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을 건너는 배 위, 세 살배기 소녀는 울지 않았다. 1592년 임진왜란, 불타는 평양성에서 왜군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에게 구출된 그 아이는 조선어를 잊고, 부모의 얼굴을 지우며, 일본인으로 자랐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가 평범한 삶을 살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천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맞선 그 이름, 줄리아 오다.
《성녀 줄리아 오다》는 실존 인물의 뼈아픈 궤적을 따라간다. 신앙과 정절, 그리고 한 여성의 용기가 역사를 어떻게 바꾸는지.
고니시 가문의 저택. 전쟁 포로였던 소녀는 그곳에서 ‘줄리아’라는 세례명을 받는다.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전한 가톨릭은 전국시대의 피로 얼룩진 16세기 일본에 새로운 빛을 던졌다. 줄리아는 ‘기리스탄’-당시 일본에서 가톨릭 신자를 일컫던 이름-이 되었다. 조선의 피, 일본의 언어,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 세 개의 뿌리가 한 여인 안에서 뒤엉켰다.
천하통일. 그 정점에 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눈에 줄리아가 들어왔다.
“기리스탄을 버려라. 너를 나의 측실에 봉하겠노라.”
절대권력자의 청혼. 거부할 수 없는 제안. 하지만 줄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아닙니다. 저는 저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절해고도 유배. 이에야스는 권력으로 신앙을 꺾으려 했고, 줄리아는 목숨으로 신념을 지켰다.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일까? 400년 전 절해고도에서 죽어 간 한 조선 출신 여인의 삶이 오늘, 우리에게 묻는다.⊙
《성녀 줄리아 오다》는 실존 인물의 뼈아픈 궤적을 따라간다. 신앙과 정절, 그리고 한 여성의 용기가 역사를 어떻게 바꾸는지.
고니시 가문의 저택. 전쟁 포로였던 소녀는 그곳에서 ‘줄리아’라는 세례명을 받는다.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전한 가톨릭은 전국시대의 피로 얼룩진 16세기 일본에 새로운 빛을 던졌다. 줄리아는 ‘기리스탄’-당시 일본에서 가톨릭 신자를 일컫던 이름-이 되었다. 조선의 피, 일본의 언어,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 세 개의 뿌리가 한 여인 안에서 뒤엉켰다.
천하통일. 그 정점에 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눈에 줄리아가 들어왔다.
“기리스탄을 버려라. 너를 나의 측실에 봉하겠노라.”
절대권력자의 청혼. 거부할 수 없는 제안. 하지만 줄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아닙니다. 저는 저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절해고도 유배. 이에야스는 권력으로 신앙을 꺾으려 했고, 줄리아는 목숨으로 신념을 지켰다.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일까? 400년 전 절해고도에서 죽어 간 한 조선 출신 여인의 삶이 오늘, 우리에게 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