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남대 한국백세인연구단, 質的 조사 통한 화순군 백세인 54명 심층 연구
⊙ 백세인의 평균 신장은 147.8cm, 체중은 43.5kg… 98%가 결혼 경험
⊙ 백세인 82% 평생 술 마시지 않아, 80%는 평생 담배 안 피워
⊙ 함께 사는 이 없이 혼자 사는 경우 52%… 장기요양등급 없는 건강 백세인 36%
⊙ 사회성 좋은 남성 백세인이 지역사회서 잘 어울리며 살아… 종교 있는 백세인 76%
⊙ 백세인의 평균 신장은 147.8cm, 체중은 43.5kg… 98%가 결혼 경험
⊙ 백세인 82% 평생 술 마시지 않아, 80%는 평생 담배 안 피워
⊙ 함께 사는 이 없이 혼자 사는 경우 52%… 장기요양등급 없는 건강 백세인 36%
⊙ 사회성 좋은 남성 백세인이 지역사회서 잘 어울리며 살아… 종교 있는 백세인 76%

- 전남대 한국백세인연구단 연구원들이 백세인을 찾아가 심층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홀로 지내는 백세인은 상대적으로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
백세인 수가 2000년 934명에서 2017년 3908명, 2025년 8806명으로 늘면서 장수(長壽)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수벨트인 구례·곡성·순창·담양 지역 연구가 대표적이다.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에서 평생 세포 노화 연구에 매진한 박상철 교수(현 전남대 석좌교수)의 주도로 ‘구곡순담’ 지역에 유독 많은 백세인의 식생활 습관, 지리·환경 상태 등을 파헤쳤다. 지리산과 섬진강, 영산강을 따라 펼쳐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장수인들의 삶이 처음으로 세상에 조명되었다.
백세인 질적 조사 심층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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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백세인연구단이 펴낸 연구서 《백세인으로 살아가기》 |
또 이듬해에는 구곡순담 지역 백세인의 독립적 생활 정도(자기부양능력)를 가늠하는 연구가 진행됐고 2023년 7월에는 전남 화순군 일대와 광주 동구·서구에 사는 백세인으로 연구 범위가 확대됐다.
이 연구에는 전남대 박상철 석좌교수와 이정화 교수(생활복지학과), 박광성 교수(의대) 등을 비롯해 여러 장수 박사(오영은, 이보람, 최현우, 석묘묘, 용정이, 나대웅, 박선유)가 한 뜻으로 참여했다. 이러고 최근 이번 연구의 결실인 《백세인으로 살아가기: 자립과 돌봄 사이》(전남대출판문화원)라는 연구 보고서가 공개됐다. 그동안 미진했던 질적 조사를 통한 백세인 삶의 다양한 층위와 삶의 질을 분석한 심층 보고서였다. 기자는 이 소중한 보고서를 입수해 《월간조선》 독자들에게 공개한다.
백세인 평균 자녀 수는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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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대 한국백세인연구단 산하 교수와 박사급 연구원들. 가운데 왼쪽부터 박광성 교수, 박상철 교수, 이정화 교수. |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한국백세인연구단은 직접 백세인 가정을 방문해 본인과 가족, 때로는 이웃들에게 여러 정보를 수집했다고 한다. 예컨대 백세인이 자신의 나이는 모르더라도 자신의 ‘띠’는 잘 기억하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12간지를 통해 실제 출생 연도를 확인했다. 이후 백세인의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건강, 돌봄, 지역사회 활동 등을 추적했다.
화순 지역 백세인 54명을 대상으로 나이와 성별을 조사했더니 95~99세가 89%(48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100세 이상은 11%(6명)였다. 성별로는 여성이 81%(44명), 남성이 19%(10명)로, 여성이 남성보다 약 4배나 많았다.
백세인은 결혼을 했을까, 아니면 미혼으로 평생을 살았을까. 만약 결혼을 했다면 자녀는 몇 명이나 두었을까.
한국백세인연구단에 따르면 화순 백세인의 대부분인 98%(53명)가 결혼 경험이 있었다. 단 1명만이 평생 미혼으로 지냈다. 당시 사회에서 결혼이 보편적인 삶의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결혼 경험이 있는 백세인 중 현재 배우자가 생존해 있는 경우는 13%(7명)에 불과했다. 또 평균 20.3세에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결혼 연령의 범위가 매우 넓어서, 가장 어린 나이에 결혼한 사례는 11세였고, 가장 늦게 결혼한 사례(재혼)는 67세였다. 배우자와 사별한 나이도 최소 25세부터 최대 95세까지 다양했으며, 평균적으로는 68.3세에 배우자를 여의었다.
결혼 경험이 있는 백세인의 부부간 함께한 기간은 평균 76.9년으로, 최소 29년에서 최대 86년까지 분포했다. 사별한 백세인이 배우자 없이 혼자 지낸 기간도 평균 28.9년으로 매우 길었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수명이 길어지면서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도, 배우자 없이 지내는 시간도 모두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 경험이 있는 백세인에게 출산 자녀 수와 생존 자녀 수를 물었더니 평균 5.53명의 자녀를 출산했으며, 이 중 현재 생존해 있는 자녀 수는 평균 5.04명이었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1955~ 1963년)의 평균 자녀 수가 2.1명이고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초저출산 국가로 변화한 것을 고려할 때 이들은 우리 역사상 전무후무한 자녀부양자원을 보유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술·담배 안 하는 백세인
이번에는 백세인의 객관적인 신체적 건강 지표를 살펴보았다. 2023년 화순 백세인 조사팀 중 의과대학 팀에서 총 56명(95~99세 51명, 100세 이상 5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백세인의 평균 신장은 147.8cm, 체중은 43.5kg으로 나타났다.
생체 징후를 보면 수축기 혈압은 140.7mmHg, 이완기 혈압은 67.5mmHg, 맥박은 분당 75.9회로 측정되었다. 만성질환 유병률은 고혈압이 52%로 가장 높았고, 치매 18%, 골관절염 18%, 골절 12%, 당뇨병 8%, 골다공증과 천식이 각각 6%, 암·심장병·뇌졸중이 각각 2%였다. 일부 백세인은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백세인의 생활습관을 살펴보면, 평생 술과 담배를 하지 않은 비율이 매우 높았다. 전체의 82%가 평생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응답했으며, 과거 음주자는 14%, 현재 음주자는 4%에 불과했다. 현재 음주자 중 하루 10잔(소주 기준) 이상, 주 4회 이상 마시는 음주자가 2% 있었는데, 이들은 한 번에 10잔 이상을 마시는 것이 아니고 아침에 1~2잔, 점심때 1~2잔… 이렇게 하루 종일 소량씩 나누어 마셔 10잔을 넘기는 것이다. 즉 폭음이 아닌 하루 동안에 조금씩 마시는 형태였다.
흡연의 경우, 80%가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며, 과거 흡연자는 20%였고 현재 흡연자는 한 명도 없었다. 과거 흡연자들의 평균 흡연 기간도 약 4년으로 짧은 편이었다. 이러한 낮은 흡연율은 여성 백세인의 비율이 높은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강 및 청각 건강 상태를 보면, 71%가 틀니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12%만이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청력 검사에서 청력이 좋은 편으로 나타난 비율은 50%였다.
의료 서비스 이용 패턴을 살펴보면, 42%가 병원이나 보건소 등 의료기관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1년에 1~2번 이용하는 경우가 25%, 1~2달에 1번 이용하는 경우가 21%, 한 달에 2~4회 이용하는 경우는 4%에 불과했다.
정신 건강 측면에서는, 노인 우울검사(GDS-K)를 시행한 36명 중 78%가 정상으로 나타났고, 중증도 우울은 8%, 우울증은 14%였다. 이는 대다수 백세인이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필요한데, 이 등급은 1등급에서 5등급으로 구분된다. 1등급은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고, 2등급은 상당 부분, 3등급은 부분적으로, 4등급은 일정 부분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다. 반면, 5등급은 치매를 진단받은 경우가 해당된다.
3명 중 1명 장기요양등급 없어
화순 백세인 조사 대상자의 장기요양 서비스 현황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 요양등급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53명 중 36%는 장기요양등급이 없었다. 이는 3명 중 1명 이상이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 없이도 생활할 수 있는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고 있는 백세인은 64%였는데, 이들은 주로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했고 방문목욕 서비스(19%)나 주간보호센터(9%)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체 백세인 중 장기요양 서비스 수혜율은 여성 57%, 남성 8%로 여성의 장기요양 서비스 수혜 비율이 더 높았다.
장기요양 서비스 외에도 백세인은 상황에 따라 독거노인 안부 서비스(8%), 반찬배달 서비스(6%), 노인맞춤 돌봄 서비스(4%), 국가유공자 보훈재가 복지 서비스(4%)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백세인 중 20%는 어떠한 서비스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을 장기요양 서비스 미수혜자 비율이 36%에 달하는 점과 함께 생각해 본다면, 백세에 이른 노인 중 상당수가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보다 건강 상태가 양호함을 알 수 있다.
백세인의 장기요양 서비스 수혜 현황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수혜자 34명에 대하여 성별과 거주 유형별로 수혜 상황을 분석하였다. 남성 집단에서는 과반인 60%가 서비스를 받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 집단에서는 70%가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해, 지역사회 거주 백세인 중 여성보다 남성의 건강 및 기능 수준이 더 양호함을 알 수 있다.
장기요양 서비스 수혜율은 거주 유형별로 살펴보면, 독거 거주는 59%, 부부 동거 가구는 57%, 부부 동거를 제외한 가족 동거 가구는 7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미수혜율은 부부 동거 43%, 독거 41%, 가족 동거 26% 순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혼자 사는 백세인과 변화하는 부양 형태
전남대 이정화 교수는 “이는 자녀 동거 가구 백세인의 건강 상태가 더 좋지 않다는 것으로 혼자 살다가 가족의 도움이 필요해서 함께 살게 된 경우임을 알 수 있다”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백세인일수록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경향이 있으며, 홀로 지내는 백세인은 상대적으로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화순 백세인의 동거 현황을 살펴보니 함께 사는 이 없이 혼자 사는 경우가 52%(28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 중 완전한 독거는 24명이었고 4명은 주중 또는 주말에 자녀가 백세인 곁에 머물면서 직간접적으로 생활을 돕는 반(半)동거 형태였다.
2022년 백세인 연구와 비교해 보면, 가족 동거 비율은 낮아지고(2022년 55%→2023년 48%), 독거(2022년 45%→2023년 52%)의 비율이 높아졌다.
화순군 현황은…
인구는 2024년 말 현재 6만735명(남 3만77명, 여 3만658명), 3만1825가구에 이른다. 이 중 노인 인구는 1만8776명(31%)으로 3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농업 인구는 1만1276가구 1만4852명이다. 예산 규모는 8447억원(일반회계 7337억, 특별회계 1110억)이고 재정자립도는 12%다.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을 비롯해 국가지정, 도지정 등 문화재가 82개다. 초등학교 16곳, 중학교 10곳, 고교 4곳으로 학생 수는 모두 5065명이다. |
백세인 독거 비율 높아져
한국백세인연구단에 따르면 혼자 사는 백세인은 신체적·인지적 한계로 인하여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가 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의욕을 갖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정화 교수는 “초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 자기 효능감을 유지하며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독거 백세인”이라고 했다.
독거 백세인은 오랜 기간 독립 생활을 유지해 오면서 스스로 일상을 관리하는 능력이 훈련된 경우가 많다.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진 독거 백세인은 그 생활방식을 고수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이는 백세인이 오랜 시간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독거 백세인 중에는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왕래를 자제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자녀들의 삶에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가능한 한 독립적으로 살고자 노력한다. 자신의 존재가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전통적인 효(孝) 문화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의존하는 형태와는 다른, 현대사회의 변화된 가족관계를 반영한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독거 백세인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의 표현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삶을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중요한 정서적 지지대가 된다. 이는 초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삶과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농촌 지역의 경우, 특히 오랜 세월 지낸 자신의 터전에 대한 애착과 익숙함이 이러한 독립 욕구를 더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백세인과 가족의 모습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장남 중심의 부양 규범이 미약해지고 부모 부양의 책임이 가족에서 사회로 점차 이전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효 사상에 기반한 부양 의식이 약화되고, 스스로 책임지는 자기 부양과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백세인의 돌봄에 있어서는 여전히 가족, 특히 자녀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만 과거의 장남과 며느리 중심의 부양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부양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장남과 큰며느리가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던 백세인 돌봄이 아들, 딸, 손자녀 등 다양한 가족 구성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변화되고 있었다. 과거 서울대 박상철 교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2001년 백세인 조사에서는 백세인이 아들 내외와 함께 거주하고 있거나, 아들은 이미 사망하고 며느리만 남아 있는 경우 주로 며느리에 의한 돌봄, 특히 큰며느리의 돌봄이 당연시되었고 이것이 사회적 관습이었다.
화순 백세인 54명 중 37%가 아들이 主부양자
그러나 2023년 화순의 백세인을 방문했을 때는, 아들을 중심으로 한 부양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인근 도시나 먼 지역에서 일을 하다 은퇴한 아들이 백세인 부모를 돌보기 위해 백세인의 집으로 오거나, 반동거의 형태로 돌봄을 제공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백세인과 자녀가 함께 살지 않는 경우에도 아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돌봄을 제공하는 양상이 관찰되었다. 놀랍게도 화순 백세인 54명 중 37%가 아들이 주부양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남성 중심의 부양 형태는 가족 구조와 성 역할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백세인의 자녀들도 이미 중·노년기에 접어든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 시기에 딸이나 며느리들은 손자녀를 돌보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거나, 요양보호사나 생활지원사와 같은 경제 활동을 하고 있거나 새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은퇴한 아들들의 흥미로운 역할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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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순 지역 백세인 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이 81%(44명), 남성이 19%(10명)로 여성이 남성보다 약 4배나 많았다. 박사급 연구원들이 남성 백세인과 대화하고 있다. |
또한 점차 부모 부양이 며느리의 의무가 아닌 직계 자녀의 책임으로 인식되면서, 아들 스스로 “우리 어머니는 당연히 내가 모셔야지”라는 의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부양에 참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아들이 일주일이 한 번씩 와. 큰아들이, 큰아들도 이제 정년퇴직해서 놀고 있은께.”(99세 윤○님씨)
“내가 여기 온 건 올해 3월에 왔어요. 어머니가 연세도 고령이고, 뭐랄까, 도와준달까? (나는) 경비 하다 (화순에) 내려왔어.”(98세 정○순씨의 아들)
어떤 아들은 ‘배우자와 사별해 홀로 되자 어머니 집으로 들어가 함께 살았는데 오히려 백세인인 어머니의 도움을 받는다’면서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라고 말하였다.
“8년 전 아내가 사망해 혼자가 돼 어머니 집으로 와서 얹혀살게 되었어요. 우리 어머니 집안일, 식사, 외출, 뜨개질 등 혼자서 다 하셔요. 오히려 아들인 내가 어머니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95세 김○윤씨의 아들)
반세기 전의 초기 백세인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에서는 딸에 의한 부양이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딸 또는 딸 내외가 백세인을 부양하는 경우도 아들 부양 못지않게 많이 관찰되었다. 또한 딸이 백세인을 부양하는 경우,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가족요양’의 형태로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가족요양을 제공하는 딸의 극진한 돌봄 덕분에 장기요양등급이 1등급(일상생활에 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등급)인 백세인도 요양병원에 가지 않고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장기요양등급이) 지금 1등급, 제가 가족요양 하잖아요. 한 달 30일, 하루 90분, 주 7회지. 21년 8월부터 하고 있어요. 말씀은 못 하셔도 인지는 있으니까 눈빛으로 교류해요. 화가 나시면 눈으로 (표현해요.) 목으로 파킨슨이 심하게 와서 삼키는 능력이 좀 안 좋으셔가지고, 그래서 딱딱한 거는 안 드리고, 모든 걸 죽으로, 습식으로 드려요. 잘 삼키셔요. 음식이 거칠면 삼키기 어려워 약도 다 부숴가지고. 100% 내가 조리.”(98세 한○희씨의 딸)
사실, 장남 부양 규범이 강했던 한국 사회에서 백세인과 같은 초고령 노인을 돌보는 역할은 전통적으로 주로 며느리의 몫이었다.
백세인들의 며느리들은…
그러나 20년이 더 지난 지금, 며느리가 백세인을 전담해서 돌보는 경우는 백세인의 아들, 딸 등 직계 혈족에 의한 돌봄에 비해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백세인의 며느리들은 외부 활동을 활발하게 하거나, 요양보호사나 생활지원사 등 직업을 가지고 밖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고, 백세인을 전적으로 돌보기보다는 반찬을 해놓는 등 필요한 집안일을 지원하는 것으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은 연구서 《백세인으로 살아가기》 중 한 대목이다.
〈과거에는 당연시되었던 며느리의 돌봄이 이제는 특별한 희생으로 인식되는 변화도 있었다. 백세인은 자식들에게 부양을 받을 때보다, 며느리가 자신을 돌볼 때 더 미안함과 부담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미안해. 며느리한테. 이를 빼고, 여기(이)가 없어서. (이가) 암것도 없어. 그래가지고 (내가) 깡깡한(딱딱한) 거를 먹지를 못 헌께, 물컹한 것을 먹일란께 며느리가. 그게 미안해.”(97세 이○례씨)〉
백세인은 얼마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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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7월 3일 전남 화순군 도암면 월전리 마을 정자에서 주민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다. 사진=조선DB |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성별에 따른 차이였다. 남성의 경우 80%가 자주 또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어울린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은 61%만이 어울린다고 응답했다. 남성보다 19%나 낮은 비율이다. 그렇다면 백세인 여성보다 남성의 사회성이 더 높은 것일까? 화순 지역 백세인 남성들은 대부분 건강 상태가 좋고 사회성이 높았다. 즉 남성의 사회성이 더 높다기보다는 건강 상태가 좋은 남성 백세인이 더 오랫동안 지역사회에서 잘 어울리며 사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은 답변이 ‘몸이 불편해서’(44%)였다. 다음으로는 ‘기회나 상대가 없어서’(33%)라는 응답이 많았다.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심한 섬망으로 인한 타인 불신 때문에 교류를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
“어머니가 성격이 좀 있으시니까. 지금도 성격이 누구한테 안 지려 하고. (그래서) 마을 사람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요. (가족 외에는) 교류하는 사람도 없고, 연세가 든께 더 마다하셔요.”(98세 정○순씨 아들)
한국백세인연구단은 백세인의 사회적 교류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현재 참여하는 정기적 모임이 있는지 물었다. 조사 대상자 54명 중 34%가 현재 정기적 모임이 있다고 응답했고, 49%는 과거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없다고 했다. 17%는 원래부터 정기적 모임이 없었다고 답했다.
여기서도 성별 차이가 뚜렷했다. 남성의 경우 60%가 현재 정기적 모임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은 28%만이 정기적 모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초고령 노인에게 종교가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많은 백세인, 특히 여성 백세인의 경우, 주변에 성경과 찬송가가 펼쳐진 채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장○례(98)씨는 백발에 깨끗한 피부를 가졌는데 성경을 앞에 두고 있었다. 막내아들 결혼 후 막내아들 내외와 계속 함께 살아온 그녀의 방에는 백세인이 정갈한 손글씨로 직접 옮겨 쓴 종이가 주변에 널려 있었다.
백세인의 종교 관련 질문에 답한 41명 중 ‘종교 없음’은 24%(10명), ‘종교 있음’은 76%(31명)로 종교가 있는 백세인이 더 많았다. 종교가 있다고 응답한 대상자 31명의 종교 유형은 기독교 52%(16명), 불교 39%(12명), 천주교 10%(3명)로 나타났다.
百年偕老의 진정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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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백세인연구단 이정화 교수가 백세인의 사회인구학적 특성, 지역사회 돌봄 제공 현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
백세인 부부의 삶은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해 오며 쌓인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의존의 형태를 보인다. 자신도 모르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경험하며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정서적·실질적 지지원이 되었던 것이다.
“싸울 이유가 뭐가 있는가? 서로 존중하고 높여주다 보니 큰소리 없이 이렇게 백 살이 다 되도록 살고 있네요. 싸울 일이 뭐 있어요. 서로 고생하면서 사는데.”(95세 박○철씨)
백세인 부부 관계는 기존 노부부에 대한 일반적인 고정관념과는 다른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백세인 부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인, 단순히 담백하고, 사랑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굳이 표현하지 않는 ‘역동성이 사라진’ 관계가 아니라, 여전히 다양한 정서와 애정 표현이 존재하는 관계임이 관찰되었다.
포옹도 하고, 입맞춤도 하고
일평생 큰 언성 한 번 내지 않고 살아온 부부, 재혼 후 30년 가까이 연애하듯 살아온 부부, 여느 부부처럼 무덤덤하게 잘 사는 부부, 반평생을 사실혼으로 살아온 부부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초고령기에 접어들었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과 친밀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부부도 있었다. 손을 잡고, 포옹하고, 입맞춤을 하는 등의 신체적 친밀감을 유지하는 부부도 있어, 노년기 부부 관계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한 사례를 보여준다.
“행복해요.… ‘오늘도 눈뜨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아침에는 한 시간씩 기도하고, 문화센터 갔다 오고, 밥 차려주고, 그래요.… (남편이랑) 손도 잡고 포옹도 하고, 입맞춤도 하고.”
법적인 혼인 관계없이 반평생 이상을 함께 살아온 사실혼 관계의 백세인 부부도 있다. 이들은 특정한 개인적, 가족적 사정으로 인해 법적인 혼인 신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인 부부로서의 삶을 영위해 왔다.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긴 세월을 함께한 이들의 유대감은 매우 깊고 강했다.
“사실혼 관계로 남편 47세, 나 30세에 동거하기 시작했어요. 외동아들이 눈에 밟혀서 그냥 서류 정리 못 하고 그냥 살아. 시장에 가면 아직도 잉꼬부부로 유명해요. (남편이) 자면 (내가 시장에) 몰래 가도 (나를) 찾아오고 그래요.”(96세 이○대씨의 아내)
이런가 하면 같은 공간에 거주하지만 각자의 독립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부부도 있다. 이들은 서로의 프라이버시와 개인 공간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할 때 서로 돕는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평생 직업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살아온 부부의 경우, 노년기에도 이러한 생활방식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남편은) 큰방에서 자고, 나는 여기서(작은방) 자고, 근데 이렇게 같이 살고. 살을 같이 맞댈 수는 있겠지만 맞댈 필요를 못 느끼잖아요. 무덤덤하죠…. 젊어서부터 각방 생활을 했기 때문에 옛날에는 각자 학교가 있어서 떨어져 살다가 퇴직해가지고, 각방으로 아예. 같이 대화하고 그런 걸로 만족해요. 젊어서부터 부부가 같이 자야 한다 그런 관념은 없어요.”(97세 이○환씨 아내)
백년 부부, 로맨틱보다 인내와 책임의 형태
한국백세인연구단이 만난 또 다른 백세인 부부는 70년 가까이 함께했지만, 깊은 대화나 애정 표현보다는 각자의 공간을 유지하며 묵묵히 공존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 다른 활동을 하며 대화도 거의 없었다. 젊은 시절에는 잦은 다툼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갈등보다는 묵묵한 수용으로 관계가 변화했다. 이들에게 백년해로의 의미는 로맨틱한 사랑이나 깊은 우정이라기보다, 인생의 굴곡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함께하는 인내와 책임의 형태로 나타났다.
모든 백세인 부부가 이상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백년해로의 의미를 현실화하고 있었다. 활기차고 애정 표현이 풍부한 관계부터 묵묵히 공존하는 관계까지, 다양한 모습의 백세 부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백세인연구단은 《백세인으로 살아가기》 보고서에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오랜 세월을 함께 견디어온 그들만의 관계 방식이다. 백세인 부부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은 우리에게 노년의 부부 관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가는 유연한 관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