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대선(大選)

2017년 대통령 선거 전망과 문재인(文在寅)의 위기

  • 글 : 이동호 캠페인전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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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5년 전 박근혜 후보 지지율에 못 미치고, 2위와의 격차도 오차범위 안
⊙ ‘국민성장론’ 내세우면서 중도 지향했지만, 촛불 정국의 와중에 이재명 시장 뜨면서
    운동권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 15~20%인 한국의 부동층은 ‘진보’가 아니라 ‘삐딱한 우파’

이동호
1959년 출생. 연세대 신학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 중퇴 /
전대협 연대사업국장 겸 서총련 연대사업국장, 북한민주화포럼 사무국장,
뉴라이트전국연합 조직위원장, 중소기업진흥공단 상임감사, 현 캠페인전략연구원장
2016년 11월 19일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시국토크’에서 발언하고 있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문 전 대표는 촛불 정국 이후 다시 운동권 노선으로 회귀하고 있다.
2017년 대통령 선거의 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부터 각 언론사들은 신년 여론조사를 앞다투어 쏟아내고 있다. 가장 관심은 역시 2017년 대통령 선거의 최종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이다. 각 언론사의 조사에서 하나같이 문재인(文在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7년 대선 경쟁에서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16년 총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을 지휘하여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승리를 거둔 후 지속되고 있다. 이 정도면 문재인 대세론(大勢論)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문재인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것은 야당이 분열된 최악의 상황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새누리당을 제치고 제1당으로 나서는 20대 총선 승리를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하나였던 안철수(安哲秀) 의원이 반문(反文) 세력과 함께 분당하는 야당 분열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최악의 상황은 내부 분열이다. 안철수·반문 세력은 문재인 전 대표와 그의 지지 세력을 ‘운동권 정당’이라고 공격했다. 당시 언론도 안철수 의원의 공격에 동조했다.
 
 
  제20대 총선, 문재인의 승부수
 
2016년 1월 15일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는 김종인씨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은 2015년 내내 국회를 압박했다. 당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기부양법의 입법과 노동·금융·교육·공기업 등의 구조개혁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정책에 사사건건 방해를 놓는 야권을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야당심판론은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2016년 신년 여론조사에서 야당심판론은 30.2%로 정권심판론 32.7%와 팽팽했다. 통상 국회의원 총선거는 정권의 실적에 대한 평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례적일 정도로 야당심판론이 높았다.
 
  2016년 신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23.4%로 1위를 차지했고, 아직 출범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은 15.1%로 더민주당 지지율 12.4%보다 높았다. 여론조사 결과 야당은 안철수 신당의 약진으로 인한 민주당의 위기,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어부지리를 얻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최악의 상황에서 극단의 비상대책을 내놓았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를 도왔던 김종인(金鍾仁) 전 새누리당국민행복특별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에게 당 운영과 선거 공천권 등 전권을 주었다. 아무도 예상 못 한 초강수였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새누리당을 돕던 인사에게 전권을 주어 야당을 지휘하게 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는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었다. 위기의식이 컸다. 다른 방도가 없었다.
 
  민주당의 전권을 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거침이 없었다. 민주당을 과감히 오른쪽으로 끌고 갔다. 북한의 핵무장을 경고하고, 민주당의 운동권적 행태를 공격했다. 이해찬 전 총리를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등, 민주당 내에서 인적청산에 나섰다. 김종인 위원장은 더 나아갔다. 경제실정(失政)론과 여당심판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가 꺼내 든 여당심판론은 호소력이 있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그의 경력이 말해 주듯이 세칭 ‘경제통’이다. 그런 그가 새누리당의 경제 정책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경제성장의 혜택이 재벌 등 가진 자들에게 집중되었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위원장의 주장은 기존 운동권 출신들이 하는 주장과 달리 설득력이 있었다.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급격히 지지세를 회복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내부 지지자들을 설득하고, 김종인 위원장은 수도권의 중립적인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2인 1각의 구조로 선거에 임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이런 전략은 멋지게 성공했다. 아무도 민주당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던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민주당은 수도권의 압승을 기반으로 제1당으로 도약하는 기염을 토했다. 총선에 돌입하기 전 민주당은 기존 국회의원 수를 유지하는 것도 걱정이라고 했던 대부분 전문가의 예측은 틀린 게 되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던진 승부수는 자신을 위기에서 구출하고,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1위로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문재인 대세론은 아직 일러
 
  문재인 전 대표는 2017년 각종 신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모든 언론은 ‘문재인 대세론’을 보도하고 있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이렇게 말한다.
 
  “문재인이 유력하다는 데 나도 동의한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이냐 아니냐 하는 단순한 구도다. 당내 주자들이 문재인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대세론은 확고해 보인다. 압도적 지지율, 당 조직 장악, (지지자들이 ‘우리 후보’라는) 정체성(正體性) 일체감에서 견고하다.”
 
  현재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이와 같은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경제신문》과 M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25.1%를 얻었다. 연합뉴스와 KBS의 조사에서는 21.6%, 《매일경제》와 MBN이 한 조사에서는 25.2%, SBS의 조사에서는 25.1%를 얻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평균 24%의 지지율이다. 2위를 기록한 반기문(潘基文) 전 유엔사무총장을 약 4~5% 정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반기문 전 총장과의 양자(兩者) 대결에서든 안철수 의원을 포함한 3자 대결에서든 모든 가상대결 구도에서 이기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은 아직은 물음표다. 우선 문재인 전 대표의 현재 지지율이 대세론을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정확히 5년 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동아일보》가 R&R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31.9%를 기록하여, 2위 안철수씨를 8% 정도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고 있었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표는 2012년 박근혜 후보가 얻었던 지지율에는 아직 못 미친다. 2위와의 격차도 오차범위 안에 있다.
 
  현재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2012년 당시 안철수씨의 지지율과 비슷하다. 물론 안철수씨의 지지율과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당시 안철수씨는 지지하는 국회의원 하나 없는 혈혈단신의 제3의 후보였다. 그리고 지지하는 계층도 충성도가 훨씬 떨어지는 무당파(無黨派)층을 주요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결국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씨는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하지 못해 후보로 나서지 못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의 주요 지지층의 지지를 확실히 받는 후보라는 점에서 5년 전 안철수씨보다 지지강도가 훨씬 안정적이다. 그렇지만 대세론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호남 민심이 관건
 
  문재인 대세론을 말하기에 아직 이른 또 다른 이유는 야당의 가장 강력한 기반인 호남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의 국회의원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현재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정체(停滯)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호남에서는 상대적으로 선전(善戰)을 하고 있다.
 
  역대로 야당의 후보는 호남을 기반으로 했다. 호남의 지지는 곧바로 수도권 호남 출신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호남의 지지는 야당 후보에게는 필수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는 여전히 불변의 공식이다. 이런 이유로 작년 총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선거 막판 호남을 돌면서 “호남이 외면하면 정치를 그만둘 것”이라고 읍소(泣訴)했던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여전히 호남의 지지를 놓고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승부를 겨뤄야 하는 처지다. 새해 첫날을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 무등산에서 시작한 것은 아직 호남 민심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안철수 의원 입장에서는 호남의 지지를 잃는 것은 애써 쌓아놓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잃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는 것이 된다. 따라서 그는 호남의 기반을 지키기 위해서 사활을 걸 것이다.
 
  지역 기반이 없는 정치인이 장래를 모색할 수는 없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지역적 기반이 튼튼했다. 압도적 지역 기반을 발판으로 대권 도전에 나섰다. 호남 지역 기반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문재인 전 대표의 고민 중 하나는 호남 지역에 있는 반문·반운동권 정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그 주요 기반인 운동권에 대해 호남 사람들의 평가는 여전히 가혹하다. 내용은 없고, 정치투쟁만 일삼는 예의 없는 사람들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호남 지지를 회복하는 첩경일 것이다.
 
  만일 문재인 전 대표가 앞으로도 계속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지지율은 다시 정체 현상을 보일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계속 정체 현상을 보인다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선택도 고민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5년 전 24%의 지지율을 보이다 지지율 정체를 극복하지 못하여 결국 대통령 후보를 문재인 전 대표에게 양보한 것처럼 문재인 전 대표도 당 내부에서 후보교체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여전히 있는 것이다.
 
 
  ‘광장 정치 스타’ 이재명의 등장
 
2017년 1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자치단체장 초청 타운홀미팅 행사에서 만나 포옹하는 박원순(왼쪽)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이 시장은 박 시장을 지지도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2016년 10월 말 광화문 광장에는 광풍이 휘몰아쳤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문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된 바람은 삽시간에 정국을 주도해 나갔다. 광화문 광장을 불사른 촛불의 위력은 대단했다. 하태경 의원이 대(對)정부 질문에서 황교안(黃敎安) 대통령권한대행에게 “촛불에 타 죽고 싶으냐”고 말한 것은 촛불에 대한 그의 공포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광경이다.
 
  광화문의 촛불은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이재명(李在明) 성남시장이다. 2017년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시장은 《한국경제신문》과 MBC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10.1%, 연합뉴스와 KBS가 한 조사에서는 11.4%, 《매일경제》와 MBN이 한 조사에서는 11.5%, SBS가 한 조사에서는 16.3%를 기록했다. 평균 12~13%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중앙 정치무대에 아직 등장도 하지 않은 지역 기초단체장이 받은 지지율로는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치다.
 
  이재명 시장은 작년 초 1~2% 지지율로 바닥에서 시작하여 이제 여야(與野)를 통틀어 당당히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3위를 기록한 안철수 의원을 상당한 격차로 밀어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장인 박원순 시장을 까마득하게 앞서기 시작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이재명 시장의 급작스러운 등장은 광화문 광장의 촛불 말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달구어진 촛불은 기득권 후보가 아닌 새로운 인물을 찾아 나섰다. 촛불이 찾아낸 최적의 후보가 이재명 시장이다. 최근 전(全) 세계적으로 불기 시작한 기득권에 대한 거부감의 한국판 현상으로 해석된다. 그는 초등학교가 최종 학력인 근로자 출신으로 노력 끝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여 인구 100만명의 성남시장에 오른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다. 마케팅 관점에서 말하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후보다.
 
 
  이재명을 의식하기 시작한 문재인
 
2016년 12월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표가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행진하고 있다.
  광장의 정치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득점하기 마련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제1 야당의 대다수 의원의 지지를 받는 당수나 다름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최순실 사건이 터지자 우선 사태를 관망했다. 이 사건의 불꽃이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광장에서 내는 문재인 전 대표의 목소리는 작고 더딜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야당 추천 총리를 말했다. 그리고 거국(擧國)내각을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와 거국내각을 수용하겠다고 하자 다시 말을 거두었다. 광장의 요구는 이미 ‘즉각 하야(下野)’였기 때문이다. 매번 한 템포 늦었다.
 
  반면 이재명 시장은 즉각 광장의 요구를 수용하고, 주도했다. 따르는 국회의원 하나 없는 혈혈단신의 입장이라 가벼웠기 때문이다. 그는 광장의 정치 시작부터 광장을 리드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하야와 탄핵을 주장했다. 광장에 나선 사람들의 눈에는 더디고 굼뜬 문재인 전 대표보다는 이재명 시장의 목소리가 시원시원했을 것이다.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이 솟구치자 문재인 전 대표가 급해졌다. 당장 이재명 시장의 도전에 추격당할 처지에 몰렸다.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을 기록하자 문재인 전 대표의 목소리도 같이 커졌다. 이전까지 제1 야당의 최대 주주(株主)이자 지지율 1위의 후보로서 가지고 있던 신중함은 사라졌다.
 
  문재인 전 대표는 “보수를 불태우자”고 외쳤다. 이것으로는 광장의 요구에 못 미친다고 생각했던지 더 나아갔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을 인용하지 않는다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헌법재판소를 압박했다. 하태경 의원이 “촛불에 타 죽고 싶으냐”라고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을 몰아붙였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촛불에서, 광장의 정치에서 소외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문재인이 ‘경제성장’을 들고나온 이유
 
  문재인 전 대표는 19대 총선 이후 민주당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종인 위원장 영입을 계기로 수도권 유권자들을 향해 운동권 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정책적 대안(代案)이 있는 후보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보수의 상징과도 같았던 ‘경제성장’이라는 담론을 야당으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소득 주도(主導) 성장론’을 주장했다. 경제민주화 등의 분배 정책을 강화해서 서민들의 소득을 높여 이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자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 주도 성장론’은 말이 어려웠다. 쉽게 개념이 다가오지 않았다.
 
  2016년 10월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가 주도하는 세미나에서 ‘국민성장론’을 발표했다. 성장의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성장을 하자는 것이 그 요지다. 지금까지 경제성장은 그 혜택이 소수의 재벌 등 가진 자들에게 집중돼 성장의 혜택이 서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성장으로 생긴 소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 국민성장이며, 국민성장은 국민 개개인 삶이 나아지는 정의로운 성장”으로 정의했다.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의 구호인 ‘국민성공시대’,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행복시대’와 견줄 만한 구호였다. 문재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은 야당의 정체성에 맞고, 한편으로 보수 세력이 독점하던 ‘경제성장’의 담론을 비판해 분점하거나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야심 찬 시도였다.
 
  문재인 전 대표와 그의 참모들은 2012년 대선에서의 아쉬운 패배를 복기했을 것이다. 필자가 참여한 2012년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은 문재인 당시 후보를 경제위기에 대응할 능력이 의심되는 후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하시겠습니까?”라는 항목에서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 비교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지지하는 후보를 묻는 항목에 비해서 약 9% 정도 지지율이 낮았던 것이다. 당시 필자는 문재인 후보의 최대 약점은 경제성장을 주도할 능력을 국민들에게 의심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그의 참모들이 경제성장론에 주목한 것도 이에 대한 반성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의 딜레마
 
  선거는 부동층(浮動層) 혹은 중도층을 잡는 후보가 승리한다는 것은 이미 공식이 됐다. ‘GO TO CENTER!’ 모든 후보는 선거가 중반전에 이르면 하나같이 중도층을 잡기 위해 자신의 정책을 중도층에 맞추는 전략을 써왔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야당의 정책인 ‘경제민주화’와 ‘생애주기맞춤형 복지’를 자신의 정책으로 가져온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현재 문재인 전 대표가 ‘국민성장론’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성장 담론을 주도하지 못한다면 중도층을 설득하는 노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성장론’은 문재인 전 대표의 회심의 카드였다. 이를 통해서 운동권 이미지도 탈피한다는 전략이었다.
 
  ‘광장의 정치’는 이런 문재인 전 대표와 그의 참모들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었다.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이재명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문재인 전 대표도 광장의 요구에 적극 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보수를 불태우겠다” “탄핵 기각 시 혁명이 불가피하다” 등의 언급이었다. 이재명 시장과의 경쟁은 문재인 전 대표를 다시 왼쪽으로 몰아갔다. 문재인 전 대표는 본래 운동권 모습으로 다시 돌아갔다. 광장을 주도하는 진보적 지지층을 잡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공들여왔던 정책 대안이 있는 후보, 경제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후보라는 이미지와 다시 거리가 멀어졌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고민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대안은 없다. 자칫 잘못하면 ‘광장의 정치’에 자신 또한 한순간 날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광장의 정치’를 통해 운동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문재인과 안철수
 
제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4월 3일 국립5·18민주묘역을 참배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의원은 호남에서 선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의해 탄핵 소추됐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아 있지만 모든 정황은 조기(早期) 대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5월이나 6월에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각 후보 진영이 바빠졌다. 1위로 독주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결선(決選)투표제, 헌법 개정을 통한 이원(二元)집정부제 도입 등도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한 방편이다. 과반을 얻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하자는 제안은 반문재인 연대(連帶)의 틀을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이원집정부제 개헌 또한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중소 후보들이 연대해 집권의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문연대는 쉽지 않을 것이다. 1위를 달리는 후보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려는 것은 한편으로 역풍을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위기는 반문연대에 있지 않다. 그의 위기는 여전히 야당의 지지를 최대한 결집시키지 못하고 있고, 중도층 잡기에도 아직 성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아직 호남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호남에는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이 최근 안철수 의원에 대해 후보단일화를 거론한 것은 높은 지지도를 이용해 야당단일화를 명분으로 안철수 의원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한 안철수 의원의 저항은 결사적이다. 만일 이번에도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로 나서지 못한다면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장래뿐만 아니라 국민의당의 정치적 장래까지 위협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의 대선 참여는 상수(常數)로 됐다.
 
  문재인 전 대표는 ‘광장의 정치’를 통해 너무 왼쪽으로 가버렸다. 같은 당 소속의 정세균(丁世均) 국회의장까지 문재인 전 대표의 ‘혁명’ 발언에 대해 “너무 나갔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부동층
 
  한국의 선거 지형은 보수 40%, 진보 40%, 중도 20%로 구성되어 있다. 보수와 진보가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를 잡는 것이 관건이다. 역대 선거에서 중도를 잡기 위해 노력한 것은 이런 한국 선거 지형을 감안한 것이다. 문제는 중도가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점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영작(李英作) 박사는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95년 9월 보고서에서 DJ가 최선을 다한다면 대략 40%의 지지를 얻어낼 것으로 예측하였다. 절대로 DJ를 지지하지 않을 40%와 나머지 20%는 92년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주영, 박찬종 후보를 지지했던 중간 집단의 유권자들로 나뉜다. 중요한 것은 이 20%가 당시 야당보다는 여당에 가까운 유권자군(群)으로서 DJ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인제가 이 20%를 차지하느냐의 여부야말로 DJ 승리의 관건이었던 것이다.”
 
  진영재 연세대 교수는 〈부동층 유권자의 행태분석〉이라는 논문에서 말했다.
 
  “부동층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결정된다. 첫 번째 형태는 투표의 결심시기와 관련된 것으로 후보자 선호도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두 번째 형태는 한 정당(또는 후보자)으로부터 다른 정당(또는 후보자)으로 선호를 바꾸는 경우를 의미한다. 정당충성도나 정당일체감이 없는 무당파가 바로 부동층의 대부분을 형성한다.”
 
  그는 “1992년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13.4%),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15.4%)가 얻은 득표는 부동층의 대체적인 크기를 반영한다”면서 “이 두 선거를 중심으로 본다면 한국에서 제3 후보는 대략 기권자를 제외하는 경우는 15% 정도, 기권자를 포함하는 경우는 20% 미만에서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유권자가 젊을수록, 보수 성향을 가질수록, 선거 경합이 치열할수록 늦게 후보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부동층은 진보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수에서 실망하여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라고 보는 것이 옳은 분석이다. 이영작은 이를 ‘삐딱한 우파’라고 부르고 있다.
 
 
  보수 후보에게 기회는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경제성장을 말하고 중도 이미지를 가지려는 노력은 중도층을 잡기 위한 노력이다. 2017년 대선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 달려 있다. 그가 분열된 호남을 포함한 야당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어떻게 하나로 결집시킬 것인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어떻게 운동권 이미지를 탈피할 것인가, 여기에 2017년 대통령 선거의 향방이 달려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2016년을 달군 광장의 정치 와중에도 아직 대세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가 여전히 보수 성향 중도층의 마음을 확실히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장을 향해 열광하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과 달리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과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위기는 여기에 있다. 역설적으로 보수 후보에게 여전히 기회는 열려 있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 누가 국민의 마음을 얻어 승리할 것인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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