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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제2의 삼성전자를 찾아라! ③ 미래 親환경車 시대 선도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수소전기차·無人 자율주행차·차량 共有에 올인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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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無人수소전기차 자율주행 성공, 充電시간 약 5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600km 넘어
⊙ 정몽구 회장, ‘품질경영’ ‘글로벌경영’…, 완성차를 중심으로 소재·부품·물류·금융 등 全 부문 수직 계열화 완성
⊙ 젊은 피 정의선, 他회사와 協業 안 하는 ‘순혈주의’ 과감히 버려
⊙ 2013년 세계 최초로 ‘투싼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 2025년까지 총 38 차종 이상의 親환경차를 독자 기술로 개발할 예정
⊙ ‘共有車’ 시대에 맞춰 그랩(인도네시아)·레브(인도) 등에 투자
지난 2000년 자동차 전문 그룹으로 탄생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7년 매출 258조원대의 재계서열 2위 그룹으로 발전했다.
  지난 2월 4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만남의 광장 휴게소.
 
  운전대의 크루즈(CRUISE) 버튼을 누르자 제네시스 G80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G80 두 대는 수소(水素)전기차 3대와 함께 느린 속도로 휴게소를 출발해 속도를 점차 높였다. 신갈분기점을 지나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차들은 시속 100km 내외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앞차의 주행 속도가 느려질 때면 추월 차로를 이용해 앞차를 앞질러 나갔다. 나들목을 빠져나가기 위해 차선을 바꿨고, 톨게이트를 지나칠 때에는 하이패스 차로로 안전하게 빠져나갔다. 그렇게 3시간 남짓 고속도로를 달린 차들은 최종 목적지인 대관령 톨게이트에 도착했다.
 
  ‘현대차 수소전기차의 완벽한 자율(自律)주행’은 그렇게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안정적인 운전 기술로 무사히 서울에서 대관령까지 도착하기까지 운전자의 노고는 없었다. 그동안 국내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제한된 속도로 자율주행이 시행된 적은 있었지만, 수백 km에 달하는 장거리 코스를 완파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꿈의 기술’이라고 불려온 자동차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현대차그룹이 한발 다가서는 순간이었다.
 
  이날 서울~평창 간 고속도로 190km를 완주한 자동차는 현대차 기술력의 집약체다. 이번에 주행한 수소전기차는 충전(充電)시간 약 5분에, 1회 충전 주행거리가 600km가 넘는다. 다섯 가지 최첨단 IT 신기술이 탑재됐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운행 면허를 취득한 것은 지난 2015년 12월. 회사는 당시 미(美) 네바다주(州)로부터 ‘투싼 수소전기차’와 ‘쏘울 EV’의 자율주행 운행 면허를 얻었다. 2016년 3월에는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시험운행 허가를 획득했다. 그러고 2년도 채 되지 않아 현대차그룹은 완벽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완성차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
 

  글로벌 톱 5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가 미래 친(親)환경차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자동차 전문 그룹으로 출범해 변신을 거듭해 온 회사는 이제 전통의 완성차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간 현대차그룹이 일궈낸 기적을 또 한 번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대목이다.
 
  지난 2000년, 아시아 변방의 작은 후발 자동차 회사에 불과했던 현대·기아차는 현대차그룹이라는 자동차 전문 그룹으로 출범했다. ‘자동차 절대 강국’을 꿈꿨던 직원들의 피와 땀은 회사를 10년 만에 미국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로 꼽히게끔 하였다. 2009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7.8%까지 올랐다.
 
  정몽구(鄭夢九) 현대차그룹 회장은 애초에 회사의 경영을 맡으면서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를 꿈꿨다. 다들 ‘꿈은 꿈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꿈을 향한 도전과 집념은 불과 10년 만에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를 중심으로 소재·부품·물류·금융 등 전(全) 부문을 수직 계열화해 명실공히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사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차세대 ‘미래 친환경차 시대’를 맞이하면서, 현대차그룹은 그간 쌓아왔던 경영 노하우와 불굴의 집념으로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글로벌 1위’ ‘2위’라는 단순한 계량적 수치에서 벗어나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이 그룹의 목표다. 친환경차, IT가 결합한 완전 자율주행차, 차량 공유 실현이 세부적인 계획들이다.
 
  현대차그룹을 바라보는 기대는 크다. 최성진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0년 이후 해외 생산 비중을 크게 늘려왔다. 2016년을 기점으로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졌고, 그 결과 원가(原價) 관리 측면에서 현대·기아차만큼의 가성비를 가질 수 있는 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국 배재대 기업컨설팅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는 20만 대도 생산하지 못했던 능력을 35년 만에 800만 대 이상 생산 기능을 갖춘 기업으로 키웠고 그만큼 역량을 쌓았다. 해외 진출도 괄목할 만하게 이뤄왔다”며 “최근에는 해외 업체와의 협력이 이뤄지고 있어서 이 부분에서 국제 경쟁력 확보가 지속적으로 가능할 것인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품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0년 국내 1·2위였던 현대차와 기아차가 결합해 10개 계열사를 가진 자동차 전문 그룹으로 탄생했다. 현대·기아차의 세계 판매 순위는 10위권 정도였다. 당시 해외에서 국산차를 바라보는 시각은 별로 좋지 않았다. 미 잡지인 《포천(Fortune)》은 “현대차의 관심은 얼마나 잘 만드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라고 했다. 해외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사들이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각을 정몽구 회장이 모를 리 없었다. 정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품질’을 화두로 꺼냈다. 그는 ‘품질은 떨어지지만, 값은 싼 차’라는 현대차의 이미지를 견디지 못했다.
 
  “품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정몽구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품질경영’을 선언했다. 세계 자동차 업계로는 처음으로 사내(社內)에 ‘종합 품질본부’를 설치하고 매달 품질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품질회의 때는 현재 판매 중인 차량뿐 아니라 회사가 개발하는 신차(新車)도 회의 참석자들이 직접 챙겼다. 정 회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품질상황실은 전 세계 190개국에서 주행 중인 현대·기아차의 품질 문제를 실시간 체크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몽구 회장의 품질에 대한 고집은 확고했습니다. 정 회장은 ‘품질은 현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기에 자주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2002년에는 회사 직속으로 품질총괄본부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정 회장은 연구 개발뿐만 아니라 소재·생산·마케팅·판매·애프터서비스 등 전 부문에서 품질 혁신이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과학적 품질 혁신 활동인 6시그마를 도입해 불량 발생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제거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회장이 워낙 ‘품질’을 강조했기 때문에 직원들에겐 각인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美에 공장 지으며 글로벌 회사 초석 다져
 
‘값싼 싸구려 차’ 이미지의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 덕분에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주목받는 브랜드가 됐다. 각종 미국 언론에 소개된 현대차 기사.
  말이 아닌 직접 행동으로 옮긴 경영진의 결단은 몇 년 만에 현대차의 체질을 확 바꾸는 데 일조했다. 자동차 시장조사 기관인 미국의 제이디파워(J.D.Power)는 2004년 4월, “현대차가 상반기 신차 품질조사에서 도요타를 추월했다”고 발표했다. 늘 싸구려 차였던 현대차가 환골탈태하자, 여기저기에서 관심이 쏟아졌다. 미국의 《타임(TIME)》은 2005년, “정몽구 회장이 품질 경영을 통해 현대차를 대표적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시켜 자동차 업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기적을 이뤘다”고 했다.
 
  현대차는 내부적으로는 ‘품질 혁신’을 꾀하면서, 외부로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사로 발돋움할 초석(礎石)을 다지기 시작했다.
 
  완성차라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두 곳이 있다. 미국과 중국이다. 정몽구 회장은 이들 국가에 진출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현대차의 미국 현지 진출 검토는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2001년부터 시작됐다. 실무진이 현지를 수시로 왕래하며 후보지들을 탐방했고, 미국 앨라배마주를 최종적으로 낙점했다. 현대차는 지난 2002년 4월, 총 10억 달러를 투입해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 2005년 5월 완공,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현대차를 출고하기 시작했다. 연산(年産) 30만 대의 생산 능력, 차체 용접라인 자동화율 100%의 최첨단 공장이었다. 이곳은 2008년 제네시스를 출시해 현대차가 미국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토대를 마련한다.
 
  현대차를 미국에 처음 수출한 것은 1986년, ‘엑셀’이었다. 그때도 우리는 우리 기술의 자동차를 북미(北美) 시장에 수출한다는 것에 감격스러워했다. 하지만 19년 만에, 현대차는 미국 본토에서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현대차를 출시했다.
 
 
 
철저한 現地化 전략

 
  북미에 이어 중국 시장에 대한 개척 토대도 이즈음에 다져졌다. 정몽구 회장이 구상한 중국 경영 체제 구축은 2002년 10월 베이징(北京)현대 설립이 신호탄이었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자동차가 처음으로 외국에서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국외 생산기지다. 베이징현대는 설립 2개월 만에 양산(量産) 체제를 갖춰 양산을 시작한 지 1년 5개월 만에 10만 대를 생산했다. 중국 내 자동차 회사 중 최단기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시 폴크스바겐, GM 등 국제적 대형 업체들이 먼저 중국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정몽구 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합작법인 설립을 계약,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고 진출 초기부터 철저한 현지화(現地化) 전략을 펼쳤다”고 말했다. 후발 주자이기에 머뭇거려야 했던 한계는 찾을 수 없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중국인들에게 ‘현대차’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후 현대차는 독일에 유럽기술연구소(2003년 9월)를 만들고, 2005년 10월에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미국기술연구소를 만들어 북미지역 연구 거점으로 삼았다. 이곳은 차량 디자인·설계·연비개선 등 각종 테스트를 거쳐 미국 시장에 가장 적합한 최고의 차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 또 같은 해 1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사막에 주행시험장을 준공, 차량과 현지 개발 부품에 대한 성능과 내구력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환경 규제 강화 추세를 미리 직감
 
현대차그룹은 일관제철소 건립으로 ‘쇳물에서 자동차까지’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현대차의 ‘제네시스’는 아시아권 고급 차 가운데 처음으로 ‘2009 북미 올해의 자동차’에 뽑혔다. 제이디파워가 발표한 2009년 신차품질조사에서 현대차는 렉서스·포르셰·캐딜락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벤츠·BMW·아우디 등 세계 최고급 호화 세단을 모두 이겼다.
 
  현대차의 순조로운 미국 진출은 그룹내 또 다른 자동차 메이커인 기아차가 용감하게 미국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기아차는 조지아주를 선택했다. 3년이 넘는 공사 기간을 거쳐 2009년 11월 생산설비 구축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이로써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09년 7%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24년 만에 연간 판매량이 50만 대를 돌파했다.
 
  이 외에도 정몽구 회장은 유럽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2007년 4월 준공), 현대차 체코공장(2009년 9월 준공), 현대차 터키공장(2007년 4월 증설 확장 준공식)을 차례로 준공하면서 글로벌 자동차그룹의 힘찬 발걸음을 한 발씩 내디뎠다.
 
  정몽구 회장은 사세(社勢) 확장에만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아니다. 정 회장의 마음 한편에는 늘 일관제철소 건설이라는 묵시적 사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2000년 인천제철과 강원산업을 합병하고 삼미특수강을 인수했다. 이후 한보철강을 인수(2004년)하고 2006년에 사명(社名)을 현대제철로 바꿨다. 현대제철은 한보철강 인수를 바탕으로 숙원인 고로(高爐)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틀을 마련한다. 정몽구 회장은 2006년 10월, 당진에 연산 12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했다.
 
현대차의 체코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 중인 모습.
  현대차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정 회장은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감안해 새로 건설될 일관제철소는 최신 환경기술과 설비를 도입해 친환경 제철소로 건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2006년 10월부터 건설에 들어간 새 제철소에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 제철 연료의 흩날림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밀폐형 원료처리시설이 들어섰습니다. 환경 규제 문제를 미리 인식해 오늘날 현대·기아차가 친환경차를 발 빠르게 개발하는 시발점이 됐습니다.”
 
  2010년 1월 5일,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의 심장인 연산 400만 톤 규모의 고로 1호기의 건설을 계획보다 앞서 완료하고 역사적인 화입식(火入式)을 가졌다.
 
  2010년 현대차그룹은 쇳물(현대제철)에서부터 자동차용 냉연강판 생산(현대하이스코), 완성차 생산(현대·기아차), 고철 재활용(현대제철)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그룹 내에서 모두 이뤄지는 자원순환형 사업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정의선, 미래 신사업에 사활 걸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 부회장과 척 로빈스 시스코 CEO가 지난 2016년 4월 19일 커넥티드 카 협업 개발식을 가졌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주주(株主)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직원 고용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수많은 기업의 존재 이유를 담보하기 위한 첫 번째는 ‘생존’이다. 현대차그룹에 ‘친환경’과 ‘자율주행’이라는 두 가지의 콘셉트는 기존의 질서를 완전히 뒤집는 대변화의 시작이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독자적으로 훌륭하게 생존했지만, 외부의 바뀐 환경을 받아들여야 했다. 환경문제가 대두하면서 친환경 자동차 도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거기에 오는 2030년까지 완벽한 자동차 자율주행이 정착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완성차 업계가 독불장군처럼 혼자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외의 IT업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고수해 온 ‘순혈주의’를 과감히 포기하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짊어질 중대한 결정은 정몽구 회장의 지시하에 정의선(鄭義宣) 그룹 총괄수석 부회장이 맡게 됐다.
 
  무인(無人) 시스템으로 자동차가 완전히 스스로 주행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능이 필요하다. 전통의 자동차 기능에 IT를 결합한 자동차를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라고 부른다. 현대차가 처음으로 손을 잡은 곳은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Cisco)였다. 현대차는 지난 2016년 4월 ‘커넥티드 카’ 생산을 위해 시스코와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커넥티드 카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자율주행차에 그룹 역량 집중
 
국내 언론에 첫 공개한 현대차 고속도로 야간 자율주행 모습.
  해외 업체와 손을 잡은 정의선 부회장의 이후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자율주행차’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올해에만 현대차그룹이 해외 업체와 협업 계약을 맺은 곳이 무려 12군데다. AI 음성인식 개발 회사인 ‘사운드하운드’(2018년 1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업체인 이스라엘의 ‘모빌아이’, 부품 레이더 개발 스타트업 회사인 미 ‘메타웨이브’(2018년 6월), 열화상 센서개발 회사인 미국 ‘옵시디언’(6월), 차량용 통신 반도체 설계회사인 이스라엘의 ‘오토톡스’(7월), 커넥티드 카 관련 시스템 개발회사인 중국 ‘바이두’(7월),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인 미국 ‘미고’(9월) 등과 손을 잡았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은 5단계로 나뉜다. 3단계는 조건부 자율주행으로, 계획된 경로를 자동으로 따라가면서 장애물을 피하는 단계다. 특정 위험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개입해야 한다. 4단계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가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시스템이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통제하는 수준을 말한다. 마지막 5단계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무인 자동차다. 현대차는 지난 2월에 서울~평창 190km 자율주행에 성공했고, 오는 2030년에 완전 자율주행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2년 뒤인 오는 2020년에는 도심에서도 자율주행하는 차량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현대차의 대형트럭은 고속도로에서 3단계 자율주행에 성공한 바 있다.
 
 
  ‘글로벌 수소위원회’ 회장사로 뽑혀
 
  지난 2017년 11월 13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2차 수소위원회 총회’에서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위원회’ 회장사로 뽑혔다. 글로벌 수소위원회는 2017년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기간에 세계 완성차 부품 회사 및 에너지 기업들이 뜻을 모아 수소 에너지원 개발을 통해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를 달성하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BMW·다임러·혼다·도요타 등 다양한 회원사 중에서 현대차가 회장사가 된 것은 그동안 글로벌 수소 사회를 꿈꿨던 회사의 노력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의 말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궁극적으로 친환경차로 갈 것이라는 것은 2000년대 중반에 점쳐졌습니다. 현재 견해는 하이브리드를 초창기로 해서 전기차, 수소전기차 순(順)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차량을 운행할 때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는 100% 무공해 차입니다.”
 
  ― 대다수 완성차 메이커들이 전기차를 하는데, 현대차는 전기차보다 수소전기차에 더 매진하는 듯 보입니다.
 
  “둘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전기차는 전기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차가 출발할 때 부드럽고 매우 조용합니다. 내연(內燃)기관의 엔진룸보다 전기 모터는 작기 때문에 넓은 내부 공간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배터리 기술 수준으로는 한 번의 충전으로 긴 거리를 주행하기 어렵습니다. 주행거리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짧습니다. 전기 충전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또 재료비가 많이 들어서 무한정으로 배터리를 차량에 싣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수소전기차는 연료탱크 대신에 수소를 저장하는 탱크를 넣고, 내연기관 차량과 유사한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수소 충전시간은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注油) 시간처럼 3~5분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핵심 부품의 재료비가 고가(高價)여서,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경우에는 대량 생산이 어렵습니다.”
 
 
  “궁극적인 親환경차는 수소전기차가 될 것”
 
2017년 8월 17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현대자동차의 친환경차인 ‘차세대 수소전기차’ 미디어 설명회가 열렸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이번 공개한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글로벌 리더십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 폭발 위험에 대한 얘기들도 많던데요.
 
  “수소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은 잘못된 겁니다. 전문가들은 수소전기차가 주행 중에 폭발할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단언합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기체이기 때문에 혹여 누출이 돼도 축적되지 않고 곧바로 확산합니다. 폭발할 수도 없고, 차량 내에 탑재한 수소저장용기는 고강도 유리섬유나 탄소섬유를 감아서 제작하기 때문에 매우 안전합니다.”
 
  ― 그럼에도 대다수의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를 개발 중이잖습니까.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두 차종이 배타적인 종(種)이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이나 에너지 자원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인 차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손쉽게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 전기차는 소형차와 중단거리용, 또 에너지 저장량 자유도가 크고 충전시간이 짧은 수소전기차는 중장거리 및 트럭·버스 등 상용 부문에 적합한 모빌리티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당분간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공존하지만, 궁극적인 친환경차는 수소전기차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물론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수소 인프라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소충전소가 13기가 설치되어 있고, 일반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곳은 4곳뿐입니다. 일본의 경우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로 수소충전소 100기가 설치됐고, 수소전기차를 2030년까지 80만 대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민간 에너지 업체의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 참여로 수소전기차 보급 환경 조성 및 자동차 회사, 에너지 회사, 소비자들과 함께 생태계를 구축해 수소를 매개로 하는 새로운 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선순환(善循環)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투싼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해 현재 18개국에 팔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총 38 차종 이상의 친환경차를 독자 기술로 개발할 예정이다.
 
 
  共有用 차량 시장에도 진출
 
  자동차 소유가 부(富)의 상징이었던 시절이 있다. 현대차의 대표 브랜드인 ‘그랜저’가 한때는 성공한 이들의 상징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최근 도시화 확대와 IT·모바일 기술의 발전은 자동차에 대한 개념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의하면 오는 2030년까지 일반 소비자 자동차 구매는 현재보다 최대 연간 400만 대 줄어들고, 공유용(共有用) 차량 판매가 200만 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다. 쉽게 말해 자동차를 내가 갖고자 구매하는 사람보다 남들과 공유하고자 구매하는 비중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미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 동남아시아의 ‘그랩(Grab)’의 매출이 날로 늘어나는 것에 비춰보자면,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현대차는 이런 추세에도 대비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서비스 최선두 업체인 그랩에 250만 달러를 투자했다.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현재 동남아시아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동남아 8개국 168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등록 운전자 수 230만명, 1일 평균 350만 건의 운행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그랩 투자는 그룹의 미래 혁신 기술 분야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2017년 상반기에 만들어진 전략기술본부가 담당했다.
 
  전략기술본부장 지영조 부사장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축적된 그랩의 서비스 경쟁력과 현대자동차의 친환경차 기술 경쟁력이 결합해 모빌리티 서비스에 혁신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들과 지속적인 협력을 모색해 전 세계 공유경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2위 차량 공유 업체인 ‘레브(Revv)’에도 투자했다. 2015년 인도에서 카셰어링 사업을 시작한 레브는 인도 총 11개 대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 업체 최초로 렌털과 차량 공유가 결합한 형태인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레브에 투자한 업체 중 자동차 업체로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또 현대차는 카풀 서비스 기업 ‘럭시’와 공동으로 카풀 알고리즘과 시스템 등 모빌리티 혁신 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럭시’는 국내 카풀 서비스 선도 스타트업으로 등록차량 20만 대, 회원 수 78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총 400만 건 이상의 카풀 매칭을 성사시켰는데 현대차는 이 회사에 50억원을 투자했다.
 
 
  직접 고용만 27만7500명
 
현대차그룹은 현재 58개국에 412개의 사업장, 직접 고용 27만7500명이 넘는 글로벌 그룹으로 거듭났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58개국에 총 412개의 사업장을 갖고 있다. 지난해 그룹 매출 258조5700억원대, 순익 9조4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직접 고용하는 그룹 임직원 숫자가 27만7500명이 넘는다.
 
  그룹은 글로벌 리딩(leading) 기업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잘 알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내세우는 첫 번째 정신이 ‘고객의 안전과 행복에 대한 무한 책임정신’이다. 완성차 메이커 시장이 전 세계를 막론하고 뼛속까지 변화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를 하는 상황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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