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미용 목적… 당뇨·고도비만 환자 드물어
⊙ 위고비는 남아도는데 마운자로는 품귀 현상
⊙ 차세대 비만치료제 과제는 ‘근손실·요요 방지’
⊙ 위고비는 남아도는데 마운자로는 품귀 현상
⊙ 차세대 비만치료제 과제는 ‘근손실·요요 방지’

- 미국에서는 알약 위고비가 출시됐지만, 한국에서 GLP-1 계열 약물은 모두 배에 직접 투여하는 주사제 방식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처음엔 다들 고민하세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면 ‘왜 더 빨리 안 했을까’라고 말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후회했다는 반응은 거의 없습니다.”
지난 2월 6일, 서울 송파구의 한 가정의학과. 취재를 목적으로 찾았지만 개인적인 이유도 없지 않았다. 지난 1년 사이 체중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맞아 본 사람’ 범주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그냥 이대로 살까?” 했더니 “일단은 그냥 살아 봐”라는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그랬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병원 세 군데를 둘러본 배경이다.
이 의원에서는 인바디 결과지를 놓고 상담을 진행했다. 담당의의 진단이다.
“체질량지수(BMI)는 정상 범위지만 체지방률이 매우 높습니다. 근육이 잘 붙기 힘든 체형이라, 최근 늘어난 체중이 거의 전부 체지방으로 갔네요.”
의사는 책상 위에 놓인 1kg짜리 지방 모형을 들어 올리며 덧붙였다.
“이거 열 개 이상은 빼셔야겠는데요.”
손때가 잔뜩 묻은 모형이 흉하게 출렁거렸다.
마운자로, 명단 올리고 기다려야
현재 시중 병원에서 위고비(위)는 재고가 많지만 마운자로(아래, 미국명 젭바운드)는 품절이다. 사진=조선DB체지방만 10kg 이상 감량해야 한다는 얘기. 지난 1년간 ‘돼지런(먹을 때 부지런)’한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지금의 몸이 이 약물의 공식 ‘처방 기준’을 충족시킬 정도는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BMI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당뇨·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로 한정한다. 국내에서는 이들 약물이 ‘비만치료제’로 분류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본질적으로 당뇨병 치료제로 본다. 체중 감량은 부수적 효과에 가깝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기준 외 처방이 불법은 아니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오프라벨(허가 외 처방)이 가능하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강동구의 한 내과. 이곳은 예약 없이 방문해 접수대 키오스크에서 ‘일반 진료’를 택했다. 위장이 불편하다는 상담을 주로 한 뒤, 예고 없이 갑자기 찐 살 고민을 털어놔 봤다.
“급격히 찐 체중은 비교적 빨리 빠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착됩니다. 갱년기가 오기 전에 체중을 정리해 두는 게 이후 대사 건강에 훨씬 유리해요. 요즘엔 치료제도 잘 나옵니다.”
자연스레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대한 설명이 뒤따랐다. 위염이 있는데 맞아도 괜찮냐고 했더니 “이 약들은 위장 운동을 느리게 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는 방식이지, 위를 손상시키는 건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안 그래도 적은 근육이 더 빠질까 걱정된다고 하자 “체중 감량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근손실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위고비나 마운자로가 근육을 직접적으로 더 많이 빠지게 만드는 약은 아니다”라고 했다. 감량 과정에서 나타나는 근손실은 약의 부작용이라기보다 섭취량 감소와 활동량 저하, 단백질 섭취 부족 등 전반적인 다이어트 환경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두 병원 모두 마운자로는 ‘품절’이었다. 병원 관계자들은 “언제 다시 들어올지 확답할 수 없지만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 두고 가면 연락을 주겠다”며 “위고비는 오늘 바로 처방해 줄 수 있다”고 했다.
‘꿈의 비만약’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배부르다’고 느끼는 것은 GLP-1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다. 주사제는 이 호르몬의 작용을 증폭시켜 덜 먹게 만든다. 식욕을 애써 억누를 필요 없이 살을 빼게 만든다.
두 약물은 성질이 다소 다르다. 위고비는 GLP-1 수용체 하나만 자극하는 단일 작용제다. 마운자로는 GLP-1과 GIP(위 억제 펩티드) 두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듀얼 작용제다. 평균적으로는 마운자로의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나는 마운자로를 맞는 의사다》의 저자 장형우 서울의대 교수는 “고도비만 환자는 식사를 너무 빨리 해 화학적 포만감이 오기 전에 기계적 포만감으로 먹는 것을 멈춘다”며 “그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을 먹고 이후 후회하는 패턴이 반복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GLP-1 유사체인 위고비는 화학적 포만감을 먼저 충족시킨다”며 “‘배가 고프지 않다’기보다 ‘먹지 않아도 괜찮다’는 느낌을 처음 경험하게 한다”고 했다.
서울대 최형진 교수 연구팀은 2024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은 논문에서 GLP-1 계열 약물이 뇌 시상하부에 작용해 음식을 보기만 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쥐 실험과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통해 도출된 결과다. 연구진은 이 약물이 단순히 배부른 느낌을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상하부와 도파민 보상 회로의 수용체 작용을 조절해 쾌락 반응 자체를 낮춘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뇌의 ‘쾌락 회로’를 꺼 준다는 얘기다. 실제로 GLP-1 약물은 식욕 감소뿐 아니라 코카인, 알코올, 담배 같은 중독성 물질에 대한 갈망을 완화하는 효과도 보고되고 있다.
먹는 비만약 경쟁
염증 수치 감소와 관련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대 의과대학 교수이자 세계적 GLP-1 연구자인 대니얼 드러커는 지난해 10월 한림 국제심포지엄에서 “GLP-1은 단순한 혈당 조절 호르몬이 아니라 인체 여러 장기에 동시에 작용하는 다기능 펩타이드”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GLP-1 치료 과정에서 체중 변화와 무관하게 CRP(C-반응성 단백질)가 먼저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된다”고 했다.
CRP는 혈액검사로 측정하는 대표적인 염증 지표다. 감염이나 조직 손상이 있을 때 급격히 상승하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어도 만성 염증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된다. 이 만성 염증은 동맥경화, 심혈관질환, 당뇨 합병증, 지방간 등 대사 질환의 공통된 배경으로 꼽힌다.
GLP-1 계열 약물이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면서 시장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LP-1 단일 작용제에서 GIP를 더한 듀얼로, 다시 글루카곤 수용체까지 포함한 트리플 작용제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마티아스 초프 독일 루드비히막시밀리안대 총장은 지난해 10월 한림 국제심포지엄에서 “치료제는 단일에서 듀얼, 나아가 트리플로 발전하며 체중 감량 폭이 최대 28%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변화는 제형에서도 나타난다. 주사제에 국한됐던 비만치료제가 알약으로 확장되면서다. 선점에 나선 건 위고비의 제조사 노보노디스크다. 지난 1월 ‘위고비 정(Wegovy Pill)’을 미국에 공식 출시했다. 주사 공포증이 있거나 간편한 복용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큰 인기다. 마운자로 제조사 일라이 릴리는 ‘오르포글리프론’의 임상시험을 마쳤다. 올해 2분기 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출시를 목표로 추격 중이다. 이 먹는 약은 식사 제한 없는 편리함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경쟁은 미국과 유럽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해 5월 중국 규제 당국은 일라이 릴리와 중국 바이오 기업 이노벤트가 공동 개발한 ‘마즈두타이드’를 승인했다. 임상시험에서 이 약물은 마운자로와 체중 감량 효과 면에서 사실상 비슷한 성과를 냈다고 한다.
요요와 근손실 극복
물론 한계도 있다. 차세대 비만 치료가 풀어야 할 최대 과제로는 ‘요요’가 꼽힌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GLP-1 계열 약물을 중단한 뒤 1년 이내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요요 현상이 관찰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의료진들 또한 투약 중단 시 체중이 도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형진 교수는 요요 현상의 원인을 ‘뇌의 섭식 조절 체계’에서 찾는다. GLP-1 계열 약물은 식사를 하기 전 단계에서 뇌의 신호를 조절해 포만감을 앞당기지만,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이 조절 기능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잭 거하트 하인즈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역시 그의 연구에서 GLP-1 치료 중단 이후 체중이 빠르게 재증가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고 지적한다. 감량된 체중이 다시 지방 형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고, 중단 후 상태가 오히려 더 나빠지는 사례도 보고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차세대 치료의 성패가 감량 폭이 아니라 감량 이후 이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또 다른 한계에 주목한 연구도 있다. ‘근손실’이다. 크리스티안 메탈로 미국 소크 연구소 박사는 연구소 팟캐스트를 통해 “근육량 감소를 억제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근력 운동과 영양 개입, 신진대사 경로를 조절하는 새로운 약물 전략을 함께 탐구하고 있다”며 “미래의 체중 관리 치료는 단순한 감량을 넘어 근육 보존과 체중 유지 능력 향상을 핵심 목표로 삼게 될 것”이라고 했다.
‘GLP-1 뷰티’
세계비만연맹은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5년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픽사베이질병관리청의 ‘2024 지역사회 건강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3명 중 1명(34.4%)이 비만이다. 10년 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30~40대 남성의 절반 이상이 비만이며, 여성은 고령층에서 비만율이 높아 성별, 연령별 격차가 뚜렷했다. WHO는 이미 1996년 비만을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규정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에서 비만율은 40~50대에서 가장 높고 70세 이상에서는 크게 낮아진다. 다만 이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살이 빠져서라기보다, 비만한 사람들이 질병으로 더 이르게 사망해 고령층 통계에 남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세계비만연맹은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5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고도비만이 아니라 대부분 비교적 비슷한 체형의 중등도 체중 증가 사례들이었다. 이는 비단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 통계분석기관 트릴리언트 헬스에 따르면 2023년 뉴욕시에서 GLP-1 계열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 가운데 43.8%는 제2형 당뇨병 진단 이력이 없었다. 미국에서는 이 약물이 이미 미용산업의 일부로 흡수됐고, 일부 패션 매체는 이 현상을 ‘GLP-1 뷰티’로 묶어 부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각종 심포지엄을 열어 이 약물의 무분별한 미용 목적 사용에 따른 부작용 위험을 경고한다. 제조사 역시 미용 목적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공개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재혁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는 “비만에 대한 인식 없이 환자를 보지도 않고 단순 처방만 해 주는 의원이 많다”며 “치료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의료진에게 처방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허가 범위 내 사용이라 하더라도 부작용 가능성은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오심, 구토, 설사 등 위장 관계 이상반응과 주사 부위 반응이 흔하게 나타난다”며 “과민반응, 저혈당증, 급성 췌장염, 담석증, 체액 감소 등도 보고돼 있다”고 했다. 특히 “일부 의약품은 갑상선수질암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투여 금기이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며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이나 망막병증 위험이 있을 수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강남구 소재 한 다이어트 전문 병원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원내 처방’하는 곳이다. 들어서자 원장의 얼굴이 연예인 프로필 사진처럼 크게 걸려 있었다. 상담실장은 “원내 처방이 아닌 경우 관리가 부족해 요요나 부작용 사례가 많은 편”이라며 “이 병원은 원내 처방을 통해 용량과 부작용, 식단까지 함께 관리한다”고 했다. 이곳 담당의 역시 BMI 수치나 동반 질환 여부보다 체지방률과 골격근량을 먼저 짚었다.
“BMI보다 문제는 골격근량이 낮고 체지방률이 높다는 겁니다. 쉽게 살이 찌는 체형이죠. 다이어트 약을 한 번도 안 써 봤다면, 효과는 좋을 겁니다. 통상 현재 체중의 25%가 빠지고 효과를 못 보는 경우는 전체의 10% 정도예요.”
부작용은 질문을 하니 그제야 설명했다.
“위고비의 울렁거림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습니다. 초기 1~2일 두통이나 몸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지만, 개인차가 큽니다. 결국 써 봐야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알 수 있어요. 위염이나 위장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상비약을 함께 처방할 수 있고, 수액을 병행하면 초기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이어트 전문 병원이라선지 부가 프로그램이 많았다. 영양사 상담을 통해 식단 전반을 점검하고, 근손실 방지를 위한 수액 병행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고 했다. 반복 언급한 수액 치료에 대해서는 “감기 치료 시 약과 수액을 함께 쓰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했다.
월 40만원부터 연회원권 1000만원까지
끝으로 상담실장의 금액 안내가 이어졌다. 마운자로는 단계별로 한 달 40만원부터 시작해 용량이 올라갈수록 비용이 추가되며 위고비는 39만원부터 단계적으로 인상된다고 했다. 두 약 모두 비급여로, 약값은 전액 본인 부담이다.
“회원권 방식의 패키지로 진행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좀 더 합리적입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 대부분 최소 3~6개월 이상 회원권을 보유 중이에요. 지금 상태에선 10kg 정도 감량을 하셔야 하니 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잡으시는 걸 추천드려요.”
1년 회원권 가격은 1000만원이었다. 상담실장은 이윽고 “다른 병원에서는 모두 품절인데 이곳은 자체적인 시스템으로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마치 숨겨 둔 가보를 공개하듯 마운자로 한 펜을 들어 보였다. “물량 있을 때 하시는 게 좋다”는 말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