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73년만의 간첩법 개정, 그러나…

자발적 간첩, 영향력 공작, 사이버 상 간첩행위 처벌 못 해

  •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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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국가안보 숙원(宿願) 사업이었지만, 마냥 박수 칠 일만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법 제98조 간첩죄 개정안을 3월 12일 공포했다. 개정법은 공포 6개월 뒤인 오는 9월 13일부터 시행된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처음 이뤄진 개정이다. 최근 간첩단 사건이 잇따르는 상황에서도 법정에서는 70여 년 전 조문을 그대로 적용해 왔다.
 
  개정의 핵심은 처벌 대상 확대다. 기존 ‘적국(敵國)을 위하여’에 한정됐던 간첩행위 범위를, 제98조의2을 신설해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하여’로 넓혔다. 간첩행위의 정의도 구체화했다. 기존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98조)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적국(98조) 또는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98조의2)의 ‘지령·사주 등 의사 연락 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하는 행위’로 명문화했다. 적국을 위한 간첩(군사기밀 누설 포함)은 기존과 동일하게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외국 등을 위한 간첩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법정형(刑)으로 했다.
 

  한국은 그동안 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으로 제한해 왔다. 이 때문에 우방국이나 제3국과 연계된 안보 위협에는 간첩죄 적용이 불가능했다. 1993년 일본 후지TV 지국장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부터 최근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중국 유출 사건까지, 북한과의 연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형법상의 일반이적죄(99조)나 산업기술보호법으로 처벌하는 데 그쳤다. 이번 개정으로 외국 정보요원과 산업스파이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할 법적 근거는 마련된 셈이다.
 
  그런데 법 시행 전부터 ‘실제 수사와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 전문가들은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개념 모호한 ‘국가기밀’
 
  가장 먼저 지적되는 부분은 ‘국가기밀’의 개념과 범위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국가기밀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판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적국·외국 등의 지령 등 연락 없이 개인이 단독으로 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하는 경우 처벌 근거가 없다”고 짚었다.
 
  현재 사법 체계는 1997년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비공지성(非公知性)’과 ‘실질비성(實質秘性)’을 기준으로 기밀 여부를 판단한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일 것’ ‘국가안보에 실질적 위협이 될 것’ 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기준은 역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사진작가 이시우 사건이 대표적이다. 군사시설을 촬영한 뒤 이를 인터넷에 공개해 ‘비공지성’ 요건이 무너졌고 결국 무죄 판단으로 이어졌다. 유 원장은 “공개게시판에 올리는 순간 기밀이 아니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대형 간첩 사건에서도 기밀 인정의 문턱은 높다. 왕재산·일심회 사건 등에서 기소된 기밀 혐의 가운데 유죄로 인정된 비율은 30% 안팎에 그친다. 유 원장은 “일본의 특정비밀보호법처럼 별도 입법을 통해 기밀의 종류와 범위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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