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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셔터를 올리며 (봉달호 지음 | 다산북스 펴냄)

세상에 그냥 있는 가게는 없다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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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실과 홍실’. 월하노인(月下老人)이 점찍어준 인연을 뜻한다. 달호가 세상에 태어나면서 붙잡은 실은 어쩌면 ‘장사’가 아니었을까? 달호는 구멍가게, 농약사, 분식집, 갈빗집 등 평생 장사를 해오신 부모님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며 자라왔다. 운명론적 귀결이었을까. 달호 또한 십수 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가 인근의 술집과 중국 고깃집 사업을 거쳐 지금은 편의점주로 일하고 있다. 당시의 부모님 나이에 다다른 지금에서야 비로소 달호는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자식들을 키웠는지, 아빠는 작은 가게에 앉아 무슨 꿈을 꿨는지 짐작해본다.
 
  달호의 하루는 새벽으로 시작해 새벽으로 끝난다.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가게 셔터를 올리고, 모두가 잠들 무렵에서야 셔터를 내린다. 쉬는 시간도, 쉬는 날도 따로 없다. 그렇기에 달호는 자영업을 아름다운 판타지가 아닌 땀내 나는 삶의 현장이라고 말한다.
 
  인생에서 행운은 단막극으로, 불행은 연속극으로 찾아온다고 했던가. 달호의 ‘장사 연대기’는 한국 현대사의 부침과 함께했다. 달호와 달호의 가족은 시대의 모진 풍파를 ‘가게’라는 뗏목을 타면서 버텨냈다. ‘광주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 ‘IMF 구제 금융 요청’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 등 1980년대 이후의 한국을 경험한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지점이 많을 것이다.
 

  달호는 세상에 그냥 있는 가게는 없다고 말한다. 자영업자에게 가게란 단순히 밥벌이 장소가 아니다. 이들에게 가게란 한 가족의 생계가, 일상이 그리고 일생이 함께하는 곳이다. 때론 영수증 뒷면이, 때론 라면 박스 귀퉁이가, 때론 휴대폰 메모장이 달호에겐 훌륭한 집필 노트였다. 이 책 《셔터를 올리며》는 그렇게 틈틈이 쓴 글들을 엮은 것이다. 가게 셔터 뒤에서 흘린 한 가족의 눈물과 땀방울. 그 흔적이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따스한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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