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간에 현금 4%뿐… 제2의 IMF 막으려면 외환보유고 1조 달러 쌓아야”
⊙ “환율 상승은 국가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
⊙ 국가부채 증가, GDP 대비 낮은 외환보유액, 현금성 외환 부족 복합 요인
⊙ “서학개미 탓하는 건 국가가 해야 할 원화 가치 방어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
⊙ “세계 2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원화, GDP 대비 20%대 초반의 외환보유고 갖고는 위기 대응 쉽지 않아”
⊙ 1997년보다 지표 개선됐지만 ‘규모’보다 ‘구성’ 따져봐야
金大鍾
1968년생. 한국외대 경제학과, 고려대 MBA, 서강대 경제학 박사, 뉴욕대 MBA / 美 컬럼비아대 방문교수, LG전자·현대증권·한국경제신문사 근무, 한국경영경제연구소장, 한국시장경제교수협의회장, 국회 4급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임. 現 세종대 홍보실장·경영학부 교수 / 저서 《도약하는 2026년 경제대전망》 《김대종의 부자학》 외 다수
⊙ “환율 상승은 국가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
⊙ 국가부채 증가, GDP 대비 낮은 외환보유액, 현금성 외환 부족 복합 요인
⊙ “서학개미 탓하는 건 국가가 해야 할 원화 가치 방어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
⊙ “세계 2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원화, GDP 대비 20%대 초반의 외환보유고 갖고는 위기 대응 쉽지 않아”
⊙ 1997년보다 지표 개선됐지만 ‘규모’보다 ‘구성’ 따져봐야
金大鍾
1968년생. 한국외대 경제학과, 고려대 MBA, 서강대 경제학 박사, 뉴욕대 MBA / 美 컬럼비아대 방문교수, LG전자·현대증권·한국경제신문사 근무, 한국경영경제연구소장, 한국시장경제교수협의회장, 국회 4급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임. 現 세종대 홍보실장·경영학부 교수 / 저서 《도약하는 2026년 경제대전망》 《김대종의 부자학》 외 다수
실제로 현금성 외환은 전체 외환보유액의 4~5% 수준인 약 180억 달러에 그친다. 확장 재정 기조 속에서 늘어나는 국가부채까지 감안하면 재정의 방어력은 더 낮아진다. 물론 1997년처럼 붕괴 직전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도 아니라는 게 그의 말이다.
증권사 근무 시절 외환위기를 현장에서 겪었던 그는 “6·25 전쟁 이후 국내에서 가장 참혹한 사건으로 꼽히는 IMF의 비극은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고 했다. 경각심이 약해졌다는 생각에 지난해 11월 《제2의 IMF 외환위기, 다시 오는가?》라는 책도 냈다.
1월 8일 세종대에서 만난 김 교수는 급격한 국가부채 증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낮은 외환보유액, 그리고 즉시 사용 가능한 현금 잔고의 부족을 외환위기 위험의 핵심 근거로 꼽았다. 그러면서 “외환보유고를 1조 달러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질 부채율은 100~130% 수준”
― 책에서 제2의 IMF가 올 확률을 30%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이 확률은 유효합니까.
“유효합니다. 50%를 넘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예요. 국가부채 비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올해가 약 52%고, 2029년에 59%, 2030년이면 60%가 넘을 겁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GDP 대비 60%를 넘기면 위험 국가로 분류됩니다. 2029년이면 그 경계선에 도달하는 거예요. IMF는 한국의 국가부채가 2050년 GDP 대비 130%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같은 잠재부채를 포함하면 지금도 실질 부채율은 100~130% 수준이에요. 정부는 국채만 놓고 52%라며 안심하지만, 한국은 기축(基軸)통화국이 아니죠. 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시장 불안은 훨씬 빠르게 확산됩니다.”
김 교수는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이런 우려를 더 키운다고 했다.
“성장 둔화 속에서 재정 지출을 늘리면 부채 증가는 가속됩니다. 프랑스처럼 복지 지출을 확대해 온 유럽 국가들을 보면 재정 부담과 사회적 충돌을 동시에 겪고 있죠. 한국도 추경이 반복되며 재정 지출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어요. 단기 경기 보완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부채와 환율·물가 불안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는 이어 “외환보유고가 GDP의 22~23%에 그친다는 점 자체가 구조적 약점”이라면서 “이번에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와 지원이 단기적으로 달러 부족과 환율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대만의 경우 GDP 대비 77% 수준인 약 6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 1997년 당시 대만은 위기를 겪지 않았지만, 외환보유고가 부족했던 한국·태국·인도네시아는 외환위기를 맞았죠. 러시아도 전쟁 전 우리보다 훨씬 많은 달러를 비축한 상태에서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달러 비축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여기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향후 10년간 매년 200억 달러씩, 총 2000억 달러의 대미 직접 투자와 이른바 ‘마스가(조선 협력)’ 관련 150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합치면 3500억 달러로 외환보유액의 80%를 넘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은 180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매년 200억 달러’씩 나눠 투자하겠다고 설명하는 것도 그 정도가 현실적 한계이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외환보유고에서 발생하는 연(年) 3% 안팎의 이자를 가지고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금융 체력 취약”
― 대만은 IMF 미가입국에다 양안(兩岸) 관계 불안 때문에 달러를 쌓아둘 수밖에 없는 구조라 한국과 단순 비교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GDP 대비 70% 이상 보유한 국가는 드물기도 하고요.
“지정학적으로 불안한 환경에 놓여 더 많은 달러를 축적해 온 건 맞습니다. 중요한 건 그 불안이 실제 위기로 번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만은 인구 규모나 반도체 중심의 산업 구조가 우리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는 무너졌고, 대만은 버텨냈습니다. 넉넉한 외환보유고 덕분에 환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시장에 ‘어떤 위기가 와도 방어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줬기 때문이죠.
반면 한국은 제조업 등 실물 경제는 강할지 몰라도 이를 뒷받침할 금융 체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합니다. 이런 구조에서 외환보유고라는 방어막마저 얇으면 체감하는 충격은 대만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 대만의 사례는 특수한 예외라기보다, 우리처럼 대외 환경에 민감한 국가가 생존을 위해 참고해야 할 교본에 가깝습니다.”
― GDP 대비 외환보유고 23%를 둘러싸고도 이견이 분분합니다. 우리는 늘 이 수준을 유지해 왔고, 중국·독일·프랑스와 비교해도 낮지 않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수치만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중국은 기축통화국을 넘보고 있고 유로존은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우리와 비교가 어렵고요. 핵심은 원화의 국제적 위상입니다. 2024년 기준 국제 결제에서 원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0.1%에 불과합니다. 세계 20위권에도 들지 못합니다. 이런 통화로 GDP 대비 20%대 초반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위기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수입 결제 3개월 치, 단기 외채 대응,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을 합쳐 적정 외환보유고를 산정합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적정 보유고는 지금보다 훨씬 많아야 합니다. IMF 기준은 최소치에 가깝습니다. 아르헨티나는 IMF 권고를 따랐는데도 결국 국가 부도를 맞았죠.”
“규모가 아니라 구성”
2025년 12월 24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의 모습. 원·달러 환율이 33.8원 내린 1449.8원에 마감했으나 코스피는 전일보다 8.70포인트 내린 4108.62에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비율뿐만 아니라 환율과 통화 위상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군요. 그런데 한국은행 또한 외환보유고를 두고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그럼 환율이 왜 1500원 가까이 갔는지 설명해 보라는 겁니다.”
― 서학개미 영향이라고 했죠.
“전 세계 시가총액 비중을 보면 미국이 60%고, 한국은 1.5%에 불과합니다. 자산의 90% 이상을 해외에 배분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선택입니다. 이를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돌리는 건, 국가가 해야 할 원화 가치 방어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겁니다. 캐나다 연금은 자산의 85% 이상을 해외에 투자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냅니다. 서학개미를 탓하기 전에, 우리 금융 경쟁력이 낮아 자본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부터 봐야죠.”
외환보유액은 국제 수지 불균형이나 환율 급변 시 외환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국가가 보유하는 외화 자산이다. 국가의 ‘달러 체력’이자 외환위기 때 꺼내 쓰는 비상금이다. 1997년 당시 외환보유액은 200억 달러 수준이었고, 단기 외채가 이를 초과했다. 지금은 보유액 규모 자체는 크게 늘었고 단기 외채 비율도 30%대에 불과한데, 김 교수는 “가장 큰 차이는 ‘규모’가 아니라 ‘구성’”이라고 강조했다.
“4300억 달러가 있다고 하지만, 당장 현금으로 쓸 수 있는 비중은 4% 정도입니다. 한국은행 계정에 실제 남아 있는 현금은 약 180억 달러입니다. 외환보유액 상당 부분은 미국 국채와 미국 정부기관 채권, 유가증권에 묶여 있습니다. 조사해 보니 한때 보유 자산의 20% 이상이 프레디맥 같은 미국 정부기관의 모기지 채권이었어요. 0.1~0.2%포인트 이자를 더 준다는 이유로 국채 대신 이런 자산에 투자해 온 겁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를 보세요. 리먼브라더스를 포함해 미국은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파산을 선택합니다. 프레디맥도 연방정부 보증이 없었다면 위험했을 자산입니다. 현재 외환보유액의 약 90%가 채권과 유가증권이고, 금은 1% 내외, 현금은 4%뿐입니다. 이런 구조로는 위기 상황에서 즉각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환율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보는 이유입니다. 최근 1500원 가까이 올랐던 환율은 국가부채, 재정 건전성, 수출입 구조, 금융 신뢰가 모두 반영된 결과예요. 환율 상승은 국가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죠.”
1997년과 다른 점
― 무역수지도 1997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됐고, 민간이 보유한 대외금융자산도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8000억 달러를 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만 강조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저도 자산의 절반 이상이 미국 주식입니다. 월급의 대부분을 미국 1등 주식을 사는 데 쓰고 있죠. 국민들은 이미 달러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파산하는 건 개인이 아니라 ‘국가’입니다. 외환위기는 개인이나 기업이 돈이 없을 때 오는 게 아니라, 국가가 대외 결제를 할 현금이 없을 때 옵니다.
1997년에도 대기업이나 은행들이 돈이 없어서 망한 게 아닙니다. 국가 신용도가 무너지면서 이자가 폭등했고, 시스템이 마비되자 대기업 절반이 부도났고 은행들이 무너졌습니다. 개인이 아무리 현금을 가지고 있어도 국가가 파산하면 그건 종잇조각입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개인의 미국 주식을 가져다 쓸 수도 없지 않습니까.
기업들도 한국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수출 기업들은 벌어들인 달러를 굳이 원화로 환전하지 않습니다. 달러로 들고 있는 게 유리하니까요. 가령 한 대기업이 미국 땅에 공장을 짓는 데 굳이 원화로 바꿀 이유가 없겠죠. 그러니 무역흑자가 나도 나라 곳간이 잘 차지 않는 겁니다.
게다가 기업 하기 좋은 환경도 아닙니다. 법인세 부담은 늘고, 신산업은 규제로 막혀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다는 지표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더 빠져나가고 있고요. 미국은 법인세 인하 같은 유인으로 제조업을 끌어오는데, 한국 기업들은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몇몇 대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죠. 이 결과 국내 일자리는 줄고요.”
“외환보유고는 안보로 치면 핵무기”
사람들이 2024년 11월 21일 대만 신주에 있는 대만반도체제조(TSMC) 본사 내 ‘혁신 박물관(Museum of Innovation)’ 밖을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 외환보유고를 지금의 두 배 이상인 1조 달러까지 쌓아야 한다고 보는 근거는 뭡니까.
“외환보유고는 안보로 치면 핵무기입니다. 동맹요? 최악의 순간에는 누구도 대신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국제 금융 시장은 전쟁터입니다. 1997년을 돌아보면 한국의 단기채를 가장 먼저 회수한 곳이 일본이었고, 그다음이 미국이었습니다. 우방(友邦)이라고 해서 위기 때 지켜주지 않습니다. 한국은 신용평가 리스크가 큰 나라입니다. 무디스, S&P, 피치 같은 신용평가사가 한두 단계만 낮춰도 외환 시장은 즉각 반응합니다. 신용 등급이 흔들리면 외환위기로 번지기 쉬운 구조죠. 그래서 외환보유고는 ‘적당히’가 아니라 ‘충분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 축적은 어떤 방식으로 합니까. 결국 이자를 내고 빌려오는 것 아닙니까.
“수출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정부가 원화로 사들이는 방식이 있고, 여기에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자 부담이 있더라도 외환보유고를 7000억, 9000억, 나아가 1조 달러까지 단계적으로 쌓아야 합니다. 나라가 무너지는 비용과 비교하면 그 이자는 보험료에 불과합니다.”
― 기업 달러를 정부가 사들여 비축한다는 방식은 최근 국민연금을 활용해 환율을 낮추는 방편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기업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은 정부가 재정과 외환 정책의 책임을 직접 지는 방식입니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서 원화로 매입해 외환보유고로 쌓는 것이고, 그 비용과 책임은 국가가 집니다. 반면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방식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깎아 먹는 구조예요. 연금이 달러를 빌리거나 달러 채권을 발행해 해외 주식을 사게 만들고, 그 비용과 환율 부담을 연금이 떠안게 됩니다. 국민 노후 자금을 사실상 환율 방어에 쓰는 셈이죠.
정부는 기업들이 국내에서 달러를 벌고 환전해도 불리하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말로만 기업 우대를 외칠 게 아니라 규제를 풀어야죠. 새로운 산업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생기고, 달러도 자연스럽게 쌓입니다. 해외에는 신구 산업이 공존하는 모델이 이미 많은데, 우리는 너무 막혀 있어요.”
“미·일과 통화스와프 필요”
김대종 교수는 미국,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재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에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조선DB김 교수는 “통화스와프도 같은 맥락의 전략”이라고 했다. 한국은 미국과의 상시 통화스와프가 종료된 상태이며, 일본과는 2023년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8년 만에 복원했지만 과거 최대 700억 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과는 이미 큰 규모의 통화스와프가 유지 중이다.
― 한국과 미국은 피마 레포[FIMA Repo·해외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를 담보로 맡기고 연준(Fed)으로부터 달러를 빌리는 제도]가 적용되고 있죠. 위기 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통화스와프와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피마 레포는 통화스와프처럼 조건 없이 통화를 교환하는 구조가 아니라, 담보를 맡기고 달러를 빌리는 제도입니다. 안전판이라기보다는 보조 수단에 가깝고, 위기 국면에서는 이 차이가 큽니다. 과거를 보면 통화스와프가 있어도 환율이 급등한 나라들이 있어요. 위기 때 금리가 20~30%까지 치솟았고, 아르헨티나는 100%까지 폭등하기도 했죠. 한국도 외환위기 당시 금리가 30%에 달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원화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의 통화는 쓸모가 없습니다. 그래서 스와프 대상이 제한적인 겁니다.”
― 우리가 미국에 통화스와프를 설득할 수 있는 카드는 없습니까.
“한국은 미국에 가장 많은 공장을 지어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제조업 규모도 세계 최상위권이고, 최근 미국 내 신규 공장 투자에서도 상위권에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대표적이죠. 이 정도면 미국 입장에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카드예요.
문제는 그 대가입니다. 기업들이 미국으로 나가면서 국내 일자리 환경은 악화되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기업이 숨 쉴 공간을 더 좁히고 있어요. 법인세 부담은 크고, 우버 같은 신산업은 규제로 묶여 있죠. 미국이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로 전 세계 제조업을 끌어들이는 동안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겁니다. 말로만 ‘기업 친화’를 외칠 게 아니라, 실제로 규제를 풀고 투자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협상 카드도 안 먹힐 겁니다.”
― 한일 통화스와프는 엔화 약세 상황에서도 실효성이 있습니까.
“한일 통화스와프는 엔화가 아니라 달러 기준이어서 엔화 약세와는 무관합니다. 과거에는 700억 달러 규모까지 했었고요. 일본은 내수 중심 경제로 외환 충격에 강한 반면, 한국은 금융 안전망이 취약합니다. 과거사와 현실은 분리해 생존 차원에서 통화스와프를 복원·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 시 1997년보다 타격 클 것”
― 1997년 IMF 당시 증권사에서 근무했던 거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증권사에 입사한 1994년 코스피 지수가 1000이었는데, 1997년에는 270까지 떨어졌어요. 70%가 증발한 거죠. 대우·기아 같은 대기업들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파트 가격은 폭락했지만, 대출금리는 30%에 달했습니다. 집을 산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죠. 은행들은 구조조정으로 통합됐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쏟아졌습니다.”
― 만일 지금 위기가 온다면 1997년 때보다 타격이 더 클까요.
“더 클 거라고 봅니다. 한국은 이미 산업화가 고도화된 경제로, 제조업은 세계 상위권이지만 금융은 상대적으로 취약해요. 이런 구조에서는 위기가 오면 충격이 더 빠르게 전이됩니다.
그래서 단순히 외환보유고를 쌓는 것뿐만 아니라 원화 자체의 위상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원화가 실제로 쓰이는 통화가 되도록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죠. 글로벌 결제에서 원화의 역할을 키우는 문제를 정면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은 빅테크 기업들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앞세워 국제 결제 질서를 바꾸고 있어요. 미국은 이런 흐름을 통해 달러의 영향력을 더 넓히고 있는데, 한국은 이런 변화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고 있습니다. 통화 경쟁력의 격차가 그대로 벌어지는 구조예요.
결국 원화 경쟁력을 높이는 길도 금융 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습니다. 체질 개선이 필요한 거죠. 그러려면 인재들이 금융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 보세요. 가령 국민연금은 전주, 사학연금은 나주, 공무원연금은 제주, 거래소는 부산으로 다 흩어놨습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지방으로 가려고 합니까. 금융은 한곳에 있어야 시너지를 냅니다.”
― 이런 상황에서 개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달러 자산을 비축하는 게 좋겠죠. 총소득의 25% 정도를 주식 자산에 배분하되, 이 중 90% 이상은 미국 시장에 투자할 것을 권합니다. ‘미국 1등주 90%, 삼성전자 등 국내 우량주 10%’의 전략입니다. 시가총액은 시장이 증명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입니다. 과거 애플이 그랬듯, 현재의 엔비디아처럼 시대의 패권을 쥔 종목을 보유하다가 1등이 바뀌면 리밸런싱 하면 됩니다. 여기에 보조 자산으로 금(金)도 좋겠죠. 금은 장기 우상향하는 실물 자산이자 환금성도 뛰어납니다.”
“‘미국 1등주 90%, 국내 우량주 10%’ 투자 전략”
― 정부는 미국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으로 오면 양도세를 면제해 주겠다고 합니다.
“글쎄요. 체질 개선 없이 세제 혜택만 준다고 투자자들이 돌아올까요?”
― 투자금액이 큰 경우 솔깃하는 투자자들도 많더군요.
“양도소득세는 실현 손익에 부과되는 세금이니, 매도하지 않으면 과세되지 않습니다. 주식은 단순한 매매 대상이 아니라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영속적 자산’으로 봐야 해요. 세금 때문에 투자 원칙이 흔들리면 손해입니다. 자금이 필요할 때 무조건 주식을 팔아 세금을 확정 짓기보다,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복리 효과를 유지하는 전략도 고민해 볼 법합니다.”
―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글로벌 결제 시스템 변화가 빠릅니다. 미래의 외환보유고는 ‘달러 현찰’ 비축을 넘어서는 개념이 되지 않을까요.
“작년이었죠.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가, 미국이 수출을 막겠다고 하자 모두 한발 물러섰습니다. 달러 100달러를 인쇄하는 데 100원 드는데, 이게 15만 원의 가치가 있죠. 이 ‘세뇨리지’ 효과를 미국이 포기하겠습니까. 그 돈으로 전 세계 군사력을 유지합니다. 달러 결제를 거부했던 이라크가 어떻게 됐는지 보세요. 달러의 지위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