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사가 진짜 명의(名醫)인가요?”
12만여 명이 넘는 의사 중 몇 명을 ‘딱’ 집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중증질환이나 난치병의 경우, ‘의사를 잘 만나는 일’이 곧 치료의 시작이자 끝이다.
김공필 전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의 신간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진짜’ 실력이 뛰어난 의사들을 찾아 나선 여정의 기록이다.
그가 만난 31명의 의사는 한국은 물론 세계 의료계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이다. 노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40여 년 동안 1만2000례 이상의 위암 수술을 집도한 세계 최다 수술 기록 보유자다. 그는 또 위암 수술에서 메스 대신 전기소작기(보비·Bovie)를 사용한 세계 최초의 의사로도 꼽힌다.
한원식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1만5000례 이상의 유방암 수술을 시행했으며, 수술 후 10년 내 국소 재발률을 5% 이내로 유지하고 있다.
김영훈 고려대안암병원 명예교수는 부정맥 시술 건수 세계 1위를 기록한 의사다. 김세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세계 최초로 후두암 로봇수술에 성공했다. 송석원 이대서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 수술을 세계 각국의 의사들에게 생중계로 가르치며, 수술 후 사망률을 3% 수준으로 낮춘 탁월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른바 ‘K-명의’들은 단순히 많은 수술을 집도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 의료 표준을 바꾸고, 새로운 치료 지침을 주도적으로 만들어왔다.
조병철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국산 폐암 표적항암제 개발을 주도했으며, 김동욱 의정부을지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표적항암제의 세계적 연구를 선도했다.
윤건호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 명예교수는 “아시아인은 뚱뚱하지 않은 젊은 사람에게도 당뇨가 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세계적 내과 교과서 《해리슨 내과학 원리》의 일부 내용을 바꾸게 했다.
장진영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국제췌장학회 진료 지침 위원으로서 췌장암 진단 및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에 참여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들이 과거의 성과에 머물지 않고 ‘미래 의료’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 신약 개발을 이끌고 있고,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모낭 재생 연구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의료 표준을 바꾸는 의사과학자들, 질병의 본질을 꿰뚫는 철학자들
이들 명의의 말에는 단순한 의학 지식이 아니라 깊은 통찰과 철학이 깃들어 있다.
세계적 암의학자인 김의신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종신교수는 “암은 인간의 ‘성(性)’과 같아 근본 치료가 어렵다”며 “암을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윤건호 교수는 “체중은 아파트 평수이고, 혈당은 빚과 같다”는 비유로 당뇨 환자들에게 체중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넓은 집에 살면 좋지만, 빚을 내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 빚이 많으면 아파트 평수를 줄여야 하듯, 혈당이 높아지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김영훈 교수는 부정맥을 ‘전기 누전’에 비유한다. “심장은 전기 신호로 뛰는데, 이 회로에 누전이 생기면 부정맥이 온다.”
이승훈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은 합병증”이라며 “90% 이상이 동맥경화, 심방세동, 동맥류 등 중간 단계 질환이 5~20년 동안 누적되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박시내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명의 90%는 뇌가 만들어내는 환상 소리”라며 과학적 치료 원리를 전하고, 박중신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국내 최고령 출산(63세)의 ‘의료 기적’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말한다. “글로벌 명의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것은, 진짜 명의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병의 본질을 꿰뚫는 철학자이자 해설자라는 점이었다.”
대학병원 진료실에서 전임의를 만나기도 어려운 시대, 명의 중의 명의를 만나 질병의 본질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행운이다. 어떤 의사는 반나절을 통째로 내주었고, 또 어떤 의사는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준비해 질병의 기초부터 최신 치료법까지 세심하게 설명해 주었단다.⊙
12만여 명이 넘는 의사 중 몇 명을 ‘딱’ 집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중증질환이나 난치병의 경우, ‘의사를 잘 만나는 일’이 곧 치료의 시작이자 끝이다.
김공필 전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의 신간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진짜’ 실력이 뛰어난 의사들을 찾아 나선 여정의 기록이다.
그가 만난 31명의 의사는 한국은 물론 세계 의료계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이다. 노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40여 년 동안 1만2000례 이상의 위암 수술을 집도한 세계 최다 수술 기록 보유자다. 그는 또 위암 수술에서 메스 대신 전기소작기(보비·Bovie)를 사용한 세계 최초의 의사로도 꼽힌다.
한원식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1만5000례 이상의 유방암 수술을 시행했으며, 수술 후 10년 내 국소 재발률을 5% 이내로 유지하고 있다.
김영훈 고려대안암병원 명예교수는 부정맥 시술 건수 세계 1위를 기록한 의사다. 김세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세계 최초로 후두암 로봇수술에 성공했다. 송석원 이대서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 수술을 세계 각국의 의사들에게 생중계로 가르치며, 수술 후 사망률을 3% 수준으로 낮춘 탁월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른바 ‘K-명의’들은 단순히 많은 수술을 집도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 의료 표준을 바꾸고, 새로운 치료 지침을 주도적으로 만들어왔다.
조병철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국산 폐암 표적항암제 개발을 주도했으며, 김동욱 의정부을지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표적항암제의 세계적 연구를 선도했다.
윤건호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 명예교수는 “아시아인은 뚱뚱하지 않은 젊은 사람에게도 당뇨가 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세계적 내과 교과서 《해리슨 내과학 원리》의 일부 내용을 바꾸게 했다.
장진영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국제췌장학회 진료 지침 위원으로서 췌장암 진단 및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에 참여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들이 과거의 성과에 머물지 않고 ‘미래 의료’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 신약 개발을 이끌고 있고,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모낭 재생 연구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의료 표준을 바꾸는 의사과학자들, 질병의 본질을 꿰뚫는 철학자들
이들 명의의 말에는 단순한 의학 지식이 아니라 깊은 통찰과 철학이 깃들어 있다.
세계적 암의학자인 김의신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종신교수는 “암은 인간의 ‘성(性)’과 같아 근본 치료가 어렵다”며 “암을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윤건호 교수는 “체중은 아파트 평수이고, 혈당은 빚과 같다”는 비유로 당뇨 환자들에게 체중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넓은 집에 살면 좋지만, 빚을 내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 빚이 많으면 아파트 평수를 줄여야 하듯, 혈당이 높아지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김영훈 교수는 부정맥을 ‘전기 누전’에 비유한다. “심장은 전기 신호로 뛰는데, 이 회로에 누전이 생기면 부정맥이 온다.”
이승훈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은 합병증”이라며 “90% 이상이 동맥경화, 심방세동, 동맥류 등 중간 단계 질환이 5~20년 동안 누적되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박시내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명의 90%는 뇌가 만들어내는 환상 소리”라며 과학적 치료 원리를 전하고, 박중신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국내 최고령 출산(63세)의 ‘의료 기적’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말한다. “글로벌 명의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것은, 진짜 명의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병의 본질을 꿰뚫는 철학자이자 해설자라는 점이었다.”
대학병원 진료실에서 전임의를 만나기도 어려운 시대, 명의 중의 명의를 만나 질병의 본질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행운이다. 어떤 의사는 반나절을 통째로 내주었고, 또 어떤 의사는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준비해 질병의 기초부터 최신 치료법까지 세심하게 설명해 주었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