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단체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조치는 민법 제38조의 ‘설립허가 취소’
⊙ 민법 개정안, 자료 제출·출석 요구·직접 조사 등 감독 강화
⊙ “사회생활의 기본법인 민법에 이러한 규정을 도입하려는 것은 지극히 무모하고 부당한 발상”(정종휴 前 교황청 대사)
⊙ 민법 개정안, 자료 제출·출석 요구·직접 조사 등 감독 강화
⊙ “사회생활의 기본법인 민법에 이러한 규정을 도입하려는 것은 지극히 무모하고 부당한 발상”(정종휴 前 교황청 대사)

- 지난 3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반사회적 종교단체 해산과 정교분리’를 주제로 열린 한국교회법학회 제37회 학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최혁진 의원(무소속·前 더불어민주당) 등이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인(法人) 설립허가 취소 요건을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개신교계는 이를 ‘종교법인 해산법’ ‘정교(政敎) 유착 방지법’이라 불렀다. 반발이 거셌다. 그 대신 2월에는 법인 설립 요건을 ‘허가’에서 ‘인가’로 완화하는 별도 개정안도 나왔다. 입법(立法)의 파고(波高)가 높아졌다.
배경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종교가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제재와 법률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종교계는 달리 읽었다. 정교분리 원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종교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려 한다고 맞섰다.
3월 30일, 한국교회법학회가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주제는 ‘반(反)사회적 종교단체의 해산과 정교분리’였다.
설립허가 취소 전례는 동방교·천존회뿐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종교가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MBC 뉴스 캡처서헌제 중앙대 명예교수가 먼저 말했다. 반사회적 종교단체에 대한 현행 법체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종교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된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일부 단체가 이를 악용해 사회적 해악을 끼치더라도 실효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 민법에는 명시적인 해산명령 제도가 없다. 종교단체를 포함한 비영리법인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조치는 제38조의 ‘설립허가 취소’다. 실질적인 해산명령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해 왔다.
대법원이 설립허가 취소를 최종적으로 인정한 사례는 헌정사상 두 차례에 불과하다. 1976년 ‘동방교’ 사건과 2003년 ‘천존회’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교주(敎主)를 신격화하고 신도들로부터 금품을 갈취하는 등 종교를 빙자한 사기 행각이 단체 차원에서 이루어진 점을 명백히 인정한 경우였다. 법원은 이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법인전체의 행위로 보고 설립허가 취소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주요 사건들에서 주무관청이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2014년 ‘한민족세계선교원’ 사건의 경우 재산 운용 문제와 내부 비리가 제기됐지만, 대법원은 “이를 곧바로 공익을 해(害)하는 행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 ‘신천지’ 관련 사건에서도 비슷했다. 서울시는 방역 방해와 허위·지연 자료 제출 등을 이유로 관련 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교유착 논란이 떠올랐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가정연합) 문제였다. 정치권과의 접촉이 있었고, 후원과 청탁의 의혹이 뒤따랐다. 정책에 닿으려 했다는 말도 나왔다. 종교가 정치에 들어섰는지, 그 물음이 남았다. 그것이 개인의 일탈인지 조직의 의지인지는 아직 판별되지 않았다.
가정연합과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적 정당 당원 가입 논란도 이어졌다. 조직적 가입이라는 의혹이 붙었다. 당의 안쪽을 움직이려 했다는 시선이 따라왔다. 종교 조직의 정치 개입이라는 오래된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 민법 개정안은 그 끝에서 나왔다.
“만들더라도 민법 대신 특별법으로”
민법 전공인 정종휴 전 주 교황청 대사(전남대 명예교수)는 “특정 종교를 이단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삼으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공공의 이익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따지며 개별 행위를 보라는 것이다.
정교분리는 원칙이다. “국가가 교리의 정통성을 심판하는 방식은 그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입법 방식에 대한 견해도 분명했다. 그 역시 “민법 개정안은 적절하지 않다. 민법은 일반 사법(私法) 질서의 기본법이다. 특별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전 대사는 “최 의원의 개정안은 ‘대자보’ 수준”이라면서, 이런 취지로 비판했다.
“개정안대로라면 객관적 증거가 없어도 주무관청이 ‘의심’만으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사법부의 통제 없이 행정청의 판단만으로 강제조사권이 발동된다. 또 영장 없이 교회법인의 사무소에 들어갈 수 있다. 장부와 서류와 물건을 검사할 수 있다. 관계인을 조사할 수 있다. 헌법이 말하는 영장주의는 그 조항 앞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권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일본과 프랑스의 사례를 함께 든다. 일본에는 종교를 다루는 법이 따로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GHQ(연합군 최고사령부)가 일본을 점령하고 있을 때 헌법과 민법이 고쳐졌다. 종교법인법도 그 흐름 속에서 1951년 제정됐다. 프랑스의 법은 더 오래되었다. 1901년의 비영리사단법과 1905년의 정교분리법이 그 기둥이다.
권 교수는 “한국도 종교의 자유로운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한국적인 ‘K-종교단체 법제’를 구축하는 논의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