 세계 경제가 수직 추락 중이다. 유가(油價) 폭등과 함께, 환율 ‘1달러=1500원대’가 일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물가도 폭등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착각하기 쉬운데, 21세기 글로벌 에너지 지배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인 동시에 수출국, 나아가 미국 밖 에너지까지 통제·조정할 수 있는 글로벌 1강이다. 미국 눈에 벗어난다는 말은 에너지 공급망과 소비망 모두로부터 추방된다는 의미다. 눈앞의 이란 전쟁과 지난 1월 초 베네수엘라 사태, 그리고 이미 시작된 쿠바의 ‘에너지 기아’ 참상이 바로 그 증거다.
 
 
  중동 석유 80% 이상은 美 달러로 결제
 
지난 3월 11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태국 화물선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았다. 사진=AP/뉴시스

  산업혁명 이후, 아니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넘겨준 이래 ‘에너지=인류의 생존’ 그 자체였다. 오늘날 미국은, 나아가 트럼프는 그 생명줄을 쥐고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이런 상황은 한층 더 커지고 깊어질 전망이다. 이유는 현대사회의 무한한 에너지 소비욕에 있다. 인공지능(AI)에서 보듯, 뭔가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는 즉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진다.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원자력, 재생에너지, 배터리를 통해 이런 상황을 극복하자고 하지만, 아직은 화석연료가 주력이다. 바로 석유, 석탄, 천연가스다. 생산량 기준으로 미국은 석유와 가스에서 세계 1위, 석탄은 세계 4위다. 석탄 생산량 세계 1위는 중국이다. 그러나 매장량으로 보면 미국이 세계 1위다. 환경 보호 차원에서 석탄 생산을 자제하고 있을 뿐, 마음만 먹으면 생산량 세계 1위로 올라갈 수 있다.
 

  미국은 다른 석유·가스 생산국들도 통제할 실질적 파워를 갖고 있다. 바로 달러다. 원화 환율이 달러당 1500원대로 추락한 이유는 달러 수요에 있다. 현재 중동 석유의 80% 이상이 달러로 거래된다. 중국 위안(元)으로 거래하는 곳은 달러 거래가 중단된 이란과 같은 나라 뿐이다. 중동 국가 99%가 달러를 선호한다. 달러는 세계 어디에서도 통용되고, 어디에서도 쉽게 인출해서 사용할 수 있다. 위안화는 달러 근처에도 가기 어렵다. 일단 중국인들부터 자국 통화보다 달러를 선호한다.
 
  반(反) 트럼프 정서가 반미(反美) 정서로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러마저 무너진다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중동 이슬람 국가는 율법에 의해 현금 이자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서방 기준의 은행을 자국 내에 둘 수가 없다. 석유를 판 달러의 거의 대부분이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 가야만 하는 이유다.
 
 
  미국은 에너지·식량 독립국… 중국은?
 
  트럼프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미국이란 나라 자체는 끄떡없다. 감히 미국 공격할 나라도 없다는 점에서 달러는 최고의 안전 자산으로 통한다. 달러의 근본적인 파워는 미국만이 누리는 평화·안정·안보에서 온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달러를 넘어서겠다는 나라 중국은 어떨까? 시진핑(習近平) 사후(死後) 중국이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장담 못 한다. 제정신이라면 어떻게 될지도 모를 중국에 중동 석유 대금을 맡겨 둘 리 없다. 미국이 지고지선(至高至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이 지금보다 나빠진다고 해도 중국보다는 안심할 수 있는 나라이다.
 
  현재 중국은 전체 소비 에너지의 약 20%를 수입하고 있다. 석유의 경우 70%, 가스는 20% 정도 수입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아무리 늘린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미국은 에너지로부터 자유롭지만, 중국은 앞으로 한층 더, 아니 영원히 에너지로부터 해방될 수가 없다. 에너지를 생산·지배·조절·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전기자동차(EV), 배터리, 로봇, 원자력 관련 뉴스가 매일 넘쳐나고 있지만, 2026년 눈앞의 현실을 뒤흔들고 있는 것은 석유·가스·석탄이다. 20세기 키신저가 한 “석유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은 AI 시대에도 통용되는 진리이다.
 
  아직은 실감이 안 나겠지만, “식량을 지배하는 자, 인류를 지배한다”라는 키신저의 말도 가까운 시일 내 피부로 절감하게 될 것이다. 식량에 관해서도 미국이 슈퍼 강국이다. 중국은 농산물과 동물용 사료 수입국이다. 에너지뿐 아니라 식량에서도 독립국이 아니란 말이다.
 
  단언컨대, 돌고 돌아서 결국은 미국 영향권 하의 에너지로 손을 뻗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너지 없이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기사 전문은 조선닷컴의 조선멤버십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