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되돌아보는 민선 8기 지방자치 4년

추문·의혹·범죄로 얼룩진 ‘지역 일꾼’들의 부끄러운 민낯

  •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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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91건, 31억원 규모 수의계약이 지방의원 관련 특수관계자와 이뤄져(권익위 표본조사)
⊙ 지방의원 배우자가 운영하는 법무사 사무소에서 3년간 군(郡) 발주 토지 등기 등 전담
⊙ 공무 빙자한 세금 낭비 여행…‘항공료 부풀리기’ ‘공금 유용’ 만연
⊙청렴도 하위 28개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144억원 중 75%인 108억원을 식비로
⊙증빙 없이 식비 18억2000만원 지출…고가 등산복 구매에 1억6000만원
⊙여성 민원인과 성관계, 동료 남성 의원 추행, 외국 10대 무용수 성추행 논란
2024년 12월, 유철환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지방의회 국외출장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우리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에서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들의 행적과 논란을 다시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점검 결과, 2022년 7월부터 2년간 지방의원 관련 특수관계자와 체결된 부적정 수의계약은 총 1391건(약 31억원)에 달했다. 이 중 지방의원이나 가족이 지분을 보유한 업체와의 계약이 57%(약 17억8000만원)를 차지했다. 평택시의회 A 의원은 아들 업체를 위해 1200만원 규모의 용역을 차명 계약했다 기소됐고, 대구 중구의회 B 전 의원은 유령회사를 통해 1800만원 상당의 계약을 9차례 체결해 제명됐다. 고성군에서도 군의원 배우자 업체가 등기 업무 206건(약 9800만원)을 수주하는 등 사익 추구가 만연했다.
 
 
  국외 출장 및 업무추진비의 ‘공금 횡령’
 
권익위 조사 결과, 항공권을 위·변조해 실제 운임보다 많은 금액을 예산으로 편취한 사례는 2022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지방의원 국외 출장 전체의 44.2%에 해당하는 405건에 달했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도덕적 해이는 국외 출장에서도 노골적이었다. 전국 지방의회는 915회 출장에 약 355억원을 지출했으나, 항공권 서류를 위·변조해 예산을 가로챈 사례가 44.2%(405건)에 달했다. 특히 비즈니스석 결제 후 이코노미석으로 바꿔 차액을 가로채거나, 실체 없는 '기관 섭외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부풀려 집행하는 수법이 동원됐다. 주류나 영양제 등 개인 기호품 구매에 예산을 유용한 경우도 178건 확인됐다. 국내 예산 집행도 처참했다. 청렴도 하위 28개 의회는 업무추진비 144억원 중 75%인 108억원을 식비로 썼다. 이 과정에서 증빙 없는 식사비 18억2000만원, 단체복 명목의 고가 등산복 구매 1억6000만원 등 부당 집행이 잇따랐다. 총 1억9000만원인 ‘개인 숙박비’를 의회 경비로 처리한 내역도 드러났다. 또한 업무추진경비를 건당 50만원 이상 집행할 경우에는 상대방의 소속, 주소, 성명 등을 증빙 서류로 반드시 첨부해야 하지만, 16개 지방의회에서 이런 증빙 없이 집행된 260건(2억5000만원)이 추가로 적발됐다.
 
 
  부적절 사생활, 성매매
 
  지방의회의 일탈은 예산 낭비에 그치지 않았다. 일부 지방의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단순한 일탈을 넘어 범죄 수준의 비위 행위로까지 이어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D 전 서울시의원은 사생활 논란으로 서울시의회 개원 이래 최초로 제명됐다. D 전 시의원 제명 사태는 그와 수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여성이 서울시의회 신문고에 직접 민원을 넣으면서 촉발됐다. 당시 그 여성은 D 전 시의원으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임신과 낙태 등 사생활 전반의 도덕성 문제도 폭로했다.
 

  E 전 제주도의원은 불법 업소 출입 및 성매매 혐의로 2024년 12월 12일 벌금형이 확정됐다. E 전 도의원은 2023년 1월 27일 제주시내 한 술집에서 직원에게 성매매 비용을 포함한 술값 66만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성상납과 성추행
 
  강원도 지역 F 군수는 여성 민원인을 상대로 성적 이익을 취하고 금품을 수수하는 등의 각종 비위 혐의로 기소돼 최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F 군수 측은 재판 과정에서 “성관계는 개인적 관계일 뿐 직무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민원 처리 흐름과 메시지 내용 등을 근거로 “성관계 역시 직무와 결부된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F 군수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G 대전시의원은 2024년 총선 당시 국회의원 후보 캠프에서 일하던 여성 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로 피소됐다. 2025년 6월, 1심 재판부는 G 시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G 시의원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H 전 세종시의회 의원은 2022년 8월, 회식 자리에서 동료 남성 시의원의 신체 특정 부위를 움켜쥐고 또 다른 의원에게 입맞춤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2025년 7월 “공적 공간에서 동료 의원을 대상으로 이뤄진 명백한 추행”이라며 H 전 시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H 전 시의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I 시의원은 2025년 9월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대기 공간에서 튀르키예 미성년 무용수를 성추행한 혐의로 2025년 10월 안동시의회에서 제명됐다. I 시의원은 혐의를 부인했으나, 시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찬성 16표로 의원직 박탈을 결정했다. I 시의원은 법원에 제명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2025년 11월 이를 인용했다. 현재 I 시의원은 안동시의회에 복귀해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30년째 되풀이되는 ‘저급한 지방자치’
 
  확인된 비위 또는 의혹들은 지난 4년간 ‘지역 일꾼’을 자처했던 이들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다. 지방의원 일부는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어 가족과 측근의 이익을 챙겼고, 일부는 공적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공직자의 기본 윤리를 저버린 범죄행위로 물의를 일으켰다. 문제는 이런 일이 특정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번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인물이 유입되는데도 유사한 행태가 전국적으로 반복된다. 이는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의 인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데다, 유권자들 역시 후보 개인보다 정당에 따른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지역 현안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경험과 전문성이 있는지 뿐만 아니라 공적 역할에 걸맞은 품성과 태도를 갖추고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 ‘인지도’와 ‘소속 정당’만 보고 표를 던지는 관행이 이어지는 한 우리 지방자치의 수준 역시 제자리걸음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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