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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분석

대선 출마 선언한 전 경제부총리 김동연의 ‘생각’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해 ‘누구나 제시할 수 있는 해법’만…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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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정리에 2년 걸리고 원고 6회 교체했는데, 특별한 내용 찾기 어려워
⊙ “소득주도성장은 작명부터 잘못돼… ‘소득 주도’만으로는 ‘성장’ 안 이뤄져”
⊙ 새롭지 않은 ‘토지 임대부 주택’과 소비자 욕구 외면한 ‘공동명의 주택’ 제시
⊙ 부총리 때는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담은 개편안 내놔… 지금은 “세금 특혜 전면 폐지해야”
⊙ 4년 전, 추미애 ‘보유세 인상’ 주장에 난색… 책에는 “보유세 인상 검토할 만해”
⊙ 3년 전, 국토보유세에 대해 “신중한 검토 필요”… 현재는 “불로소득 차단·환수 논의 출발점”
⊙ 사회복지 예산 200조원(2021년 기준)인데 각종 ‘안전망’ 신설 재원 마련 ‘증세’ 주장
⊙ 외교·안보, 정치·경제적 현실 다른데도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주장
사진=뉴시스
  김동연(金東兗)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9월 8일, “기득권 공화국을 기회 공화국으로 바꾸겠다”면서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새로운 10년, 조용한 혁명’이란 제목의 대선 출마선언식에서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 거주 이력 ▲상업고등학교 졸업 ▲직장 생활과 야간대 수강 병행 등 소위 ‘흙수저 출신’을 강조하면서 “가난한 사람, 덜 배운 사람,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내 안에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총리는 관료 시절 “저출생, 고령화, 저성장, 양극화를 경고하며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했다”며 “지금도 항상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비전을 내 안에 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살림은 생사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는데 정치권은 권력 투쟁만을 일삼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하는 식으로 자신의 ‘새로움’을 강조했다. 그는 “미래를 준비하는 비전과 콘텐츠로 승부하겠다. 기회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김 전 부총리는 그간 야권에서 잠재적 대선 주자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특히 그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대권 주자’의 요건으로 ‘경제 전문가’를 내세우면서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을 운운하다가 “김동연이 움직이고 있다. ‘흙수저’에서 시작해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우리 국민이 두 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기 때문에 누구 하나 뚜렷한 사람이 나와서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면 국민들이 순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김 전 부총리를 격려해왔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 전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흙수저 출신 ▲경제 전문가 등의 강점을 가진 김 전 부총리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간 표면적으로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대선 출마 계획을 밝히지 않고, “강연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식으로 일관해온 김 전 부총리가 돌연 대선에 나서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김 전 부총리의 ‘생각’을 그의 최근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통해 확인했다.
 
 
  한국 사회 ‘심층분석’과 ‘문제 해법’ 찾기 어려워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2년 동안 준비한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출간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지난 7월 28일, 《대한민국 금기 깨기》란 책을 냈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전 위원장은 “대한민국이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해 설계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쯤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자서전을 출간한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당시 김 전 부총리는 “저도 모르는 계획을 앞질러서 얘기했다”며 ‘대선 출마’를 부인하면서 “전혀 상관없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가나 사회로부터 받은 게 많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회를 위해 작은 기여를 할까 하는 마음에서 쓴 책”이라고 주장했지만, 책 출간일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8월 20일 고향인 충북 음성군을 찾은 그는 대선 출마 계획을 밝혔다.
 
  ‘미래로 가는 길에는 금기가 없다’는 부제를 붙인 해당 책을 통해 김 전 부총리는 대한민국의 각종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간 우리 사회 변화를 가로막은 ‘장벽’처럼 작용한 ‘금기’를 깨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제는 속 시원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가 책에서 얘기한 ‘해결책’ 또는 ‘대안’은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다. 각종 문제에 대한 경제 관료, 정책 전문가다운 ‘심층 분석’ 역시 찾기 어렵다. 또 과거에는 반대하거나 ‘유보적’ 입장을 취한 사안에 대해 책에서는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다”는 식으로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도 여럿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책 서문에서 “한두 해 문제가 아니다. 고용 없는 성장,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 저출산, 사회적 정의와 공정의 문제 등으로 회자되지만, 이것은 모두 지난 20년 동안 반복되어온 올드 이슈들이다. 최근에 새로 제기된 문제들이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들이고 누구나 입만 열면 고쳐야 한다고 얘기하는 내용이다”라고 했다. 김 전 부총리는 또 “우리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나를 고민 속으로 몰아넣었다”며 “나름대로 대안을 찾고 싶었다”고 밝혔다.
 
  “내가 하든, 남이 하든 나라를 바꾸는 일에 쓰이는 내용을 만들고 싶었다”며 “대한민국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절실한 생각 때문에 책을 썼다”고 했다. “아이디어를 가다듬는 데 2년이 넘게 결렸고, 원고 전체를 6번이나 바꿨다”고 했는데, 그 내용이 평범하기만 하다. 한때 대한민국의 ‘경제 수장’이었던 이가 고민하며 나름대로 찾은 ‘김동연표 대안’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많은 국민이 소주성을 ‘잘못된 방향’으로 오인”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첫 경제부총리로 임명돼 1년 7개월가량 ‘경제 사령탑’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입장이다. 사진=뉴시스
  김동연 전 부총리는 책에서 문재인(文在寅)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했다. 방향은 맞지만, 파급효과를 면밀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관련 대목이다.
 
  〈소위 ‘소득주도성장’에서 지향하는 양극화, 경제적 불균형, 계층이동 단절의 문제 해결은 마땅히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은 우선 네이밍부터 잘못됐다. ‘소득’만이 ‘주도’해서는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급’ 측면에서 혁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의 수용성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의 5%에 달하고 소상공인과 영세 상공업자가 750만명인 경제구조에서 비용의 증가가 고용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냉철하게 봐야 했다. 여기에 더해 시장과의 소통에서 실패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곧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가야 할 방향’임에도 많은 국민들이 ‘잘못된 방향’이라고 오인하고 말았다. 진보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면서 진보의 가치를 해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이후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였다. 소득주도성장론이란, 인위적인 임금 인상 등을 통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이 이뤄지게 한다는 일부 비주류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차원에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그가 집권한 이후 최저임금은 급격하게 인상됐다. 2017년 6470원에서 2019년 8350원으로 늘었다. 2년 만에 29% 증가한 셈이다. 박근혜(朴槿惠) 정부 당시 연평균 인상률 7.4%의 두 배 빠른 속도로 올린 셈이다.
 
  ‘성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인위적인 임금 상승은 기업의 인건비 증가로 이어진다. 비용 부담 때문에 기업은 고용과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의 실직과 소득 감소가 발생한다. 결국에는 고용이 악화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다수 경제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경제 실정(失政)’으로 꼽는다. 그럼에도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식 최저임금 인상’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김 전 부총리는 ▲인위적인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와 세금 투입 ▲최저임금 급등 ▲근로시간 일괄 규제 등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옹호했다.
 
  2017년 7월 16일, 2018년도 최저임금액이 결정되자 김 부총리는 경제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그러면서 “다만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돼 고용 감소 우려가 있다”며 3조원에 이르는 이례적인 재정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책”이라고 옹호성 발언을 했다.
 
  한마디로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과 자영업자 활동 위축과 고용 부진을 초래할 수 있는 정책들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김 부총리는 관계 전문가들의 숱한 ‘우려’ 제기에도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김 부총리는 시장의 예상처럼 실제 고용지표가 나빠졌는데도 “12월 서비스업 고용 부진은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아니다(2018년 1월)”라고 말했다. “2, 3월 고용 부진은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2018년 4월)”란 식으로 그 ‘인과관계’를 애써 부인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기회 복지 국가’를 위한 금기 깨기 방안은?
 
  김동연 전 부총리는 책에서 ‘경장(更張)’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경장이란, 누적된 정치적·사회적 폐단을 개혁해 새롭게 한다는 뜻의 유교 용어다. 21세기에 왜 꼭 ‘경장’이란 말을 김 전 부총리가 고집하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는 대목이다. 김 전 부총리는 경장을 위해 “추격경제, 세습경제, 거품경제의 틀을 깨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야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 복지 국가’ ‘기회 공화국’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 전 부총리는 책의 4부(기회 복지 국가를 위한 금기 깨기)에서 나름의 방안을 제시했지만, 그 내용 역시 평범하다. 그는 선진국 모방을 통한 성장 전략인 소위 ‘추격경제’를 깨려는 방안으로 ▲빅블러(산업 경계가 무너진 상태-기자 주) 대기업을 늘리자 ▲중소·중견기업의 경제영토를 확장하자 ▲디지털 경제 3대 먹거리(생명과학·문화콘텐츠·그린경제)를 공략하자 등을 제안했지만, 역시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산업별 사업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한층 키워야 한다”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식의 주문만 있을 뿐이다. 이어서 ▲규제 공무원부터 반으로 줄이자 ▲한국형 노동 안정 유연성 모델을 만들자 ▲일하려는 청년들을 위한 ‘대(大)공유’ 운동 등을 제안하면서 언급한 내용 역시 구체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사실상 제목이 곧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이른바 ‘세습경제(출신에 따른 교육과 능력 계발 기회의 차이에 의한 격차 발생 현상-기자 주)’란 ‘금기’를 깨는 방법으로 ▲공공부문 철밥통을 깨자(공공부문 인력·예산 구조조정) ▲엘리트 순혈주의를 청산하자(기득권이 독과점적 지위 누리는 주요 산업의 진입장벽 낮추기) ▲창업과 창직(創職)의 르네상스를 열자(사회적 벤처 활성화, 새로운 직업 발굴) ▲‘착한’ 소득격차만 허용하자(직무급제, 근로장려 지원 대상 확대) ▲취업·교육 기회할당제를 확대하자(지역인재 할당제, 고졸 채용 할당제) ▲교육 ‘메기’를 풀자 ▲연금개혁 폭탄 돌리기를 멈추자 등을 제안했다.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리 없는 ‘옳은 얘기’이지만, 이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실현 가능한 해법을 제시한 대목을 찾는 건 쉽지 않다.
 
 
  文과 큰 차이 없는 김동연의 부동산 문제 해법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거품경제’를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소 강연에서 “부동산 문제를 비롯해 대한민국 국민과 가계가 느끼는 교육 거품, 사교육 문제, 입시 지옥, 학벌 구조가 거품”이라며 “부동산·교육 거품을 꺼뜨리지 않고는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의 경쟁력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김 전 부총리는 책에서 “부동산과 교육 문제에는 답이 없다는 금기를 깨야 한다”며 “거품경제를 해소해서 주거 안전망과 교육 안전망을 구축하면 소득 안전망과 결합되어 튼튼한 기회 복지 안전망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심화한 부동산 문제에 대해 비중 있게 기술했다. 해법도 제시했지만, 이 역시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공공이 택지를 보유하는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경제적 능력이 넉넉하지 못한 계층을 위한 사회주택도 많이 지어야 한다” “1가구 1주택 꿈을 현실화시키는 과정에서 정부의 한층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식의 김 전 부총리 ‘제안’에서 ‘경제 전문가’다운 식견과 통찰을 확인하는 건 쉽지 않다.
 

  김 전 부총리의 이 같은 주장은 ‘부동산 실정’을 거듭했다고 평가받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큰 차이가 없다. 또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로서 주택 가격 폭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인사이므로, 그의 주장이 객관적 설득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그가 경제부총리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7년 6월부터 소위 ‘9·13대책’(2018년 9월 13일)이 나올 때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값은 15개월 동안 11.9% 상승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2013~2016년) 당시 4년 동안 상승률 10.21%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다음은 김 전 부총리 책에서 부동산 정책 관련 대목을 정리한 것이다.
 
  〈이제 ‘1가구 1주택’은 삶의 기본권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보유세를 높이는 것, 특히 다주택자나 법인이 가진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를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볼 만하다. 반면, 1가구 1주택 등 실거주 주택의 보유세 부담은 낮추고 집 1채 가진 고령자나 소득이 없는 소유자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주택이 노후보험 역할을 하는 세대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택 지분 일부를 담보로 하는 주택연금으로 현금 흐름을 만들어주는 방식도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똘똘한 1채’ 수요를 자극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종잡을 수 없는 김동연의 부동산 관련 입장 변화
 
2017년 9월,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토지 초과다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을 주장했다. 김 전 부총리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보였다. 사진=뉴시스
  김 전 부총리의 이런 주장은 ‘자가당착’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는 2017년 9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인상을 강조한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장에 난색을 보였다. 같은 달 1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보유세 인상은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것인데다가 실현된 이익이 아니라 보유분에 대해 과세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입장을 내놨다. 이랬던 그가 지금은 왜 보유세 인상을 얘기하는 것일까. 보유세를 올렸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 대비 이익은 무엇인지, 그 편익은 얼마나 큰 것인지 분석한 대목도 없다. 왜 과거에는 검토하지 않은 사안을 지금 와서 제안하는지 해명하는 내용도 찾을 수 없다.
 
  김 전 부총리는 또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집값이 싸야 한다. 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핵심은 임대사업자 보유주택을 시장에 공급물량으로 내놓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2018년 7월 6일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임대주택은 종합부동산세 과세에서 제외된다” “다주택자라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경우 세금 부담 완화의 길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개편안에 따르면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과표 6억원 이상일 경우 세율이 0.1%포인트 인상되지만,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경우 과세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김동연 기재부’의 개편안에 대해 주택 정책 주무부처 장관인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동을 걸었다. 김 장관은 “등록 임대주택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이 투기꾼들에게 과도한 선물을 준 듯하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과열 지역에 한해 새로이 주택을 취득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경우 일부 과도한 세제 지원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2018년 9월 소위 ‘9·13 대책’에는 ▲조정대상지역 신규 취득 임대주택 양도세 중과 ▲조정대상지역 신규 취득 임대주택 종부세 과세 등의 세제 혜택 축소 방안이 포함됐다.
 
  과거,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취지의 방안을 내놨던 김 전 부총리가 지금 와서는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논란의 ‘토지公개념’과 ‘국토보유세’ 꺼낸 이유는?
 
2018년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담은 방안을 발표했다.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투기꾼들에게 과도한 선물을 준 듯하다”며 다른 시각을 보였다. 사진=뉴시스
  이 밖에 김동연 전 부총리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 “주택 공급을 늘리되, 대규모 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팔지 말고 공공이 택지를 보유하는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해 주택 소유주가 토지 임차료를 내는 ‘토지 임대부 주택’을 제안했다. 이는 200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도 군포시 소재 부곡지구에서 시행한 이래 서울시 서초구, 강남구 등지에서 ‘보금자리주택’이란 이름으로 진행됐다.
 
  ‘토지 임대부 주택’의 경우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나뉜 까닭에 인기가 없다. 군포시 부곡지구의 경우 미분양률이 92%에 달했다. 토지 소유권을 갖지 못하더라도 입지, 주거 환경이 좋은 곳은 완판되고 이후 가격도 폭등한다. 서울시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거래가가 분양가의 7배에 달했다. 이런 경우에는 토지 소유권이 없다고 해도, 토지 임차료를 내는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단, 서초구나 강남구에 있는 보금자리주택 아파트 같은 입지를 가진 공공 택지를 확보하는 건 서울 지역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지 않는 한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국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시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셈이다. 즉 ‘토지 임대부 주택’은 주택 수요의 일부를 담당할 수는 있어도 기존 주택 공급 방식을 대체하는 방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김 전 부총리는 LH와 분양받은 사람이 절반씩 지분을 갖는 ‘공동명의 주택’도 언급했다. 그는 “LH는 소유지분에 대해 임대료를 받아 토지개발비를 회수할 수 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를 일정 부분 충족시켜주면서 시세 차익의 일부를 인정하는 형태가 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주택시장의 ‘요구’를 외면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내 집’이란 국가 또는 공공기관, 타인과 지분을 공유하거나 임대료를 내야 하는 ‘반(半)임대 주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전 부총리는 또 “부동산 내전, 끝낼 수 있다”고 하면서 ‘근본 해결책’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주장했다. 그는 “토지 가격은 소유자의 기여와는 상관없이 한정된 공급과 사회 발전, 정부 정책 때문에 오르는 것”이라며 “인생의 성공이 불로소득에 달려 있다는 금기를 깨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토지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시장 친화적인 토지공(公)개념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이른바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자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토지의 불로소득을 줄이는 다양한 대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 최근 ‘국토보유세’ 도입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략) 대안의 내용은 땅을 소유한 모든 개인과 법인에게 소유한 만큼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중략) 여러 논란이 예상된다. 토지를 소유한 전 국민에 과세하는 내용이어서 조세 저항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투기 목적이 아니라 주거 목적으로 구입한 실수요자의 반발이 클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본소득이나 국민 배당과 연계하자는 제안도 있다. 토지 소유자로부터 걷은 세금을 국민에게 다시 균등하게 나눠주자는 것이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국토보유세수를 15.5조원으로 추정하고, 이를 재원으로 1인당 연간 30만원씩 지급하면 전체 가구의 94%가 순수혜를 본다. 사례별 손익을 계산하면 공시가격 10억원 이상의 토지를 소유해야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중략) 부동산과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효과적으로 차단·환수하고 모든 국민에게 토지에 대한 권리를 평등하게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국민배당형 국토보유세가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겠지만, 좀 더 심층적인 연구와 사회적 논의를 필요로 한다.〉
 
 
  3년 전에는 ‘신중론’ 취하더니 지금은 “논의해볼 만해”
 
김 전 부총리는 2018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의 ‘국토보유세 신설’ 주장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불로소득 환수 논의의 출발점”이란 식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동연 전 부총리는 자신의 책에서 ‘국토보유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과거 부총리 재직 시절에는 그 입장이 지금과 달랐다. 2018년 10월 19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당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음은 당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문답이다.
 
  〈유승희: 최근에 국토보유세 신설해야 된다는 얘기도 나오잖아요.
 
  김동연: 예, 그런 얘기도….
 
  유승희: 의견을 말씀해주세요.
 
  김동연: 국토보유세 문제는 이것도 여러 가지 개념이 있을 수 있는데 아마도 최근에 제안된 모 교수나 또는 모 광역자치장께서 말씀하신 그런 개념의 국토보유세라고 한다면, 이 부분은 이런저런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유승희: 그 부분은 최근에 나온 얘기가 아니에요, 국토보유세에 대한 얘기는.
 
  김동연: 제 말씀은 최근에 나온 얘기를, 이게 개념이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유승희: 투기 수요를 막고 토지공개념을 강화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이런 얘기지요.
 
  김동연: 예, 알겠습니다.
 
  유승희: 어쨌든 국토보유세든지 토지보유세든지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런데 아까 이러저러한 이유로 약간 부정적으로 얘기하셨거든요. 그래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그랬는데 그 이러저러한 이유가 뭔지 서면으로 제출해주세요, 이러저러한 이유.
 
  김동연: 예, 알겠습니다.〉
 
  2018년 국정감사장에서 김 전 부총리가 언급한 ‘모 광역자치단체장’은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다. 2017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는 “소수가 토지를 전부 소유했으며, 현재 토지 소유에 따른 불로소득은 건물을 합쳐 400조원 이상이지만 과세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연 15조원을 더 거둔 다음 기본소득 목적세 형태로 전 국민에게 연 30만원 정도 지급하겠다(2017년 1월 16일)”고 공약했다.
 
  해당 공약은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구상했다. 앞서 김 전 부총리가 얘기한 ‘모 교수’는 바로 전 교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전 교수는, 2018년 1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 방안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이 지사 공약과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국토보유세 도입에 의한 세수 순증은 약 15조5000억원이다. 토지배당 지급으로 전체 가구의 95%가 수혜를 누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요약하면, 책에서 국토보유세에 대해 논의해볼 만한 ‘대안’이라는 식으로 평가한 김 전 부총리가 불과 3년 전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는 얘기다.
 
 
  이미 사회복지에 200조원 쓰는데 또 증세 복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연도별 지출 현황(본예산 기준)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다. 출처=통계청
  김동연 전 부총리는 우리나라가 자신이 주창한 ‘기회 공화국’이 되려면 ▲소득 안전망 ▲주거 안전망 ▲교육 안전망 등을 포함한 ‘기회 복지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결국에는 ‘증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기 깨기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만, 사회안전망 등 복지의 확충, 인적자원 개발 등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재정지출의 구조조정, 조세 감면 축소 등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증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치적 민감성을 이유로 정부나 정치 지도자가 이 문제를 외면하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복지, 교육 등 사회적 수요가 큰 데 반해 증세 논의는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우선 산업, 복지, 교육에 어느 정도 수요가 있으며, 어느 정도 재정에서 채워야 할지에 대한 방향과 수준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지출 효율화, 세출 구조조정, 실시간 소득 파악을 통한 탈루 세원의 포착, 조세 감면 축소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어떤 세목에서 누가 더 부담할지를 포함한 중장기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김 전 부총리는 과거 ‘증세 신중론자’였다. 그는 경제부총리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2017년 6월 7일)에서 “증세는 워낙 민감한 문제”라고 하면서 “비과세 감면이나 세출 구조조정을 먼저 하고 마지막에 ‘증세’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다른 수단을 시행한 뒤 역부족일 때 최후의 방법으로 ‘증세’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힌 셈이다. ‘경제사령탑’이 되고서도 김 부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증세 신중론’을 펼쳤다. 그러던 김 전 부총리가 지금은 ‘증세’를 주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책 내용만 놓고 보면, 각종 안전망을 만드는 데 투입돼야 할 재정 규모와 세출 구조조정 또는 조세 감면 축소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을 추산하지도 않은 채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지출(본예산 기준)은 2013년 342조원에서 2017년 400조원으로 증가했다. 5년 동안 58조원 늘어난 셈이다. 증가율은 17%다. 이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 집권 기간 정부지출은 폭증했다. ▲2018년 429조원(전년 대비 7.1%↑) ▲2019년 467조원(9.5%↑) ▲2020년 512조원(9.1%↑) ▲2021년 558조원(9%↑)에 이어서 2022년에는 604조원 규모의 예산안이 편성됐다.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된다고 가정하면, 문 대통령 집권 기간 정부지출 증가율은 51%에 육박한다. 김대중 정부 이래 20~21% 수준을 기록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지출 비율도 급등해 ▲2018년 23.6% ▲2019년 23.4% ▲2020년 25.3% 등 연평균 24.1%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들어 대폭 증가한 불요불급한 세출 내역을 분석한 뒤, 이를 조정할 경우 확보할 수 있는 재원 규모를 파악하는 작업을 선행하고 나서 ‘증세 논의’를 제안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2017년 130조원이던 사회복지(교육·보건·복지·고용 등) 재정이 2021년에는 200조원이 됐고, 2022년에는 217조원(편성 기준)에 달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복지 정책을 신설하고, 이를 위해 ‘증세’를 하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일까.
 
 
  제도가 문제인가, 제왕처럼 구는 者가 문제인가?
 
김 전 부총리는 책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 구조 개편’을 주장했다. 책이 출간되기 전, 대표적인 ‘내각제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실 인식이 아주 잘 돼 있다”며 김 전 부총리를 치켜세웠다. 사진=뉴시스
  김동연 전 부총리는 책에서 “정치는 줄이고 권력은 나누자”고 제안했다. “정치판 승자 독식 구조를 깨자”고 하면서 개헌을 통한 ‘권력 구조 개편’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행 대통령 단임제를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규정했다. 현행 대통령제 앞에 ‘제왕적’이란 수사가 붙는 데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자신들의 ‘무능’과 ‘무책임’ ‘헌법 불이행’ 행태를 오도하려는 속내가 포함돼 있다. 이런 까닭에 정치인들은 늘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의 소양·자질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 탓에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고,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이어지지 않고, 정쟁이 계속된다는 식의 주장을 하면서 내각책임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얘기한다. 김 전 부총리도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를 주장하면서,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 5년마다 승자가 독식하는 정치 구도 속에서 고질적인 정쟁과 파국이 불가피하다. 대통령 프로젝트 중심의 단기 성과에 집착하게 되면서 5년마다 경제, 외교 전략이 바뀌고 이전 정부의 정책은 연속성이 끊긴다. 국가의 장기 비전과 전략을 세울 수가 없다. (중략) 권력 구조 개편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해소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만들자. 분권형 대통령제는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거나 선출하고 총리에게 헌법에 보장된 실질적 권한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분산되고 정당 간 상호 견제와 협력도 이루어질 수 있다. 대통령과 총리 간 권한 갈등의 소지는 행정부의 각종 권한 행사에 대한 총리의 주도권과 내각의 의결, 그리고 이에 대한 대통령의 견제와 통제를 인정하는 구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김 전 부총리가 주장한 ‘이원집정부제’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을 담당하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그 외 국정을 전담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시행하는 오스트리아와 우리는 외교・군사・안보・경제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권력 구조 개편’을 얘기하는 이들은 대통령제의 폐단은 강조하지만, 자신들이 얘기하는 ‘대안’의 단점은 말하지 않는다. 이원집정부제 또는 내각책임제는 우리 헌법에 명시된 국민주권의 원리를 퇴색하게 할 뿐 아니라 권력 향배에 따른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야합을 조장할 우려가 크다. 또 빈번한 내각 교체로 인한 정치 불안이 만성화할 위험이 크다. 특정 파벌이 국가권력과 자본을 독점할 수 있다. 정치 부패도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 선출이 아닌 국회 내 다수의 지지를 받는 ‘실력자’ ‘계파 수장’이 총리가 되므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 부패’가 일상화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정경유착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헌법이 규정한 행정부와 입법부의 상호 견제가 사라져 특정 정당, 파벌의 제왕적 권한 행사를 막을 방법이 없다. 비근한 예로 현재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그 부작용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또 이원집정부제 또는 내각책임제로 권력 구조를 바꾼다고 해도 애초 권력자의 제왕적 행태를 제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어떤 식이든지 사회적 자원 재분배에 관한 권한은 최종 결정권자에게 쏠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상징적으로 앉혀두고, 총리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면 결국 권력은 총리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기회 공화국을 만들자”고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전술한 김 전 부총리 주장은 그가 242쪽에 걸쳐 책에 기술한 내용의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요 대목을 살핀 결과, 김 전 부총리는 누구나 아는 문제들을 다시 한 번 언급하고 그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주문을 나열하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서는 김 전 부총리가 ‘국정 최고 지도자’의 자질을 가졌는지, 대한민국을 바꿀 실력과 의지가 있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김 전 부총리는 책에서 경제・교육・복지 분야의 일부 사안만 표면적으로 훑었을 뿐 ▲군사 ▲외교 ▲북한 ▲산업 ▲과학 ▲문화·예술 관련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므로 더욱 그렇다. 앞으로 대선 행보 과정에서 김 전 부총리는 책에서 얘기하지 못한 각종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책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의 ‘식견’을 제대로 밝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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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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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algae    (2021-09-21) 찬성 : 4   반대 : 1
정말 너무하네. 국가 경제를 말아먹은 수장이 어떻게 대선에 나올 수가 있나. 양아치 세계에도 지켜야 할 룰이 있다.
  ceroro    (2021-09-17) 찬성 : 2   반대 : 7
미래 비전은 커녕 현실인식조차 못하는 함량미달 후보들이 설치는 판국에 김동연 정도면 군계일학이지

2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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