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부상한 정원오의 ‘실력’

성수동 임대료 폭등 와중에도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사’ 이미지 선전

  •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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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잘하는 구청장’이란 이미지의 이면과 ‘성과’의 실상
⊙ ‘성수동 성공 신화’의 실체… ‘성수동=정원오 작품’이란 평가는 과도
⊙ 서울 주요 상권 임대료 일제 하락할 때 ‘정원오의 성수동’은 왜 폭등했나?
⊙ “2022년 상가 임대료 상승률 ‘서울 1위’ 성동구에서 ‘상승률 1위’는 성수동”(서울시 성동구)
⊙ 성동구, “성수역 일대 임대료 상승 속도, 매출 증가의 2배… 젠트리피케이션 주의·경계 단계 증가”
⊙ 2023년 8월 2단계 조치 후에도 성수동 임대료 20.8% 상승… 서울 평균의 약 4.5배
사진=뉴시스
이재명(李在明) 대통령이 2025년 12월 8일 서울시 성동구의 구정(區政) 만족도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정원오(鄭愿伍) 성동구청장을 공개적으로 극찬한 이후, 정치권과 여론의 관심이 정 구청장에게 빠르게 쏠리고 있다. 정 구청장은 ‘일 잘하는 구청장’이라는 평판, 높은 지지율, 대통령의 극찬 등을 동력 삼아 정치적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나 현상만으로 ‘정원오의 실력’이 온전히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낯설었던 정 구청장은 정말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할 만한 ‘실력’과 ‘자격’을 갖췄을까.
 
 
  성수동은 ‘정원오의 작품’인가
 
 
정원오 구청장은 숱한 언론 인터뷰에서 ‘성수동’을 자신의 업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11월에 《성수동: 도시는 어떻게 사랑받는가》란 책도 출간했다. 출처=메디치미디어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자부하는 대표 업적은 ‘성수동 도시 재생’이다. 그는 숱한 언론 인터뷰에서 ‘성수동’을 강조했다. 서울의 낙후된 준(準)공업지역이던 성수동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젠트리피케이션(도시 내 기존 저소득 주거지나 상업지역이 정비·개발되면서 임대료와 토지 가격이 상승해 원래 거주하던 주민이나 소상공인이 밀려나는 현상)을 방지한 성공 사례라는 식으로 선전했다.
 
  또 그는 2025년 11월에 《성수동: 도시는 어떻게 사랑받는가》란 책도 출간했다. 대다수 언론 역시 “붉은 벽돌을 브랜드화해 기업과 사람이 모이는 도시를 만들었다”는 그의 설명을 검증 없이 인용하며, 이를 유명 기업의 입주 및 기업 수 증가와 연결해 보도했다. 이는 민간에서 시작된 복합적 요인들에 의한 성수동의 자생적 변화가 마치 특정 정치인의 정책과 비전만으로 일궈낸 결과인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성수동이 상업·문화 중심지로 성장한 핵심 배경은 도심·강남 접근성이 좋은 입지와 공장·창고형 건축물이다. 우수한 입지와 독특한 공간 유산이 민간 상업활동에 활용되며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됐고, 이내 주요 상권으로 부상했다.
 
  그런 성수동의 변화는 2005년 서울숲 개장과 2011년 대림창고(갤러리형 카페) 등장 이후 본격화됐다. 이는 정 구청장 취임 이전부터 진행된 흐름이다. 그가 구정을 맡은 이후 제정된 ‘성수동 붉은벽돌건축물 보전 및 지원 조례(2017년)’에 따라 2018년부터 성동구가 성수동 일대의 물리적 경관을 유지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제도적 장치가 성수동 변화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식의 선전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젠트리피케이션 거의 막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정원오 구청장(오른쪽)은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군 중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4선 현직’인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의 양자대결에서도 접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또 ‘성수동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자신의 대표 성과로 내세운다. 정 구청장은 그간 언론 인터뷰에서 이 같은 취지의 주장을 반복해왔다. 성동구는 그를 가리켜 ‘젠트리피케이션 닥터’라고 선전해 왔지만, 객관적 지표를 보면 그런 ‘자화자찬’은 공감을 얻기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 구청장 취임 후 성동구는 ‘서울특별시 성동구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2015년)를 제정하고, 이에 따라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명분으로 ‘성수동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지정·고시(2016년)했다. 당시 지정된 지속가능발전구역은 서울숲길, 방송대길, 상원길 일대 3개 지역(25만 9518㎡)이다.
 

  성동구는 해당 구역 건물주와 이른바 ‘상생협약’을 맺어 임대료 급등을 억제하는 대신, 용적률 완화라는 개발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그렇다면 그 효과는 무엇일까. 2022년 2월 24일, 성동구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1년 말 실시된 성수동 지속가능발전구역 내 767개 상가 실태조사 결과, 협약 체결 업체의 임차료 인상률은 2.49%로 미체결 업체(2.85%)보다 0.36%p 낮았으며, 평당 임차료 또한 미체결 업체 대비 2700원 저렴한 10만 3900원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또 ‘협약 체결 업체의 평균 영업기간은 79개월(6년 7개월)로, 미체결 업체(52개월)보다 27개월이나 더 길다’고 덧붙였다.
 
 
  서울 주요 상권 일제 하락…성수동은 급등
 
한국부동산원의 ‘임대가격지수 동향’을 보면, 성수동 상권의 임대료 상승 속도는 서울 주요 상권 가운데서도 가장 가파른 수준이다.

  이 통계치는 성수동 전체가 아니라 성동구가 지정한 ‘지속가능발전구역’이라는 극히 제한된 공간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다. 이 구역은 성수동 전체 면적(508만㎡)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성수동 핵심 상권 중에서도 일부에 불과한 구역에서 행정기관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각종 유인책을 투입한 끝에 도출된 이른바 ‘실험 결과’를 성수동 전반의 현실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원오 구청장 또는 성동구가 내세우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란 선전 구호와 달리 성동구가 보호하는 일부 구역을 제외한 성수동 전역에서는 이미 과거부터 임대료 폭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권별 임대료 현황’을 보면, 성수동을 포함하는 뚝섬 상권의 경우 소규모 상가의 ㎡당 임대료가 2020년 1분기 3만 8800원에서 2023년 3분기 5만 1000원으로 상승했다.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만 2200원, 약 31.4%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서울의 대표 상권인 명동은 21만 6500원에서 14만2900원(-34%), 강남대로는 9만 600원에서 8만 6800원(-4.2%), 홍대·합정은 6만 700원에서 5만 6800원(-6.4%)으로 모두 하락한 반면, 성수동은 가파른 임대료 상승을 겪었다.
 
  성동구는 2023년 8월 1일, 앞서 설명한 지속가능발전구역을 확대 지정했다. 면적으로 보면 기존 25만 9518㎡에서 199만 952㎡가 추가돼 225만 470㎡로 8.6배 늘었다. 성동구가 이처럼 조례 제정 후 7년 만에 사실상 성수동 전역으로 지속가능발전구역을 확대한 것은 기존 정책의 한계 또는 실패를 자인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성동구는 “조사 결과 성동구가 서울시 자치구 중 2022년 임대료 상승률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20년 대비 42%나 상승한 수치”라고 밝혔다. 또 “성동구에서는 성수동이 임대료 상승률 1위를 차지했고, 젠트리피케이션 주의 및 경계 단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2단계 조처 후에도 20.8% 상승
 
한국부동산원의 ‘상권별 임대료 현황’을 보면, 성수동을 포함하는 뚝섬 상권의 경우 소규모 상가의 ㎡당 임대료가 2020년 1분기부터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31.4% 상승했다. 성동구가 ‘2단계 조치’를 취한 이후에도 2년 동안 20.8%에 이르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출처=한국부동산원

  성동구가 자체적으로 제시한 이 수치는 ‘임대료 안정’이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일반적인 소상공인 수익 구조상, 2~3년 사이 임대료가 31%(한국부동산원 기준 뚝섬 상권 전역) 또는 42%(성동구 자체 조사 결과) 급등하는 상황은 감내하기 힘들다. 이 같은 속도의 임대료 상승은 매출 증가로 상쇄되기 어렵다. 고정비 중 가장 경직적인 비용인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급증하면, 결국 폐업이나 상권 이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빈자리에는 고액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업체들이 신규 진입해 상권 재편이 진행된다.
 
  성동구가 2022년 10월부터 4개월간 실시한 ‘성수역 일대 젠트리피케이션 대응방안 모색 연구용역’의 대상 지역 실태조사 결과, 2022년 기준 평당 임대료는 2018년의 10만원에서 50% 상승한 15만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이 지역의 매출액 증가율은 25.6%에 그쳤다.
 

  그럼 성동구가 성수동 지속가능발전구역을 확대 지정한 후 상황은 달라졌을까?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동향-지역별 임대료’ 통계에 따르면 확대 지정 이후 2025년 3분기까지 서울 전역의 소규모 상가 임대료 상승률은 4.6%다. 명동은 2.1%, 강남대로는 -4.8%, 홍대·합정은 7.6%다. 같은 기간 성수동 상권인 뚝섬의 임대료 상승률은 20.8%에 이른다. 서울 평균치의 4.5배에 달하는 상승률이다. 이미 폭등한 성수동의 임대료가 계속해서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성동구의 지속가능발전구역 확대 지정 이후에도 임대료 상승 압력이 실질적으로 완화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서울시 성동구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2016년부터 시행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통해 성수동에서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고 상권의 지속적 활성화를 이끌어 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성동구는 ‘2020년대 들어 성수동 전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자 연구용역을 거쳐 지속가능발전구역을 확대하고 관리 방안을 보완했으며, 팝업스토어 증가와 대규모 자본 유입 등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현행 법·제도 내에서 정책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며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단기 수치가 아닌 지속적인 관리와 대응의 과정으로 봐야 하며, 그 결과 성수동은 상권 침체나 공실 확대가 아닌 활성화를 유지한 성공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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