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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美北정상회담 결렬 그 후

하노이회담에서 드러난 北核 문제의 진실

非核化는 ‘전부’ 혹은 ‘全無’… ‘스몰 딜(small deal)’ 불가능

글 : 이춘근  이춘근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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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 주둔비용 더 내라’는 트럼프의 요구는 ‘떠나겠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더 있겠다’는 의미
⊙ 北, 韓·日을 공격할 수 있는 100발의 核보다 美를 공격할 수 있는 한 발의 핵 원해… ICBM 포기 못 해
⊙ 北, 終戰선언·美연락사무소 설치는 체제 정당성 흔드는 문제… 선뜻 받기 어려워

이춘근
195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국 텍사스대학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역임. 現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 저서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2018년 4월 7일 서울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반미단체 회원들이 ‘통일방해·내정간섭·전쟁위협 미국 규탄대회’를 열었다. 그 뒤로 성조기를 앞세운 우파 시위대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조선DB
  작년 2월 하순 서울대학교 캠퍼스의 한 강당에서 열린 보수(保守) 성향 학생들이 주최하는 강연회에서 강의를 하고 나오는데 60대 후반 혹은 7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여성분 몇 분이 강의를 마치고 총총걸음으로 나오고 있던 필자를 향해 달려왔다. 그중 한 분이 “교수님 주한미군(駐韓美軍) 전부 철수하나요? 미국이 북한 핵(核)과 한미동맹을 맞바꾸나요? 그 말을 듣고 너무 무서워서 어젯밤 밤새 울었어요”라고 말했다. 필자는 “누가 그렇게 말해요? 그렇지 않아요!!”라고 약간은 역정이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분들 중 한 분이 그 말을 한 사람의 이름을 알려주는데 한국 사회의 저명한 평론가였다. 당시는 북한 선수단과 김정은의 여동생을 비롯한 북한 고위 관리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휘젓고 다니면서 마치 자신들이 주인공이나 된 것처럼 행세하던 바로 그 무렵이었다.
 
  연세 지긋한 이 여성분들은 대한민국이라는 험한 나라에서 태어나 한평생을 전쟁의 공포 속에 살아오신 분들이다. 아마 그분들은 6・25 한국전쟁 당시 어린 소녀들로 걸어서 피란했을 것이며 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공산주의자들의 잔인함을 몸소 체험했던 분들일 것이다. 그들은 가난한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강한 나라로 성장하게 한 산업화의 주역 세대들로 사상적으로 투철한 반공주의자들이다. 그들은 현재 나라의 집권자들과 젊은이들의 사회주의적, 친북적(親北的) 성향을 우려하고 있으며, 다가올지도 모를 비관적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는 분들이다. 필자는 그 여성분들을 다시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분들은 아마도 지난 수개월 동안 특히 하노이 미북(美北)정상회담이 결렬되는 순간까지 정말 마음을 졸이며 불안한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트빠’
 
  작년 연말 이후 이들이 인식하는 한반도 상황은 처연(悽然)했을 것이다. ‘또라이’ 트럼프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잘 아는 훌륭한 국방장관 매티스를 시리아 미군 철수 문제에 반대한다고 전격 해임해버린 이후, ‘주한미군 철군 가능성은 무려 99%’로 올랐으며 ‘돈만 아는’ ‘비상식적’이며 심지어 ‘×자식’일지도 모르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비를 올려달라고 난리 치고 있었고, 한국 정부는 못 올려준다고 버티고 있었으니, 이제 곧 주한미군은 다 빠져나갈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북한의 남침과 대한민국의 적화(赤化)는 불 보듯 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방금 필자가 사용한 트럼프를 묘사하는 단어들은 모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평론가들이 직접 말하거나 썼던 바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극소수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국제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고, 트럼프는 협상 전문가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전략이 있는 사람이라고 분석하면서, 미국(트럼프)이 북한(김정은)에 속아서 대한민국을 포기하고 한반도를 북한에 넘겨준다는 논리는 국제정치 이론상 올바른 분석이 아니라고 말해왔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동료들인 보수 논평가들 및 일부 시민들로부터 ‘희망고문’을 하는 ‘근거 없는 낙관론자’라고 비난받았을 뿐 아니라 트럼프를 빨아대는 ‘트빠’라는 소리도 들었다. 필자도 ‘트빠’ 중 하나로 분류된 사람인 것 같다.
 
  필자가 사관학교 교관으로 군(軍) 복무하던 1970년대 말엽, 심리학 교관으로부터 병사들의 정신교육용으로 만든 두 가지 정반대 내용의 비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하나는 ‘맨주먹으로 벽돌을 수십 장씩 깨면서 펄펄 나는 모습의 북한군’ 비디오였고, 다른 하나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몸도 왜소하고 초라한 모습의 북한군 병사’를 보여주는 비디오였다. 북한군이 펄펄 나는 모습의 비디오를 본 한국군 병사들은 사기가 충천하기는커녕 오히려 공포에 질려 의기소침한 반응을 보인 반면, 북한군의 형편없는 모습의 비디오를 본 병사들은 자신감과 사기가 충천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국가안보에 관한 분석에 과장 혹은 축소가 있으면 안 된다. 국가안보에 관한 분석은 언제라도 ‘최악의 상태를 가정(假定)’해야 하지만 그것은 비관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상 훌륭한 장군들은 극도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며 병사들을 격려, 전쟁터로 씩씩하게 달려나가게 했다.
 
 
  한국 左右 진영의 喜悲 쌍곡선
 
  필자는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공하지 못하고 결렬되었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스러워하는 수많은 한국 국민과 생각을 같이한다. 그리고 필자는 애초 그 회담이 김정은이 바라는 바대로 혹은 한국의 현 정부 및 북한에 대해 호의를 가지고 있는 일부 한국 국민이 원하는 바대로, 그리고 많은 보수적 평론가가 우려했던 그런 결과가 도출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회담 직전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는 김정은과 달리 판을 뒤엎을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더 있다”라고 쓰기도 했다.
 
  이 글은 하노이 회담을 통해 자유민주 대한민국의 운명이 나락으로 빠질 것이라며 탄식했던 한국의 보수주의 평자들의 주장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하노이 회담으로 더욱 분명해진 북한 핵의 의미와 미국의 대북한 정책, 그리고 북한의 본질에 관해 분석함을 목적으로 한다.
 
  필자가 쓰려던 주제와 제목이 거의 같고 필자가 쓰려던 것과 대동소이한 견해를 먼저 피력한 평론가가 있기에 그의 글을 길게 인용할 수 있는 이점을 누리게 되었다(허락도 받았음을 밝힌다). 홍지수 작가는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에 마침내 평화가 도래한 듯 문 정권을 비롯한 좌익 진영은 희망 가득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던 반면 “우익 진영은 트럼프가 ‘ICBM만 빼고 우리 으니(김정은) 맘대로 해’라고 할 거라며 정수리 바로 위까지 핵폭탄이 도달한 듯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가 트럼프가 회담을 결렬시키자 좌익과 우익은 희비(喜悲)의 쌍곡선을 교차시키며 천당과 지옥을 맞바꿨다”라며 한국 사회의 사상적 가벼움을 먼저 질타한다.
 
  한반도에 닥쳐올 불길한 운명을 ‘확신’했던 보수 평론가들은 하노이 회담 결과가 다르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트럼프의 올바른 결단이라고 인정하기는 싫은 것 같다. 그들은 하노이 회담의 결렬을 트럼프의 협상 전략이기보다는 다른 외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래서 혹자는 “‘미국의 집단지성’이 스몰 딜(small deal)을 막았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트럼프가 1차 회담 실패로 비등해진 국내외 압력에 굴복해서 다행히 협상이 결렬됐다”고 분석한다. 심지어 “트럼프가 협상 준비를 제대로 안 해서 결렬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정은의 외교를 ‘광폭외교’라고 칭송했던 좌파 측 사람들은 김정은이 ‘위장 평화 쇼’로 트럼프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대 측의 보수 평론가들은 트럼프가 위장 평화에 속을 만큼 멍청한 인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유주의적 覇權국가’ 역할 조정 중
 
  물론 트럼프는 그를 찬양하는 ‘트빠’들이 말하듯 협상의 귀재(鬼才)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는 최근 존 허버트, 트레퍼 맥크릭센 등 미국의 정치·외교 전문가들이 저술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범성(The Ordinary Presidency of Donald J. Trump)》(2019년 2월 26일 팰그레이브 출판사 간행)에서 평하고 있는 것처럼 적어도 정상적인, 보통은 되는 미국의 대통령이다. 필자는 트럼프를 외교・안보・국제경제의 측면에서 유능한 참모들을 데리고 있는 미국의 보통 대통령 이상의 업적을 낼 수 있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4년 동안 클린턴・부시・오바마 행정부가 행했던 ‘자유주의적 패권(Liberal Hegemon)’ 국가로서의 미국의 역할에 반대하는 외교정책을 전개하는 중이다. 트럼프의 ‘미국을 강조하는’ 외교정책은 워싱턴 기득권(旣得權) 세력의 맹렬한 반대에 봉착하고 있지만, 미국 최고급 국제정치 학자들에 의해 오래전부터 주장되어왔던 것이다. 적어도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지극히 정상적인 외교정책이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미국의 고립주의’ 혹은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강조’하는 편협한 것도 아니다. 트럼프는 어떤 대통령들보다 부지런히 임기 첫해인 2017년 12월에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간행한 대통령이다. 미국의 안보를 더욱 확실히 보장하고, 미국의 번영을 증진하고,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며, 미국의 이익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대통령이다. 트럼프가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려면 미국은 결코 국제정치에서 손을 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트럼프는 전임 글로벌리스트(globalist) 대통령들과는 달리 모든 국제문제에 개입하는 대신 선별적인 개입정책을 시도할 것이다. 그래서 시리아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것과 주한미군 철수는 같은 차원에서 분석할 수 없는 일이다. ‘주한미군 주둔비용 더 내라’는 트럼프의 요구는 ‘떠나겠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더 있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타당하다.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일본이 비슷한 경우다. 트럼프는 이들 3대 동맹의 동맹국 모두를 향해 “주둔비를 더 내라” “국방비를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말하는 트럼프는 ‘동맹을 못살게 굴며, 동맹의 가치를 모르는 인간’으로 치부되었다. 트럼프의 닦달 때문에 나토는 향후 2년간 무려 1000억 달러의 국방비를 증액했다. 트럼프 덕택에 나토는 러시아의 안보위협으로부터 더욱 안전하게 된 것 아닌가?
 
 
  난무했던 美北 거래說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1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의 친서를 받았다. 사진=뉴시스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은 실체가 모호했던 북한 핵 문제의 진실을 다시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했다. “북한 핵 문제 실체가 모호했다”고 말하는 이유는 북한 및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이론상 그리고 핵전략 이론상 도저히 그럴 리가 혹은 그럴 수가 없는 일들이 지난 1년 동안 마치 그럴 수 있는 일처럼 오도(誤導)되었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작년 이른 봄 북한을 방문한 한국의 특사(特使)들 앞에서 비핵화(非核化)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것도 대단히 빠른 시일(1년) 내에 할 수 있다고 말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서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 이후 김정은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한국과 세 차례, 미국과도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벌이는 과감한 외교를 전개했다. 김정은의 행보가 기괴(奇怪)한 일, 혹은 사기(詐欺)라고 판명되기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동안 한국 사회의 수많은 지식인조차 김정은의 사기에 트럼프가 넘어가고 있다며 참담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분노가 발생했고 트럼프는 분노의 원천이었다.
 
  그동안 미국의 대북(對北) 핵전략에 관한 온갖 설(說)이 난무했었다. 수많은 한국 평론가와 심지어 미국의 평론가들은 미국은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ICBM을 포기하는 대가(代價)로 현 수준에서 북한 핵을 인정해줄 것이며, 북한의 ICBM 포기 대가로 미국은 북한과 ‘종전(終戰)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과 북한은 상호 ‘연락사무소’를 양국 수도(首都)에 개설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어줄 것이라 예상했다. 그렇게 될 경우 남북한 간 교류와 평화의 신(新)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극도의 낙관론이 한국 정부 주도하에 널리 퍼져나갔다. 김정은을 귀엽다고 말하는 한국인들이 생겨났다. 필자는 “김정은 통치하에서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택시 기사의 말도 들었다.
 
 
  北, ICBM 포기 못 해
 
2017년 11월 29일 새벽 김정은은 평양 인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뉴시스
  김정은의 장난으로 한국 사회는 극단적으로 양분(兩分)되었다. 보수 성향의 한국 사람들이 트럼프를 저주하는 동안 진보를 자처하는 한국 사람들은 트럼프를 좋게 평가하는 놀라운 풍조마저 나타났다. 적어도 2월 28일 하노이의 파탄 이전까지는 그러했다. 한국의 진보 세력은 미국에서 ‘대안(代案)보수’ 혹은 ‘대안보수(alt-right)’의 영어 발음을 비꼬아 ‘꼴통 보수(ultra-right)’라고 지칭되는 트럼프를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성과가 없다고 생각되면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수차 말해왔던 트럼프는 결국 하노이에서 그렇게 했다. 스티브 비건 대북특사는 대(對)미국의회 브리핑에서 “미국은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 무기까지 포함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했고, 인권문제까지 제기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미국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임을 명확히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 핵은 단계적이 아니라 한 번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의 좌파들이 하노이의 판을 깬 원흉(元兇)으로 믿고 있는 볼턴 보좌관은 북한을 향해 “전략을 새로 짜가지고 다시 나오라”고 경고했다.
 
  “한국전쟁을 시발점으로 미국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분석하는 호주의 좌파학자 마이클 펨브로크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으로부터 너무나도 가혹한 폭격 세례를 받은 북한은 휴전 직후, ‘다시는 미국으로부터 그런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믿을 수 있는 핵 억지력(credible deterrence)’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북한이 ‘믿을 수 있는 핵 억지력’의 핵심인 ICBM을 쾌히 포기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것은 웬일일까? 북한에 있어서 ICBM 포기는 국가대전략의 포기를 의미한다. 북한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은 한국과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100발의 핵이 아니라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한 발의 핵이다. ICBM이 있어야 미국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 북한이 미국은 북한을 언제라도 두들겨 팰 수 있는 상황의 지속을 의미하는 ICBM 포기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은 사람들이 그토록 많았다는 게 오히려 놀랍다.
 
  비핵화란 핵이 0의 상태로 되는 것을 의미하는 ‘전부(all)’ 혹은 ‘아무것도 아닌(nothing)’ 게임이다. 중간이 있는 줄 알았기에 ‘스몰 딜’이라는 존재할 수 없는 용어가 고안되었다. 역시 한국 사람들의 전략적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근거다.
 
 
  美, 北 목조르기 다시 시작
 
  우리 국민이 양극단으로 갈려 열렬히 원했거나 반대했던 것 중 하나가 미국과 북한 간의 ‘종전선언’이었다. 미국에 있어서 종전선언이란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지속되었던 전쟁, 즉 한국전쟁(Korean War)을 끝내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한국전쟁을 ‘민족해방전쟁’이라고 해오지 않았던가? 오직 조상의 후광(後光)으로 최고통치자가 될 수 있었던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이 오매불망 꿈꿔왔던 ‘민족해방’을 위한 ‘전쟁’을 쾌히 ‘종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또한 어떤 근거에 기반한 것인가? 북한이 정말 두려워하는 미(美)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독극물(毒劇物)일 수도 있는 평양에 건설될 ‘미국의 연락사무소’를 지구 최악의 폐쇄국가 북한이 덥석 받아들일 수 있는 미국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국제정치학적 오류였다.
 
  하노이 회담은 결렬되었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목조르기 작전에 다시 돌입했다. 미국은 북한 핵 문제를 결국 북한 체제의 문제라고 보고 김정은 체제 허물기 작전에 돌입한 듯하다. 핵을 붙들고 있다가 파멸당할 것인가 혹은 정권 유지가 위태로울 수 있지만 굶주린 북한 주민들을 위해 핵 포기의 결단을 내리든가 둘 중 하나가 김정은의 선택으로 남게 되었다. 대한민국이 이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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