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위기의 한국 경제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오고 있다

“한국은 이미 ‘위험의 입구’… 부동산발 금융위기 前兆”

  • 글 : 고기정 월간조선 기자  yamko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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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가격 붕괴되면 금융 시스템도 함께 무너질 것”(서진형 교수)
⊙ “부동산, ‘시장 문제’ 넘어 ‘시스템 리스크’ 됐다”(강정규 원장)
⊙ “지방 부동산 침체, 금융위기의 출발점 될 수도”(서정렬 교수)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구와 한강 건너 서초구 아파트 단지들. 이재명 정부는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해(2025년) 10월 15일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늘렸다. 사진=조선DB
“부동산을 담보로 한 신용이 더 이상 굴러가지 않을 때 금융 시스템 붕괴가 시작됩니다. 금융 부채와 관련한 절대적 크기에서 한국은 이미 ‘위험의 입구’에 진입해 있습니다.”
 
  강정규(姜晶奎·58) 동아대 부동산대학원 원장이 섬뜩한 경고를 내놨다. 가계 부채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2026년 한국의 가계 부채는 약 2000조원에 육박해 경제의 가장 큰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6·27대책과 10·15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하락해 2021년 한때 100%를 넘겼던 때에 비해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2025년 3분기 현재 89.3%로 여전히 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초강수 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 규제를 완화하자 집값이 용수철처럼 급등했던 전례를 들어, 일부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폭풍 전야’로 규정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모두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수’를 뒀지만, 대통령이 “서울 집값 때문에 욕 많이 먹는데 대책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수도권 집값은 2025년 한 해 10% 이상 상승해 규제의 역효과를 드러내고 있다.
 
 
  “위기 관리할 수 있는 마지막 구간”
 
 
강정규 동아대 부동산대학원장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2030세대 사이에서는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집을 사려는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1월 7일 발표된 법원 등기정보에 따르면 30대 주택 매수자는 2025년 11월 4013명에서 12월 5072명으로 26.3% 증가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20대 역시 781명에서 967명으로 거래가 확대됐다. 강정규 원장의 말이다.
 
  “부동산 문제가 언제 ‘시장 문제’를 넘어 ‘시스템 리스크’가 되는지가 핵심이 됐습니다. 가계 부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한 신용이 더 이상 굴러가지 않을 때 금융 시스템 붕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결국 가계 상환력 약화와 PF 현금 흐름 붕괴는 금융시장 신뢰 붕괴와 실물경제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국가금융위기의 도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국은 현재 위험한 수준인가요?
 
  “금융 부채의 절대적 크기에서 한국은 이미 ‘위험의 입구’에 진입해 있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아직 금융 시스템 붕괴 단계에는 진입하지 않았고, 대신 정책으로 시간을 벌고 있는 국면입니다. 즉,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마지막 구간에 있다고 봅니다.”
 
  ― 역대 모든 정부는 ‘투기 억제’ ‘주거 안정’을 내세워 부동산 정책을 반복해 왔지만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부동산이 한국 부실의 주범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격을 관리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든 떨어지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것이 가장 큰 실패였다고 판단됩니다. 어떤 정부든 정권의 정치적 기조에 따라 부동산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입니다. 또 하나는, 정책에 ‘일관성’이 아니라 ‘반복성’만 있었다는 것입니다. 규제와 완화를 반복하며 ‘정책은 바뀌지만 부동산은 남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고착화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리스크, 국가경제 침체로 이어져”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서진형(徐鎭亨·62)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약 70%는 부동산”이라며 “부동산 편중 현상이 심화된 것은 안정성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의 말이다.
 
  “좁은 우리나라에서 자산의 가격이 항상 우상향하는 것은 부동산이 유일하다는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이 자금을 대출해 줄 때 부동산 담보를 가장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은행에서 대체로 부동산은 리스크가 없다고 생각하고, 가치 평가도 용이합니다. 결국 부동산 가치의 지속적 우상향과 대출을 통한 부동산 매수 수요의 증가로 부동산에 편중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 자본이 부동산에 집중되면 어떤 문제가 생깁니까?
 
  “돈이라는 자본이 부동산으로 집중되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정된 국가의 자금은 기술을 개발하거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생산적인 기업에 투자되어야만 국가경제가 성장하게 되는데, 부동산에 돈이 몰려 있으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해지게 됩니다.”
 
  ― 결국 실물경제에 부담이 되겠군요.
 
  “맞습니다. 일자리가 감소하고, 근로소득의 감소는 결국 소비의 감소로 연결되어 연쇄적으로 국가경제의 침체를 가져오게 됩니다.”
 

  ― 현재 부동산 가격은 계속해서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부동산 가격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우상향한다면, IMF 금융위기 당시처럼 집값이 급락할 경우 금융 시스템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금융기관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금융기관은 대출을 줄이게 되고, 기업과 가계는 투자와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그 결과 국가경제는 침체에 빠지게 됩니다.”
 

정부별 주요 부동산 정책 요약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 강화와 완화를 반복해 왔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부터다. 부동산 정책은 경제성장기에는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후에는 자산 불평등 해소를 명분으로 세제와 금융 규제가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3종 패키지’ 중 가장 문제 되는 것은 금융”
 
2025년 10월 22일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 25개 자치구 구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규탄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조선DB

  2025년 12월 9일 강훈식 대통령실(당시) 비서실장은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추가 대책과 관련해 “공급·금융·세제 등 다양한 방법이 준비되어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침체된 지방 부동산 경기를 고려해 세제와 금융 지원은 유지하거나 보완하는 ‘투트랙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는 ‘10·15대책’을 통해 LTV(담보인정비율) 40% 적용, 15억 초과 주택 대출 한도 축소, 최대 6억 원 대출 제한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놨다.
 
  강정규 원장은 이러한 정책 기조 속에서도 구조적 오류가 가장 크게 누적된 영역은 금융이라고 지적했다.
 
  “일명 ‘3종 패키지’(공급·금융·세제) 중 구조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어 온 것을 하나만 꼽자면, 부동산을 담보로 한 신용 창출의 우선순위를 낮추는 것이라고 봅니다. 금융시장의 정상화가 가능해지면 세제와 공급은 보조로서 그 뒤를 이어 정상화될 것이고, 구조적 오류를 해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진형 교수는 역대 정부가 이어 온 ‘공급 정책’이 가장 큰 구조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의 치명적 실패 원인은 근본적으로 공급 부족입니다. 가격이라는 것은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 제1기 신도시를 건설하여 200만 가구를 공급한 결과, 약 10년간 집값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반대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10년 동안 서울의 경우 뉴타운 지정 해제 등 공급 축소로 인하여 지금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다주택자 규제, 토지거래허가제, 실거주 의무 등으로 인한 전세 물량의 감소는 주택 임대차 시장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부동산발 금융위기 올 수도”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
서정렬(徐廷烈·62)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현재의 부동산시장 과열이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후 ‘개발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집으로서의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경험을 했고, 현재 우리나라 가구의 전체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율이 약 75%나 되는 데서 보듯 부동산 자체가 투자적 매력이 강한 보유자산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 가격 차이가 ‘주거 격차’를 만들면서 서울 강남 아파트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 ‘똘똘한 한 채’ 경향이 지속되는 것이 나쁜 일인가요?
 
  “서울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될수록 지방 아파트 가격은 이미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태에서 지방 인구 감소 등으로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이 커집니다. 지방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하락은 지방 시장 대상의 건설업 투자 감소로 이어져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지며, 지방 아파트 건설 부진과 지방 지역 내 양극화 심화 가능성도 있습니다.”
 
  ― 지방 건설경기가 악화되면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방 아파트 개발 부진 등에 따른 업체 대상 PF 부진 및 부실 사태가 심화될 경우, 토지 매입 비용을 조달하는 제2금융권의 부실 가능성이 증대할 것입니다. 제2금융권의 부실은 본PF 부실로 연결되어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현재 한국은 어느 단계에 와 있다고 보십니까?
 
  “지방 부동산시장 및 건설업의 위축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2025년 말부터 예고한 이재명 정부의 ‘2026년 공급대책’에 지방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들이 강구될 필요가 있습니다. 지방 부동산이 소프트랜딩, 연착륙에 실패할 경우 부동산발 금융위기 등이 다시 한 번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서울과 지방 집값 추이


2026년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은 ‘서울·수도권의 상승’과 ‘지방 정체’라는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25년에는 잇따른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 값이 8.71% 급등하며 강남권 일부 단지는 문재인 정부 당시 세웠던 고점을 또다시 돌파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2026년 1월 초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위기, 이재명 정부 위기로 이어질 수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부동산은 안 건드리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서울 집값 욕먹는데 대책이 없다”고 토로할 정도로, 잇단 규제에도 ‘똘똘한 한 채’ 열풍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서정렬 교수는 현 상황을 정부의 정책 딜레마로 진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하여 취임 전부터 ‘세제’는 건드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태에 빠진 느낌입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는 회피한다고 회피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전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이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의 집값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이재명 정부가 큰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지방 부동산의 붕괴는 단순히 지방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아니라, 서울 중심의 ‘일극(一極) 체제’로 인한 문제를 더욱 키워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고 새로운 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감 있는 부동산 대책을 수립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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