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지낸 원로 시인 이근배가 신작 시집 《아버지의 훈장》(시인생각)을 펴냈다. 신춘문예 10관왕의 별칭을 듣는 그는 2019년 《대백두에 바친다》 이후 여섯 해 만에 내놓은 시집에서, 개인의 서정보다 ‘뒤늦게 드러난 독립운동가의 아들’이라는 운명적 뿌리를 응시한다.
출발점은 2020년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 정부가 부친 고(故) 이선준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한 일이다. 선친은 1930년대 정평적색농민조합 재건 활동과 독립사상 고취로 서대문형무소에서 두 차례 3년간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다. 아들이 아버지를 처음 만난 것은 열 살 때였다.
“열 살에 처음 뵙고, 6·25가 터진 뒤로는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가 항일기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노년에야 알았다”며 노(老)시인은 “그날 나는 다시 태어났다”고 고백한다.
표제시 ‘아버지의 훈장’에서 시인은 ‘이제 나는 내가 아니다 / 헛나이만 배 속에 채우면서 / 어둠 속에서 제대로 한 발짝도 못 떼었는데’라고 읊는다. 뒤늦게 밝혀진 아버지의 투쟁 앞에서 시인은 자신을 ‘작디작은 청맹과니’로 부르며 눈물로 용서를 구한다. 또 다른 시 ‘그날 1945년 8월 15일 아버지는’에서는 ‘나라가 독립되었다고 하늘과 땅에 벽력이 떨어지던 날 / 아버지는 어디서 그 소식을 듣고 어떤 몸짓을 하셨을까’라며, 부재한 아버지의 해방의 순간을 상상한다. 노시인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 해방의 순간을 ‘덜컹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 적막함’이라고 썼다.
“이제 남은 생은 그분들을 적는 일”이라는 이근배 시인의 말처럼, 《아버지의 훈장》은 늦게 찾아온 역사적 진실과 사적인 구원이 맞닿은 한 생의 시적 고백이다.
시와 역사, 개인과 민족의 비문(碑文)이 맞물린 이 시집은, 상흔을 품은 시대의 자화상이자 눈물로 다시 세운 ‘아버지의 나라’다.⊙
출발점은 2020년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 정부가 부친 고(故) 이선준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한 일이다. 선친은 1930년대 정평적색농민조합 재건 활동과 독립사상 고취로 서대문형무소에서 두 차례 3년간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다. 아들이 아버지를 처음 만난 것은 열 살 때였다.
“열 살에 처음 뵙고, 6·25가 터진 뒤로는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가 항일기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노년에야 알았다”며 노(老)시인은 “그날 나는 다시 태어났다”고 고백한다.
표제시 ‘아버지의 훈장’에서 시인은 ‘이제 나는 내가 아니다 / 헛나이만 배 속에 채우면서 / 어둠 속에서 제대로 한 발짝도 못 떼었는데’라고 읊는다. 뒤늦게 밝혀진 아버지의 투쟁 앞에서 시인은 자신을 ‘작디작은 청맹과니’로 부르며 눈물로 용서를 구한다. 또 다른 시 ‘그날 1945년 8월 15일 아버지는’에서는 ‘나라가 독립되었다고 하늘과 땅에 벽력이 떨어지던 날 / 아버지는 어디서 그 소식을 듣고 어떤 몸짓을 하셨을까’라며, 부재한 아버지의 해방의 순간을 상상한다. 노시인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 해방의 순간을 ‘덜컹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 적막함’이라고 썼다.
“이제 남은 생은 그분들을 적는 일”이라는 이근배 시인의 말처럼, 《아버지의 훈장》은 늦게 찾아온 역사적 진실과 사적인 구원이 맞닿은 한 생의 시적 고백이다.
시와 역사, 개인과 민족의 비문(碑文)이 맞물린 이 시집은, 상흔을 품은 시대의 자화상이자 눈물로 다시 세운 ‘아버지의 나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