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남북교류’ 중단 이후 집행된 ‘남북협력기금’ 1824억원의 행방

교류 단절에도 인건비·유지비로 집행되는 남북협력기금의 실상

  •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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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 2014년에 끝내기로 한 《겨레말큰사전》 편찬은 22년째 표류
⊙ 103억원(2020~2023년) 쏟아붓고 거둔 성과는 ‘사전 완성률 1%p 상승’
⊙ 전체 사업비의 89%가 인건비와 고정비… ‘사전 편찬 사업비’는 5.8%에 불과
⊙ 발굴 활동 없이 전시 행사하는 ‘개성 만월대’ 사업에 50억원
⊙ 5년 동안 211억원 받은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조직 유지비로 161억원 소진
⊙ ‘주요 사업’으로 ‘조사·연구’ 내세우지만, 연구 실적은 전혀 없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2020년 6월 16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남북 공동사업 대신 ‘국내 평화통일 기반 조성’으로 남북협력기금 용처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기금 상당액이 특정 단체의 운영비나 인건비로 쓰인 점을 고려할 때 용처가 확대될 경우 실효성 낮은 사업에 예산이 오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북 단절 6년에도 1824억원 집행
 
남북 관계는 2019년 2월 미·북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급랭하기 시작해, 2020년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기점으로 사실상 ‘완전한 단절’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진=뉴시스

  2020년 이후 집행된 남북협력기금 1824억원 중 상당액이 본래 목적과 무관한 소모적 지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2016년 폐쇄된 개성공단 관련 비용 348억원 중 233억원이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의 운영비로 쓰인 점이 대표적이다. 공단 재가동 대비를 명분으로 존치됐던 이 재단은 결국 혈세 낭비 지적 속에 2024년 해산됐으나 이후에도 청산 비용 등이 꾸준히 집행되고 있다.
 
  2005년 시작된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법 개정을 통해 유효 기간이 2028년까지 세 차례 연장됐고, 당초 추산액의 2배에 가까운 약 491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완성 기약이 없는 상태다. 특히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기금(103억원)이 투입되는 동안 사업 진척도는 단 1%p 상승에 그쳐 투입 비용 대비 성과가 매우 저조하다는 평가다. 그 와중에 최근 5년간 지원된 기금 121억원의 89%는 인건비와 고정비로 지출되는 등 극심한 운영 비효율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편찬사업에 투입된 비용은 6%도 채 되지 않는 7억원이다. 이는 조직 운영·유지비의 1/15에 불과한 수준이다.
 

  고려 왕궁터 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개성 만월대 사업은 2018년 8차 조사를 마지막으로 공동 발굴 작업이 전혀 없었는데도 지난 5년간 기금 50억원이 투입됐다. 해당 기금은 디지털 복원이나 전시 등에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이는 국가유산청 등 전문 기관의 업무와 중복되어 행정적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4년 7월 실질적 발굴 없이 홍보와 교육 위주로 진행되는 현행 방식의 지속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76%에 달하는 인건비·운영비 비중
 
5년 동안 211억원을 받은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주요 사업’으로 ‘조사·연구’를 강조하지만, 공공기관 경영 공시 사이트 ‘알리오’에는 자체 연구·외부 연구 용역 실적 내역이 없다. 출처=알리오

  지난 5년간 211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받은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2007년 북한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을 명분으로 설립된 통일부 산하 사단법인이다. 문제는 설립 목적인 대북 협력 사업 실적이 설립 당해인 2008년 이후 전혀 없다는 점이다. 다른 주요 사업들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우리를 주적이자 교전국으로 규정하며 모든 통로를 차단한 상황에서 실재하지 않는 교류를 지원한다는 주장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사·연구 활동 역시 뚜렷한 실적이 확인되지 않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상 해당 단체의 자체 연구나 외부 용역 실적은 전혀 없는 상태다. 이미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통일연구원 등 다수의 국책연구기관이 대북 경제 동향과 인도적 상황을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단체의 사업은 기능 중복이자 조직 존치를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폐쇄된 개성공단 관리나 차단된 군 통신망 유지 업무는 통일부 본부나 군 당국이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다. 전문성이 낮은 사업을 명분 삼아 별도 조직을 유지하는 것은 행정적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투입된 기금 211억원 중 76%에 달하는 161억원이 인건비와 사무실 유지비 등 조직 존립을 위한 경비로 소모됐다. 남북교류를 지원해야 할 기금이 뚜렷한 사업 실적을 확인하기 어려운 단체의 ‘조직 유지비’로 사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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