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구급 광역 리더로 격상’은 해당 지자체장들에게 매력적 카드
⊙ 국민의힘 주도로 시작해 야당이 반대 어려운 난처한 상황
⊙ 어디로 출근할지는 당선인이 결정하는 코미디
⊙ “특정 지역만을 위한 통합특별법이 아니라 전국을 포괄하는 ‘행정통합 기본법’ 필요”(최호택 교수)
⊙ 국민의힘 주도로 시작해 야당이 반대 어려운 난처한 상황
⊙ 어디로 출근할지는 당선인이 결정하는 코미디
⊙ “특정 지역만을 위한 통합특별법이 아니라 전국을 포괄하는 ‘행정통합 기본법’ 필요”(최호택 교수)

- 지난 2월 2일 민주당 충청지역발전특위 현안 관련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월 초, 대전 시내에서 만난 한 주민의 목소리에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2026년 2월 현재, 충청권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의 행정 통합을 전격 제안하며,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1989년 대전이 충남에서 분리된 지 37년 만에 다시 논의되는 ‘재결합’. 이번에는 ‘대전특별시’ 출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정부는 통합이 가져올 경제적 시너지를 내세운다. 대전의 상권 회복과 충남 산업벨트 결합을 통한 새로운 ‘성장축’ 육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청사진 뒤에는 차기 대권 구도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와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잠은 세종에서, 쇼핑은 대전에서”
며칠 뒤 평일 오후의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인근 거리는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공무원들의 점심시간이 끝나자 식당가의 소음도 빠르게 가라앉았고, 도시는 다시 정적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곳에서 차로 20분 남짓 떨어진 대전 유성구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와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일대 주차장으로 세종시 번호판을 단 차량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세종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세종에는 마땅한 상업 시설이 없어 쇼핑이나 문화생활을 하려면 결국 대전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행정구역은 나뉘어 있지만 이미 생활권은 하나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지금 충청권이 마주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세종이 행정의 중심지로 기능하는 동안, 대전은 그 배후에서 쇼핑과 문화 수요를 흡수하며 도시 규모를 키워왔다.
영남권 주요 도시들이 인구 감소로 고심하는 것과 달리, 대전의 처지는 다르다. 수도권의 확장 축이 경기 남부에서 오송을 거쳐 대전으로 내려오는 정부 구상이 본격화되면서, 대전은 그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쇠퇴를 막기 위한 ‘방어적 통합’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공세적 통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애초 구상은 훨씬 더 큰 스케일이었다. 세종에 거주하는 유재일 한국대전략연구소 소장은 “처음 논의된 충청 통합은 대전·세종·청주를 원형으로 묶는 구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세종 시민들 사이에는 ‘세종은 세종’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이전 같은 굵직한 현안이 걸린 상황에서, 통합이라는 불확실한 선택에 선뜻 올라타려 하지 않죠. 공무원 중심의 도시 구조와 독립된 행정도시라는 정체성(正體性)이 통합 담론과 거리를 두게 만듭니다.”
순환도로와 철도를 촘촘히 구축하고, 카이스트(KAIST)를 축으로 창업과 연구개발(R&D)이 결합된 자립형 메트로폴리스를 조성하자는 것이 당시의 청사진이었다. 충북 청주의 반도체 산업, 오송의 바이오 클러스터, 세종의 행정 기능, 대전의 연구 인프라를 하나로 엮어 수도권에 맞설 ‘제2의 심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2026년 2월 현재, 이 계획은 상당 부분 축소됐다. 충북은 논의에서 이탈했고, 세종 역시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독자 노선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 대전과 충남은 이토록 서둘러 통합을 추진하는 것일까. 유재일 소장은 이 지점을 ‘통합’이 아닌 ‘격상’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행정구역의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특별시’로의 격상입니다. 인허가권을 비롯한 중앙정부의 핵심 권한을 이양받는다는 점에서 과거의 메가시티 구상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실제로 과거 경남 메가시티나 초기 충청권 연합 구상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권한 배분의 한계였다. 외형상 통합을 내세워도, 실질적 권한이 중앙정부에 머무는 구조에선 지역 간 이해 조정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특별시’ 모델은 권한 이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카드로 작동한다. 시장과 지사 자리가 줄어들더라도 반발이 크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더 이상 ‘지자체장’이 아니라 전국구급 ‘광역 리더’로 격상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통합이 곧 ‘대권 플랫폼’
지난 1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충남대전통합특별법안·전남광주통합특별법안’을 제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통합 논의가 ‘정책’에서 ‘정치’로 기우는 지점은 인물론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격 제안 이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여의도와 지역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통합특별시장은 단순한 광역단체장이 아니다. 전국 단위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광역 리더’로 체급이 달라진다. 통합이 곧 ‘대권(大權)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지역 여론은 엇갈린다. 민주당 지지층 일부는 “이왕이면 힘 있는 사람이 와야 예산과 권한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기대를 보낸다. 반면 무당층(無黨層)과 반대 진영에서는 “지역이 특정 인사의 대권 발판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경계가 강하다. 충청권이 그간 전국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어온 ‘스윙 스테이트’라는 점이 이런 심리를 증폭시킨다.
통합특별시장은 행정의 수장이자 정치의 상징으로, 그 상징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통합의 의미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합이 ‘충청 대망론(待望論)’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대권 프로젝트’로 소비되고 있다는 불안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의 처지는 복잡하다. 통합 논의를 처음 띄운 주체가 바로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권이 주도권을 쥐고 여권의 핵심 인물이 ‘통합시장’ 후보로 오르자, 국민의힘은 ‘반대하기도, 밀어주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
통합이 무산되면 “왜 시작해 놓고 끝을 못 맺었느냐”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통합이 성사돼 민주당 인사가 통합시장을 차지하면, 지역 권력 지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계산 속에서 ‘시의회 동의 철회’ 같은 카드가 흘러나오지만, 선택은 쉽지 않다. 광주·전남 등 타 권역 통합 논의가 병행 중인 상황에서 “대전·충남만 막는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지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훈식 카드’와 충청 대망론
이번 통합 논의를 단순한 행정 개편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심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있다.
유재일 소장은 “탄핵 이후 정국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통합 이슈를 꺼내든 것은 ‘강훈식 띄우기’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 출신인 강 실장이 통합특별시장에 오를 경우, 단숨에 차기 대선 주자 반열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일종의 후계 설계이자 사법 리스크 관리의 성격이 있다”며 “자신의 측근을 확실한 정치적 체급으로 키워야 퇴임 이후 안전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 실장이 의원직을 내려놓고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통합특별시장을 거쳐 대권 가도에 오르려는 단계적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정치 공학의 구도 속에서 국민의힘은 뚜렷한 대응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권 단체장들은 중앙의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실익을 따지거나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는 데 머물러 있다.
여야 안, 재정 구조·권한 설계 확연한 차이
2025년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사진=뉴시스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내놓은 특별법안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두 법안 모두 ‘성장’과 ‘개발’이라는 큰 방향성은 공유(共有)하지만, 재정 구조와 권한 설계에서는 확연한 온도 차를 보인다.
국민의힘 안은 이른바 ‘최대 요구안’에 가깝다. 국고(國庫) 부담을 의무화하고, 대폭적인 권한 이양을 명시하는 등 파격적 구성이 특징이다. 특히 법인세 총액의 50%를 통합특별시에 배분한다는 조항은 지역사회의 강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역 일각에서는 “이 정도는 받아야 통합의 실익이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현행 법체계와 충돌하고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신중론도 뒤따른다. 의도는 분명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내용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민주당 안은 ‘통과 가능성’에 무게를 둔 설계로 평가된다. 강행 규정보다는 ‘할 수 있다’는 권고적 문구가 많고, 세부 집행은 대통령령(令)이나 후속 논의로 넘기는 조항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일반법 개정을 통해 지방재정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구상을 내세우지만, 정작 통합특별법만 놓고 보면 강제력은 다소 약하다. 이 때문에 비판 세력은 “이대로라면 실익(實益)이 없는 통합”이라며 반발한다. 실현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이 오히려 통합 효과를 희석시키는 역설을 낳는 셈이다.
결국 두 법안은 서로 다른 불안을 자극한다. 국민의힘 안은 “요구가 지나쳐 통과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 민주당 안은 “무난히 통과되겠지만 실질적 성과가 있겠느냐”는 회의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반응은 단순하다.
“통합이 된다고, 정작 내 삶이 달라지나요?”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국민의힘 안에 대해 “옳고 그름이나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국가에 강력한 재정 의무를 부과하고 세입을 통한 대규모 권한 이양을 꾀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50만 특례시 조항은 천안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고, 공주 의대 설립 같은 내용도 지역 여론을 흡수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은 “국민의힘 안이 의무 규정이 많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법체계상 실현 가능성은 민주당 안이 더 높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안은 “과도한 조항이 현행 법령과 충돌할 수 있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안은 국회 통과를 의식한 ‘유연한 문구’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평가다. 김 사무처장은 “통합특별법은 시한이 정해져 있어 행안위와 법사위를 신속히 통과해야 하는 구조”라며 “그래서 ‘해야 한다’보다 ‘할 수 있다’는 표현이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유연함이 역으로 “알맹이 없는 통합”이라는 비판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속도전’에 우려 목소리도
핵심 쟁점은 ‘속도’다. 일단 임시국회 일정을 고려해 2월 26일 특별법 국회 통과가 예상된다. 지방선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법을 처리하고 행정 통합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은 ‘정책’이라기보다 ‘일정표’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속도전이야말로 현장의 불안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요인이다.
절차적 정당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주민투표 대신 시의회 동의로 절차를 갈음하는 방침이 부각되면서 “민심 확인 없이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거세다.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여론을 보면 찬반은 팽팽하지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감대는 넓다”며 “속도가 빠르고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고 말했다.
통합 찬성층조차 절차 문제 앞에서는 흔들린다. 여론조사 결과 찬반 비율은 시기와 문항에 따라 엇갈리지만, “주민투표 등 공식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진영을 막론하고 넓게 퍼져 있다. 이럼에도 추진 측은 작년 7월 시의회 동의를 근거로 주민투표를 생략하려는 태세다. 이 결정이 민주주의적 정당성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통합시장은 어디로 출근하나?
2025년 11월 3일 이장우 대전시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전충남 행정통합 국회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김재섭 사무처장은 “준비되지 않은 통합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속도전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특별법이 통과돼도 끝이 아니다. 위헌 가능성이나 타법과 충돌해 수정이 불가피한 조항이 있고, ‘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더라도 재정 여력이 부족하면 집행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 통과도 쉽지 않고, 설령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이행은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결국 현장의 회의감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법이 통과되면 정말 되는 겁니까?”
그럼에도 통합 추진에 탄력이 붙는 이유에 대해 김 사무처장은 “정권 초반이라 정부 의지가 강하게 작동하는 시기”라는 점, 그리고 “대전·충남 지자체장들이 국민의힘 주도로 시작된 통합 흐름을 공개적으로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을 꼽았다.
가장 민감한 쟁점은 통합청사 문제다. 통합을 이야기하면서도 민주당, 국민의힘 양측 법안 모두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다. 법적 주소지를 어디에 둘지, 통합 이후 수장이 어디로 출근할지를 결정하는 순간 어느 한쪽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폭탄’은 통합 이후 선출될 시장에게 고스란히 넘어가 있다. 충남 내포신도시가 “이번이 기회”라는 주장을 다시 꺼낼 가능성과 대전이 핵심 기능을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란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무엇보다 통합의 가장 큰 ‘폭탄’은 다시 청사 문제로 돌아온다. 김 처장은 “통합 논의 때마다 항상 ‘청사가 어디로 가느냐’가 최대 갈등 요인이었는데, 이번에도 양쪽 법안 모두 이 문제를 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이 되면 법률적으로 통합청사가 필요하고 주소지가 정해져야 하는데, 그 지점을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며 “그 순간 다른 쪽의 반대가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안은 ‘두 곳 운영’을, 민주당 안은 ‘두 곳 운영, 통합시장이 결정’이라는 방식으로 결론을 미루고 있는데, 결국 핵심 판단은 통합 이후로 넘겨진 셈이다.
특대만 파는 설렁탕 식당?
통합의 명분으로 자주 언급되는 ‘생활 편의 증대’에 대해서도 평가는 냉정하다. 김재섭 사무처장은 “이 정도 규모의 정책 전환을 이야기하면서 택시 요금 같은 편의만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환승 체계 개편 등은 지자체 간 협약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통합이 실제로 체감되려면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나 공용화 수준의 제도, 혹은 서울의 기후동행카드처럼 강력한 정책 패키지”가 뒤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센티브’를 둘러싼 기대에 대해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처장은 “공공기관 이전에 일정 부분 우선권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지역에 깔려 있다”면서도, 시민들의 핵심적인 질문은 “그 인센티브가 통합이라는 부담을 감수할 만큼 충분한 메리트냐”라고 짚었다. “초기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이전은 가능하겠지만, 그것으로 끝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인센티브가 고속도로와 철도 몇 개를 짓는 ‘단발성 국책사업’으로 끝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만약 설렁탕이 모두 특대가 되면, 사실 특대는 보통에 불과하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 비유로 통합 논의의 부작용을 짚었다. 그는 “통합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처럼 한두 달 만에 법을 밀어붙이는 건 위험하다”며 “특정 지역만을 위한 통합특별법이 아니라 전국을 포괄하는 ‘행정통합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똑같이 달라고 싸우는 상황 올 것”
2024년 12월 18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충청광역연합 출범식 모습. 사진=뉴시스최호택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이 점점 정치적 인센티브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은 지역의 산업 기반과 기능이 맞아야 시너지 효과가 납니다. 단순히 선물 주듯 이전한다고 해서 지역이 살아나는 게 아닙니다. 지금은 대전·충남뿐 아니라 광주, 부산, 대구까지 전국이 앞다퉈 통합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이전 우선’을 요구하면 결국 불만만 쌓이게 됩니다.”
그는 또 정부가 병행 추진 중인 ‘5극 전략(권역별 메가시티 구상)’의 본래 취지를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략은 수도권·충청권·호남권·동남권·대경권으로 나눈 5극 체계로, 광역 연합을 기반으로 한 지방분권형 국가 구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전·충남 통합이 급부상하면서 이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통합으로 가는 단선적인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애초의 설계 철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차별이 아니라 똑같이 달라고 싸우는 상황이 올 겁니다.”
최호택 교수는 이번 통합 논의를 “정치적 동기와 행정적 필요가 뒤섞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권역별로 각각 다른 법안을 만들면 지역 간 차등과 혼선이 불가피하다”며 “대전·충남은 국민의힘 안, 광주는 민주당 안을 따르면 결국 재정 권한과 특례가 제각각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이 통과된 뒤엔 ‘왜 우리만 덜 주느냐’는 차별 논란이 반드시 터질 겁니다.” 최 교수는 “이런 혼란을 막으려면 모든 광역 통합에 공통으로 적용할 ‘행정통합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기본법에 자치권과 재정권, 교부세 배분 비율 등 공통된 뼈대를 명확히 규정하고, 지역별 산업·환경 특례만 별도로 두면 된다”며 “지금처럼 지역마다 개별법을 만들다가는 후폭풍이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시행은 4년 후 지방선거부터 하는 게 바람직”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토록 속도를 내는 걸까. 최호택 교수는 “이번만큼은 여야가 동시에 원하는 드문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통령도, 여당도, 야당도 모두 통합을 원합니다. 이런 ‘정치의 찬스’는 흔치 않아요. 그래서 법은 통과될 겁니다. 다만 시행은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게 맞습니다.”
최 교수는 “법안은 올해 안에 처리하더라도 실제 시행은 4년 뒤 지방선거부터 적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개헌처럼 한 정권이 법을 만들고 다음 주자가 시행하는 흐름이 헌정 질서에도 더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논의처럼 몇 달 만에 법을 밀어붙일 경우 “결국 ‘좋은 건 다 들어간 잡탕식 법안’이 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20조원 지원 약속도 ‘최대’라는 단서가 붙어 있기 때문에 1조~2조나 되는 큰 지원에도 ‘약속을 어겼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통합의 시계는 이미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누가, 무엇을, 어떤 틀에서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번 ‘대전·충남 특별시’는 또 한 번의 ‘잡탕식 법안’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이번 통합이 주민의 삶을 개선할 행정 혁신인가, 아니면 정치적 후계 구도를 위한 화려한 인큐베이터인가. 충청권 특별시는 이제 대한민국 정치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서는 진정한 메가시티가 되려면, 정치적 계산을 넘어선 세밀한 행정 비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는 6월, 충청의 선택이 한국 정치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전국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