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근 중고거래 현장. 사진=AI 생성이미지
“한 달 정도 타보고 구매해도 될까요?”
팔려고 내놓은 전기자전거를 보고 온 연락.
“그럴 리가요?”라고 차마 답장은 못 하고, 그저 읊조리며 조용히 화면을 엎었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지한 건지 ‘무슨 일이냐’라고 물어온 취재원과의 대화 주제는 어느새 코스피에서 당근으로 옮겨갔고, 각자의 진상 경험담은 ‘배틀’ 형식을 띠게 됐다. 서로에게 “그건 양반”이라며 강도를 높여가다 보니, 이상한 승부욕에 사돈의 팔촌 사례까지 동원하게 됐다.
노트북을 올려놨더니 “5000원에 하루만 빌릴 수 있냐”는 사람, 5만원짜리 골프채 거래에 벤츠 S클래스에 기사까지 대동하고 와서 “만원만 깎아줄 수 있냐”는 사람, 10만원짜리 물건을 나눔 했더니 고맙다며 이미 사용한 커피 쿠폰을 보내온 경우, 급기야 아파트 매매 글을 올렸더니 “무료 나눔 가능하냐”는 쪽지까지.
이날 우리는 ‘스스로를 세상의 평균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나만 피곤해질 뿐’이라는 어딘가 도스토옙스키적인 결론에 도달한 채 헤어졌다.
‘인류애 상실’
당근에는 별별 거래 물품들이 다 올라온다. 그중에는 마술용 비둘기와 북한 화폐도 있다. 사진=애플리케이션 캡처당근에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 이 질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대인을 대동단결하게 만든다. 이건 다른 날 사우나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년 여성들이 사우나에서 대화할 때는 특징이 있다. 모든 주제를 흡사 기밀을 누설하듯 속삭인다는 것. 귀 기울여 듣고 보면 김치 얘기거나 시댁 얘기인 경우가 태반이다. 그날은 그보다 조금 더 범(汎)국민적인 주제가 등장했다. 당근. 누군가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인류애 상실이에요….”
올 초 한 유럽산 프리미엄 분유가 식중독 위험으로 회수 조치가 내려졌는데, 그 무렵 당근에 이 분유 매물이 쏟아졌다는 이야기였다. 이윽고 누군가 탐정 표정을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 몇 년 전 아기 질식 사고 논란으로 역류 방지 쿠션이 대량 회수됐을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졌다고.
이날 80도의 사우나 열기를 한층 달군 건 또 다른 여성이 끄집어낸 좀 더 과감한 주제였다. 자기 지인의 남편이 어느 유부녀와 바람을 피웠는데 엉뚱한 곳에서 덜미가 잡혔다는 스토리였다.
“아니, 글쎄…. 안 들키려고 당근으로만 메시지를 주고받았다잖아요. ‘당근~ 당근~’ 하는 문자가 실은 내연녀인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기가 막힐 노릇인데 너무 기발해서 헛웃음만 나오더래요. 뭐, 당근에서 중고끼리 잘 만난 거지….”
아아, 도스토옙스키!
구글에 ‘당근에 이상한 사람’을 치면 무려 89만1000개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