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조갑제‐한동훈이 말하는 보수 재건

“헌법·사실·상식이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이고, 보수 재건의 지표”

  •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 정리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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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보수 정당의 문제는 무능·무례… 유능한 보수 세력 중심으로 보수 재건해야”
⊙ “윤 대통령 부부와 싸운 게 문제가 아니라, 가만히 있었던 사람들이 문제”(한동훈)
⊙ “현장 민심은 여의도보다 훨씬 많이 윤석열 노선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흘러가 있어”(한)
⊙ “저와 (계엄 해제 찬성한) 18명이 없었으면 보수는 절멸했을 것”(한)
⊙ “한 前 대표가 부산 출마해 붐 일으키면 부울경 보수 후보들한테도 플러스 요인 될 것”(조갑제)
사진=조준우
국민의힘 지지율이 한때 10%대까지 떨어지는 등 보수 정당의 위기가 현실화됐다. 2024년 총선 참패-계엄-탄핵으로 대혼란에 빠져든 국민의힘은 2025년 8월 장동혁 대표가 취임하고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이 진행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이 깊어졌다. 2026년 들어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방선거 후보 미등록,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 사퇴와 번복 등 굵직한 사건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내 패배주의도 깊어지면서 “TK(대구·경북)도 위험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서 제명당한 한동훈(韓東勳) 전 대표가 대구와 부산을 찾았을 때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환호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보수 세력 내부에서 한 전 대표에 대해서는 ‘계엄의 벽을 넘어 보수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시선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배신한 자’라는 시선이 엇갈린다. 다만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영남 지역에서도 외면받는 이유와 원인, 보수 정당이 살아남기 위한 대안을 짚어 볼 필요는 있다. 《월간조선》은 최근 정치권의 화두인 ‘보수 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조갑제(趙甲濟) 전(前) 《월간조선》 편집장(現 조갑제닷컴 대표)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대담을 3월 13일 서울 상암동 조선뉴스프레스에서 진행했다.
 
 
  “대부분 현지에 사는 분들”(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부산을 찾은 3월 7일 북구 구포시장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진=조선DB

  사회(권세진 기자): 요즘 보수 민심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가 3월 초 대구·부산 지역을 방문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굉장히 뜨겁더라고요. 일각에서는 팬클럽 아니냐며 폄하하는 시선도 있는데, 현장은 어떤 분위기였습니까?
 
  한동훈 전 대표(이하 韓): 피하지 말고 정면 승부를 하자는 생각으로 영남 지역에 먼저 갔습니다. 일부 당권파 쪽 정치인들이나 ‘윤어게인’ 정치인들이 “영남은 짠물이다” “한동훈은 영남 가면 돌 맞을 거다” 같은 식으로 영남 국민들이 소위 윤어게인 세력들이 다수이고 시대 착오적인 것처럼 국민들을 가스라이팅해 왔어요. 저는 실제로는 어떨까 하는 생각과 함께, 정말 그렇다면 피하지 말고 가서 부딪쳐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의 민심은 여의도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속(流速)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고 이미 여의도보다 훨씬 많이 윤석열 노선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흘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보수의 심장 지역의 민심이 이렇게 저에게 따뜻하게 변화한 건 저를 지지해서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실함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보수 정치인들이 폄하하기 위해 말하듯이 외지인들로 이루어진 인파가 아니라 대부분 현지에 사는 분들이었고, 진짜 민심을 듣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보수의 각성과 결집 현상을 일부 보수 정치인들이 폄하하는 건 우스운 일 아닌가요? 그분들 모두 다른 진영 지지자들도 아니고 우리의 귀한 보수 지지자들인데, 보수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이 그런 귀한 지지자들을 조롱하고 폄하하면 도대체 누구랑 정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TK·부산의 자부심
 
  사회: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부산은 조금 더 화끈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두 지역의 차이가 있던가요?
 
  韓: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왜 우리 보수가 이렇게 후진 상태로 가고 있는지, 보수 시민들은 이렇게 이미 변화하고 깨어 있는데 왜 보수 정치인들은 저런 모습밖에 못 보이나, 한심하다 같은 반응들이 공통적이었습니다.
 
  사회: 대표적인 보수 논객 조갑제 대표는 보수의 민심 흐름을 많이 읽고 있는데, 요즘 영남 지역의 민심을 어떻게 봅니까?
 
  조갑제 대표(이하 趙): 저는 한 전 대표가 영남으로 간다고 했을 때 틀림없이 사람들이 화끈한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고향이 경북이고 과거 생활 터전과 직장은 부산이라 양쪽 다 잘 압니다.
 
  대구는 한국정치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경북 출신이거나 그 지역 학교를 나왔고, TK가 한국정치를 주도했다는 자부심이 있지요.
 
  부산은 한국 민주주의의 중심입니다. 4·19가 마산에서 출발해 부산을 거쳐 서울로 올라갔고, 1979년 10월 부마사태로 10·26이 일어났습니다. 경상도 사람들이 들고일어나 경상도 정권을 무너뜨린 겁니다. 부산시민의 특징은 개방성·정의감·행동력 등이 있는데 저는 한 전 대표의 입장과 노선, 인성 등과 맞아떨어져 폭발력이 있을 것이라 느꼈습니다.
 
  韓: 저는 부산 선거를 두 번(2024년 총선, 2024년 10월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치렀고 이겼습니다. 22대 총선은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고 부산에서 어느 한 곳도 확정적인 곳이 없었는데 제가 한동안 부산에 머물면서 “개헌선만은 지켜 달라”고 호소했어요. 결국 민주당 전재수 의원 지역(부산 북구갑) 한 곳 빼고 모두 석권했죠.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우리 후보가 3~4%포인트 차이로 지는 걸로 나왔는데 제가 “김건희 라인 정리하고, 김건희 사건 제대로 처리하겠다”고 공개 호소하면서 22%포인트 차 대역전승을 거뒀습니다. 부산시민들은 원하는 것이 분명하고, ‘기다, 아니다’ 선명하게 결정하고 판단을 정확하게 하는 분들입니다.
 
 
  “상식 있는 사람이 다수라고 확인”(한)
 
2월 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주먹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조선DB

  사회: 한 전 대표와 연고(緣故)가 없는 영남 사람들이 왜 한 전 대표에 환호할까요?
 
  趙: 한국 보수 세력은 자신이 이 나라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특히 영남은 보수 세력의 역대 대통령들을 배출한 곳이고요. 그런데 이런 보수가 어떻게 황교안·윤석열·장동혁으로 대표되느냐는 데 자존심이 상했다고 봅니다. 그런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마음이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해 폭발했다고 생각해요.
 
  韓: 저도 부족하고 배울 것 많은 사람이지만, 많은 분들이 수준 이하의 막말을 뱉고 극단적인 논리로 설치는 지금 국민의힘 당권파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이 왜 우리 보수의 대표선수인가”라고 안타까워하십니다. ‘우리 보수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라는 자괴감 말이죠. 그런 저질 행태를 당 차원에서 바로잡거나 경고하지도 않으니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상식 있는 분들이 대한민국의 다수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보수가 왜 이런 지경에 다다랐는지 혼자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함께 뭉치고 이야기하면 정치적인 에너지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 상식 있는 사람들이 다수라는 것을 서로서로 확인하고 힘을 내게 되지요.
 
  제가 서울 토크콘서트(2월 8일)와 대구, 부산에서 한 얘기가 바로 이겁니다. “여러분 혼자 지금 상황이 불편한 게 아니고, 여러분 생각이 맞는 겁니다. 제가 앞장서서 바꿀 테니 저를 믿고 조금만 나서 주십시오”라고요.
 
 
  “보수의 재건은 유능한 보수를 재건하는 것”(조)
 
  趙: 대구, 부산 토크콘서트에 모인 시민들만 합쳐도 3만~4만 명은 되지 않습니까. 그동안 합리적 보수는 항상 극우파에 밀리고 기가 죽어 있었는데, 일단 모여 뜻을 모으면 용기가 나오게 되고 우리가 옳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대중(大衆)집회는 역시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요.
 
  사회: 일각에서는 ‘한동훈의 대중 동원력이 딱 2만 명까지’라는 얘기도 합니다.
 
  韓: 어떻게든 보수 정치의 잠재력을 깎아내리려는 보수 정치인들이 참 딱합니다. 그런 말은 보수 지지자들을 제대로 모으지 못하는 사람들의 얘기 아닌가요? 일단 저는 선의로 귀한 시간을 내 모이는 분들을 동원이라는 단어로 폄훼하고 모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얘기도 민주당 쪽에서 나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보수 지지자라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해요. 보수가 걱정돼서 시간을 내서 나온 분들을 그렇게 깎아내린다는 건 상식적이지 못해요. 정치인을 공격할 순 있어도 정치인의 지지자들, 국민을 공격하면 안 됩니다. 특히 같은 진영의 지지자들을 정치공학이나 질투 때문에 깎아내리는 것은 자해적(自害的) 정치죠.
 
  趙: 정치의 제1 금기가 당사자 아닌 지지자들을 공격하는 겁니다. 완전히 자살행위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그런 바보 같은 정치를 하는 사람은 없어요.
 
  韓: 저는 윤어게인 정치인들은 비판해도, 윤어게인 세력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비판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오판(誤判)할 권리도 있고, 오판을 했을 때 시간을 드려야 해요. 그렇지만 그 오판을 이끌고 거기서 이익을 얻으려 하는 정치인은 악인(惡人)입니다.
 
  趙: 한국 보수는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문명 건설 세력입니다. 공산당과 싸우고 국내의 전근대적 요소와 싸우면서 산업화도 성공하고 민주화도 성공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보수 세력이죠. 그런데 한국 보수가 지금 가장 치욕스러운 게, 무능하고 기괴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무능한 세력이 돼 버렸습니다. 보수의 재건은 유능한 보수를 재건하는 겁니다.
 
 
  “제명은 윤어게인의 복수 대리전”(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월 29일 국민의힘에서 제명이 결정된 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사회: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는 제명을 당한 상태입니다.
 
  韓: 저에 대한 감사 결과는 다른 사람이 쓴 것을 제 가족이 쓴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후 김종혁 전 최고위원, 배현진 의원까지 징계했습니다. 그냥 숙청이죠. 당권파들은 제가 제명되고 주변인들이 징계받으면 곧 저의 정치적 생명이 다할 것이라고 생각한 거잖아요. 하지만 정치에서 명분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 행동을 하고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는 없는 거죠.
 
  사회: 이런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趙: 윤석열 충성파, 이른바 윤어게인이 윤석열 계엄 진압에 앞장섰던 한 전 대표에 대해 복수 대리전을 한 겁니다. 윤석열 노선과 한동훈 노선이 부딪친 거죠. 그런데 대리복수를 하더라도 제명 사유가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일단 수긍할 수 있지만, 조작됐다는 사실을 놀랍게도 당무감사위원장이 고백까지 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원게시판 글을 한 전 대표가 썼다고 하더니 제명 사유를 두 번에 걸쳐 수정을 했잖아요. 사형 선고하고 나서 판결문 고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닙니까.
 
  韓: 말씀대로 윤석열 노선과 한동훈 노선이 분명히 있었고, 계엄 이후 끊임없는 투쟁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윤석열 노선 추종 세력들이 저를 제명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윤석열 노선, 한동훈 노선
 
  사회: 두 노선 간에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韓: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계엄, 탄핵, 부정선거론에 대한 입장에 따라 갈라집니다. 저는 계엄은 절대 반대, 탄핵은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거부한 이상 불가피했다, 부정선거론은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윤석열 노선은 계엄 옹호, 탄핵 반대, 부정선거론 긍정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노선에는 윤석열이 필요없어요. 윤 전 대통령이 돌아오는 건 아무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윤 전 대통령 정치 복귀 반대를 윤어게인 절연인 것처럼 말한 국민의힘 의총 결의문은 공허한 섀도복싱 같은 것입니다. 방향 자체는 맞지만 그런 워딩 때문에 실천을 의심받게 되는 겁니다. 윤어게인 당권파들은 당초부터 윤 전 대통령을 복귀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계엄·탄핵·부정선거론에 관련된 지난 1년 반 동안의 과정에서 그저 자신들의 과거에 문제가 있으니 올바른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한 한동훈을 밀어내고 무리한 숙청을 하려 한 겁니다.
 

  趙: 이 대목에서 살펴보고 싶은 게, 만약 계엄 해제 표결을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아니라 50명이 했더라면 그 뒤의 역사가 많이 달라졌을까요?
 
  韓: 달라졌을 겁니다. 저는 처음엔 더 많이 계엄 해제 표결에 들어갈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제 생각보다 너무 적었지만요. 그래도 저와 18명이 없었으면 보수는 절멸했을 겁니다. 그때 안 들어왔던 분들도 계엄내란당이라고 공격받으면 언제나 제 이름을 팔던걸요. “당대표가 계엄 막으러 들어갔다”고요. 지금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는 분들은, 그때 상식을 못 지켰다는 부끄러움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함께 극복해야 합니다. 저는 그런 분들을 배제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계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도 보수도 끝”(한)
 
2024년 12월 3일 밤 계엄령이 포고되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과 함께 계엄을 막겠다”는 당대표 명의 입장문을 내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계엄 해제 결의 투표를 지켜봤다. 사진=뉴시스

  사회: 많은 사람들이 한 전 대표를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계엄 그날의 결단력입니다. 빠른 판단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韓: 그럼 국민이 죽는 상황인데 안 막습니까? 보수의 강점이자 가장 큰 매력은 유능함입니다. 좌파나 진보는 정의로움을 강조하고 있는데, 보수는 정의로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유능함이 강점이에요.
 
  계엄 시점에서 봅시다. 계엄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끝이고 보수는 끝입니다. 1초도 더 생각할 것 없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걸 막는 방법은 여당 대표가 나서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그러면 막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고, 저에게 역사적 임무가 주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는 어떻게 이 계엄을 막을 것인지에만 집중했고, 실행했습니다. 여당 대표로서 계엄 반대를 누구보다 먼저 밝혀서 여당 내 동조를 막고, 군경에게 절대 동조하지 말라고 강한 메시지를 내고, 즉각 국회로 들어가 해제 결의하는 것이 유능하게 계엄을 막는 최선의 방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는 우리 국민 누구도 피 흘리는 일 없이 그날 밤 안으로 계엄이 해제되도록 하는 것만이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저는 늘 그래 왔듯이 그날 밤에도 국민 입장에서 판단하고 국민을 위해 행동했습니다.
 
  趙: 그 판단력과 행동력을 ‘보수의 유능’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 계엄이나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꼭 행동해야 할 사람이 어떤 모습을 보였느냐에 따라서 역사가 달라졌거든요.
 
  1961년 5·16이 일어났을 때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장면 총리였는데, 이분이 수도원으로 피해 버렸어요. 그다음으로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윤보선 대통령이었는데 장 총리와 사이가 안 좋았고, 결국 미군이 계엄령 진압을 못 하게 했습니다. 1979년 12·12 때는 최규하 대통령이었는데,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재가(裁可) 요청에 버티다 상황이 끝나 버렸습니다.
 
  12·3계엄은 친위 쿠데타인데 한동훈 대표가 제일 먼저, 유일하게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장 먼저 계엄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 국회로 가겠다고. 한 전 대표가 다른 정치인들과 다른 것은 역사적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적인 행동을 했고, 그게 옳았다는 게 증명이 됐기 때문입니다.
 
 
  “제가 틀린 방향으로 얘기한 게 있나”(한)
 
  사회: 계엄 이슈는 마무리가 되는 것 같은데, ‘한동훈이 윤석열과 싸워서 보수가 무너졌다’는 일각의 비판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韓: 제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싸운 게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잘못을 알면서도 대통령 눈 밖에 나서 피해 볼까 봐 가만히 있었던 사람들이 문제 아닌가요? 지금 의대 증원이나 여러 이슈에 대해 당시 황당했던 일화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나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얘기했던 사람이 저밖에 없었던 게 문제였지, 제가 그런 노력을 한 것이 문제가 아니죠. 그때 윤 대통령 부부에게 아첨하고 뭔가 받아 내기 바빴던 사람들이 제가 윤 대통령 부부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 잘못이라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입니다.
 
  윤석열 정부 초반에는 대통령실 등에서 바른말 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좀 있었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당대표가 됐을 때는 이미 주변에서 대통령 부부에게 거슬리는 말은 하나도 못 하는 상황이 됐어요.
 
  그런데 왜 저 혼자 거슬리는 말을 했느냐고요? 김건희 여사가 전횡을 하고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잖아요. 정치를 왜 하는 겁니까? 개인이 등 따숩고 배부르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공동선(共同善)을 위해 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때 윤 대통령의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대한민국의 공동선과 보수를 위해서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 자괴감도 들었겠습니다.
 
  韓: 나 혼자 왜 이러고 있지, 왜 다른 사람들은 다 윤 대통령 문제를 알고 얘기하면서 막상 공론화되면 나를 공격하고 대통령에게 아부하는 건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싸웠다고요? 제가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옳은 방향을 말씀드렸는데도 (윤 대통령이) 안 들은 겁니다. 결국 명태균 문제, 의료사태, 김건희 리스크 등, 제가 틀린 방향으로 얘기한 게 있나요? 이제 와서 제가 싸웠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적반하장입니다. 그런 분들이 제대로 행동하지 않아서 윤 대통령이 이렇게 된 겁니다.
 
 
  총선 패배 책임론과 배신자론
 
2024년 7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한동훈 신임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조선DB

  사회: 2024년 총선 패배 책임론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韓: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때는 당 상황이 매우 나빴습니다. 그러니까 비대위원장으로 오게 된 것이죠. 그러나 그해 2월 하순까지는 170석 얘기까지 나왔어요. 그런데 이종섭 사태 나오고, 의료사태, 황상무 수석 사태, 그리고 대파 가격(870원) 논란 등 과정에서 바뀐 것 아닙니까. 그때 윤 전 대통령 편을 들었던 사람들이 총선 책임을 저한테 지우다니요.
 
  총선 이후에 제가 물러났잖아요. 그런데 석 달 후 전당대회에서 제가 62.84%의 지지율로 당대표에 당선됐습니다. 민심과 당심의 평가였죠. 이제 와서 총선 패배 책임론은 기억을 왜곡하는 겁니다.
 
  趙: 그뿐만 아니라 ‘배신자론’, 즉 왜 탄핵에 찬성했느냐는 부분도 공격 대상인데, 그 부분은 설명을 명쾌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韓: 계엄이 잘못됐다는 건 이제 대부분 마지못해서라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탄핵 문제인데요, 저에게 왜 탄핵을 했냐, 탄핵을 안 하고 보수 정당을 살렸어야 하지 않으냐, 탄핵에 앞장선 것 아니냐라는 공격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그때 여당 대표로 어떤 행동을 했습니까? 당에 정국안정 TF를 만들고 대통령한테 2선 후퇴와 조기 퇴진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약속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국민의힘은 탄핵을 한 번 기각시켰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조기 퇴진을 거부하고 탄핵심판으로 가겠다고 선언했어요. 군통수권까지 그대로 자기가 행사하겠다고 했죠. 어떻게 불법 계엄을 한 대통령이 권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유혈 사태 납니다. 탄핵은 조기 퇴진 약속을 어기고 윤 대통령 본인이 선택한 겁니다. 왜 자꾸 사실을 왜곡하는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 김재원 최고위원 유튜브를 보니 경북 어르신들께 ‘한동훈이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추진하는 것을 못 하게 하고 탄핵했다’는 취지로 새빨간 거짓말을 하더군요. 적극적으로 바로잡을 생각입니다.
 
2024년 12월 11일자 <조선일보> 1면.

 
  “저는 (윤 대통령과) 公的인 관계”(한)
 
  사회: 결국 탄핵과 헌재 심판이 끝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현실과 타협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韓: 책임은 내가 진다고 주위에 말했습니다. 유혈 사태를 막고 보수를 보전하는 대의(大義) 앞에서는 내가 정치적으로 죽거나 끝나도 그건 운명이라고 생각했지요. 비교적 짧은 정치생활이었지만 제가 역사적 결단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었고, 제가 제대로 결단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흥망이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을 맞았던 겁니다.
 
  사회: 사실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윤 대통령의 캐릭터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나요?
 
  韓: 저는 (윤 대통령과) 공적(公的)인 관계였습니다. 제가 술을 안 하다 보니 술자리에 가는 사람도 아니고, 김건희씨와 겸상해서 밥 한번 먹은 적도 없습니다. 세간에서 말하는 말들은 의도적으로 대단히 과장돼 있는 겁니다.
 
 
  “지귀연, 내란죄 인정 범위 부당하게 좁혀”(한)
 
  사회: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법조인 입장에서 내란 재판에 대해 어떻게 판단합니까?
 
  韓: 지귀연 부장판사가 내란죄 유죄를 선고했죠. 근데 저는 판결문을 보고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판사가 말한 내용들을 보면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계엄을 했을 때 내란죄가 인정되는 범위를 지극히 좁게 인정했어요. 윤 대통령이 한 걸 내란이 아니라고 하는 게 아니라, 역설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식으로 해야만 내란이다’ 이렇게 친위 쿠데타를 할 경우의 내란죄 인정 범위를 좁혀 놨어요.
 
  그렇다면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자기 형사처벌 피하기 등 다른 이유를 갖고 계엄을 할 때, ‘이렇게 하면 내란이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 같은 판결 설시(說示)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1심에서 그렇게까지 얘기할 이유가 없거든요. 계엄을 하게 된 동기 등에 대해서는 사법 판단의 대상이 안 되는 것처럼 판시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안 됩니다.
 
  사회: 어떤 면에서 안 되는 건지요?
 
  韓: 이 계엄이 불법이었던 이유가 국회에 군을 보내고 포고령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건데, 그런 절차적 이유 때문에 중대범죄가 되는 게 아닙니다. 계엄 권한 자체는 그렇게 쓰면 안 되는, 그러니까 전시(戰時)에 준하는 정도의 상황이 아닐 경우 이건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는 조항이죠.
 
  지귀연 재판부는 마치 계엄 발동 요건에 실제로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얘기했어요. 근데 그건 매우 위험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예를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본인의 재판이 재개돼서 ‘사법부가 쿠데타를 하는 거다’라고 규정한 다음에 계엄을 하면, 윤 전 대통령이 안 지킨 절차만 지키면 사법심사 대상이 아닌 것처럼 되어 내란이 아니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유능한 보수가 보수 재건해야
 
  趙: 보수 얘기로 넘어가봅시다. 한국 보수는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문명 건설 세력입니다. 공산당과 싸우고 국내의 전근대적 요소와 싸우면서 산업화도 성공하고 민주화도 성공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보수 세력이죠. 그런데 한국 보수가 지금 가장 치욕스러운 게 무능하고 기괴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무능한 세력이 돼버렸습니다. 보수의 재건은 유능한 보수를 재건하는 겁니다.
 
  韓: ‘유능 보수’ 라는 말이 지금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회: 국민의힘에는 지위와 실력, 스펙이 높은 분이 많은데 왜 이런 상황이 된 걸까요.
 
  韓: 유능함은 결과와 성과로 말하는 겁니다. 스펙보다는 위기에서의 판단력과 실행력과 배짱이에요. 리더가 모든 디테일을 다 알 수는 없지요. 하지만 위기에서 적기(適期)에 판단하고, 판단을 실천할 만한 의지가 있는지, 또 그 순간에 머뭇거리지 않는 배짱. 이런 것들이 유능의 조건입니다. 전통적으로 좌파와 진보는 정의로움에 치중하고 우파는 유능함을 매력과 장점으로 어필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수는 유능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은데 왜, 누가 지지하겠어요? 이런 본질적이고 아픈 문제를 마주하게 된 거죠.
 
  사회: 보수 민심이 화가 난 이유인 것 같습니다.
 
  趙: 보수가 무능해진 데는 두 사람의 결정적 책임이 있습니다. 박근혜 윤석열 두 사람이 탄핵을 당했다는 겁니다. 권력을 잡은 사람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권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게 유능한 겁니다. 정치라는 건 결국 권력을 어떻게 잡고 잡은 권력을 어떻게 유지하느냐, 나아가 그 권력을 가지고 공동선을 위해 얼마나 일하느냐로 결정되는 건데요. 그런데 어이없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당함으로써 권력을 놓쳤고, 윤석열은 불법 계엄으로서 자폭했습니다. 그러나 보수층은 아직도 유능합니다. 기업인, 과학기술자, 이런 사람들이 다 포함되니까요. 보수층은 유능한데, 보수 세력이 무능하고 보수당은 더 무능한 거예요. 그럼 여기서 반성할 게 있어야 되는데, 저는 역시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웰빙, 토호, 관료형 정치인만 국힘에 남았어요. 어떤 권력이라도 무조건 따라갑니다. 어떻게 이 정도로 학벌이나 경력이 출중한 정치인들이 부정선거 음모론자들한테 끌려가고 있습니까? 총칼로 위협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국민의힘이 바로 무능한 보수의 소굴입니다.
 
  사회: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있던 사람이 아니고 외부 영입 인사인데 이미 이 당은 멍들어가고 있었던 건가요.
 
  趙: 윤석열을 비판하는 건 쉬운데, 윤석열이 잘못할 때 왜 100명 넘는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말리지 않았느냐는 거죠. 애초 공천부터 잘못됐습니다. 22대 총선때 국민의힘 공천은 상당히 조용하게 이뤄졌어요. 민주당은 시끄러웠고요. 공천이 조용하게 이뤄지는 건 결국 현직 우대일 텐데, 이게 과연 성공할까. 오히려 민주당처럼 시끄럽게 하는 게 승리의 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韓: 민주당은 건강하게 시끄러운게 아니라 자기한테 아부하는 사람은 공천하고 아닌 사람들을 잔인하게 치우는, 이른바 ‘비명횡사’였지요. 그렇게 민주당이 폭주하게 됐는데 그런 현상은 정치로 막아야 했습니다. 민주당의 폭주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었지만, 시스템 내에서 그걸 막지 못하고 해결수단을 찾지 못한 채 계엄까지 간 것은 유능하지 못했던 무능함을 보여준 겁니다.
 
 
  부정선거론은 왜 명맥을 유지하나
 
  사회: 보수 일각에서 부정선거론을 계속 제기하는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죠?
 
  韓: 맞아요. 부정선거론을 신봉하는 사람은 선거에서 패배할 수가 없어요. 이기면 이긴 것이고 져도 부정선거로 치부하면 그만 아닙니까. 그러니까 선거와 민심에 별 관심이 없고 무슨 결과가 나오든 유리한대로 해석해버립니다. 자기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선거패배주의가 자리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아 되는 겁니다.
 
  趙: 부정선거론은 2013년 김어준이 발명해낸 겁니다. 민주당 안에서 퍼져나가다 당 지도부가 부정선거론이 퍼지면 투표율이 떨어지니 막아야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에선 봉합이 됐는데 2020년 4월 총선 이후 국민의힘에서 불거졌어요. 그때 당에서는 극히 일부 제외하면 안 믿긴 하는데 골치가 아프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명확하게 조사하고 결론내면 될 걸 미지근하게 덮으려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다음에 점점 커져서 2021년 대선 경선때 황교안이 부정선거론자들 편을 들고 윤석열이 계엄으로 폭발시키고, 탄핵 뒤에도 윤석열 지지자들이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韓: 대통령이 부정선거론을 얘기하니까 큰 해악이 발생한거에요. 그 전에는 부정선거론이 B급 테이블에 있었는데 윤 전 대통령이 언급을 하면서 중심으로 들어와버렸지요. 그런데 상식적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전투표를 왜 합니까? 윤대통령도 사전투표를 계속 했고요. 행동과 주장 사이에 괴리가 생깁니다. 대선때 김문수 후보도 사전투표 했고, 이번 지방선거에도 당권파도 사전투표를 독려할 것 아니에요?
 
  사회: 그런데 왜 부정선거론이 명맥을 유지할까요?
 
  韓: 비즈니스니까요. 시민들을 세력화해서 비즈니스로 이어간 건데, 그런 세력은 결국 망하는 길로 갈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도 당권파 지도부는 부정선거론 세력에게 웃어주고 있는데 이러면 정말 안됩니다.
 
  趙: 얼마 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전한길 전 한국사강사의 공개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이미 증명된 거짓말을 놓고 토론하는 이런 토론회는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장동혁 대표는 ‘부정선거 진위를 떠나 시청률이 높았다, 그래서 TF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진위를 떠나서라니. 정치인이 할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해가 동쪽에서 뜨는지 서쪽에서 뜨는지 진위를 떠나 문제라는 말과 마찬가자 이니에요? 단순한 극우세력이 아니라 컬트(cult·종교적 숭배에 가까운 추종) 당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韓: 국민의힘은 문제를 너무 오래 끌고 왔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윤어게인과 절연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라 본인이 이미 윤어게인의 화신이 돼 버렸습니다. 의원 결의문을 당대표가 읽지도 못했습니다. 한가지 분명히 해둘 것은 저는 선거관리의 공정성을 매우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전투표 대신 본투표로 일원화, 사전투표 시에도 선관위 직원 직접 날인 등을 법무부장관, 비대위원장, 당대표를 거치면서 강력히 추진해 왔습니다. 저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비판하지만, 부실관리가 되지 않도록 선거관리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국힘, 장벽 못 부수고 어려운 길만 가”(한)
 
  사회: 보수를 재건하려면 새로운 구심점이 있어야겠죠.
 
  韓: 역사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보면 보수가 정말 사랑받고 신뢰받고 나라를 발전시킬 때는 ‘보수가 스스로 보수라는 말을 하지 않을 때’였습니다. 결국 그래야 한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보수 위기의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보수 재건을 먼저 해내야 합니다. 보수 재건이라는 관문을 정면으로 통과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정도로 위기입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10~20%대 나오는 이유가 뭡니까? 민주당이 싫어서 튕겨 나오는 분들이 많은데 계엄과 탄핵, 부정선거론 문제 때문에 차마 국민의힘으로는 오지 못하는 거에요. 이 장벽만 부수면 되는데 못 넘고 어려운 길만 가고 있는 겁니다.
 
  사회: 중도층을 흡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면요?
 
  韓: 진정성을 보여 주면 됩니다. 진정성을 보이는 것도 유능함이거든요. 결의문을 채택한 건 좋은데, 이미 늦었음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하고, 그게 안 되면 진정성이 안 보입니다. 솔직히 결의문 내용 중 “윤석열의 정치 복귀를 말하는 세력을 반대한다”는 이상한 문장을 넣은 것도 문제 아닌가요?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을 반대한다는 말이나 다를 게 뭡니까? 이미 무기징역형으로 수감된 윤 전 대통령이 정치 복귀할 가능성은 없고, 윤어게인 세력조차 그걸 말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섀도복싱 같은 것처럼 국민들이 받아들이실 겁니다.
 
  趙: 한 전 대표가 최근 던진 화두에 적극 동의합니다. 한국 보수가 유능해져야 한다는 겁니다.
 
  유능의 핵심은 IQ가 아니라 용기입니다. 한국 보수가 여기까지 온 건 용기가 없어서 이렇게 된 거죠. 보수는 먹고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 정치는 안보가 실종돼 버렸어요. 보수는 항상 모든 논쟁의 중심에 안보를 두고 얘기해야 하는데, 아무도 북핵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었고, 사드 문제로 떠들썩할 때도 정치적 승부를 걸고 나선 사람이 없었어요. 시간은 그저 이권 투쟁에 쏟을 뿐입니다. 이권 투쟁은 좌파가 잘하는데 우리가 그걸로 승부를 내려 하면 안 되죠. 안보 문제를 제대로 제기해야 됩니다. 오늘밤이라도 김정은이 핵미사일 발사 버튼 누르면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요. 앞으로 선거에서 보수가 이걸 공략하면 표가 되지 않겠습니까?
 
  韓: 저는 그 점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는 공감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좀 생각이 다르긴 합니다. 젊은 세대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과거 세대와는 차이가 납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이어져 왔기 때문에 김정은 세력에 갖는 위협감도 다르고요.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보다, 사드 논란이 그렇게 요란하더니 이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것, 국민 반응이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변했고 왜 변했는가, 이런 게 안보에 있어서 실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유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趙: 한 전 대표의 유능 하면 론스타, 엘리엇 사건 등이 생각납니다.
 
  韓: 론스타 사건을 우리나라가 전부 승소해서 7조원을 아꼈습니다. 최근의 엘리엇 사건도 2000억원 가까이 지켜냈고요. 둘 다 민주당이 정말 비판받고, 공격받아야 할 사건이에요. 제가 두 사건에 깊이 관여하고 주도했을 때 민주당이 엄청나게 저를 공격했는데 결국 저의 판단이 맞았던 것으로 결론이 났죠. 승산이 높지 않더라도-사실 확률적으로는 론스타는 10% 가능성, 엘리엇은 3% 가능성이었습니다-국가가 해야 할 일이고 이익이 있고 명분이 있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 현실적 승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고, 제가 책임지고 밀어붙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집요하게 근거없는 비판을 했고 저의, 보수세력의 승리로 결론난 건데 국민의힘 당권파는 이런 점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오히려 “누구라도 했을 일”이라며 저를 비난하고, 민주당이 아니라 저를 공격했습니다. 민주당이 국익보다 정치공학을 내세우는 세력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였는데, 국민의힘 당권파들은 제가 독점하는 것이 싫어서 그 기회를 버리고 오히려 저를 공격했던 것이죠.
 
  趙: 그러다보니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습니다. 작년 11월 8일 새벽에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했을 때 한 전 대표가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는 메시지를 냈지요. 이 문제를 갖고 단기필마(單騎匹馬) 식으로 계속 여론으로 환기시켜 여론이 바뀌었어요. 그 한 달 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장동 항소 포기가 잘못됐다는 응답이 더 높아졌어요. 그때가 이 정권의 위기였던 겁니다. 저는 그때 ‘국민의힘이 이럴 때 한동훈 전 대표를 모셔와 TF팀 만들고 지원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는데 당이 시큰둥하더군요.
 
  韓: 어떤 최고위원은 론스타 승소에 대해서 왜 제가 생색내냐고 공격까지 했어요. 론스타 승소는 민심의 열렬한 지원을 받았는데 국민의힘은 관심이 없었습니다.
 
  趙: 김민석 총리와 정성호 법무장관까지 (론스타 사건에) 한동훈의 기여가 크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은 자기들이 잘한 것도 자랑하지 않았지요. 장동혁 체제의 가장 큰 정치적 문제는 야당 역할을 포기한 겁니다. 야당 일은 아르바이트처럼 하고 한동훈 공격으로 민주당 도와주는게 본업인 것 같아요.
 
  韓: 요즘도 저를 공격하는데, 저를 제명하고 나서까지 공격하는 건 역시 유령을 상대로 하는 섀도복싱 아니겠어요. 쫓아내고 나서 왜 공격합니까.
 
 
  보수 삼각편대론
 
  趙: 보수 재건의 돌파구를 제시한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의 칼럼을 봤습니까?(월 일자 양상훈 칼럼 〈오세훈·이준석·한동훈 손잡고 나서길〉-편집자 註)
 
  사회: 한동훈·오세훈·이준석이 보수 재건을 위해 힘을 합치라는 거였죠.
 
  趙: 양 주필의 얘기는 세 사람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손을 잡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 한국 보수도 정리될 것이고 보수 재건파가 주도권을 잡으리라는 겁니다. 세 사람이 손을 잡는 모습, 그게 가능성은 낮지만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될 거고. 그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지금 보수 진영에서는 이 세 사람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韓: 저는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개인적인 친소(親疎) 관계 내지는 개인적 호오(好惡) 관계를 지우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손해 보는 점도 있지만 검사 시절에도 누가 뭐래도 그렇게 공사(公私) 구분을 매우 분명히 하면서 살아왔어요. 지금 보수 재건의 방향에 동의하는 사람은 그 두 분뿐만 아니라 모두 각자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연대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거죠.
 
  韓: 저는 대구·부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번 끝까지 믿고 봐 달라, 제가 사술(詐術)이나 사심을 부리거나 작은 일이라도 머리 굴려서 이탈한 적 있는지요. 힘들어도, 고통 받아도, 저는 그냥 간다고요. 앞으로도 믿고 가 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이 지긋지긋한 탄핵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 일단 배를 타 달라, 선장이 맘에 안 들면 그때 배를 버리면 된다”고 했어요. 우리 보수 시민들, 그리고 많은 상식적인 다수의 시민들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할 리더십을 바라고 있습니다. 정치인은 그 뒤에 설 것이 아니라 앞에 서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정치공학을 떠나 누구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각자 같은 방향에서 할 일 하는 것이 바로 정치 연대겠지요.
 
  趙: 현재 오세훈 시장은 장동혁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고, 이준석 대표는 거의 자기의 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 대응에 열심히 역할을 다하고 있고, 한동훈 전 대표는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세 사람이 사실은 같은 방향으로 싸우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6월에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라는 큰 무대가 준비돼 있으니까 세 사람이 출마하면 좋겠다는 얘깁니다.
 
 
  “지금 상태로는 선거 못 치른다는 것 다 인정”(한)
 
  사회: 보수 진영에서 억눌려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세 분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건데,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여서 안타까운 것 아니겠습니까? 세 분 다 무소속으로 나가는 건 더 이상하고요. 이 상황에서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2선으로 후퇴하고 선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韓: 지금 상태로는 선거 못 치른다는 점을 다들 인정하고, 심지어 당권파들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회: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도 조금 전 사퇴했죠.(이 위원장은 3월 13일 이 대담 직전에 사퇴의 뜻을 밝혔다가 15일 복귀했다-편집자 註)
 

  韓: 대구와 부산 민심 변화의 유속이 여의도 정치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라요. 변화의 변곡점을 넘을 때는 그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비판을 받더라도 변화를 정면으로 직시하려 지역을 찾아갔어요.
 
  영남 국민들은 보수가 재건되고 선거에 이기는 방향을 원하지, 윤석열 노선을 지키거나 과거로 갈 생각이 없습니다. 윤어게인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긴 하지만 점점 소수가 되어 가면서 그분들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조차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요. 이미 영남도 그런 분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영남이 ‘짠물’입니까?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모욕하는 겁니다. 영남의 국민들은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애국적이고 책임감 있게 이 상황을 바라보고 계시더라고요.
 
 
  “이번 선거 통해 대안 만들어야”(조)
 
  趙: 보수 재건을 원하는 다수의 상식적 보수는 이번 선거가 상당히 곤혹스럽습니다. 기권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민주당을 찍겠다는 사람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방향이 모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대안을 만들어야 됩니다. 일단 세 사람이 열화와 같은 보수 재건론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입니다. 방향만 모을 수 있으면 선거 결과도, 세 분의 위상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사회: 그렇게만 하면 보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거죠.
 
  趙: 물론 간단치 않다는 걸 알아요. 근데 또 쉬울 것 같기도 합니다.
 
  사회: 조갑제 대표는 YS(김영삼)와 DJ(김대중)가 굉장히 사이도 안 좋고 협력을 하지 못했지만, 결국은 연대했기 때문에 두 분 다 대통령이 됐다는 얘기도 여러 번 했습니다.
 
  趙: 싸우다가도 협력할 땐 협력하고, 또 역사적인 순간에 갈라져서 아주 나쁜 결과를 만든 적도 있어요. ‘서울의 봄’(신군부 시대) 때도 김영삼·김대중 두 사람이 싸웠다고요.
 
  세 사람의 연대는 국민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겁니다. 특히 한 전 대표가 부산 지역에서 출마해 붐을 일으키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있는 보수 후보들한테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 같아요.
 
  사회: 한 전 대표는 오세훈 시장과의 교감이 있습니까?
 
  韓: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 대담이 (보도로) 나갈 즈음 되면 결론이 나와 있을 것 같습니다.
 
 
  “보수의 위기는 보수 정치인 잘못… 극복할 수 있어”(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월 7일 부산 온천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사회: 저희가 오늘 이 대담을 마련한 이유는 ‘정말로 유능한 보수의 재건’을 위해서입니다. 한 전 대표는 복당 가능성이 열리면 바로 돌아갈 의지가 있나요?
 
  韓: 제가 제명당한 날 한마디 했죠. “저는 반드시 돌아옵니다.”
 
  趙: 한 전 대표는 당원들을 비판하기 곤란하겠지만, 저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많이 물든 국민의힘 100만 당원이 문제라고 봅니다. 과연 지금 구조 하에서 국민의힘의 재생이 구조적으로 가능하겠느냐, 그게 어렵다면 차라리 당을 하나 새로 만드는 게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韓: 보수의 위기는 보수 정치인의 잘못이지 보수 지지자는 잘못이 없습니다. 저의 서울 토크콘서트와 여의도 집회, 대구 서문시장, 부산 구포시장과 온천천 등에서 우리 보수 지지자들이 지금 뜨겁게 모이고 싶어 하는 것 중에 이런 것도 있다고 봐요. 보수 지지자들은 잘못한 게 없어요. 그런데 이상한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지지자들의 수준이 그들을 훨씬 넘어가 있음에도 지지자들보다 수준 낮은 정치인들로 인해 보수 지지자들이 느끼는 치욕감 내지 불쾌감과 불안감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상황은 바뀔 텐데, 결국 나침반과 북극성을 보고 가는 거지만, 가다 보면 협곡이 있을 수도 있고 늪이 있을 수도 있고 바다가 있을 수도 있고, 돌아가야 될 때가 생깁니다. 그렇지만 북극성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가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극복할 수 있습니다.
 
  사회: 정치 입문 후 많은 굴곡이 있었고 고생도 많이 했지요.
 
  韓: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요?
 
  趙: 한 전 대표가 토크콘서트 연설에서 “보수, 중도, 진보를 넘어서는 국가 중심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말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한국에는 70%의 국가 중심 세력이 있어요. 이 70%가 바로 헌법을 존중하고, 사실을 인정하고, 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 중 침묵하는 다수가 많지만 이 사람들을 격동시켜서 행동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 후 헌법·사실·상식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이게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이고 한국 보수 재건의 지표가 됐다고 봅니다.
 
  韓: 저도 헌법·사실·상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헌법’이라는 건 계엄령 같은 건 안 된다는 거예요. ‘사실’은 사실에 반하는 부정선거론 같은 건 안 된다는 겁니다. ‘상식’은 상식적으로 아직도 윤어게인 같은 걸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뜻이면서, 이재명 정권이 하고 있는 왜곡, 법 파괴 행위 등이 상식에 반하니 안 된다는 것이고요. 국가 중심 세력이 저는 다수라고 생각해요. 확신합니다.
 
  제가 앞서 얘기했지만, 보수가 정말 잘될 때는 보수 정권이 보수라는 말을 덜 쓸 때예요. 헌법, 사실, 상식에 따라 상식적인 사람들을 다 끌어모을 수 있어야 하고, 그게 제 방향성에 맞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보수 정치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보수란 말을 최대한 덜 쓰고 싶은데, 왜 많이 쓰냐면 지금은 보수 재건의 1단계라도 가야 하기 때문이죠.
 
  정책적으로는 지금 AI(인공지능) 시대도 오고 노동 시간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보수 정치나 우파는 절대 복지를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AI 시대의 핵심은 복지”(한)
 
  사회: 복지는 전통적으로 좌파의 우선 가치였죠.
 
  韓: 좌파는 ‘성장’을 얘기할 때 잘됐습니다. 우파는 ‘복지’를 강조할 때 잘됐어요. 지금은 옛날처럼 정책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지 않습니다. 케인스(John Maynard Keynes·1883~1946년) 시대엔 케인스를 빨갱이라고 했잖아요. 상황은 계속 바뀌고 있고요.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우리 국민의힘에서 당헌·당규를 바꾸면서 기본소득 부분을 뺀다고 했잖아요. 기본소득 개념 자체에 대한 찬반은 차치하고라도, 그것이 우리 국민의힘이라는 보수 정당이 복지를 도외시할 거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방향으로 이해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거예요. 오히려 지금 AI 시대의 핵심은 복지라고 저는 봐요. AI 시대로 가면 점점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 텐데,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겁니까? 사람들은 먹고살 수 있어야 표를 찍습니다. 결국 그걸 대체할 수 있는, 보충할 수 있는 건 복지고, 그 복지에서 오히려 보수 정치, 우파 정치가 더 적극적이고 유용하게 나서야 해요. 박정희 정권 때 의료보험이 나왔잖아요. 그리고 비스마르크가 사회보험을 만들었어요. 그럴 때 보수가 국가 중심 세력으로서 사회를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도 처음에 당선될 때 ‘경제 민주화’라는 걸 얘기했어요. 더 오른쪽으로 가지 않고 기본적으로는 피벗(pivot·중심축)을, 보수의 기본 가치를 지키면서도 복지를 강조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다음에 그 부분을 제대로 정책으로 풀어내서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부정선거 음모론의 가장 큰 폐해는 상식 파괴”(조)
 

  사회: 박 대통령 탄핵도 있었고요.
 
  韓: 그러니까요. 지금 우리는 이 계엄, 윤어게인을 극복한다는 것도 있지만, 그 이후에 어떤 정책을 펼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준비해 가야 합니다. 오늘 시간이 좀 부족하지만, 저는 결국 성장 못지않게 복지를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선 때도 이런 얘기를 했는데요. “성장은 복지의 도구다.” 결국은 먹고살기 위해 하는 거고, 우리의 평균수명이 길어져서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복지에 대해서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趙: 헌법·사실·상식 중에서도 나는 상식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 여기서 주로 보수 정치를 이야기했는데, 사실 보수적 삶이 문제거든요. 보수라는 것은 삶의 양식이에요. 그리고 보수는 도덕 체계에 유용하고.
 
  가장 보수적인, 잘 정리한 사람이 애덤 스미스입니다. 그의 《도덕감정론》이라는 책을 보면 “시장경제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거기에 참여한 사람이 교양이 있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해요. 미국 독립의 공로자 벤저민 프랭클린도 “공화국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공화국을 지키는 게 힘들다. 지키려면 시민들이 교양 있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이야기했거든요. 근데 지금 부정선거 음모론의 가장 큰 폐해가 상식 파괴, 즉 무례입니다. 분열시키고, 억지 부리고, 거짓말을 예사롭게 하고. 요새 장동혁씨가 보여 주는 게 바로 국민들을 우습게 만드는 말장난이죠.
 
  무례한 보수는 안 된다는 겁니다. 유능한 보수도 좋지만 교양 있는 보수, 예절 바른 보수가 돼야 된다는 말을 다 포괄한 게 상식이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이 보수 재건은 정치권에서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수 지식인의 문제고 보수층의 문제입니다. 일부 보수 지지자는 진영 논리에 빠져 윤석열 박수부대가 됐다가 윤석열을 괴물로 만들어 버렸어요. 그러나 보수층은 건재하다고 봅니다. 건재하니까 이런 방면에서 이 상식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재건해야죠.
 
 
  “보궐선거 자리 결정된 것 아니다”(한)
 

  韓: 상식을 말씀하셨는데, 저 스스로도 매번 상식적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정치인은 상식적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 됩니다. 시민들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저는 시민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히 정치인보다 상식적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저 스스로도 어느 한쪽에 이렇게 자기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볼테르가 얘기했잖아요. “커먼 센스 이즈 낫 소 커먼(Common sense is not so common·상식은 말처럼 흔하지 않다).”
 
  사회: 마무리로, 이번 지방선거 출마 여부는요?
 
  韓: 저는 정치를 시작하고 어떨 때는 출마하고 어떨 땐 안 했잖아요. 처음에는 총선도 불출마했었고 최근에는 당대표 출마도 안 하고 했는데요. 저는 지금은 보수 재건이 정말 중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보궐선거 자리가 결정된 것도 아니고요. 전 보수 재건에 집중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시민들을 많이 만날 계획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사람이 모이는 게 저에게 많은 에너지를 주고, 오시는 분들도 그런 것 같습니다. 와서 “아니 이거, 우리가 적지 않은데?” 하시는 얘기들을 많이 들으면서 갈 생각이고요.
 
  趙: 김종인 선생이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한동훈 전 대표는 꼭 선거에 안 나와도 된다. 가고 있는 보수 재건의 길을 꾸준히 가면 된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어차피 한 전 대표는 역사의 대세를 탔어요. 역사의 대세는 12월 3일 계엄 날 결정이 됐는데, 역사의 흐름을 탄 사람은 시간이 자기 편이니까 여유 있게 갈 수 있죠. 다만 항상 뉴스를 만들어 내야 되는 게 정치니까. 한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든 뭐가 되든 뉴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이어 갈 것 같아요. 다음 총선도 2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보수 재건에 집중하겠다”(한)
 
  사회: 당분간은 민심을 청취한다는 계획인 거죠.
 
  韓: 제가 출마를 하든 안 하든, 정치적인 에너지를 갖고 보수 재건을 하겠다는 건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예요. 이대로 가면 정말 이상한 행동들이 계속 폭주할 겁니다. 뭘 하더라도 이쪽에서 말하는 게 먹히지가 않잖아요.
 
  제가 말씀드리는 행동하는 다수의 역전승, 이건 정치적 에너지가 더 집중되는 이런 선거에, 이런 시기에 제가 출마하는 것과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뜻을 모아 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수 재건에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그건 당연히 계속할 겁니다. 저는 이 길의 끝에 뭐가 있는지 볼 겁니다.
 
  제가 정치를 하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대단한 장점은 없는데 역경에 맷집이 좋다고 할까요. 저는 대의를 갖고 있고, 그게 공동선에 부합하는 것이고, 사적 욕심을 앞세우지 않고 가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말씀하시는 것처럼 제가 어디서 출마하느냐는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계속 갈 겁니다. 그리고 그 목표가 제가 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는 그냥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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