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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시대

인터뷰 /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국정의 공동운영자로 과학기술강국 반드시 만들 테니 기대해달라”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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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 교체와 완주 약속했지만 둘 다 지킬 수 없는 형편에서 정권 교체 선택
⊙ “단일화가 승리를 가져왔고, 단일화 시점도 적절했다”
⊙ 새 정부,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아 향후 20년 먹거리 만들어야 하는 중대한 의무 있어
⊙ 당선인은 172석 야당과 1번 찍은 1600만 유권자 끌어안아야… 협치와 소통이 가장 큰 과제
⊙ 정치는 계속할 계획 “다당제 정착시키고 견제와 균형 구도 만들고 싶어”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사진=국민의당 제공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인터뷰하기로 한 시각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틀 후인 3월 11일 오후. 선거 결과가 나온 지 불과 36시간 후로 안 대표는 대선 후 첫 인터뷰를 《월간조선》과 가졌다.
 
  이날 점심때 안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 당사에서 도시락 오찬을 갖고 배석자 없이 2시간 이상 독대하며 현안에 대해 얘기했다. 회동 직후 몰려든 기자들 앞에서 안 대표는 극히 말을 아꼈고, “두 사람의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것 아니냐”며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다른 사람이 맡는 것 아니냐는 보도가 쏟아졌다.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 당사로 돌아온 후 《월간조선》과 1시간여에 걸쳐 인터뷰를 가졌다. 안 대표는 오찬 자리에서 했던 이야기의 내용을 털어놓았다.
 
  한마디로 안 대표가 기자들 앞에서 말을 아꼈던 것은 윤석열-안철수 두 사람이 비밀을 지키기로 한 약속 때문이었다. 인수위원장 인선 발표가 난 13일 오후까지 만 이틀에 걸쳐 각종 언론과 일부 정치인이 했던 발언은 모두 추측에 불과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안철수 대표를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당선인이 직접 인수위원장 인선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윤 당선인이 안 대표를 국정의 파트너이자 공동운영자로 예우하고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다. 안철수 대표가 인수위원장을 맡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안 대표의 대선공약이었던 ‘과학기술강국’을 기대하는 환영의 글이 쏟아졌다.
 
 
  “당선인과 나는 국정운영의 파트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임명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수위원장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던 11일 오후 국민의당 당사에서 안철수 대표를 만났다. 원래 인터뷰를 오후 2시에 하기로 했었지만 전날 비서실 측에서 윤 당선인과의 오찬이 길어질 수도 있다며 시간을 한 시간 반 늦췄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가 장시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눌 것이라는 귀띔으로 들렸다. 안 대표는 선거일 밤 철야의 여파인 듯 다소 핼쑥해진 얼굴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 윤석열 당선인과 점심회동이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국정 전반의 방향에 대해서 서로 생각을 맞춰본 거예요. 선거일 이후 둘이 만난 건 처음이니까요.”
 
  ― 인수위원장 제안을 받으셨나요.
 
  “저는 (당선인의) 국정운영 파트너잖아요. 공동선언문(3월 3일 두 후보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발표한 ‘공정과 상식, 통합과 미래로 가는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보면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해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선언을 했습니다. 그래서 방향에 대해 서로 얘기를 한 거죠.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정부의 방향을 잡는 게 인수위원회이지 않습니까. 거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인수위 관련 이야기는 오프더레코드로 진행됐다.)
 

  ― 윤 당선인과 공약이 차이가 나는데 이견은 없었습니까.
 
  “큰 방향은 같은데 디테일한 정책은 다를 수밖에 없지요. 예를 들면 지난번 TV토론 때 노동이사제나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달랐는데요, 그런 것들은 인수위원회가 일하는 과정에서 조율이 될 겁니다. 또 포퓰리즘 성격이 있는 공약은 좀 조정을 해야 되겠죠.”
 
  ― 디테일한 정책 중 두 분이 특히 관심을 갖는 이슈가 있었습니까.
 
  “당선인이 데이터산업과 디지털플랫폼에 관심이 많고 많이 공부를 하셨더라고요. 본인이 그 분야 얘기를 많이 하시기에 좀 길게 얘기했습니다.”
 
 
  단일화 결심한 결정적 이유
 
3월 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유세에 참여해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당 대선 후보 기호 4번으로 선거운동을 해왔던 안철수 대표는 대선 불과 6일 전인 3월 3일 전격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고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후 윤석열 후보 지지 유세를 펼쳤고, 개표가 시작된 후에는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을 지켰다.
 
  ― 결국 윤석열 당선인의 승리로 정권 교체에 성공했습니다.
 
  “오늘이 11일인가요? 개표 끝난 지 36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그동안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일화한 날도 벌써 몇 주는 된 것 같은데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됐네요.”
 
  ― 선거가 끝나면 꼭 직접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입니다. 단일화는 안 하겠다, 완주하겠다고 지지자들에게 약속했는데 결국 단일화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고(웃음) 글로도 생각을 정리해봤는데요. 기자님은 자신이 한 두 가지 약속 중 두 가지 모두 못 지키는 것과 한 가지라도 지키는 것 중 어떤 걸 선택하겠습니까?”
 
  ― 약속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한 가지라도 지키려고 하겠죠.
 
  “제가 지지자들을 향해 한 두 가지 약속이 첫째, 정권 교체, 둘째 대선 완주였습니다. 그런데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둘 다 지킬 수는 없는 형편이 돼버렸죠.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나의 대선 완주보다는 정권 교체가 훨씬 가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완주를 기대했던 분들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그렇게 필사적으로 정권 교체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문재인 정권이나 이재명 후보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까.
 
  “그런 점도 있지만, 근본적인 생각은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해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거였습니다. 한국 정치에서 ‘정권 10년 주기설’이 굳어지고 있었잖아요. 거의 정설처럼 돼 있는데 어느 정권도 제대로 못 하면 5년 만에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0년 주기설을 깨야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여당이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환경이잖아요. 인력이나 자금이나 조직이 있기 때문에 정권이 못해도 10년은 갔습니다. 그걸 깨줘야 해요. 정치인들이 국민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합니다. 5년 만에 바뀔 수 있다는 긴장감이 있어야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민생을 더 챙기고 국민과 야당의 눈치를 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0년 주기설을 깨겠다, 반드시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게 제 결심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래서 172석의 여당이 5년 만에 정권을 뺏겼다, 이 사실 자체가 정치권을 크게 긴장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외람된 말이지만 본인이 여론조사 1위라면 두 가지 약속 다 가능했을 것 아닙니까.
 
  “저는 출마할 때부터 제일 일을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고 1월엔 지지율이 20% 가까이 올라가기도 했죠. 그런데 이번 대선은 어땠습니까. ‘저 사람이 되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투표한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대선 후 설문조사에서도 나왔잖아요. 대선에서는 5년 후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되는데 이번 대선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현실을 파악한 저는 저의 완주보다는 정권 교체라는 대의를 따르기로 결정한 겁니다.”
 
  ― 단일화 전엔 ‘야권은 안철수로 단일화를 해야 이긴다’고 주장했는데요. 아쉬움은 없습니까.
 
  “정치에서 가정은 의미가 없지요. 앞으로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단일화 없었으면 졌을 것”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단일화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단일화는 야권이 승리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습니다. 제가 먼저 제안했잖아요. 그것도 작년에 했던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방법도 똑같이 하자고 했으니 절차나 준비가 크게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 반응이 없었잖아요.”
 
  ― 그래서 단일화는 없다라고 선언했지요.
 
  “제가 제안한 후 아무 응답도 없이 후보 등록하는 날이 돼버렸습니다. 경선은 불가능한 시점이 돼버렸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 경선은 좀 어려우니 합의로 하자는 얘기 같은 게 없었습니까.
 
  “가타부타 답이 없었다니까요.”
 
  ― 그런데도 막판에 단일화를 결심했군요.
 
  “마지막에 이제 야권 단일화가 돼야지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가장 상황을 정확하게 봤다고 생각합니다.”
 
  ― 만약 단일화가 없었으면….
 
  “(야권이) 졌을 겁니다.”
 
  ― 단일화 시점이 너무 늦어서 반대 세력, 그러니까 여권 세력을 막판에 결집시켜 박빙의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초반부터 단일화를 하고 지지율이 올라갔다면 여권도 단일화를 고려하거나 추진하지 않았을까요. 여권 지지자들은 왜 여권이 단일화를 안 했냐는 비판을 많이들 하고 있어요. 제가 단일화를 한 때는 상대방에 더 이상의 반격 카드가 없는 시점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승리에 취해 있으면 절대 안 됩니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사람이 1600만 명이 넘잖아요. 이번 정권은 진정한 국민통합과 협치, 소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어요. 오늘 (오찬회동에서) 당선인에게 그런 얘길 했어요. 국민통합 없이는 정권이 성공할 수 없다고 말이죠. 구체적인 방안도 몇 개 드렸습니다. 아직 공개적으로 얘기할 단계는 아니고요.”
 
  ― 단일화할 때 후보에서 물러나는 대신 이른바 ‘정치적 백지수표’를 받았다 이런 얘기도 있었죠. 총리나 당권이나 지방선거 후보 자리를 약속했다는 그런 얘기들 말입니다.
 
  “전혀요. 제가 지위나 권력이나 돈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쉬울 것도 없고요.”
 
  ― 단일화 후 백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을 바꾸고 싶다’라고 말했는데요,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건 좀 오해의 소지가 있어요. ‘국민의힘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의 말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사회문제가 양극화 아닙니까. 사회적인 약자를 따뜻하게 품지 않는 정당은 성공할 수가 없어요.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약자의 편에 서서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조금 부족한 게 아닌가, 그런 점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 말입니다.”
 
  ― 윤석열 당선인과는 후보끼리 공동선언문을 통해 원칙적인 합의를 했고 협조하기로 했는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어떻게 됩니까. 합당은 약속했죠.
 
  “이제 선거기간과 달리 당선자와 당은 완전히 함께 간다고 보긴 어려워서요. 그건 당선인과 얘기하기보다는 따로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양 당 관련 절차는 제가 책임질지 아니면 일을 분담해야 할지는 아직 고민 중입니다. ”
 
 
  승리에 도취돼선 안 돼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리라고 하기도 약간 부끄러울 정도의 승리이기 때문에 새 정부는 승리에 도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통합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국민을 향해서는 통합과 소통, 정치권 내에서는 협치에 앞장서야 합니다. 일단 저희(국민의당)가 첫 번째 협치 대상이니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되겠죠.”
 
  ― 여론조사에선 윤석열 후보가 꽤 앞서 나간 걸로 나타났는데 말이죠.
 
  “여론조사가 왜 틀리는지, 이제 우리나라의 여론조사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생각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이번에 왜 차이가 났다고 보십니까.
 
  “이른바 ‘샤이 이재명’이 있었던 거죠.”
 
  ― 샤이 이재명이라면 어떤 성향의 분들이고 어떤 이유로 그동안 지지를 표현하지 않았던 걸까요.
 
  “생각해보세요.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왔던 사람들이라도 그렇게 엄청난 비리 사건인 대장동 사태가 터졌는데 흔들릴 수밖에 없었겠죠. 지지한다고 누구한테 얘기할 수도 없고요. 그동안 무응답 또는 부동층으로 살았겠지만 정작 선거날이 되면 민주당을 찍지 다른 쪽으로 가진 않습니다.”
 
  ― 그래도 서울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이긴 것은 고무적인 일 아닙니까.
 
  “서울은 원래 진보정당이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최근(편집자 주: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 보수정당이 이긴 건 집값과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컸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서울 민심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어요. 사실 이번 대선에서도 오세훈 후보와 제가 단일화했던 서울시장 선거 때보다 국민의힘이 지지를 덜 받았고 국민의힘은 경고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제가 국민의힘을 비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우리와 함께 공동정부를 이끌어가야 할 정당이기 때문에 건설적인 비판을 하는 겁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제가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보적인 제3지대 정치인
 
  안철수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 지 햇수로 12년이 지났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도전하며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한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물게 제3지대에서 오랫동안 지지율과 존재감을 지켜온 정치인이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와 2012년 대선, 2013년 국회의원 보궐 선거까지 무소속으로 도전했던 그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하며 정당 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재창당한 국민의당을 거치며 모든 당에서 대표직을 맡아왔다. 그만큼 전 국민에게 주목받는 정치인이었단 얘기다.
 
  특히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은 창당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치른 총선에서 무려 38석을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정당 지지율은 26.74%를 얻어 새누리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3위 더불어민주당의 득표율은 25.54%였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국민의당 후보(기호 3번)로 출마해 21.41%의 득표율을 획득했다.
 
  ― 제3지대 정치인이 이렇게 오래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죠.
 
  “드문 게 아니라 제가 유일하죠. 또 대한민국 역사상 총선 정당 투표에서 제3당이 2등을 차지한 경우도 전무후무합니다. 제가 정당 생활을 시작한 지가 10년도 안 됐는데요. 정치인 중 저처럼 대선, 총선, 지방선거 모두 총책임자로 지휘해본 정치인이 또 있을까요. 아마 YS나 DJ 정도가 아닐지….”
 

  ― 단일화 때 합당을 한다고 약속했으니 이제 제3지대가 아니겠군요.
 
  “당분간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요. 저는 대한민국에 다당제가 정착돼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는 정치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다당제 정착을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가 필수적입니다.”
 
  ― 과거에 우리나라도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했지만 다시 소선거구제로 돌아왔는데요.
 
  “그때는 진정한 중대선거구제라고 할 수 없었어요. 한 선거구에 두 명을 뽑는 방식이었는데 지역색이 강한 지역에선 지지율 높은 정당이 두 명 뽑히는 게 보통이고, 그런 지역이 아니라도 제1당과 제2당 두 명 뽑히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선거구에 3~5명을 뽑고 비례대표를 없애면 좋은 사람들이 충분히 당선될 수 있습니다. 또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지역 관리에 얽매이고 ‘쪽지 예산’ 시도하는 일도 사라질 겁니다. 지역 현안은 기초단체장과 시의원, 도의원들이 하면 됩니다. 국회의원들은 국가 문제에 집중해야죠.”
 
 
  안철수에게 쏠리는 국민의 기대
 
코로나19 관련 의료봉사를 수차례 해온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자신의 강점인 과학기술과 보건복지 분야를 통해 국가에 기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진=조선DB
  정치인으로서의 안철수에 대한 기대와 별개로, 국민은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새 정부에서 과학기술과 관련된 중요 역할을 맡아 디지털 및 IT 산업을 중심으로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를 기대할 터다.
 
  ― 국민들이 안철수에게 기대하는 건 과학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침체된 경제도 살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제 대선 슬로건이 과학기술강국이었잖아요. 저는 그게 시대정신이라고 봅니다. 산업도 20년 주기로 돌아가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중화학·철강·선박 등등 살려서 20여 년 먹고살았고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초고속인터넷과 벤처 붐이 일어나서 20여 년 먹고살았어요. 요즘 잠재성장률이 0%에 수렴한다는 건 기존 산업의 먹거리 효용이 끝나간다는 겁니다. 이번 대통령 당선인이 할 일은 미래의 먹거리, 미래의 일자리를 찾는 일이고 그게 바로 시대정신입니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확실하게 해야죠.”
 
  ―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고 미래 먹거리를 잘 찾아야 할 텐데요.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많이 줄이거든요. 정부가 미리 대비하고 인재를 양성하고 진짜 창업가를 만들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그런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경제를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건 기업, 즉 민간이지만 정부는 민간에게 그 토대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고 실력만 있으면 대기업이 될 수 있는 산업구조를 정착시켜야 하고요. 과학기술은 정부가 투자하고 지원을 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에게만 맡길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죠. 또 창의적인 인재 양성에 나서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제1과제로 삼았었는데요.
 
  “정부는 교육개혁, 과학기술발전, 산업구조 혁명을 통해 경제를 살려야지 세금 걷어 단기 일자리 만들고 실업률 낮추는 그런 일을 하면 안 되죠. 단기처방(실업률)만 하고 실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안 한 겁니다.”
 
  ― 솔직히 이런 기대는 국민들이 윤석열 당선인보다 안철수 대표에게 더 많이 하겠죠.
 
  “그래서 제가 작은 당 후보이지만 대선 지지율이 한때 17%까지 올라갔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잠깐 안철수 대표의 과거를 되짚어보자면, 안 대표가 의료 및 과학기술 분야에만 강한 것은 아니다. 그는 국회의원 재선(18·19대)을 지내며 상당 기간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했다. 의사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양극화 해소와 복지 정책에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바꾸고 싶은 정책이 여럿 있었는데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국민연금의 형평성 문제입니다. 국민연금은 낸 금액보다 더 많이 돌려받기 때문에 가입자에게 유리하고 전 국민에게 골고루 복지 혜택을 주는 좋은 제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국민연금이 사실은 빈부격차를 악화시킵니다. 형편이 좋은 사람들은 국민연금 가입률이 거의 100%이고 가입 기간도 깁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국민연금을 충분히 받게 됩니다. 그런데 형편이 나쁜 사람들은 가입률이 현저히 낮고, 가입 기간도 길 수가 없습니다. 형편 좋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더 많이 주는 제도가 국민연금이라는 겁니다. 굳이 이렇게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요. 개혁을 해야 복지의 사각지대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복지인 것처럼 보이지만 양극화는 더 악화시키는, 그런 제도가 너무 많아요. 정치라는 게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야 하는 건데 정치권에서 이런 문제점을 아무도 지적하지 않다니요.”
 
  안 대표는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가 ‘봉사’라고 했지만 불의에 대한 분노와 책임감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였다.
 
 
  다당제 정착이 정치적 목표
 
  안철수 대표가 꾸준히 제3지대에서 활동해온 것은 그의 정치철학 때문이다. 그는 다당제가 정착되고 정당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믿고 있다.
 
  “양당제가 계속되다 보니 여당이나 야당이나 노력을 안 해도 상대방의 잘못이 있으면 정권을 넘겨받는 구조가 됩니다. 이건 아니잖아요. 정당이 3개 이상이 있으면 당들이 긴장하고 국민을 두려워하게 되고 민생문제 해결에 앞장서게 됩니다. 또 다당제가 좋은 건 정당이 3개 이상 있으면 반드시 콜리션(coalition·聯政 또는 정치적 연합)이 일어납니다. 독일 보세요. 콜리션이 일어나면 대화와 타협이 진행됩니다. 우리나라도 양당제로는 통합과 소통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보는 거죠. 저는 우리 당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 역사는 계속되니까 향후에도 계속 제3당, 제4당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 지금 같은 정치제도 속에서 의미 있는 3당 4당이 나오는 게 쉽지 않죠.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아까 얘기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든지, 독일식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하면 표가 거대 정당에만 쏠리거나 사표가 다수 나오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제도로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어요.”
 
  ― 말한 대로 정치개혁을 하려면 총선이든 대선이든 성공해서 다시 정치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습니까.
 
  “지금은 총선도 멀었고 재보궐 선거도 지나서 당장 그럴 상황은 아니고요. 지금은 새 정부가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 (안철수) 책임총리 또는 과학총리 설도 있었는데요,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해 정부조직법 개정을 빠르게 진행할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쉽게 통과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협치의 틀을 만드는 게 우선일 것 같아요. 6월 지방선거도 멀지 않았기 때문에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 인수위원회 활동이 종료되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 참여할 가능성은 어떻게 봅니까.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어요. 제 직업이 지금 다섯 번째(의사, 프로그래머, 영업사원, 교수에 이어 정치인)인데다 논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인수위 활동이 끝나면 국정에 참여하든 다른 일을 하든 어떤 일이라도 하고 있겠죠.”
 
 
  안철수의 정치는 계속된다
 
  ― 새 정부의 공동운영을 맡은 책임자로 협치에 앞장서는 역할이 기대됩니다. 국민의힘과 단일화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함께했죠.
 
  “여야 모두 잘 알고 가까운 게 제 장점입니다. 사람들이 저의 이미지에 대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스킨십이 약하고 사교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건데, 제가 양쪽 당 설득하고 이끌어낸 법이 김영란법을 비롯해서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기업가로서 가장 오래 한 분야가 영업이고 영업사원도 많이 뽑아봤는데 말입니다. 우수한 영업맨 하면 호감 가는 외모에 말도 매끄럽게 잘하는 ‘천상 영업맨’ 같은 사람을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 사람보다 저 같은 사람이 영업 실적이 좋아요(웃음). 말이 앞서기보다는 업무 관련해서 성실하게 준비해오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알아서 마련해주는 등 신뢰를 쌓는 겁니다. 이 사람은 나에게 뭘 팔려고만 하는 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인상을 주는 게 영업에선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영업맨 시절 실적이 좋았죠. 제가 제3지대 정치인으로 길게 살아남아 있는 이유도 다양한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습니다. 혹시 다음 대선에도 출마할 계획입니까.
 
  “사실 대선은 시대의 요구와 국민의 명령이 있어야 출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고인이 되셨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대선에 출마하려 했지만 결국 접었잖습니까. 국회의원은 자신의 의지가 있으면 나갈 수 있는데 대선 후보는 달라요.”
 
  ― 하긴 ‘0선’인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도 국민의 요구와 명령에 의해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맞아요. 정권 유지와 정권 교체의 상징으로 나오게 된 겁니다. 저는 과학기술로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는 국민적 명령과 시대적 요구에 따랐던 거고요.”
 
  ― 단일화 전 치러진 재외국민투표와 거소자투표에서 안철수 후보를 찍은 유권자가 적지 않았을 텐데요.
 
  “그래서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그래서 다음 대선 역시 시대적 요구가 있으면 출마할 의향이 있다는 건가요.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자리나 권력이 탐나서가 아니거든요. 돈도 명예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요. 공익을 위한 봉사로 정치를 하는 겁니다. 처음 국회의원 돼서 여의도에 왔는데 엉터리로 정치하는 사람, 세금을 자기 정치를 위해 쓰거나 쓸데없는 데다 쓰는 사람, 약자를 위한 정책엔 관심이 없는 사람 등등을 보며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에게 정치는 봉사지 저를 위한 게 아니에요. 대선에 나가고 안 나가고는 지금 알 수 없지만 항상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이렇게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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